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현승의 여자 친구가 된 이후로 서혜민은 부씨 가문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터넷에서 부승민의 사진을 봤었다.하지만 온하랑과 부승민이 이혼 후에도 쇼핑하러 함께 백화점에 올 줄은 몰랐다. 혹시 다시 합치기라도 한 걸까?“네, 오빠.”온하랑은 부승민에게 서혜민을 소개했다.“여기는 셋째 오빠 여자 친구 서혜민 씨라고 해요.”부승민은 담담하게 서혜민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혜민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온하랑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신경 쓰지 마요. 원래 오빠 성격이 이래요. 혜민 씨 때문이 아니라.”서혜민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하랑 씨 안으로 들어와 보시겠어요? 매상에 신상들이 많이 들어왔어요.”“그럼 들어가 볼까요?”온하랑은 멈칫하며 말했다.서혜민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고 온하랑에게 봄 신상을 소개해 줬다.부승민은 인형을 품에 안고서는 온하랑의 뒤에 서 있었다.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으니 이제 봄옷으로 바꾸어야 할 때도 되었다. 온하랑은 봄에 입을 만한 긴 원피스를 몇 벌 골라 탈의실로 들어갔고 부승민은 한쪽 편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서혜민은 부승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하랑 언니하고 혹시 곧 재혼하시는 건가요?”부승민은 가볍게 말했다.“전 지켜야 할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서혜민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설명했다.“전 그냥.”그녀가 뒤에 말을 하기도 전에 부승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에 서혜민은 침묵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갑자기 부승민의 뒤에서 다정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큰오빠?”부승민은 살짝 몸을 돌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낯선 여자를 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내가 그쪽을 아나요?”이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명품으로 패셔너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한정판 가장을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일부러 그에게 말을 걸려는 여자는 아닌 것 같
“그래요?”서혜민은 그들을 배웅했다.“잘 가요.”온하랑과 부승민이 떠난 뒤 서혜민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자 한가한 동료가 다가와 그녀에게 말했다.“혜민 씨 방금 저 두 사람 혹시?”서혜민은 이런 반응에 익숙해진 듯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제 남자 친구의 형수예요.”“혜민 씨 너무 부럽다. 어떻게 그런 좋은 남자 친구를 사귀었어요?”서혜민은 웃으며 겸손하게 말했다.“부러워할 거 없어요. 재벌 집 며느리도 쉬운 게 아니에요.”“평범한 가정의 며느리도 마찬가지예요.”몇 마디를 나눈 뒤 두 사람은 각자의 일을 보러 갔고 서혜민의 동료는 말없이 그녀를 째려봤다.고작 몇 마디를 나눴다고 자기 자신을 ‘재벌 집 며느리’라고 칭했다.아직 재벌가에 정식으로 입성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도 말이다.매장에서 나온 온하랑은 여전히 표정이 차가운 부승민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요?”부승민이 대답했다.“현승이가 보는 눈이 없네.”온하랑은 순간 전에 둘째 이모님이 불만스럽게 말씀하시던 것이 생각났다.그때 이틀 동안 부현승은 일 때문에 바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둘째 이모님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현승에게 말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부현승은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역시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네요. 아무래도 셋째 오빠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나봐요.”“네 말이 맞아.”부승민이 말했다.“난 너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고.”온하랑은 그를 째려봤다.그는 그녀가 짝사랑했던 도도하고 멋있었던 오빠에서 이제는 이미 느끼하면서도 유치한 초딩처럼 변했다.두 사람은 늦게 일어났기에 밥을 먹었을 때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오후 시간도 휙휙 지나갔고 저녁이 되지 두 사람은 마라탕을 먹었다.온하랑은 매운 마라탕을 시켰고 부승민은 적응이 안 되는 맛에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세상에 왜 이런 걸 먹는 거지?’갑자기 차라리 양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
