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원은 살짝 멈칫거리더니 난처해하며 말했다.“근데 제가 술을 마실 줄 몰라요……”이쯤 돼서 소예원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오늘 이 자리는 온전히 홍철수의 파트너로 조설련이 일부러 자기를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소예원은 그녀가 홍철수의 환심을 사려고 이렇게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이용할 줄은 몰랐다.“흥! 몰라! 마실 줄 몰라도 오늘은 꼭 마셔야 해! 아니면 우리 친구고 뭐고 다 끝이야!”조설련은 씩씩거리며 말했다.“괜찮아요. 마실 줄 모르면 예원 씨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홍철수는 다정하게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철수 도련님, 부탁인데 성은 떼지 마시고 소예원이라고 불러주세요. 성까지 떼고 부르시면 뭔가 다정해 보이잖아요. 제가 좀 듣기 거북해서 그래요.”소예원은 인제 어리고 순정한 소녀가 아니다.자기 생각을 똑바로 밝히며 얼굴도 점점 어두워졌다.사람들을 앞에 두고 홍철수의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똑부러지게 말했다.그러자 홍철수는 단번에 안색이 차갑게 변했다.그는 헛기침하며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예원 씨 보기보다 꽤 도도하네요.”이 말을 입 밖으로 뱉을 때, 홍철수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당장이라도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만 같았고 눈 밑 깊은 곳에서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묵묵히 자리에 앉으며 소예원 옆에 앉아 있는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러다가 문득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소예원 씨, 곁에 있는 친구분은 뭐 하시는 분이세요?”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똥이 결국은 자기한테까지 튕기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러한 하찮은 수단도 재벌 2세들이나 할 법하다.“저는 S시 도영 그룹의 경호원입니다.”한지훈은 덤덤하게 그의 말에 대답했다.“와아, S시 도영 그룹이라면 대기업인데, 엄청 훌륭한 분이셨네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홍철수는 마냥 부러워하고 추앙하는 듯이 말했다.한지훈을 비아냥거리고 있다는 것이 알리지도 않을 만큼 연기력이 대단했다.“하하! 철수 도련님, 지금
한지훈의 말 한마디에 룸에 있는 모든 이들이 어안이 벙벙해졌다.“집에 밥이 없다고요? 하하하, 역시 대단한 분이세요! 소예원 씨는 어쩌다가 저런 친구를 옆에 두게 된 거예요? 같은 남자로서 너무 부끄럽네요.”호지명이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그는 소예원에 대한 홍철수의 마음을 뻔히 알고 있다.그리하여 기회를 틈타 한마디 해주면서 홍철수를 밀어주려고 했다.그럼, 홍철수도 그에게 신세를 지게 되는 셈이다.어쩌면 앞으로 H시 한씨 가문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게 될지도 모른다.“하하하! 너도 좀 그만해.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데, 좀 절약하면서 사는 것도 당연한 거잖아. 여기서 밥을 먹은 것만으로도 평생 자랑하며 다닐 수 있어. 이곳은 일반인이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그런 곳이잖아.”윤기가 좔좔 흐르던 남자가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삐에로를 보듯이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에 두지 않았다.반면, 소예원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지며 참다못해 소리쳤다.“다들 그만 하세요! 제 친구한테 지금 무슨 막말을 하시는 거예요?”“예원아, 너무 화내지 마. 우리도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였어. 이렇게 보잘것없는 친구는 도대체 왜 만나는 거야? 게다가 문이나 지키는 경호원이라며? 마을 지키는 똥개하고 별반 다를 게 없잖아. 명색에 H시 소씨 가문 천금인데, 창피하지도 않아?”“철수 도련님이 어디가 뭐 어때서 싫다는 거야? 인물도 훤하지, 돈도 많지, 사업도 잘되고 있지 도련님 좋다는 여자들 줄섰어. 넌 내가 특별히 가장 앞줄에 서게 해 준 거야.”조설련은 소예원을 위하는 척하면서 말끝마다 한지훈을 폄하하고 홍철수를 높였다.“지금 나를 위해서 하는 소리라고 했어? 나를 위한다는 사람이 내 친구를 이렇게 깔봐도 되는 거야?”소예원은 화가 치밀어 올라 가방을 들고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제가 어떤 친구를 사귀든 그건 모두 제 마음이에요! 당신들이 감히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에요! 제가 보기엔 한지훈은 평생 부모님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대박! 미친놈!’