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발 한발 무대로 향했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섬뜩하게 정원을 울렸다.군복을 입은 그에게서는 숨 막히는 살기가 솟구쳤다. 비범한 카리스마에 아무도 감히 그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기는 진해졌고 현장 분위기는 삭막해져갔다.길정우의 친위대가 총알을 장전하고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현장에 있던 손님들은 요원들에 의해 공터로 물러나고 무대 주변에는 한지훈과 길정우 두 사람만 남았다.무대에 선 길정우는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역시 왔군. 사실 안 올 거로 생각했었는데.”한지훈은 무대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고 길정우의 주변을 지키던 네 명의 친위대원들이 총구를 그에게 겨누었다.그가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총알이 그의 몸을 관통할 것이다.한지훈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무대 위에 묶여 있는 강우연 모녀를 바라보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잠시 자리를 비운 것뿐인데 신변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저 불쌍한 모녀가 자신 때문에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자식들에게 당했을 수모를 생각하니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분노와 슬픔, 그리고 죄책감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강우연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운이를 안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한지훈이 입구에 나타났을 때, 강우연은 안도감과 함께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그가 다시 나타날 줄은 몰랐다.드디어 그가 왔다!그가 하늘을 찌르는 분노를 가지고 자신과 고운이를 구하러 온 것이다.그는 자신들을 괴롭힌 이들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강우연은 그의 말을 굳게 믿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운이를 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한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한지훈을 발견한 고운이가 무슨 힘이 났는지 작은 손을 한지훈에게 뻗으며 소리쳤다.“아빠다! 아빠가 왔어! 엄마! 아빠가 우리를
과거에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랑스럽게 오빠라고 부르던 소녀는 낯설고 흉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길시아, 한 달 전에 내가 경고했었지. 너희 가문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내 아내를 협박하고 모욕한 죄, 내가 갚아줄 거야! 너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너의 가문 전체가 지옥에 떨어질 거야! 그래야 이 분이 풀릴 것 같으니까!”한지훈의 두 눈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말을 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충격에 빠진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혼자서 저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고?이곳은 길정우의 집이었다.주변 곳곳에 길정우의 친위대가 지키고 있었다.“오늘 들었던 중에 가장 웃기는 소리군! 한지훈 저 자식 근거 없는 자신감이 대단한데?”“그러니까. 저런 사위를 집안으로 들인 강운그룹이 불쌍해.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길정우 군단장 한마디면 저 자식 몸은 벌집이 될 텐데!”사람들은 비웃음을 머금고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홀로 저택까지 쳐들어온 한지훈은 죽음을 자초한 것과 다름없었다.강준상 일행은 한지훈의 만행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할아버지, 저 인간이 하는 말 좀 들어봐요! 미친 거 아니에요? 혼자서 길씨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든다잖아요! 주제파악을 못 해도 분수가 있지!”강희연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강문복도 옆에서 거들었다.“아버지, 저 자식은 걸어 다니는 재앙이에요! 길 군단장의 분노가 우리한테까지 미치지 말아야 하는데! 안 그러면 예전에 했던 모든 게 물거품이 되게 생겼어요!”강준상도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길정우도 섬뜩한 살기를 내뿜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그러니까 나와 내 가문을 숙청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숙청은 당연한 거고 너희 남매는 내 아내와 딸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게 될 거야!”한지훈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
