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분명 강운그룹의 백수 데릴사위라고 들었는데 저 호칭은 대체 뭐지?하지만 허임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패기는 마음에 드는군! 그렇게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말을 마친 허임호가 마당으로 나왔다. 그는 뒷짐을 지고 서서 거만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어른인 내가 열 수는 양보해 주지. 열 수 안에 내 몸에 주먹이 스친다면 배후를 가르쳐주겠다.”일개 도관의 관장 치고는 정말 거만한 말투였다.감히 북양 총사령관 앞에서 열 수 양보한다는 말을 하다니!물론 허임호는 한지훈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지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충분히 조사를 마쳤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유독 거슬리는 게 있다면 그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서 있는 용이였다.대체 저 정도의 실력자를 언제 경호원으로 매수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허임호가 어떻게 한지훈을 괴롭힐지 속으로 고민할 때, 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필요 없어. 널 상대하는데 한방이면 충분해. 한방, 네 주먹이 내 몸을 스치면 내가 진 거로 하고 처분에 따르지.”그 말을 들은 허임호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건방진 녀석! 나 허임호, 칠성파 도장을 창설한 이래로 너 같이 건방진 자식은 처음이야. 그렇게까지 날 자극한다면 죽어서 날 원망하지 마!”말을 마친 허임호는 온몸에 살기를 두르고 한지훈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단단한 돌마저 부셔버릴 수 있는 위력이 담긴 손아귀었다.일반인이 당했더라면 아마 그대로 목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한지훈은 실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그대로 상대의 손목을 낚아챘다.허임호가 당황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어떻게 이게 가능하지?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우드득 소리가 나더니 한지훈이 그의 팔목을 부러뜨렸다.뼈가 으스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도장 내에 울려퍼졌다.“악!”허임호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눈을 부릅뜨고 다시 한지훈을 향해 주먹을 날렸
한지훈이 도장을 나올 때, 강우연과 관계자들도 조사를 끝내고 석방되었다.그녀는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서 있는 한지훈을 보자 눈시울을 붉히며 달려가서 그의 품에 안겼다.한지훈은 가볍게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했다.“이제 괜찮아. 울지 말고 집에 가자.”“네.”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지훈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사건 관련해서는 주연승이 제때에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을 진행했기에 더 이상 그녀를 폄하하는 여론은 없었다.다음 날.“좋은 아침입니다.”한지훈은 상쾌한 기분으로 도영그룹 1층에 있는 커피숍으로 왔다. 커피만 사고 올라가려는데 마침 다급히 올라가는 이안영과 마주쳤다.이안영은 언제 봐도 예뻤다.하얀색 블라우스에 몸매를 강조하는 H라인 스커트를 입고 어울리는 구두까지 신은 그녀에게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지훈 씨?”이안영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제가 별로 반갑지 않은가 봐요.”한지훈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이안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피식, 미소를 지었다.“뭘 착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오늘 좀 바빠요. 리양제약에서 오늘 손님이 왔는데 커피 사러 나왔거든요. 너무 바빠서 미처 보지 못했어요.”“그런 거였군요….”한지훈이 얼굴을 붉히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실 비서에게 뭔가 밉보인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마침 올라가던 길이었는데 그거 저 주세요.”한지훈은 매너 있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궁금증이 발동한 한지훈이 물었다.“리양제약이 갑자기 우리 회사에는 어쩐 일이래요?”“네.”이안영은 어딘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내용을 들어보니까 리양 쪽에서 일방적으로 모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 일로 대표님이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계약 해지?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그는 이안영을 대표실까지 데려다준 뒤, 생각
