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어요?”강우연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혈육이 몸져누웠는데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강학주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몰라. 지금 응급수술 중이야.”“하, 강우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를 와? 다 너 때문에 할아버지가 심장병이 도진 거잖아!”강희연이 달려들어 강우연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었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강희연, 그 입 조심해!”단 한마디에 강희연이 겁에 질려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다.“한지훈, 설마 병원에서 폭력을 벌이려고? 넌 이제 북양 총사령관도 아니잖아! 권력으로 우릴 찍어 누를 생각은 이제 집어쳐!”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렸다.강문복이 다가오며 싸늘한 눈빛으로 딸을 노려보았다.“너도 그만해!”그는 냉랭하게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우연아, 할아버지는 너 때문에 충격 받아서 쓰러진 거야.”“저요?”강우연이 당황했다.강문복은 그녀에게 숨 쉴 기회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네가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고 위슬린 씨의 계약을 독점한 걸 할아버지가 아셨거든. 할아버지는 배신감에 힘들어하시다가 심장병이 발병한 거야. 쓰러지기 전에 할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 강우연 네가 강운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그 말에 강우연은 침묵했다.옆에서 듣던 서경희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딸, 너 회사 창업했어? 해외 단체 대표랑 계약한 거야?”강우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딸 능력 좋네!”서경희는 싱글벙글 웃더니 고개를 돌려 강문복을 노려보며 말했다.“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당신들이 무능해서 계약을 못 따낸 게 왜 우리 우연이 탓이에요? 영감님이 쓰러진 거랑 우리 우연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입은 비뚤어도 말은 바로 해야죠!”강우연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나서줬다는 사실에 놀랐다.그녀뿐만 아니라 옆에서 핸드폰이나 보고 있던 강신 마저 강우연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목청을 높였다.“맞아요! 우리
강우연은 그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어요, 할아버지.”그제야 노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문복은 뒤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얼마 후, 강우연과 한지훈은 병실을 나왔다.강문복이 뒤따라오며 소리쳤다.“우연아, 할아버지한테 약속한 거, 꼭 지켜야 한다. 이번 투자건에 대해….”강우연이 말했다.“내일 회사로 오세요.”“그래, 그래!”강문복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사람이 병원을 나오는데 서경희와 강신이 뒤쫓아왔다.“우연아, 잠깐만.”“엄마, 무슨 일인데?”강우연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얘는… 무슨 일이긴. 너 새 회사 설립했다면서? 게다가 해외 투자 단체에서 투자까지 받았다며? 내가 듣기로 거기서 이번에 1조를 투입하기로 했다더라? 신이가 요즘 회사에서 하는 일이 없잖아. 큰아버지가 신이를 중용할 리도 없고. 차라리 신이 회사 그만두고 너희 회사로 가서 출근하게 하는 건 어때? 직급은 부장 정도가 좋겠네.”서경희는 대놓고 요구했다.강신도 당연하다는 듯이 기고만장하게 말했다.“맞아, 누나. 나 그 회사에서 일 그만하고 싶어. 누나 회사로 보내줘. 나 정도 경력이면 이사 정도는 달아줄 수 있잖아.”강우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신아, 미안하지만 우리 회사는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남는 자리가 없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 말에 서경희의 안색이 돌변했다.“강우연, 이제는 잘나간다고 엄마랑 동생도 무시하는 거야? 그까짓 회사 생겼다고 가족한테 이래도 되는 거냐고!”“누나! 그러면 안 되지! 아까는 우리가 누나 편에 서줬잖아!”강신도 굉장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우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렸다.옆에 있던 한지훈이 나서며 싸늘하게 말했다.“경고하는데 우연이랑 얘기할 때 태도 단정히 하세요!”서경희와 강신이 화들짝 놀라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딸, 신이는 네 동생이잖아. 누나가 잘되면 동생을 이끌어 주는 건 당연한 일 아
며칠 뒤, 강우연은 강운그룹과 투자 협업 계약을 체결하고 위슬린 상단의 일부 업무를 강운그룹에 위임했다.강신은 평사원의 자격으로 입사했다.처음에는 불만을 표했지만 한지훈의 싸늘한 시선 앞에 이내 꼬리를 내렸다.그렇게 강우연의 새 회사와 위슬린 상단의 협업이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했다.강우연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반면 한지훈은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도설현이 그를 찾지 않은지도 한참 되었다.북양 총사령관에서 해임한 후, 그가 신경 써야 할 업무도 줄었다.한지훈이 별장에서 느긋하게 운동이나 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담벽을 넘어서 소리 없이 착지하더니 그의 앞으로 와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용린, 신룡전의 주인을 뵙습니다!”뒤돌아선 한지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에게 말했다.“일어나.”검은색 잠행복을 입은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한지훈과 얼굴을 마주했다.그는 신룡전의 4대용존 중 한 명인 용린이었다.무도의 경지는 이미 2성현수의 경지를 돌파했다.