한지훈의 말에 사람들은 들숨을 쉬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정신이 나가지 않고서는 이런 말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감히 홍철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것은 죽고 싶어 안달 난 것과 다른 바가 없는 일이다.그의 말을 듣고 홍철수의 얼굴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이러한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한낱 보잘것없는 놈이 건방 하기 짝이 없어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미친놈! 죽고 싶어 환장했어? 네가 감히 뭔데 철수 도련님보고 무릎 꿇으라 말아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넌 철수 도련님 개도 될 자격도 없는 새끼야! 주제 파악 제대로 해!”한지훈을 비아냥거리던 호지명이 벌떡 일어서서 테이블을 “탁” 치며 소리쳤다.홍철수가 할 수 없는 말들을 그가 대신한 셈이다.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호지명을 덤덤하게 훑어보았다.“그래? 아까부터 개 짖는 소리 들었는데, 그게 너였어? 네가 바로 철수 도련님 개야?”“쓰읍!”사람들은 다시금 들숨을 내쉬었다.호지명 또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히스테리를 부렸다.“너…… 진짜 죽고 싶지!”호지명은 대문 지키는 촌놈 경호원이 이렇게 극악무도할 줄은 몰랐다.그는 한지훈을 손 좀 봐주려고 달려들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홍철수가 그를 말렸다.“다들 그만 해요. 기분 좋게 놀러 나온 건데, 사소한 일로 분위기 망칠 필요 없잖아요.”홍철수는 그런대로 사람 됨됨이가 잘 되어 있어 보였다.그는 잔을 들며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했다.“자, 우리 다 같이 건배해요. 설련 씨 생일 다시 한번 축하해요!” 사람들은 눈치를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높이 들었다.하지만 한지훈, 소예원, 림려한은 일어서지 않았다.물론, 이미 술에 취한 유현빈도 일어서지 못했다.그는 이미 눈이 풀리고 고개를 제대로 들 수도 없었다.소예원은 지금 화가 제대로 치밀어올라 얼굴까지 일그러졌다.그녀는 오늘 이러한 몰골을 당
한지훈의 말 한마디에 순간 공기마저 흐름을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다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한지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맙소사!’‘미친놈이 분명해!’‘감히 홍철수보고 자존심 따위를 개한테 줘버렸다고 하다니!’그들은 어처구니없는 말에 두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속으로 비웃으며 한지훈이 곧 닥칠 불행에 기뻐해 마지 못했다.모두 오늘이 바로 한지훈의 제삿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홍철수에게 미움을 샀으니 아마 오늘 룸에서 걸어 나가지 못할 것이다.어쩌면 사지를 부러뜨려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릴지도 모른다.홍철수도 이미 인내의 한계에 이르러 얼굴이 차갑기 그지없었다.두 눈에서 차가운 빛이 더없이 반짝이며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다.“한지훈! 지금까지 봐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할 걸 왜 자꾸 들이대는 거야?”그 누구도 홍철수를 이처럼 모욕한 적이 없다.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내 화를 꾹 참고 있었다.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미 한지훈을 내리쳤을 것이다.“철수 도련님, 저 새끼 너무 까불고 있습니다! 도련님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무시하고 있잖습니까! 옷도 촌놈처럼 입고 와서 주제 파악도 못 하고 막말만 하고 있습니다!”한지훈에게 한 방 먹은 호지명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서 진상을 부렸다.“맞습니다! 저 미친놈 본때 보여줘야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우리가 한 번 손 보겠습니다. 도련님 앞에 무릎 꿇어 사죄하게 하겠습니다.”홍철수의 얼굴은 비할 데 없이 어두워졌고 차가운 억새가 두 눈에서 번쩍이고 있다.“한지훈, 난 너 같은 놈 안중에 둔 적도 없어,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목적은 오로지 소예원씨를 위해서야. 그러니 이쯤에서 당장 대가리 조아리고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네 제삿날로 만들어 주겠어.”홍철수는 종래로 아무에게나 무시당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일단 정색하기만 하면 그가 해낼 수 없는 일이 없다.게다가 홍철수는 평소에도 운동을 빼놓지 않고 태권도 고
