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이더니, 이내 방금 사 온 식자재들을 한쪽 난간에 걸어놓았다. 그 모습에 노인은 눈썹을 비틀며 말했다. “위협? 건방진 녀석.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내 눈에는 그저 땅강아지나 개미정도에 불과해. 난 얼마든지 닥치는 대로 너를 깔아 죽일 수 있다고!”“그래?” 하지만 한지훈은 그저 가볍게 비웃기만 했고, 곧이어 그의 몸에서는 기세가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왕의 기운은 순식간에 사방을 휩쓸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놀란 노인은 두 눈을 부릅뜨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 너 설마 2성 현급 천왕인 거야? 아니... 이 정도 기세는 2성 현급 천왕도 쉽게 초월해 버린 건데, 설마 삼성 지급 천왕의 경지에 오른 거야?”상상치도 못한 상황에 연로는 매우 당황했다. 그는 이제 막 무도 종사를 돌파하여 겨우 천왕계에 이른 상황이었다. 사실 그는 지금 이 나이에 천왕계에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적이라 생각하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의 이 어린놈이 뜻밖에도 2성 현급 천왕의 경지를 넘어서게 된 사실을 알게 되자, 연로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존재였다. 곧바로 연로는 몸을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허무하게 죽게 된다면 너무나도 억울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때, 한지훈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바에는 나랑 붙어봐야지.”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지훈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가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하더니 마치 날카로운 화살처럼 연로의 등으로 날아가버렸다. 땡! 절체절명의 순간, 연로는 재빨리 몸을 돌려 날카로운 자신의 발톱을 휘두르며 오릉군 가시를 막아냈다. 얼떨결에 막아낸 덕에 오릉군 가시는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지만, 연로의 손은 결국 피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오릉군 가시의 한 방으로 그의 오른손은 완전히 망가져버리게 됐다. “제발 그만해! 한 번쯤은 용서해 줄 수 있잖아. 나 오늘은 굳이 너랑 싸우고
그날 밤 용경에서는, 연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동방 오호는 크게 놀라 아연실색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천왕 강자인 연로가 한지훈의 손에 죽게 되다니?’ 동방 오호는 잔뜩 어두워진 안색을 하며 집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가서 강중 우연 그룹의 모든 배경에 대해서 샅샅이 알아와! 특히 그중에서도 한지훈, 그놈을 똑똑히 조사해 와. 그리고 동방풍더러 요 며칠은 일단은 좀 조용히 지내고 있으라고 해! 한지훈의 실력을 제대로 알아내기 전까지는 경거망동하지 않게끔 해!”“네, 가주님.”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명령을 받아들였다. 동방 오호는 생각할수록 너무나도 화가 났다. 연로는 여태 오랜 시간 동안 동방 가문 원자 일맥의 공양이었다. 그런 그가 강중에서 허무하게 죽게 된 건, 동방 원자 일맥에게 있어서도 매우 큰 손실이었다. 생각보다 적이 이렇게나 강할 줄은 몰랐다. 곧이어 동방 오호는 뒤뜰로 향하여 이 일을 바로 동방 원자 일맥의 어르신에게 알리기로 했다. 한편 뒤뜰에서는, 흰색 태극복을 걸친 한 노인이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었다. “아버지."”동방 오호는 매우 공손한 태도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노인은 천천히 자세를 거두더니, 이내 한편에서 하녀가 챙기고 있던 수건을 들고는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은 건데?”바로 그때, 동방 오호는 직접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아버지, 연로께서 방금 강중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직접 놈들한테 벌을 내려주세요!”그 말을 들은 어르신의 얼굴은 굳어졌고, 이내 그는 날카로운 눈빛을 한 채 잔뜩 분노하며 수건을 다시 내던졌다. “대체 연로가 어떻게 강중에서 죽게 된 거야? 그는 천왕의 강자잖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결국 동방 오호는 모든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어르신의 안색은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 “넌 동방 원자 일맥의 가주라는 사람이, 대체 일을 왜 이렇게 멍청하게 해?”어르신은 노발대발하며