“원씨 가문에 대해 조사하라는 건 어떻게 됐어?”한지훈이 물었다.용린이 공손하게 답했다.“단서가 좀 잡혔습니다. 강북에 기영증권이라고 원씨 가문의 끄나풀이 있는데 그쪽이 원씨 가문의 중요한 자금줄인 것 같습니다.”“기영증권은 강북에서 입지가 아주 탄탄한 회사예요. 강북의 6대 가문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가문 중에 여섯 명의 군왕급 실력자가 보좌하고 있고 전신급 무인도 한 명 있습니다.”“강북의 기영증권이라!”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용왕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용린이 물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기영증권 자제 중 전신급 실력자는 어느 부대 출신이지?”용린이 고개를 저었다.“부대 출신이 아닙니다. 저희가 찾은 단서로 봤을 때, 경내에 사절이라는 조폭세력이 있는데 그 조직의 수장 중 한 명입니다. 인성이 포악하고 수단이 잔인무도하기로 소문난 인물이에요. 단지 기영증권에서 그자의 보호막이 되어 주고 있어 이 조직은 강북의 여러 지방에
현 시각 공항에는 무장한 경호원이 여기저기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강북의 세력 가문과 기업인들이 전부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갑자기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와! 저기 봐! 기영증권에서도 나왔네!”“해외 출신 투자자가 귀국한다는 소식에 기영까지 출두했어!”“기영뿐이 아니라 다른 6대 가문 수장들도 다 왔는데?”순식간에 공항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람들의 시선 속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인파를 뚫고 대기실의 맨 앞쪽에 자리했다.맨 앞에 선 사람은 기영증권의 대표이자 가문의 가주인 길종문이었고 그의 옆에는 동생 길천호와 길용호가 자리했다.그들의 뒤에는 가문의 정예 경호원들이 실탄을 장전한 채 자리했다.기영증권 일가의 등장에 수만은 여론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적지 않은 강북의 재벌가와 기업인들이 그들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길종문은 오만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그는 깡마른 체격에 날카로운 콧대와 눈매의 소유자였다.그의 동생 길천호는 장대한 체격에 온 얼굴로 살기를 뿜고 있었다.길용호는 스타일리시한 옷차림에 깔끔한 스타일이었지만 딱 봐도 놀기만 좋아하는 재벌가 도련님의 이미지였다.그는 의아한 얼굴로 아버지에게 물었다.“아버지, 굳이 저까지 올 필요가 있었나요? 오늘 친구들이랑 카레이싱 가기로 약속했는데요.”길종문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소리 낮춰! 사람들도 가득한데 품위 좀 지키면 안 되니? 오늘 오시는 손님이 우리 기영에 큰 도움을 주실 귀한 손님이야! 무려 500억 달러나 되는 투자금을 약속했다고! 이 돈이면 다른 가문들을 다 잡아먹고도 남아!”길용호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아까 올 때도 말씀하셨잖아요.”이때, 강북의 재계 1위인 심천하가 길종문 일가를 보고 다가와서 공손히 인사했다.“길 가주님도 여기 오셨네요.”길종문은 심천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재계 1위인 심 대표도 왔는데 당연히 우리도 와야지요.”심천하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제
해외에서 주로 도박시설과 무역 사업을 하는 온씨 가문도 있었다.6대 가문의 수장들의 등장은 현장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가주들은 인사하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이미 미묘한 경쟁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해외에서 귀국한 투자자라고만 들었지 대체 누구인지 혹시 아는 사람이 있나요?”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다.“모르죠. 돈만 엄청나게 많다는 것만 알아요. 해외에 5천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대요.”“5천억 달러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숫자인가요? 대체 뭘 해서 돈을 그렇게 많이 벌었대요?”“그거야 모르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로스차일드 가문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사람들이 이 해외 투자자에 대해 궁금증을 불태우고 있을 때, 드디어 비행기가 착륙했다.맨 앞에서 내린 한지훈은 온몸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그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일부러 귀티 나 보이게 단장에 신경 썼다.그의 뒤를 용린이 따르고 있었다.“용왕님, 도착했습니다. 공항 대기실에 강북의 6대 세가의 가주들과 재계 1위 심천하가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용린이 공손하게 말했다.한지훈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비웃듯이 말했다.“거기서 기다리라고 해. 우린 다른 통로를 통해 나갈 거니까.”“네!”용린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참, 내가 이번에 강북에서 대리인을 찾을 거라고 소문을 흘려. 나 대신 용국의 투자 시장을 관리할 사람을 말이야. 그리고 강북에 대한 투자는 첫 시작이고 앞으로 더 많은 곳에 투자할 거라고도 전해. 다만 대리인은 한 명만 뽑을 거고 그들의 야망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경쟁에 임하는 태도를 중점으로 보겠다고도 전해.”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용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면 강북 전체가 엉망진창이 될 텐데요? 투자를 받기 위해서 서로 죽이고 싸우는 상황이 형성될지도 몰라요.”“내가 원하는 게 그거야.”한지훈은 담담한
