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어요.”부승민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10분 뒤 부승민이 돌아왔다. 그는 손에 들린 쇼핑백을 온하랑에게 건넸다.“방금 오븐에서 나온 두리안 파이야.”온하랑은 그것을 받아 쇼핑백을 열면서 투정을 부렸다.“왜 이렇게 늦어요?”“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온하랑은 흥하고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두리안 파이를 한 조각을 집어먹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 안은 두리안 냄새로 가득 찼다.부승민은 두리안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두리안 냄새가 몸 전체에 퍼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가 창문을 열려고 했을 때 온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 추워요. 히터 좀 켜줘요.”부승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어쩔 수 없지.”착하고 얌전하기만 하던 온하랑이 맵고 작은 고추로 변했다.부승민은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만족했다.그는 그녀가 어젯밤에 일어난 일 때문에 자신을 미워하고 다시는 그를 모르는 체할까 봐 두려웠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런 작은 처벌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재밌게 느껴졌다.대학로 양꼬치 전문점에 도착했을 때 온하랑은 바로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부승민은 주차를 마치고 가게에 들어왔을 때 온하랑이 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음식점에서 거의 먹지 않았고 이렇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자리에서는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다.부승민은 온하랑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차 키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왜 룸에 안 앉았어?”온하랑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난 여기가 좋아요.”부승민은 그 말에 더 묻지 않았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시켰어?”“시켰어요.”부승민은 온하랑이 말한 시켰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그녀는 메뉴에 있는 모든 요리를 주문했다. 너무 많아서 한 테이블에 다 놓을 수 없었기에 웨이터가 다른 테이블을 준비해 줬다.이 양고기 전문점의 요리는 기본적으로 양고기로 만들어졌다. 매운
온하랑은 2개의 리넨 소파와 2개의 소가죽 소파를 골라 동영상을 찍어 김시연에게 보냈다.결국 김시연은 그중에 리넨 소파를 골랐다. 시원해 보이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온하랑도 좋아한 소파였기에 그녀는 행복하게 결정했다.하지만 부승민은 옆에서 한숨을 쉬었고 온하랑은 그를 째려보았다.부승민은 소파 비용을 전부 냈고 쇼핑 가이드는 오늘 오후에 집으로 배달된다고 말했다.가구점에서 나온 부승민은 연 비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어제 부승민이 술에 취해 온하랑의 몸을 봤을 때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부승민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 비서에게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연비서는 정확하게 조사한 결과를 그에게 보고했다. 그제야 부승민은 최동철이 온하랑을 호텔에 데려다주고 옷을 바꿔 입은 뒤 다시 호텔을 나서 아주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다시 돌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부승민에게 사진을 보낸 사람은 이 점을 무시하고 마치 고의로 그를 오해하게 만들려고 의도한 것 같았다.만약 그가 어젯밤에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일로 인해 계속 오해가 생겼을 거고 그의 마음속에 큰 가시가 되었을 것이다.아무리 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고 싶어도 때로는 일이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연비서는 사람을 보내 호텔 내부를 조사한 결과 온하랑이 구토해 호텔 방과 옷에 토사물이 묻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려진 온하랑의 옷을 한 청소 아주머니가 주워 깨끗하게 세탁하니 옷은 여전히 새것과도 같았다고 한다.연비서는 사람을 보내 청소 아주머니의 손에서 온하랑의 옷을 사 온 뒤 다시 세탁소에 맡겼다고 말했다.부승민은 전화를 끊고서는 차로 돌아와 그녀에게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또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그는 모두 그녀와 함께 갈 것처럼 행동했다.온하랑은 고민하더니 말했다.“백화점으로 가요.”“좋아.”두 사람은 중심가에 있