현장이 숙연해졌다.사령관?한지훈이?장난이겠지?오군 주군 본부의 수장이자 용국 동원구 군단장 한민학이 일개 평민만도 못한 한지훈 앞에서 예를 취하다니!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한민학의 지시를 따라 그와 함께 온 주군 본부 에이스 부대 역시 총탄을 장전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한 사령관의 지시에 복종하겠습니다!”그 고함소리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구름을 갈랐다.기업 대표들과 정계 인사들은 충격적인 광경에 전부 입을 다물지 못했다.“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은데? 한민학 군단장이 한지훈을 뭐라고 불렀어? 사령관? 저 사람 장관 출신이었어?”“내가 가는 귀가 먹어서 잘못 들은 걸 거야! 쟤는 그냥 가문에서 내쳐진 버러지잖아? 그러다가 강운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놈 아니야?”“세상에! 이거 사실이야? 한지훈이 사령관이었어?”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현장을 시끄럽게 했다.강준상의 등 뒤에 숨어 눈치만 보던 강문복 일가도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미쳤어!이는 그들이 아는 한지훈과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분명히 가문에서 내쳐진 버러지 같은 신세였는데!“아빠, 한민학 치매 온 거 아니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강희연이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강문복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몰라. 목소리 낮춰!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자!”강문복이 말했다.절반 정도 묻혀 버린 강학주 일가는 한지훈이 처음 나타났을 때 눈물범벅이 되어 한지훈에게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그들은 평생 닿을 수도 없는 위치에 있던 한민학 군단장이 공손하게 한지훈에게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여보,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우리 이미 땅에 파묻혀서 죽은 거 아니야? 아니면 이게 말이 안 되잖아!”서경희가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중얼거렸다.하지만 귀와 눈에 흙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한민학, 너 미쳤어!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뭐? 총사령관? 쟤가 5년전에 한씨 가문을 무너뜨린 장본인이야!”화가 치밀어 오른 길정우는 한민학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너 정체가 뭐야?”탁!한지훈은 앞으로 한 걸음 성큼 걸어 나왔다.그 소리는 천둥이라도 세차게 울린 것처럼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한지훈은 넘쳐흘러 나올 듯한 패기를 보이며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넌 내 정체에 대해 알 자격이 없어! 그리고 너희들은 내 아내랑 딸을 건드린 대가로 앞으로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 이곳은 곧 인간 지옥으로 변할 거야! 한민학, 네 목숨은 인제 내 것이야!”“하하하!”한민학은 고개를 들어 가슴속의 노여움을 뿜어냈다.그리고 한민학의 눈빛은 곧 살의로 가득 차 버렸다.한민학은 손가락으로 무대 아래에 있는 한지훈과 길정우를 가리키고 험상궂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알겠어! 너랑 한지훈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 용국에는 한 총사령관이라는 인물이 없어! 너희들은 애초에 존재도 하지 않는 인물로 날 겁주려고 했던 거야! 근데 내가 너희들의 놀림에 넘어갈 줄 알았어? 천만 해! 난 용국 동원구 본부에 소속되어 있고 내 위에 있는 총사령관은 용국 5대 총사령관 중의 한 명인 서효양이야! 게다가 서효양은 군신 급 인물이야!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에 내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어?”길정우가 내뱉은 말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의문과 고려를 깨뜨렸다.이 모든 건 그들의 자작극이었다.“자작극이었구나! 역시 어리석은 놈은 죽을 때까지 어리석다니까! 상가견은 죽을 때까지 구석에 틀어박혀 살아야 해.”“한민학도 정신이 나간 거지, 어떻게 저런 놈이랑 자작극을 펼쳐?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 오군 주군 사령관 이 자리하고는 인제 어울리지 않아!” “멍청한 녀석! 역겨워!”뭇사람들은 한시름을 놓고 비수로 내리꽂는 듯한 말들로 욕을 퍼부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이 놓여진 건 아니다.