심천하는 공손히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예, 백 선생.”잠시 후, 용린이 안으로 들어왔다. 심천하는 공손히 용린에게 허리를 숙였다.“용왕님, 금방 입수한 소식인데 원씨 가문에서 며칠 안에 강북으로 대표를 파견한답니다. 아마 기영증권의 수장과 접선을 시도할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 5백억 달러 투자에 대해 의논하러 오는 듯합니다.”용린이 말했다.한지훈은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미끼를 물었네. 그렇다면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지.”말을 마친 그는 탁 트인 창문 앞으로 다가가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그 시각, 길종문의 저택.길종문은 굳은 표정을 하고 분노한듯 테이블을 쾅쾅 두드렸다.“심천하, 이 얍삽한 자식! 감히 나를 무시해?”“형님, 이제 어떡할까요? 심천하 그 자식은 백 선생의 행방을 알고 움직이는 듯합니다. 아마 투자를 독식하려는 것 같아요.”길천호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보기엔 차라리 사람을 보내서 심천하 그 자식부터 없애버리는 게 좋겠어요. 그 자식 요즘 너무 건방져요! 안 그래도 거슬리던 참이었어요.”“멍청한 소리!”길종문이 버럭 화를 냈다.“단순히 재력만 따지면 강북에서 심천하를 따라갈 자는 없어. 배후에서 누가 밀어주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쉽게 그 놈에게 이빨을 드러냈다가 우리가 역으로 당하는 수가 있어! 게다가 사람들이 다 바보로 보여? 심천하가 죽으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게 되는 건 우리라고!”그 말에 길천호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그럼 어떻게 합니까? 설마 이대로 심천하 혼자 백 선생과 접촉하게 가만히 두실 건가요? 그러다가 정말 다 빼앗기게 생겼다고요!”길종문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급할 거 없어. 이미 사람을 보내 심천하를 감시하게 했으니까. 그쪽에서 움직임이 있으면 우리도 알 수 있을 거야.”“원씨 가문에서 대표로 누군가가 우리 쪽으로 올 거야. 그 전에는 절대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아.”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집사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
당당히 상석을 차지한 원지용이 차를 마시며 본론부터 꺼냈다.“길 가주님, 가문에서 저를 보낸 목적은 간단합니다. 기영증권을 도와 그 해외 투자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거요. 계약이 성사되면 7대3으로 이윤을 가져가는 겁니다. 이의 없으시죠?”“7대3이요?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럼 우린 뭘 먹고 살아요!”길천호가 불만을 토로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원지용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날카로운 눈매로 길천호를 응시했다.길종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동생을 훈계했다.“무례하다! 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당장 원 선생한테 사과하지 못할까!”“하지만 형님, 7대3은 너무한 거 아닙니까….”길천호는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가주의 명령이다. 사과하라면 사과해!”길종문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짝!말을 마친 그는 손을 번쩍 치켜들어 동생의 귀뺨을 때렸다.길천호는 그제야 형님이 진심으로 화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급히 원지용에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원 선생. 제가 실언했습니다.”원지용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해합니다. 이의가 있으면 말하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이건 가문에서 정한 일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기영증권에서 입장이 그렇다면 제가 따로 장로님들께 전해드리겠습니다.”“아… 아닙니다! 원 선생이 말씀하신 대로 진행하시죠! 제 동생이 사지만 발달했지 사업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그냥 무시하면 됩니다.”길종문이 다급히 말했다.“가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원지용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가 물었다.“그 백 선생에 관해 알아낸 게 좀 있습니까?”길종문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죄송합니다. 백 선생에 관해 외부에 알려진 정보가 너무 없어서 알아내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그 말에 원지용의 표정이 사납게 굳었다.길종문은 다급히 해명했다.“더 큰 문제는 누군가가 우리와 백 선
다음 날.기영증권에서 이브닝 파티를 주최한다는 소식이 강북 전체에 퍼졌다.이번 파티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 등장할 거라는 예고도 함께 공개했다.소식이 전해지자 강북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기영증권은 이번에 사회 가계 유명인사들을 전부 불러모았다.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5대 가문과 심천하도 당연히 초대를 받았다.심천하의 별장.심천하는 초대장을 손에 들고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길종문 이 능구렁이가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대표님, 꼭 참석해야 합니까?”옆에 있던 노집사가 그에게 물었다.심천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차 대기시키세요. 백 선생을 만나야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바로 출발하여 한지훈이 투숙 중인 호텔로 향했다.스위트룸으로 들어간 심천하가 말했다.“백 선생, 이번에 기영증권에서 대형 파티를 주최하고 강북의 유명 인사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제가 가는 게 맞을까요?”뒤돌아선 한지훈이 덤덤하게 말했다.“가야지. 선물도 꼭 준비해서 가.”“선물이요?”심천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지훈은 심천하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말했다.“기영증권이 왜 이 시점에 파티를 주선했을까?”