사실 모심이와 강우연의 관계는 처음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대학교 1, 2학년 때만 해도 절친으로서 서로 못하는 말도 없었다. 그러나 대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는, 학생회 회장을 좋아하게 된 모심이가 그에게 강한 구애를 펼쳤지만 상대는 전혀 관심이 없어 매번 무자비하게 거절만 당하게 됐다. 거절을 당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학생회장이 강우연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모심이는 곧바로 강우연과 크게 싸우게 됐고, 그녀는 강우연을 자신의 행복을 박탈하는 나쁜 놈이라 여기며 그야말로 강우연을 증오하였다. 결국 대학교 3, 4학년 시기에는, 모심이는 틈만 나면 강우연에게 시비를 걸었다. 강우연은 괜히 자신 때문에 모심이가 그 학생회장과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아, 그 후로는 늘 모심이를 피했다. 나중에 졸업하게 된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모심이가 생일파티에 자신을 초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무슨 속셈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참 고민을 하던 강우연은 결국 가기로 결정했다. 이 기회에 만나지 않으면 모심이가 자신을 더더욱 미워할 것 같았다. 강우연은 마음 같아서는 한지훈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혹시나 모심이가 싫어하게 될까 봐 그냥 혼자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단 한지훈에게 이 사실을 전하기는 했다. “그래, 가서 조심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한테 전화하고.” 한지훈이 걱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별장을 떠나 파티 장소로 향했다. 장소는 강중의 한 5성급 호텔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있던 강우연은, 가득 주차돼 있는 고급 승용차들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다들 그래도 잘 지내나 보네.”강우연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호텔의 서비스는 꽤나 친절했다. 강우연이 주차장을 나서자마자 한 종업원이 나타나 그녀를 직접 파티 룸까지 안내해 주었다. 강우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심이가 통이 크게도 호텔 전체를 빌릴 줄
“어머, 우연아. 너 오늘 너무 예쁜데? 대학 시절부터 자타 공인 우리 학교의 비주얼담당이었는데, 이젠 강중에서도 대표 미인으로 불리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우리의 롤모델이야.”“맞아. 우연이 네가 여기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정말 기뻤어. 전에 졸업 회식 후에 우리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잖아. 모심이, 너 영광인 줄 알아. 우연이가 직접 여기까지 와서 너의 생일을 챙겨주잖아.”“우연아, 너 요즘 사업도 잘 돼가고 있다며? 청운종과 협력 관계를 맺었을 뿐만 아니라 강중의 온병림 회장과도 꽤나 가깝게 지내고 있다던데. 심지어 그 온 회장의 뒤에는 명성이 자자한 북양 왕도 있잖아! 그나저나 너 북양 왕이랑은 아무 사이도 아닌 거지? 소문을 듣기로는 너랑 북양 왕의 관계가 매우 심상치 않다고 하던데.”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강우연에게 몰려들어 축하와 아부의 인사를 올리자, 강우연은 오히려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너희들이 오해한 거야. 나랑 북양 왕은 그냥 친구 사이일 뿐,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그런 관계는 아니야.”강우연은 나서서 해명했다. 그녀도 이런 장소에서 굳이 한지훈의 신분을 폭로하고 싶지는 않았다. 설령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도 다들 믿을 것 같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한지훈은 더 이상 북양 왕이 아니었다. 만약 다시 북양 왕의 이름을 걸고 나선다면 그것은 군주를 배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차라리 핑계를 대고 대충 에둘러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에이, 우연아. 모른 척하지 마. 어떻게 두 사람이 아무런 관계가 아닐 수 있어? 내가 듣기로는 우연 그룹 배후의 진정한 사장은 바로 북양 왕이라던데!”“그래, 우연아. 굳이 옛 동창들 앞에서 겸손할 필요는 없어. 과도한 겸손은 오히려 자만으로 느껴질 수도 있거든.”“우연아, 네가 얼마나 잘 나가는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으니까 다들 널 축복해주고 있어. 그러니까 나중에 제대로 출세하게 되면 우리 옛 동창들을 한번쯤은 도와주는 거 잊지 마.”사람들은 한결같이 겸손한 태도를
