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 용왕사위 / 제714화

공유

제714화

작가: 봄가을
이런 불평 불만도 한지훈 앞이라서 가능한 것이었다.

“피곤하면 며칠 휴가 내고 쉬어. 고운이 데리고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자.”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강우연의 눈동자가 반짝하나 싶더니 이내 어두워졌다.

“됐어요. 회사가 그렇게 바쁜데 나까지 휴가 낼 수는 없죠. 큰아버지가 알면 또 뭐라고 하실 거예요. 백 선생과의 협력 프로젝트도 곧 시작이잖아요.”

백 선생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자 강우연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지훈 씨, 백 선생한테 밥 한끼 사야 할까 고민 중인데 어떻게 생각해요?”

한지훈은 내심 뜨끔했지만 티 내지 않고 대답했다.

“당신이 사고 싶으면 사는 거지.”

강우연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높으신 분이 우리와 밥을 먹으려 할까요?”

“해보면 알 거 아니야.”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잠시 고민하던 강우연이 결심을 굳힌 듯, 백 선생의 연락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백 선생님이시죠? 저 강우연이에요. 강운그룹 강우연이요.”

강우연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백 선생님은 지금 바쁘세요. 급한 용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전달해 드릴게요.”

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백 선생이랑 식사 한끼 대접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강우연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따가 선생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소식 있으면 그때 연락드릴게요.”

말을 마친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강우연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약간 당황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만 고민하고 밥 먹자. 당신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했어.”

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으로 다가갔다. 풍성한 밥상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한지훈은 기회를 봐서 조용히 정원으로 나왔다. 용일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령관님, 사모님께서 식사 약속을 잡고 싶으시다는데 어떻게 할가요?”

“알아. 그렇게 하자고 해.”

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

“네, 알겠습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용왕사위   제715화

    박 대사의 진위 여부를 놓고 소란을 벌였던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돌아가 보세요.”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학주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그를 바라보더니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한지훈이 인상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다른 볼일 남았습니까?”강학주는 차마 말을 못 꺼내겠는지 서경희를 부추겼다.“당신이 얘기할래?”서경희는 남편을 힐끗 노려보고는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말도 못 꺼낼 줄 알았어.”말을 마친 그녀는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더니 말했다.“하나 더 부탁할 일이 있어. 오찬그룹 오관우 대표 말이야. 가짜 박 대사를 데리고 온 거, 오관우 씨도 피해자야. 속았대. 하지만 지금도 경찰서에 잡혀 있지. 박 대사께서 직접 나서주지 않으면 계속 감방에 있어야 할지도 몰라. 회장님이랑 큰댁에서는 자네가 나서서 이 일을 마무리해 줬으면 해. 박 대사한테 말 몇 마디만 전해주면 되는 일 아닌가.”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몸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눈치 없는 서경희는 계속해서 떠들어댔다.“희연이랑 곧 결혼식을 올리는데 감방에서 식을 올리게 할 수는 없잖아?”말을 마친 그녀가 고개를 들자 자신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한지훈이 보였다.“이게 끝입니까?”서경희가 멈칫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빨리 좀 해결해 주게. 안 그러면 회장님께서 또 우리한테 뭐라고 하실 거란 말이야.”“볼일 끝났으면 당장 꺼지세요.”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그 말에 참고 있던 서경희가 분노를 터뜨렸다.“한지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이게 어른 대하는 태도야?”서경희의 앙칼진 목소리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이건 우리 뜻이 아니라 회장님과 큰댁 부탁이야. 우리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주제도 모르는 녀석이!”“당신 그만해! 말을 뭐 그렇게 해?”다급해진 강학주가 인상을 쓰며 서경희를 말리더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자네가 내