허공을 찌를 듯한 소리가 진동했다.“죽어!”홍철수의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주먹이 한지훈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그의 두 눈에는 살기가 등등하고 표정까지 일그러졌다.홍철수가 내리꽂은 주먹은 모든 이들의 눈에서는 강하기 그지없었다.역시 홍철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역시 태권도 검은 띠 고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H시 홍씨 가문은 듣던 대로 보통이 아니라고 다시금 느껴졌다.‘저 주먹에 맞으면 소라도 힘없이 넘어가겠지?’홍철수는 그들의 놀라움과 숭배하는 시선을 누리면서 험상궂게 웃기 시작했다.한지훈이 피가 터지도록 맞아서 자기 앞에 무릎 꿇고 비는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했다.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상황이 일어났다.한지훈은 시종일관으로 덤덤한 모습으로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대박!’‘이 상황에서 잘난 체하는 거야?’‘정말로 죽고 싶어 환장했어?’‘아니면, 소예원 앞에서 이미지라도 지키고 싶은 걸까?’상대가 홍철수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한지훈의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었다.홍철수는 H시에서 3년 연속으로 킥복싱 우승을 거머쥔 인물이다.조설련, 호지명 그들도 차가운 웃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일어날 광경이 미리 보이기라도 하는 듯했다.하지만 바로 이때 한지훈이 손을 내밀었다.그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들어 정면으로 맞이했다.이 광경을 목격한 홍철수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하찮다는 듯이 비웃었다.‘죽으려고 환장했어!’‘감히 주먹을 내밀다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뭐가 달라?’“펑!”삽시간에 우렁찬 소리가 룸 전체에서 울려 퍼졌다.두 주먹이 허공에서 만나 세차게 부딪쳤다.“찰칵!”뼈가 부러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홍철수 뒤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한지훈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다.‘저놈 분명 팔 부러졌을 거야.’조설련은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어내며 소예원에게 말했다.“들었어? 뼈가 부러진 소리 맞지? 참, 안 됐다……”그러나 곧 모든 이들이 뒷걸음을 칠 정도로 믿어지지 않은 일이 눈앞에서 일
홍철수 또한 넋이 나갔다.그는 무적에 가까운 한지훈의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다.자신 있게 휘두른 주먹이 이처럼 철저하고도 비참하게 부러진 것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H시 킥 복싱 대회에서 연속 3년 동안 우승을 했었고 H시 홍씨 무술관의 도련님으로 실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하지만 한지훈이 가볍게 휘두른 주먹이 진동하여 뼈가 갈라진 그와 달리 한지훈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채로 덤덤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이런 모습에 홍철수는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오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때 한지훈은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홍철수를 향해 다가갔다.몸에 풍기는 카리스마는 비할 데 없이 날카로워지고 눈빛도 어느새 더없이 차가워졌다.“미친놈! 너…… 너 뭐 하자는 거야! 나 H시 홍씨 가문 도련님이야. 우리 아버지는 홍우용이야! 나한테 손끝 하나 더 대면 우리 아버지는 물론이고 홍씨 가문에서 널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네 가족까지 무사하지 못할 거야!”홍철수는 당황한 나머지 뒷걸음을 치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그는 이미 한지훈의 얼굴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차가운 살의를 보았기 때문이다.이러한 살의는 지금껏 아버지인 홍우용한테서만 본 적이 있다.아니!더욱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지훈이 지금 풍기고 있는 살의는 아버지한테서 느꼈던 살의보다 만 배 정도는 더욱 짙다.‘이럴 수가!’홍철수의 아버지는 H시 무술자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다.일대 거장이자 일성 예비 군왕인 강자이기도 하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한지훈은 일존 살신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지금, 이 순간 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한지훈이 풍기고 있는 기세에 눌려 버렸다.조설련은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한지훈을 삿대질하며 욕을 퍼부었다.“미쳤어? 철수 도련님은 경호원밖에 되지 않은 너 같은 놈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이셔! 너 지금 죽으려고 환장하는 거라고!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이러다가 우리까지 피해 보면 어떻게 할 거야?”“정신
