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노는 호들갑을 떨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안돼! 대체 신군이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길래... 북양이 우리 용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것도 잘 알 거잖아! 너 말고 국경에 있는 여러 나라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런데 네가 만약 이렇게 파면된다면, 그 여러 나라들은 반드시 언젠가는 북양을 노릴 거야! 내가 지금 당장 들어가서 신군을 설득해 볼게!”신한국은 불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자 한지훈은 재빨리 그를 가로막고 말했다. “장로님, 나서실 필요 없어요. 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이른 상황에 저희가 더 이상 설득할 필요는 없어요.”“그래도...”신한국의 얼굴에는 여전히 노기가 가득했다. 강만용도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국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됐어, 그만해. 신군이 즉위하게 된 이상 노신들을 정리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야. 필경 그의 입장으로서는 권력을 단단히 틀어쥐어야 하거든. 이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린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돼.”한쪽 켠에 서있던 전부 대장군도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노의 말이 맞아. 이 시점에 굳이 신군한테 도전할 이유는 없어. 필경 우리가 전임 국왕과 함께 뽑은 사람이잖아. 어떻게 보면 그 또한 전임 국왕이랑 비슷한 점이 많기도 해.”사람들은 침묵한 채 한지훈만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사실 저도 좀 피곤했어요. 마침 쉬는 시간을 가져서 우연이랑 고운이 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앞으로 용국의 미래는 장로님들한테 부탁할게요.”말을 마치자마자 한지훈은 몸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 그 후 그는 발걸음을 옮겨, 오랫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던 용운의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오르자마자 한지훈은 말했다. “강중으로 돌아가자.”“네, 용왕님.”곧이어 용운은 액셀을 밟고는 천자각 광장을 떠났다. 미련 없이 떠나는 한지훈의 모습에 강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용국에는 더 이상 북양 왕이 없게 되었다. 그리고
강우연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한지훈은 크게 기뻐하며 강우연을 껴안고는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펄쩍펄쩍 뛰었다. “와! 나 또 아빠 되는 거야!”한지훈에게 안긴 강우연은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마찬가지로 즐겁게 웃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강우연은 입을 뗐다. “아이고, 이젠 그만해요. 머리가 어지러워요.”한지훈은 그제야 강우연을 내려놓고는 격동된 말투로 그녀의 배를 만지며 웃었다. “내가 또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니...”강우연은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어허, 함부로 만지지 마요. 이제 얼마밖에 안 됐는데 뭘 그렇게 자꾸만 만져요?”난감한 표정을 보인 한지훈은 얼굴을 긁적거리며 민망한 듯 말했다. “전에 네가 고운이를 임신했을 때 내가 네 곁에 없었잖아. 하지만 이젠, 내가 네 곁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 됐어. 앞으로 하루도 떨어지지 않을 거야.”그 말에 강우연은 사랑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왜 이렇게 능글맞아요. 우린 신혼부부도 아닌데...”한지훈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내 운명은 정해졌어. 난 우리 와이프 밀착 경호원으로만 지내면서 살 거야!”강우연은 사랑이 넘치는 한지훈의 품에 안겨 미소를 머금고는 말했다. “맞다, 여보. 이름부터 생각해 봐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약 남자아이라면 한우현이라고 하고, 여자아이라면 한영이라고 짓는 게 어때?”강우연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좋아요.”그렇게 두 사람은 질리도록 온 밤 기대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저녁, 강우연이 잠든 후 한지훈은 조심스레 고운이의 작은 침실에 들어와 잠결에도 입가에 웃음을 띤 딸의 모습을 지그시 보았다. 그러고 나서는 문을 살짝 닫고는 정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웬 한 줄기의 그림자가 어둠을 뚫고 한지훈 앞으로 걸어갔다. “할아버지? 웬일이세요?”한지훈은 벤치에 누워 전에 한용이 건네준 을 읽어보고 있었다. 지난번 칠검과의 일전
“무신종, 신군, 무종, 이외의 각 세력들 그리고 해외 여러 나라들까지... 그 누구도 쉬운 상대들은 아니야. 그리고 넌 이미 이 시대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람 중 하나가 되었어. 어떻게든 널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려 할 거야” 한용은 지그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연히 한용의 뜻을 알게 된 한지훈은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지금으로서는 편안하게 지내고 싶었다. “할아버지, 하지만 전 여전히 이해가 안 돼요. 제가 이미 물러났는데 왜 그들은 여전히 저를 잡고 놓지 않으려 하는 거죠?”한지훈이 물었다. 그러자 한용은 웃으며 한지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말했다. “지훈아, 네가 물러나든 말든 너의 명예는 영원히 남게 되고 너의 능력은 여전히 인정을 받게 되는 거야. 그러므로 널 추격하려는 자들은 언제나 존재해. 네가 살아있는 한, 그들은 영원히 네 인생의 장애물이 될 거야.” “앞으로 네가 걸어가야 할 길은 많아. 넌 천천히 그 길을 가야 돼. 신군은 비록 잠시는 너를 건드리지 않을 테지만, 그를 지키는 신하들은 달라. 무종의 각 문파, 해외 세력들 그리고 무신종은 결코 너를 이렇게 편안하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곧이어 한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별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훈아, 이젠 새로운 시대가 왔어. 전세가 또 바뀌게 될 거야. 우리한테는 남겨진 시간도 별로 많지가 않아. 그동안 너는 네 실력을 잘 키워내. 몰래 숨어서 널 노리는 적들이 하나씩 나타나게 될 거야. 이미 바둑판은 바뀌기 시작했거든.”말을 마치자마자 한용은 주머니에서 녹색의 비취 옥패를 꺼내 던져주었다. “이건 내가 곧 태어날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야. 받아.” 그 비취 옥패는 영롱한 녹색 빛을 뿜어냈고, 그 위에는 다섯 마리의 용이 한 기둥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손에 쥐기만 해도 한지훈은 이 옥패 속에서 흘러나오는 기온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할아버지, 이 옥패는 어디선 난 거예요?”한지
