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유준봉에게는 잘된 일이었다.장세덕이 백 명이 넘는 인원들을 집결시키고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을 때, 호텔 입구에서 두 명이 걸어나왔다.도설현은 나오자마자 문 앞에 깔린 흑룡당 조폭들을 보고 당황하며 한지훈의 뒤에 숨었다. 그녀의 뒤를 조용히 따라오던 한지훈이 긴장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덤덤하게 물었다.“왜 그래요, 대표님?”하지만 그것도 잠시, 공기 중에 진하게 풍겨오는 살기를 느낀 한지훈은 고개를 들고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인원들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맨 앞에는 장세덕이 서 있었다. 팔을 다쳐서 초라해 보였지만 두 눈에 서린 살기는 섬뜩할 정도였다.그의 뒤에 서 있는 부하들은 군기가 바짝 올라서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과 도설현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유준봉은 인원들 틈에 서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도설현과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장세덕의 옆에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귓속말로 말했다.“회장님, 저 자식은 살려둘 가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는 그래도 목숨은 살려두는 게 좋을 겁니다. H시 도영그룹의 차녀 아닙니까. 사고가 나면 도영그룹에서 우리를 추적할 테니 귀찮아집니다. 도설현을 납치해서 구금하고 인질로 잡는다면….”장세덕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준봉을 힐끗 흘겨보고는 다친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살면서 이런 치욕은 처음이야! 이건 나의 치욕이자 우리 흑룡당에 대한 도전이라고! 유 대표는 이 일에 나설 거 없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 저 건방진 자식의 사지를 뜯어 고깃밥으로 던져줄 거야. 부드럽게 넘어가면 다른 조직에서 우리 흑룡당을 만만하게 볼 거 아닌가!”한편, 한지훈은 담담하게 눈앞에 펼쳐진 진영을 바라보며 인원수를 추측했다. 대략 백 명 정도가 있고 뒤에는 열 대가 넘는 봉고차가 보였다.전부 다 인상이 험악한 문신 돼지들이었다.그들은 저마다 손에 칼을 들고 있었는데 그냥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섬뜩했다.S시에서 이렇게 많은 조폭들이 한 장소에 출몰한 건
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걱정 마세요. 저런 벌레들은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없어요. 조금만 들어가서 쉬고 계세요. 여기 정리하고 다시 신호 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꺼내 용일에게 주소를 보냈다.도설현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지훈을 믿고 기다리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그녀는 용기를 내서 한지훈의 손을 잡고 말했다.“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무사히 돌아와요. 지훈 씨한테 무슨 일 생기면 도영그룹의 모든 걸 팔아서라도 놈들을 응징할 거예요.”한지훈은 살짝 당황하며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여자의 가녀린 손을 바라보았다.이러면 우연이한테 미안해지는데….우연이가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하지만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 때문에 매몰차게 내칠 수는 없었다.“걱정 마세요. 무사히 해결할게요.”한지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준봉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멍청한 여자!그렇게 같이 밥 먹자고 초대를 보낼 때는 전부 거절하더니 미천한 경호원이랑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니!게다가 상대는 마누라한테 기대 사는 무능한 인간이었다.하지만 화가 난 건 화가 난 거고 도도하고 차갑던 도설현의 예쁜 얼굴에 짙은 두려움이 낀 것을 보자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왜!‘저런 여자가 왜 한지훈 같은 버러지를! 용납할 수 없어!’“멍청한 연놈들, 이 상황에 연애질이나 하고 있다니!”유준봉은 속으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장세덕이 손짓을 하며 결전의 시작을 알렸다.“당장 저놈의 사지를 찢어 버려! 오늘 흑룡당을 방해하는 자는 그게 누구든 전부 죽여버려도 좋아!”장세덕의 고함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그의 부하들은 굶주린 야수처럼 소리를 지르며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장세덕은 자신이 있었다.경찰이 와도 돈 몇 푼 쥐어줘서 쫓아 보낼 생각이었다.증거만 확실히 처리한다면 모든 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갈
