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홍우영의 뒤쪽을 지키고 세 남자는 홍우용보다는 기백이 약하지만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도 어마무시했다.최소 병왕급 실력이었다.“관장님, 제가 사람들을 이끌고 S시에 가서 한지훈이라는 작자의 사지를 뜯어 데려오겠습니다!”매부리코가 인상적인 한 중년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간청했다.그는 홍씨 무술관의 무술 코치 귀망이었는데 3성 병왕급의 실력자였다.이곳으로 오기 전, 그는 야전부대의 지휘관이었다.그러다가 군기를 어기고 군에서 퇴출당하면서 홍우용의 밑으로 오게 되었다.홍우용은 음침한 얼굴로 고민에 잠겼다.고작 중소기업 데릴사위를 상대한다고 병왕급 실력의 코치를 파견했다는 걸 다른 무술관에서 알면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았다.그런데 이때, 한 부하직원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오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관장님, 큰일났어요!”홍우용이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부하를 나무랐다.“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이야? 빨리 용건부터 말하라고 내가 몇번을 가르쳤어?”부하직원은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관장님, S시에 있는 칠성파 도장에 누가 쳐들어왔는데 허임호 관장님께서….”“허 관장이 왜!”홍우용이 짜증스럽게 물었다.“허 관장님께서 놈에게 살해당하셨고 도장은 이미 경찰들이 현장을 봉쇄한 상태라고 합니다.”허임호가 죽었다니?홍우영의 온몸에서 사무치는 살기가 넘실거렸다.“대체 누구야? 누가 내 애제자를 죽였다는 거야!”그뿐만이 아니었다. 병왕급 실력을 가진 무술 코치들의 얼굴에도 살기가 번뜩였다.2성 현급 병왕의 실력을 가진 허임호가 맥없이 죽어 나갔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다.최소 3성 병왕급 실력 정도는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시골도시인 줄 알았던 S시에서 그런 괴물이 나왔다는 게 더 믿기지 않았다.바닥에 무릎을 꿇은 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그게… 한지훈이란 이름을 가진 젊은이라고 합니다.”한지훈?익숙한 이름에 홍우용이 치를 떨었다.“그놈이야! 못난 데릴사위 녀석! 내 아들을
강운그룹 내부는 혼돈의 도가니였다.귀망은 오자마자 강운그룹을 사냥하겠다고 소문을 퍼뜨렸다.소문이 퍼지자마자 S시 전체가 술렁였다.모두의 시선이 강운그룹을 향했다.그 중에는 연민의 시선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주제를 모르고 날뛰었다는 냉정한 선 긋기가 위주였다.그 시각, 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본가로 향했다.그들이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시선은 그들에게로 쏠렸다.강씨 일가의 모두가 음침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비난했다.“망할 한지훈! 너 이번에 사고 크게 쳤어! 대체 홍씨 무술관은 왜 건드린 거야!”“한지훈 너 때문에 가문이 망하게 생겼다고!”“너 같은 걸 집안에 들인 게 실수였어! 당장 놈을 묶어서 홍씨 무술관에 데려갑시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좌중을 둘러보았다.저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뭔가 감이 잡힐 것 같았다.홍씨 무술관이라.재밌네.강우연은 초조함과 걱정이 뒤섞인 얼굴로 강준상에게 물었다.“할아버지, 대체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강준상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한지훈을 가리켰다.“그건 네 남편한테 물어봐야지! 홍씨 무술관을 건드린 대가로 우리 가문 전체가 날아가게 생겼다고!”“홍씨 무술관이요?”강우연은 굳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쩌다가 H시 사람을 건드렸어요?”홍씨 무술관의 악명에 대해서는 강우연도 들은 바가 있었다.H시 무술 가문 중 하나이자 서열 5위나 되는 방대한 세력이었다.가주인 홍우영은 그 덩치 하나 만으로 좌중을 압도한다고 했다.과거 무술 대회에 제자들을 이끌고 참가한 적 있었는데 대회에서 3등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강운그룹 같은 중소기업이 그런 무술 가문을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강우연은 초조했다.반면, 한지훈은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지난 번 시공 현장에서 안전 사고가 났을 때, 널 모함한 세력이 칠성파 도장이라는 무술관 관계자가 한 거야. 그래서 찾아갔는데 어쩌다 보니 관장이랑 시비가 붙어서 관장 허임호를 내가 날려버렸어
