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랑이 그와 재혼할 마음이 없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알 수 있었다. 그와 온하랑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말이다.이혼하기 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그때의 그녀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도 않았고 그를 거부하지도 않았다.호칭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부르면서 선을 그었다.그러나 지금은 그와 가까워져 그에게 화도 내도 억지도 부리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더는 밀당을 한다는 이유로 그를 일부러 화내게 하지도 않았다.어쩌면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나중에 언젠가 다시 온하랑과 재혼할 수 있을 것 같았다.다만 지금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방해물부터 치워야 한다.부승민이 병실로 들어갔을 때 부선월은 마침 점심을 먹고 있었다.그녀는 웃는 얼굴로 부승민을 맞이했다.“승민이 왔어? 점심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부승민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아뇨. 전 그냥 할 말이 있어 찾아온 거예요.”부선월은 부승민의 어투에서 차가움을 느끼곤 고개를 들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할 말이 뭔데?”부승민은 몸을 살짝 굽혀 병원 침대 테이블에 손을 터억 올렸다.테이블 위로 항공권이 생겨났다.그는 항공권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고모도 국내에 꽤나 오래 머물고 계셨으니까 이젠 돌아가셔야죠. 제가 이미 항공권 예매했으니까 고모는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타시면 돼요. 혼자 차 타고 가시는 게 싫으시면 제가 운전기사를 붙여드릴게요.”그는 부선월을 위협하고 있었다. 부선월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보다가 이내 인상을 확 구겼다.“부승민, 너...”“저 뭐요?”부승민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는 이미 자세하게 조사하고 왔다. 온하랑이 술집으로 들어간 그 날 부선월이 근처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최동철은 원래 고객 만나러 갔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술집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아마도 부선월이 사람을 시켜 최동철에게 사진을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그는 부선월이 온하랑을 싫어한다는
“그래. 장국호 입에서 추서윤의 이름이 몇 번 나오긴 했는데 전부 피해자로 나왔어. 추서윤을 납치하고 어떤 짓을 했는지도 구체적으로 말하더구나.”부민재가 그들에게 추서윤의 납치한 목적도 장국호는 전부 말했다. 부승민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중요한 시기였고 성공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부민재가 시킨 일이라고 했다.온하랑은 침묵했다.솔직히 그녀는 부민재가 주모자인 것보다 부민재와 부승민을 더 믿었다.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부민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해놓고 부민재는 그녀를 여동생처럼 아껴주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성적으로 이미 경찰에게 붙잡힌 장국호가 이 시점에서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다.모든 걸 사실대로 말하면 장국호 본인도 더는 빠져나갈 수 없었는데 굳이 추서윤을 감쌀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애초에 추서윤은 누군가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그러나 추서윤이 민성주에게 정보를 흘린 건 사실이었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하겠는가?“아저씨, 혹시 더 알아낸 거 있으세요? 지금 조사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예요?”청장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부민재와 추서윤은 확실히 아는 사이인 것 같더구나. 하지만 아직 추서윤이 이 사건에 참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단다.”“...네, 알겠어요. 아저씨, 저 내일 추서윤 만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그녀는 추서윤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그래.”“고마워요, 아저씨.”전화를 끊은 후에도 온하랑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정말로 부민재가 주모자였다고?'‘혹시 형량을 줄이기 위해 일부 책임은 추서윤에게 떠밀 생각인 건가?'저녁 촬영 수업에서도 온하랑은 여전히 집중하지 못했다.수업이 끝나고 최동철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수업 안 들었어? 단톡방에서 네 문자는 못 본 것 같은데.]온하랑은 멈칫하다가 답장했다.[들었어요.][그럼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어?]온하랑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동철 오빠, 조사 결과가 어떤지 혹시 알아보셨어요?][아니
온하랑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날 그녀는 부승민의 회사로 갔었다. 부승민은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누군가의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얼굴에 상처가 있었고 꼴도 말이 아니었다.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이 이상하여 물어보았지만 그는 그럼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분명 그때 알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한쪽은 그의 형이고 다른 한쪽은 그녀의 아버지이니 아마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을 알게 된 부승민은 바로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고 며칠이 지난 후 장국호가 강남에 도착하기 전에 그제야 부민재를 경찰서로 데려다주었다. 자수하라고 말이다.만약 부민재가 주모자라면, 그럼 추서윤이 이 일을 꾸몄다고 책임을 떠밀 수 있었다. 이 방법을 생각해낸 사람이 부승민일 가능성이 아주 컸다. 아마 최근 며칠 동안 부민재를 위해 부승민은 일부 증거를 없애고 없던 증거를 새로 만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정말로 부민재의 죄를 덜어줄 수 있는 걸까?