유준봉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회장님, 사실 좋은 마음에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한지훈은 죽어 마땅한 녀석이지만 쉽게 죽이기는 아깝죠. 회장님 몸에서 피를 본 놈이 아닙니까.”“이건 어떤가요? 제가 4천만 원으로 놈의 목숨을 사겠습니다. 놈을 저에게 맡기세요. 회장님 만족하실 수 있게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귀찮은 일도 제가 다 정리해 드릴게요.”4천만 원!괜찮은 거래였다.장세덕은 조폭 두목이자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일개 경호원의 목숨을 4천만 원 받고 파는 건 남는 장사였다.게다가 그가 혼자 사고 뒷수습을 하려면 귀찮은 일이 많았다.차라리 유준봉에게 맡겨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피식 웃고는 유준봉의 어깨를 두드렸다.“유 대표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럼 그렇게 하자고. 4천만 원에 내 한지훈의 목숨을 유 대표에게 팔지.”유준봉은 다급히 허리를 굽신거리며 감사를 표했다.“회장님 사실 제가 꽤 괜찮은 녀석을 한 명 데려왔거든요. 만약을 대비해서 데려온 건데 이 상황에 써먹기 좋을 것 같습니다.”장세덕의 얼굴이 순식간에 음침하게 굳었다.“유 대표, 내 실력을 못 믿는 거야? 설마 이렇게 많은 애들이 경호원 한 명 처리하지 못할까 봐 그래?”“아… 아닙니다! 오해세요. 그냥 회장님께 소개만 해드리려고 데려왔는데 실력 하나는 정말 믿을만한 놈이거든요. 해외에서 용병을 뛰던 애인데 회장님 밑에서 일하고 싶다더라고요.”말을 마친 유준봉은 자신의 차를 가리켰다.뒷좌석에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반쪽 얼굴에는 섬뜩한 전갈 모양의 문신을 하고 입가에는 긴 칼자국이 있는 섬뜩한 인상의 남자였다.그는 존재감만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살기가 듬뿍 담긴 두 눈은 호텔 입구에 서 있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강자가 강자에게 이끌린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걸까?“저 사람은 누
이와 동시에 한지훈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지니고 다가오고 있는 백 명에 가까운 졸개를 마주했다.그들은 모두 손에 칼과 쇠로 된 몽둥이를 들고 있다.기세를 보아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산산조각이 날 것이 분명하다.호텔 문 앞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얻어맞을 것이 분명하다.흑룡당 졸개들은 일단 피를 보기만 하면 흥분제를 맞기라도 한 듯 피에 굶주린 늑대로 변해버린다.그리고 미친 듯이 으르렁거리며 한지훈을 향해 덮쳐온다.그들에게 있어서 혼자인 한지훈은 2초 안으로 조각낼 수 있는 얇은 종잇장과 다름이 없다.도설현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휴대전화로 신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한편, 호텔 문밖에서 한지훈은 갑자기 덤덤하게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순간 비할 데 없이 강하고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덤덤하고 느슨했던 기세는 어느새 더없이 맹렬하고 날카로워졌다.지금 한지훈의 모습은 마치 전쟁터에 버젓이 서 있는 무적의 수라와 같다.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를 온몸 곳곳에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이러한 살의에 반경 5미터 안의 모든 이들은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반걸음도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차 안에 있는 챔피언 타이카도 안색이 굳어졌다.그는 서툰 용국 언어로 중얼거렸다.“기세가 장난이 아니네! 작은 S시에도 저런 고수가 있을 줄은 몰랐어. 적어도 사대천급의 실력으로 되어 보이는데, 나랑 붙기에는 아직 너무 애송이야.”쿵!순간 천둥과 같은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죽여!”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덤덤하게 내뱉었다.그러자 가장 앞에서 달려들던 십여 명의 졸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제자리에 굳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의 그림자는 그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가뭇없이 사라지고 말았다.“쏴!”시끌벅적한 호텔 문 앞에서 모든 이들은 쟁쟁하고 깔끔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한 졸개는 고개를 숙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설현은 지금 자신이 지켜보고 있는 이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지훈 씨, 꼭 버텨요! 절대 죽게 두지 않을게요! 절대!’‘만약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만 있다면, 제가 지훈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직접 알려 드릴게요.”도설현은 힘없이 울부짖으며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갑자기 한지훈은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앞을 향해 미친 듯이 날아갔다.손에 칼을 들고 혼자만의 힘으로 앞장서서 들이닥치는 십여 명의 졸개를 모조리 죽여버렸다.피로 물든 한 갈래의 길이 순식간에 나타났다.한지훈은 표범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며 닿는 곳마다 시야로 들어오는 건 거꾸로 혹은 옆으로 날아가 버리는 졸개의 모습과 비참한 소리뿐이었다.