“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쳐 주시지요.”심천하가 겸손하게 말했다.“원씨 가문이 시켰을 거야.”이때, 용린이 안으로 들어오며 담담히 말했다.“용왕님, 원씨 가문의 대표가 어제 길종문네 집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번 파티에서 그 대표의 실물이 공개될 겁니다. 아마 심 대표님과 용왕님을 표적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저요?”심천하는 오리무중이었다.용린이 웃으며 말했다.“심 대표님의 배후에 아주 대단한 분이 계신다는 건 강북의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 배후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내일 밤 파티에서 원씨 가문에서 온 대표와 길종문은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겁니다. 그들은 심 대표님 배후에 누가 있는지 궁금하겠죠. 건드려도 되는 인물인지, 아니면 피해야 하는지 말이죠.
젊은 남자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승 사제가 여긴 어쩐 일인가?” 초천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인사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승소천에게 다시 한번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초천서마저도 이렇게나 존중의 뜻을 보이는 사람이란 건, 훗날 반드시 약종의 미래가 될 거라 확신했다. 비록 승소천의 실력은 단지 일성 사령관뿐이긴 하지만, 약종 사람들은 전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방 그리고 얼마나 많은 처방을 숙달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약종이 무종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약종의 환산 고단 덕에 무종의 문인 제자들이 초기 단계인 1~2년 내에 경지를 빠르게 향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약 영역에서 능력이 출중한 약종 문인일수록, 무종의 추앙을 더욱 많이 받게 되자 무종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설령 그들이 전신계, 심지어 군왕계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감히 건드릴 사람이 없게 된다. 만약 약종의 우두 머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그건 곧 수많은 종문의 미움을 사는 것과 같게 된다. “초 선배님, 약 10년 동안 만나 뵙지 못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승소천은 초천서과 악수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그 말은 즉, 초천서 역시 이전에 항산 약종의 제자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승소천과는 일통상맥하는 형제 사이라니? 뜻밖의 상황에 유준혁의 마음은 조급해났다. 그는 본래 약종 사람이기에, 초천서와 승소천 같은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초천서 한 사람만으로도 약왕파를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승소천마저 등장하게 됐으니, 그 결과는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러분, 전 천부성에서 시독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방금 복도에서 강 대표의 손에 해독제인 단방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사실인가요?”승소
그는 국가가 필요로 한다는 한마디 말로, 일을 크게 과장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강우연이 단방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면을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단지 평범한 여자였다면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러나 그녀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아내이다. 그렇게 단 한마디로, 강우연은 궁지로 몰리게 됐다. “그래, 낙천우의 말이 맞아. 이건 우리가 너희들더러 단방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야! 북양 왕은 줄곧 백성들을 지키느라 애를 썼는데, 설마 강 대표는 이 백성들이 비참하게 죽는걸 빤히 보고만 있을 거라는 거야?”이때 나장명과 낙천우의 뒤에 서있던 한 노인이, 수염을 매만지며 흉악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주시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 대표, 고작 처방전 하나뿐으로도 백성들을 구해낼 수 있다잖아. 만약 나였다면 진작에 목숨까지 바쳤을 거야?” 또 다른 한 노인이 무리를 비집고는 앞으로 나와 늠름한 척하며 말했다. “고작 처방전 하나요?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이 팔극연명단방, 실제로 사람의 피가 들어있긴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어르신, 그럼 차라리 흔쾌히 피를 내주시죠!”“본인이 스스로 뱉은 말이니, 백성들의 생명을 구해내고 싶다면 어디 한번 목숨 바쳐 봐!”유준혁은 이를 갈며 강우연의 몸 앞을 막고는, 눈앞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방금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냅다 말을 내뱉은 노인은, 사실 목숨을 바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 한 방울 바치는 것도 매우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당신들 대체 뭔데? 날 만만하게 보지 마. 설령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너희들 단방 얻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게다가 강 대표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와이프인데, 너희들이 이렇게까지 핍박하는 건 더 이상 북양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야?”유준혁은 이 틈을 타, 강우연의 정체를 들먹이며 그녀의 배후에 북양 왕 한지훈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 문주, 이번에 얼마나