교만함!건방짐!이 순간 길정우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맹렬한 기세를 한방에 뿜어냈다.이에 모든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감히 길정우의 두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길정우의 진정한 모습일까?길정우의 기세에 눌려 다들 두려움이 극에 달하는 듯했다.젊은 나이에 군단장으로 진급할 만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이와 같은 기세와 자태라면 길정우는 단언컨대 전도가 양양하다.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 밤 한지훈은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왜냐하면 한지훈이 상대해야 할 길정우는 일존 군단장이기 때문이다.그뿐만 아니라 길정우는 병왕급의 인물이다.그렇다! 길정우는 동원구 본부 제4분구의 부대에 소속되어 있다.동원구는 50만 명의 군졸을 보유하고 있으며 용국의 최대 전구다.게다가 병력이 가장 많고 정교하고 우수한 무기와 장비도 지니고 있으며 지역도 드넓다.그러나 50만명의 동원구 군졸은 일 년 내내 북원구로 출정하여 국토의 방위를 책임지는 북원구 30만명의 사병과는 비교할 수 없다.50만명의 동원구 군졸은 보다 많은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고 피로 물든 시련을 겪어 본 적도 없어 전쟁터에 관한 경험이나 야성적인 모습이 부족하다.하지만 이와 반대로 북원구 30만명의 사병은 모두 전쟁터에서 걸어 나온 실제 인물들이다.어느 한 명도 빠짐없이 하나 같이 잔혹한 생사를 겪고 북원구 전장의 참혹함을 느꼈다.하여 북원구 30만명의 사병은 용국에서 최고로 강한 병사들이다.북원구 또한 용국에서 가장 강한 전투 구역이다.그리고 북원구 총사령관은 용국 5대 총사령관 중의 수위로 용국에서 가장 강한 총사령관이다.어깨에 별이 다섯 개인 총사령관이다.그러나 길정우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지금 한지훈은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온몸에 끓어 넘치는 살의를 함축하고 있다.기고만장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서 있는 길정우를 보고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넌 내 상대가 아니야.”쓰읍!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쉬
용국 특전사들 중에서도 실력이 가장 특전사는 삼대천급 병왕의 실력밖에 되지 않는다.일단 체계적인 테스트를 넘어 사대천급 병왕의 실력에 도달한 사람은 용국 전투 부의 중점 양성 대상이 된다.왜냐하면 이런 사람들 만이 보다 엄격한 특별 훈련을 받아 더욱 강한 실력을 얻어 군왕의 행렬에 들어갈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상장군이 되어 5만명이 넘은 군졸들이 있는 한 전구의 군왕이 되는 것이다.군왕 위로는 군신인데, 군신은 10만 명 이상의 군졸을 통솔할 수 있다.그리고 군신 위로는 현재로서 실력이 가장 있는 총사령관급의 인물이다.이러한 인물은 한 영역을 통제하는 무적이다.세계의 정점에 우뚝 서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그들과 감히 맞붙어 싸운다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과 다른 바가 없다.그러나 한지훈에게 있어서 길정우는 아무것도 아니다.뭇사람들의 비웃음과 풍자를 받으며 한지훈은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눈썹을 치켜세우며 차가운 눈빛으로 무대 위에 서 있는 길정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내내 참고 있던 노여움은 길정우의 두 눈에서 쏘아 나오는 듯했다.순간 길정우는 앞으로 몇 걸음 내딛더니 공중으로 날아올라 강철 파이프 마냥 무대 아래에 서 있는 한지훈을 향해 내리찍었다.한순간에 터진 폭발력에 사람들은 눈앞에서 기세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속도는 비할 데 없이 쏜살같았다.심지어 눈 깜짝 할 사이에 모든 일이 일어 난 것만 같았다.퉁!적지 않은 사람들은 곧 보게 될 상황이 두려워 두 눈을 꼭 감았다.용국 전투 부 시스템의 순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사대천급 실력을 지니고 있는 병왕에게 이러한 공격을 받으면 그게 누구든 죽게 되어있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한지훈이 이미 길정우에 의해 머리가 날아가고 제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목숨이 붙어 있다고 한들 이러한 공격을 받으면 아마 목에 부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될 것이다.“허허! 쟤는 오늘 죽었어! 길정우 군단장이 사대천급 병왕이신데, 살아남았을 리가 있겠어?”“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다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모두가 알다시피 길정우는 사대천급 병왕으로 용국 전투 부의 엄밀한 테스트를 거쳐 실력이 입증된 인물이다.길정우가 내리찍은 이 한 방에 반석이 완전히 갈라진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쓰읍!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 진 채로 들숨만 내 쉬었다.너무 무서운 일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일어났다.쓸모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한지훈이 길정우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그 중에서도 가장 놀란 사람은 당사자인 길정우 일 것이다.