한지훈의 눈빛에 홍철수는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고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너…… 뭐 하자는 거야?”“네? 조금 전에 제가 기회드렸잖아요. 무릎 꿇고 사과하면 용서해 드린다고 했었어요.”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세차게 날렸다.“팍!”우렁찬 소리가 룸에서 울려 퍼지고 모든 이들은 숨이 그대로 멈추는 것만 같았다.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저 미친놈, 어떻게 감히 홍철수를 때려?’‘정말로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 맞아.’“소예원! 네 친구 미친 거 아니야? 미쳤어! 어떻게 감히 철수 도련님을 때려? 죽고 싶어 안달난 거 아니야?”그와 동시에 조설련은 들숨을 내쉬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 두 눈을 부릅뜨고 소예원에게 고래고래 소리쳤다.“당장 그만하라고 해! 이러면 네 친구뿐만 아니라 우리까지 피해를 보게 될지도 몰라! 홍씨 가문은 H시에서 무술 명가로 유명한 가문이야. 다들 보통 실력이 아니라고! 홍씨 가문 한마디면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 다 끝장나!”“닥쳐!” 송예원은 냉랭하게 호통을 치며 조설련을 노려보았다.그러자 조설련은 그 기에 억눌려 즉시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소예원도 지금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얼굴색이 하얘지고 당황스러웠다.한지훈이 홍철수에게 미움을 산 것은 H시 홍씨 가문에게 미움을 산 것도 같은 것이다.그는 모두 소예원을 위해서 한 것이기에 일단 문제라도 생긴다면 소예원은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이러한 생각에 소예원은 점점 불안해져 앞으로 다가가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림려한이 그러는 소예원을 말렸다.“언니, 왜 그러세요?”“조용히 앉아 있어. 한지훈 보통 사람이 아닌 거 같아. 생각 없이 저렇게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을 거야. 일단 좀 기다려 봐. 좀만 더 지켜보고 움직여.”림려한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많이 돋아난 듯했다.한지훈은 갈수록 신비로운 남자인 것만 같았다.도대체 어떠한 저력과 세력을 등
그러나 한지훈은 덤덤하게 홍철수를 한번 보고는 차갑게 웃었다.“기다리고 있을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소예원의 옆자리에 앉았다.“정말로 괜찮아요? 홍철수는 H시 홍씨 가문의 도련님이에요. 그리고 홍씨 가문은 H시 무술 명가로 유명하고 휘하에 300여 명의 제자까지 둔 무술관도 있어요. 그중에 병왕급 실력을 지닌 스승이 두 명이나 있다고 들었어요.”소예원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채로 덧붙였다.“홍철수는 H시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대단한 무술 거장이고 실력도 군왕급이 된다고 했어요……”두 명의 병왕급 스승에 군왕급 실력을 아버지까지 둔 홍철수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정말로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가 확실하다.하지만 한지훈에게 있어서 그들은 한낱 쓰레기에 불과한다.“제가 걱정이라도 되세요?”한지훈은 눈썹을 들썩이며 웃으며 때때로 그녀가 재미 있는 여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래서 한지훈은 분위기도 완화할 겸 소예원에게 농담했다.이 말을 듣고 소예원은 순간 멈칫거리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내가 왜 지훈 씨를 걱정해요. 그냥…… 건들지 말아야 하는 홍씨 가문을 건드려서 일이 번거로워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그래요?”한지훈은 덤덤하게 대답하고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다른 이유가 없이 확실히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이다.이러한 장면을 본 룸 안에 사람들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특히 홍철수는 얼굴이 당장 터질 것만 같았고 두 눈에는 서리가 앉은 것만 같다.한지훈은 생각을 벗을 날 정도로 겁이 없는 놈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룸 문을 힘차게 걷어차 버렸다.그와 함께 노여움에 가득 찬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누구야? 어떤 미친놈이 우리 철수 도련님한테 무례한 짓을 했어?”곧이어 문신을 한 장한이 7, 8명 정도 되는 괴한들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왔다.그들은 얼굴에 살기가 흘러넘치고 90년대 홍콩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었다.저마다 손에 칼 같은 흉기를 들고 매우 위협적으로 보였다.그들이 나타나고 나