마케팅부로 돌아온 한지훈은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장신혁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그런데 주변이 어수선하더니 갑자기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일렬로 들어오더니 양 옆으로 비켜섰다. 그들 사이로 도설현과 한 중년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도설현은 중년 남자에게 마케팅 부서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사오십 대로 추정되는 중년 남자는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분위기 싸한데요. 역시 성공한 사업가는 뭔가 다른가 봐요.”장신혁이 한지훈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저분이 리양제약 송경림 회장이래요. 이번에 프로젝트 때문에 왔다고 하던데요?”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송경림을 훑어보다가 이한승에게 문자를 보냈다.곧이어 이한승에게서 송경림에 대한 정보가 답장으로 왔다.시가 총액 1조 규모!도설현보다 더 부자였다.“저런 거물급 인사가 우리 회사랑 협약을 체결한다니, 뭔가 이상한데요.”한지훈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도설현 성격에 만약 리양 쪽에서 위협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면 저렇게 평화롭게 시찰까지 시켜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뭐가 이상해요? 어떻게든 협약을 체결하는 게 중요하죠. 회장이 직접 왔다는 건 그만큼 이 사업을 중시한다는 거 아니겠어요? 혹시 우리한테도 인센티브 나오려나?”장신혁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훈이 리양제약의 의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마케팅 부장 조민아가 나와서 그들을 맞았다.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회장님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준비가 미흡해서 죄송합니다.”조민아는 직장 내 엘리트답게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하얀색 블라우스에 레드와인 컬러의 스커트는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번 회담을 위해 단장에도 신경을 꽤 쓴 모양이었다.송경림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 부장이 직접 마중을 나올 줄은 몰랐네요. 나도 영광입니다. 우리 S시 기업판의 여자 엘리트로 불리잖아요.”“과
“투자를 철회한다고요?”도설현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 아침에 이미 정보를 입수하긴 했지만 회장에게 직접 통보를 받으니 정신이 아찔했다.“송 회장님, 이렇게 갑자기 투자를 철회하면 어떡해요? 용경 쪽 일은 저희도 알아봤는데 그 사건과 도영, 그리고 리양제약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서 별로 영향을 안 받았잖아요. 이렇게 갑자기 투자를 철회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무슨 소문이라도 들은 건가요?”도설현은 이렇게까지 따지고 싶지 않았다.조사해 본 결과 리양제약이 용경에 있는 산업은 아주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었다.그렇다면 송경림은 다른 이유 때문에 투자를 철회하려는 게 분명했다.그녀의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야 했다.“설현아, 이건 내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이사회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인 걸 어떡해.”송경림은 자상한 삼촌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네 아빠와의 친분도 있고 나 혼자 결정해서 될 문제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사회 쪽에서 계속 압박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 나도 어쩔 수 없어. 이 일 때문에 내가 이사회 그 영감들이랑 싸우기까지 했다니까? 그런데도 이사회의 결정은 변함이 없어.”도설현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옆에 있던 조민아가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송 회장님, 우리 좋은 쪽으로 이야기해 봐요. 이번 연구 프로젝트, 사실 송 회장님이 내부 사정을 잘 아시잖아요. 성공했을 때 순 이익이 얼마 정도인지 잘 아시는 분이, 곧 끝나가는 프로젝트에서 빠진다는 건 저희 입장에서 좀 곤란하죠.”“굳이 투자를 철회하려는 건 아니에요.”송경림이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다른 방법이 있긴 한데 설현이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네?”도설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능구렁이 같은 영감,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 리양이 가져가는 이익은 고작 30프로 정도야. 투자를 철회하지 않고 계속 간다면 우리 리양은 계속해서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입구로부터 들려왔다.