“너무 무모했어! 우연이 하나 때문에 칠성파를 도발하고 관장을 죽였다니! 그러니까 홍씨 무술관에서 반발하고 나선 거 아니야! 홍우영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 원수는 절대 살려두지 않는 악명 높은 인간이야!”강준상도 기침을 쿨럭거리며 한지훈을 비난했다.강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도 비난에 가세했다.유독 한지훈만 꼿꼿하게 서서 싸늘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아내를 욕보인 자는 그게 누구든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홍씨 무술관이 그렇게 대단해요?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책임집니다!”말을 마친 그는 강우연의 손을 잡고 본가를 나섰다.그들이 자리를 뜨자 남은 식구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더 심해졌다.“아버지, 이제 어떡해요? 이번에 홍씨 무술관에서도 작정하고 온 것 같은데요?”강문복이 초조한 얼굴로 강준상에게 물었다.“그래요, 회장님. 이제 우린 어떡합니까?”“하늘이 우리 가문을 멸하게 하려는 걸까요? 이게 다 한지훈 그 자식 때문이에요. 놈은 걸어다니는 재앙이라고요!”“망할 한지훈 자식! 스스로 죽음을 자처했으니 그냥 모른 척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린 한지훈과 이제 아무 사이 아니라는 성명을 내놓는 게 좋겠어요.”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의견을 내놓았다.결국 강준상은 굳은 표정을 하고 지팡이로 땅을 탕탕 두드렸다.“시끄러워! 그만들 해!”사람들이 드디어 입을 다물고 강 회장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잠깐 고민에 잠겼던 강준상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문복에게 말했다.“문복이 넌 당장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 강운이 한지훈을 버렸다고 똑바로 설명해. 그리고 선물을 준비해서 홍씨 무술관에서 온 사람들에게 사과하러 가. 어떻게든 우리 가문에는 손을 쓰지 못하게 막아야 할 거 아니야!”강문복이 주저하며 말했다.“아버지, 기자회견까지는 괜찮지만 찾아가는 건 못하겠는데요? 그쪽에서 싫다고 저부터 죽이려고 달려들면 어쩝니까?”“그럼 누굴 보내?”강준상이 싸늘한 얼굴로 되물었다.강문복은 구석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강학주를 노려보고는
이때, 한 제자가 갑자기 안으로 들어오더니 귀망의 귓가에 대고 공손히 속삭였다.“코치님, 소문은 이미 퍼뜨렸고 강운그룹에는 지금 대혼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일대 잘나가는 기업가들이 밑에 모여서 뵙기를 청하고 있네요.”귀망은 느긋하게 수영장에서 나오며 제자에게 물었다.“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그렇습니다.”제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귀망은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네 명의 엘리트 제자를 이끌고 아래층 로비로 나갔다. 십여 명의 기업와 부자들이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일로 나를 찾아오셨죠?”귀망은 흰 가운을 입은 채로 건장한 근육을 드러내며 상석에 앉았다.자리한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고는 준비한 선물을 꺼내며 말했다.“귀망 코치께서 우리 시를 방문해 주셨다고 해서 인사차 찾아왔습니다. 정말 TV에서 봤던 것처럼 풍채가 좋으시네요!”“맞아요! 저 귀망 코치님 팬이에요!”“역시 홍씨 무술관의 에이스다운 풍채이십니다. 이렇게 보고만 있는데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네요.”사람들은 아부를 연발하며 귀망을 떠받들었다.정작 귀망 본인은 귀를 후벼파며 제자들을 시켜 선물을 받았다.“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신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세요.”그러자 기업가들은 이번 방문의 목적을 일야기하기 시작했다.귀망은 제자들에게 메모를 시키고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그가 자리를 뜨려고 일어서는데 한 제자가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코치님, 밖에 누가 찾아왔는데요? 사과하러 왔다고 하네요.”“강운 사람이야?”귀망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참 빨리도 왔네. 들어오라고 해.”잠시 후, 강학주와 서경희, 강신이 크고 작은 선물 박스를 들고 로비로 들어왔다.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는 귀망을 보고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폭발할 것 같은 건장한 근육과 싸늘한 눈빛, 그리고 주변을 지키고 선 제자들을 본 순간, 강학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강운의 강학주라고 합
출발하기 전, 강 회장에게서 상대 측 요구는 뭐든 다 들어주라는 얘기를 듣고 온 그였다.너무 과한 게 아니라면 전부 들어줄 의향이 있다는 얘기였다.“통쾌하셔서 좋네요. 난 강 선생님 같은 사람을 높게 삽니다.”귀망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댁의 따님이 그렇게 예쁘다고 들었어요. 연예인 뺨치는 외모라면서요? 미인은 나도 좋아합니다. 혹시 딸과 식사 한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강학주가 난감해하며 말했다.“코치님, 저희 딸은 갑자기 왜요? 걔는 이미 결혼한 유부녀인데요.”귀망이 웃으며 말했다.“이상한 쪽으로 오해하셨나 보네요. 그냥 단순하게 밥 한끼 같이 먹고 싶다는 얘기였으니 너무 긴장할 것 없어요.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준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보기엔 과분한 요구는 아닌 것 같은데… 아까는 그냥 해본 말이었나요?”귀망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그의 옆을 지키던 제자들도 흉흉한 눈빛으로 강학주 일가를 노려보고 있었다.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강학주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지금 우리 코치님이랑 장난친 거야? 