“내가 추측하건대 강우연의 우연 그룹이 지금의 엄청한 규모를 가지게 된 건, 틀림없이 북양 왕의 도움이 컸던 거야! 강우연, 너 대체 몇 번이나 잤길래 우연 그룹이 이렇게나 커진거야? 사실대로 말해봐.”동창들은 괴상한 웃음을 지으면서 더욱 모질게 말했다. 강우연은 너무나도 화가 치밀어 오를 것 같았다. “정말 역겨운 놈들!”“우리 회사 직원들은 모두 나를 존경하고 잘 따르고 있어. 그 이유가 뭔가? 내가 언제나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야. 내가 야근을 할 때 너희들은 술집에 있었고, 내가 고객이랑 업무 논의를 할 때 너희들은 쇼핑을 했겠지. 이것이 바로 너희랑 나의 차이야.” “우리 우연 그룹의 회사 규모는 너희들 모두 것보다도 더 크다고 장담을 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이 모든 건 내가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낸 결과야. 누구와는 달리 난 절대 부모한테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악에 받친 강우연은, 동창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그들을 대놓고 조롱했다. 그녀가 마지막에 언급한 ‘누구’의 정체에 대해서는, 사실 다들 눈치채고 있었다. 한창 유유히 와인을 마시고 있던 모심이는, 자신을 조롱하는 강우연의 모습에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누굴 말하는 거야? 대체 누가 부모님한테 의지한다는 건데?”모심이는 강우연의 코 앞까지 다가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게 누구라고 실명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괜히 마음이 찔려서 이렇게 흥분하지는 마. 누가 독립적인 사람이고, 누가 부모한테 의지하는 불효자식인지 내가 굳이 지적할 필요가 있어? 그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잘 알 텐데.”강우연은 여유롭게 매실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 분노가 극에 달한 모심이는 숨을 가쁘게 쉬기 시작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녀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바로, 다른 사람이 그녀를 부모에게만 의지하는 불효자식이라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남들이 보기에도 그녀는 부모한테 충분히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천박한 년 같으니라고!”모심
“얘들아, 누님이 한 말 들었지? 계속해서 이 여자 패버려.”울프는 곧바로 달려들어 강우연의 등을 발로 세게 내리 찼다. 너무 아픈 나머지 아무런 힘조차 낼 수 없었던 강우연은 급히 자신의 배를 가리고 있었고, 몸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울프의 뒤를 따라 몇몇 부하들도 강우연을 향해 발차기를 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머리를 걷어차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연의 입과 코에서는 피가 줄줄 나기 시작했고 머리카락도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진 채 온몸은 신발 자국으로 가득했다. “평생 자기 얼굴만 믿고 남자들을 꼬셔대더니, 아주 잘 됐네. 아예 저 얼굴을 박살 내버려.”기세등등한 모심이는 강우연의 얼굴을 가리키며 무섭게 말했다. 드디어 강우연을 제대로 혼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자, 모심이는 그동안 가장 미워했던 강우연의 얼굴을 망가뜨리려 했다. “대체 어떻게 이딴 애가 나보다 더 예쁜 얼굴을 갖고 있는 거야? 오늘 제대로 그 얼굴을 망쳐주겠어.”모심이는 흉악한 얼굴을 보이며 폭언을 뱉었다. “얘들아, 누님이 명령하셨다. 다들 집중적으로 저 얼굴을 망가뜨려.”울프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부하들은 강우연의 얼굴을 세게 걷어차기 시작했고, 강우연은 남은 힘을 쏟아 그 발들을 손으로 막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동창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눈앞에서 강우연이 이렇게 처참히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자 다들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쾅! 바로 이때, 누군가가 대문을 거세게 걷어차여 말했다. “너희들 오늘 다 죽었어!”바로 한지훈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로 가득 찬 그는 단번에 달려들어 강우연을 괴롭힌 놈들을 모두 걷어차버렸다. “여보, 괜찮아?”한지훈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강우연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전... 괜찮아요...”강우연은 이미 너무 지치고 고통스러운 나머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한지훈은 참담한 강우연의 모습을 보고는 머리가 텅 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그는
