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 계획적인 만남이 틀림없었다.원형 테이블의 상석에 배가 불룩 나온 중년 남자가 앉아서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도설현은 초조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한지훈은 방 안을 대충 훑어보고 그쪽으로 다가갔다.일반인이 이 광경을 봤으면 놀라서 영혼이 가출했겠지만 한지훈에게는 그냥 하찮은 존재들이었다.도설현은 한지훈을 보자 표정이 환해지더니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왔어요? 그런데 왜 혼자예요?”그녀는 살짝 당황한 듯했다.분명히 조금 전 문자를 보내 사람을 좀 데려오라고 했는데 혼자서 쫄래쫄래 따라왔다니!한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혼자서 다 해결하면 되지 않나요?”도설현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눈치를 보냈지만 한지훈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더니 테이블로 가서 당당하게 자리에 앉았다.도설현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한지훈은 전혀 거리낌없이 나이프를 들고 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썰어 입으로 가져갔다.도설현은 그 모습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이 사람 미친 사람인가?물론 3성 병왕급 실력을 가진 살랑을 쓰러뜨리는 것을 직접 보기는 했지만 그가 혼자 이 많은 무림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앞에서 식사 중인 저 남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온 건가?“지훈 씨, 미쳤어요?”도설현은 의자 밑으로 한지훈의 발을 툭툭 차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누군지 알아요?”한지훈이 담담히 물었다.“누군데요?”도설현은 그 말을 듣고 뒷목이 뻐근했다.실책이야! 괜히 불렀어!“S시 흑룡당 당주 장세덕 회장님이세요. 4대천왕 중 한 명이라고요!”장세덕은 S시 지하세력 서열 4위 흑룡당의 당주였다.그의 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묻어 있으며 잔인하고 포악한 성격에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인물로 악명이 자자했다.최근에 금방 출소했다고 들었는데 출소하자마자 사방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낯선 남자랑 잠깐 대화를 나눴다고 그가 자신의 아내를 악어 늪
순식간에 룸 안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장세덕은 음침한 표정으로 눈앞의 젊은 남자를 노려보았다.건방진 녀석!장세덕이 권력을 잡은 뒤로 그의 앞에서 이런 불손한 말을 대놓고 지껄인 인간은 한지훈이 처음이었다.횡포와 협박, 그건 장세덕의 몫이었다.그런데 어디서 온 머리에서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니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도설현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지훈 씨가 해결해요. 그렇다고 죽이지는 말고요.”말을 마친 도설현은 테이블을 등지고 창가로 물러섰다.한지훈이 조금 전 손등을 다독이며 괜찮다고 신호를 보냈을 때,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안심이 되었다.장세덕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유 대표한테 들었던 그 녀석이로군. 들었던 대로 건방진데 재밌는 녀석이야. 물론 오늘 살아서 여길 나갈 수 있다면 말이지!”한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싸늘한 살기를 내뿜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덤덤하게 대꾸했다.“나야 자신 있지. 하지만 당신이나 당신 부하들은 장담할 수 없군.”말을 마친 그는 들고 있던 나이프를 그대로 장세덕의 팔뚝에 찔러넣었다.피가 사방으로 튕겼다.장세덕이 정신을 차렸을 때, 팔에서 극심한 통증과 함께 피가 콸콸 흘러내렸다.그는 팔을 감싸고 신속히 후퇴하며 음침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감히 기습 공격을? 오늘 네 놈의 사지를 찢어버리겠다!”한지훈의 공격이 워낙 빨랐기에 장세덕의 부하들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멍하니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형님이 이렇게 쉽게 당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젊은 남자는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멍하니 서서 뭐 해? 어서 저 놈의 눈알을 뽑아 버려!”장세덕이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포효했다.그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경호원 여덟이 지키고 있는 장소에서 감히 흑룡당 당주의 팔에 칼을 꽂다니!나중에 당주가 책임을 물으면 그들은 혹