한지훈은 자신을 타깃으로 삼아 이미 눈이 돌아간 흑룡당의 졸개들을 다른 넓은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지혜로운 도설현은 당연히 한지훈의 깊은 뜻을 알고 있다.다만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한지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바보, 왜 희생까지 하면서 무모하게 움직여요!’“세덕 형님께서 이번 상여금은 2억이라고 말씀하셨다! 죽여!”누군가가 크게 소리치자 70명에 가까운 남은 졸개들은 두 눈을 붉히고 소리를 지르며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들은 홍수처럼 또는 메뚜기 떼처럼 거침없이 몰려들었다.이러한 장면은 90년대 홍콩 영화에서나 나올 법하다.혼자서 백 명에 가까운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은 최고의 고수가 아닌 이상 벗어나기 어렵다.만약 챔피언 타이카라면 이런 졸개들은 아무런 존재도 되지 못한다.하지만 지금 홀로 그라운드에 서 있는 사람은 평범한 경호원인 한지훈이다.이런 상황에서 감히 그를 구하려고 선뜻 나서는 절대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한지훈은 결코 평범한 경호원이 아니다.지금 한지훈은 피에 굶주린 죽음의 신처럼 수십 명이 포위하고 있는 가운데 좌우로 돌진하는 것이 마치 무인지경에 들어간 듯했다.특히 호텔 문 앞을 떠나 넓고 광활한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한지훈의 살해 수
한지훈 앞을 막고 있던 흑룡당 졸개들은 살기가 넘치는 그의 기세에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은 조금 전까지 메뚜기 떼처럼 수도 많고 기세도 넘쳤지만 지금 현장은 아수라장이다.백여 명이나 되는 인원은 어느새 40명 남짓이 남게 되었다.모든 이들의 기세를 박박 끌어서 모은다고 해도 한지훈의 두 눈에 감도는 살의의 절반도 못 했다.천군만마가 내달리고 있는 살기는 사방을 진압하고 하늘마저 두려움에 떨게 했다.“당장 꺼져! 아니면 계속 죽일 것이다!”한지훈은 그들에게 마지막 통보를 내렸는데, 말에는 살기가 넘쳤다.간단한 한마디는 그들의 귓가에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다.하지만 그들은 감히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왜냐하면 멀지 않은 곳에 장세덕이 있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선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뒤로 물러서는 사람이 없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수라처럼 차갑게 씩 웃었다.“꺼지지 않으면 꺼질 곳이 없을 때까지 죽여 줄게!”말 한마디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한지훈은 손에 들고 있는 빛과 같은 속도로 앞을 던졌다.그러자 제일 앞에 있던 우두머리인 졸개의 가슴에 박혀버렸다.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칼날은 문신한 괴한의 가슴팍에 박혀 전체가 관통되어 섬뜩하기 그지없다.눈 깜짝할 사이에 괴한의 가슴팍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더니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순간 주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이러한 수단은 전대미문이고 본 적도 없다.손에 들고 있는 칼날을 던졌을 뿐인데, 건장한 남성이 주검으로 변해버렸다.“앞으로 한 걸음만 더 다가오는 사람도 저렇게 될 것이다!”한지훈은 덤덤하게 주위를 훑어보았다.두 눈에서 거의 레이저가 쏘아 나올 지경이었다.한지훈의 이러한 눈빛에 두려움을 느끼고 일부 흑룡당 졸개들은 부리나케 도망갔다.남은 졸개들은 서로 마주 보며 망설이기 시작했다.만약 도망가지 않는다면 같은 입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들과 질질 끌 시간이 없다.한지훈은 움직이기 시작했다.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디며 몸을 앞으로 기울더니 달려오는 괴한의 손으로부터 칼을 빼앗았다.그리고 칼등으로 두 괴한의 얼굴을 미친 듯이 내리치며 소리가 진동했다.문신을 한 두 괴한은 한지훈의 공세 하에 뒤로 부단히 밀려났는데,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는 칼등의 핏자국이 가득했다.“아아!”두 괴한은 얼떨떨할 정도로 맞아 처참하게 아우성치는 동시에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그와 동시에 한지훈은 다시 공격을 더 했다.손에 있던 칼날은 다시 앞으로 10미터 정도 날아가 장세덕 옆에 있는 부하의 가슴팍에 박혔다.그 부하는 왼쪽 팔에 검은색으로 된 악한 용의 문신까지 있다.한눈에 봐도 흑룡당에서 지위가 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지금은 두 눈을 부릅뜨고 가슴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피를 보더니 입으로 피를 내뿜으며 그대로 넘어갔다.그도 마찬가지로 피바다에 몸을 적셨다.눈 깜짝할 사이에 부하는 장세덕의 눈앞에서 숨을 지게 되었다.장세덕은 미간을 찌푸리며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저 XX 당장 죽여! 갈기갈기 찢어 놔!”생사는 정말로 한순간에 벌어지는 일인 듯싶다.“그냥 다 같이 덤벼. 시간 없어.”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덤덤한 모습으로 악마와 같은 소리로 천지를 뒤흔들었다.그는 두려울 게 단 하나도 없다.갑자기 허리춤에서 오릉군 가시를 꺼내 앞으로 내던졌다.피식거리는 소리와 함께 피가 낭자한 팔이 공중에서 몇 바퀴 돌더니 땅에 뚝 떨어졌다.피로 된 물보라도 크게 일으켰다.“아아! 내 팔! 내 손!”졸개는 비참하게 울부짖으며 자기 팔이 잘려 나간 것을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 쪽에서도 샘물처럼 선혈이 용솟음치더니 졸개는 다리가 나른 해져 그대로 쓰러진 채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다른 졸개들은 이러한 광경을 보고 제자리에 굳어졌다.칼을 쥐고 서로 마주 보며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까지 했다.그 누구도 감히 앞으로 돌진
