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입구로부터 들려왔다.“리양에서 투자 철회할 거면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우리 도영그룹은 리양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송 회장께서 투자를 해주지 않아도 이번 신약개발은 성공할 테니까요.”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도설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를 나무랐다.“한지훈 씨, 왜 허락도 없이 들어와요? 당장 나가요!”조민아 역시 허락도 없이 들어온 남자를 좋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저 사람… 대표님이랑 같이 다니던 경호원이잖아? 뭘 믿고 저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지?’이번 리양제약과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건가?당혹스럽고 짜증이 치밀었다.자리에서 일어선 송경림이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더니 물었다.“자네가 한지훈인가?”한지훈은 의심의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보며 되물었다.“날 아시는 것처럼 얘기하시네요?”송경림은 화가 치미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겉으로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천우한테 자네에 관한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도 대표 옆에 아주 대단한 경호원이 있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까 그 말이 사실이었네.”송천우?한지훈은 싸늘한 냉소를 머금었다.이때, 도설현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송 회장님, 제가 문 앞까지 모셔다드릴게요.”송경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그래요. 이제 볼 일도 끝났으니 나갑시다.”말을 마친 그는 음침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고는 회의실을 나섰다.도설현은 한지훈의 옆을 지나치며 낮은 소리로 그의 귓가에 대고 경고했다.“앞으로 허락 없이 회의실 들락거리지 마세요!”한지훈은 말없이 눈썹만 치켜올렸다.뒤통수가 따가워서 고개를 돌려보니 조민아가 있었다.조민아는 조심스럽게 한지훈을 관찰하고 있었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었지만 회사에 그에 관한 소문이 허다했다.비록 인성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조금 전 보인 그의 행보는 명백히 선을 넘었다.한지훈은 그녀를
오후 세 시가 되어 회사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누가 소문을 퍼뜨린 건지, 리양제약이 투자를 철회한다는 소문이 회사 곳곳에 퍼졌다.“대체 누가 이렇게 입이 싼 거지?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 당장 누군지 알아보세요!”대표 사무실, 도설현은 소문이 퍼진 것에 대해 크게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당장 임원 회의 소집할 테니까 모이라고 하세요!”이안영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밖으로 나온 이안영은 문에 기댄 채, 긴 한숨을 내뱉었다.“이 비서님, 무슨 고민 있어요?”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가온 한지훈의 얼굴이 보였다.“왜 또 오셨어요?”이안영이 물었다.한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표 사무실 쪽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대표님이 불러서 왔어요.”이안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들어가서 말 조심해요. 대표님 지금 기분 굉장히 안 좋아요.”한지훈은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사무실에는 팽팽한 기압이 흐르고 있었고 얼음여신 도설현은 온몸으로 냉기를 뿜고 있었다.“찾으셨어요?”한지훈이 웃으며 물었다.도설현은 창가에 서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지난번 호텔에서 벌어진 소란, 조용히 처리했어요.”그일 때문이었구나.한지훈은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도설현의 시선은 뭔가 탐탁지 않은 눈빛이었다.“퇴역 군인에 불과한 지훈 씨가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말해줄 수 있나요?”도설현은 드디어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한지훈처럼 날카로운 검기를 내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5대주국의 수배범마저 한 주먹에 보내버릴 실력이라니!대체 그의 실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군대에 있을 때 무술 교관이었습니다.”“무술 교관이요?”도설현은 인상을 확 찌푸렸지만 더 추궁하
그는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무례한 녀석! 회사에서 감히 폭력을 휘둘러? 너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알죠. 이사님 애인.”한지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는 놈이 그랬단 말이야?”이한명은 분노에 얼굴까지 시뻘게져서 손을 번쩍 들었다.하지만 한지훈이 더 빨랐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이한명의 팔목을 비틀고는 벽에 처박았다.“이거 놔! 나 이 회사 이사야. 당장 이거 안 놔? 넌 이제 해고야!”이한명이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한지훈은 그의 귓가에 대고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 이사님, 자꾸 직책으로 나 누르려고 하면 큰 코 다쳐요. 그리고 그 자른다는 말도 이제 너무 들어서 지겹네요. 그렇게 난리를 부려도 결국엔 나 못 자를 거잖아요.”이한명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래, 너 잘났다! 도 대표한테 다 말할 거야! 도 대표도 네가 이런 놈이라는 걸 알아야 해!”협박을 가장 혐오하는 한지훈은 그대로 손에 힘을 줘서 이한명의 팔을 꺾어버렸다. 이한명이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고 하정혜도 겁에 질려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이 자식이 사람을 치네! 경비! 경비!”하정혜의 앙칼진 비명이 울려퍼지자 회사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경비 팀장 유운봉이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왔다.“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이 새끼 잡아!”이한명이 경비팀을 향해 소리쳤다.유운봉은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다가서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일단 그거 놓고 대화로 풀면 안 될까요? 정 대화가 힘들면 제가 대표님 불러올게요.”이한명이 발끈하며 소리쳤다.“너희는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이 자식이 하는 꼴 못 봤어? 당장 잡아서 끌어내라니까? 말 안 들으면 너희도 해고야!”“정말 시끄럽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손에 힘을 주었고 이한명의 팔은 그대로 탈골되었다.“악!”이한명은 순식간에 괴성을 지르며 팔을 잡고 소리쳤다.“당장 저놈 잡아! 안 그러면 너희 다 해고야!”유운봉도 한지훈의 돌발행동에 화들짝 놀랐다.“