죽고 싶어?”겁에 질린 강학주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아니죠. 그런 거 아닙니다….”당황한 서경희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코치님, 돌아가서 우연이한테 얘기할 테니까 남편은 놓아주시죠.”귀망이 냉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그제야 그 제자는 강학주를 바닥에 패대기치더니 뒤로 물러섰다.바닥에 주저앉은 강학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그럼 오늘 저녁에 봅시다. 저녁에 따님을 여기로 보내요. 약속을 어길 시에 내가 어떻게 할지는 알고 있죠?”귀망은 싸늘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은 뒤, 로비를 떠나버렸다.강학주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일단 돌아가서 회장님께 사실을 알려야겠어.”강학주 일가는 그 길로 본가로 달려갔다.소식을 들은 강준상이 굳은 표정으로 호통쳤다.“뭐라? 귀망 그 자식이 우연이를 보자고 한다고?”강학주 역시 씩씩거리며 난색을 표했
강문복은 냉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예, 아버지. 지금 갈게요.”말을 마친 그는 바닥에 무릎 꿇고 사정하는 강학주를 뿌리친 채, 건장한 고용인들을 끌고 강우연의 집으로 향했다.그 시각 강우연은 정원에서 고운이와 놀아주고 있었다.한지훈은 장 보러 외출하고 집에는 그들 모녀 둘뿐이었다.“강우연!”강문복이 고용인들을 대동하고 문을 박차며 정원에 들어섰다.겁에 질린 강우연은 고운이의 앞을 막아서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큰아버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강문복은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한지훈은 집에 없어?”강우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잠시 나갔어요.”“잘됐네!”고용인들이 밧줄을 들고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강우연을 묶기 시작했다.당황한 강우연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큰아버지, 이게 뭐 하는 거예요?”겁에 질린 고운이도 울음을 터뜨리며 작은 손으로 고용인들을 밀쳤다.“저리 가! 우리 엄마한테 손대지 마! 이 나쁜 사람들아!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강문복이 싸늘하게 눈짓하자 고용인 한 명이 고운이를 안고 자리를 비켰다.“귀망 코치가 널 만나고 싶다고 했어. 사고는 너희가 쳤으니 책임도 너희가 져야겠지?”“너 얼굴 예쁜 거 타도시까지 소문이 다 났더라고. 귀망 코치가 너한테 꽤 관심 있는 것 같았어. 가서 그분 심기를 잘 달래드리면 우릴 공격하지 않고 넘어가 준다고 했어.”당황한 강우연이 몸부림쳤지만 이미 손발이 묶인 터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소리쳤다.“큰아버지, 이럴 수는 없어요. 저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어요. 저를 그곳으로 보낼 수는 없어요!”강우연도 강문복이 의도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불구덩이에 스스로 뛰어들라는 암묵적인 지시였다.“못할 게 뭐가 있어? 네가 아니면 한지훈이 칠성파 도장을 찾아갔겠어? 그 일이 없었으면 홍씨 무술관 눈밖에 나는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너 자체가 재앙이야. 네가 돌아온 뒤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어!”강문복이 눈짓하자 고용인들이
‘우연을 납치해 갔다고?’순간 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가 한지훈의 몸을 뚫고 나오는 듯했고 화가 잔뜩 치밀어 오른 두 눈은 무섭게 이글거리고 있다.“엄마 납치해 간 사람이 누구야?”한지훈은 다급해하며 물었다.그러자 고운이는 울먹거리며 겨우 말을 이어 나갔다.“나…… 나쁜 사람이에요. 큰할아버지가 엄마를……”강우연을 납치해 간 사람은 다름 아닌 강문박이었다.납치범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한지훈은 분노해 마지못해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그는 고운이를 안고 정원으로 돌려보내고 나서 일단 상처부터 간단하게 치료했고 용이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고운이를 돌봐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그러고 나서 정원을 나와 강씨 정원으로 곧장 발걸음을 재촉했다.순간, 그가 내디디는 발걸음에 따라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고 먹구름이 밀려오면서 하늘이 어두워지고 공기까지 무거워지는 듯했다.강씨 정원은 삽시간에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에 빈틈없이 에워싸여 버렸다.집에서 한창 웃고 떠들던 강씨 가문 사람들은 거침없이 밀려오는 먹구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등골이 오싹해졌다.“비 오려나?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S시에서 이런 날씨는 처음 봐……”“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아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건 아니겠죠?”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며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강문박은 주인석에 앉아 여유있게 차를 마시며 덤덤하게 웃었다.“참, 쓸데없이 걱정도 많아. 그냥 갑자기 날씨가 변한 것뿐이야. 강우연도 이제 귀망 선생님한테로 보냈으니 우리는 앞으로 잘 먹고 잘살 날만 남았어.”그의 말에 강씨 가문 사람들은 두려움을 뒤로 한 채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그러네요. 우리가 너무 긴장했어요.”“강우연까지 보냈으니, 가문의 위기는 이로써 해결한 거 같네요.”“이게 다 문박 형님 덕분이에요. 형님 아니었으면, 이렇게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았을 거예요.”사람들의 칭찬은 계속되었지만, 강문박은 덤덤하게 웃기만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쾅 하는 소리가 세차게 울려 퍼