도설현은 원래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한지훈의 믿음직스러운 두 눈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가슴이 흔들렸다.그녀는 용기를 내어 주먹을 꽉 쥔 채 모두가 보고 있는 가운데 천천히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별이 가득 한 듯 반짝반짝 이는 두 눈에 아름답기 그지없는 도설현은 아우라가 절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외모만 수려한 것이 아니라 몸매까지 일품인 여자를 보고 흑룡당의 졸개들은 저마다 넋이 나갔다.심지어 흉악한 눈빛에 극도로 음흉한 욕정까지 드러났다.도설현은 그들의 어르신인 장세덕이 원하는 여자다.하지만 지금 죽음의 신과 같은 한지훈이 도설현 옆에서 버젓이 지키고 있다.그 누구도 감히 경거망동으로 앞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것 같은 깡패이긴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목숨을 소중히 여긴다.만약 선녀처럼 아름다운 도설현한테 일단 손을 대기라도 한다면 한지훈이 던지는 오릉군 가시에 죽게 되리라는 것도 분명하게 알고 있다.도설현은 또각또각 한 걸음씩 눈물을 흘리며 한지훈의 옆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연약한 놈을 벌벌 떨기도 했다.이러한 모습의 도설현을 보기만 해도 절로 안타까울 정도였다.도설현은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피로 물들인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지금 당장 한지훈을 안고 싶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떠한 결과도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아수라장이 된 호텔 문 앞을 보고 도설현은 속이 울렁거렸다.하지만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참았다.백여 명의 졸개가 칼을 휘두르며 몰려왔었는데, 지금은 2, 30명밖에 보이지 않는다.한지훈이 이곳에 없었더라면 도설현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조용히 옆에 있는 도설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리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모두가 보고 있는 아래에서 손을 뻗어 잘록한 도설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녀의 허리는 아주 부드러웠다.하지만 한지훈
“한지훈! 당장 나오지 못할까! 진 씨 어르신께서는 국왕 폐하의 명을 받고…”중년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두 명의 천검종 제자는 별장 안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급히 옆으로 비켜섰다.잠시 후, 한지훈이 걸어 나와 문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살펴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지를 내려놓고 돌아가십시오!”뭐라고?진 씨 어르신과 두 명의 중년 남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지훈이 이게 무슨 뜻인가?“한지훈, 나는 국왕 폐하의 명을 받들어 여기로…”“성지를 가져오십시오!”한지훈은 냉랭하게 손을 내밀며, 진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한지훈! 나는 흠차한 것이오!”진 씨 어르신이 겨우 한마디를 하자, 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진 씨 어르신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그리고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지를 빨리 가져오지 못할까!”진 씨 어르신은 따귀를 맞고, 부르튼 얼굴을 감싸며 분노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한지훈은 이미 실권이 없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하지만 한지훈의 냉혹한 눈빛을 마주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록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는 결국 떨리는 손으로 국왕의 친필로 된 성지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넸다.그 순간, 강우연이 회사에서 막 귀가를 하며 차를 별장 앞에 세웠을 때, 한지훈이 진 씨 어르신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는 장면을 목격했다.진 씨 어르신을 한 번 보고, 강우연은 급히 다가가며 말했다.“여보, 왜 이렇게 화를 내요?”한지훈은 성지를 받아서 품에 넣은 뒤, 진 씨 어르신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라!”그 후, 그는 강우연을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진 씨 어르신과 두 명의 중년 남자는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그들이 생각했던 환대와 풍성한 만찬은 모두 꿈에 불과했다! “한지훈!”진 씨 어르신은 이를 갈며 한지훈의 등을 노려보았다.하지만, 용국 전체에서 누가 감히 한지훈을 건드릴 수 있겠는
