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연은 당황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큰아버지, 아빠,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강문복이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했다.“강우연, 내가 너처럼 비겁한 애는 처음 봤다! 감히 사적인 자리에서 백 선생과 단둘이 만나려 하다니! 백 선생은 우리 회사 VIP인데 너 혼자 접대하는 게 어디 있어?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네가 책임질 거야?”“한지훈 저 미친놈을 데리고 백 선생과 만나다니! 그래서 일이 이렇게 틀어진 거 아니야!”“이 별실은 또 뭐야? 백 선생 같은 분을 이런 허접한 곳에 모셨다고? 넌 백 선생이 만만해?”따발총을 쏘는 것처럼 한바탕 훈계를 늘어놓는 강문복의 모습에 강우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강문복은 음침한 얼굴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한지훈! 들어오면서 다 들었어. 가문에서 파면당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백 선생한테 사과해.”강희연 역시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꼭 주제를 모르고 날뛰면서 일을 그르치는 놈들이 있지! 백 선생을 가짜라고 지목하다니. 웃겨서 정말!”한지훈은 갑자기 몰려온 강운의 오너 일가를 바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가짜라면 가짜인 겁니다.”“무례한 녀석! 내 이놈을 그냥!”강문복은 버럭 화를 내며 테이블에 있는 술병을 집어들었다.백 선생 역시 벌떡 일어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 그 이름 기억하지. 감히 내 신분을 의심하다니. 강운과의 계약은 오늘로 끝났어!”말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가려는 척, 뒤돌아섰다.강문복이 다급히 그를 말렸다.“백 선생님, 저런 자식이 한 말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제가 어떻게든 제대로 혼내서 사과하게 만들겠습니다.”말을 마친 강문복은 뒤돌아서서 한지훈을 노려보며 호통쳤다.“한지훈, 너 정말 안하무인이구나! 감히 대놓고 백 선생의 신분을 의심하다니! 너 때문에 회사 다 망하게 생겼어! 당장 백 선생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회장님께 알려서 널 가문에서 파면할 거야!”조급해진 강우연도 나서서 백 선생을 말렸다.“백 선생님, 죄송해요. 다 제
별실 내부에 고요한 정적이 감돌았다.회사에서 해고한 직원이 백 선생을 사칭하고 다닐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강씨 일가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강문복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강우연을 비난했다.“강우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멍청한 것!”말을 마친 그는 가족들을 데리고 별실을 떠났다.강학주도 불쾌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별실을 나갔다.룸에 한지훈과 둘만 남게 되자 강우연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여전히 이 상황이 믿기 힘들었다.백 선생이 가짜였다니!게다가 회사에서 해고한 직원이 작정하고 벌인 사기극이었다니!이어서 자신이 했던 일이 차례대로 머릿속에 떠올랐다.한지훈을 의심하고 그에게 이혼한다고 모진 말까지 해버렸다.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그대로 고개가 숙어졌다.“미안해요, 지훈 씨. 내가….”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괜찮아. 당신도 속은 거잖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강우연은 울음을 삼키며 한지훈을 따라 한정식집을 나섰다.가는 길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강우연이 물었다.“그런데 백 선생이 가짜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뉴스 봤어.”“뉴스요?”강우연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한지훈은 핸드폰을 꺼내 최신 뉴스를 검색해서 보여주며 말했다.“오늘 백 선생은 다른 도시에 일정이 있어서 오전에 S시를 떠났거든.”물론 이건 한지훈이 용이를 시켜 미리 준비한 뉴스였다.뉴스를 확인한 강우연은 멍청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백 선생 같은 거물급 인사가 바로 자신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의심해 봐야 했다.정말 백 선생이라면 비서나 경호원을 시켜 연락을 시도했을 것이다.그 시각, 홍씨 무술관.싸늘한 기운이 무술관 내부를 감싸고 벼락 같은 고함이 이어지고 있었다.“건방진 녀석! 중소기업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녀석이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무술관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 분노를