길정우는 동공이 확장되면서 온 몸에 끓어 넘치던 살의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공포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자신의 일격이 한지훈에게 실직적인 상해를 입히지 않았다.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무런 효과도 없는 공격이었다.한지훈은 이미 자신이 취할 공격 자세를 알아차린 것이었다.하여 한지훈은 아주 손쉽게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이외에도 온몸이 떨리고 솜털이 곤두서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그것은 바로 한지훈의 실력이 자신보다 더 위에 있다는 것이다.길정우는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며 한지훈과 거리를 유지 했다.얼어붙은 얼굴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한지훈을 응시하며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네가 감히 내 공격을 막아 냈어! 넌 절대 일반 귀화군졸이 아니야! 나와 실력이 같은 걸 봐서는 너도 설마 사대천급 병왕이야? 아니면 심지어 군왕이야? 한지훈! 네 정체가 도대체 뭐야? 어떻게 이런 실력을 네가 가지고 있는 거야?”군왕!그것은 삼군 중의 에이스 사병이다.단일한 사병이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존재다.혼자서 삼군 열 여명의 병왕과 싸울 수 있는 그런 존재다.하지만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한지훈은 실력도 뭣도 없는 한씨 가문의 상가견일뿐이다.어떻게 이런 실력이 있을 수 있을까?5년 동안 종군을 했다고 하더라도 짧디 짧은 시간 내에 이런 성과를 얻게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푸!길정우는 동공이 확장되고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이 충혈되더니 입을 벌리고 선홍색의 피를 뿜어냈다.그러다가 폭탄이 쏘아 나가는 것처럼 뒤로 날려가면서 공중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듯한 호선을 그리며 땅에 뚝 떨어졌다.이어 조명으로 가득 한 무대 지지대가 와르르 무너지고 고막을 자극하는 소리를 내는 동시에 불빛을 보이며 길정우의 몸 위로 쓰러졌다.순간, 장내는 또다시 적막이 가라앉았다.다들 완전히 얼어붙어 눈만 휘둥그레 뜨고 입을 떡 하니 벌린 채 제 자리에 굳어버렸다.시공간이 순간 정체 상태에 들어선 것만 같았다.행여나 살신의 화가 자기에게로 돌려질까 봐 사람들은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모든 이의 시선 속에서 한지훈은 마치 피투성이가 된 수라 마냥 한 걸음씩 무대로 향했다.한지훈의 앞을 막고 있는 이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총까지 들고 있는 군졸이다.군졸이 4줄이나 되지만 다들 식은땀을 흘리며 총을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공포 그 자체이다.사대천급 병왕을 한 방에 발로 날려 버린 무서운 인물이다.“다가오지 않습니다! 더 다가오면 발포합니다!”“당장 멈춥니다!”“마지막 경고입니다! 아니면 발포합니다!”이 군졸들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스스로 담을 북돋아 주려고 했다.하지만 한지훈이 데리고 온 군졸들은 삽시간에 앞으로 나아가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그들은 한지훈을 위해 길을 내주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차가운 칼날의 끝부분과 같았다.길정우 쪽의 군졸들도 서서히 비키며 서로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고 대치 상황에 들어섰다.그리고 한지훈은 무대 위로 훌쩍 뛰어올라 공포에 질린 길시아를 마주하게 되었다.순간 바람이 일고 먹장구름이 밀려오는 듯했다.길시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입술까지 파르르 떨며 수라와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붉은색을 띠고 있는 달이 한지훈의 몸 뒤에서 떠오르며 공포의 기운이 장내를 휩쓸었다.풀썩!길시아는 더 이상 한지훈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살의를
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금의 단해룡은 천왕계 고수를 상대하기는커녕, 일반인으로부터도 충분히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다.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 무도 학원이란 그저 허울일 뿐이야. 목적은 단지 끊임없이 용국을 압박하여 용국의 국왕이 위신을 잃게끔 하고, 그다음 다시 우리 같은 무종 사람들을 이용하여 국왕을 무너뜨리려는 거야!”“그렇게 마지막에는 무력으로 나라를 세우고, 꼭두각시 국왕을 직위에 올려놓고 다시... 다시 용국을 해체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적이야. 하지만... 하지만 그들이랑 교섭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야!”“난 단지 그중 평범한 한 사람일 뿐,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지는 않아. 