다섯!여섯!여덟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순식간에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그들을 전부 쓰러뜨리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병왕급 실력을 가진 경호원들마저 팔목이 뒤틀려 의자에 처박혔다.장세덕은 똥 씹은 얼굴로 한지훈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수많은 싸움을 껶었지만 눈앞의 남자처럼 그에게 거대한 압박감을 선사한 사람은 없었다.그는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젠장! 내가 누군지 알아? 나 흑룡당 당주 장세덕이야! 감해 내 사람들을….”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뒤돌아서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손을 뻗어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네가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 않아. 난 도설현 대표의 경호원으로 이 자리에 있어. 상사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내 일이야. 우리 도 대표님 다시 건드리면 죽여버릴 수도 있어.”싸늘한 분노가 담긴 그의 말에 장세덕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털썩!한지훈이 손을 놓자 장세덕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토해냈다.“꺼져! 다시 내 눈앞에 띄는 날엔 목숨이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한지훈은 역겹다는 듯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런 사람은 한번에 기세를 꺾어놔야지 애매하게 처리하면 끈질기게 달려드는 부류였다.“그래! 대단한 녀석이군! 가자!”장세덕은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을 감싸며 한지훈을 노려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의 굴욕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그들은 패잔병처럼 다친 곳을 붙잡고 도망치듯 룸을 나갔다.“대표님,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가요?”한지훈이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도설현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얼마 못가 걱정이 담긴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자존심을 건드렸으니 장세덕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한지훈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꾸했다.“괜찮아요. 내가 있잖아요.”그 말을 들은 도설현은 예쁜 눈을 곱게 접으며
그 시각, 하얀색 밴 한 대가 호텔 정문 앞에 멈추어 섰다.차에서 한 중년 남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가 바로 신천그룹 대표 유준봉이었다.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장세덕을 보고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장 회장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유준봉은 경악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세덕의 팔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그를 지키는 여덟 명의 경호원들도 팔다리가 부러져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도설현의 옆에 이 정도의 강자가 있었나?장세덕 당주의 몸에 상처를 낼 만큼?일은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유준봉, 대체 이런 자리를 만든 의도가 뭐야! 우리 애들까지 다치게 만들고!”장세덕은 잔뜩 분노하며 유준봉을 향해 고함쳤다.“예? 저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데요?”유준봉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변명하기 급급했다.“대체 어떤 놈입니까? 감히 장 회장님 몸에 상처를 낸 놈이? 그 놈 미친 거 아닌가요? 도설현이 그랬어요? 이 미친 여자를 그냥….”“누구겠어? 도설현 옆에 아주 대단한 경호원 녀석 한 명 있던데! 자네가 말했던 그 한지훈 말이야! 내 오늘 놈의 사지를 찢어 한강에 처박을 거야! 날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만 천하에 똑똑히 보여줄 거라고!”지금의 장세덕은 이성을 잃은 맹수에 가까웠다. 잠시 후, 로얄 패밀리 호텔에 흑룡당 조폭들이 도착했다.아직 뒤에서 오고 있는 인원도 적지 않았다.이게 바로 흑룡당의 실력이었다.유준봉은 그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역시 장세덕을 끌어들인 판단은 옳았어!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잖아!소남마을에서 한지훈에게 된통 당한 뒤로 그는 여러 방면으로 뒷조사를 했다. 그는 상대가 도설현이 키우는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고 별것도 아닌 놈이 도설현 믿고 까분다고 단정지었다.그래서 오늘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 도설현을 장세덕에게 선