황약사는 그저 차갑게 웃었다. “문주 님, 하지만... 만약 저희 약왕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희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이내 대장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찾아 모습을 드러내려는 거야. 그냥 내가 말한 대로 해!”황약사는 대장로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네!”황약사의 단호한 태도한 태도에 대장로는 황급히 물러났다. 한편 그 시각, 강우연과 유준혁은 이미 천부성에 도착하였고 제1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병실에는 이미 시독에 중독된 환자들이 가득 누워 있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줘. 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너무 괴롭다고!” 병상에 누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강우연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 내용 그대로, 환자들은 온몸에 검은 고름이 흐르고 피부와 근육까지 짓무르고 있었다. 너무 참담한 나머지 한 번 보고 나서는 다시는 차마 직시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 이 사람들 너무 안타까워요. 아니면 저희 먼저 팔극연명단방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유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안 되면 다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강우연은 유준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내 유준혁은 급히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그 속에서 10여 알의 팔극연명단방을 쏟아내고는, 간호사더러 펄펄 끓는 물을 좀 가져 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팔극연명단방을 끓는 물에 완전히 녹인 후, 증상이 가장 심한 몇 명의 환자들에게 탕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약효를 증강하기 위해 유준혁은 특별히 또 몇 알의 일반 단약까지 녹여, 환자들을 도와 몸에 발라주었다. 그날 밤, 병세가 위중했던 환자들은 다행히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는 더 이상 고름도 나지 않았다. 단 오후의 처치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자, 이 소식은 병원을 떠들썩하게
“맞아요, 시독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에 게다가 현재 병원은 전혀 속수무책입니다. 매일 거의 수백 명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어요. 이 상황에 저희가 손을 떼는 건 말도 안 돼요!”유준혁도 나서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이번 일은 한 선생님과 다시 한번 상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도청 전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강우연은 빠른 걸음으로 2층 침실로 올라가, 자초지종을 한지훈에게 털어놓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며칠간의 요양을 거쳐 한지훈의 상황은 이미 많이 좋아졌다. 다만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적어도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가끔 주먹도 몇 번 내뻗을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몸은 피곤했다. “시간은 절대 저희를 기다리지 않아요. 반드시 지금 즉시 천부성으로 가야 해요. 만약 팔극연명단방이 정말 해독할 수 있다면 저희는 수많은 백성들을 구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강우연은 평범한 여성이긴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은 가득했다. “네 생각도 괜찮은 것 같아. 다만 현재 내 몸 상태로는 나설 수가 없어. 차라리 이렇게 하자고. 일단 유 문주 님이랑 같이 먼저 천부성으로 가. 난 며칠 후에 도청전인과 함께 갈게!”한지훈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 의견을 밝혔다.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전 유 문주 님이랑 천부성으로 갈게요!”강우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준혁에게 다가가 한차례 교대했다. 이튿날 아침, 강우연과 유준혁은 천부성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막 이륙하자마자 낙씨 집안은 정보를 받게 되었다. “할아버님, 좋은 소식 있습니다. 강우연이 역시나 저희 계략에 걸렸습니다! 이제 그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낙천택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니야! 이 시독은 팔극연명단방만 해독시킬 수 있어. 강우연이든 황약사든
게다가 시독에 중독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고통을 받으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시독은 매우 오래된 큰 무덤을 파헤쳐진 뒤 방독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로 대규모의 전파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낙씨 집안이 꾸며낸 음모라고는 의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날 밤, 낙씨 집안 수십 명의 문인 제자들은 일제히 천부성의 각 수원으로 향하여 흰색의 물약 한 병을 수원에 내다 부었다. 그렇게 짧디짧은 이틀 사이에 천부성에는 수천 명이 병으로 쓰러지게 됐고, 또 하나같이 온몸에 검은 반점이 돋기도 했다. 이 검은 반점들은, 밖으로 고름까지 흘러나올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피부가 벗겨지게 되어 어떤 약물을 써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내 이 소식은 아주 빠르게 천성에 퍼지게 됐다. “사모님, 큰일 났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도청 전인은 강중의 신문을 들고는 재빨리 강우연에게 건네주었다. 