“리양에서 투자 철회할 거면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우리 도영그룹은 리양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송 회장께서 투자를 해주지 않아도 이번 신약개발은 성공할 테니까요.”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도설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를 나무랐다.“한지훈 씨, 왜 허락도 없이 들어와요? 당장 나가요!”조민아 역시 허락도 없이 들어온 남자를 좋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저 사람… 대표님이랑 같이 다니던 경호원이잖아? 뭘 믿고 저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지?’이번 리양제약과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건가?당혹스럽고 짜증이 치밀었다.자리에서 일어선 송경림이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더니 물었다.“자네가 한지훈인가?”한지훈은 의심의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보며 되물었다.“날 아시는 것처럼 얘기하시네요?”송경림은 화가 치미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겉으로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천우한테 자네에 관한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도 대표 옆에 아주 대단한 경호원이 있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까 그 말이 사실이었네.”송천우?한지훈은 싸늘한 냉소를 머금었다.이때, 도설현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송 회장님, 제가 문 앞까지 모셔다드릴게요.”송경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그래요. 이제 볼 일도 끝났으니 나갑시다.”말을 마친 그는 음침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고는 회의실을 나섰다.도설현은 한지훈의 옆을 지나치며 낮은 소리로 그의 귓가에 대고 경고했다.“앞으로 허락 없이 회의실 들락거리지 마세요!”한지훈은 말없이 눈썹만 치켜올렸다.뒤통수가 따가워서 고개를 돌려보니 조민아가 있었다.조민아는 조심스럽게 한지훈을 관찰하고 있었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었지만 회사에 그에 관한 소문이 허다했다.비록 인성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조금 전 보인 그의 행보는 명백히 선을 넘었다.한지훈은 그녀를
오후 세 시가 되어 회사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누가 소문을 퍼뜨린 건지, 리양제약이 투자를 철회한다는 소문이 회사 곳곳에 퍼졌다.“대체 누가 이렇게 입이 싼 거지?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 당장 누군지 알아보세요!”대표 사무실, 도설현은 소문이 퍼진 것에 대해 크게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당장 임원 회의 소집할 테니까 모이라고 하세요!”이안영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밖으로 나온 이안영은 문에 기댄 채, 긴 한숨을 내뱉었다.“이 비서님, 무슨 고민 있어요?”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가온 한지훈의 얼굴이 보였다.“왜 또 오셨어요?”이안영이 물었다.한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표 사무실 쪽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대표님이 불러서 왔어요.”이안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들어가서 말 조심해요. 대표님 지금 기분 굉장히 안 좋아요.”한지훈은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사무실에는 팽팽한 기압이 흐르고 있었고 얼음여신 도설현은 온몸으로 냉기를 뿜고 있었다.“찾으셨어요?”한지훈이 웃으며 물었다.도설현은 창가에 서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지난번 호텔에서 벌어진 소란, 조용히 처리했어요.”그일 때문이었구나.한지훈은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도설현의 시선은 뭔가 탐탁지 않은 눈빛이었다.“퇴역 군인에 불과한 지훈 씨가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말해줄 수 있나요?”도설현은 드디어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한지훈처럼 날카로운 검기를 내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5대주국의 수배범마저 한 주먹에 보내버릴 실력이라니!대체 그의 실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군대에 있을 때 무술 교관이었습니다.”“무술 교관이요?”도설현은 인상을 확 찌푸렸지만 더 추궁하
