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한 제자가 갑자기 안으로 들어오더니 귀망의 귓가에 대고 공손히 속삭였다.“코치님, 소문은 이미 퍼뜨렸고 강운그룹에는 지금 대혼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일대 잘나가는 기업가들이 밑에 모여서 뵙기를 청하고 있네요.”귀망은 느긋하게 수영장에서 나오며 제자에게 물었다.“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그렇습니다.”제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귀망은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네 명의 엘리트 제자를 이끌고 아래층 로비로 나갔다. 십여 명의 기업와 부자들이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일로 나를 찾아오셨죠?”귀망은 흰 가운을 입은 채로 건장한 근육을 드러내며 상석에 앉았다.자리한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고는 준비한 선물을 꺼내며 말했다.“귀망 코치께서 우리 시를 방문해 주셨다고 해서 인사차 찾아왔습니다. 정말 TV에서 봤던 것처럼 풍채가 좋으시네요!”“맞아요! 저 귀망 코치님 팬이에요!”“역시 홍씨 무술관의 에이스다운 풍채이십니다. 이렇게 보고만 있는데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네요.”사람들은 아부를 연발하며 귀망을 떠받들었다.정작 귀망 본인은 귀를 후벼파며 제자들을 시켜 선물을 받았다.“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신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세요.”그러자 기업가들은 이번 방문의 목적을 일야기하기 시작했다.귀망은 제자들에게 메모를 시키고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그가 자리를 뜨려고 일어서는데 한 제자가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코치님, 밖에 누가 찾아왔는데요? 사과하러 왔다고 하네요.”“강운 사람이야?”귀망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참 빨리도 왔네. 들어오라고 해.”잠시 후, 강학주와 서경희, 강신이 크고 작은 선물 박스를 들고 로비로 들어왔다.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는 귀망을 보고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폭발할 것 같은 건장한 근육과 싸늘한 눈빛, 그리고 주변을 지키고 선 제자들을 본 순간, 강학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강운의 강학주라고 합
출발하기 전, 강 회장에게서 상대 측 요구는 뭐든 다 들어주라는 얘기를 듣고 온 그였다.너무 과한 게 아니라면 전부 들어줄 의향이 있다는 얘기였다.“통쾌하셔서 좋네요. 난 강 선생님 같은 사람을 높게 삽니다.”귀망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댁의 따님이 그렇게 예쁘다고 들었어요. 연예인 뺨치는 외모라면서요? 미인은 나도 좋아합니다. 혹시 딸과 식사 한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강학주가 난감해하며 말했다.“코치님, 저희 딸은 갑자기 왜요? 걔는 이미 결혼한 유부녀인데요.”귀망이 웃으며 말했다.“이상한 쪽으로 오해하셨나 보네요. 그냥 단순하게 밥 한끼 같이 먹고 싶다는 얘기였으니 너무 긴장할 것 없어요.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준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보기엔 과분한 요구는 아닌 것 같은데… 아까는 그냥 해본 말이었나요?”귀망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그의 옆을 지키던 제자들도 흉흉한 눈빛으로 강학주 일가를 노려보고 있었다.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강학주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지금 우리 코치님이랑 장난친 거야? 죽고 싶어?”겁에 질린 강학주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아니죠. 그런 거 아닙니다….”당황한 서경희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코치님, 돌아가서 우연이한테 얘기할 테니까 남편은 놓아주시죠.”귀망이 냉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그제야 그 제자는 강학주를 바닥에 패대기치더니 뒤로 물러섰다.바닥에 주저앉은 강학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그럼 오늘 저녁에 봅시다. 저녁에 따님을 여기로 보내요. 약속을 어길 시에 내가 어떻게 할지는 알고 있죠?”귀망은 싸늘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은 뒤, 로비를 떠나버렸다.강학주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일단 돌아가서 회장님께 사실을 알려야겠어.”강학주 일가는 그 길로 본가로 달려갔다.소식을 들은 강준상이 굳은 표정으로 호통쳤다.“뭐라? 귀망 그 자식이 우연이를 보자고 한다고?”강학주 역시 씩씩거리며 난색을 표했