오히려 유준봉에게는 잘된 일이었다.장세덕이 백 명이 넘는 인원들을 집결시키고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을 때, 호텔 입구에서 두 명이 걸어나왔다.도설현은 나오자마자 문 앞에 깔린 흑룡당 조폭들을 보고 당황하며 한지훈의 뒤에 숨었다. 그녀의 뒤를 조용히 따라오던 한지훈이 긴장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덤덤하게 물었다.“왜 그래요, 대표님?”하지만 그것도 잠시, 공기 중에 진하게 풍겨오는 살기를 느낀 한지훈은 고개를 들고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인원들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맨 앞에는 장세덕이 서 있었다. 팔을 다쳐서 초라해 보였지만 두 눈에 서린 살기는 섬뜩할 정도였다.그의 뒤에 서 있는 부하들은 군기가 바짝 올라서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과 도설현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유준봉은 인원들 틈에 서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도설현과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장세덕의 옆에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귓속말로 말했다.“회장님, 저 자식은 살려둘 가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는 그래도 목숨은 살려두는 게 좋을 겁니다. H시 도영그룹의 차녀 아닙니까. 사고가 나면 도영그룹에서 우리를 추적할 테니 귀찮아집니다. 도설현을 납치해서 구금하고 인질로 잡는다면….”장세덕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준봉을 힐끗 흘겨보고는 다친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살면서 이런 치욕은 처음이야! 이건 나의 치욕이자 우리 흑룡당에 대한 도전이라고! 유 대표는 이 일에 나설 거 없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 저 건방진 자식의 사지를 뜯어 고깃밥으로 던져줄 거야. 부드럽게 넘어가면 다른 조직에서 우리 흑룡당을 만만하게 볼 거 아닌가!”한편, 한지훈은 담담하게 눈앞에 펼쳐진 진영을 바라보며 인원수를 추측했다. 대략 백 명 정도가 있고 뒤에는 열 대가 넘는 봉고차가 보였다.전부 다 인상이 험악한 문신 돼지들이었다.그들은 저마다 손에 칼을 들고 있었는데 그냥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섬뜩했다.S시에서 이렇게 많은 조폭들이 한 장소에 출몰한 건
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걱정 마세요. 저런 벌레들은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없어요. 조금만 들어가서 쉬고 계세요. 여기 정리하고 다시 신호 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꺼내 용일에게 주소를 보냈다.도설현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지훈을 믿고 기다리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그녀는 용기를 내서 한지훈의 손을 잡고 말했다.“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무사히 돌아와요. 지훈 씨한테 무슨 일 생기면 도영그룹의 모든 걸 팔아서라도 놈들을 응징할 거예요.”한지훈은 살짝 당황하며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여자의 가녀린 손을 바라보았다.이러면 우연이한테 미안해지는데….우연이가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하지만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 때문에 매몰차게 내칠 수는 없었다.“걱정 마세요. 무사히 해결할게요.”한지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준봉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멍청한 여자!그렇게 같이 밥 먹자고 초대를 보낼 때는 전부 거절하더니 미천한 경호원이랑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니!게다가 상대는 마누라한테 기대 사는 무능한 인간이었다.하지만 화가 난 건 화가 난 거고 도도하고 차갑던 도설현의 예쁜 얼굴에 짙은 두려움이 낀 것을 보자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왜!‘저런 여자가 왜 한지훈 같은 버러지를! 용납할 수 없어!’“멍청한 연놈들, 이 상황에 연애질이나 하고 있다니!”유준봉은 속으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장세덕이 손짓을 하며 결전의 시작을 알렸다.“당장 저놈의 사지를 찢어 버려! 오늘 흑룡당을 방해하는 자는 그게 누구든 전부 죽여버려도 좋아!”장세덕의 고함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그의 부하들은 굶주린 야수처럼 소리를 지르며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장세덕은 자신이 있었다.경찰이 와도 돈 몇 푼 쥐어줘서 쫓아 보낼 생각이었다.증거만 확실히 처리한다면 모든 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갈