그리고 홍우영의 뒤쪽을 지키고 세 남자는 홍우용보다는 기백이 약하지만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도 어마무시했다.최소 병왕급 실력이었다.“관장님, 제가 사람들을 이끌고 S시에 가서 한지훈이라는 작자의 사지를 뜯어 데려오겠습니다!”매부리코가 인상적인 한 중년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간청했다.그는 홍씨 무술관의 무술 코치 귀망이었는데 3성 병왕급의 실력자였다.이곳으로 오기 전, 그는 야전부대의 지휘관이었다.그러다가 군기를 어기고 군에서 퇴출당하면서 홍우용의 밑으로 오게 되었다.홍우용은 음침한 얼굴로 고민에 잠겼다.고작 중소기업 데릴사위를 상대한다고 병왕급 실력의 코치를 파견했다는 걸 다른 무술관에서 알면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았다.그런데 이때, 한 부하직원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오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관장님, 큰일났어요!”홍우용이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부하를 나무랐다.“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이야? 빨리 용건부터 말하라고 내가 몇번을 가르쳤어?”부하직원은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관장님, S시에 있는 칠성파 도장에 누가 쳐들어왔는데 허임호 관장님께서….”“허 관장이 왜!”홍우용이 짜증스럽게 물었다.“허 관장님께서 놈에게 살해당하셨고 도장은 이미 경찰들이 현장을 봉쇄한 상태라고 합니다.”허임호가 죽었다니?홍우영의 온몸에서 사무치는 살기가 넘실거렸다.“대체 누구야? 누가 내 애제자를 죽였다는 거야!”그뿐만이 아니었다. 병왕급 실력을 가진 무술 코치들의 얼굴에도 살기가 번뜩였다.2성 현급 병왕의 실력을 가진 허임호가 맥없이 죽어 나갔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다.최소 3성 병왕급 실력 정도는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시골도시인 줄 알았던 S시에서 그런 괴물이 나왔다는 게 더 믿기지 않았다.바닥에 무릎을 꿇은 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그게… 한지훈이란 이름을 가진 젊은이라고 합니다.”한지훈?익숙한 이름에 홍우용이 치를 떨었다.“그놈이야! 못난 데릴사위 녀석! 내 아들을
강운그룹 내부는 혼돈의 도가니였다.귀망은 오자마자 강운그룹을 사냥하겠다고 소문을 퍼뜨렸다.소문이 퍼지자마자 S시 전체가 술렁였다.모두의 시선이 강운그룹을 향했다.그 중에는 연민의 시선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주제를 모르고 날뛰었다는 냉정한 선 긋기가 위주였다.그 시각, 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본가로 향했다.그들이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시선은 그들에게로 쏠렸다.강씨 일가의 모두가 음침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비난했다.“망할 한지훈! 너 이번에 사고 크게 쳤어! 대체 홍씨 무술관은 왜 건드린 거야!”“한지훈 너 때문에 가문이 망하게 생겼다고!”“너 같은 걸 집안에 들인 게 실수였어! 당장 놈을 묶어서 홍씨 무술관에 데려갑시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좌중을 둘러보았다.저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뭔가 감이 잡힐 것 같았다.홍씨 무술관이라.재밌네.강우연은 초조함과 걱정이 뒤섞인 얼굴로 강준상에게 물었다.“할아버지, 대체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강준상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한지훈을 가리켰다.“그건 네 남편한테 물어봐야지! 홍씨 무술관을 건드린 대가로 우리 가문 전체가 날아가게 생겼다고!”“홍씨 무술관이요?”강우연은 굳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쩌다가 H시 사람을 건드렸어요?”홍씨 무술관의 악명에 대해서는 강우연도 들은 바가 있었다.H시 무술 가문 중 하나이자 서열 5위나 되는 방대한 세력이었다.가주인 홍우영은 그 덩치 하나 만으로 좌중을 압도한다고 했다.과거 무술 대회에 제자들을 이끌고 참가한 적 있었는데 대회에서 3등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강운그룹 같은 중소기업이 그런 무술 가문을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강우연은 초조했다.반면, 한지훈은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지난 번 시공 현장에서 안전 사고가 났을 때, 널 모함한 세력이 칠성파 도장이라는 무술관 관계자가 한 거야. 그래서 찾아갔는데 어쩌다 보니 관장이랑 시비가 붙어서 관장 허임호를 내가 날려버렸어
