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사람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경악한 표정으로 용이를 바라보았다.하얀 도목을 입은 제자들은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았다.아룡은 칠성파 도장에서 허임호를 제외하고 실력이 가장 뛰어난 무인이었다.이미 준 병왕급을 돌파한 실력자가 이렇게 힘도 한번 못 써보고 쓰러진 경우는 없었다.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이면 아룡 같은 사람을 한 주먹에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도장 제자들의 얼굴에 짙은 두려움이 서리더니 이마에 식은땀이 돋기 시작했다.한지훈은 성큼성큼 내전을 향해 걸어갔다.용이는 그의 뒤를 바짝 쫓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했다.한지훈이 한발 다가설수록 도장의 제자들은 뒤로 뒷걸음질쳤다. 그러다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있던 허임호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칠성파 도장을 침입해서 내 애제자를 쓰러뜨리다니! 너희는 곱게 죽지 못할 거야! 당장 저놈들을 잡아 사지를 찢어버려! 놈들을 제압하는 자를 나 허임호의 후계자로 임명하겠다!”지시가 떨어지기 바쁘게 겁먹었던 제자들의 눈에 이채가 서리기 시작했다.칠성파 두목 허임호의 수제자로 승급하고 나중에 도장을 물려받을 수 있는 후계자가 된다는 건 크나큰 유혹이었다.도복을 입은 제자들은 갑자기 흥분제라도 먹은 것처럼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한지훈과 용이에게 덤벼들었다.“같이 공격하자! 아무리 강해봐야 상대는 단 두 명이야!”“죽여 버려!”“아룡 형님의 복수를 하자!”오십 명에 달하는 제자들이 살기를 방출하며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용이가 음침한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었다.“주제도 모르는 것들!”그는 온몸으로 강력한 기백을 방출시키며 주먹에 내력을 담아 마주오는 적들을 향해 휘둘렀다. 그들을 향해 달려들던 칠성파 제자들이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지고 뼈가 부러진 놈들의 비명이 도장을 진동했다.그렇게 순식간에 40명 정도가 제압되었고 남은 놈들은 온몸을 벌벌 떨며 겁에 질린 눈으로 용이를 바라보았다.저게 인간인
사령관?분명 강운그룹의 백수 데릴사위라고 들었는데 저 호칭은 대체 뭐지?하지만 허임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패기는 마음에 드는군! 그렇게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말을 마친 허임호가 마당으로 나왔다. 그는 뒷짐을 지고 서서 거만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어른인 내가 열 수는 양보해 주지. 열 수 안에 내 몸에 주먹이 스친다면 배후를 가르쳐주겠다.”일개 도관의 관장 치고는 정말 거만한 말투였다.감히 북양 총사령관 앞에서 열 수 양보한다는 말을 하다니!물론 허임호는 한지훈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지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충분히 조사를 마쳤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유독 거슬리는 게 있다면 그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서 있는 용이였다.대체 저 정도의 실력자를 언제 경호원으로 매수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허임호가 어떻게 한지훈을 괴롭힐지 속으로 고민할 때, 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필요 없어. 널 상대하는데 한방이면 충분해. 한방, 네 주먹이 내 몸을 스치면 내가 진 거로 하고 처분에 따르지.”그 말을 들은 허임호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건방진 녀석! 나 허임호, 칠성파 도장을 창설한 이래로 너 같이 건방진 자식은 처음이야. 그렇게까지 날 자극한다면 죽어서 날 원망하지 마!”말을 마친 허임호는 온몸에 살기를 두르고 한지훈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단단한 돌마저 부셔버릴 수 있는 위력이 담긴 손아귀었다.일반인이 당했더라면 아마 그대로 목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한지훈은 실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그대로 상대의 손목을 낚아챘다.허임호가 당황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어떻게 이게 가능하지?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우드득 소리가 나더니 한지훈이 그의 팔목을 부러뜨렸다.뼈가 으스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도장 내에 울려퍼졌다.“악!”허임호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눈을 부릅뜨고 다시 한지훈을 향해 주먹을 날렸
한지훈이 도장을 나올 때, 강우연과 관계자들도 조사를 끝내고 석방되었다.그녀는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서 있는 한지훈을 보자 눈시울을 붉히며 달려가서 그의 품에 안겼다.한지훈은 가볍게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했다.“이제 괜찮아. 울지 말고 집에 가자.”“네.”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지훈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사건 관련해서는 주연승이 제때에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을 진행했기에 더 이상 그녀를 폄하하는 여론은 없었다.다음 날.“좋은 아침입니다.”한지훈은 상쾌한 기분으로 도영그룹 1층에 있는 커피숍으로 왔다. 커피만 사고 올라가려는데 마침 다급히 올라가는 이안영과 마주쳤다.이안영은 언제 봐도 예뻤다.하얀색 블라우스에 몸매를 강조하는 H라인 스커트를 입고 어울리는 구두까지 신은 그녀에게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지훈 씨?”이안영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제가 별로 반갑지 않은가 봐요.”한지훈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이안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피식, 미소를 지었다.“뭘 착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오늘 좀 바빠요. 리양제약에서 오늘 손님이 왔는데 커피 사러 나왔거든요. 너무 바빠서 미처 보지 못했어요.”“그런 거였군요….”한지훈이 얼굴을 붉히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실 비서에게 뭔가 밉보인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마침 올라가던 길이었는데 그거 저 주세요.”한지훈은 매너 있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궁금증이 발동한 한지훈이 물었다.“리양제약이 갑자기 우리 회사에는 어쩐 일이래요?”“네.”이안영은 어딘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내용을 들어보니까 리양 쪽에서 일방적으로 모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 일로 대표님이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계약 해지?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그는 이안영을 대표실까지 데려다준 뒤, 생각
