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연아, 나 좀 봐봐…한지훈이 나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어!흐으~”범고길은 친리연이 온 걸 보고 어린아이처럼 달려가서 서러움을 호소하였다. 친리연은 범고길의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보고 화가 잔뜩 나서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한지훈, 니가 뭔데 내 남친한테 손을 대? 이것 봐, 어떻게 사람을 이 모양으로 만들수 있어? 오늘 정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어디도 못 갈 줄 알아!” 친리연은 범고길을 엄청 좋아하고 반대로 범고길은 여자들의 마음을 녹이는 고수이기도 하다. 한지훈은 이마살을 찌푸리고 막돼먹은 친리연을 보면서 입을 열려고 했는데 강우연이 때마침 급하게 다가왔다. 눈앞의 광경을 본 강우연도 깜짝 놀라면서 먼저 친리연과 범고길한테 사과의 말을 했다. “죄송해요! 너무 죄송해요! 먼저 병원으로 모셔가는 건 어때요? “친리연은 대뜸 강우연에게 뺨을 날리면서 : “넌 무슨 낯짝으로 말해?”라고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이 뺨은 너무도 갑작스레 날려와서 한지훈도 차마 반응하지 못했다. 한지훈의 몸에서는 분노가 치솟았고 눈에서는 살의가 넘쳐났으며 그는 한걸음 다가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죽고 싶냐?”라고 말했다. 강우연은 얼른 한지훈을 제지하였는데 얼굴에 난 시뻘건 손자국에는 심지어 손톱으로부터 긁힌 핏자국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했다. 강우연은 한지훈을 향하여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 “제발 일 더 크게 만들지 말아요. 제가 해결할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나서 얼굴의 따가운 아픔과 서러움을 참고 허리를 굽신거리며 사과하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의료비는 저희가 배상해 드리겠습니다.”“흥”하고 친리연은 콧방귀를 뀌면서 강우연의 얼굴을 가리키며 “네가 주는 의료비는 어느 코에 발라? 우리 고길은 수억대 연봉이야! 네가 주는 그 코딱지만 한 의료비는 아무짝에도 못써! 오늘 이 일을 끝장보려면 네 남편이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라고 말했다. “맞아! 반드시 무릎 꿇고 나한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해!”라고 하면서 범고길도 따라서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정도현은 불현듯 긴장하더니 바로 “넵, 나으리! 꼭 나으리의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하였다. 답변을 듣자마자 한지훈은 전화를 끊었다. 정도현은 이마의 식은 땀을 닦으면서 (나리님과의 전화 통화도 장난 아니게 긴장되네.)라고 생각했다. “나리,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라고 옆에 있는 부하가 걱정스레 물었다. 정도현은 그에게 한번 눈길을 주더니 “로우야, 너 혹시 하두용이라고 기억나?”라고 물었다. 로우라는 덩치있는 부하는 기억을 더듬더니 : “하두용이라고요? 조금 인상은 있는데… 혹시 전에 그 손버릇이 안 좋아 쫓겨난 놈 아닌가요?”정도현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맞아, 바로 그 녀석이야! 지지리 복도 없다고 이 녀석이 글쎄 나리님을 건드린 것 같아.”로우는 듣자마자 갑자기 온몸이 오싹해졌다. 하두용이라는 이 놈은 이젠 끝장났네..개발구의 장우영이라는 녀석도 살아있는 예가 아닌가?그렇게 골때리는 골칫덩이도 나리님께서 순식간에 해치우지 않았던가?이 하두용이라는 놈은 그냥 작은 시종에 그칠 뿐이다. 정두현은 짧은 시간안에 하두용의 연락처를 알아냈고 통화를 시도하였다. 전화반대편에는 하두용이 몇몇 부하를 거느리고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나이트클럽에서 불같은 밤을 보내는 중이었다. 알몸에 가까운 각양각색 패션차림의 도우미들을 양쪽에 끼고 놀고 있었다. “가즈아!! 원샷!” 하두용은 잔을 기울고 웃으면서 소리쳤다. 바로 이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옆의 부하 한 명이 급히 휴대폰을 가져와서 “두용형님, 전화가 왔습니다!”라고 전했다.하두용은 휴대폰 화면을 힐끔 쳐다봤다. 모르는 번호였다. 그는 고민하다가 결국은 통화버튼을 누르고 : “누구냐?” 하고 도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나야.” 하고 정도현은 냉정하게 두 글자로 답하였다. 정도현의 목소리를 들은 하두용은 자기 귀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가 갑자기 술이 확 깨지더니 바로 엄숙하고 정중하게 몸을 세우고 “나리?”하고 답하였다. “허허, 괜찮네! 하두용
하두용은 코웃음을 치면서 “허허, 정도현이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해녕성까지는 손을 못뻗을걸. 해녕성에 있는 나를 호구로 보는 거야?”해녕성 녕나리야 말로 해녕성 지하 세계의 통이야!이 사람은 극히 드물게 얼굴을 보이지만 세력은 대단히 방대하고 관계망은 또한 엄청나게 깊고 넓거든. 누구나 할 것 없이 녕나리야말로 해녕성의 오야봉이지!이분만 계신다면 해녕성의 지하세력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그럼, 두용형님, 정도현은 도대체 뭘 원하는 겁니까?” 라고 한 부하가 물었다. 하두용은 이마살을 찌푸리며 “글쎄, 정도현 말로는 내가 영원히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사람을 건드렸다고 나더러 오군에 가서 사죄하라고 하더구만.”“미쳤군! 