확실히, 이 순간 한지훈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비록 장씨 가문이 진법의 근원에 대한 이해에 편차가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법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웠다!어째서 여러 명산이 장씨 가문에 대해 미묘한 태도를 취하고, 무종이 장씨 가문을 신처럼 떠받드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때, 별장에서 다시 한번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여기까지다. 더 이상 아이를 깨우지 말아라!”한지훈은 놀랍도록 평온한 표정으로 발밑의 늪을 내려다보며 담담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지훈을 마치 바보를 보듯 바라보았다.여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한지훈이 큰소리를 치며, 여기까지라는 말까지 꺼내다니?!다른 건 몰라도 발목을 붙든 덩굴줄기만 해도 어찌 벗어날지 막막한 상황이지 않은가! 게다가 장도령은 이제 모든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노련한 천왕을 눈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다니, 어불성설이 아닌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장씨 가문이 진법 연구에 매진한 것은 확실히 평범한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시 말하지만 너희는 처음부터 잘못된 길을 걸었어. 그리고 그 오차는 치명적이다!”“이 세상에서 영원히 외부의 힘에 의존해서 되는 것은 없다. 사람의 뜻은 하늘을 이긴다는 것을 기억해라!”“네 말도 맞다. 만약 천신계의 금령이 아니었다면, 너는 이미 천신의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그날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다!”한지훈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그의 몸에서 희미한 한 줄기 흰빛이 퍼져 나왔다.그 빛은 온화했으며,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주었다.그 빛은 미약해 보였지만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고, 빛이 닿는 곳마다 검은 덩굴들은 햇볕에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즉시 사라졌다.곧이어 한지훈의 기세가 갑작스레 변하더니,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스러운 기운이 하늘 끝까지 뻗어 나갔다!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의 기운이 사방 수리를 뒤덮었
이게 바로 예전 화타가 마비산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 원료이기도 했다. 이 마취제는 천신계 강자들조차 저항할 수 없기에, '천신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장도령은 이를 악물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한지훈을 노려보았고, 노 씨 어르신도 한지훈과 장도령을 번갈아 보고 이를 갈며 말했다.“오늘 장도령이 뜻밖에 실패를 맛보게 생겼군!”천신취조차 한지훈에 의해 우연히 해독되었으니, 이는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수준이었다! 장도령이 해가 지는 시간에 한지훈과 결전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낮 정오였고, 장도령은 전략도, 실력도 아닌 운에 패배한 셈이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장도령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으며, 먼저 한지훈은 장도령의 천산칠검을 깼고, 이제는 시간의 영향으로 천신취까지 무력화시켰다.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이토록 많은 우연이 겹치면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없었다. 그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한지훈의 기운이 장도령을 훨씬 넘어섰다는 사실이다!조룡의 부활로 용국의 기운이 상승하고 있었다. 비록 이 기운은 2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용국 전역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이전에 일부 사람들이 먼저 이 기운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들은 용국의 미래를 짊어진 희망이며, 조룡의 기운은 이들에게 집중될 것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순종할 수 있을 뿐, 적대할 수는 없는 존재였다. 노 씨 어르신처럼 노련한 이는 이러한 기운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기운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이를 통해 한 사람이 저점에서 정상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의 한지훈은 이미 그러한 특성을 드러내고 있었다!“한지훈, 네가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나?! 어림도 없지!”장도령이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가 손을 들자, 주변의 기운이 급변하며 땅에서 수많은 검은 덩굴이 솟아나 한지훈의 다리를 단단히 묶었다. 그 검은 덩굴은 순식간에 한지훈의 허리까지 뒤덮으며 한지훈을 꼼짝도 못 하게 했다!