록 음악이 끝났지만 댄스 스테이지에 있는 남녀들은 여전히 음악에 흠뻑 취해 있었다.방금 노래를 부른 가수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무대 위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잔잔한 노래의 인트로가 나왔다. 가수는 무대 뒤에서 마이크를 부승민에게 넘겨주었다.부승민은 무대 위로 올라가 조명 아래 섰다.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은 사람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하늘에 별이 떴네요...”그의 목소리가 반주와 함께 들려왔다. 차갑고 아득하면서도 애정이 가득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이진혁 가수의 ‘만약 사랑이 운명이라면’이라는 곡이었다.“내가 또 그리워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나요. 바다에 빛나는 달빛처럼. 얼마나 사랑은 멀리서만 볼 수 있는지...”온하랑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부승민을 바라보며 눈썹을 씰룩거리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어 동영상을 찍었다.그녀는 이전에 부승민이 노래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예전에는 부승민이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노래를 잘할 줄은 몰랐다.처음에 그녀는 그를 놀려줄 생각이었지만 그의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게 되었다.“어렸을 때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의 사랑은 바람결에 흩날리는 한숨조차 들르지 않을 만큼 깊었다고 믿었어. 사랑이 뭔지 누가 알겠어? 짧은 만남이었지만 평생토록 잊을 수 없는...”그가 부르는 부드러운 가사가 한 줄 한 줄 그녀의 마음을 울렸다.그녀는 한때 이 결혼 생활을 잘 이어 나가면 영원히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현실은 항상 잔인했고 그에 비해 그녀의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아름다웠다.그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았다.결국 두 사람은 헤어질 운명이었다.사랑이 뭔지 누가 알까?청춘의 사랑은 결혼의 실패를 경험한 뒤에도 아직 잊히지 않았다.노래가 끝난 뒤 온하랑은 주위를 둘러봤다. 많은 사람이 무대 위의 신인 가수를 보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새로 온 가수인가? 너무 잘 생겼다.”“젠
‘뭐야? 낮에 옷 매장에서 봤던 무례한 쇼핑 가이드도 그렇고. 대체 이 강남이라는 곳은 뭐지? 왜 서비스하는 직원들은 모두 이상한 거야?’그녀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이 봐요. 길에 서서 뭐 하는 거예요? 눈 안 달렸어요? 이 옷이 얼만 줄 알아요? 이거 1천6백만 원인데 물어줄 수 있어요?”웨이터는 재빨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옷은 세탁하시면 안 될까요? 제가 세탁비를 드리겠습니다.”“세탁비? 내가 그깟 세탁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물어내요. 1천6백만 원. 한 푼도 빠짐없이.”웨이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손님 일단 진정하세요.”“당신들 매니저 어디 있어?”“제가 불러들일게요. 어차피 저도 그만두려고 했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에요.”서수현도 어이가 없었다. 부딪혔을 뿐인데 이렇게 싹수가 없는 사람과 부딪힐 줄은 누가 알았을까? 자기가 부딪쳐 놓고 되레 화를 내고 있었다.“당신. 나 신고할 거야.”“신고하세요. 스스로 잡혀가시게요?”온하랑이 다가왔다.소리를 지르던 여자는 온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뭐야?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하지 말고 가던 길 가세요?”“참견하는 게 아니라 이분이 제 친구라서요.”온하랑은 웨이터 옷을 입고 있는 서수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수현은 온하랑의 말을 듣고 살짝 마음이 켕겼다.온하랑처럼 좋은 사람과 그녀는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온하랑은 감시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감시 카메라가 방금 다 찍었을 거예요. 그쪽이 직접 와서 부딪혀 놓고 왜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잘못은 없는 것처럼 말해요? 그리고 수현 씨가 먼저 세탁비 드리겠다고 정중하게 제안했잖아요. 그런데도 신고하고 싶다면 하세요. 우리도 끝까지 갈 거니까.”소리를 지르던 여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그녀는 온하랑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보면 볼수록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그러다가 방금 웨이터가 이 여자를 하랑 씨라고 불렀던 것이 떠올랐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