“우리 같이 뻔뻔해지자.”“누가 오빠하고 뻔뻔해지겠다고 했어요?”부승민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분도 지나지 않아 더 많은 부모님이 아이들과 함께 기차를 타기 위해 왔다.충분한 인원이 모이면 기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기차에 탔고 기차는 출발해서 쇼핑몰 주변을 돌았다.앞에서 쇼핑하던 고객들은 기차 소리가 들리자 모두 길을 양보하며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그들은 온하랑과 부승민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힐끔거렸다.젊은 사람들은 그들의 외모에 놀라며 기차를 타보고 싶어 했고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나이에도 기차를 타는 걸 신기하게 바라보았다.특히 연세가 많은 노인분들은 남자는 성숙하고 안정적이며 책임감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기에 부승민의 나이에 어떻게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작은 기차를 탈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젊은 사람이 생긴 건 기생오라바같이 잘 생겼네.’온하랑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진지하게 앞을 바라보았다.이에 온하랑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부승민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의 얼굴에 뽀뽀했다.온하랑은 심장이 쿵 하고 뛰어 재빨리 그를 밀어내고서는 누군가가 볼까 봐 두려워 가슴을 졸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잠시 지나가는 여러 사람과 눈을 맞춘 온하랑은 차분한 얼굴을 유지하면서 시선을 돌려 아무도 몰래 부승민의 허벅지를 몇 차례나 꼬집었다.작은 기차가 한 바퀴 다 돌자 두 사람은 기차에서 내렸다.“또 뭐 하고 싶은데?”부승민은 비소를 지으며 물었고 온하랑은 그를 흘겨보더니 돌아서서 떠났다.그는 온하랑의 뒤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갔다.몇 분 뒤 온하랑은 인형뽑기 기계 앞에서 멈췄고 고개를 돌려 부승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나 이거 갖고 싶어요. 뽑아줘요.”부승민은 앞으로 걸어가 인형 뽑기 기계를 바라보며 망설였다.“어떻게 뽑는데?”BX그룹의 대표는 처음 인형 뽑기를 해보는 것이었다
부현승의 여자 친구가 된 이후로 서혜민은 부씨 가문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터넷에서 부승민의 사진을 봤었다.하지만 온하랑과 부승민이 이혼 후에도 쇼핑하러 함께 백화점에 올 줄은 몰랐다. 혹시 다시 합치기라도 한 걸까?“네, 오빠.”온하랑은 부승민에게 서혜민을 소개했다.“여기는 셋째 오빠 여자 친구 서혜민 씨라고 해요.”부승민은 담담하게 서혜민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혜민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온하랑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신경 쓰지 마요. 원래 오빠 성격이 이래요. 혜민 씨 때문이 아니라.”서혜민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하랑 씨 안으로 들어와 보시겠어요? 매상에 신상들이 많이 들어왔어요.”“그럼 들어가 볼까요?”온하랑은 멈칫하며 말했다.서혜민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고 온하랑에게 봄 신상을 소개해 줬다.부승민은 인형을 품에 안고서는 온하랑의 뒤에 서 있었다.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으니 이제 봄옷으로 바꾸어야 할 때도 되었다. 온하랑은 봄에 입을 만한 긴 원피스를 몇 벌 골라 탈의실로 들어갔고 부승민은 한쪽 편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서혜민은 부승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하랑 언니하고 혹시 곧 재혼하시는 건가요?”부승민은 가볍게 말했다.“전 지켜야 할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서혜민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설명했다.“전 그냥.”그녀가 뒤에 말을 하기도 전에 부승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에 서혜민은 침묵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갑자기 부승민의 뒤에서 다정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큰오빠?”부승민은 살짝 몸을 돌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낯선 여자를 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내가 그쪽을 아나요?”이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명품으로 패셔너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한정판 가장을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일부러 그에게 말을 걸려는 여자는 아닌 것 같