강문복은 냉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예, 아버지. 지금 갈게요.”말을 마친 그는 바닥에 무릎 꿇고 사정하는 강학주를 뿌리친 채, 건장한 고용인들을 끌고 강우연의 집으로 향했다.그 시각 강우연은 정원에서 고운이와 놀아주고 있었다.한지훈은 장 보러 외출하고 집에는 그들 모녀 둘뿐이었다.“강우연!”강문복이 고용인들을 대동하고 문을 박차며 정원에 들어섰다.겁에 질린 강우연은 고운이의 앞을 막아서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큰아버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강문복은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한지훈은 집에 없어?”강우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잠시 나갔어요.”“잘됐네!”고용인들이 밧줄을 들고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강우연을 묶기 시작했다.당황한 강우연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큰아버지, 이게 뭐 하는 거예요?”겁에 질린 고운이도 울음을 터뜨리며 작은 손으로 고용인들을 밀쳤다.“저리 가! 우리 엄마한테 손대지 마! 이 나쁜 사람들아!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강문복이 싸늘하게 눈짓하자 고용인 한 명이 고운이를 안고 자리를 비켰다.“귀망 코치가 널 만나고 싶다고 했어. 사고는 너희가 쳤으니 책임도 너희가 져야겠지?”“너 얼굴 예쁜 거 타도시까지 소문이 다 났더라고. 귀망 코치가 너한테 꽤 관심 있는 것 같았어. 가서 그분 심기를 잘 달래드리면 우릴 공격하지 않고 넘어가 준다고 했어.”당황한 강우연이 몸부림쳤지만 이미 손발이 묶인 터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소리쳤다.“큰아버지, 이럴 수는 없어요. 저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어요. 저를 그곳으로 보낼 수는 없어요!”강우연도 강문복이 의도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불구덩이에 스스로 뛰어들라는 암묵적인 지시였다.“못할 게 뭐가 있어? 네가 아니면 한지훈이 칠성파 도장을 찾아갔겠어? 그 일이 없었으면 홍씨 무술관 눈밖에 나는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너 자체가 재앙이야. 네가 돌아온 뒤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어!”강문복이 눈짓하자 고용인들이
‘우연을 납치해 갔다고?’순간 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가 한지훈의 몸을 뚫고 나오는 듯했고 화가 잔뜩 치밀어 오른 두 눈은 무섭게 이글거리고 있다.“엄마 납치해 간 사람이 누구야?”한지훈은 다급해하며 물었다.그러자 고운이는 울먹거리며 겨우 말을 이어 나갔다.“나…… 나쁜 사람이에요. 큰할아버지가 엄마를……”강우연을 납치해 간 사람은 다름 아닌 강문박이었다.납치범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한지훈은 분노해 마지못해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그는 고운이를 안고 정원으로 돌려보내고 나서 일단 상처부터 간단하게 치료했고 용이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고운이를 돌봐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그러고 나서 정원을 나와 강씨 정원으로 곧장 발걸음을 재촉했다.순간, 그가 내디디는 발걸음에 따라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고 먹구름이 밀려오면서 하늘이 어두워지고 공기까지 무거워지는 듯했다.강씨 정원은 삽시간에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에 빈틈없이 에워싸여 버렸다.집에서 한창 웃고 떠들던 강씨 가문 사람들은 거침없이 밀려오는 먹구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등골이 오싹해졌다.“비 오려나?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S시에서 이런 날씨는 처음 봐……”“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아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건 아니겠죠?”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며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강문박은 주인석에 앉아 여유있게 차를 마시며 덤덤하게 웃었다.“참, 쓸데없이 걱정도 많아. 그냥 갑자기 날씨가 변한 것뿐이야. 강우연도 이제 귀망 선생님한테로 보냈으니 우리는 앞으로 잘 먹고 잘살 날만 남았어.”그의 말에 강씨 가문 사람들은 두려움을 뒤로 한 채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그러네요. 우리가 너무 긴장했어요.”“강우연까지 보냈으니, 가문의 위기는 이로써 해결한 거 같네요.”“이게 다 문박 형님 덕분이에요. 형님 아니었으면, 이렇게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았을 거예요.”사람들의 칭찬은 계속되었지만, 강문박은 덤덤하게 웃기만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쾅 하는 소리가 세차게 울려 퍼
