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범고길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친리연이 그를 부축하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왜 그래?”당황한 범고길은 이마에 식은땀을 닦으며 한지훈을 향해 변명하듯 말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군. 하두용인 누군데? 난 모르는 사람이야!”말은 그렇게 해도 가슴은 미친듯이 요동치고 있었다.한지훈이 어떻게 하두용을 알지?낌새라도 눈치챈 걸까?“몰라? 이상하네. 하두용은 당신을 안다던데?”한지훈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범고길이 고래고래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난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지금 억지로 나한테 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범고길은 친하람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장인어른, 한지훈 저 자식이 헛소리하는 거예요. 저는 그런 사람 모릅니다!”친하람 역시 싸늘한 얼굴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우리 사위한테 이상한 프레임 씌우지 마. 하두용이라는 인간은 나도 모르는 사람이야.”강문복 역시 싸늘한 얼굴로 한지훈을 손가락질했다.“그만해. 오늘 너희를 부른 건 제대로 사과하라는 뜻이었는데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너무 실망했어. 한지훈,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무릎 꿇고 고길이랑 리연이한테 사과해!”강학주의 얼굴도 싸늘하게 굳었다.비록 지난번에 모임에서 한지훈이 그를 대신해 나서주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 일은 도와줄 수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차만 마시고 있었다.강우연은 한지훈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지훈 씨, 자꾸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내 말 들어요. 사과하고 넘어가면 좋잖아요.”한지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걱정 마. 내가 다 해결할게.”말을 마친 그는 범고길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아. 마침 하두용이 지금 S시에 왔다고 들었어.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내가 이 자리로 불렀지.”그 말을 들은 범고길의 눈동자가 거세게
털썩!신호를 알아들은 하두용은 그 자리에서 한지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저도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겁니다. 범고길 저 새끼가 시켜서 했어요. 저 새끼가 형님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시켰어요.”“뭐라고?”강우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가만히 있던 강문복과 강학주도 인상을 쓰며 차갑게 말했다.“자세하게 설명해 봐!”하두용은 그저 부들부들 떨며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사람들 앞에서 자세히 설명해 봐.”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하두용이 입을 열었다.“범고길이 한 선생님 다리를 부러뜨리면 2천만 원을 준다고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강학주가 크게 분노하며 친하람을 노려보았다.“이거 어떻게 설명할 거야? 자네 사위가 폭력을 사주했다는데?”그 말을 들은 친하람도 당황하며 범고길에게 호통쳤다.“자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정말 자네가 한 거야?”범고길은 당연히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장인어른! 제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잖습니까? 이 사람 저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한지훈이 배우를 데려와서 저를 모함하는 거라고요!”“맞아요. 우리 고길 씨는 절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어요!”친리연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녀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한지훈, 감히 이런 비겁한 수를 쓰다니! 아무나 데려와서 우리 고길 씨가 시킨 거라고 하면 우리가 믿을 것 같았어?”“연기? 배우?”한지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하두용은 잔뜩 분노한 눈빛으로 친리연과 범고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나 하두용 해녕에서는 그래도 잘나가는 조직의 두목이야! 우린 신뢰를 저버리는 짓은 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의뢰를 받을 때마다 자세한 기록을 남기지. 범고길이 나한테 의뢰를 맡긴 부분은 이미 녹음파일이 있어. 그리고 입금기록까지!”말을 마친 하두용은 핸드폰을 꺼내 범고길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틀었다.“두용 형님, 접니다. 좀 부탁을 드릴 일이 있어서요. 주제도 모르고
말을 마친 한지훈은 손을 번쩍 들어 친리연의 뺨을 쳤다.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틀어막았다.친리연 본인 역시 당황했다.그녀는 얼얼한 볼을 손으로 감싸며 표독스럽게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지금 날 쳤어?”말을 마친 그녀가 손을 치켜들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 싸늘하게 말했다.“조금전에 건 내 마누라 대신이었어. 내 몸에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친리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발을 구르며 씩씩거렸다.“한지훈, 두고봐! 다들 두고보자고!”말을 마친 그녀는 씩씩거리며 현장을 떠났다.홀로 남은 범고길은 눈치를 살피다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한지훈은 그를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도망치려는 범고길의 등 뒤에 대고 싸늘하게 말했다.“하두용, 이제 내 볼일은 끝났으니 나머지는 당신이 해결해.”그 말을 접수한 하두용은 달려가서 범고길의 등을 걷어차고는 쓰러진 그의 멱살을 잡아 다시 일으키며 소리쳤다.“범고길,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하지 마! 형님, 이러지 마세요….”범고길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지만 허두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문복을 힐끗 보고는 강우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돌아가는 길, 강우연은 떨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그에게 물었다.“지훈 씨, 어제 아무 일 없었죠? 괜찮아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쉽게 당할 것 같아?”강우연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범고길 그 사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처음 봤을 때는 순박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속에 그런 악한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앞으로 사람 만날 때 너무 쉽게 믿지 마. 나쁜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나한테 말해. 내가 지켜줄 거니까.”강우연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어서 돌아가서 쉬어요. 난 회사로 돌아가야 해요.”한