“그래요?”서혜민은 그들을 배웅했다.“잘 가요.”온하랑과 부승민이 떠난 뒤 서혜민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자 한가한 동료가 다가와 그녀에게 말했다.“혜민 씨 방금 저 두 사람 혹시?”서혜민은 이런 반응에 익숙해진 듯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제 남자 친구의 형수예요.”“혜민 씨 너무 부럽다. 어떻게 그런 좋은 남자 친구를 사귀었어요?”서혜민은 웃으며 겸손하게 말했다.“부러워할 거 없어요. 재벌 집 며느리도 쉬운 게 아니에요.”“평범한 가정의 며느리도 마찬가지예요.”몇 마디를 나눈 뒤 두 사람은 각자의 일을 보러 갔고 서혜민의 동료는 말없이 그녀를 째려봤다.고작 몇 마디를 나눴다고 자기 자신을 ‘재벌 집 며느리’라고 칭했다.아직 재벌가에 정식으로 입성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도 말이다.매장에서 나온 온하랑은 여전히 표정이 차가운 부승민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요?”부승민이 대답했다.“현승이가 보는 눈이 없네.”온하랑은 순간 전에 둘째 이모님이 불만스럽게 말씀하시던 것이 생각났다.그때 이틀 동안 부현승은 일 때문에 바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둘째 이모님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현승에게 말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부현승은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역시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네요. 아무래도 셋째 오빠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나봐요.”“네 말이 맞아.”부승민이 말했다.“난 너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고.”온하랑은 그를 째려봤다.그는 그녀가 짝사랑했던 도도하고 멋있었던 오빠에서 이제는 이미 느끼하면서도 유치한 초딩처럼 변했다.두 사람은 늦게 일어났기에 밥을 먹었을 때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오후 시간도 휙휙 지나갔고 저녁이 되지 두 사람은 마라탕을 먹었다.온하랑은 매운 마라탕을 시켰고 부승민은 적응이 안 되는 맛에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세상에 왜 이런 걸 먹는 거지?’갑자기 차라리 양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
록 음악이 끝났지만 댄스 스테이지에 있는 남녀들은 여전히 음악에 흠뻑 취해 있었다.방금 노래를 부른 가수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무대 위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잔잔한 노래의 인트로가 나왔다. 가수는 무대 뒤에서 마이크를 부승민에게 넘겨주었다.부승민은 무대 위로 올라가 조명 아래 섰다.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은 사람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하늘에 별이 떴네요...”그의 목소리가 반주와 함께 들려왔다. 차갑고 아득하면서도 애정이 가득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이진혁 가수의 ‘만약 사랑이 운명이라면’이라는 곡이었다.“내가 또 그리워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나요. 바다에 빛나는 달빛처럼. 얼마나 사랑은 멀리서만 볼 수 있는지...”온하랑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부승민을 바라보며 눈썹을 씰룩거리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어 동영상을 찍었다.그녀는 이전에 부승민이 노래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예전에는 부승민이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노래를 잘할 줄은 몰랐다.처음에 그녀는 그를 놀려줄 생각이었지만 그의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게 되었다.“어렸을 때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의 사랑은 바람결에 흩날리는 한숨조차 들르지 않을 만큼 깊었다고 믿었어. 사랑이 뭔지 누가 알겠어? 짧은 만남이었지만 평생토록 잊을 수 없는...”그가 부르는 부드러운 가사가 한 줄 한 줄 그녀의 마음을 울렸다.그녀는 한때 이 결혼 생활을 잘 이어 나가면 영원히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현실은 항상 잔인했고 그에 비해 그녀의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아름다웠다.그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았다.결국 두 사람은 헤어질 운명이었다.사랑이 뭔지 누가 알까?청춘의 사랑은 결혼의 실패를 경험한 뒤에도 아직 잊히지 않았다.노래가 끝난 뒤 온하랑은 주위를 둘러봤다. 많은 사람이 무대 위의 신인 가수를 보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새로 온 가수인가? 너무 잘 생겼다.”“젠