우리 두용형님은 이미 오군을 떠났는데 그 개뿔 같은 나리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두용형님을 오라 가라 합니까?”“그러게 말입니다, 두용형님, 형님은 우리 해녕성 사람으로서 정나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래라 저러래할수는 없죠!”“우리 두용형님이 건드린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정나리가 뭐라고 나서는 거야?” 몇몇은 제각기 한마디씩 궁시렁댔다.하두용은 갑자기 양주 한 컵을 원샷하더니 빈잔을 바닥에 힘껏 던져 부셔버리고 큰 소리로: “그래 정도현이 뭔데? 예전에는 내 보스여서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젠 내 보스가 아니잖아! 나 하두용도 이제 형제들과 세력이 있으니 왜 그 사람한테 쫄아야돼?” 라고 말하면서 짤렸던 두 손가락의 위치를 만지면서 “이 두 손가락을 언젠가는 다시 받아올 거야!”라고 다짐했다. 한편, 정도현은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리님, 이 하두용이라는 놈이 제 말을 안듣네요.” 라고 공손하게 전달하였다. “알았어.”하고 대답한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나서 한지훈은 용일한테 전화를 했다. “해녕성에 한 소대 보내서 하두용을 잡아와!”“넵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라고 용일은 힘차게 대답하고 곧바로 차로 이동하여 오군주군본부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20명의 특전사를 선발하여 해녕성으로 향하도록
용일은 차가운 눈길로 하두용을 보더니 발차기를 날렸다. “팡”이 발차기에 하두용은 3,4미터밖으로 뒤에 있는 소파에 무겁게 날아 떨어졌고 그 힘에 의해 소파까지 넘어뜨려졌다. 하두용은 신음소리와 함께 복부를 만졌는데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았다. 하지만 하두용은 용일 일행에 대하여 찍소리 한번 못했다. 이 사람들은 전신무장한 특전사들이잖아.하두용이 아무리 용기가 넘쳐도 이들 앞에서는 꼼짝달싹 못 한다. “군인어르신,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하두영은 아픔을 참으면서 바닥에 꿇어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용일은 차가운 눈길로 그를 내려보면서 “범고길이라고 알지?”범고길?하두영은 곧바로 멍해졌다. 이는 범고길하고 무슨 연관이지? 설마 그 자식이 내가 2천만원을 받고 일 처리를 해주지 않아서 나를 팔았나?“네, 알고 있습니다만…”하두용은 아무것도 감출 생각 없이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범고길이 너더러 사람들을 불러 한지훈이라는 분을 건드리라고 했지?다리 하나를 망가뜨리라고?”하고 용일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차갑고 무서운 기세가 뿜기면서 끝없이 확장하고 분출하고 있지 않는가?하두영은 떨리는 몸을 추스리며 머리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놈이 확실히 저더러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만 군인어르신, 혹시 한지훈은…”“흐, 너 따위가 어찌 그분의 신분을 알려고 해?”용일은 화내면서 소리치고 또 한 번 발차기를 날렸다. 이번에는 하두용의 어깨모서리를 찼는데 하두용은 바닥에 뒹굴며 넘어졌다.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데려가!”하고 용일은 지시하였다. 순간이지만 특전사들은 하두용 등 모든 인원들을 제압하여 데리고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하두용은 후회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이제야 정두현이 자기한테 전화해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죽일 놈의 범고길…너 이 썩을 놈 때문에 내가 뒤지게 생겼다!내가 이번 고비를 넘기게 되면 너를 가만히 두나 보자!하두용은 마음
한지훈은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태연하게 “걱정하지 마, 누군가는 잘못을 빌게 될거야!”라고 말했다. 강우연은 이를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흔들더니 “그만둬요, 대신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제가 말하는 거 듣기만 해요.” 라고 말했다. “음!” 하고 한지훈은 강우연의 조급함과 걱정어린 모습을 보며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거실로 걸어 들어갔는데 거실내의 싸늘하고 압박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친리연과 범고길은 강우연과 한지훈이 들어오는 순간 바로 분노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친리연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손을 휘두르며 강우연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이 행동은 엄청 당돌하였다. 강우연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손을 들어 친리연의 약한 팔을 힘껏 잡았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저번에는 가만두었더니 또 덤비냐?”라고 말했다. “훙~” 갑자기 그의 몸에서는 뼈를 스며드는 냉기가 폭발하기 시작하였다. 이 차가운 기운은 친리연으로 하여금 온몸이 오싹해지게 만들었고 뒤로 몇발자국 후퇴하게 하였다. “한지훈, 너 이놈아! 여기까지 와서 이러기야? 아빠, 이 자식 좀 봐요!”친하람은 이 상황을 목격하고 노발대발하며 “버릇없는 놈! 한지훈! 너 뭐 하는 놈이야? 오늘 우리가 너한테 따지러 왔어! 너 지금 이 태도는 도대체 뭐 하려고 하는 거니?”라고 말했다. 범고길은 앞장서서 한지훈을 밀치며 친리연을 자기 뒤로 숨기게 하고 건방진 눈길로 쳐다보면서 “한지훈, 너 날뛰지 마! 오늘 내가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테니!”라고 말했다. 한지훈은 입가를 찌푸리더니 덤덤하게 “그래? 그래 어디 한번 보여줘!”라고 말했다. “너 이 자식!” 하고 범고길은 할말을 잊었고 그냥 눈을 뚱그렇게 뜨고 바라만 보았다. 한편, 강문복도 화가 나서 의자 등받이를 힘껏 내리치고 한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버릇없이 굴지 마! 지금 이 시간까지 잘못을 빌지 않고 뭐해? 무릎 꿇어!”“맞아,