유준봉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회장님, 사실 좋은 마음에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한지훈은 죽어 마땅한 녀석이지만 쉽게 죽이기는 아깝죠. 회장님 몸에서 피를 본 놈이 아닙니까.”“이건 어떤가요? 제가 4천만 원으로 놈의 목숨을 사겠습니다. 놈을 저에게 맡기세요. 회장님 만족하실 수 있게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귀찮은 일도 제가 다 정리해 드릴게요.”4천만 원!괜찮은 거래였다.장세덕은 조폭 두목이자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일개 경호원의 목숨을 4천만 원 받고 파는 건 남는 장사였다.게다가 그가 혼자 사고 뒷수습을 하려면 귀찮은 일이 많았다.차라리 유준봉에게 맡겨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피식 웃고는 유준봉의 어깨를 두드렸다.“유 대표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럼 그렇게 하자고. 4천만 원에 내 한지훈의 목숨을 유 대표에게 팔지.”유준봉은 다급히 허리를 굽신거리며 감사를 표했다.“회장님 사실 제가 꽤 괜찮은 녀석을 한 명 데려왔거든요. 만약을 대비해서 데려온 건데 이 상황에 써먹기 좋을 것 같습니다.”장세덕의 얼굴이 순식간에 음침하게 굳었다.“유 대표, 내 실력을 못 믿는 거야? 설마 이렇게 많은 애들이 경호원 한 명 처리하지 못할까 봐 그래?”“아… 아닙니다! 오해세요. 그냥 회장님께 소개만 해드리려고 데려왔는데 실력 하나는 정말 믿을만한 놈이거든요. 해외에서 용병을 뛰던 애인데 회장님 밑에서 일하고 싶다더라고요.”말을 마친 유준봉은 자신의 차를 가리켰다.뒷좌석에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반쪽 얼굴에는 섬뜩한 전갈 모양의 문신을 하고 입가에는 긴 칼자국이 있는 섬뜩한 인상의 남자였다.그는 존재감만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살기가 듬뿍 담긴 두 눈은 호텔 입구에 서 있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강자가 강자에게 이끌린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걸까?“저 사람은 누
이와 동시에 한지훈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지니고 다가오고 있는 백 명에 가까운 졸개를 마주했다.그들은 모두 손에 칼과 쇠로 된 몽둥이를 들고 있다.기세를 보아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산산조각이 날 것이 분명하다.호텔 문 앞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얻어맞을 것이 분명하다.흑룡당 졸개들은 일단 피를 보기만 하면 흥분제를 맞기라도 한 듯 피에 굶주린 늑대로 변해버린다.그리고 미친 듯이 으르렁거리며 한지훈을 향해 덮쳐온다.그들에게 있어서 혼자인 한지훈은 2초 안으로 조각낼 수 있는 얇은 종잇장과 다름이 없다.도설현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휴대전화로 신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한편, 호텔 문밖에서 한지훈은 갑자기 덤덤하게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순간 비할 데 없이 강하고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덤덤하고 느슨했던 기세는 어느새 더없이 맹렬하고 날카로워졌다.지금 한지훈의 모습은 마치 전쟁터에 버젓이 서 있는 무적의 수라와 같다.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를 온몸 곳곳에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이러한 살의에 반경 5미터 안의 모든 이들은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반걸음도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차 안에 있는 챔피언 타이카도 안색이 굳어졌다.그는 서툰 용국 언어로 중얼거렸다.“기세가 장난이 아니네! 작은 S시에도 저런 고수가 있을 줄은 몰랐어. 적어도 사대천급의 실력으로 되어 보이는데, 나랑 붙기에는 아직 너무 애송이야.”쿵!순간 천둥과 같은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죽여!”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덤덤하게 내뱉었다.그러자 가장 앞에서 달려들던 십여 명의 졸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제자리에 굳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의 그림자는 그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가뭇없이 사라지고 말았다.“쏴!”시끌벅적한 호텔 문 앞에서 모든 이들은 쟁쟁하고 깔끔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한 졸개는 고개를 숙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비린내 나는 안개가 터져 나왔고, 미륙의 관중석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채 몰살당했다!