‘뭐야? 낮에 옷 매장에서 봤던 무례한 쇼핑 가이드도 그렇고. 대체 이 강남이라는 곳은 뭐지? 왜 서비스하는 직원들은 모두 이상한 거야?’그녀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이 봐요. 길에 서서 뭐 하는 거예요? 눈 안 달렸어요? 이 옷이 얼만 줄 알아요? 이거 1천6백만 원인데 물어줄 수 있어요?”웨이터는 재빨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옷은 세탁하시면 안 될까요? 제가 세탁비를 드리겠습니다.”“세탁비? 내가 그깟 세탁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물어내요. 1천6백만 원. 한 푼도 빠짐없이.”웨이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손님 일단 진정하세요.”“당신들 매니저 어디 있어?”“제가 불러들일게요. 어차피 저도 그만두려고 했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에요.”서수현도 어이가 없었다. 부딪혔을 뿐인데 이렇게 싹수가 없는 사람과 부딪힐 줄은 누가 알았을까? 자기가 부딪쳐 놓고 되레 화를 내고 있었다.“당신. 나 신고할 거야.”“신고하세요. 스스로 잡혀가시게요?”온하랑이 다가왔다.소리를 지르던 여자는 온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뭐야?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하지 말고 가던 길 가세요?”“참견하는 게 아니라 이분이 제 친구라서요.”온하랑은 웨이터 옷을 입고 있는 서수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수현은 온하랑의 말을 듣고 살짝 마음이 켕겼다.온하랑처럼 좋은 사람과 그녀는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온하랑은 감시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감시 카메라가 방금 다 찍었을 거예요. 그쪽이 직접 와서 부딪혀 놓고 왜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잘못은 없는 것처럼 말해요? 그리고 수현 씨가 먼저 세탁비 드리겠다고 정중하게 제안했잖아요. 그런데도 신고하고 싶다면 하세요. 우리도 끝까지 갈 거니까.”소리를 지르던 여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그녀는 온하랑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보면 볼수록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그러다가 방금 웨이터가 이 여자를 하랑 씨라고 불렀던 것이 떠올랐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
서수현은 마침내 무슨 일인지 이해했다. 온하랑과 그 앞에 서 있는 막무가내인 여자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사이 온하랑은 그녀에게 먼저 가 보라고 눈짓을 보냈다.하지만 서수현은 그냥 갈 수가 없었다. 그녀가 떠나면 임연지가 모든 일을 온하랑에게 걸고넘어질 것이다.임연지는 경찰에 신고할 마음이 없었기에 그저 온하랑을 사납게 쳐다보고서는 몸을 돌려 떠났다.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임연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온하랑은 시선을 돌려 서수현에게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네 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하랑 씨.”“아니에요. 방금 수현 씨가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오늘이 여기서 마지막 출근이라고요?”“네.”서수현이 설명했다.“전에는 아버지 몸이 안 좋으셔서 제가 휴학을 했었던 거예요. 이제 아버지 몸이 좋아지셔서 다시 복학하려고요.”“아저씨가 다시 건강해져서 다행이에요.”“감사합니다. 그럼 전 여기 치울 것 좀 갖고 올게요.”“그래요. 어서 가 봐요.”온하랑도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자리였던 부승민의 맞은 편에 한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임연지였다.부승민이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임연지도 그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임연지가 방금 다급하게 자리를 피한 것도 부승민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였다.복도를 떠났을 때부터 임연지는 부승민을 찾아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러고는 부승민의 맞은편에 앉아 입을 열었다.“안녕, 잘생긴 오빠. 우리 또 만났네요.”부승민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가 만났었나요?”순간 임연지는 말문이 막혔다.‘내가 그렇게 기억에 남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야?’임연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백화점에서 봤었잖아요.”“아 넘어졌던 분인가요?”임연지는 넘어진 적이 없었다.넘어졌던 사람은 분명 부승민에게 찝쩍거리려고 했던 다른 여자일 것이다.그녀는 화제를 바꿔 말했다.“오빠처럼 잘생긴 사람이 노래까지 잘 부를 줄은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