진정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거물은 화산, 항산, 천산의 장교와 장문들이야. 그들이야말로 이번 일의 진정한 주도자들이거든!”“난 그저 작은 무맹 맹주일 뿐이야. 그들의 옆에 끼어들 수도 없는 존재야. 단지 명령대로 따르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일 뿐이지. 그러니 북양 왕, 제발 나 한번 용서해 줘!”이 말을 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 일에 단번에 용국 5대 명산 중 세 개 명산이 연루되어 있었고, 천산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니. 다시 말해서, 장 씨 집안도 이번 일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내 한지훈이 물었다. “그럼 놈들은 어떻게 용국을 압박할 작정인 건데?”“3개월에 한 번씩 경기를 치러 용국은 실력이 비교적 약한 사령관 고수들을 파견하게끔 하고 유럽은 삼성 천왕계 고수들을 파견할 계획이야. 그렇게 짧디짧은 3개월 사이에 사령관 고수들을 압박하는 거지!”“그렇게 매번 승부를 보고 패배한 쪽에서는 영토를 넘겨주거나 돈을 승리한 편에 넘겨주는 거지. 이렇게 되면 단 세 번만 반복해도 국왕은 넓은 영토를 넘겨주게 될 거야. 결국 국왕의 위신까지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거지!” “때가 되면 민원이 들끓을 테고 국왕은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되
“네, 단순한 무도 학원이 당연히 이렇게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는 없죠! 그러나 천신계의 규정 해지 시점과 결합해서 생각해 보면 확실히 심상치 않긴 합니다!”한지훈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맞아요! 만약 규정이 해지된다면, 천신계 강자들은 얼마든지 무도 학원에 가입할 수 있고 그로서 전 세계 수많은 천신계 강자를 모두 한자리에 모을 수 있게 됩니다!”“그렇게 되면 학원의 뜻이 바로 천신계 강자들의 뜻이 되는 거네. 그럼 만약 어느 나라가 감히 명령대로 복종하지 않으면 전 세계의 천신계 강자와 적이 되는 셈이 되는 거고!”이순풍은 한껏 굳어진 표정으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생각할수록 정말 독한 사람들이었다. 안 그래도 어느 나라든 천신계 강자와 대항할 수 없었고 결국 타협만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용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쩐지 방금 단해룡이 그렇게까지 미쳐 날뛰더라니. “네. 그래서 전 반드시 또 다른 신분 하나를 얻어내 유럽의 무도 학원에 얼른 가야 합니다. 마침 이번 곤륜산 사건에서 사람들이 전부 제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테니, 그렇게 일이 번거롭지는 않을 겁니다!”한지훈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그럼... 방금 놓아준 그 놈들은 어떻게...”이순풍은 다소 걱정하는 말투로 말했다. 한지훈이 말한 바와 같이, 놈들을 당장 풀어줄 수는 없었고 설사 죽이지 않더라도 그들을 감금시켜야 했다. “괜찮습니다! 놈들이 결코 이 일을 퍼뜨리지는 않을 겁니다. 퍼뜨렸다간 그들한테만 불리할 뿐이지 유리한 건 하나도 없거든요! 그나저나 전 종묘나 무종이 나서서 이번 일을 인수했으면 합니다!”한지훈의 뜻은 아주 간단했다. 당연히 혼자서는 유럽에 갈 수 없으니 설사 가더라도 다른 일손이 필요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대장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일은 아마 쉽지 않을 거야. 무종은 줄곧 묘당을 위해 일해왔어. 이젠 단해룡도 무도 학원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무종은 여전히 이에 대해 전혀 무지해. 이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걸 충분히
한지훈은 몸을 돌려 장혁선에게 다가가 차가운 눈빛으로 장혁선을 힐끗 보았고, 이내 순식간에 장혁선의 몸을 거꾸로 날려버렸다. 털썩! 장혁선은 힘없이 땅에 떨어지게 됐고, 온몸 구석구석의 뼈마디가 부서지게 됐다. 너무 아픈 나머지 장혁선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만 크게 벌린 채, 두 눈에는 핏발이 터져 있었다. “대장로님, 눈 보여주세요!”한지훈은 대장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대장로의 두 눈을 어루만졌다. 너무 아팠던 대장로는 참지 못하고 가볍게 신음 소리를 냈다. 눈 안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그제야 한지훈은 일어섰다. “대장로님, 이제 눈은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절대 눈을 뜨면 안 됩니다!”“한 달이 지나고 나서면, 눈이 완전히 회복될 겁니다!”이내 한지훈은 손을 흔들어 하인 2명을 불러 의약 상자를 가져오게 했고, 대장로를 도와 눈 주위를 싸맨 후에야 부하를 시켜 대장로를 거실까지 부축했다. “주상님! 제때에 오셨으니 망정이지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사모님께서는...” 한지훈은 문어귀에 늘어진 두 명을 힐끗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 또 이런 무례한 놈들이 나타나면 직접 처단해.” 