지금 이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장씨 가문의 진정한 저력을 알게 되었다! 천산 장씨 가문은 항상 신비로운 존재였고, 그 누구도 조룡 묘지에 숨겨진 비밀의 전부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장도령은 단지 장씨 가문의 세상과의 연결을 담당하는 작은 역할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그가 이토록 다채로운 수단을 지니고 한지훈을 철저히 무력화시키다니! 이전에 동방 오우가 화산을 대표해 한지훈과 용경에서 결전을 벌였을 때의 결과가 어떠했는가? 한지훈은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동방 오우를 대중 앞에서 처치했지만, 오늘 장도령은 한지훈을 전혀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룡이 하늘로 돌아간 후 모든 진법과 비장의 기술은 조룡의 죽음과 함께 깊은 땅속에 묻혔다는 사실이다. 이런 비술을 접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장씨 가문 사람들뿐이었다. 장도령의 검광이 휘몰아쳤고, 한지훈은 피할 방법이 없었다.여전히 검붉은 액체가 그의 몸에 들러붙어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제약하고 있었다. “주상!”도청전인이 상황을 보고 검을 뽑아 들며 나서려 했지만, 한지훈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오지 마십시오!”그 순간, 한지훈의 손에서 금빛 광채가 솟아올랐다. 금빛이 나타나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붉은 액체가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고, 동시에 한지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적색 드래곤 장총이 번뜩이며 장도령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는 목숨을 목숨으로 바꾸는 방식이었고, 한지훈으로서는 지금 상황에서 이것만이 장도령과 맞붙을 유일한 방법이었다. 장도령은 한지훈이 가문의 비술을 깨뜨리는 모습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는 잠시 멈칫하며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약간 늦게 휘둘렀다. 한지훈의 적색 드래곤 장총이 그의 가슴을 겨눈 채 다가오자, 장도령은 급히 몸을 피하며 칼끝을 비껴갔다. 이 광경에 주변의 모든 이들도 넋을 잃고 말았다. 한지훈이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하지만 이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하하! 한지훈, 지금 전신이 마비된 느낌이 들지 않나?!”“내가 알려 주지. 이것이 우리 장씨 가문만의 비밀 무기인 혈괴다!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지. 오히려 더 힘을 쓰면 쓸수록, 네 힘은 더 빠르게 사라질 뿐이다!”“우리 장씨 가문의 저력은 너 같은 젊은 녀석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도 참 놀랍구나. 네 나이에 나를 이런 궁지로 몰아넣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어!”“딱 10년만 더 주어졌다면, 어쩌면 나도 네놈의 적수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이 순간, 장도령은 뒷짐을 진 채 당당히 서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거만한 표정이 떠올랐다.장도령은 방금 한지훈에게 엎드리려던 무리를 훑어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수십 년간 천하를 누볐다는 걸 잊었나? 고작 젊은 피가 나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야? 방금 네놈들의 행동을 내가 똑똑히 보았어!”“이번 일을 기점으로 각자 돌아가거든 자신의 재산 절반을 장씨 가문에 바쳐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가문을 멸문시킬 것이다!”장도령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에서 오랫동안 맴돌았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장도령의 살벌한 기운을 느꼈고, 저마다 깊은 후회를 감추지 못했다.생각해 보니, 장도령이 얼마나 오랫동안 천하를 주름잡았던가? 그런데 한지훈은 이제 겨우 몇 살이지?!이토록 젊은 나이에 어떻게 장도령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 방금 전 장도령은 틀림없이 한지훈을 일부러 방심시키기 위해 약한 척 연기해 틈을 노린 것이다! 그 장면을 지켜본 도청전인과 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지훈의 실력은 확실히 비범하고, 정면 대결이라면 장도령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도령은 너무나 노련했고, 이렇게 비열한 수단 앞에서 한지훈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지훈, 내가 네놈을 정말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하하! 그건 너를 방심시키려는 계획의 일부일 뿐이었다! 어때, 아직 움직일 수 있겠나?”장도령은 뒷짐을 지며 여유롭게