부상 쪽도 마찬가지였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넘쳤다!오륙에서는 십 대 가문과 안드레가 동시에 무릎을 꿇은 채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비륙 쪽은 아직도 어리둥절해하고 있었지만, 물통보다도 굵은 천둥번개가 십여 줄기나 쏟아져 내려와 그들을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영륜도 예외는 아니었다!“봤나, 서천술! 네놈이 천 년을 더 산다 해도 이런 경지에는 도달도 못할 것이다! 그런 놈한테 정혈을 바치라고? 하하! 정말 수치를 모르는군!”서천술은 한지훈의 기이한 수법에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한지훈의 말은 틀리지 않았고, 자신에게 천 년이 더 주어진다 해도 일성 준천신 강자가 이런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설마......한지훈이 진정한 천신이란 말인가?!서천술뿐 아니라 소창지개마저 더는 그를 얕보지 못하고 놀란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무언가 이상하다. 이건…… 이건 일성 준천신의 힘이 아니야!”직전신개도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연달아 저었다.“이게 이상하다면…… 너희가 더 놀랄 일이 아직 남았지!”한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진왕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웅!”검신의 떨림과 함께 허공에 불쑥 거대한 실루엣이 나타났다.검은 용포를 걸치고, 머리엔 구룡진주관을 쓴 한 사내의 형상이었다!시황……?!아래에 있던 용국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놀라 감탄했고, 국왕마저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다!그 환영 같은 시황은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고, 몇 줄기의 금빛 찬란한 광채가 한지훈의 전신을 덮었다.“짐을 대신해 천하를 호령하라!”허공에서 울려 퍼진 위엄 있는 음성은 현장의 모든 사람들의 고막을 울려댔다.그 형체가 점차 사라져가자 또 다른 인물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전신에 전갑을 두른 거대한 형상이었다.“무…… 무안군, 백……백기!”아래의 파용이군 장병들이 일제히 백기의 환영을 향해 예를 올렸다!“이 군령을
만 팔천 번이나 베어 죽인다고?!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장세풍조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번 일이 혹여 장씨 가문에까지 연루된다면, 그는 장씨 가문의 죄인이 될 터였다!이리 생각한 장세풍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한지훈을 가리키며 냉소했다.“한지훈! 고작 일성 준천신계 강자 주제에 이렇게 큰소리치다니, 웃기지도 않는군!”“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역외 강자들은 전부 네놈보다 한 경지씩은 높다! 너 따위가 깝죽대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짓이나 다름없다고!”“그래?”한지훈은 팔을 가볍게 휘둘러 서천술을 십여 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던졌다. 서천술은 멍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마치 무언가 압도적인 힘에 의해 몸 안의 기운이 전부 봉쇄된 듯한 감각을 느꼈다!단순히 저항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서천술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 한지훈은 단지 일성 준천신계 강자일 뿐이라는 걸 느꼈는데, 어떻게 삼성 천신계 강자인 자신이 저놈에게 꼼짝도 못 하는 거지?! “오늘, 내가 이 손으로 너희 부상 왜적들을 어찌 학살하는지 똑똑히 보게 해주지!”한지훈은 말을 마치고 무대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그 모습을 본 국왕은 한지훈이 진왕검을 맞이하던 그날의 장면을 떠올렸고, 순간 고개를 번쩍 들어 외쳤다.“한지훈! 진왕검을 받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왕은 진왕검을 하늘로 던졌다!한지훈이 손을 살짝 내밀자,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진왕검이 단숨에 그의 손으로 날아들었다!“이 진왕검으로 우리 용국의 국위를 떨치고 저 무뢰배들을 베어내거라!”국왕은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크게 외쳤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안의 진왕검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그 순간.“윙!”진왕검이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울음을 터트렸다!“흥, 한지훈. 네가 우리 오륙의 천신계 강자 넷을 연달아 죽였을 때부터 본래 전투가 끝난 뒤에 너를