그가 가리키는 건 다른 종문의 사람이지, 단해룡 같은 거물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도청 전인의 실력은 여전히 단해룡과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었다. “네, 주상님!”도청 전인은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한지훈은 이순풍의 가까이에 다가와 검은색 알약 한 알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어 부상을 회복하게끔 도와주었다. “한지훈, 방금 보니까 손을 한번 들기만 했는데도 단해룡을 무너뜨렸네. 게다가 손을 들자마자 십여 명의 삼성 지급 천왕계를 동시에 박살 냈네. 너 설마 천신계에 도달한 거야?”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천신계에 들어섰을 뿐이다. 말 그대로 준 천신계였다. 게다가 경계 또한 단단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한 달이란 시간을 갖고 경계를 안정시켜야만 했다. “우리 용국에
이들은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사람들이었다. 강우연이 독한 것이 아니라, 악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만약 한지훈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결백은 물론 자녀들의 목숨, 대장로, 종묘 장로, 도청 전인 그리고 한 무리의 천검종 제자들의 목숨도 보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리 구걸해도 이 사람들이 결코 자신을 용서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다행히도 한지훈이 천신계에 도달하여 놈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실력이 되었기에, 놈들은 불쌍한 얼굴을 한 채 애타게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한지훈이 다시 한번 실수를 하게 된다면 이들은 반드시 가장 먼저 뛰어들어 한 씨 집안을 찾아낼 것이다. “강 대표님! 너그러운 분이시잖아요. 저희도 처음 이런 실수를 한 거니까 제발 저희를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반드시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단해룡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빌면서 머리까지 땅에 탕탕 부딪쳤다. “용서해 달라고? 방금 대장로님이 간곡히 빌 때는 너희들 뭐 했어?”“말끝마다 국왕이 와도 한 씨 집안을 지킬 수 없고 우리 자식들도 지킬 수 없을 거라고 큰소리쳤잖아! 게다가 나를 능욕하고 한지훈의 명예를 더럽혔잖아!”“너희들은 웬만한 뱀 새끼보다도 더욱 독해. 정말 끔찍하거든.”“그런데 이제 와서야 용서를 빌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니야!”이내 강우연은 손으로 대장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면 너희들이 직접 물어봐. 너희들이 직접 팔을 부러뜨리고 두 눈까진 찌른 대장로님 역시 너희들을 초범이라고 생각할지!”그러자 대장로는 이를 갈며 말했다. “북양 왕! 이 파렴치한 놈들은 마땅히 칼로 다 베어버리고 하나하나 주살해야 돼! 용국을 위해서라도 해로운 놈들은 처단해야 해!”“들었지? 그러니 이제 그만해!” 한지훈은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바로 손을 흔들었다. “푸! 푸! 푸!”이내 눈앞에는 피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한지훈의 발밑에서는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잔물결이 퍼져 나갔다. 동시에, 하늘에 떠 있던 회백색의 구름 또한 요동치기 시작했다.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듯, 주변 백 리 내의 구름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곧이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가 형성되었고, 그 주위를 휘감는 번개가 찢어질 듯 번뜩였다.그러나 더욱 기이한 것은, 모두가 바람 한 점조차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단해룡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바닥으로 떨어졌다.그가 정성껏 준비한 천성대진이 무너졌다!“설마... 천신계?!”단해룡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뒷걸음질 쳤다.“의외인가? 단해룡, 네놈들은 숫자로 밀어붙이면 원하는 대로 다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분명히 해두지. 대장로와 종묘 장로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곳에서 전부 죽는다!”수십 명의 생명조차도 그에게는 마치 미미한 먼지에 불과한 듯했다.천신 강자는 비록 일성 준천왕이라 해도 그 심성은 천왕계와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 천신계에 도달한 자는, 생사의 윤회를 초월한 존재였다. 운명에 따라 죽을 자는 죽어야 하며, 살릴 자만이 살아남는다.그러니 이 경지의 강자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고, 살기를 쉽게 드러내지도 않는다.그러나 생사의 경계는 단 한 순간, 그들의 한 생각으로 결정된다!“뭐라고?”순간, 화산파의 한 제자가 놀란 듯 물었다. “한지훈!