그 순간 범고길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친리연이 그를 부축하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왜 그래?”당황한 범고길은 이마에 식은땀을 닦으며 한지훈을 향해 변명하듯 말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군. 하두용인 누군데? 난 모르는 사람이야!”말은 그렇게 해도 가슴은 미친듯이 요동치고 있었다.한지훈이 어떻게 하두용을 알지?낌새라도 눈치챈 걸까?“몰라? 이상하네. 하두용은 당신을 안다던데?”한지훈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범고길이 고래고래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난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지금 억지로 나한테 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범고길은 친하람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장인어른, 한지훈 저 자식이 헛소리하는 거예요. 저는 그런 사람 모릅니다!”친하람 역시 싸늘한 얼굴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우리 사위한테 이상한 프레임 씌우지 마. 하두용이라는 인간은 나도 모르는 사람이야.”강문복 역시 싸늘한 얼굴로 한지훈을 손가락질했다.“그만해. 오늘 너희를 부른 건 제대로 사과하라는 뜻이었는데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너무 실망했어. 한지훈,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무릎 꿇고 고길이랑 리연이한테 사과해!”강학주의 얼굴도 싸늘하게 굳었다.비록 지난번에 모임에서 한지훈이 그를 대신해 나서주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 일은 도와줄 수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차만 마시고 있었다.강우연은 한지훈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지훈 씨, 자꾸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내 말 들어요. 사과하고 넘어가면 좋잖아요.”한지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걱정 마. 내가 다 해결할게.”말을 마친 그는 범고길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아. 마침 하두용이 지금 S시에 왔다고 들었어.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내가 이 자리로 불렀지.”그 말을 들은 범고길의 눈동자가 거세게
털썩!신호를 알아들은 하두용은 그 자리에서 한지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저도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겁니다. 범고길 저 새끼가 시켜서 했어요. 저 새끼가 형님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시켰어요.”“뭐라고?”강우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가만히 있던 강문복과 강학주도 인상을 쓰며 차갑게 말했다.“자세하게 설명해 봐!”하두용은 그저 부들부들 떨며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사람들 앞에서 자세히 설명해 봐.”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하두용이 입을 열었다.“범고길이 한 선생님 다리를 부러뜨리면 2천만 원을 준다고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강학주가 크게 분노하며 친하람을 노려보았다.“이거 어떻게 설명할 거야? 자네 사위가 폭력을 사주했다는데?”그 말을 들은 친하람도 당황하며 범고길에게 호통쳤다.“자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정말 자네가 한 거야?”범고길은 당연히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장인어른! 제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잖습니까? 이 사람 저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한지훈이 배우를 데려와서 저를 모함하는 거라고요!”“맞아요. 우리 고길 씨는 절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어요!”친리연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녀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한지훈, 감히 이런 비겁한 수를 쓰다니! 아무나 데려와서 우리 고길 씨가 시킨 거라고 하면 우리가 믿을 것 같았어?”“연기? 배우?”한지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하두용은 잔뜩 분노한 눈빛으로 친리연과 범고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나 하두용 해녕에서는 그래도 잘나가는 조직의 두목이야! 우린 신뢰를 저버리는 짓은 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의뢰를 받을 때마다 자세한 기록을 남기지. 범고길이 나한테 의뢰를 맡긴 부분은 이미 녹음파일이 있어. 그리고 입금기록까지!”말을 마친 하두용은 핸드폰을 꺼내 범고길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틀었다.“두용 형님, 접니다. 좀 부탁을 드릴 일이 있어서요. 주제도 모르고