“너무 무모했어! 우연이 하나 때문에 칠성파를 도발하고 관장을 죽였다니! 그러니까 홍씨 무술관에서 반발하고 나선 거 아니야! 홍우영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 원수는 절대 살려두지 않는 악명 높은 인간이야!”강준상도 기침을 쿨럭거리며 한지훈을 비난했다.강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도 비난에 가세했다.유독 한지훈만 꼿꼿하게 서서 싸늘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아내를 욕보인 자는 그게 누구든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홍씨 무술관이 그렇게 대단해요?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책임집니다!”말을 마친 그는 강우연의 손을 잡고 본가를 나섰다.그들이 자리를 뜨자 남은 식구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더 심해졌다.“아버지, 이제 어떡해요? 이번에 홍씨 무술관에서도 작정하고 온 것 같은데요?”강문복이 초조한 얼굴로 강준상에게 물었다.“그래요, 회장님. 이제 우린 어떡합니까?”“하늘이 우리 가문을 멸하게 하려는 걸까요? 이게 다 한지훈 그 자식 때문이에요. 놈은 걸어다니는 재앙이라고요!”“망할 한지훈 자식! 스스로 죽음을 자처했으니 그냥 모른 척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린 한지훈과 이제 아무 사이 아니라는 성명을 내놓는 게 좋겠어요.”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의견을 내놓았다.결국 강준상은 굳은 표정을 하고 지팡이로 땅을 탕탕 두드렸다.“시끄러워! 그만들 해!”사람들이 드디어 입을 다물고 강 회장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잠깐 고민에 잠겼던 강준상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문복에게 말했다.“문복이 넌 당장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 강운이 한지훈을 버렸다고 똑바로 설명해. 그리고 선물을 준비해서 홍씨 무술관에서 온 사람들에게 사과하러 가. 어떻게든 우리 가문에는 손을 쓰지 못하게 막아야 할 거 아니야!”강문복이 주저하며 말했다.“아버지, 기자회견까지는 괜찮지만 찾아가는 건 못하겠는데요? 그쪽에서 싫다고 저부터 죽이려고 달려들면 어쩝니까?”“그럼 누굴 보내?”강준상이 싸늘한 얼굴로 되물었다.강문복은 구석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강학주를 노려보고는
이때, 한 제자가 갑자기 안으로 들어오더니 귀망의 귓가에 대고 공손히 속삭였다.“코치님, 소문은 이미 퍼뜨렸고 강운그룹에는 지금 대혼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일대 잘나가는 기업가들이 밑에 모여서 뵙기를 청하고 있네요.”귀망은 느긋하게 수영장에서 나오며 제자에게 물었다.“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그렇습니다.”제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귀망은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네 명의 엘리트 제자를 이끌고 아래층 로비로 나갔다. 십여 명의 기업와 부자들이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일로 나를 찾아오셨죠?”귀망은 흰 가운을 입은 채로 건장한 근육을 드러내며 상석에 앉았다.자리한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고는 준비한 선물을 꺼내며 말했다.“귀망 코치께서 우리 시를 방문해 주셨다고 해서 인사차 찾아왔습니다. 정말 TV에서 봤던 것처럼 풍채가 좋으시네요!”“맞아요! 저 귀망 코치님 팬이에요!”“역시 홍씨 무술관의 에이스다운 풍채이십니다. 이렇게 보고만 있는데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네요.”사람들은 아부를 연발하며 귀망을 떠받들었다.정작 귀망 본인은 귀를 후벼파며 제자들을 시켜 선물을 받았다.“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신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세요.”그러자 기업가들은 이번 방문의 목적을 일야기하기 시작했다.귀망은 제자들에게 메모를 시키고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그가 자리를 뜨려고 일어서는데 한 제자가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코치님, 밖에 누가 찾아왔는데요? 사과하러 왔다고 하네요.”“강운 사람이야?”귀망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참 빨리도 왔네. 들어오라고 해.”잠시 후, 강학주와 서경희, 강신이 크고 작은 선물 박스를 들고 로비로 들어왔다.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는 귀망을 보고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폭발할 것 같은 건장한 근육과 싸늘한 눈빛, 그리고 주변을 지키고 선 제자들을 본 순간, 강학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강운의 강학주라고 합