  • 용왕사위   제716화

    “넘어가? 그렇게는 못 하지. 내가 거기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오관우는 미친 사람처럼 포효하며 분노를 터뜨렸다.그 모습을 본 강희연조차 화들짝 놀랄 정도였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관우가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걱정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말을 마친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싸움 잘하는 애들 좀 찾아봐. 무조건 싸움을 잘해야 해.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어떤 놈팽이 하나 죽여버려야겠어!”전화를 끊은 오관우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한편, 출근하려는 한지훈의 앞을 외제차 한 대가 가로막았다.차에서 내린 소예민이 그를 향해 생긋 미소 지었다.“내가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습니까?”한지훈은 팔짱을 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참 여우 같은 여자였다. 어제는 청순 가련한 외모를 강조해서 나타나더니 오늘은 섹시함을 강조했다.물론 어떤 스타일이든 타고난 외모가 완벽하게 소화했다.오늘은 화장까지 하고 왔는데 미모가 TV에 나오는 아이돌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당신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봤다고 했잖아요. 어디 사는지도 알아요.”소예민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무슨 일인데요?”한지훈이 시큰둥하게 물었다.소예민은 차 문을 열더니 웃으며 말했다.“타요. 타면 알려줄게요.”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확 찌푸렸다. 미인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어쩐지 이 여자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그래. 어차피 한가한데.’소예민은 한지훈을 데리고 주선 빌딩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왔다.S시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회원제 레스토랑이었다.물론 돈만 있다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VIP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했다.주선 레스토랑의 회원 심사도 상당히 까다로웠다.그냥 철없는 여자로 보였던 소예민이 이 정도로 재력가인 줄은 몰랐다. 지난번에 의사 가문의 3세라고 들었는데 꽤 대단한 가문인 것 같았다.“어디서 온 시골 촌뜨기가 길을 막고 있어? 당장 안 비켜?”

  • 용왕사위   제717화

    “현우 너 무례하게 뭐 하는 짓이야!”이때 근엄한 얼굴의 한 백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이쪽으로 다가왔다.그의 뒤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가 따르고 있었다.“할아버지, 저 눈치 없는 자식이 지금 길을 막고 있잖아요. 그래서 꺼지라고 했어요.”거만이 하늘을 찌르는 이 재벌3세는 한지훈을 힘껏 노려보고는 다가가서 노인을 부축했다.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예전이었다면 저 역겨운 얼굴에 주먹이라도 꽂았을 것이다.“어허!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다 잊었어? 사람이 귀천이 어디 있어? 겉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내 그렇게 타일렀거늘! 지난번에 매까지 맞았으면서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당장 저분께 사과 드려!”노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손자를 호되게 꾸짖었다.“할아버지, 저는 그냥….”거만한 재벌3세도 할아버지 앞에서는 겁에 질린 초식동물처럼 바들바들 떨었다.“당장 사과하라는데도!”노인이 재차 강조했다.남자는 인상을 확 찌푸리고 한참 머뭇거리더니 이를 갈며 한지훈에게 사과했다.“미안해. 내가 아까 좀 심했네.”말을 마친 그는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한지훈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젠장! 저런 거렁뱅이한테 사과를 다 하다니!’그는 이 일이 소문이라도 퍼지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 봐 더 자존심이 상했다.“젊은 친구, 정말 미안하네. 내가 애들 교육을 잘못 해서 실례를 끼쳤네. 불쾌한 점이 있다면 나한테 얘기하게. 내가 잘 타이르겠네.”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훈은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사려 깊은 노인이 부탁하는데 뭐라고 불만을 얘기할 수도 없었다.“나이가 어려서 덜 성숙해서 그런 거니 신경 쓰지 않습니다.”“하, 자란 척은! 자기가 나보다 어른인 것처럼!”현우라는 남자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지만 노인의 따가운 시선에 입을 다물었다.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을 바라보다가 안색이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두 눈은 부어 있었고 얼굴이 누런 것이