바로 그때, 문밖에서 천검종의 한 제자가 서둘러 한씨 가문 별장으로 뛰어 들어왔다.“한지훈 선생님, 밖에 한 노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용경에서 오셨다고 하시며, 선생님께서 직접 나가 맞이하셔야 한다고 하십니다. 만약 늦으시면... 늦으시면... ”“늦으면 어쩐다는 거냐?”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오늘은 대체 뭐 하는 날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런 얼간이들만 계속 만나게 되다니!왜 다들 그를 직접 맞이하라고 하는 건지.“죄를 물으시겠답니다!”죄를 묻겠다고?한지훈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를 흘렸고, 천검종 제자에게 차갑게 말했다.“그렇다면 기다리라고 하는 수밖에!”천검종의 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한편, 밖에서는 진 씨 어르신이 성지를 높이 들고 서 있었고, 중년 남자 몇 명은 뒷짐을 진 채 한씨 가문 별장 입구에 서 있었다. 한지훈이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진 씨 어르신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뒤에 있던 두 중년 남자들에게 말했다.“내가 뭐랬더냐? 한지훈 따위가 이제 뭐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다고? 이 몸이 국왕의 성지를 들고 와서 무릎을 꿇게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많이 봐준 것이거늘!”뒤의 중년 남자 두 명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어르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한지훈은 이제 북양왕이란 명함만 걸친 상태이고, 북양의 군권은 모두 유청이 쥐고 있지 않습니까!”“어르신께서 직접 찾아와 맞이하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위신을 세워주신 겁니다!”두 사람의 아첨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을 지키던 천검종 제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20분이 넘었지만 한지훈은커녕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아니, 이 한지훈은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만드는 거지?”그중 한 중년 남자가 시계를 힐끗 보며 짜증스럽게 물었다.“아마도 진 씨 어르신을 맞이하기 위해 안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아니면 레드 카펫이라도 깔고 있는 것 아닐까요?!”두 중년 남자는 서로 말을
그러자 임천덕은 히죽거리며 말했다.“허허, 장 도련님,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제가 연락을 드린 건 아주 좋은 일이 있어서입니다.”아주 좋은 일이라고?!장월동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임천덕이 어떤 사람인지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임천덕 같은 자가 자신을 찾아올 일이 뭐가 있겠는가?한낱 소규모 문파의 문주일뿐인데, 돈도 없고, 체면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신들의 장씨 가문 위세를 따라올 수는 없을 터였다.“그래? 어디 한번 들어보지. 임 문주가 나에게 무슨 좋은 일을 찾으셨을까. 하지만 한 가지 미리 말해두자면, 내가 만족하지 못할 시 다음 약값은…하하…”장월동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흐렸다.“물론입니다!”임천덕은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 “장 도련님, 혹시 한지훈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한지훈?장월동은 그 이름을 듣고 비웃으며 말했다.“그 북양왕을 말하는 건가? 지금은 그냥 초라한 평민 아니야? 그 놈이 뭐 대단하다고.“장월동의 말을 들은 엄천덕은 웃으며 대답했다. “한지훈이 지금 천성에서는 아주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많은 상업계 거물들이 그를 우러러보며 눈치를 보지요!”“천성이라... 흥,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장월동은 여전히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장 도련님, 제 말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얼마 전, 도련님께서 주머니 사정이 좀 빠듯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뭘 할 줄 아는지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임천덕은 아첨 섞인 말투로 그를 떠보며 말했고, 장월동의 눈동자가 몇 번 굴러갔다. 그래, 임천덕 이놈의 변장술 하나는 기가 막히지 않았던가, 만약 내 얼굴을…이 생각을 하자마자 장월동은 흥미가 돋기 시작했다.“임 문주, 그 말은 내가 한지훈으로 변장해 상인들에게 돈을 뜯으라는 거야?”“그뿐이겠습니까! 그들의 재산까지 모조리 내놓게 만들어야죠. 누구 하나 감히 반대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다시 도청전인으로 변장해 놈들을 철저히 응징할 겁니다!