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나 하는 말이냐? 화산파를 적으로 돌린다면, 네놈이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고 해도…”푹!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의 손끝에서 은빛 광채가 튀어나왔다. 빛이 번뜩이는 순간, 그 제자의 몸은 곧 피범벅으로 변해버렸다.“허억!”그 광경을 본 이들은 순식간에 숨이 막혔다.단해룡은 다리가 풀린 듯 푹 꿇어앉으며 목소리를 떨었다.“한... 한... 아니, 북양왕님! 제... 제가 한때 어리석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장혁선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한지훈이 손을 뻗어 허공에서 가볍게 움켜쥐었다! “쉭!”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장선혁을 그대로 밀어냈고, 그가 필사적으로 몸을 통제하려 했지만 전히 저항할 수 없이 한지훈의 방향으로 날아갔다.장선혁은 겁에 질려 소름이 돋았고, 자신과 한지훈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자 그는 거의 바지에 실수를 할 뻔하기까지 했다. “살려줘!”장선혁이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한지훈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윽! 윽!”그는 더 소리치고 싶었으나,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대장로의 팔을 부러뜨린 게 너냐? 그렇다면, 네 두 팔을 부러뜨려야겠군.”한지훈은 차갑게 말하며 장혁선의 손을 잡고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장혁선의 두 다리가 무릎 아래에서 절단되어 그대로 땅에 박혔고, 그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그 순간, 보이지 않는 강대한 힘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뚜둑!”맑고도 선명한 소리와 함께, 장혁선의 두 팔이 어깨에서부터 절단되었다!“아아악!”다리와 팔에서 찢어질 듯한 고통이 몰려오자, 장혁선은 돼지가 도살될 때처럼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살... 살려... 살려줘!”그는 무릎을 꿇고 이빨을 드러내며 필사적으로 외쳤다.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질적인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방금 벌어진 장면은 길게 설명하면 길지만, 실제로는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았다.장혁선이 한지훈의 손에 붙잡힌 순간부터 팔다리가 잘려나가기까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실력 차이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며, 장혁선은 저항할 기회조차 없었다!그가 장씨 가문의 평범한 일원이라곤 하나, 오성 용급 천왕 경지의 강자였다!게다가, 그는 장씨 가문의 절학인 삼절진까지 익힌 자였다.그런 그조차 한지훈에게 무력하게 당했다면, 여기 있는 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단해룡은 두 눈으로 한지훈을 응시하고 있었고, 이 순간 그는 한
“장혁선 이 뻔뻔한 자식! 장씨 가문에 너 같은 파렴치한이 있었다니, 정말이지 역겹구나!”대장로가 피를 토하며 분노에 차 욕설을 내뱉었다.이런 짓거리는 거리의 불량배조차도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그런데도 장씨 가문은 오랜 용국의 역사 속에서 특권을 누려온 가문이 아닌가?그런 장씨 가문의 자손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 대장로는 더 이상 장씨 가문을 존경할 수 없었다.“하하! 내가 저 여자와 즐긴 뒤 한씨 일가를 멸문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하겠어?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나와 가은 생각을 한 사람이 과연 나뿐일까?”장혁선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순간, 스무 명이 넘는 사내들이 눈에 이글거리는 욕망을 품고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움직여!”단해룡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슈슉!”어둠 속에서 십여 개의 그림자가 번개처럼 움직여 강우연을 완전히 포위했다.“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너희들에게 당하진 않겠다!”강우연의 눈에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눈물이 맺혔고, 그녀는 단호하게 단검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찌르려 했다.“우연아! 멈춰!”절체절명의 순간, 멀리서부터 날카롭고 청명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를 듣자, 강우연뿐만 아니라 단해룡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순간 얼어붙었다.이 익숙한 목소리…한지훈이 아닌가?! 그런데 한지훈은 죽지 않았던가?단해룡이 경악하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한 줄기 하얀 그림자가 눈부신 섬광처럼 번쩍이며 단해룡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동시에, 강우연을 포위하고 있던 십여 명이 피를 내뿜으며 공중에서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장혁선이 즉시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강력한 충격을 받아 7~8미터를 땅에서 구른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즉사하고 말았다! “여… 여보…!”강우연은 충격에 넋이 나간 채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단검은 아직도 가슴 쪽을 향하고 있었다.“우연아, 네가 이런