말을 마친 한지훈은 손을 번쩍 들어 친리연의 뺨을 쳤다.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틀어막았다.친리연 본인 역시 당황했다.그녀는 얼얼한 볼을 손으로 감싸며 표독스럽게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지금 날 쳤어?”말을 마친 그녀가 손을 치켜들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 싸늘하게 말했다.“조금전에 건 내 마누라 대신이었어. 내 몸에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친리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발을 구르며 씩씩거렸다.“한지훈, 두고봐! 다들 두고보자고!”말을 마친 그녀는 씩씩거리며 현장을 떠났다.홀로 남은 범고길은 눈치를 살피다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한지훈은 그를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도망치려는 범고길의 등 뒤에 대고 싸늘하게 말했다.“하두용, 이제 내 볼일은 끝났으니 나머지는 당신이 해결해.”그 말을 접수한 하두용은 달려가서 범고길의 등을 걷어차고는 쓰러진 그의 멱살을 잡아 다시 일으키며 소리쳤다.“범고길,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하지 마! 형님, 이러지 마세요….”범고길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지만 허두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문복을 힐끗 보고는 강우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돌아가는 길, 강우연은 떨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그에게 물었다.“지훈 씨, 어제 아무 일 없었죠? 괜찮아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쉽게 당할 것 같아?”강우연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범고길 그 사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처음 봤을 때는 순박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속에 그런 악한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앞으로 사람 만날 때 너무 쉽게 믿지 마. 나쁜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나한테 말해. 내가 지켜줄 거니까.”강우연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어서 돌아가서 쉬어요. 난 회사로 돌아가야 해요.”한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요, 들었습니다! 그럼 저... 바로 연락할게요!”구원항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두 손으로 버튼을 마구 눌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무서웠다. 방금 한지훈은 진왕검만을 탈환한 것이 아니라, 카일 가문의 미움까지 사게 됐다. “만약 여전히 불복한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돼!”한지훈은 몸을 돌려 갑판 너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느새 갑판 위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진우조차도 멍하니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지훈아, 차라리 이번 일은 그냥 내버려두자. 정복자의 검을 가져가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잖아!” “그저 하나의 장식품일 뿐, 우리 용국에는 검이 많고도 많은데 저거 하나 있어봤자야!”그러자 한지훈은 차갑게 웃었다. “아무리 소용없다 하더라도 화장실 인테리어로 걸어놔도 되는 거잖아!”그 말에 오마르는 단단히 화가 났다. 감히 카일 가문의 상징과도 같은 귀한 것을, 화장실 인테리어로 걸려 하다니? 설령 한지훈이 고의로 그들을 자극하려고 한 말이라 하더라도, 방금 그 발언은 확실히 선을 넘긴 했다. “이봐, 어린 친구. 정말 이대로 정복자의 검을 가져가겠다는 거야?”이때 선실에서는 위엄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선실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방금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한지훈은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같은 천신계 강자로서, 그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일성 준천신의 경지에 있긴 하지만, 상대의 기세는 더욱 안정적이었다. 그 말은 즉, 그는 훨씬 오래된 준 천신계 강자라는 것이다. 사실 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단지 이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봐, 용국의 어린 청년! 당장 정복자의 검을 내려놓지 못해! 내 사부님이 있는 한, 넌 무릎 꿇고 사과까지 해야 돼!”이때, 오마르는 눈가가 찢어지는 상처를 참아내며 미친 듯이 노호했다.