서수현은 마침내 무슨 일인지 이해했다. 온하랑과 그 앞에 서 있는 막무가내인 여자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사이 온하랑은 그녀에게 먼저 가 보라고 눈짓을 보냈다.하지만 서수현은 그냥 갈 수가 없었다. 그녀가 떠나면 임연지가 모든 일을 온하랑에게 걸고넘어질 것이다.임연지는 경찰에 신고할 마음이 없었기에 그저 온하랑을 사납게 쳐다보고서는 몸을 돌려 떠났다.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임연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온하랑은 시선을 돌려 서수현에게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네 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하랑 씨.”“아니에요. 방금 수현 씨가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오늘이 여기서 마지막 출근이라고요?”“네.”서수현이 설명했다.“전에는 아버지 몸이 안 좋으셔서 제가 휴학을 했었던 거예요. 이제 아버지 몸이 좋아지셔서 다시 복학하려고요.”“아저씨가 다시 건강해져서 다행이에요.”“감사합니다. 그럼 전 여기 치울 것 좀 갖고 올게요.”“그래요. 어서 가 봐요.”온하랑도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자리였던 부승민의 맞은 편에 한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임연지였다.부승민이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임연지도 그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임연지가 방금 다급하게 자리를 피한 것도 부승민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였다.복도를 떠났을 때부터 임연지는 부승민을 찾아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러고는 부승민의 맞은편에 앉아 입을 열었다.“안녕, 잘생긴 오빠. 우리 또 만났네요.”부승민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가 만났었나요?”순간 임연지는 말문이 막혔다.‘내가 그렇게 기억에 남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야?’임연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백화점에서 봤었잖아요.”“아 넘어졌던 분인가요?”임연지는 넘어진 적이 없었다.넘어졌던 사람은 분명 부승민에게 찝쩍거리려고 했던 다른 여자일 것이다.그녀는 화제를 바꿔 말했다.“오빠처럼 잘생긴 사람이 노래까지 잘 부를 줄은 몰
부승민의 시선은 빨갛게 충혈된 그녀의 귀와 볼로 향했다. 조금 웃음기가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그녀의 하얀 손을 잡았다.“하랑아, 그럼 우린...”온하랑은 멈칫하였다.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그럼 우리 뭐?”“그럼 우린 이미 화해한 거지?”온하랑은 입꼬리를 올리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착각하지 마. 우린 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어. 설령 있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아니야. 우린 성인이고 쾌락을 위해 하룻밤 정도는 같이 잘 수 있잖아. 게다가 어제는 네가 날 그렇게 만든 거야.”“너 많이 변했네. 언제부터 고집스러워진 거야?”“난 전에도 확실하게 말했어. 너랑 다시 재혼할 생각이 없다고. 난 혼자인 지금이 너무 좋거든.”온하랑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혼자이니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부승민을 좋아하긴 했지만 더는 부승민만 가득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부승민이 그녀를 찾아오면 만나주고 찾으러 오지 않으면 그녀가 할 일을 했다.여자친구가 되는 것도, 그와 결혼하는 것도 그녀에겐 전부 족쇄 같은 일이었다.부승민의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고 그윽한 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내가 고집스러워졌다고?”온하랑은 입술을 틀어 물며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아니야?”“어젯밤에 너도 느끼지 않았어?”온하랑은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순간 그가 어젯밤의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비록 아무 일도 없었지만 젖어버린 소파가 그녀의 마음을 대변했다.“진짜 고집스러운 게 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사실 어제 차에서도 좋았어...”“그 입 좀 닥쳐!”온하랑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집으로 돌아온 온하랑은 샤워하고 자려고 했다.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자꾸만 부승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차 안은 확실히 좋은... 장소였다.예전에 두 사람은 침대에서 많이 해보았지만 차 안에서는 해본 적이...만약 그 좁은 차 안에서 한다면...“야옹-”어디선