출발하기 전, 강 회장에게서 상대 측 요구는 뭐든 다 들어주라는 얘기를 듣고 온 그였다.너무 과한 게 아니라면 전부 들어줄 의향이 있다는 얘기였다.“통쾌하셔서 좋네요. 난 강 선생님 같은 사람을 높게 삽니다.”귀망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댁의 따님이 그렇게 예쁘다고 들었어요. 연예인 뺨치는 외모라면서요? 미인은 나도 좋아합니다. 혹시 딸과 식사 한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강학주가 난감해하며 말했다.“코치님, 저희 딸은 갑자기 왜요? 걔는 이미 결혼한 유부녀인데요.”귀망이 웃으며 말했다.“이상한 쪽으로 오해하셨나 보네요. 그냥 단순하게 밥 한끼 같이 먹고 싶다는 얘기였으니 너무 긴장할 것 없어요.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준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보기엔 과분한 요구는 아닌 것 같은데… 아까는 그냥 해본 말이었나요?”귀망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그의 옆을 지키던 제자들도 흉흉한 눈빛으로 강학주 일가를 노려보고 있었다.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강학주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지금 우리 코치님이랑 장난친 거야? 죽고 싶어?”겁에 질린 강학주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아니죠. 그런 거 아닙니다….”당황한 서경희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코치님, 돌아가서 우연이한테 얘기할 테니까 남편은 놓아주시죠.”귀망이 냉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그제야 그 제자는 강학주를 바닥에 패대기치더니 뒤로 물러섰다.바닥에 주저앉은 강학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그럼 오늘 저녁에 봅시다. 저녁에 따님을 여기로 보내요. 약속을 어길 시에 내가 어떻게 할지는 알고 있죠?”귀망은 싸늘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은 뒤, 로비를 떠나버렸다.강학주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일단 돌아가서 회장님께 사실을 알려야겠어.”강학주 일가는 그 길로 본가로 달려갔다.소식을 들은 강준상이 굳은 표정으로 호통쳤다.“뭐라? 귀망 그 자식이 우연이를 보자고 한다고?”강학주 역시 씩씩거리며 난색을 표했
강문복은 냉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예, 아버지. 지금 갈게요.”말을 마친 그는 바닥에 무릎 꿇고 사정하는 강학주를 뿌리친 채, 건장한 고용인들을 끌고 강우연의 집으로 향했다.그 시각 강우연은 정원에서 고운이와 놀아주고 있었다.한지훈은 장 보러 외출하고 집에는 그들 모녀 둘뿐이었다.“강우연!”강문복이 고용인들을 대동하고 문을 박차며 정원에 들어섰다.겁에 질린 강우연은 고운이의 앞을 막아서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큰아버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강문복은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한지훈은 집에 없어?”강우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잠시 나갔어요.”“잘됐네!”고용인들이 밧줄을 들고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강우연을 묶기 시작했다.당황한 강우연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큰아버지, 이게 뭐 하는 거예요?”겁에 질린 고운이도 울음을 터뜨리며 작은 손으로 고용인들을 밀쳤다.“저리 가! 우리 엄마한테 손대지 마! 이 나쁜 사람들아!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강문복이 싸늘하게 눈짓하자 고용인 한 명이 고운이를 안고 자리를 비켰다.“귀망 코치가 널 만나고 싶다고 했어. 사고는 너희가 쳤으니 책임도 너희가 져야겠지?”“너 얼굴 예쁜 거 타도시까지 소문이 다 났더라고. 귀망 코치가 너한테 꽤 관심 있는 것 같았어. 가서 그분 심기를 잘 달래드리면 우릴 공격하지 않고 넘어가 준다고 했어.”당황한 강우연이 몸부림쳤지만 이미 손발이 묶인 터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소리쳤다.“큰아버지, 이럴 수는 없어요. 저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어요. 저를 그곳으로 보낼 수는 없어요!”강우연도 강문복이 의도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불구덩이에 스스로 뛰어들라는 암묵적인 지시였다.“못할 게 뭐가 있어? 네가 아니면 한지훈이 칠성파 도장을 찾아갔겠어? 그 일이 없었으면 홍씨 무술관 눈밖에 나는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너 자체가 재앙이야. 네가 돌아온 뒤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어!”강문복이 눈짓하자 고용인들이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