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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현우 너 무례하게 뭐 하는 짓이야!”

이때 근엄한 얼굴의 한 백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뒤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가 따르고 있었다.

“할아버지, 저 눈치 없는 자식이 지금 길을 막고 있잖아요. 그래서 꺼지라고 했어요.”

거만이 하늘을 찌르는 이 재벌3세는 한지훈을 힘껏 노려보고는 다가가서 노인을 부축했다.

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저 역겨운 얼굴에 주먹이라도 꽂았을 것이다.

“어허!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다 잊었어? 사람이 귀천이 어디 있어? 겉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내 그렇게 타일렀거늘! 지난번에 매까지 맞았으면서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당장 저분께 사과 드려!”

노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손자를 호되게 꾸짖었다.

“할아버지, 저는 그냥….”

거만한 재벌3세도 할아버지 앞에서는 겁에 질린 초식동물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당장 사과하라는데도!”

노인이 재차 강조했다.

남자는 인상을 확 찌푸리고 한참 머뭇거리더니 이를 갈며 한지훈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내가 아까 좀 심했네.”

말을 마친 그는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한지훈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젠장! 저런 거렁뱅이한테 사과를 다 하다니!’

그는 이 일이 소문이라도 퍼지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 봐 더 자존심이 상했다.

“젊은 친구, 정말 미안하네. 내가 애들 교육을 잘못 해서 실례를 끼쳤네. 불쾌한 점이 있다면 나한테 얘기하게. 내가 잘 타이르겠네.”

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지훈은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사려 깊은 노인이 부탁하는데 뭐라고 불만을 얘기할 수도 없었다.

“나이가 어려서 덜 성숙해서 그런 거니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 자란 척은! 자기가 나보다 어른인 것처럼!”

현우라는 남자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지만 노인의 따가운 시선에 입을 다물었다.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을 바라보다가 안색이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눈은 부어 있었고 얼굴이 누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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