  • 용왕사위   제718화

    “됐어. 그냥 둬.”노인은 손사래를 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지훈 씨 진짜 의술을 할 줄 알았네요? 아까 그 어르신 안색만 보고 질병이 있다는 걸 알아냈잖아요.”소예민이 팔짱을 낀 채 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생각보다 실력이 대단한데? 절대 나보다 떨어지는 실력은 아니야!’한눈에 술을 조심하라고 알려줄 수 있었던 건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절대 알아내지 못할 내용이었다.한지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을 다물었다.“예민아!”이때, 맞은편에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긴 생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검은색 롱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조막만한 얼굴에 단아한 매력을 가진 미인이었다.게다가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간 완벽한 몸매는 거기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소예민도 물론 미인이었지만 그녀와는 다르게 성숙미까지 겸비한 화려한 매력의 여인이었다.“려한 언니.”소예민이 활짝 웃으며 달려가서 여자를 와락 끌어안았다.“드디어 만나네. 여기 왔으면서 왜 연락 한번 안 했어.”여자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소예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분은 누구야?”한지훈을 발견한 그녀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새로 사귄 친구야.”소예민은 다급히 한지훈을 소개하며 그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주었다.한지훈은 살짝 당황했지만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친구?”여자가 살짝 놀라며 한지훈을 아래위로 훑었다.그러더니 미소를 지으며 하얀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림려한입니다. 예민이 사촌언니에요.”“한지훈입니다.”한지훈은 예의상 악수해 주고 얼른 손을 놓았다.“예민이 언제 너 남성 친구가 생겼어? 난 왜 몰랐지?”림려한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소예민에게 물었다.“말할 기회가 없었지. 어쨌든 이렇게 만났으니 됐잖아.”소예민이 림려한의 팔에 매달리며 애교를 부렸다.십여 분 뒤.소예민은 한지훈의 팔짱을 끼고 림려한과 함께 룸으로 들어섰다.“

  • 용왕사위   제719화

    룸 안에는 열 명 남짓한 청춘 남녀들이 수다를 떨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물론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남자들은 파트너와 함께 오지 않은 여자들을 훑었고 여자들은 비싼 옷을 걸친 남자들에게 접근하려고 아양을 떨었다.이곳에 모인 대부분이 재벌 2세들이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바람둥이거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우들이었다.“예민이 드디어 왔구나. 다들 너만 기다렸잖아.”소예민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외모는 평균보다 조금 괜찮은 편인데 소예민이나 림려한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진한 화장에 섹시함을 강조한 타이트한 옷차림이 오히려 술집 여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저쪽은 조설련, 저와는 대학 동기예요. 저 친구가 이번 모임을 주최했어요. 거의 일년 만에 보는 거죠.”소예민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친구들을 소개해 주었다.조설련은 한지훈에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림려한을 바라보며 물었다.“예민아, 이분이 네 사촌언니지? 정말 예쁘시다. 너희 가문은 정말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났나 봐. 너희 때문에 내가 다 못생겨 보이잖아.”웃으며 다가온 조설련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했다.“다들 조용히 해봐. 내가 소개할게. 이쪽은 나랑 같은 의대 다니던 캠퍼스 여신 소예민. 의학자 가문으로 알려진 소씨 가문의 외동딸이야. 어때? 예쁘지? 여자친구 없는 사람들 오늘 노력 좀 해봐.”장난처럼 한 말이겠지만 어쩐지 뼈대가 느껴지는 말이었다.“이쪽은 예민이 사촌언니. 완전 여신이야!”소개가 끝나자 림려한은 대범하게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기소개를 했다.“안녕, 림려한이라고 해.”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모습에 남자들은 벌써부터 가슴이 간질거렸다.사람들은 분분히 일어서서 열정적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안녕, 소예민이라고 해.”소예민도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한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이분은 내가 여기 와서 새로 사귄 친구, 한지훈 씨야.”사람들은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만 끄