강문박이 소리를 지르자, 하인들이 손에 방망이를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그들은 두말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한지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그러나 순식간에 믿어지지 않은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거침없이 달려들던 하인들은 모조리 한지훈에게 제압당한 채 부러진 팔다리를 부여잡고 비참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쓰읍!”자리에 있던 강씨 직계 사람들도 주인석에 앉아 있는 강문박도 놀라워 마지 못한 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불똥이 자기에게 튈까 봐 겁이 난 몇몇 사람은 테이블 뒤에 비굴하게 숨기도 했다.뭇사람들이 아연실색한 가운데 한지훈은 흉악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한 걸음씩 강문박을 향해 다가갔다.그러자 하늘 끝의 먹구름도 단번에 다가오며 모두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지옥에서 걸어 나온 수라와 같은 한지훈의 눈빛에 억눌려 숨이 턱턱 막히기도 했다.강문박은 안락의자의 팔걸이를 부여잡고 곧장 일어나서 도망가려고 했다.하지만 일어나기도 전에 고개를 들어보니 한지훈의 얼굴이 코 앞까지 다가와 버렸다.“너…… 너 뭐 하자는 거야! 한지훈, 여긴 강씨 가문이야! 네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건방지게 굴다가 코 다칠 수 있어!”강문박은 흥분해 마지못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공포에 질린 두 눈에는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며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펑!한지훈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발을 들어 강문박의 가슴팍을 세차게 차버렸다.그러자 의자에 사람까지 단번에 멀리 날아가 버렸다.쿵!안락의자는 뒤에 벽에 그대로 부딪혀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강문박도 땅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가슴을 부여잡고 대성통곡했다.“아! 아파……”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지훈은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가 멱살을 잡고 땅에서 끌어 올렸다.땅에서 반자 정도 떨어진 강문박은 얼굴이 터질 듯이 충혈되고 호흡까지 가빠지기 시작했다.그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목구멍에서 겨우 말을 토해냈다.“너……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장 놔…… 죽일 셈이
백발노인의 단검이 한지훈의 목에 가까워지며 불과 한 치도 남지 않았을 때, 한지훈의 몸 앞에 갑작스럽게 금빛 광막이 나타났다!“뭐지?! 저... 저건 화산의...”창안백은 이 장면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섰고, 화산의 다른 고수들 몇 명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한지훈이 자신의 검에 맞아 죽을 거라고 확신했던 백발노인은 눈앞에 갑자기 솟아오른 금빛 광막을 보고 놀라며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이미 휘둘러버린 공격은 멈출 수가 없었다!바로 그 순간, 광막 안에서 하얀 빛의 섬광이 튀어나왔다!“으아악!”백발노인은 놀란 나머지 마치 돌처럼 굳어버렸고, 심지어 단검을 쥔 손도 떨리기 시작했다.“쉭!”그가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은 금빛 광막을 뚫고 들어갔고, 몸은 하얀 섬광과 충돌했다! “쾅!”폭음과 함께 백발노인의 몸은 거칠게 날아갔다!하지만 하얀 섬광은 멈추지 않고 백발노인을 날려버린 뒤, 땅에 있는 바위를 폭발시켜 깊이가 3미터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어냈다.“푸헉!”백발노인이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피를 한가득 뿜어냈다! 그 하얀 섬광은 바로 한지훈이 장도령과 싸우던 때 장도령이 모으지 못했던 천뢰였고, 한지훈은 단지 동방 오우에게서 깨달은 진법을 활용해 그 섬광들을 흡수한 것이었다. 방금 몸이 고정되던 순간, 한지훈은 위험을 감지했지만 다행히 인체의 자기장은 의지로 조종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발노인의 검은 한지훈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다!그 하얀 섬광이 나타나자 천지의 기운이 땅 위를 덮으며, 임비양의 정혼진도 효력을 잃게 되었다.