그는 마음이 더욱 불편했다.아무리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럽더라도 그녀는 이 이유로 부승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그럼 최동철하고 더 만나지 않으면 안 돼?”부승민은 조금 기대하는 듯이 말했다.만약 그녀가 대답해 준다면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생각할 수 있었다.온하랑은 그의 말을 듣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안 되죠. 승민 오빠 왜 이렇게 억지를 부려요.”비록 부민재가 자수를 한 건 맞지만 최동철은 그녀를 도와 장국호를 잡아줬고 또 그녀의 사진 선생님인데 어떻게 만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부승민의 눈에 슬픔의 흔적이 번쩍였다.‘역시 하랑이는 만나지 않겠다고는 안 하네.’“다른 일은 없죠? 할 말 더 없으면 나 먼저 올라갈게요.”온하랑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탔다.부승민은 그 자리에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온하랑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거실은 어두웠다.그녀는 슬리퍼로 바꿔 신고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제야 그녀의 핸드폰에 꺼져 있는 동안 강시연에게서 문자가 온 것을 봤다. 강시연은 며칠 동안 출장을 가야 해서 이미 오늘 오후에 KTX를 타고 떠났다고 한다.온하랑은 강시연에게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문자를 남겼다.한밤중에 온하랑은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어둠 속에서 그녀는 너무 졸려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쾅쾅쾅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는 눈을 끔뻑거리며 누가 문을 두드리는지 확인했다.‘이 밤중에 누구지?’온하랑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아파트를 울려 어쩔 수가 없었다.그녀는 화를 내며 침대 옆의 무드등을 켜고 이불을 들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방을 나와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는 김에 거실의 불도 켰다.“누구세요?”그녀는 문을 향해 외쳤다.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돌아오는 것은 계속 문을
상체에 차가운 공기가 닿았고 온하랑은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막연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해요.”다음 순간 부승민은 그녀의 몸 양쪽으로 무릎을 꿇고 상체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씩 조금씩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눈은 이상한 불꽃과 함께 점점 더 어두워졌다.온하랑은 너무 화가 나서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락내리락했고 살짝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부승민의 눈빛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손목을 빼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오빠 이거 놔요. 계속 이러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부승민은 마치 온하랑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서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었다.온하랑은 깜짝 놀란 얼굴로 부승민이 넥타이로 그녀의 손목을 묶는 것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렀다.“안 돼. 부승민 진정해.”부승민은 멈추지 않았고 온하랑의 손목을 넥타이로 두 번 감더니 리본으로 묶었다.“오빠 도대체 왜 이래요? 할 말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오빠 먼저 푹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하자. 응?”그녀의 말이 끝나자 부승민은 큰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읍 읍 읍.”온하랑은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살아 있는 늑대를 만난 것 같았다.지금 두 사람은 꼭 사냥감을 눈앞에 둔 늑대와 맹수 앞에서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는 토끼 같은 상황이었다.그녀는 문을 열지 말고 밖에서 그가 얼어 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았어야 했다.‘부승민 오늘 밤 정말 이상하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곧 잡아먹힐 것 같아.’그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몸을 숙이며 코와 코가 닿을 정도로 점점 가까워졌다.그는 부드럽게 입술을 열었고 부드러우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로 오늘 밤 첫 마디를 내뱉었다.“힘 풀고 즐겨. 내가 널 즐겁게 해줄게.”온하랑은 부승민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하지만 부승민은 그녀를 무시하고 코트를 벗었다. 한 손으로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고 강인한 가슴을 드러냈다.“
“착하지 좀 더 열어 봐.”부드럽게 달래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매력적이었다. 온하랑은 마치 홀린 것처럼 그가 말한 대로 했다.이때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그제야 반응했고 두 뺨이 붉어지며 재빨리 다리를 닫았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무릎을 눌렀다.거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남은 소리는 오직 부승민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온하랑은 몸은 점점 더 긴장되어 살짝 떨렸다.비록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뜨거운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아 온몸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부승민은 갑자기 너무 능숙해진 것 같았다. 이제는 온하랑도 그에 의해 물이 들 것 같았다.‘모두 부승민 때문이야. 다 부승민이 강요한 거라고. 난 거부할 수 없었을 뿐이야.’이렇게 생각하며 온하랑은 스스로를 위로했다.물뱀은 갑자기 그녀의 허벅지를 휘어잡고서는 천천히 촉촉한 수원을 찾아 헤엄치고 있었다.우리나라 물뱀은 국내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강남의 야생 연못과 강에서도 볼 수 있고 일 년 내내 물속에서 산다.수원에 도달하자마자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회전하며 즐겁게 달아 다녔다.