그 위에 실린 헤드라인 기사는 바로, 천부성의 괴질에 관한 보도였다. “사모님, 지금 천성 내의 각 약종들 그리고 제약 기업들이 모두 천부성으로 향하고 있는 중입니다!”“대부분의 약종들은 이것이 일종의 시독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각 병원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치료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고 이 괴질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더욱 영문을 모르고 있습니다!”“저희도 사람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강우연은 신문지를 들고는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유 문주 님은 어디 계세요? 당장 저 찾아오라고 하세요!”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미 이쪽으로 달려오고 계십니다. 제가 보아하니 이번 일은 전반 용국에 일으킨 파장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이 괴질은 전파속도도 아주 빨라 환자의 피가 묻게 되어도 전염된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건 시독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도청 전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말에 강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약종은 비록 기기와 설비 방면에서는
한지훈이 독이 풀렸다는 말을 듣게 되자마자, 낙천우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을 잃게 되고는 거듭하여 용서를 빌었다. “사모님, 이 놈 어떻게 처리할까요?”도청 전인은 천천히 보검을 꺼냈다. 낙천우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고작 일성 준사령관의 실력에 머무를 뿐이었다. 강우연을 상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하물며 5성 용급 천왕계의 도청 전인이라니? “사모님, 한 선생에게 독을 먹인 건 제가 아닙니다! 저... 저는 그저 낙씨 집안의 보잘것없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낙천우는 강우연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연신 절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 사실 강우연은 방금까지만 해도 그를 죽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낙천우가 말한 바와 같이, 그는 진정 독을 넣은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낙씨 집안과의 관계는 최대는 완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필경 맺힌 원한은 풀어야 하니까. “됐어요, 어르신. 돌려보내세요! 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 그대로 낙씨 집안에 전해. 더 이상 허튼 생각하지 말라고!”강우연은 말을 마치고는 더 이상 낙천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몸을 돌려 2층 침실로 돌아갔다. 도청 전인은 낙천우를 차갑게 쳐다보았고, 손에는 장검을 들고 있었다. “선배님, 방금... 방금 강 대표께서 저를 풀어주라고 하신 거 들으셨죠! 그러니... 이렇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청 전인은 다시 한번 따귀를 때리고는 그를 마당으로 쫓아냈다. “낙씨 집안으로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는 마!”낙천우는 이를 악문 채, 땅에서 구르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한편으론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흥!”뒤이어 낙천우는 발을 동동 구르며 몸을 돌려 한 씨 별장을 성큼성큼 떠났다. 밖에 나오자마자 낙천우는 급히 전화를 꺼내 낙씨 집안 가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연락을 보낸 사람은 바로, 낙씨 집안 제2세대의 가주인 낙천택이었다. “일은 어
“낙천우? 낙씨 집안사람이 찾아왔다고요?”강우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장 만나! 대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한번 지켜봐야겠어!”한지훈은 무기력하게 강우연을 향해 말했다. 사실 도청 전인이 이 자리에 있는 한, 낙씨 집안사람들은 큰 일을 일으킬 수 없었다. “좋아요!”그 말에 강우연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청 전인을 향해 말했다. “어르신, 낙천우더러 거실에서 저를 기다리라고 하세요!”“네!”도청 전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연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거실에 도착할 무렵, 스물 다섯 정도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무덤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강우연이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서지 않고 차갑게 웃었다. “당신이 바로 강우연이지? 내 예상이 맞는다면, 지금 한지훈은 혼수상태에 빠졌을 거야. 게다가 반쪽 발은 이미 저승길 문턱에 들어섰겠지!”“너!”강우연은 낙천우가 이렇게까지 도발적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연기를 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너희 낙씨 집안사람이 내 남편한테 독을 먹인 거지?”강우연이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에이, 그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니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 나한테는 치료제가 있어! 만약 날이 밝기 전에 한지훈에게 먹인다면, 아마도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만약 시간이 지체된다면, 그때는 속수무책이 될 거야!”