한지훈은 몸이 잠시 정체된 것을 느꼈고, 곧 다시 움직임을 회복했다. “방금 누가 비침으로 나를 음해하려 했지? 당장 나와라!”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단상 위를 차갑게 바라보며 소리치자, 임비양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한지훈, 네가 죽을 고비에서 살아남은 것만도 다행인데, 또 강적을 만들겠다는 건가?”임비양의 말투는 단호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 그는 백발노인이 더 이상 한지훈을 자극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차라리 한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지훈에게 산 채로 고문당하며 죽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흥! 한지훈,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비무 중 생명을 해치는 것은 무맹의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여기는 무맹의 영역이며, 창릉은 무맹의 본원이다!”“옳고 그름은 아직 네놈이 평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구만리를 풀어주어라!”백발노인은 두 눈을 부릅뜨며 한지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동시에, 높은 단상에 있던 사람들은 백발노인의 등 뒤에서 감춰졌던 한 손이 이미 단검 두 자루를 꽉 쥐고 있음을 분명히 보았다.“구만리를 풀어주라고? 좋다!”한지훈은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순식간에 발을 들어 구만리를 세게 걷어찼다!“쾅!”굉음과 함께 구만리의 몸은 짐짝처럼 날아올라 20미터 이상이나 멀어져 있던 단상 위로 떨어졌다.“쿵!”구만리의 몸이 단단히 단상에 떨어지며 먼지가 일었다.이때의 구만리는 온몸이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고, 입에서는 피 섞인 거품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의 몸이 격렬히 경련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서 즉사했다.“허억!”단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이 차가운 숨을 삼켰다. 구만리, 구만리가 죽다니?!단 한 번의 기술로 한지훈에게 패배당했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한지훈에게 한 발로 차여 죽다니!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이해되지 않는 점은, 한지훈이 명백히 천성대진 속에 갇혀 있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한지훈! 네 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백발노인은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구만리를 잠시 훑어보더니, 눈빛에서 서릿발 같은 살기를 내뿜었다!이 노인의 실력은 결코 구만리와 맞먹을 수준이 아니었고, 평소라면 그가 구만리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설 일은 절대 없을 터였다.그러나 한지훈이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백발노인은 갑자기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동시에, 임비양이 갑자기 손을
“용국의 국왕 폐하를 잡초처럼 여긴다고 했던가?!”한지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구만리의 가슴을 강하게 걷어찼다.쾅!구만리의 몸은 다시 수 미터 날아가며, 땅의 암반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111“푸헉!”비록 한지훈은 평범한 사람의 상태였지만, 자기장을 조종하여 뿜어낸 발차기는 마치 작은 유성이 가슴을 강타하는 것처럼 강력했다.구만리가 이를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땅에 떨어지자마자 그는 대량의 피를 토해냈고, 피 속에는 내장의 조각들까지 섞여 있었다.“네놈이...”구만리는 힘겹게 팔을 들어 한지훈을 가리켰지만, 오장육부의 고통이 너무 심해 도저히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용국 백성을 모두 개미 취급했던가?!”한지훈은 번개처럼 구만리 앞에 다가서더니, 발을 들어 그의 복부를 세게 짓밟았다.“아아악!”구만리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활처럼 휘었다.그는 마치 허리를 짓밟힌 새우처럼 두 손을 뻗어 한지훈의 다리를 붙잡으려 했다.“나를 깔끔히 죽이고 체면이라도 살려주어라!”쾅!구만리가 다리를 붙잡기 전, 한지훈의 무릎이 그의 얼굴을 강하게 들이받았다.구만리의 몸은 땅에 밀착된 채 10미터 이상 미끄러져 나갔다.그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어 이목구비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네놈이 장도령의 복수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한지훈은 발을 들어 구만리의 얼굴을 짓밟았다. 꽈득! 그의 턱뼈와 광대뼈가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들리며, 얼굴 전체가 함몰되었다. 이 장면을 본 주변 사람들은 두 눈을 감으며 차마 구만리의 얼굴을 직시하지 못했다.“한지훈! 설마 무종의 규칙을 모르는가?! 비무는 악의적으로 상대를 죽이는 자리가 아니다! 구만리가 이미 패배했는데, 어째서 그를 잔혹하게 죽이려는 것이지?!”그 순간, 높은 대 위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며 한지훈을 제지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차가운 시선으로 높은 대 위의 무리를 쳐다보았다.