“무도 세계에서는 강자가 존경받고, 강자의 말이 곧 하늘의 도리이며, 강자가 하는 일이 곧 정의로운 행동이다!”“오늘, 내가 무종 동문들과 함께 한씨 가문을 멸문시키는 것은 하늘의 뜻에 부합하고, 백성의 마음에 화답하는 일이다! 그러니 누구든지 이를 방해하면, 하늘에 맞서는 것이다!”단해룡의 목소리는 마치 큰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으며, 그의 말은 수리 밖까지 전달되었다.“단 문주님, 멸문하기 전에 이 여자를 먼저 제가 시험해 볼 수 있겠습니까?”이때, 50대 중반의 남자가 군중 속에서 걸어 나오며 음흉한 시선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짐승 같은 놈들! 너희들 이게... 콜록콜록!”대장로는 손으로 단해룡 일행을 가리키며, 격분해 욕설을 내뱉었다.설령 그의 두 눈이 멀고 팔이 부서졌더라도, 대장로는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그때, 이순풍도 힘겹게 일어나 몸을 이끌고 몇 발자국 걸어가며 말했다. “오늘, 누구든지 한씨 가문을 멸한다고 큰소리면, 내 시체 위로 지나가시오!”이 말이 떨어지자, 단해룡은 차가운 두 눈빛을 이순풍에게로 돌렸다.“자네 시체 위로 지나가라고? 그럼 좋소!”단해룡은 발끝을 땅에 딛고, 마치 토끼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거대한 손을 휘둘러 이순풍의 가슴을 향해 강력하게 내리쳤다.이미 중상을 입은 이순풍에게는 피할 능력이 없었으며, 단해룡의 일격을 맞고 마치 끊어진 연처럼 하늘로 날아갔다.“푸헉!”땅에 떨어지자마자 이순풍은 피를 한 움큼 토한 뒤 곧바로 쓰러졌다.단해룡은 이순풍과 대장로, 그리고 중상을 입은 도청전인을 흘끗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강우연, 이제 누가 널 도와줄지 두고 보겠다!”“누군가가 너를 탐하고 있다는 걸 잘 들었겠지. 하지만 만약 한지훈의 두 아이들만 넘겨준다면 기꺼이 너에게 통쾌함을 주지!”“네가 임종할 때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오쟁이를 지지 않게도 해 주겠다! 하하하!”단해룡은 말을 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한씨 가문을 멸문한다고?!”대장로는 이 말을 들은 순간, 화살처럼 달려가서 강우연 앞에 선 뒤 단해룡을 향해 말했다.“단해룡,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퍽!”단해룡은 아무 말없이 손을 휘둘러 대장로에게 뺨을 날렸다.그 순간, 단해룡은 대장로에 대한 어떤 경의도 느끼지 않았다.예충기가 죽었고, 한지훈도 죽었으니 이제 누가 한씨 가문을 지켜줄 수 있겠는가?오늘, 그는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가진 채 누구든 그의 앞길을 막으면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대장로님, 이미 여러 번 참아줬습니다. 그런데 대장로님은 계속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워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한지훈의 가문을 멸망시키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단해룡은 손으로 장혁선의 방향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저자는 장씨 가문의 대표이자, 조룡의 묘를 지키는 장씨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장씨 가문 사람의 체면이 당신보다 크지 않겠습니까?!”“내가 말하는데, 당신뿐만 아니라 무종의 대장로들이 모두 모여 있어도 한씨 가문은 오늘 반드시 멸문당할 것입니다!”“퍽!”그 말이 끝나자, 매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은백색의 후광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온 사방에 모래와 돌멩이가 흩날리며, 대장로의 몸이 몇 미터나 날아가며 땅에 무겁게 떨어졌다.“푸헉!”대장로는 일어나기도 전에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컸고, 단해룡은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일 뿐만 아니라 진법에 대한 이해도 대장로보다 훨씬 뛰어났다.그 한 방에 대장로의 내장이 거의 갈라질 뻔했지만, 그가 무종의 대장로라는 신분이었기에 치명타를 주지 않은 것이었다. 장혁선은 비웃으며 한 걸음 다가가 대장로 옆에 섰고, 한 발을 들어 대장로의 가슴을 짓밟으며 말했다.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장씨 가문과 한지훈의 원한을 알면서도 끼어들다니.”“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빚을 갚는 게 당연한 일이다! 너 같은 늙은이가 무슨 무종의 대장로라는 자격으로 방해하려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