출구를 막고 있던 경비팀 직원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왕 팀장은 그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고 인정받는 상사였는데 한주먹에 나가떨어질 줄이야!“이 자식이 주제도 모르고!”한 팀원이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한지훈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정통으로 맞았다면 뇌진탕으로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회심의 일격이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는 날카로운 살기를 방출했다.한낱 경비실 팀원이 직장 동료를 죽이려고 덤비는 꼴이라니!그는 살짝 옆으로 피하고 직원의 손에서 방망이를 빼앗은 뒤, 상대가 넋을 놓은 틈을 타서 발을 들어 상대의 복부를 걷어찼다.그 직원은 그대로 유리 벽에 부딪혔고 유리 벽이 깨지면서 그의 머리 위로 유리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졌다.남은 한 명은 겁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형님, 한 번만 봐주세요. 저희도 이 이사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겁니다. 우리 같은 말단 직원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쾅!한지훈은 발을 들어 상대를 힘껏 걷어찼다.일격에 맞은 상대는 그대로 날에 문과 부딪히며 바닥으로 추락했고 문은 반쯤 뜯겨져 나갔다.한지훈이 지금 화가 많이 난 상태라는 것을 대변하는 모습이었다.유운봉의 부하들은 이미 겁에 질려 꼿꼿하게 선 채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역시 실력으로는 저 녀석을 당해낼 자가 없겠어!’손 쉽게 이 이사의 사람들을 제압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강력한 상대인지 알 수 있었다.경비실을 나온 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진 경비 직원의 가슴을 살포시 즈려밟았고 그 직원은 고통에 몸서리치며 그의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이 이사한테 가서 전해. 살고 싶으면 나 건드리지 말라고!”그의 싸늘한 목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쳤다.한지훈이 발을 비키자 겨우 목숨을 건진 왕 팀장 일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급히 이곳을 벗어났다.그들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몸을 숨긴 뒤, 이한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사님, 놈은 저희가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에요….”병원에서 나온 이한명의 목에는 붕대가 칭칭
“알았어요. 그럼 원흥거리 입구에 있는 찻집에서 만나요.”하정혜는 전화를 끊은 뒤, 이한명에게 OK사인을 보냈다.이한명은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가서 하정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얼굴이 예쁘니까 일이 착착 풀리네.”한편, 경비실을 나온 한지훈은 그 길로 마케팅부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마주 오던 여자와 부딪혔다. 여자의 부드러운 살결이 팔뚝에 닿자 한지훈도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괜찮아요?”그가 다급히 물었다.이안영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어색하게 말했다.“네, 괜찮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한지훈을 지나쳐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한지훈은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나는 그녀를 보고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오후 네 시쯤 되었을 때,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나왔는데 저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지훈 씨, 리양에서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던데 사실일까요?”장신혁이 한지훈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한지훈이 물었다.“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장신혁은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고는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아는 동창이 리양제약에서 출근하는데 오늘 긴급 회의를 소집하더니 도영그룹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대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송경림 이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 결국 해냈네.’도설현은 아마 지금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 것 같았다.좀 도와줄까?한지훈은 이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로 가서 이한승에게 전화를 걸었다.“S시에 있는 도영그룹에 투자 좀 합시다.”“네, 회장님.”이한승은 공손히 대답하고 전문가를 섭외해서 도영그룹에 대해 분석했다.모든 일을 마친 뒤, 한지훈은 그 길로 퇴근했다.집으로 돌아오자 강우연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지훈 씨, 오늘 백 선생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지훈 씨도 같이 가요.”한지훈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백 선생이랑 약속을 잡았다고?”그럴 리가 없었다.용이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용이가 깜빡하고 보고를 안