한지훈이 다시 몸을 날려 장도령을 향해 달려들자, 장도령은 점점 뒤로 물러나며 버텨내지 못하는 듯했다. 이 광경에 노 씨 어르신이 앞서 했던 말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죽을 운명의 사람이 무슨 큰 파란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들 모두가 해야 할 일은 한지훈이 장도령을 쓰러뜨린 후,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는 일이었다.이를 통해 자신들의 죄를 덜어내고, 자신의 가문이나 종문이 학살당하는 것을 면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한지훈이 장도령과 불과 다섯 걸음걸이로 다가섰을 때, 갑자기 장도령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의 몸 주위로 핏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장씨 가문의 진정한 저력을 보여주마!”그 붉은빛을 보자 모두 놀라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고, 그제야 비로소 노 씨 어르신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장도령을 중심으로 무수한 붉은 광선이 번개처럼 퍼져나가며, 뜨겁게 불타는 열기와 함께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이 광경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고, 그 붉은 광선은 명백히 장도령 본인의 기운이 아니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태양 아래, 붉은 광선이 장도령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좋지 않군!”한지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장도령은 진법을 통해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불러내려 하고 있었고, 그는 이 주변 수백 미터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다!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도령의 진법이 완성되기 전에 파괴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일대의 모든 생명체가 끔찍한 재앙을 맞게 될 것이었다!이를 깨달은 한지훈은 손에 쥔 적색 드래곤 장총을 강하게 휘둘렀고, 장총에서 흘러나오는 끝없는 별의 기운이 붉은 광선을 향해 곧장 뻗어갔다! “쾅!”굉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여러 사람들의 옷이 순식간에 타버리며 잿더미로 변했다. 한지훈도 열기에 밀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장도령의 얼굴은 오히려 잔혹한 미소가
바로 이때, 장도령은 갑자기 포효하는 동시에 손에 든 칠성 상문검을 휘두르며 한지훈에게로 던졌다. “한지훈, 너 확실히 만만치 않긴 하지만 절대 나를 죽일 수는 없어! 난 장도령이야! 내가 바로 천왕계의 진정한 천왕이라고!”장도령은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크게 노호를 질렀다. 그가 방금 던진 검은, 어떠한 위세도 어떠한 검 그림자도 없는 단지 평평한 검 한 자루였지만, 이 검에는 초연한 힘이 있었다. 심지어 장도령 또한 예상치 못한 그 힘이 믿기지가 않았다. 삼절진을 동원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나 기괴한 수를 둘 수 있다니. 그렇다, 이건 바로 자신의 힘이었다. “이제야 느끼게 됐나 보네!”한지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말했다. 깜짝 놀란 장도령의 눈빛을 읽어낸 한지훈은, 그제야 장도령도 "인정승천"이라는 네 글자를 체득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그는 진정한 인정승천이 무엇인지는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다. 쾅! 바로 그때, 한지훈의 손에 있는 적색 장총과 장도령의 칠성 상문검이 다시 한곳에 부딪히게 되면서 갑자기 눈부신 흰빛이 폭발하게 됐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급히 눈을 감았다. 그 빛은 너무 눈부신 나머지 정오의 햇빛보다도 환했다. “푸!”이내 흰빛이 흩어질 무렵, 장도령의 몸은 다시 거꾸로 날아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큰 피를 뿜어냈다. 쨍그랑! 뒤이어 칠성 상문검이 그대로 땅에 떨어지게 됐고 장도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찢어진 자신의 상처를 보고는 발버둥 치며 땅에서 일어났다. 오늘 한지훈은 정말로 그에게 많은 유감을 남겼다. 이제 갓 무도에 진입한 어린 청년이 감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게다가 실력만으로도 쉽게 날려버리고, 심지어 피까지 토하게 만들다니? 그는 더 이상 한지훈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어때? 이제 알겠지? 너희 장 씨 집안 진법은 사실 너희 장 씨 집안사람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방금 그 일격을 통해 한지훈은 내심 또 무언가