한지훈은 차갑게 웃기만 했다. 그 모습에 놀란 동방풍은 갑자기 눈빛이 흔들렸다.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되면, 동방풍은 지금도 간담이 서늘해난다. 약왕파 황약사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동방풍은 진작에 자신의 팔과 다리를 잃고는 폐인이 되었을 것이다. “동방 도련님이셨네. 그나저나 팔, 다리 회복이 아주 빠르네?”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 말을 들은 동방풍의 안색은 즉시 상기되었고, 그는 분노를 불태우며 한지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뭐라고? 설마 내가 너를 무서워하는 줄 알아? 나 이래 봬도...”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갑고 살을 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고, 그 기에 눌린 동방풍은 깜짝 놀라 하려던 말을 삼켰다. 이내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우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만나야 된다던 고객이 바로 이 사람이었어?”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왜 그래요?”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하지만 뭔가 낌새를 알아차린 강우연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여보, 혹시 전에 이 사람 만난 적 있어요? 전에 갈등이라도 있었던 거예요?”한지훈은 차마 부정하지는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작은 갈등이 있긴 했어.”그러자 강우연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방풍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놀란 동방풍은 어쩔 바를 몰라했다. 일단 그는 애써 침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강 회장님, 저희가 가져온 계약서입니다. 직접 서명하시면 됩니다.” 곧이어 동방풍이 손짓하자 뒤에 서있던 비서가 직접 계약서를 꺼내 강우연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강우연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동방 도련님, 저희의 협력은 없던 일로 하죠!”탁! 이에 분노한 동방풍은 손바닥으로 책상을 탁 치며 물었다. “강 회장님!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제가 멀리 용경에서부터 이곳까지 달려온 건
동방풍은 순간 온몸이 거꾸로 날아올라, 이내 의자 몇 개에 부딪히고 나서는 땅에 털썩 쓰러져 버렸다. 그는 가슴을 쥐어잡고는 얼굴은 온통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통스럽게 소리를 내며 피를 토해냈다. 강우연은 차가운 표정을 한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는 동방풍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방풍, 여기는 엄연히 우연 그룹이야! 네가 함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경비원!”말이 떨어지자마자 문 앞의 경비원 몇 명이 신속하게 뛰어들어왔다. “강 회장님!”강우연은 차갑게 말했다. “모두 내쫓아!”“네!”곧이어 그 몇 명의 경비원은 즉시 앞으로 나아가 동방풍과 그의 비서들을 전부 우연 그룹 빌딩 밖으로 내버렸다. 그렇게 동방풍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건물 밖으로 던져졌다.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비서들은 재빨리 몸을 털고 일어나 동방풍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동방풍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강우연과 한지훈을 가리키며 악랄하게 소리쳤다. “너... 너희들 두고 봐! 한지훈, 강우연! 오늘 너희들이 한 짓, 내가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 거야!”곧이어 동방풍은 비서의 부축을 받아 차에 올타라 우연 그룹을 떠났다. 그러자 강우연의 얼굴에 가득했던 한기도 서서히 사라졌다. 이때, 한지훈은 손을 들어 강우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여보, 잘했는데?”강우연은 민망한 듯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이게 다 당신 때문만은 아니에요.”한지훈은 웃으며 강우연의 작은 허리를 껴안고는 말했다. “알겠어. 이젠 그만 화내. 그리고 앞으로는 함부로 나서지 마. 만약 방심했다가 아기가 다치지라도 하면 어떡해?”그러자 강우연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앙탈을 부렸다. “여보, 저 임신한 후부터 실력이 나날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 어떡하죠?”한지훈은 그런 그녀를 달래주었다.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그래도 일단은 안심해. 남편인 내가 네 곁에 있