온하랑은 참지 못하고 온몸을 떨며 조용히 신음했다.그러자 온하랑은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부승민의 손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녀는 이제 빠르게 불타올랐고 장작 하나를 떼어내도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몸은 이미 깊은 바닷물에 잠겨 파도와 함께 표류하는 것 같았고 아주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미 절정을 느꼈지만 부승민은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오빠 그만해. 여기서 끝내자. 이제 그만해.”“여기서 더 하는 것도 넌 좋아할 거야.”부승민은 그녀의 말을 막았다.“하지만.”“하지만은 없어.”바로 이때 웅웅 진동이 울렸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창밖의 하늘은 하얗게 변했다.부승민은 셔츠를 치우고 온하랑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몸을 굽혀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그녀의 빨갛게 달아오른
‘내가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쉽게 부승민한테 넘어간 거지? 젠장 저 수컷 여우 자식.’샤워하는 동안 온하랑은 허벅지 안쪽의 자국을 보고 더욱 부끄러웠다.아아아.분명 어제 오전에는 엄청 화가 나 있었는데 저녁에는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모두 부승민이 그녀에게 강요했기 때문이라며 온하랑은 최선을 다해 자기를 세뇌했다.온하랑은 다 씻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온하랑은 궁금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부승민은 갔나?’이때 주방에서 채소를 써는 칼 소리가 들려왔다.‘아 아직 안 갔구나.’그녀는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잠옷을 얼른 다가가서 집어 들었다. 그런 다음 뒤돌아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멈칫했다.소파에 젖은 흔적이 커다랗게 있었다.그 위치를 보고 온하랑의 빨갛게 달아올랐고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았다.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쿠션을 집어 들어 그 자리에 던졌다.흔적을 완벽히 가리지 못했을까 봐 그녀는 소파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조심스럽게 쿠션의 위치를 조정했다.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런데 이 소파는 이대로 둘 수가 없었다.온하랑은 어젯밤 김시연이 집에 없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시연이 어젯밤에 있었다면 부승민은 감히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는 술에 취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지만 사실 그는 김시연의 행방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저 개자식.’“밥 먹자.”부승민은 접시를 들고 주방에서 나와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거기 서서 뭐 하는 거야?”온하랑은 돌아서서 그를 노려보고서는 잠옷을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부승민의 눈은 그녀의 뒷모습에서 소파 위에 놓인 쿠션으로 향했다. 그 장면을 본 부승민은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온하랑 정말 귀엽다니까.’과거에 그녀는 그에게 순정적이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지만 아마도 그건 그녀가 다른 사람의 집에 살고 있
“필요 없어요.”부승민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10분 뒤 부승민이 돌아왔다. 그는 손에 들린 쇼핑백을 온하랑에게 건넸다.“방금 오븐에서 나온 두리안 파이야.”온하랑은 그것을 받아 쇼핑백을 열면서 투정을 부렸다.“왜 이렇게 늦어요?”“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온하랑은 흥하고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두리안 파이를 한 조각을 집어먹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 안은 두리안 냄새로 가득 찼다.부승민은 두리안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두리안 냄새가 몸 전체에 퍼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가 창문을 열려고 했을 때 온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 추워요. 히터 좀 켜줘요.”부승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어쩔 수 없지.”착하고 얌전하기만 하던 온하랑이 맵고 작은 고추로 변했다.부승민은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만족했다.그는 그녀가 어젯밤에 일어난 일 때문에 자신을 미워하고 다시는 그를 모르는 체할까 봐 두려웠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런 작은 처벌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재밌게 느껴졌다.대학로 양꼬치 전문점에 도착했을 때 온하랑은 바로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부승민은 주차를 마치고 가게에 들어왔을 때 온하랑이 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음식점에서 거의 먹지 않았고 이렇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자리에서는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다.부승민은 온하랑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차 키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왜 룸에 안 앉았어?”온하랑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난 여기가 좋아요.”부승민은 그 말에 더 묻지 않았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시켰어?”“시켰어요.”부승민은 온하랑이 말한 시켰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그녀는 메뉴에 있는 모든 요리를 주문했다. 너무 많아서 한 테이블에 다 놓을 수 없었기에 웨이터가 다른 테이블을 준비해 줬다.이 양고기 전문점의 요리는 기본적으로 양고기로 만들어졌다. 매운