방금 놈들이 제안했다시피, 저항하지만 않으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목숨만은 지킬 수 있었다. 허천지가 보기에도, 북양 왕 한지훈조차도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였다. 일단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용인들도 자칫했다가는 주살당할 수 있었다. 이내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소창지개는 천천히 몸을 돌려 말했다. “흥! 무식한 용국 놈 같으니라고! 건방지게 한 글자만 더 뱉어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용인들 전부 죽게 될 거야!” 그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서천술은 어느새 독한 눈빛을 품은 채 한지훈을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무식한 놈아, 얼른 물러나지 못해?”“물러서라고? 국왕도 더 이상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 씨 집안까지 직접 동원했는데, 이 상황에 나더러 물러서라고?”“넌 네 집안만은 지키고 역외로 돌아가 얼마든지 구걸하며 살 수 있겠지만, 남겨진 용국 백성들은 어떡하라고?”“그동안 그렇게 입버릇처럼 용국을 위해 설욕하고 공평한 도리를 되찾을 거라고 떠들더니, 지금 정작 용국이 정말로 어두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넌 도리여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거야?”한지훈은 경멸하는 표정을 보였다. “너... 너 허튼소리를 하지 마! 너도 봤잖아, 우리 몇 명으로는 전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걸! 우리마저도 상대가 안 되는데, 네가 나서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국 용국 전체가 몰살당하는 것 외에, 네가 과연 용국을 위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이제 서천술은 정말 조급해났다. 게다가 그의 아들은 축대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데, 만약 소창지개가 정말 마음먹고 칼을 휘두르려 하면 그는 물론 서영호도 다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죽어야 된다는 거야? 하하! 가소롭기 그지없네!”한지훈의 눈빛은 현장에 있던 모든 용국인들의 얼굴을 스치고는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 중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 있으면 지금이라도 나서!” 바로 이때 주 씨 어르신은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한
20만 파룡군이 곧바로 돌격하려는 순간, 천자각에 있던 국왕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역대 선군들의 기념비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는 거듭 세 번 절을 하였다. “오늘날의 저희 용국은 곧 피바람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부디 역대 선군님들의 영혼으로 저희 우리 용국을 지켜주시옵소서!”이내 국왕은 성큼성큼 나아가 이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용칠을 향해 말했다. “용칠! 당장 내가 입을 갑옷이랑 진왕검 가져와!”용칠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국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전에 계획한 대로 일단은 용군을 선발로 파견하고, 그 뒤로는 서효양의 부대를 파견시키는 거로 하죠. 폐하의 육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니 절대 경솔하게 직접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그러자 국왕은 고개를 돌려 용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역시 용국 장병으로서 용국을 위해 피를 흘릴 각오가 돼있어. 게다가 난 국왕으로서 더욱 앞장서서 선봉에 나서야지! 쓸데없는 말 말고 얼른 내 갑옷 병기나 내놔!”용칠은 굳건한 국왕의 태도에,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림군 몇 명은, 금색의 갑옷과 진왕검을 들고는 국왕에게 다가왔다. 금색의 갑옷까지 걸치니 그 자태는 위엄이 넘쳤다. 국왕은 진왕검을 손에 쥐고는, 이미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는 어림군을 향해 말했다. “어림군은 모두 내 명령대로 움직인다! 날 따라 돌격하도록!”“네!”그렇게 수천 명의 어림군은 힘찬 발걸음으로 국왕을 따라 진가복으로 진격하였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한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무적천의 방으로 뛰어들어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 “종주님! 큰일 났어요. 역외 강자들이 저희 용국을 몰살하겠다고 합니다. 저희 용국 수억 명의 백성들을 학살하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했습니다!”뭐라고? 그 말에 무적천은 두 눈을 부릅뜨고는, 눈썹을 찌푸린 채 큰 소리로 말했다. “무신종 전 부대, 진가복으로 출동해!” 무적천의 명령에 따라 무신종 고수 전체들이 전부 나섰다. 무적천이 국왕의 자리를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