노 씨 어르신은 임천덕을 힐끗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방법이란 말이냐?”“어르신께서 혹시 조룡 묘지를 수호하는 천산 장씨 가문을 알고 계십니까?”임천덕은 악랄한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조룡 묘지를 지키는 가문이라니?!천산 장씨 가문은 무종 내에서도 대단한 고수라 할 순 없었다.심지어 수백 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삼성 천왕 이상의 고수를 배출한 적도 없었다.하지만, 그들이 어디를 가든 무종은 물론, 심지어 조정에서도 장씨 가문에 예를 갖췄다.조룡 묘지를 수호한다는 것은 곧 용국의 기운을 지키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며, 덕분에 용국은 5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번영을 이어올 수 있었다.따라서 장씨 가문의 공적은 용국 전체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설마 장씨 가문과 연이 있다는 말이냐?”노 씨 어르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 자신이 무맹의 장로임에도, 장씨 가문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물론입니다. 다만, 장씨 가문의 현손과 연이 있을 뿐이고, 올해 스물셋이나 넷쯤 되었을 겁니다. 여색을 무척 밝히는 자이기에, 종종 저를 찾아와 약을 부탁하곤 합니다. 그래서 조금 친분이 생겼죠.”“이자를 이용해 한지훈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겁니다. 설사 한지훈이 라이언 킹 찰리의 손에 죽지 않더라도, 국법으로 죽게 만들 수 있습니다!”임천덕은 음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법으로 죽인다고?용국의 법 중에는 한지훈을 처벌할 법 조항이 없었고, 수많은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며 국가를 위해 싸운 북양왕을 누가 함부로 모함할 수 있단 말인가?이전의 낙 씨 어르신도 결국 국왕의 손에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한지훈을 모함하는 것은 조금 위험이 따를 듯한데…”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만약 한지훈이 협박과 강탈을 일삼으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용국 안에서 누가 감히 그를 용서하겠습니까?”임천덕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하… 하
“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임천덕의 뺨을 강타했다.임천덕은 그 자리에서 바닥을 뒹굴며 마당으로 나가떨어졌고, 그의 광대뼈까지 함몰되었다.얼굴이 시뻘겋게 부어오른 임천덕은 마치 부모를 잃은 듯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들어와라!”한지훈은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날카롭게 호통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드러운 태도로 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이때가 돼서야 도청전인은 사태의 전말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는 한지훈의 손에 들린 약환 세 알을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한지훈의 의도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천덕은 손으로 함몰된 얼굴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기어 다시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그가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말해라. 이 약은 대체 무슨 약이지? 그리고 네 몸에 해독제는 있는 거냐?!”한지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이... 이 약은 ‘백일단장단’이라 불리는 약입니다. 이걸 먹으면 백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아무리 경지가 높은 강자라도 창자가 썩어 죽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임천덕은 말을 하며 몰래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한지훈의 살기가 서린 시선을 마주친 순간, 그는 몸을 움츠리며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그러더니 서둘러 몸에서 파란색 작은 병을 꺼내 들고는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하, 한지훈 선생님! 이… 이게 해독제입니다!”한지훈이 병을 받아 들고 뚜껑을 열자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왔고, 확실히 해독제임이 틀림없었다. 한지훈은 다시 임천덕에게 차갑게 물었다.“이 약을 더 가지고 있나?”임천덕은 고개를 들어 한지훈의 손끝을 보았고, 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백일단장단이었다.임천덕은 서둘러 남은 다섯 알을 꺼내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지훈 선생님, 이 약은 총 여덟 알뿐입니다. 이것은 제 스승님께서 임종 전에 물려주신 것입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이 약을 조제할 줄 모릅니다!”