“모욕이라니? 네가 모욕당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한지훈은 오마르를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무대 방향으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진왕검을 잡을 기세였다. “너... 나를 물리치게 되면 카일 가문으로부터 저 검을 손쉽게 뺏어낼 수 있을 것 같아?”오마르는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크게 소리쳤다. 지금의 그는, 더 이상 한지훈의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엄연히 아직 천왕계 강자에 지나칠 뿐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천신계 앞에서는 그저 땅강아지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천신계 강자와 견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방금 심상치 않은 저력을 보여줬다는 것은, 바로 이 배에 또 다른 천신계 강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설사 일성 준천신이라 하더라도 그 실력은 한지훈이 절대 우러러볼 수 없을 정도였다. “뺏어내다니? 우리가 방금 말했듯이, 진왕검은 예로부터 용국 국왕의 패검이야. 너희 카일 가문이야말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강도들이라고!”“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들 명심해! 카일 가문은 용국 국기를 반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용국 국왕에게 직접 사죄까지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 유럽을 피바다로 만들어서라도 카일 가문을 짓밟아버릴 거야!”잔잔한 바다 위, 한지훈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오마르는 여전히 땅에 떨어진 장검을 힘없이 쥐고 있었다. 그의 어깨뼈는 이미 한지훈에 의해 밟혀 깨져버려 더 이상 일어서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이 상황까지 돼서도, 자신의 스승이 왜 여전히 가만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지훈이 이렇게 날뛰는 것을, 그냥 빤히 보고 있겠다는 건가? “팍!”바로 이때, 한지훈은 손을 뻗어 나무상자를 손에 쥐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백발의 노인을 힐끗 보았다. “가져가! 우리 카일 가문이 베푸는 아량이야!”노인의 눈빛 속에는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지만, 말투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것이 바
“이... 이건 조석이잖아!”오마르의 얼굴에는 순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성신바다의 진법은 매우 강하긴 하지만, 조석만큼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조석은 자연계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통제하기 힘든 기운이었다. 그런데, 한지훈이 손을 들자 뜻밖에 조석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무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백발노인은, 입을 벌름거리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한 갈래의 보이지 않는 힘은, 마치 크나큰 그물처럼 단번에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을 덮쳐버렸다. 오마르는 눈앞의 이 장면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장검을 든 그의 손은 끊임없이 떨려났다. 그 이유는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 그는 비할 데 없이 강한 위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의 실력이 약했더라면, 아마 진작에 이 위압에 눌려 처참한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칼을 휘두르기는커녕 손에 든 장검을 꽉 쥐기도 벅찰 것이다. “이 진법은 어때?”그때, 한지훈은 얼굴이 창백해진 오마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오마르는 마치 하늘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다닥!”이내 사람들은 오마르의 골격이 끊어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어냈다. “안돼!”곧이어 오마르는 고개를 들어 노호하기 시작했고, 5성 용급 천왕계 기운을 뿜어내며 어떻게든 이 보이지 않는 위압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코 헛수고일 뿐이었다. 그가 들어 올린 두 팔은 곧바로 아래로 처지게 됐다. 지금 그는 마치 두 손으로 한 행성을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적인 두 개의 힘은 전혀 같은 차원이 아니었다. “푸!”결국 오마르는 갑판 위에서 털썩하고는 주저앉아 피를 뿜어냈다.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갑판 바닥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느끼게 됐다. 이 힘은, 그가 일생 동안 마주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힘이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오마르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지