“오? 악의적으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고?! 참으로 의로운 말이군! 내가 천성대진에 억눌려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한지훈의 전력이 천성대진으로 완전히 봉인된 상태, 즉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구만리는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의 손에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백 년 넘게 살아온 세월을 헛되이 보낸 것이 아닌가?!“어떠한가?!”한지훈은 구만리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너 같은 자를 죽이는 데에는 오릉군 가시 하나면 충분하다. 드래곤 장총 아래에서 죽을 자격이 있는 건 고수 중의 고수뿐이다. 넌 그럴 자격이 없다!”“푸헉!”한지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만리는 피를 토해냈다.그가 자격이 없다고?!“한... 한지훈!”구만리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온몸에서 살기가 폭발하며 소리쳤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지금 이 순간, 구만리는 분노의 극한에 도달했다!“휭!”갑자기 창릉산 전체에 강풍이 휘몰아쳤다.“구 씨 형님, 안 됩니다!”단해룡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이 강풍은 검기가 얽혀 만들어진 것으로, 삼성 천왕계 이하의 사람들은 결코 버틸 수 없는 위력이었다.문제는 적이 오직 한지훈 한 명뿐이라는 점이었다!이 강풍은 자신들 편까지 죽이는 셈이었다.“제기랄!”단해룡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같은 시대의 사람들이 구만리를 구 미치광이라고 부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노인은 완전히 미친 게 분명했다!그는 단해룡의 외침을 무시한 채, 검을 휘둘러 사방에서 검기 폭풍을 일으켰다.“휙!”폭풍이 지나간 자리마다 수많은 시신의 목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한지훈, 죽어라! 반드시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겠다!”구만리는 광기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한지훈은 그 모든 것을 냉정히 바라볼 뿐이었고, 그는 몸을 가볍게 돌려 수많은 검기를 피하며 구만리를 향해 돌진했다.“구만리! 넌 이미 졌다! 멈춰라!”대장로는 구만리가 필사의 기술을 사용하자 걱정스러워하며 외쳤다.하지만 대장로의 경고는 물론, 단해룡의 호소
“찌익! 쾅!”한지훈의 오릉군 가시가 구만리의 검신에 닿는 순간, 연이어 두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특히 두 번째 폭음이 끝난 후, 구만리의 검을 중심으로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구만리는 손바닥이 저릿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이럴 수가?!방금 전의 그 강렬한 빛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한지훈은 지금 진법도 사용할 수 없고, 천성대진에 의해 모든 힘이 봉인된 상태였기에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이어야 했다.설마...아니, 말도 안 돼!천성대진은 단해룡의 절기로, 천신계 강자라 해도 천성대진에 들어가면 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하물며 한지훈은 겨우 오성 용급 천왕계일 뿐인데, 진법이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구만리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번뜩였다.자기장!“네... 네놈이 설마 인체 내 자기장을 사용할 수 있다니?!”구만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을 더듬었다.자신뿐만 아니라, 조룡의 비술을 전수받은 장씨 집안이라 해도 이런 경지는 불가능했다!비록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방법은 자기장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구만리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한지훈은 이미 몸을 날려 그의 앞에 다가갔다!오릉군 가시는 허공에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구만리의 등 뒤로 돌아가 다시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이 모든 과정은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였지만, 실상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현재 한지훈은 물체를 조종하는 것은 커녕, 병왕급의 실력조차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구 씨 형님! 등 뒤를 조심하십시오!”단해룡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지만, 모든 것이 이미 늦어버렸다. 오릉군 가시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구만리의 어깨를 강타했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구만리는 강한 충격에 의해 앞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어깨에는 달걀만 한 크기의 혈흔이 생겨났다.“쿵!”구만리는 바위 위로 거칠게 떨어졌다가 다시 한번 튕겨 오른 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단 한