온하랑은 부승민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그가 이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아침 8시. 최동철은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 부선월은 이미 소파 같은 푹신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문을 닫고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가 부선월을 내려다보곤 우아하게 앉았다.“저를 무슨 일로 불렀죠?”부선월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중요한 일이 있어서 불렀죠.”“전 우리가 중요한 일에 관해 얘기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최동철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왜 왔어요?”그의 말에 부선월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을 보탰다.“세상엔 영원한 친구는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다고 하잖아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최동철은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며 부선월을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선월은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솔직하게 말할게요. 장국호 자백, 당신이 한
부선월은 살짝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며 답했다.“알겠어요.”...온하랑은 9시 즈음에 경찰서로 도착했다.추서윤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그녀의 안내를 맡은 경찰이 2초간 머뭇거렸다.“추서윤 씨는 지금 두 형사 사건의 피의자라서 원칙대로라면 면회가 불가능합니다. 온하랑 씨, 먼저 청장님께 가시겠습니까? 청장님께서 고개만 끄덕이신다면 면회가 가능합니다.”온하랑은 청장이 다른 경찰들에게 말해주는 것을 깜빡한 것이라고 여겼다.“네, 그러죠. 아저씨는 지금 어디 계세요?”경찰서까지 직접 찾아왔는데 전화로 연결하는 것은 어쩐지 예의가 없는 행동인 것 같았다.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청장님께선 위층에 계십니다.”“알겠어요.”온하랑은 몸을 틀어 2층으로 올라갔다.청장실의 문은 꼭 닫히지 않아 틈이 있었다.그녀가 가까이 다가가자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재는 부씨 일가의 장손이에요. 장손이 이렇게 감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어요. 어차피 이 사건도 아주 오래전에 벌어진 사건이잖아요. 온하랑을 제외하곤 신경 쓰는 사람도 없고 승민이도 민재를 살리고 싶어 할 거예요. 애초에 이 방법은 승민이가 생각해낸 거잖아요. 너무도 완벽해 온하랑마저 그대로 믿고 있는데 청장님께서 조금만 봐주신다고 해서 온하랑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승민이랑 추서윤이 어떤 사이였는지 청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비록 두 사람은 헤어지긴 했지만, 대중들은 분명 승민이가 추서윤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추서윤은 지금 두 형사 사건에 얽혀 있어서 우리 승민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힐 게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승민이는 지금 추서윤과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해요. 추서윤이 감방에 몇 년 갇혀 있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누구도 추서윤 대신 나서려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나중에 석방되면 돈을 두둑하게 챙겨주면 될 거예요.”“일이 잘 해결되면 우리 부씨 일가에서도 청장님께 두둑한 보상을 드릴게요.”청장이 대답했다.“부선월 씨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온하랑은 눈물을 참으며 조용히 계단 입구로 왔다.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단을 내려갔다.“온하랑 씨, 청장님께선 뭐라고 하셨습니까?”그녀를 기다리던 경찰이 물었다.온하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죄송해요. 제가 방금 급한 일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거든요. 이만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추서윤 면회는 나중에 제가 다시 올게요.”“네, 알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온하랑은 차로 돌아왔다. 힘없는 모습으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부민재는 그녀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사람이었다. 부승민은 그런 부민재를 위해 책임을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고 했다.그녀는 아마도 그간 부승민의 입에 발린 소리에 홀려 있었던 탓인지 속상함에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는 사실 부승민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설령 그가 그녀에게 추서윤이 아닌 자신과 거래를 하자고 했어도 경계를 늦추지 말았어야 했다.입에 발린 소리 뒤에는 달콤한 사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소와 양귀비가 있었다.그는 천천히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만약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늦게 알아챘다면 아마 뼛속까지 중독되어 더는 이성을 되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이때 멀리서 차가 점점 다가오더니 경찰서 앞에 멈춰 섰다.그 차에선 소청하와 부윤민이 내렸다. 두 사람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정월 대보름에 만났을 때보다 소청하는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온하랑은 주먹을 꽉 쥐었다.순간 소청하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확 내려 몸을 숨겼다. 몇십 초 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소청하와 부윤민은 이미 경찰서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온하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그녀와 온강호가 피해자였다. 부민재가 주모자인지 아니면 공모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방 신세는 면하지 못할 것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소청하와 부윤민을 볼 면