  • 용왕사위   제720화

    그리고 이때, 검은색 정장에 느끼한 인상을 가진 한 남자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소예민에게 술을 권했다.그는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을 하고 소예민과 림려한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생긴 건 꽤 깔끔하고 준수한 외모에 피부가 하얘서 귀티가 났다.행동거지에서도 교육을 잘 받고 자란 티가 났다.소예민과 림려한을 바라볼 때 눈에 욕망이 가득했지만 입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홍철수는 갑자기 잔을 들더니 한모금에 술잔을 비워버렸다.소예민은 그의 행동에 약간 당황하며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일면식도 없는 남자였다.“예민아, 뭐 해? 철수 씨도 잔을 비웠는데 너도 비워야지? 홍철수 씨 H시에서 인정받는 청년 기업가 출신이잖아. 너 얼굴 본다고 여기까지 온 분이야.”조설련이 소예민의 어깨를 툭 치며 재촉했다.사실 그녀는 혼자 주목 받는 소예민이 얄미웠다.상대는 H시의 F4라고 불리는 인기남 중 한 명이었다. 준수한 외모에 재력까지 갖춘 완벽한 신랑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자존심만 아니라면 나 한번 만나달라고 들이대고 싶었다.하지만 홍철수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고 소예민에게는 진한 흥미를 보였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조설련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 여자, 뭔가 억지로 소예민과 홍철수를 이어주려는 의도가 보였다.유현빈은 구석에서 굳은 표정으로 술만 마시고 있었다.그는 소예민을 좋아해서 H시에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사냥감이 되었는데 지켜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러웠다.홍철수는 H시의 홍씨 무술관 후계자로 그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현빈이 오늘 좀 이상하네. 너 예민이 좋다고 쫓아온 거 아니었어? 철수가 예민이한테 대놓고 호감 드러내는데 왜 가만히 있어?”옆에 있던 재벌2세 한 명이 장난끼 어린 얼굴로 말했다.“닥쳐!”유현빈은 소예민이 안으로 들어온 뒤부터 술만 마시고 있었다.그는 분노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장난을 친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뭘 알아?

  • 용왕사위   제721화

    소예원은 살짝 멈칫거리더니 난처해하며 말했다.“근데 제가 술을 마실 줄 몰라요……”이쯤 돼서 소예원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오늘 이 자리는 온전히 홍철수의 파트너로 조설련이 일부러 자기를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소예원은 그녀가 홍철수의 환심을 사려고 이렇게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이용할 줄은 몰랐다.“흥! 몰라! 마실 줄 몰라도 오늘은 꼭 마셔야 해! 아니면 우리 친구고 뭐고 다 끝이야!”조설련은 씩씩거리며 말했다.“괜찮아요. 마실 줄 모르면 예원 씨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홍철수는 다정하게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철수 도련님, 부탁인데 성은 떼지 마시고 소예원이라고 불러주세요. 성까지 떼고 부르시면 뭔가 다정해 보이잖아요. 제가 좀 듣기 거북해서 그래요.”소예원은 인제 어리고 순정한 소녀가 아니다.자기 생각을 똑바로 밝히며 얼굴도 점점 어두워졌다.사람들을 앞에 두고 홍철수의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똑부러지게 말했다.그러자 홍철수는 단번에 안색이 차갑게 변했다.그는 헛기침하며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예원 씨 보기보다 꽤 도도하네요.”이 말을 입 밖으로 뱉을 때, 홍철수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당장이라도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만 같았고 눈 밑 깊은 곳에서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묵묵히 자리에 앉으며 소예원 옆에 앉아 있는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러다가 문득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소예원 씨, 곁에 있는 친구분은 뭐 하시는 분이세요?”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똥이 결국은 자기한테까지 튕기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러한 하찮은 수단도 재벌 2세들이나 할 법하다.“저는 S시 도영 그룹의 경호원입니다.”한지훈은 덤덤하게 그의 말에 대답했다.“와아, S시 도영 그룹이라면 대기업인데, 엄청 훌륭한 분이셨네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홍철수는 마냥 부러워하고 추앙하는 듯이 말했다.한지훈을 비아냥거리고 있다는 것이 알리지도 않을 만큼 연기력이 대단했다.“하하! 철수 도련님, 지금