마케팅부로 돌아온 한지훈은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장신혁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그런데 주변이 어수선하더니 갑자기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일렬로 들어오더니 양 옆으로 비켜섰다. 그들 사이로 도설현과 한 중년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도설현은 중년 남자에게 마케팅 부서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사오십 대로 추정되는 중년 남자는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분위기 싸한데요. 역시 성공한 사업가는 뭔가 다른가 봐요.”장신혁이 한지훈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저분이 리양제약 송경림 회장이래요. 이번에 프로젝트 때문에 왔다고 하던데요?”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송경림을 훑어보다가 이한승에게 문자를 보냈다.곧이어 이한승에게서 송경림에 대한 정보가 답장으로 왔다.시가 총액 1조 규모!도설현보다 더 부자였다.“저런 거물급 인사가 우리 회사랑 협약을 체결한다니, 뭔가 이상한데요.”한지훈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도설현 성격에 만약 리양 쪽에서 위협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면 저렇게 평화롭게 시찰까지 시켜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뭐가 이상해요? 어떻게든 협약을 체결하는 게 중요하죠. 회장이 직접 왔다는 건 그만큼 이 사업을 중시한다는 거 아니겠어요? 혹시 우리한테도 인센티브 나오려나?”장신혁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훈이 리양제약의 의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마케팅 부장 조민아가 나와서 그들을 맞았다.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회장님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준비가 미흡해서 죄송합니다.”조민아는 직장 내 엘리트답게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하얀색 블라우스에 레드와인 컬러의 스커트는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번 회담을 위해 단장에도 신경을 꽤 쓴 모양이었다.송경림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 부장이 직접 마중을 나올 줄은 몰랐네요. 나도 영광입니다. 우리 S시 기업판의 여자 엘리트로 불리잖아요.”“과
“투자를 철회한다고요?”도설현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 아침에 이미 정보를 입수하긴 했지만 회장에게 직접 통보를 받으니 정신이 아찔했다.“송 회장님, 이렇게 갑자기 투자를 철회하면 어떡해요? 용경 쪽 일은 저희도 알아봤는데 그 사건과 도영, 그리고 리양제약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서 별로 영향을 안 받았잖아요. 이렇게 갑자기 투자를 철회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무슨 소문이라도 들은 건가요?”도설현은 이렇게까지 따지고 싶지 않았다.조사해 본 결과 리양제약이 용경에 있는 산업은 아주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었다.그렇다면 송경림은 다른 이유 때문에 투자를 철회하려는 게 분명했다.그녀의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야 했다.“설현아, 이건 내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이사회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인 걸 어떡해.”송경림은 자상한 삼촌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네 아빠와의 친분도 있고 나 혼자 결정해서 될 문제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사회 쪽에서 계속 압박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 나도 어쩔 수 없어. 이 일 때문에 내가 이사회 그 영감들이랑 싸우기까지 했다니까? 그런데도 이사회의 결정은 변함이 없어.”도설현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옆에 있던 조민아가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송 회장님, 우리 좋은 쪽으로 이야기해 봐요. 이번 연구 프로젝트, 사실 송 회장님이 내부 사정을 잘 아시잖아요. 성공했을 때 순 이익이 얼마 정도인지 잘 아시는 분이, 곧 끝나가는 프로젝트에서 빠진다는 건 저희 입장에서 좀 곤란하죠.”“굳이 투자를 철회하려는 건 아니에요.”송경림이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다른 방법이 있긴 한데 설현이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네?”도설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능구렁이 같은 영감,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 리양이 가져가는 이익은 고작 30프로 정도야. 투자를 철회하지 않고 계속 간다면 우리 리양은 계속해서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입구로부터 들려왔다.“리양에서 투자 철회할 거면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우리 도영그룹은 리양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송 회장께서 투자를 해주지 않아도 이번 신약개발은 성공할 테니까요.”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도설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를 나무랐다.“한지훈 씨, 왜 허락도 없이 들어와요? 당장 나가요!”조민아 역시 허락도 없이 들어온 남자를 좋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저 사람… 대표님이랑 같이 다니던 경호원이잖아? 뭘 믿고 저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지?’