그는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무례한 녀석! 회사에서 감히 폭력을 휘둘러? 너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알죠. 이사님 애인.”한지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는 놈이 그랬단 말이야?”이한명은 분노에 얼굴까지 시뻘게져서 손을 번쩍 들었다.하지만 한지훈이 더 빨랐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이한명의 팔목을 비틀고는 벽에 처박았다.“이거 놔! 나 이 회사 이사야. 당장 이거 안 놔? 넌 이제 해고야!”이한명이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한지훈은 그의 귓가에 대고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 이사님, 자꾸 직책으로 나 누르려고 하면 큰 코 다쳐요. 그리고 그 자른다는 말도 이제 너무 들어서 지겹네요. 그렇게 난리를 부려도 결국엔 나 못 자를 거잖아요.”이한명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래, 너 잘났다! 도 대표한테 다 말할 거야! 도 대표도 네가 이런 놈이라는 걸 알아야 해!”협박을 가장 혐오하는 한지훈은 그대로 손에 힘을 줘서 이한명의 팔을 꺾어버렸다. 이한명이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고 하정혜도 겁에 질려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이 자식이 사람을 치네! 경비! 경비!”하정혜의 앙칼진 비명이 울려퍼지자 회사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경비 팀장 유운봉이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왔다.“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이 새끼 잡아!”이한명이 경비팀을 향해 소리쳤다.유운봉은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다가서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일단 그거 놓고 대화로 풀면 안 될까요? 정 대화가 힘들면 제가 대표님 불러올게요.”이한명이 발끈하며 소리쳤다.“너희는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이 자식이 하는 꼴 못 봤어? 당장 잡아서 끌어내라니까? 말 안 들으면 너희도 해고야!”“정말 시끄럽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손에 힘을 주었고 이한명의 팔은 그대로 탈골되었다.“악!”이한명은 순식간에 괴성을 지르며 팔을 잡고 소리쳤다.“당장 저놈 잡아! 안 그러면 너희 다 해고야!”유운봉도 한지훈의 돌발행동에 화들짝 놀랐다.“
출구를 막고 있던 경비팀 직원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왕 팀장은 그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고 인정받는 상사였는데 한주먹에 나가떨어질 줄이야!“이 자식이 주제도 모르고!”한 팀원이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한지훈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정통으로 맞았다면 뇌진탕으로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회심의 일격이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는 날카로운 살기를 방출했다.한낱 경비실 팀원이 직장 동료를 죽이려고 덤비는 꼴이라니!그는 살짝 옆으로 피하고 직원의 손에서 방망이를 빼앗은 뒤, 상대가 넋을 놓은 틈을 타서 발을 들어 상대의 복부를 걷어찼다.그 직원은 그대로 유리 벽에 부딪혔고 유리 벽이 깨지면서 그의 머리 위로 유리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졌다.남은 한 명은 겁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형님, 한 번만 봐주세요. 저희도 이 이사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겁니다. 우리 같은 말단 직원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쾅!한지훈은 발을 들어 상대를 힘껏 걷어찼다.일격에 맞은 상대는 그대로 날에 문과 부딪히며 바닥으로 추락했고 문은 반쯤 뜯겨져 나갔다.한지훈이 지금 화가 많이 난 상태라는 것을 대변하는 모습이었다.유운봉의 부하들은 이미 겁에 질려 꼿꼿하게 선 채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역시 실력으로는 저 녀석을 당해낼 자가 없겠어!’손 쉽게 이 이사의 사람들을 제압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강력한 상대인지 알 수 있었다.경비실을 나온 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진 경비 직원의 가슴을 살포시 즈려밟았고 그 직원은 고통에 몸서리치며 그의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이 이사한테 가서 전해. 살고 싶으면 나 건드리지 말라고!”그의 싸늘한 목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쳤다.한지훈이 발을 비키자 겨우 목숨을 건진 왕 팀장 일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급히 이곳을 벗어났다.그들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몸을 숨긴 뒤, 이한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사님, 놈은 저희가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에요….”병원에서 나온 이한명의 목에는 붕대가 칭칭