낙천우는 강우연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감히 한 선생에게 독을 먹이고 직접 집까지 찾아오다니, 담이 아주 크구나!” 도청 전인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낙천우는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도청 전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왜, 너 나랑 싸우고 싶은 거야? 우리 낙씨 집안의 유일무이한 해독제가 아니라면 내일 아침 날이 밝자마자 한지훈은 저승길에 오르게 될 거야!”“그리고 눈치라도 있다면 당장 팔극연명단방을 내놓아. 그렇지 않으면 해독제를 얻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다. 로비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황 약사는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우연이 갑자기 급하게 뛰어내렸다. “큰일 났어요, 지훈 씨... 지훈 씨가 피를 토하고 있어요!”강우연은 초조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말에 황 약사는 급히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의 침실로 향했다. 한편 한지훈은 검은색의 피를 크게 토하고 있었다. 그제야 황약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검은색의 피를 토해내면 한 선생은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이내 황약사는 은침 두 개를 꺼내 한지훈의 큰 혈 두 곳에 힘껏 찔렀다. “푸!”황약사의 은침이 한지훈의 혈도를 찌르자마자, 한지훈은 큰 피를 뿜어냈다. 강우연은 한껏 긴장한 얼굴로 한지훈과 황약사를 번갈아보았고, 유준혁조차도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검은 피를 토하고 나서야 한지훈의 상황은 많이 안정되었다. 강우연은 고개를 숙인 채 병상의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한지훈의 얼굴색은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여보!”그제야 강우연은 급히 병상 앞으로 다가와 한지훈의 손을 잡았다.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주위 사람들을 흘깃 보았다. “나...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야?”방금 깨어난 한지훈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있었다. “한 선생께선 중독되셨습니다. 지금 누워계신 건 당신의 침실이고요. 비록 독이 풀리긴 했지만, 너무 깊게 중독됐었기에 한동안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황약사는 한지훈의 맥박을 짚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한지훈은 더 이상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황 문주 님 감사합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황약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황약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모든 건 우리가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비록 한 선생의 실력이 매우 높긴 하지만, 무종 특히는 약종에서는 독을 사용하는 고수들이 너무나
이내 도청전인은 급히 대장로를 데리고는 한지훈의 침실로 향했다. 대장로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는 자신의 품에서 대나무 통 하나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대나무 통을 한지훈의 입에 갖다 대고서는, 천천히 탕약을 그의 입에 넣었다. “대장로 님, 이 약을 먹고 나서 얼마나 지나야 한 선생이 깨어날 수 있는 건가요?”도청전인이 상냥하게 물었다. 그러자 대장로는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저도 사실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여 저 또한 감히 확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게다가 문주께서는, 그 누구도 한 선생의 병세를 함부로 의논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까지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쫓아낼 거라요! 그러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대장로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의 침실을 떠났다. “사모님, 황 약사가 아직 떠나지 않은 이상 구원받을 기회가 남아 있을 겁니다!”이때 옆에 서있던 유준혁도 작은 소리로 강우연에게 말했다. 물론 강우연은 도청전인과 유준혁 모두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겨우 눈물을 참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손을 살짝 흔들고는, 혼자 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로비로 돌아온 도청전인과 유준혁은, 마침 소곤소곤 속삭이고 있는 황약사와 대장로를 발견하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황 문주 님, 대체 어떻게 된 일인건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한 선생님의 상황은 대체 어떤가요?”황약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한 선생은 심한 중독에 빠지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은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아시나요?”유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은 제가 평생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어서,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그 이유는, 독이 기절음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안색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독은 오히려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만약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