“제가 잘못했어요.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모심이는 땅에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절을 했다. 자신의 회사의 미래는 둘째 치고, 그녀는 눈앞의 한지훈이 자신의 목숨만은 앗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너희 집안의 회사와 그 세력들이 정말 너를 잘 지켜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럼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 네가 그렇게나 자랑스러워하는 권력이 내 앞에서는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알려줄게.”곧이어 한지훈은 핸드폰을 꺼내 직접 온병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내린 명령은 바로, 모심이의 아버지의 회사를 철저히 조사해라는 것이었다. “저희 집안은 건들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모심이는 울먹이는 말투로 용서를 빌면서 최대한 한지훈의 마음을 흔들려고 했다.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신다면, 저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됐어. 그딴 허접한 연기는 그만해. 역겨우니까.”한지훈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 무릎 꿇고 고개마저 숙인 채 한지훈의 말을 듣고 있던 모심이는 어느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큰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심이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심이, 너 때문에 우리 가문의 사업이 완전히 몰락됐어. 너 단단히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강우연을 건드릴 생각을 해?” 전화기 너머로는 모심이 아버지의 노호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저한테도 사정이 있다고요.”모심이는 또 한 번 핑계를 대려고 했다. “됐어,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 오늘부로 당장 모씨 집안에서 나가.”말을 마치자마자 아버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멍하니 무릎 꿇고 있던 모심이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런 그녀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고, 현장에 남아 있던 다른 동창들에게도 한마디 경고를 한 후 자리를 떠났다. 곧이어 그는 바로 병원으로 향하여 강우연의 병실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한용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한지훈은 이내 강우연의 침대 머리에 천천히 다가가 앉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여보, 어떻게 생각해?”강우연은 마냥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말했다. “여보, 정말 저희 아이를 할아버님한테 보내야 돼요? 성인으로 크고 나서야 만날 수 있다는 게... 전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한지훈 역시 많이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강우연의 손을 잡으며 달래주었다. “괜찮아. 신중하게 고려해 보고 결정하자. 급한 일은 아니야.”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그 시각 강 중의 모 5성급 호텔에서는, 한 스위트룸에 있던 동방풍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 한 명이 들어왔다. “도련님, 양 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진짜야? 얼른 방 안으로 모셔!” 동방풍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직접 뛰어나가 양 씨를 맞이하기로 했다. 곧이어 한 노인이 뒷짐을 진 채 저벅저벅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바로 동방 원자 일맥 가주가 직접 강중에 파견한 최정예 노자이자, 원자 일맥의 최강 공양이었다. “양 어르신, 드디어 오셨네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동방풍은 양 어르신을 본 순간, 콧물과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하소연했다. 양 어르신은 동방풍의 부상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 할아버지가 나더러 여기로 오라고 했으니 난 당연히 널 도우러 온 거야. 널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놈들한테 복수도 해줄 거야! 그러니까 말해봐,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둥방풍은 그제야 얼른 눈물을 닦고는, 자초지종을 하소연했다. 모든 얘기를 듣고 난 양 어르신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져 주먹을 꽉 쥐었다. 순간 그의 몸에서는 삼성 지급 천왕의 기세가 폭발하기 시작하더니 그 기운은 호텔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런 방자한 놈 같으니라고! 감히 우리 동방 원자 일맥을 무시해? 내가 오랫동안 손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 다들 내 존재를 잊어버린 것 같네. 우리 동방