한지훈은 약환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천덕은 품에서 검붉은 약환 세 알을 꺼내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약은 현재 다섯 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세 알이면 한지훈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예를 갖추며 약환 세 알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쳐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지훈은 약환 한 알을 집어 들고 코밑에 가져가 냄새를 맡았고, 순간 지독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사람을 살리는 약이라면, 그 향기가 반드시 은은하게 퍼지기 마련이다.그러나 이처럼 비린내가 나는 약은 독약임이 분명했다.초보적인 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알아챌 수 있는 이런 속임수는 한지훈 앞에서 더더욱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오호, 약이 꽤 좋아 보이는군요.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백생단입니까?”한지훈은 약환을 손에 들고 입으로 가져가는 척하더니, 다시 내려놓았다.임천덕은 순간 당황했다. 이건 명백한 만성 독약인데, 백생단이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귀의문의 역대 종사들은 독약을 연구하는 데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전혀 열의가 없었다.한지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임천덕은 대답을 망설이다 결국 떠듬거리며 말했다.“그, 그것이... 이 약을 복용하면 부패한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살이 돋아나며, 오장을 보양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어서 백생단이라 부릅니다!”“임 문주, 이렇게 좋은 약이라면 문주께서도 하나 드셔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한지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약환을 들고 임천덕을 바라보았다.“아, 아뇨!”임천덕은 두 손을 흔들며 급히 말했다.“이 약은 너무나 귀해서 제가 먹으면 낭비일 뿐입니다! 필요한 분께 써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갑자기 임천덕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으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임천덕, 정말 내가 의술에 대해 모를 줄 알았나? 이 약의 냄새가 이토록 비릿한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독성이 섞인 것이지?”“아, 아뇨! 한지훈 선생님, 오해십니다! 저희
한지훈은 손을 가볍게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에이, 사람이 이렇게 선의로 다가오는데, 우리가 너무 차갑게 대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임 문주?”임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염려 마십시오. 제가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습니다!”그는 한지훈의 맞은편에 앉아 손을 뻗어 맥을 짚기 시작했다.약 오 분 정도 지나, 임천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제 진단에 따르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상처가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오장육부에 손상이 갔습니다. 만약 치료를 서두르지 않으면...”한지훈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오? 제 상처가 그렇게 심각합니까? 얼마나 심한 상태란 말이죠? 치료를 미루면 어떻게 됩니까?”“그게... 치료를 미루면 오장이 손상되어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임천덕은 신중한 척하며 답했다.하지만 그의 말은 전부 허풍이었고, 그는 한지훈이 의술에 무지하리라 믿고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지훈 앞에서 그의 의술은 고사하고 황약사조차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로 보잘것없다는 것을 말이다! 천생서문에는 만 가지 학문이 담겨 있었으며, 의술은 그중 하나에 불과했다.게다가 한지훈은 본래 의술에 관심이 많아, 용국군에서도 ‘신의’라는 칭호를 얻은 인물이었다.천생서문의 여러 학문 중에서도 한지훈이 가장 정통한 분야는 바로 의학이었다.“아이고, 이렇게 위험할 줄이야! 임 문주께서 제때 와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아직도 무지한 채로 있을 뻔했군요. 오늘 아침만 해도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한지훈이 이런 말을 하자, 도청전인은 다급해지며 황급히 손을 저었다.“한지훈 선생님, 이런 자의 말만 믿어선 안 됩니다. 비록 제가 부족하지만, 의학에 조금 식견이 있으니, 제가 직접 진맥을 해보겠습니다!”하지만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선생님, 저희