강문박이 소리를 지르자, 하인들이 손에 방망이를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그들은 두말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한지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그러나 순식간에 믿어지지 않은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거침없이 달려들던 하인들은 모조리 한지훈에게 제압당한 채 부러진 팔다리를 부여잡고 비참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쓰읍!”자리에 있던 강씨 직계 사람들도 주인석에 앉아 있는 강문박도 놀라워 마지 못한 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불똥이 자기에게 튈까 봐 겁이 난 몇몇 사람은 테이블 뒤에 비굴하게 숨기도 했다.뭇사람들이 아연실색한 가운데 한지훈은 흉악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한 걸음씩 강문박을 향해 다가갔다.그러자 하늘 끝의 먹구름도 단번에 다가오며 모두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지옥에서 걸어 나온 수라와 같은 한지훈의 눈빛에 억눌려 숨이 턱턱 막히기도 했다.강문박은 안락의자의 팔걸이를 부여잡고 곧장 일어나서 도망가려고 했다.하지만 일어나기도 전에 고개를 들어보니 한지훈의 얼굴이 코 앞까지 다가와 버렸다.“너…… 너 뭐 하자는 거야! 한지훈, 여긴 강씨 가문이야! 네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건방지게 굴다가 코 다칠 수 있어!”강문박은 흥분해 마지못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공포에 질린 두 눈에는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며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펑!한지훈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발을 들어 강문박의 가슴팍을 세차게 차버렸다.그러자 의자에 사람까지 단번에 멀리 날아가 버렸다.쿵!안락의자는 뒤에 벽에 그대로 부딪혀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강문박도 땅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가슴을 부여잡고 대성통곡했다.“아! 아파……”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지훈은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가 멱살을 잡고 땅에서 끌어 올렸다.땅에서 반자 정도 떨어진 강문박은 얼굴이 터질 듯이 충혈되고 호흡까지 가빠지기 시작했다.그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목구멍에서 겨우 말을 토해냈다.“너……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장 놔…… 죽일 셈이
“한지훈 그놈 미친 거 아니에요? 어떻게 감히 형님에게 손을 댈 수 있어요? 죽고 싶어 환장한 거 아니에요?”“끝났어! 분명 귀망 선생님 찾으러 갔을 거야! 사단이 날 거 같아!”사람들은 제각기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강문박은 배를 부여잡고 힘겹게 땅에서 기어 일어났다.험상궂은 얼굴에 살의가 가득한 두 눈으로 한지훈이 떠나가는 모습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가게 놔둬! 저놈이 찾아가는 사람은 무려 H시 홍씨 가문의 귀망 선생님이야! 그 사람 실력에 대해서는 다들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한지훈은 지금 자기 발로 죽으러 가는 거야!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손에 피 묻힐 필요도 없으니 잘 됐어.”한편, 한지훈은 강씨 정원에서 나서자마자, 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천 명만 소집해서 일신 호텔로 보내. 개미 한 마리도 나가지 못하게 호텔 전체를 봉쇄하도록 해.”“네, 지금 즉시 부하들 소집하겠습니다.”용사는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러고 나서 한지훈은 가장 빠른 속도로 일신 호텔로 달려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호텔 입구에 이르게 되자, 기운이 범상치 않은 남자 두 명이 정문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두 사람은 마치 문을 지키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한지훈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다가갔지만, 두 남자는 손을 내밀어 한지훈을 가로 막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만 다른 호텔로 가주세요. 이 호텔은 당분간 외부인 출입 금지입니다.”한지훈은 상대의 말을 무시한 채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귀망 선생님 방은 어디에 있습니까?”두 남자는 즉시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누구 십니까? 우리 감독님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 겁니까?”“나? 너희가 찾는 한지훈이야. 당장 내 아내 풀어주고 그 XX보고 꺼져 나오라고 그래!”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한지훈이라고?”그중의 한 남자가 비아냥거리며 호통을 쳤다.“네가 뭔데 감히 우리 감독님한테 꺼져 나오라 말라야! 죽고 싶어 환장했