치밀하고 계획적인 만남이 틀림없었다.원형 테이블의 상석에 배가 불룩 나온 중년 남자가 앉아서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도설현은 초조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한지훈은 방 안을 대충 훑어보고 그쪽으로 다가갔다.일반인이 이 광경을 봤으면 놀라서 영혼이 가출했겠지만 한지훈에게는 그냥 하찮은 존재들이었다.도설현은 한지훈을 보자 표정이 환해지더니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왔어요? 그런데 왜 혼자예요?”그녀는 살짝 당황한 듯했다.분명히 조금 전 문자를 보내 사람을 좀 데려오라고 했는데 혼자서 쫄래쫄래 따라왔다니!한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혼자서 다 해결하면 되지 않나요?”도설현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눈치를 보냈지만 한지훈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더니 테이블로 가서 당당하게 자리에 앉았다.도설현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한지훈은 전혀 거리낌없이 나이프를 들고 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썰어 입으로 가져갔다.도설현은 그 모습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이 사람 미친 사람인가?물론 3성 병왕급 실력을 가진 살랑을 쓰러뜨리는 것을 직접 보기는 했지만 그가 혼자 이 많은 무림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앞에서 식사 중인 저 남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온 건가?“지훈 씨, 미쳤어요?”도설현은 의자 밑으로 한지훈의 발을 툭툭 차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누군지 알아요?”한지훈이 담담히 물었다.“누군데요?”도설현은 그 말을 듣고 뒷목이 뻐근했다.실책이야! 괜히 불렀어!“S시 흑룡당 당주 장세덕 회장님이세요. 4대천왕 중 한 명이라고요!”장세덕은 S시 지하세력 서열 4위 흑룡당의 당주였다.그의 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묻어 있으며 잔인하고 포악한 성격에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인물로 악명이 자자했다.최근에 금방 출소했다고 들었는데 출소하자마자 사방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낯선 남자랑 잠깐 대화를 나눴다고 그가 자신의 아내를 악어 늪
순식간에 룸 안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장세덕은 음침한 표정으로 눈앞의 젊은 남자를 노려보았다.건방진 녀석!장세덕이 권력을 잡은 뒤로 그의 앞에서 이런 불손한 말을 대놓고 지껄인 인간은 한지훈이 처음이었다.횡포와 협박, 그건 장세덕의 몫이었다.그런데 어디서 온 머리에서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니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도설현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지훈 씨가 해결해요. 그렇다고 죽이지는 말고요.”말을 마친 도설현은 테이블을 등지고 창가로 물러섰다.한지훈이 조금 전 손등을 다독이며 괜찮다고 신호를 보냈을 때,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안심이 되었다.장세덕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유 대표한테 들었던 그 녀석이로군. 들었던 대로 건방진데 재밌는 녀석이야. 물론 오늘 살아서 여길 나갈 수 있다면 말이지!”한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싸늘한 살기를 내뿜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덤덤하게 대꾸했다.“나야 자신 있지. 하지만 당신이나 당신 부하들은 장담할 수 없군.”말을 마친 그는 들고 있던 나이프를 그대로 장세덕의 팔뚝에 찔러넣었다.피가 사방으로 튕겼다.장세덕이 정신을 차렸을 때, 팔에서 극심한 통증과 함께 피가 콸콸 흘러내렸다.그는 팔을 감싸고 신속히 후퇴하며 음침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감히 기습 공격을? 오늘 네 놈의 사지를 찢어버리겠다!”한지훈의 공격이 워낙 빨랐기에 장세덕의 부하들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멍하니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형님이 이렇게 쉽게 당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젊은 남자는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멍하니 서서 뭐 해? 어서 저 놈의 눈알을 뽑아 버려!”장세덕이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포효했다.그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경호원 여덟이 지키고 있는 장소에서 감히 흑룡당 당주의 팔에 칼을 꽂다니!나중에 당주가 책임을 물으면 그들은 혹