한지훈이 다시 몸을 날려 장도령을 향해 달려들자, 장도령은 점점 뒤로 물러나며 버텨내지 못하는 듯했다. 이 광경에 노 씨 어르신이 앞서 했던 말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죽을 운명의 사람이 무슨 큰 파란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들 모두가 해야 할 일은 한지훈이 장도령을 쓰러뜨린 후,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는 일이었다.이를 통해 자신들의 죄를 덜어내고, 자신의 가문이나 종문이 학살당하는 것을 면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한지훈이 장도령과 불과 다섯 걸음걸이로 다가섰을 때, 갑자기 장도령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의 몸 주위로 핏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장씨 가문의 진정한 저력을 보여주마!”그 붉은빛을 보자 모두 놀라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고, 그제야 비로소 노 씨 어르신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장도령을 중심으로 무수한 붉은 광선이 번개처럼 퍼져나가며, 뜨겁게 불타는 열기와 함께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이 광경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고, 그 붉은 광선은 명백히 장도령 본인의 기운이 아니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태양 아래, 붉은 광선이 장도령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좋지 않군!”한지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장도령은 진법을 통해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불러내려 하고 있었고, 그는 이 주변 수백 미터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다!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도령의 진법이 완성되기 전에 파괴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일대의 모든 생명체가 끔찍한 재앙을 맞게 될 것이었다!이를 깨달은 한지훈은 손에 쥔 적색 드래곤 장총을 강하게 휘둘렀고, 장총에서 흘러나오는 끝없는 별의 기운이 붉은 광선을 향해 곧장 뻗어갔다! “쾅!”굉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여러 사람들의 옷이 순식간에 타버리며 잿더미로 변했다. 한지훈도 열기에 밀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장도령의 얼굴은 오히려 잔혹한 미소가
바로 이때, 장도령은 갑자기 포효하는 동시에 손에 든 칠성 상문검을 휘두르며 한지훈에게로 던졌다. “한지훈, 너 확실히 만만치 않긴 하지만 절대 나를 죽일 수는 없어! 난 장도령이야! 내가 바로 천왕계의 진정한 천왕이라고!”장도령은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크게 노호를 질렀다. 그가 방금 던진 검은, 어떠한 위세도 어떠한 검 그림자도 없는 단지 평평한 검 한 자루였지만, 이 검에는 초연한 힘이 있었다. 심지어 장도령 또한 예상치 못한 그 힘이 믿기지가 않았다. 삼절진을 동원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나 기괴한 수를 둘 수 있다니. 그렇다, 이건 바로 자신의 힘이었다. “이제야 느끼게 됐나 보네!”한지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말했다. 깜짝 놀란 장도령의 눈빛을 읽어낸 한지훈은, 그제야 장도령도 "인정승천"이라는 네 글자를 체득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그는 진정한 인정승천이 무엇인지는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다. 쾅! 바로 그때, 한지훈의 손에 있는 적색 장총과 장도령의 칠성 상문검이 다시 한곳에 부딪히게 되면서 갑자기 눈부신 흰빛이 폭발하게 됐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급히 눈을 감았다. 그 빛은 너무 눈부신 나머지 정오의 햇빛보다도 환했다. “푸!”이내 흰빛이 흩어질 무렵, 장도령의 몸은 다시 거꾸로 날아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큰 피를 뿜어냈다. 쨍그랑! 뒤이어 칠성 상문검이 그대로 땅에 떨어지게 됐고 장도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찢어진 자신의 상처를 보고는 발버둥 치며 땅에서 일어났다. 오늘 한지훈은 정말로 그에게 많은 유감을 남겼다. 이제 갓 무도에 진입한 어린 청년이 감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게다가 실력만으로도 쉽게 날려버리고, 심지어 피까지 토하게 만들다니? 그는 더 이상 한지훈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어때? 이제 알겠지? 너희 장 씨 집안 진법은 사실 너희 장 씨 집안사람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방금 그 일격을 통해 한지훈은 내심 또 무언가