검의를 깨달은 자만이 비로소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아무리 강력한 검경이라 해도 검의 앞에서는 정오의 태양 아래 녹아내리는 얼음과 같았고, 모든 살기는 즉시 소멸하고 만다.“큰소리를 잘도 치는구나? 구만리, 네가 방금 뱉은 말로도 이미 죽어 마땅하다! 검의라 한들 어떠하냐? 하늘의 도리를 거스르는 자를 하늘이 돕겠느냐!”한지훈은 차분한 표정으로 손을 늘어뜨린 채 서 있었고, 그의 손에 쥔 오릉군 가시에서는 희미한 백색의 광채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흥, 말이 많구나. 네놈에게 이 검의의 위력을 보여주마! 내 검의 아래 죽는 것이라면, 너도 죽어서 영광스러운 줄 알아라!”구만리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날려 화살처럼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이 순간, 한지훈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보통 사람의 몸으로는 구만리의 살수를 피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죽어라!”구만리가 포효하며 외치자, 사람들은 눈앞에 번쩍이는 흰빛을 보았다.구만리의 몸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검으로 변한 듯, 한지훈을 향해 똑바로 찔러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공기 중에서는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검기는 해일처럼 밀려왔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도처럼 한지훈에게 몰아쳤다.이것이 바로 검의의 위력이었고, 주변의 모든 것을 찢어버릴 수 있는 검기로 변화시키는 능력이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구만리의 위력에 놀란 듯 다가오는 그의 모습만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한지훈이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흥, 겁먹지 않았다 한들 무슨 소용이냐? 주변의 공기마저 검기로 바뀌었으니, 그가 피할 수나 있을까?”“그가 아직도 오성 용급 천왕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절대 불가능해!”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차가운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구만리의 검 끝이 한지훈의 목에 불과 한 치도 못 미치는 순간, 한지훈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발뒤꿈치를
구만리는 뒷짐을 진 채 곧장 한지훈을 공격하지 않았고, 대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한지훈, 네가 정말 대단한 인물임은 인정하겠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면, 나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구나!”“용국 백전명장이라 불릴 만하다만, 유감스럽게도 너의 용맹함은 내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단 말이다! 지금의 너는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니 나의 충고를 듣거라.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길일 테니!”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만리의 손에 삼척 길이의 장검이 나타났다.검날은 차가운 빛을 반짝이며 마치 검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 보였다.구만리가 손목을 살짝 돌리자 은백색의 검화가 번뜩였고, 공중에는 허공을 찢는 듯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검광이 번쩍이더니, 주변에 서 있던 몇 그루의 소나무가 허리 높이에서 단숨에 잘려 나갔다!이 검술은 단순해 보였으나, 검기를 외부로 뻗어나가 주변의 몇십 그루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를 자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게다가 나무가 잘려 나갔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검기가 얼마나 정밀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구만리의 검술은 역시 절묘하군! 검기를 몇 미터 밖으로 뻗어나가면서도 이렇게 순수하게 유지할 수 있다니, 우리가 평생을 바친다 해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일세!”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감탄하며 말했다.그들이 감탄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까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구만리의 발아래 바위로 된 지면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몇 미터 깊이로 갈라졌다!습!이곳 창릉산의 제단은 만 년 전 화산암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으로, 그 단단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검은커녕 포탄을 쏘아도 하얀 자국 정도만 남길 수 있을 뿐이었다.