게다가 그날 진상을 알게 된 후에도 사람을 시켜 알아보라고 했다. 추서윤이 병원에서 사라진 그 날 확실히 부민재를 찾아갔었고 두 사람의 통화 기록도 확인했었다.다만 그것은 전부 10년 전 일이었다. 만약 추서윤이 부민재를 같이 끌어내리려고 한다면 현재 있는 증거는 부민재에게 불리했다.장국호는 최동철이 경찰에 넘겼다.최동철은 원래부터 부씨 일가에 적의를 보이었다. 비록 부승민은 그가 왜 그런 적의를 보이는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장국호를 매수하여 모든 죄를 부민재에게 뒤집어씌울 동기는 있었다.부씨 일가의 장손이자 BX 그룹의 대표가 살인사건의 주모자이고 살해당한 사람은 유명한 기자다. 이런 내용의 기사가 보도된다면 부씨 일가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주 뻔했다.부승민은 최동철이 BX를 노리고 그런 것으로 생각해 바로 연민우에게 각종 플랫폼이나 SNS를 예의 주시하라고 했다.최동철이 이러는 데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일부 증거를 없애 버렸을 거로 생각한 그는 바로 육광태에게 연락해 몰래 장국호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장국호는 자신까지 끌어들이며 부민재를 모함하고 있었다. 최동철이 장국호의 약점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에게 어떠한 이익을 대가로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부민재의 변호사에게는 시간을 최대한 끌어달라고 말했다.모든 지시를 내린 뒤 부승민은 온하랑을 떠올렸다.‘장국호가 한 진술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까?'‘혹시 오해하고 있는 거 아냐?'그는 핸드폰을 들어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소리를 꺼버리곤 책상 위로 엎어놓았다. 듣지 못한 것처럼, 보지 못한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연기 연습을 했다.사람마다 자기 입장이 있었다. 부승민이 그녀를 도와주었기에 그녀는 부승민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던 일로 하고 계속 부승민과 연락하며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그녀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전부 받지 않았다. 부승민은 걱정이 되어 바로
“알아.”“하지만 넌 믿지 않잖아.”“나도 널 믿고 싶어. 하지만...”온하랑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부승민, 그날 회사에 있었을 때 넌 이미 부민재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맞아?”그녀도 그를 믿고 싶었다. 하지만 부선월이 청장에게 한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그를 믿겠는가?“응.”“그럼 부민재가 자수하기 며칠 전까지 넌 뭐 했어?”부승민은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혹시 내가 지금 부민재 혐의를 풀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정말이야?”“그럼 아니야? 부민재는 추서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야.”부승민이 추서윤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서 이러는 것으로 생각했다...“아닐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부승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내가 하랑이 마음속에 정말로 이런 사람이었던 거야?'‘날 조금이라도 믿어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온하랑은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네가 그랬지. 누군가 장국호를 매수했다고. 누가 매수하는데?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매수하는데?”온하랑의 냉담한 얼굴에 부승민은 씁쓸함이 밀려왔다.“매수한 사람은 최동철일 거야. 최동철은 오래전부터 우리 일가에 적의를 보였거든.”그 말을 들은 온하랑은 어처구니가 없는 듯 웃어버렸다.“최동철이라고? 최동철은 장국호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 사람이야. 우리도 부민재가 그 사건과 연관이 있었다는 걸 몰랐는데 최동철이 알고 있었다고?”“만약 정말로 최동철이 알고 부씨 일가를 겨냥하기 위해 그런 거라면 부민재가 자수하는 그 날 이미 기사가 쫙 퍼졌을 거야.”그러나 지금 기사 하나 올라온 것이 없었다.이 부분에 대해선 부승민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그도 그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그날 내가 너한테 했던 말은 전부 부민재가 직접 나한테 해준 말이었다. 정말로 부민재가 주모자였다고 해도 나랑 연관 없어. 하랑아, 그분은 너의 아버지셔. 나도 네가 장인어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고 있어. 그런 내가 왜
“내가 결백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지금은 이 방법밖엔 없어...”“너 정말!”온하랑은 화가 치밀었다.“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지?”“난 그런 의미가 아니야...”“서 있는 말든 마음대로 해!”온하랑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고 그대로 책상 위로 던지곤 주방으로 들어가 저녁을 만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온하랑이 주방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현관엔 김시연이 캐리어를 끌며 들어오고 있었다.“하랑 씨! 나 왔어요!”“어서 와요. 저녁은 먹었어요?”김시연은 주방에 있는 온하랑을 보곤 바로 손을 들었다.“아뇨, 아직이에요! 저도 주세요!”“알겠어요.”펄펄 끓은 물에 온하랑은 새우 물만두를 2인분 넣었다.뜨거운 물이 그녀의 손에 튀었다.“앗, 쓰읍.”온하랑은 얼른 손을 털며 입으로 후후 불었다.집안을 둘러보던 김시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왜 그래요? 다쳤어요?”“네, 조금요.”“예전에는 이런 실수도 안 하던 사람이었잖아요.”김시연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온하랑은 그녀를 힐긋 보았다.“네?”“아녜요.”김시연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전 들어가서 짐 좀 정리하고 있을게요. 다 되면 불러줘요.”“네.”물만두가 완성되고 온하랑은 여러 밑반찬을 그릇에 옮겨 담아 식탁으로 가져갔다. 그러면서 김시연을 불렀다.“시연 씨, 저녁 먹어요!”“네! 가요!”김시연은 방에서 나와 바로 온하랑의 맞은편에 앉았다. 맛있는 냄새에 김시연은 바로 너스레를 떨었다.“세상에, 하랑 씨. 내가 그동안 하랑 씨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며칠 동안 도시락만 먹어서 이것 좀 봐요. 배가 홀쭉해졌단 말이에요.”“괜찮아요. 며칠 후면 다시 볼록해질 거예요.”“음... 냄새 엄청 좋아...”김시연은 혼잣말을 하곤 바로 물만두를 입에 넣었다. 그녀는 이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물만두를 꼭꼭 씹어 삼킨 그녀는 온하랑을 보았다.“하랑 씨, 그날 소파는 왜 바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