  • 용왕사위   제722화

    한지훈의 말 한마디에 룸에 있는 모든 이들이 어안이 벙벙해졌다.“집에 밥이 없다고요? 하하하, 역시 대단한 분이세요! 소예원 씨는 어쩌다가 저런 친구를 옆에 두게 된 거예요? 같은 남자로서 너무 부끄럽네요.”호지명이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그는 소예원에 대한 홍철수의 마음을 뻔히 알고 있다.그리하여 기회를 틈타 한마디 해주면서 홍철수를 밀어주려고 했다.그럼, 홍철수도 그에게 신세를 지게 되는 셈이다.어쩌면 앞으로 H시 한씨 가문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게 될지도 모른다.“하하하! 너도 좀 그만해.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데, 좀 절약하면서 사는 것도 당연한 거잖아. 여기서 밥을 먹은 것만으로도 평생 자랑하며 다닐 수 있어. 이곳은 일반인이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그런 곳이잖아.”윤기가 좔좔 흐르던 남자가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삐에로를 보듯이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에 두지 않았다.반면, 소예원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지며 참다못해 소리쳤다.“다들 그만 하세요! 제 친구한테 지금 무슨 막말을 하시는 거예요?”“예원아, 너무 화내지 마. 우리도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였어. 이렇게 보잘것없는 친구는 도대체 왜 만나는 거야? 게다가 문이나 지키는 경호원이라며? 마을 지키는 똥개하고 별반 다를 게 없잖아. 명색에 H시 소씨 가문 천금인데, 창피하지도 않아?”“철수 도련님이 어디가 뭐 어때서 싫다는 거야? 인물도 훤하지, 돈도 많지, 사업도 잘되고 있지 도련님 좋다는 여자들 줄섰어. 넌 내가 특별히 가장 앞줄에 서게 해 준 거야.”조설련은 소예원을 위하는 척하면서 말끝마다 한지훈을 폄하하고 홍철수를 높였다.“지금 나를 위해서 하는 소리라고 했어? 나를 위한다는 사람이 내 친구를 이렇게 깔봐도 되는 거야?”소예원은 화가 치밀어 올라 가방을 들고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제가 어떤 친구를 사귀든 그건 모두 제 마음이에요! 당신들이 감히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에요! 제가 보기엔 한지훈은 평생 부모님

최신 챕터

  • 용왕사위   제2570화

    한지훈의 말에, 유장군은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지훈에 대한 인상이 그런대로 괜찮았었는데, 한지훈이 뜻밖의 말을 꺼내자 유장군은 그를 달리 보게 되었다. 필칸트는 4성 천급 천왕계인데, 너 같은 사령관 강자가 찾아가서 괜히 남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 될 텐데? 일단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마영리를 되찾을 생각은 영원히 기대하지도 마! 그러나 한지훈은 필경 흑병대 사람이기에 유장군은 불만을 품고 있어도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용국에서의 흑병대 권력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컸으니까. 만일 잘못 보였다가 한지훈이 용국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고발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왕 네가 기어코 죽으려고 그 길을 떠나려 한다면, 네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똑똑히 지켜볼게! 이내 진개국은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선생님,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늘 저녁, 정말 필칸트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희 용인을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저희한테 매우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고요!”그러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요? 저희 용인들에게 매우 불친절하다고요? 그럼 더더욱 그 사람을 알아가고 싶네요! 마침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그 말을 들은 유장군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그에 반면 진개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흑병대 본부가 한지훈을 파견한 이상 그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 거라 믿었다. 이내 잠시 생각에 잠긴 진개국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그럼 저희는 한 선생님이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선물을 준비하고, 저희는 저녁에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하는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선물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1원짜리 봉투 두 개만

  • 용왕사위   제2569화

    그 말에 진개국은 난색한 표정을 띤 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 선생님, 전 사실 그렇게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뿐만 아니라 유럽 전 지역에서도 서열 6위를 차지하는 대가문입니다. 반면 저는 단지 소상인일 뿐이라 그만큼의 대가문을 만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내 진개국은 한지훈과 유 장군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사실 칸트 가문은 용국이나 미륙에서는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의 공작 가문으로서, 지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근 십여 년 동안 가문에서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용국과 달리 프랑스는 전투력으로 귀족 간의 서열을 구분하고 있었다. 근 몇 년간 칸트 가문은 젊은 세대 강자만 해도 네 명의 천왕급 인물을 배양시켰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까지 달성했다. 그는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 그리고 수제자 오마르와 함께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에 오른 후, 유장 군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진 선생이 전혀 힘을 쓰려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의 말대로 칸트 가문은 지금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은 감히 마영리를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겁니다!”“그러니 한 선생께서는 부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내어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해 볼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이니 남에게 강요하기도 불편했다. 이때 한창 운전하고 있던 진개국이 한마디 했다. “한 선생님, 만약 정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뵙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네? 무슨 방법이죠. 말해보세요!”진개국은 허허 웃