온하랑이 그와 재혼할 마음이 없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알 수 있었다. 그와 온하랑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말이다.이혼하기 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그때의 그녀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도 않았고 그를 거부하지도 않았다.호칭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부르면서 선을 그었다.그러나 지금은 그와 가까워져 그에게 화도 내도 억지도 부리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더는 밀당을 한다는 이유로 그를 일부러 화내게 하지도 않았다.어쩌면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나중에 언젠가 다시 온하랑과 재혼할 수 있을 것 같았다.다만 지금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방해물부터 치워야 한다.부승민이 병실로 들어갔을 때 부선월은 마침 점심을 먹고 있었다.그녀는 웃는 얼굴로 부승민을 맞이했다.“승민이 왔어? 점심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부승민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아뇨. 전 그냥 할 말이 있어 찾아온 거예요.”부선월은 부승민의 어투에서 차가움을 느끼곤 고개를 들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할 말이 뭔데?”부승민은 몸을 살짝 굽혀 병원 침대 테이블에 손을 터억 올렸다.테이블 위로 항공권이 생겨났다.그는 항공권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고모도 국내에 꽤나 오래 머물고 계셨으니까 이젠 돌아가셔야죠. 제가 이미 항공권 예매했으니까 고모는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타시면 돼요. 혼자 차 타고 가시는 게 싫으시면 제가 운전기사를 붙여드릴게요.”그는 부선월을 위협하고 있었다. 부선월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보다가 이내 인상을 확 구겼다.“부승민, 너...”“저 뭐요?”부승민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는 이미 자세하게 조사하고 왔다. 온하랑이 술집으로 들어간 그 날 부선월이 근처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최동철은 원래 고객 만나러 갔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술집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아마도 부선월이 사람을 시켜 최동철에게 사진을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그는 부선월이 온하랑을 싫어한다는
“그래. 장국호 입에서 추서윤의 이름이 몇 번 나오긴 했는데 전부 피해자로 나왔어. 추서윤을 납치하고 어떤 짓을 했는지도 구체적으로 말하더구나.”부민재가 그들에게 추서윤의 납치한 목적도 장국호는 전부 말했다. 부승민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중요한 시기였고 성공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부민재가 시킨 일이라고 했다.온하랑은 침묵했다.솔직히 그녀는 부민재가 주모자인 것보다 부민재와 부승민을 더 믿었다.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부민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해놓고 부민재는 그녀를 여동생처럼 아껴주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성적으로 이미 경찰에게 붙잡힌 장국호가 이 시점에서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다.모든 걸 사실대로 말하면 장국호 본인도 더는 빠져나갈 수 없었는데 굳이 추서윤을 감쌀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애초에 추서윤은 누군가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그러나 추서윤이 민성주에게 정보를 흘린 건 사실이었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하겠는가?“아저씨, 혹시 더 알아낸 거 있으세요? 지금 조사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예요?”청장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부민재와 추서윤은 확실히 아는 사이인 것 같더구나. 하지만 아직 추서윤이 이 사건에 참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단다.”“...네, 알겠어요. 아저씨, 저 내일 추서윤 만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그녀는 추서윤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그래.”“고마워요, 아저씨.”전화를 끊은 후에도 온하랑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정말로 부민재가 주모자였다고?'‘혹시 형량을 줄이기 위해 일부 책임은 추서윤에게 떠밀 생각인 건가?'저녁 촬영 수업에서도 온하랑은 여전히 집중하지 못했다.수업이 끝나고 최동철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수업 안 들었어? 단톡방에서 네 문자는 못 본 것 같은데.]온하랑은 멈칫하다가 답장했다.[들었어요.][그럼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어?]온하랑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동철 오빠, 조사 결과가 어떤지 혹시 알아보셨어요?][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