온하랑은 2개의 리넨 소파와 2개의 소가죽 소파를 골라 동영상을 찍어 김시연에게 보냈다.결국 김시연은 그중에 리넨 소파를 골랐다. 시원해 보이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온하랑도 좋아한 소파였기에 그녀는 행복하게 결정했다.하지만 부승민은 옆에서 한숨을 쉬었고 온하랑은 그를 째려보았다.부승민은 소파 비용을 전부 냈고 쇼핑 가이드는 오늘 오후에 집으로 배달된다고 말했다.가구점에서 나온 부승민은 연 비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어제 부승민이 술에 취해 온하랑의 몸을 봤을 때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부승민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 비서에게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연비서는 정확하게 조사한 결과를 그에게 보고했다. 그제야 부승민은 최동철이 온하랑을 호텔에 데려다주고 옷을 바꿔 입은 뒤 다시 호텔을 나서 아주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다시 돌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부승민에게 사진을 보낸 사람은 이 점을 무시하고 마치 고의로 그를 오해하게 만들려고 의도한 것 같았다.만약 그가 어젯밤에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일로 인해 계속 오해가 생겼을 거고 그의 마음속에 큰 가시가 되었을 것이다.아무리 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고 싶어도 때로는 일이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연비서는 사람을 보내 호텔 내부를 조사한 결과 온하랑이 구토해 호텔 방과 옷에 토사물이 묻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려진 온하랑의 옷을 한 청소 아주머니가 주워 깨끗하게 세탁하니 옷은 여전히 새것과도 같았다고 한다.연비서는 사람을 보내 청소 아주머니의 손에서 온하랑의 옷을 사 온 뒤 다시 세탁소에 맡겼다고 말했다.부승민은 전화를 끊고서는 차로 돌아와 그녀에게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또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그는 모두 그녀와 함께 갈 것처럼 행동했다.온하랑은 고민하더니 말했다.“백화점으로 가요.”“좋아.”두 사람은 중심가에 있
“우리 같이 뻔뻔해지자.”“누가 오빠하고 뻔뻔해지겠다고 했어요?”부승민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분도 지나지 않아 더 많은 부모님이 아이들과 함께 기차를 타기 위해 왔다.충분한 인원이 모이면 기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기차에 탔고 기차는 출발해서 쇼핑몰 주변을 돌았다.앞에서 쇼핑하던 고객들은 기차 소리가 들리자 모두 길을 양보하며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그들은 온하랑과 부승민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힐끔거렸다.젊은 사람들은 그들의 외모에 놀라며 기차를 타보고 싶어 했고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나이에도 기차를 타는 걸 신기하게 바라보았다.특히 연세가 많은 노인분들은 남자는 성숙하고 안정적이며 책임감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기에 부승민의 나이에 어떻게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작은 기차를 탈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젊은 사람이 생긴 건 기생오라바같이 잘 생겼네.’온하랑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진지하게 앞을 바라보았다.이에 온하랑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부승민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의 얼굴에 뽀뽀했다.온하랑은 심장이 쿵 하고 뛰어 재빨리 그를 밀어내고서는 누군가가 볼까 봐 두려워 가슴을 졸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잠시 지나가는 여러 사람과 눈을 맞춘 온하랑은 차분한 얼굴을 유지하면서 시선을 돌려 아무도 몰래 부승민의 허벅지를 몇 차례나 꼬집었다.작은 기차가 한 바퀴 다 돌자 두 사람은 기차에서 내렸다.“또 뭐 하고 싶은데?”부승민은 비소를 지으며 물었고 온하랑은 그를 흘겨보더니 돌아서서 떠났다.그는 온하랑의 뒤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갔다.몇 분 뒤 온하랑은 인형뽑기 기계 앞에서 멈췄고 고개를 돌려 부승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나 이거 갖고 싶어요. 뽑아줘요.”부승민은 앞으로 걸어가 인형 뽑기 기계를 바라보며 망설였다.“어떻게 뽑는데?”BX그룹의 대표는 처음 인형 뽑기를 해보는 것이었다
부현승의 여자 친구가 된 이후로 서혜민은 부씨 가문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터넷에서 부승민의 사진을 봤었다.하지만 온하랑과 부승민이 이혼 후에도 쇼핑하러 함께 백화점에 올 줄은 몰랐다. 혹시 다시 합치기라도 한 걸까?“네, 오빠.”온하랑은 부승민에게 서혜민을 소개했다.“여기는 셋째 오빠 여자 친구 서혜민 씨라고 해요.”부승민은 담담하게 서혜민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혜민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온하랑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신경 쓰지 마요. 원래 오빠 성격이 이래요. 혜민 씨 때문이 아니라.”서혜민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하랑 씨 안으로 들어와 보시겠어요? 매상에 신상들이 많이 들어왔어요.”“그럼 들어가 볼까요?”온하랑은 멈칫하며 말했다.서혜민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고 온하랑에게 봄 신상을 소개해 줬다.부승민은 인형을 품에 안고서는 온하랑의 뒤에 서 있었다.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으니 이제 봄옷으로 바꾸어야 할 때도 되었다. 온하랑은 봄에 입을 만한 긴 원피스를 몇 벌 골라 탈의실로 들어갔고 부승민은 한쪽 편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서혜민은 부승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하랑 언니하고 혹시 곧 재혼하시는 건가요?”부승민은 가볍게 말했다.“전 지켜야 할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서혜민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설명했다.“전 그냥.”그녀가 뒤에 말을 하기도 전에 부승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에 서혜민은 침묵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갑자기 부승민의 뒤에서 다정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큰오빠?”부승민은 살짝 몸을 돌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낯선 여자를 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내가 그쪽을 아나요?”이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명품으로 패셔너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한정판 가장을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일부러 그에게 말을 걸려는 여자는 아닌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