“쨍그랑!”한지훈의 손은 더 이상 총을 잡을 힘조차 없어 결국 적색 장총을 그대로 땅에 떨어뜨렸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 아직도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이 삼절진에 대한 이해를 잘못했다고 장담할 수 있어?”장도령은 얼굴을 들고 크게 웃어댔다. 지금의 한지훈은 그와 맞붙기는커녕, 손에 무기를 들기조차 어려웠다. 백발의 노인이 된 이상, 장도령이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는 한편, 한지훈이 천천히 다리를 들어 앞으로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디자 하늘에서는 별이 이동하고 붉은빛의 뜨거운 태양이 점차 서산에서 가라앉는 게 보였다. 곧이어 온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갑자기 나타나고 밝은 달까지 떠올랐다. “결코 너의 진법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이 좌지우지되지는 않아. 그건 단지 일종의 시각상의 환각일 뿐이지. 장 씨 집안 진법의 유일하게 특별한 점은 바로 사람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암시를 줄 수 있다는 거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하지만 이 세상에서 진짜는 영원히 가짜가 될 수 없고, 가짜는 영원히 진짜가 될 수 없어!”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내 그는 다시 적색 장총을 들었다. 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장도령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이럴 리가 없어!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도 이럴 리가 없어...”과거 장 씨 집안 조상은 삼절진 중의 하나인 지절진으로, 삼성 지급 천신계의 강자를 죽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조상 또한 당시 천신계의 고수였다. 그랬기에 장도령은 줄곧 장 씨 집안의 삼절진에 대해 신심이 컸다. 게다가 한지훈은 자신과 동급이었기에 그가 결코 장 씨 집안의 진법을 깨뜨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만물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보다시피 안타깝게도 이 나뭇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무종 제자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아직 기껏해야 20대의 젊은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손이며 얼굴이며 주름이 가득 해진 걸까? 심지어 그의 스승은 심하게 노화한 나머지 눈꺼풀조차 뜰 수 없었고, 겨우 힘겹게 그를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장도령은 여전히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오만하게 서있었다. 비록 그의 얼굴에는 한지훈으로부터 맞은 멍이 남아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시간의 흐름이야말로 진정한 살인 무기야. 난 사실 데뷔한 이래 한 번도 이렇게 기묘한 진법을 동원한 적이 없었어. 네가 처음이야!”“어차피 곧 죽을 운명이니, 네가 모르는 비밀 하나 알려줄게!”“용국 천왕계 강자들이 왜 이렇게 적은 지 그 이유를 알아?”장도령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역사적으로 용국은 천년 동안 천왕계는 말할 것도 없고, 천신계 강자들도 끊임없이 배출해 냈다. 심지어 고대 시절, 용국 천신계 강자는 오늘날의 땅강아지와도 같을 정도로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용국 무종은 약해져만 갔다. 현대에 와서는 천왕계의 강자들은 더욱 드물었다. 그렇기에 국왕 또한 당시 한지훈이 천왕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우 기뻐한 것이다. “설마 너희 장 씨 집안이 용국의 국운을 좌지우지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이내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하! 장 씨 집안이 그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아. 자고로 용국의 무기는 그 자체가 진법으로 구성된 것이고 검경 역시 일종의 진법이야!”“하지만 진법과 무기를 동시에 배운 후에야 그 문턱을 순조롭게 넘을 수 있지. 만약 무기만 배우고 진법을 모른다면 무기는 그저 장식품만 될 뿐이야!” “아무런 위력도 없어!”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어쩐지 최근 몇 년 동안, 무술 대가들이 권투 선수들에게 패했다는 소문이 자주 나더라니.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