그들은 2층에 있는 별실로 약속을 잡았다. 너무 비싼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구려도 아니었다.강우연이 소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적절한 곳을 고른 것이다.별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먼저 자리에 앉았다. 강우연은 많이 긴장한 얼굴로 손에 진땀을 쥐고 있었다.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옆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고는 대체 누구일까 고민했다.“지훈 씨, 백 선생이 오시면 먼저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강우연이 물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대꾸했다.“긴장할 거 없어. 아무거나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되지.”잠시 후,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그런데 백 선생이랑은 어떻게 연락된 거야?”강우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가 먼저 연락한 게 아니고 백 선생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백 선생이 당신에게 먼저 연락했다고?”한지훈은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강우연이 물었다.한지훈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싸늘하게 말했다.“뭔가 좀 수상하지 않아?”강우연은 흠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가 수상해요? 지훈 씨 요즘 너무 예민한 거 아니에요?”“상대의 신분이 가짜일 수도 있잖아.”한지훈이 말했다.그 말에 강우연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이따가 백 선생 오시면 절대 그런 말을 입밖으로 내지 말아요. 백 선생이 어떤 분인데 누가 감히 그런 분을 사칭하고 다니겠어요?”“잊었어? 박 대사도 오관우가 데려온 사람이 사칭한 거였잖아.”한지훈이 말했다.강우연은 착잡한 얼굴로 잠시 고민하다가 단정짓듯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요.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아요.”이때, 별실 문이 열리고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기세등등하게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의 뒤로 하얀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가면을 쓴 채로 안으로 들어왔다.걸음걸이나 손짓 하나하나에서 품위와 권위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저놈이군!’한지훈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놈의 가면을 찢어버리고 싶
백 선생이란 작자가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한지훈은 놈의 걸음걸이나 눈빛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뱀 같은 눈이 강우연의 몸을 이리저리 훑고 있었고 뒤에 서 있는 경호원들을 보아하니 당일치기로 고용한 배우 같았다.그들은 경호원이 어디 위치에 서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전문 경호원으로 일한 적 없다는 것이 티가 날 정도였다.‘뭐야? 시시한 놈들이었잖아?’백 선생이란 작자는 가면 너머로 싸늘하게 강우연 옆의 한지훈을 노려보더니 물었다.“강우연 씨, 이분은 누구시죠?”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을 소개했다.“이쪽은 제 남편 한지훈 씨에요. 백 선생께는 고마운 일도 많고 해서 제가 같이 오자고 했어요.”그 말을 들은 백 선생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한지훈을 향해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다.“남편이었군요. 오늘은 강우연 씨랑 둘이서 얘기나 할 겸 같이 식사하는 줄 알고 왔는데 내 입장에서는 좀 서운하군요.”한지훈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강우연의 얼굴도 순간 굳었다.“죄송해요. 제 생각이 짧았네요. 하지만 이미 남편과도 얘기된 사안이라….”“해명은 이만합시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였어요.”가짜 백 선생이 담담히 말했다.메뉴가 나오고 강우연은 백 선생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백 선생님께는 정말 고마운 일이 많아요.”가짜 백 선생이라는 작자가 약간 멈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었어요.”술 한잔이 들어가자 강우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를 바라보는 백 선생의 두 눈이 탐욕으로 들끓었다.당장이라도 그녀를 끌고 호텔로 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놈은 적의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우연 씨 남편은 술을 안 좋아하나요? 만나서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나온 사람이 인사도 없으니 좀 이상하군요.”놈이 시비 조로 한지훈을 보며 말했다.강우연은 재빨리 한지훈의 팔꿈치를 치며 눈치를 주었다.한지훈은 꿈쩍도 하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백 선생이란 작
별실 내부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가짜 백 선생이라는 작자가 크게 분노하며 고함쳤다.“무례한 녀석! 감히 내 신분을 의심하는 거야? 내가 백 선생인데 너 같은 백수놈 앞에서 뭘 증명하란 말이야!”“강우연 씨 얼굴 봐서 이 자리에 나온 건데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건 명백히 날 무시한 처사예요! 나랑 일하기 싫어서 일부러 이러는 겁니까!”겁에 질린 강우연은 다급히 백 선생의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백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남편이 말실수한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하!”백 선생이라는 작자가 싸늘하게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대신 사과하는 게 어디 있어요? 당장 저 놈한테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내 앞에 당장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강운과의 계약은 없었던 걸로 할 겁니다! 그리고 S시 전체에 압력을 넣어 아무도 강운과 거래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 말에 강우연은 가슴이 철렁했다.계약을 철회하는 것도 모자라 이건 회사를 망하게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지훈 씨 이번에 큰 사고를 쳤어!’그녀는 분노한 눈초리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지훈 씨,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당장 백 선생께 사과드려요!”왜일까?오늘 보인 한지훈의 행보는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설마 백 선생이 자신을 도와준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저러는 걸까?강우연의 가슴에는 분노와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믿을만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속 좁고 몰상식한 인간이었을 줄이야!’한지훈은 자리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는 강우연을 보고 말했다.“여보, 난 저 백 선생이 사칭범이라고 생각해. 일단은 내 말을 믿어줘.”“그만해요!”강우연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지훈 씨, 당장 백 선생께 사과드려요. 그러지 않으면 이혼할 거예요!”이혼?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내 말을 믿어줘, 우연아!”조급해진 한지훈이 강우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강우연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