이번 리양제약과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건가?당혹스럽고 짜증이 치밀었다.자리에서 일어선 송경림이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더니 물었다.“자네가 한지훈인가?”한지훈은 의심의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보며 되물었다.“날 아시는 것처럼 얘기하시네요?”송경림은 화가 치미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겉으로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천우한테 자네에 관한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도 대표 옆에 아주 대단한 경호원이 있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까 그 말이 사실이었네.”송천우?한지훈은 싸늘한 냉소를 머금었다.이때, 도설현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송 회장님, 제가 문 앞까지 모셔다드릴게요.”송경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그래요. 이제 볼 일도 끝났으니 나갑시다.”말을 마친 그는 음침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고는 회의실을 나섰다.도설현은 한지훈의 옆을 지나치며 낮은 소리로 그의 귓가에 대고 경고했다.“앞으로 허락 없이 회의실 들락거리지 마세요!”한지훈은 말없이 눈썹만 치켜올렸다.뒤통수가 따가워서 고개를 돌려보니 조민아가 있었다.조민아는 조심스럽게 한지훈을 관찰하고 있었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었지만 회사에 그에 관한 소문이 허다했다.비록 인성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조금 전 보인 그의 행보는 명백히 선을 넘었다.한지훈은 그녀를
오후 세 시가 되어 회사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누가 소문을 퍼뜨린 건지, 리양제약이 투자를 철회한다는 소문이 회사 곳곳에 퍼졌다.“대체 누가 이렇게 입이 싼 거지?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 당장 누군지 알아보세요!”대표 사무실, 도설현은 소문이 퍼진 것에 대해 크게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당장 임원 회의 소집할 테니까 모이라고 하세요!”이안영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밖으로 나온 이안영은 문에 기댄 채, 긴 한숨을 내뱉었다.“이 비서님, 무슨 고민 있어요?”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가온 한지훈의 얼굴이 보였다.“왜 또 오셨어요?”이안영이 물었다.한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표 사무실 쪽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대표님이 불러서 왔어요.”이안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들어가서 말 조심해요. 대표님 지금 기분 굉장히 안 좋아요.”한지훈은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사무실에는 팽팽한 기압이 흐르고 있었고 얼음여신 도설현은 온몸으로 냉기를 뿜고 있었다.“찾으셨어요?”한지훈이 웃으며 물었다.도설현은 창가에 서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지난번 호텔에서 벌어진 소란, 조용히 처리했어요.”그일 때문이었구나.한지훈은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도설현의 시선은 뭔가 탐탁지 않은 눈빛이었다.“퇴역 군인에 불과한 지훈 씨가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말해줄 수 있나요?”도설현은 드디어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한지훈처럼 날카로운 검기를 내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5대주국의 수배범마저 한 주먹에 보내버릴 실력이라니!대체 그의 실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군대에 있을 때 무술 교관이었습니다.”“무술 교관이요?”도설현은 인상을 확 찌푸렸지만 더 추궁하
그는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무례한 녀석! 회사에서 감히 폭력을 휘둘러? 너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알죠. 이사님 애인.”한지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는 놈이 그랬단 말이야?”이한명은 분노에 얼굴까지 시뻘게져서 손을 번쩍 들었다.하지만 한지훈이 더 빨랐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이한명의 팔목을 비틀고는 벽에 처박았다.“이거 놔! 나 이 회사 이사야. 당장 이거 안 놔? 넌 이제 해고야!”이한명이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한지훈은 그의 귓가에 대고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 이사님, 자꾸 직책으로 나 누르려고 하면 큰 코 다쳐요. 그리고 그 자른다는 말도 이제 너무 들어서 지겹네요. 그렇게 난리를 부려도 결국엔 나 못 자를 거잖아요.”이한명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래, 너 잘났다! 도 대표한테 다 말할 거야! 도 대표도 네가 이런 놈이라는 걸 알아야 해!”협박을 가장 혐오하는 한지훈은 그대로 손에 힘을 줘서 이한명의 팔을 꺾어버렸다. 이한명이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고 하정혜도 겁에 질려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이 자식이 사람을 치네! 경비! 경비!”하정혜의 앙칼진 비명이 울려퍼지자 회사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경비 팀장 유운봉이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왔다.“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이 새끼 잡아!”이한명이 경비팀을 향해 소리쳤다.유운봉은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다가서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일단 그거 놓고 대화로 풀면 안 될까요? 정 대화가 힘들면 제가 대표님 불러올게요.”이한명이 발끈하며 소리쳤다.“너희는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이 자식이 하는 꼴 못 봤어? 당장 잡아서 끌어내라니까? 말 안 들으면 너희도 해고야!”“정말 시끄럽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손에 힘을 주었고 이한명의 팔은 그대로 탈골되었다.“악!”이한명은 순식간에 괴성을 지르며 팔을 잡고 소리쳤다.“당장 저놈 잡아! 안 그러면 너희 다 해고야!”유운봉도 한지훈의 돌발행동에 화들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