한지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카운터 앞으로 다가갔다.카운터에 있던 여자 직원은 밖에 가지런하게 우뚝 서 있는 천 명의 수위를 보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었다.그리고 지금도 억제할 수 없어 온몸을 떨며 컴퓨터로 체크 기록을 찾으면서 말을 더듬었다.“텐트 하우스 8888 스위트 룸에 계십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지훈은 용사와 함께 10명의 수위를 데리고 텐트 하우스 스위트 룸에 이르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한편, 텐트 하우스 스위트 룸 안에 있는 귀망과 강우연 둘만 있다.강우연은 의자에 꽁꽁 묶여 있고 귀망은 비단으로 된 가운을 입은 채로 와인 잔에 와인을 따라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그러고 나서 음흉한 눈빛으로 의자에 묶여 있는 강우연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강우연은 오군의 절세미인다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매끈하고 하얀 얼굴에 화끈한 몸매까지 H시에서 일품 중의 일품이다.이런 미인의 남편이 데릴사위라는 소리가 우습기 그지없었다.귀망은 술잔을 내려놓고 강우연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손을 들어 하얗고 매끈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너무 예뻐요. 우연 씨는 제가 지금껏 본 모든 여자 중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에요.”“안 돼요…… 하지 마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저에게는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어요…… 제발…… 저 좀 풀어주세요……”눈시울이 붉어진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헤헤, 우연 씨 남편이 데릴사위라고 들었어요. 능력도 없는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요?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차라리 저 따라서 H시로 가시는 건 어때요? 평생 놀고 먹을 수 있게 해 줄게요. 갖고 싶은 것도 다 사드릴 수 있어요.”귀망은 음탕하게 웃으며 강우연의 뒤에 서서 몸을 숙여 그녀의 목덜미로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살 냄새마저도 향긋한 여인이네.’콧바람에 강우연은 파르르 떨더니 온몸에 신경이 곤두서 버렸다.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이 힘없이 뚝뚝 떨어지면서 애원하기 시작했다.“제발…
귀망은 크게 웃으며 한지훈을 안중에 두지도 않은 듯했다.“건방진 놈! 여기까지 찾아오는 걸 보니 아직 네 처지가 얼마나 위험 한지 모르나 보네!”말을 마치고 그는 입고 있던 가운을 벗기 시작했다.구릿빛 피부와 건장한 몸매를 드러내며 몸을 풀더니 거만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네가 허임호를 죽였다며?”한지훈은 부정하지 않고 당당하게 답했다.“그래. 나다.”“그래! 허임호는 이성현급 병왕의 실력인데, 네가 걔를 죽일 수 있다는 건 네 실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설명하겠지.”“그럼, 나하고 한 번 겨뤄봐. 날 이길 수 있으면 네 아내 데리고 떠나도 좋아.”귀망은 오만한 자태로 차갑게 웃었다.귀망의 판단에 따르면, 한지훈은 기껏해야 일 년 전에 자기와 같은 삼성지급 병왕의 실력에 불과하다.하지만 귀망의 실력은 일년 전에 이미 삼성지급 병왕의 실력을 돌파해 버렸고 지금은 사급천왕 병왕이다.다만 그는 이 비밀을 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실력을 숨겨 일단 싸움이 일어나는 순간 뒤를 노리려고 했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실력에 대해 자부심이 무척이나 강했다.한지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는데, 귀망 눈에는 그가 두려움에 떠는 모습으로 보였다.상대가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귀망은 더욱 건방지게 말했다.“왜? 무서워? 그럼, 무릎 꿇고 두 팔다 잘라버려!”그러나 귀망의 예상을 빗나가 간 채로 한지훈은 거침없이 앞으로 다가왔다.“죽고 싶다고 X랄 하는데, 내가 이뤄줄게.”그의 말을 듣고 귀망은 눈살을 찌푸리며 살의를 드러냈다.“건방진 놈! 죽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귀망은 앞으로 달려들며 하이킥을 날려 한지훈의 머리를 쓸어버리려고 했다.이는 지금의 귀망을 있게 해 준 유명한 기술이다.하이킥 한 번에 건장한 소 한 마리도 수십 미터나 날아가면서 제자리에서 죽을 수 있다.상대가 일반인이라면 아마 머리뼈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하지만 평생 상상치도 못한 광경이 귀망의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한지훈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덤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