다섯!여섯!여덟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순식간에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그들을 전부 쓰러뜨리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병왕급 실력을 가진 경호원들마저 팔목이 뒤틀려 의자에 처박혔다.장세덕은 똥 씹은 얼굴로 한지훈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수많은 싸움을 껶었지만 눈앞의 남자처럼 그에게 거대한 압박감을 선사한 사람은 없었다.그는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젠장! 내가 누군지 알아? 나 흑룡당 당주 장세덕이야! 감해 내 사람들을….”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뒤돌아서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손을 뻗어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네가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 않아. 난 도설현 대표의 경호원으로 이 자리에 있어. 상사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내 일이야. 우리 도 대표님 다시 건드리면 죽여버릴 수도 있어.”싸늘한 분노가 담긴 그의 말에 장세덕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털썩!한지훈이 손을 놓자 장세덕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토해냈다.“꺼져! 다시 내 눈앞에 띄는 날엔 목숨이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한지훈은 역겹다는 듯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런 사람은 한번에 기세를 꺾어놔야지 애매하게 처리하면 끈질기게 달려드는 부류였다.“그래! 대단한 녀석이군! 가자!”장세덕은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을 감싸며 한지훈을 노려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의 굴욕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그들은 패잔병처럼 다친 곳을 붙잡고 도망치듯 룸을 나갔다.“대표님,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가요?”한지훈이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도설현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얼마 못가 걱정이 담긴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자존심을 건드렸으니 장세덕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한지훈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꾸했다.“괜찮아요. 내가 있잖아요.”그 말을 들은 도설현은 예쁜 눈을 곱게 접으며
그 시각, 하얀색 밴 한 대가 호텔 정문 앞에 멈추어 섰다.차에서 한 중년 남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가 바로 신천그룹 대표 유준봉이었다.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장세덕을 보고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장 회장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유준봉은 경악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세덕의 팔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그를 지키는 여덟 명의 경호원들도 팔다리가 부러져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도설현의 옆에 이 정도의 강자가 있었나?장세덕 당주의 몸에 상처를 낼 만큼?일은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유준봉, 대체 이런 자리를 만든 의도가 뭐야! 우리 애들까지 다치게 만들고!”장세덕은 잔뜩 분노하며 유준봉을 향해 고함쳤다.“예? 저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데요?”유준봉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변명하기 급급했다.“대체 어떤 놈입니까? 감히 장 회장님 몸에 상처를 낸 놈이? 그 놈 미친 거 아닌가요? 도설현이 그랬어요? 이 미친 여자를 그냥….”“누구겠어? 도설현 옆에 아주 대단한 경호원 녀석 한 명 있던데! 자네가 말했던 그 한지훈 말이야! 내 오늘 놈의 사지를 찢어 한강에 처박을 거야! 날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만 천하에 똑똑히 보여줄 거라고!”지금의 장세덕은 이성을 잃은 맹수에 가까웠다. 잠시 후, 로얄 패밀리 호텔에 흑룡당 조폭들이 도착했다.아직 뒤에서 오고 있는 인원도 적지 않았다.이게 바로 흑룡당의 실력이었다.유준봉은 그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역시 장세덕을 끌어들인 판단은 옳았어!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잖아!소남마을에서 한지훈에게 된통 당한 뒤로 그는 여러 방면으로 뒷조사를 했다. 그는 상대가 도설현이 키우는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고 별것도 아닌 놈이 도설현 믿고 까분다고 단정지었다.그래서 오늘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 도설현을 장세덕에게 선
오히려 유준봉에게는 잘된 일이었다.장세덕이 백 명이 넘는 인원들을 집결시키고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을 때, 호텔 입구에서 두 명이 걸어나왔다.도설현은 나오자마자 문 앞에 깔린 흑룡당 조폭들을 보고 당황하며 한지훈의 뒤에 숨었다. 그녀의 뒤를 조용히 따라오던 한지훈이 긴장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덤덤하게 물었다.“왜 그래요, 대표님?”하지만 그것도 잠시, 공기 중에 진하게 풍겨오는 살기를 느낀 한지훈은 고개를 들고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인원들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맨 앞에는 장세덕이 서 있었다. 팔을 다쳐서 초라해 보였지만 두 눈에 서린 살기는 섬뜩할 정도였다.그의 뒤에 서 있는 부하들은 군기가 바짝 올라서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과 도설현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유준봉은 인원들 틈에 서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도설현과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장세덕의 옆에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귓속말로 말했다.“회장님, 저 자식은 살려둘 가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는 그래도 목숨은 살려두는 게 좋을 겁니다. H시 도영그룹의 차녀 아닙니까. 사고가 나면 도영그룹에서 우리를 추적할 테니 귀찮아집니다. 도설현을 납치해서 구금하고 인질로 잡는다면….”장세덕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준봉을 힐끗 흘겨보고는 다친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살면서 이런 치욕은 처음이야! 이건 나의 치욕이자 우리 흑룡당에 대한 도전이라고! 유 대표는 이 일에 나설 거 없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 저 건방진 자식의 사지를 뜯어 고깃밥으로 던져줄 거야. 부드럽게 넘어가면 다른 조직에서 우리 흑룡당을 만만하게 볼 거 아닌가!”한편, 한지훈은 담담하게 눈앞에 펼쳐진 진영을 바라보며 인원수를 추측했다. 대략 백 명 정도가 있고 뒤에는 열 대가 넘는 봉고차가 보였다.전부 다 인상이 험악한 문신 돼지들이었다.그들은 저마다 손에 칼을 들고 있었는데 그냥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섬뜩했다.S시에서 이렇게 많은 조폭들이 한 장소에 출몰한 건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