“하하!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네. 용국 무종 문파는 비록 많긴 하지만 그중 진정한 천왕계는 손에 꼽을 정도야! 너희 용인들은 그들의 진법이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 영원히 알 수도 없는 거라고!” “가소로운 용국인들, 설령 너희 용국의 조상들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내 앞에서는 그저 땅강아지처럼 비천한 목숨이야!”“오늘 나 오마르, 이 배 위에서 널 죽여버릴 거야!” 붉은 망토를 걸친 오마르의 은발은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고 있었다. 한편 하늘의 천둥소리는 끝없는 천위를 띠고 있었다. 사실 그의 성신바다는 장 씨 집안의 삼절진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곤륜 뇌해에 비하면 정말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 시각, 배 위의 사람들은 모두 더없이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굉음에 귀를 기울이며 온 하늘의 먹구름을 보고 있었다. 마치 이 거대한 유람선이 당장이라도 거대한 파도 속에 뒤집힐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죽음이 이미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네가 방금 그랬지, 우리 용국의 진정한 천왕계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그리고 용인들은 그 진법이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른다고.”한지훈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내 말 맞지 않아? 너희 용국 무종 강자들은 힘만 강할 뿐이지 진정한 힘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 진정한 힘은, 이 우주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직접 보아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거야!”“그 말은 즉, 너희 용국에는 진정한 강자란 없고 전부 쓰레기들이라는 거야!”오마르의 말에 진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말대로 여태까지 진우는 진법이 가장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그는 전혀 일격을 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방금 한지훈과 오마르가 진법을 이용하여 비로소 천지를 뒤흔드는 모습에 그제야 자신이 보잘것없음을 깊이 느끼게 됐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사방의 뇌해를 바라보았다. 해수면에 떨어진 한 갈래의 필련은 마
이곳은 엄연히 카일 가문의 개인 영지이기에, 그들이 한지훈을 어떻게 처단하든 누구든지 비난할 수가 없었다. 설령 용국이라 할지라도 간섭할 권리는 없다. “죽어!”바로 이때, 한지훈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손바닥을 툭 쳤다. “쾅!”그러자 한지훈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갑자기 기랑이 일었다. 기랑에 부딪힌 세 갈래의 기력은 점점 사라져 갔지만, 반면 기랑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푸! 푸! 푸!”이내 놈들은 연달아 피를 뿜어냈다. 그렇게 2성 천왕계 강자 세 명은 동시에 피를 흘리며, 저 멀리로 몸이 날아올라 갑판을 따라 바로 바다로 떨어졌다. 그 광경에 많은 사람들은 감탄하였다. 정말 강자 중 강자였다. 닥치는 대로 2성 현급 천왕계 강자 세 명을 격파하다니. 어쩐지 젊은 놈이 미쳐 날뛰더라니, 역시나 탄탄한 바탕이 있었구나. 한편 구원항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한지훈을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진우의 작은 졸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에, 그는 비로소 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 말의 참뜻을 깨달았다. “가져와!”한지훈은 무대에서 5 보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무대 위의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소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카일 가문의 저력은 절대 이렇게 단순할 리가 없었다. “건방진 놈!”바로 그때, 선실에서는 우레와도 같은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은발에 두 눈이 붉은 한 젊은 남자가 갑판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등장에 모두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진우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바로 오마르였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세속에 관여할 수 있는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의 수제자다. 그는 5 성 용급 천왕계 실력을 지니고 있는 진천왕이다. 사실 5성 용급 천왕계 중, 진법이나 현기에 대해 잘 모르는 천왕계 강자들은 단지 반천왕이라고만 할 수 있다.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