누군가 대답하기도 전에, 산기슭 오솔길에서 마침내 한 줄기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손에는 적색 장총 한 자루가 들려있었고, 총끝은 반짝이는 금빛을 뿜어내면서 위엄을 돋보였다.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비할 데 없는 영무의 기운을 띠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자연과 하나로 융합된 것 같았다. 그의 등장은 모두의 주목을 이끌었다. 수만 개의 눈빛이 일제히 산 아래의 사람에게로 향했다. 심지어 축대 위에 있던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들도,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시에 그 사람을 노려보았다. 이내 천위에 버금가는 강한 위압이, 산길을 따라 걷고 있는 그 젊은 남자에게로 갑자기 덮쳤다. 그러나 이 위압은 젊은 남자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그 말은 즉 이 남자 역시 최소 5성 용급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5대 명산 제자 외에 이 세상에서 이러한 실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한지훈 외에 또 누가 있을까? “설마 한지훈?”차가운 눈빛을 한 구만리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느릿느릿 걸어오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맞아! 바로 저 놈이야!”창안백은 이를 갈며 단번에 한지훈을 알아보았다. 드디어 한지훈을 다시 만나게 된 창안백은 결국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나서서 돌진하여 한지훈의 따귀를 호되게 몇 대 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성을 되찾고는 그의 충동을 억눌렀다. “훗, 이 자식 확실히 심상치는 않네. 이렇게나 큰 전투를 마주하고도 끝까지 침착할 수 있다니. 역시 내가 오길 잘했어!”임비양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저 놈 또한 천재라고 할 수 있어. 용국에 있는 5성 천왕 중 20대의 나이는 손에 꼽힐 정도였지!”“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 씨 집안을 건드려서는 안 됐어. 더욱이는 5대 명산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됐지. 오늘 용국은 결국 이렇게 인재 한 명을 잃게 되는 거야!”단해룡은 여유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얼핏 보면 한지훈을 안
구만리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말했다. 그러자 임비양은 고개를 돌려 구만리를 힐끗 보고는 차갑게 웃기만 했고, 다시 고개를 돌려 단해룡을 향해 손을 내밀고는 직접 그의 옆자리에 다가가 앉았다. 이것이 바로 임비양이 보여준 첫인상이었다. 비록 매우 건방져 보이긴 하지만, 광기 가득한 그는 사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의 배후에 천산이 있는 것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임비양 자신의 실력만 보아도 이곳에 있는 90%의 무종 강자들은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헉!”원상용 역시 심기불편한 눈빛으로 임비양을 흘깃 보고는 작은 소리로 동방소에게 말했다. “동방 선배님, 저 놈은 정말 미치광이인 것 같습니다. 구만리가 인사를 해도 감히 거들떠보지도 않네요?”“훗, 미치광이라?”동방소는 그저 조용히 수염을 매만지며 원상용을 힐끗 쳐다보았다. “혹시 저 놈의 정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네? 그저 천산 제자 아닙니까?”어리둥절 해난 원상용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내 동방소는 거듭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적천 알지? 그 사람도 천산 진종의 첫 번째 제자야. 항렬로 따지면 임비양은 그의 후배지!”“구만리는 패기가 넘치긴 하지만 필경 배후에는 든든한 지원자가 없어. 반면 저놈의 배후에는 무종이 있고 명산이 있고, 게다가 자체 실력 또한 구만리보다 약하지 않은 놈이야. 그렇기에 구만리는 그저 이 상황에 참을 수밖에 없어.” 동방소의 얘기를 들은 원상용은 저도 모르게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젊은 임비양이 이렇게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넌 아무 사람이나 천산 진종의 문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최근 백 년 동안 거둔 제자들은 10명밖에 되지도 않고, 임비양은 장 씨 집안의 보증을 받고 나서야 겨우 입문하게 된 거야!”“그 말은 즉 장 씨 집안의 체면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거지.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봐도 실력도 손색이 없고 자본 또한 충족하지!”“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모든 천산