문에 들어서자마자, 임천덕은 한마디 말도 없이 두 제자의 뺨을 연달아 갈기고는 한지훈의 발치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아직도 뭐 하고 있느냐! 어서 한지훈 선생님께 무릎 꿇고 사죄드려라!”그러자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됐습니다. 저도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니니, 그냥 그들을 내버려두십시오.”“어서 한지훈 선생님의 너그러운 은혜에 감사드려라!”임천덕이 제자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한지훈 선생님의 관대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두 제자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고 물러났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임천덕은 한지훈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다 제 불찰입니다. 제가 평소 문하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제자들이 감히 한지훈 선생님을 모독하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괜찮습니다, 임 문주께서 이곳에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한지훈은 손을 휘저으며 미소를 띠고 물었다.임천덕은 도청전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잠시 머뭇거렸고, 다시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사실 요 몇 년간 특히 젊은 세대 가운데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이는 다름 아닌 한지훈 선생님이십니다!”“무엇보다 한지훈 선생님께서 친히 파용군을 이끄시어 오국 연합군을 격파한 그 업적은, 용국의 국경을 수호하신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위대한 공로입니다!”한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천덕을 바라보았다.이 늙은이는 말만 열었다 하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군, 이런 자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하는 법!“며칠 전, 제가 강중 지역을 지나던 중 라이언 킹 찰리가 한지훈 선생님께 도전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필 얼마 전, 한지훈 선생님께서 청봉문에서 부상을 입지 않으셨습니까!”“제가 알기로 이 찰리라는 자는 내력이 대단하며, 아시란치 가문의 일원입니다. 그래서 한지훈 선생님의 상태를 염려하여 이렇게 진료를 도와드리려 온 것입니다. 제 의술은 변변찮습니다만, 그래도 귀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지훈 선생님께 조금이
한지훈은 그들을 다시 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며, 천검종의 두 제자에게 담담히 말했다.“앞으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냥 쫓아내라. 나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다.”말을 마친 그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임천덕의 두 제자는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돌아와 임천덕에게 울며 하소연을 했다.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반쯤 감긴 눈으로 둘을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쓸모없는 놈들! 이런 네놈들의 태도에 한지훈이 어찌 고분고분 따를 거란 말이냐!"노 씨 어르신이 화를 내자 임천덕이 앞으로 나와 다급히 말했다. “노 씨 어르신, 진정하십시오. 제가 직접 가서 반드시 한지훈이 고분고분 따르게 만들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두 제자를 흘겨보고 소리쳤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당장 따라와라!”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임천덕의 뒤를 따라 한지훈의 별장 앞에 다시 도착했다.별장 입구에 있던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을 보자 눈썹을 치켜세우며 칼자루를 움켜쥐고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아까 준 교훈이 부족했나 보군!”“아뇨, 아닙니다! 두 분은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저는 임덕천이라고 하고, 특별히 한지훈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임천덕은 상냥하고 공손한 태도로 두 천검종 제자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지 못하는 법.게다가 임천덕은 어쨌든 귀의문 문주로서 나름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천검종 제자들도 함부로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의 두 제자와는 다르게 임천덕은 상황 판단이 빨랐으며 처음부터 태도에서 격식과 진지함이 느껴졌다.“너희 둘, 당장 이리 와라!”임천덕이 뒤에 있던 두 제자를 향해 소리치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풀이 죽은 얼굴로 다가갔다. “두 분께 사과드려라!”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며 임천덕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했다.하지만 그들이 주저하는 사이, 임천덕이 그들의 뺨을 갈겼다. “귀가 먹었느냐?!”임천덕이 또다시 호통을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