“쨍그랑!”한지훈의 손은 더 이상 총을 잡을 힘조차 없어 결국 적색 장총을 그대로 땅에 떨어뜨렸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 아직도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이 삼절진에 대한 이해를 잘못했다고 장담할 수 있어?”장도령은 얼굴을 들고 크게 웃어댔다. 지금의 한지훈은 그와 맞붙기는커녕, 손에 무기를 들기조차 어려웠다. 백발의 노인이 된 이상, 장도령이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는 한편, 한지훈이 천천히 다리를 들어 앞으로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디자 하늘에서는 별이 이동하고 붉은빛의 뜨거운 태양이 점차 서산에서 가라앉는 게 보였다. 곧이어 온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갑자기 나타나고 밝은 달까지 떠올랐다. “결코 너의 진법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이 좌지우지되지는 않아. 그건 단지 일종의 시각상의 환각일 뿐이지. 장 씨 집안 진법의 유일하게 특별한 점은 바로 사람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암시를 줄 수 있다는 거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하지만 이 세상에서 진짜는 영원히 가짜가 될 수 없고, 가짜는 영원히 진짜가 될 수 없어!”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내 그는 다시 적색 장총을 들었다. 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장도령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이럴 리가 없어!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도 이럴 리가 없어...”과거 장 씨 집안 조상은 삼절진 중의 하나인 지절진으로, 삼성 지급 천신계의 강자를 죽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조상 또한 당시 천신계의 고수였다. 그랬기에 장도령은 줄곧 장 씨 집안의 삼절진에 대해 신심이 컸다. 게다가 한지훈은 자신과 동급이었기에 그가 결코 장 씨 집안의 진법을 깨뜨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만물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보다시피 안타깝게도 이 나뭇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무종 제자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아직 기껏해야 20대의 젊은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손이며 얼굴이며 주름이 가득 해진 걸까? 심지어 그의 스승은 심하게 노화한 나머지 눈꺼풀조차 뜰 수 없었고, 겨우 힘겹게 그를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장도령은 여전히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오만하게 서있었다. 비록 그의 얼굴에는 한지훈으로부터 맞은 멍이 남아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시간의 흐름이야말로 진정한 살인 무기야. 난 사실 데뷔한 이래 한 번도 이렇게 기묘한 진법을 동원한 적이 없었어. 네가 처음이야!”“어차피 곧 죽을 운명이니, 네가 모르는 비밀 하나 알려줄게!”“용국 천왕계 강자들이 왜 이렇게 적은 지 그 이유를 알아?”장도령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역사적으로 용국은 천년 동안 천왕계는 말할 것도 없고, 천신계 강자들도 끊임없이 배출해 냈다. 심지어 고대 시절, 용국 천신계 강자는 오늘날의 땅강아지와도 같을 정도로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용국 무종은 약해져만 갔다. 현대에 와서는 천왕계의 강자들은 더욱 드물었다. 그렇기에 국왕 또한 당시 한지훈이 천왕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우 기뻐한 것이다. “설마 너희 장 씨 집안이 용국의 국운을 좌지우지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이내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하! 장 씨 집안이 그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아. 자고로 용국의 무기는 그 자체가 진법으로 구성된 것이고 검경 역시 일종의 진법이야!”“하지만 진법과 무기를 동시에 배운 후에야 그 문턱을 순조롭게 넘을 수 있지. 만약 무기만 배우고 진법을 모른다면 무기는 그저 장식품만 될 뿐이야!” “아무런 위력도 없어!”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어쩐지 최근 몇 년 동안, 무술 대가들이 권투 선수들에게 패했다는 소문이 자주 나더라니.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