사실 구만리와 장도령은 어린 시절 소꿉친구와도 같은 사이였다. 두 사람은 20대에 서로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감정이 줄곧 좋았을 뿐만 아니라 무도의 길을 걸으면서도 교류가 많았었다. 장도령에 대한 구만리의 인식은, 한지훈은 단지 20대의 어린 후배일 뿐이고 설령 그들과 비슷한 또래의 강자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결코 장도령의 상대가 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아마도 한지훈이 부정한 수단이라도 써서 장도령을 잔혹하게 죽였을 거라 확신했다. 그는 심지어 초대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장도령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의 사연을 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구만리를 바라보았고,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 이 또한 무종에서의 구만리의 명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축대 아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군수군 속삭이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한지훈을 죽이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설령 한지훈의 목숨이 열 개라 하더라도 순순히 바쳐야 할 것 같았다. 단해룡만이 겨냥한 것이 아니라, 심지어 많은 불세출 구세대들도 모두 직접 모습을 드러낸 반면 한지훈의 뒤에는 대체 누가 있는가? 국왕? 무종? 실력으로만 말하는 이곳에서는 그 어떤 외력도 소용없었다. 심지어 오늘 단해룡은 무종 제기까지 준비한 상황이다. 반쪽의 치우 검과 반쪽의 옛 방패까지...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는 건가? 그 말은 즉, 누구든지 무신의 면전에서 감히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신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 격이 될 테니. 즉 천하의 무종들과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무종 대장로의 입을 막기 위함과 동시에 또한 다른 사람들의 입 또한 막으려는 의도였다. 지금 이 순간, 대장로의 마음은 이미 깊게 가라앉았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는 무종 대장로의 신분으로서 한지훈을 위해 공정을 논할 수 있었지만, 지금 눈앞의 이 사람들에 비해 그의 서열은 너무 낮았고 심지어 입을 열 자격조차 없
비록 무도의 길은 치우가 개척한 것은 아니지만, 무종 사람들은 줄곧 치우의 용무를 가장 숭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릇 무종에 중대한 일이 있거나 축제 행사가 열리게 되면 모두 이곳에서 진행했다.천년 동안 이곳은 그야말로 무종의 집회 장소였다. 뿐만 아니라 제단 주위에는 나무로 만든 누각이 둘러싸여 있었다. 이 나무로 만든 작은 누각들은 모두 3층으로 나뉘는데, 서열과 신분이 가장 높은 사람만이 꼭대기 층에 오를 수 있다. 작은 종문이나 서열이 낮은 사람들은 1층에만 있거나 문밖에 서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 수천 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제단의 상황을 보아도, 무맹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많은 종문들은 잇달아 나서서 체면을 세워주었고, 심지어 화산에서도 몇 명의 대표를 파견하여 참가하게 했다. 그렇게 작은 종문 사람들은 더욱더 무맹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화산을 대표하여 온 사람들을 본 무종 대장로는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들은 필연코 오늘 동방 오우의 복수를 하러 온 것이라 생각했다. 대장로는 그 무리 속에서 대장로는 한눈에 창안백을 알아보았다. 창안백의 모습은 매우 위풍당당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사방을 훑으며 한지훈의 종적을 찾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오늘 아마 목숨을 부지하기는 어려울 거야!”이때, 축대 위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흥!”그러나 창안백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난 오히려 그놈의 목숨만은 남겼으면 좋겠는데! 놈이 감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뺨을 때린 그날을 아직도 기억해. 난 기어코 저놈을 잡아다가 화산으로 끌고 가서 내가 당한 것의 천 배, 만 배는 돌려주고 말 거야!”창안백은 며칠 전 동방 오우의 죽음을 화산에 알렸고, 진종 장교는 그 소식을 접하고는 크게 노여워했다. 그러나 화산이 한지훈을 찾아내기도 전에, 장월동과 장도령의 사망 소식이 곧바로 전해졌다. 화산이 장 씨 집안과 마침 손을 잡으려는 순간, 뜻밖에도 단해룡이 산에서 내
한편 그 시각, 무신종 내전에서는 무적천이 모든 정력을 집중하여 흑룡심을 융합시키고 있었다. 흑룡심을 얻은 후로부터 무적천은 줄곧 융합의 방법을 찾고 있었고, 백번도 넘게 시도해 보았지만 매번 실패로 끝나게 됐다. “흑룡심이여!”무적천은 이번 또한 실패를 맛보긴 했지만, 약간의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그건 바로 흑룡심을 융합시키려면 반드시 진법을 빌어 흑룡심을 자신의 본심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아직 반쪽짜리 흑룡심만 있었기에, 무적천은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괜히 자신의 본심과 바꾸었다가는 생명까지 걸어야 하는 큰일이었다. 약간의 착오라도 생기게 되면 천신계에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생명조차 지킬 수 없게 된다. “흥!”무적천은 원망 가득한 마음으로 공중에 떠 있는 흑룡심을 응시하고는, 옷소매를 뿌리치고 자리를 떠났다. “문주 님, 나오셨습니까?”이때 하인 한 명이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수건과 따뜻한 물을 건네주었다. “그래!”무적천은 어두운 얼굴로 수건을 받아 이마의 땀을 닦았다. 