  • 용왕사위   제2568화

    제이슨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 한지훈은 그제야 대략적인 감이 잡혔다. 뒤이어 이틀 동안 한지훈은 줄곧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필경 이번 유럽 방문기는,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제이슨 또한 마찬가지로 이틀 동안 용국 특산물까지 가득 사들고는 집안 어른들의 비위를 맞추어주기도 했다. 사실 그의 미래는, 이 집안에서 미움을 받게 되냐 아니냐에 달려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대가를 따지지 않고 더욱더 위로 올라가 가문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여야 했다. 그리고 이틀 후, 한지훈은 제이슨과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으로 향하는 중, 한지훈은 제이슨으로부터 이번에 유럽 무도 학원에 모집된 용국인 학생은 6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6명의 실력은 대부분 사령관 경지에 머물러 있었고, 유럽의 학생들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창밖을 응시하였다. “그 말은 즉, 용국에는 천왕계 실력의 수강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거네!”“주인님, 비록 천왕계 수강생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용국에서는 두 명의 교사를 파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학생 모집은 바로, 무도 학원이 고의로 용국을 소외시켜 다른 수단을 통해 용국을 배척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야비한 속셈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드러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행기는 프랑스의 수도에 착륙하였고, 제이슨은 한지훈을 데리고 가장 먼저 무도 학원으로 향하여 등록하였다. 이내 한지훈을 도와 학원에 이틀간의 휴가를 내고는, 한지훈을 데리고 무도 학원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제이슨은 비로소 식은땀을 닦아냈다. “주인님, 방금 엄청 위험했어요. 아까 그 교관이 바로 러셀로란 가문 사람이었어요!”“방금 주인님께서 계속 아래

  • 용왕사위   제2567화

    한지훈은 반드시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유럽 여행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게 된다. “한 선생님, 사실... 그 출입국 기록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진 선생님과 함께 출국하셨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한 군림의 정체가 바로 한 선생님이라는 걸 설명하는 겁니다!”나계홍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곧바로 진우에게 문자를 보내, 즉시 그와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소각하라고 했다. 이내 한지훈은 나계홍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했어!”그러자 나계홍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일단 제 차에 타십시오. 제가 선생님을 한 씨 공관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한 씨 공관?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강중을 떠난 지 이제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또 한 씨 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어두워진 한지훈의 표정에 나계홍은 급히 해명했다. “한 선생님, 사실 변한 건 크게 없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를 조금 개선했을 뿐입니다. 이것 또한 도청 선배님의 뜻이라 전 단지 명령받은 대로 진행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새로 이름까지 지었습니다. 필경 사모님도 이젠 국부인의 신분이 되셨으니 공관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나계홍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차는 한 씨 별장으로 향했다. 지금의 한 씨 별장은, 며칠 전 한지훈이 지냈을 때의 모습보다 훨씬 웅장했다. 담장만 해도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 있었고, 담장 정중앙에 있는 별장은 앞문과 뒷문으로 향하는 길에 모두 1리 정도 되는 광활한 땅을 두고 있었다. 이는 도청 전인이 강우연의 안전을 위해 내린 조치였다. 또한 주위에 안배한 천검종 제자 초소들 중, 가장 실력이 약한 초소라 하더라도 최소 4성 전신계 강자였다. 일반 무종이라면 감히 한 씨 공관에 한 발짝도 들어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 용왕사위   제2566화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강중에 벌써 도착했다고?”“그렇습니다. 저는 가문을 대표해서 용국 무도 학원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러 온 겁니다. 이틀 안에 오륙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문 사람들이 의심할 겁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시간이 이렇게 촉박하다고?”한지훈은 의아한 듯 물었다.“주인님, 사실상 무도생은 이미 내정되어 있고 저는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는 겁니다. 혹시 미리 정해둔 학생과 얼굴이 좀 다른지 정도만 확인하면 됩니다!”“다른 건 제가 나설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제 권한으로 주인님은 실력 테스트를 면제해 드릴 수 있습니다!”제이슨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오늘 오후에 바로 강중으로 돌아가지.”한지훈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국왕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지훈 사령관, 이번에 오륙에 가는 김에 용국을 위해 한 사람만 데려와 줄 수 있겠나? 그자는 광명존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네.”“하지만 칸트라는 가문에 의해 숨겨져서 우리가 사람을 보내 몇 번이나 교섭을 시도했지만 전부 허탕만 쳤지!”한지훈은 눈썹을 두어 번 꿈틀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오? 그자의 이름이 뭡니까?”“마영리! 한때 흑병대 소속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지. 광명존의 입을 통해 알아낸 사실인데, 그자가 용국의 기밀 문서를 다수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다만 그 문서들은 용국 내에 있어서, 섣불리 용국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니……”국왕은 말을 하다 말고 진우에게 시선을 돌렸고, 진우는 재빨리 말을 받았다. “그 기밀 문서들이 바로 그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패인 셈입니다. 그자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문서를 넘기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영리만 잡아들여서 기밀 문서를 전부 없애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죠.”진우는 명함 한 장을 한지훈에게 건네며