“이것이야말로 현세 제일의 검경 대사이군!”“그렇소. 구만리의 검경은 장도령을 훨씬 능가한다고 들었는데, 그 소문이 사실이었네!”“한지훈이 천성대진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구만리의 상대가 될 수 없겠지!”구만리의 절기를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내심 놀랐다. 이 천성대진은 정말 대처하기 만만치 않았다. 비록 그 또한 미리 대처할 준비를 하긴 했지만, 역시나 상대방의 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던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일반인이랑 별다를 바 없게 되었다. 축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대장로 또한 한지훈의 변화를 알아채게 됐고, 이내 앞으로 나아가 도와주려 하자 동방소가 손을 내밀어 그를 가로막았다. “대장로, 이제 너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멀쩡히 돌아갈 수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또 맹주의 따귀를 한 대 더 때리려는 거야?”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몸을 살짝 떨게 됐다. 처음 날린 따귀는 단지 단해룡의 경고일 뿐이었고, 만약 그가 다시 손을 대게 된다면 무맹과 무종은 관계는 철저히 끊어지게 된다. 때가 되면 용국의 종무는 필연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대장로님, 사실 저희 또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희 원 씨 집안 또한 북양 왕이 이대로 죽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필경 인원이 적고 발언권이 별로 없으니 멋대로 상황을 좌우할 수는 없습니다!”이때 원상용이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대장로를 향해 말했다. “너희들...”답답한 이 상황에 대장로는 발만 동동 구를뿐이었다. 사실 그들이 말한 대로, 설사 대장로가 목숨 바쳐 나선다 하더라도 이 결말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내가...”순간 그는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게 되었다. 한 씨 별장을 떠나게 될 당시, 대장로는 무종 장로의 인부를 꺼내고는 바로 깨뜨려 버렸었다. 자신은 더 이상 무종 장로가 아니라고, 무종과는 이젠 무관하다고 밝힌 것이었다. 무종 대장로의 신분을 벗게 됐지만, 그는 언제나 한지훈과 함께 생사를 같이할 것이라고 뒷말을 덧붙였다. “죽고 싶어?”그의 단호한 태도에, 단해룡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대장로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장로가 입을 떼려는 순간, 한지훈이 고개를 들어 대장로를 향해
대장로가 이렇게까지 날뛰는 이유는, 그는 방금 단해룡과 구만리가 주고받는 눈빛을 통해 이미 낌새를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나 악랄한 사람들이 어떻게 선배라는 이유로 존경심을 받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특히나 단해룡은 무맹의 맹주라는 신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런 수단으로 사람을 해치려는 건 정말 납득이 안 됐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한지훈 한 사람을 겨냥하는 것 자체가 기가 찼다. 게다가 무맹 맹주와 구만리뿐만 아니라 십여 명의 5대 명산 고수들도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기선제압에 그치지 않고, 천성대진으로 한지훈의 모든 실력까지 빼앗아내 일반인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심지어 마지막엔 구만리가 깨끗이 한지훈을 처단하게 만들려는, 그야말로 염치없는 발상들이었다. “뭐라고? 그럼 대장로 말은, 나더러 이 대결에서 져주라는 거야?”단해룡는 마냥 차가운 눈빛으로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단해룡, 넌 엄연히 무맹 맹주야. 신분과 지위가 다 어느 정도 높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한지훈 한 사람을 포위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파렴치하기 짝이 없어서 그래. 게다가 천성대진까지 이용하여...”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해룡은 갑자기 손을 들어 강하게 뺨을 내려쳤다. “팍!”대장로는 단해룡이 감히 자신의 따귀를 때릴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전혀 무방비하고 있었던 그는 그 따귀에 몸이 5~6 미터 밖으로 밀려났다. 대장로 또한 삼성 지급 천왕계의 실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결코 단해룡의 상대는 아니었다. 설사 그가 단해룡과 같은 급수에 있다 하더라도 진법 면에서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무섭도록 강력한 따귀에 대장로는 멍해졌을 뿐만 아니라, 축대 아랫사람들마저도 이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래전부터 무맹과 무종은 비등한 실력을 갖고 있었고, 그중 단해룡과 대장로의 지위도 매우 비슷했다. 그러므로 방금 단해룡이 날린 이 따귀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무맹이 무종에게 던지는 도전장이 된 것이다. “대장로, 너 명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