무의식중에 하인의 손에 든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손에 든 건 뭔데?”“문주 님, 그... 이건 무맹이 보낸 초대장입니다!”하인은 공손하게 두 손으로 초대장을 무적천에게 건넸다. 무적천은 싸늘한 눈빛으로 하인을 힐끗 쳐다보고는 초대장을 확인하였다. “흥, 정말 겁 대가리가 없네!”이내 무적천이 손에 힘을 주자, 그 초대장은 잿더미로 날아가게 됐다. “문주 님, 이것은 단해룡 선생이 직접 보내온 것입니다...”신임 장교 오양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이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한지훈을 못 죽인단 건 아니야. 그나저나 단해룡은 본인이 총명한 줄 알겠지. 이런 방식으로 한지훈을 진퇴양난의 지경으로 몰아넣다니!”“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지. 그건 바로 한지훈의 배후에는 예충기도 있다는 것을! 사실 나조차도 그 사람의 깊은 속내를 알아볼 수가 없어! 결코 한용과 비교해도 절대 약하지
설령 약왕파가 중립을 원한다고 해도 과연 무맹이 허락할까? 더욱이는 한지훈이 받아들이긴 할까? 이 일은 흑백 둘 중 무조건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다. “그래, 중립!”황약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비록 그동안 한지훈이 운 좋게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이번만큼은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야. 만약 변수가 없다면, 한지훈은 반드시 죽게 될 거라고!”“이렇게나 위험한 국면에 우리의 미래를 걸 수는 없어. 중립이 비록 쉽지 않긴 하지만, 무조건 불가능한 건 아니야. 하지만 난 절대 한지훈을 비방하려는 것도 아니야. 누가 이기든지 막론하고 우린 결코 나서지 않겠다는 거지. 이게 바로 중립의 뜻이야!”“우린 무맹의 미움도 사서는 안 되지만, 한지훈의 미움도 사서는 안 돼. 알겠어?”황약사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난감한 듯 눈빛을 주고받았다. 황약사는 뜻밖에도 단언했다. 만약 의외의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지훈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니! “문주 님, 그 말씀은 한지훈이 필연코 단해룡한테 당하게 될 거라는 말씀인 겁니까? 하지만 이 영상 좀 보세요...”대장로는 방금 그 동영상을 황약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딴 건 중요하지 않아!”그러나 황약사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맹 대회야말로 단해룡의 홈구장이야.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매우 많은 반면, 한지훈은 오로지 홀몸으로 싸워야 돼!”“천하의 모든 무종들이 모이게 될 텐데, 한지훈의 몸이 철이라 해도 혼자서 그 장정들을 어떻게 대처하냐고!”“이젠 어쩔 수 없어. 지금으로서는 용각도 국왕도 심지어 무종들도 포함해서 그 누구도 한지훈을 구해낼 수 없어. 다만 무적천이 참석할지는 아직 미지수야!”“만약 무적천 또한 초청을 받고 참석하게 된다면, 한지훈은 구사일생할 가능성이 있지!”황약사는 서성거리며 말했다. 사실 한지훈의 사활은 그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약왕파의 이익을 고려하면 한지훈과 대립면에 서야만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지만
“대장로님, 그 호의는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럽 무도 학원의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만약 그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제가 어떻게 감히 마음 놓고 만리 밖에 있는 유럽까지 갈 수가 있겠습니까?”“만약 유럽 무도 학원이 점점 강대해진다면 저희 용국에 반드시 큰 환난이 찾아올 것입니다.” 한지훈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장로는 내심 저도 모르게 감동했다. 설사 생사의 고비에 이르게 되더라도 한지훈은 여전히 진심으로 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다. “한지훈, 용국이 그동안 너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아. 우리 무종이 나서서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종과 무맹은 항상 상부상조하는 사이야. 예로부터 무종은 사당을 휩쓸고, 무맹은 강호를 제패하고 있지!”“하지만 안심해, 내가 내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너를 지킬 거야!”장로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감격에 겨운 채 입을 열었다. “대장로님, 그런 마음을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하지만 사당에는 대장로님이 절대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됩니다. 그에 비해 전 그저 한가한 사람이니 있으니 마나 한 존재죠!”이내 한지훈은 차 한 잔을 따르고 대장로의 앞에 건네주었다. “아이고!”대장로는 사실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지훈을 마주한 장로들은, 심지어 자신의 추태를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내가 먼저 창령산에 가서 상황을 보고 있을게. 때가 되면 우리는 창령산에서 합류하자고!”말을 마치자마자 대장로는 찻잔을 들고는 단숨에 원샷했다. 곧이어 대장로가 떠난 후, 한지훈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최대한 마음을 안정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한지훈이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말이다. 무맹을 상대로 한지훈은 그저 혼자일 뿐이었다. 이것은 용담 호혈에 깊이 들어가는 것 못지않은 위험한 일이었다. 이날 오후, 무맹이 곧 천하 무종 성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에