  • 용왕사위   제2565화

    “오늘, 진왕검이 제자리를 찾았으니, 우리 용국의 국운은 창대하리라!”쏴아!진왕검의 칼날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대지를 환하게 비추었다!양옆으로 서 있었던 사졸들은 일제히 총을 높이 치켜들고, 국왕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수많은 백성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고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백 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웅장한 굉음이 멎은 후에야, 한지훈은 몸을 일으켜 국왕에게 말을 건넸다. “국왕 폐하,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해 갔던 카일 가문이 오늘 폐하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엎드려 있습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손짓으로 안드레 일행을 가리켰다.한지훈의 손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안드레와 카일 가문의 무리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국왕은 부릅뜬 눈에서 날카로운 광채를 뿜어내며, 눈앞에 서 있는 수십 명의 무리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비록 그들이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했던 원흉들은 아니었지만, 나라의 원한과 가문의 깊은 슬픔은 뼈에 사무쳐 잊을 수 없었다!“무릎 꿇어라!”수천 명의 어림군이 일제히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무릎 꿇어라!”수만 명의 백성들 또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조차 국왕과 어림군, 그리고 용국 백성들이 뿜어내는 거대한 위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의 뒤에 서 있던 카일 가문 사람들은 한지훈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안드레,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나의 용국 국왕께, 열 번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라!”한지훈은 뒷짐을 진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털썩!안드레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고, 고개를 쳐들고 국왕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 안드레가 카일 가문을 대표하여, 용국의 국왕 폐하와 용국 만백성에게 사죄드립니다!”말을 마친 안드레는, 두 눈을 감고 오만했던 고개를 숙였다.쿵!무거운 굉음과 함께, 안드레의 이마가 땅에

  • 용왕사위   제2564화

    용칠은 소매로 이미 굳어버린 눈가의 핏자국을 거칠게 훔쳐냈고, 두 손으로 정복자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검자루를 움켜쥔 그의 손에 온 힘이 실리며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오마르는 섬뜩한 냉기를 뿜어내는 정복자의 검날이 자신의 목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며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악! 안 돼!”푸욱!묵직한 파열음과 함께, 오마르의 머리가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잘려나간 머리가 뒹굴고, 몸통은 핏물을 왈칵 쏟아내며 갑판 위로 푹 쓰러졌다.오마르의 시체가 갑판에 쓰러지는 것을 본 안드레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몸을 휘청이며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오마르는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이자, 미래의 후계자였다!20년 안에 천신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강자였거늘!그런 제자가, 하필이면 용국에서 온 저 정체불명의 젊은이를 잘못 건드린 탓에 목이 잘려 죽다니!“안드레, 네놈이 직접 카일 가문 사람들을 이끌고 용경으로 가서 국왕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도록 하라. 불만은 없겠지?!”한지훈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안드레는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치욕감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 불만 없습니다!”한지훈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용칠의 손에 들린 정복자의 검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이 검은 내 친구에게 선물로 주겠다. 괜찮겠나?”괜찮겠냐고?!안드레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감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그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괜찮습니다!”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뱃머리로 걸어가 거친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때 유람선은 이미 방향을 틀어 용국을 향해 뱃머리를 돌린 후였고, 밤낮으로 꼬박 하루를 항해한 끝에 유람선은 용국의 북방 항구에 닿았다.이곳에서 용경까지는 불과 200리 떨어져 있었고,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지훈 일행은 용경으로 돌아왔다.천자각.흑병대로부터 진왕검이 용국으로 돌아왔다는