한편 그 시각, 한지훈은 강우연에게 간단한 진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미 며칠 간의 연습을 거쳐 강우연은 이미 일부 간단한 진법을 자신의 무도와 함께 섞을 수 있게 되었다. 전력으로 따지면 일성준 사령관에 버금가는 정도였다. “진법의 위력이 이렇게나 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가볍게 한 번 주먹을 휘두른 강우연은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진법은 사실 무도의 증폭기라고 할 수 있어. 공기 중 저항력을 낮출 수 있기에 진법의 주먹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보다도 더욱 큰 힘을 발휘하여 파괴력도 더 강해!”한지훈은 강우연에게 설명을 해주었다.바로 이때, 뒷 화원의 문어귀에 도착한 도청 전인이 한지훈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들었다. 한지훈은 평소와는 다른 도청 전인의 표정에 잠시 망설이다가 강우연에게 한마디 하였다. “우연아, 일단 계속 여기서 연습하고 있어. 나 잠시 나갔다가 바로 돌아올게!”이내 한지훈은 성큼성큼 문어귀에 다가와 낮은 소리로 도청 전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주상, 보십시오. 무맹이 보낸 초청장입니다. 내용만 보면 그저 단해룡이 단순히 관문을 나선 것 같은데, 실상은 주상님을 모해하려는 것 같습니다!”도청 전인은 초대장을 한지훈의 손에 건네며 한숨을 쉬었다. 초대장을 힐끗 훑은 한지훈은 내심 감탄하게 됐다. 단해룡은 그야말로 교활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맹을 오늘의 최정상까지 발전시킬 수는 없으니. “그래, 알겠어. 3일 후에 난 창령산으로 갈 거야. 때가 되면 넌 무조건 집을 잘 지키고 있어야 해. 혹여 무맹이 강중으로 사람을 보낼 수도 있으니!”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 “주상, 제가 보기에는 저희에게 또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국왕에게 도움을 청하여 잠시 천자각이나 용화전에서 지내도 되고요. 단해룡이 아무리 능력이 강하고 지위가 높다 해도 감히 천자각까지 가서 소란을 피울 리가 있을까요?”도청 전인은 한껏 걱정하는 말투로 말했다. 창령산으로 간다는 건? 그건 곧 스스로
“네! 알겠습니다!”노 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드러났다. 한지훈은 이번만큼은 피해 가기 어려울 거라 확신했다. 설령 참석하든 안 하든 필연코 사신의 큰 화를 불러올 거라 생각했다. 흔쾌히 자리에 참석하게 되면, 그는 결국 무맹 종문의 수많은 강자들에게 의해 포위당하게 된다. 천신과도 같은 강자를 마주하게 되면, 한지훈은 감히 쉽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천신계 강자들은 침 한번 뱉는 것만으로도 한지훈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반대로 만약 한지훈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무맹에게는 맹주를 불경하게 대했다는 구실이 하나 생겨 단해룡이 종문 문주들을 거느리고 직접 한 씨 집안으로 향하여 죄를 물을 수도 있었다. 때가 되면 국왕도 한지훈의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게 된다. 이 생각에 노 씨 어르신은 밖으로 나가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기에, 무맹은 손가락 하나로 세계 각지에 바로 초청장을 보낼 수가 있다. 그날 오후, 무종 대장로는 단해룡의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그는 열어보지 않고도, 단해룡의 의도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 “큰일 났네! 이 사람이 왜 갑자기 관문을 벗어난 거지? 은거하러 갔다고 하지 않았어? 어떡하지!”대장로는 초대장을 손에 쥔 채 왔다 갔다 하며 주위를 서성거렸다. “대장로님, 무종의 권위를 동원해서라도 이번 성회는 취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이때 옆에 있던 삼장로가 일어나 말했다. “취소?”그 말에 대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단해룡이 어떤 성질머리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잖아. 만약 우리가 감히 막무가내로 권력을 행사한다면, 그는 결국 국왕과 사당의 대립면에 서게 될 거라고!”“상대는 결코 무적천이나 장도령과는 달라. 무맹은 매우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그 자신 또한 장도령보다도 약하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어. 그는 자신이 강한 걸 잘 알기에 이렇게 제멋대로 일을 벌이는 거야!”“만약 정말 우리가 나선다면 나한테 일이 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