  • 용왕사위   제2563화

    저분은 틀림없이 한지훈 사령관님이시다! 한지훈의 모습을 또렷이 확인하는 순간, 용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국보인 진왕검을 되찾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애초에 이 배에 오를 때부터 용칠은 살아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상대가 아무리 모진 고문을 가해도, 그는 단 한 마디의 정보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한지훈은 성큼 걸음을 옮겨 용칠의 바로 앞에 섰고, 온통 피투성이인 용칠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그랬느냐!”한지훈의 질문에 오마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그는 안드레를 향해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다.“한지훈 선생님, 저희는 정복자의 검을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용국 국왕께 무릎 꿇고 사죄드릴 것을 맹세합니다! 부디......”안드레가 한 걸음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그의 속내는 뻔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고 넘어가자는 것이었다.“내가 너에게 묻고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냐?”한지훈은 안드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용칠에게 다시 물었다.용칠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안드레 뒤에 서 있는 오마르를 가리켰다.“한지훈 선생님, 저는......”안드레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안드레의 뺨을 후려쳤고,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네놈을 살려둔 것만으로도 이미 은혜가 하늘에 닿을 듯하거늘, 쓸데없는 소리를 한마디라도 더 지껄였다간, 그땐 죽음뿐이다!”안드레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다물었고, 천천히 뒷걸음질 쳐 물러섰다.“저놈을 쳐 죽여라!”한지훈은 손가락으로 오마르를 가리키며 명령했다.“예!”용칠은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가 주먹을 휘둘러 오마르의 얼굴을 강타했다.퍽! 퍽! 퍽!연달아 세 방의 주먹이 꽂혔고, 오마르는 코와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네

  • 용왕사위   제2562화

    너무 업신여긴다고?!한지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진왕검을 손에 쥔 채 안드레의 코앞까지 다가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업신여겨? 네놈은 아직 업신여기는 게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섬광처럼 뻗어나간 발이 안드레의 뺨을 후려갈겼다!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안드레의 뺨에는 선명한 신발 자국이 새겨졌다.“감히 나의 용국 백성을 살해해? 천벌 받을 놈!”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강타했다. 하지만 그의 몸이 해수면에 닿기도 전에, 한지훈이 손을 뻗자 불가사의한 힘이 안드레를 끌어당겨 다시 한지훈의 눈앞으로 되돌려 놓았다.콰앙!한지훈의 묵직한 주먹이 안드레의 흉곽 정중앙을 꿰뚫었다.“커헉!”안드레는 입안 가득 피를 쏟아내며 곧장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쏴아아!한지훈이 손을 들자, 심해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다. 소용돌이는 안드레의 몸을 휩쓸어 수면 위로 끌어올리더니, 순식간에 백 미터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다!“묻겠다, 카일 가문을 용경에 끌고 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는 것에 이의가 있나?!”한지훈은 손을 뻗어 안드레의 멱살을 움켜쥐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고, 안드레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의 없습니다!”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상황에, 안드레의 얼굴은 불타는 듯 뜨거웠다.그가 누구인가?발 한 번 구르면 오륙 전체가 떨며 그 앞에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는 안드레였다!그런 그가 지금, 굴욕을 삼키고 있었다.평소라면 일국의 국왕조차 함부로 알현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국왕이라 할지라도 그를 만나려면 삼고초려를 해야 했고, 막상 만난다 해도 깍듯하게 예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지금은?한지훈의 눈앞에서 그는 그저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나의 용국 백성에게 사죄하라 명할 것이다. 불만 있나?!”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진왕검은 섬뜩한 빛을 뿜어냈다!“없… 없습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무릎 꿇어라! 그리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