동방 오호는 떨리는 눈빛을 한 채, 돌아선 연로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사실 연로는 동방 가문 10대 공양 중의 한 명이었다. 이미 꽤나 진화를 한 그의 실력은 진작에 종사는 초월하였고, 어느새 천왕의 경지까지 다다르기도 했다. 그런 연로가 직접 나서려고 하자, 동방 오호는 더 이상 우연 그룹을 얻지 못할 걱정은 아예 지워버렸다. 한편 연로가 막 자리를 떠나자마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하인이 재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가주님, 천자각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천자각?” 그 말을 들은 동방 오호는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른 들어오라고 해!”이내 동방 오호는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입구에서는, 군복을 입은 장교가 여섯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동방 오호는 재빨리 나서서 그들을 맞이하였고 일일이 악수까지 나누며 호의를 표했다. “장군님, 먼 곳에서 이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얼른 앉으시죠! 차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하지만 장군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사양할게요, 괜찮습니다. 사실 제가 이번에 찾아온 것은 신군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폐하의 명령이요?”그 말을 들은 동방 오호의 안색은 약간 부자연스럽고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곧이어 장군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긴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동방 가문의 원자 일맥뿐만 아니라 이따가 다른 가문에도 직접 이 소식을 전하러 갈 거거든요.”“그렇군요. 그럼 폐하께서는 대체 어떤 명을 내리 신 건가요?” 동방 오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공손하게 물었다. 그러자 장군은 직접 품에서 금빛 성지를 꺼내 들어 펼쳤다. “폐하께서 동방 오호에게 직접 내린 명령입니다!”눈치 빠른 동방 오호는 상황을 파악하고는 얼른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렸다. 장군은 말을 이어갔다.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신군의 뜻은 매우 간단해요. 동방 가문의 원자 일맥을 폐하에게 넘
뜻밖에도 동방 한문이 주동적으로 10퍼센트를 추가하여 무려 40퍼센트의 이윤을 신군에게 넘겨줬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동방 오호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됐다. 그러나 그는 제 멋대로 따라서 10퍼센트를 추가할 수는 없었다. 이 일은 반드시 어르신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했다. 곧이어 장군은 더욱 머물지도 않고 얼른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동방 오호는 복잡한 마음으로 그를 직접 문어귀까지 바래다주면서 공손하게 한마디 물었다. “장군님, 제가 감히 한마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원 씨, 당 씨 그리고 이 씨 가문 모두 아무런 원망도 않던가요?” 그러자 장군은 고개를 돌려 동방 오호를 바라보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원망 안 하던데요. 감히 원망할 용기도 없어 보였고요.”그 말을 마치자마자 장군은 다시 자리를 떠났다. 동방 오호는 어두운 안색을 한 채, 재빨리 몸을 돌려 뒤뜰로 달려가 이 일을 할아버지께 보고했다. 결국 이날, 4대 가문은 각자 긴급회의를 열어 대처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4대 가문의 가주들은 비밀리에 당 씨 집안까지 찾아 대면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논의한 결과, 그들은 결국 일단 참기로 했다. 금방 직위에 오른 신군은 위세를 떨치고 싶어 안달 난 상황이었고, 그의 첫 번째 계획이 바로 4대 가문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패기는, 분명 전임 국왕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만약 이 상황에, 4대 가문이 명령을 거절하게 된다면 그들은 용국과 등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때가 되면 신군도 그들을 정당하게 처리할 핑계가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4대 가문은 곧 천자각과 용국 백성들로부터 삿대질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4대 가문 역시 이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순순히 넘긴 그 30 퍼센트의 이윤은 일단은 신군를 달래주는 용도였다. 한편 천자각에서는, 신군이 지난번 한지훈과 바둑을 두었던 경험을 되새기면서 조용히 혼자서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낙로와
“연로? 내가 아는 동방 가문 10대 공양 중 한 명인 그 연로 말이야?” 신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낙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바로 그 사람이요.”신군은 뒷짐을 진 채 눈썹을 찌푸리고는 용경 상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각 가문에는 모두 실력 좋은 공양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용국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 상황에도 한 번도 나서서 도와주지를 않았어. 응당 용국에 남아서는 안될 사람들인데, 하도 야심이 큰 사람들이라 여태 오랫동안 용국에 남게 된 거지.” “사실 나라가 실력이 없는 게 두려운 게 아니야. 반대로 너무나도 강대한 실력을 갖게 될까 봐 두려운 거지. 그랬다가는 내가 통제하기도 어려워질 가봐.” “낙로, 네가 보기에는 이 가문의 공양들이 굳이 계속 살아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이 말을 들은 낙로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폐하, 그들을 건드리는 건 곧 다른 여러 가문들도 건드리게 되는 겁니다. 괜히 움직였다가는 다른 가문들도 마찬가지로 나서서 반격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심지어 이 가문들의 공양들은 실력이 범상치도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차라리 사람을 시켜서 대신 죽이는 게 나을 것 같아요...”그러자 신군은 바로 몸을 돌려, 낙로를 보며 그저 웃기만 했다. 곧이어 그가 물었다. “무신종 쪽은 지금 어떤 상황이야?”낙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폐하, 마침 폐하께 보고 올리려고 했습니다. 사실 무신종은 최근 이상한 낌새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종주 무적천은 최근 무종 종묘의 장로 10명과 각 무종 문파의 종주들을 비밀리에 만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미 반기를 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신군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신종이 용국에 이름을 날린 지는 이젠 꽤 오래되긴 했지. 하지만 이런 전설적인 존재가 계속해서 존재하게 되면 용국에는 어느 정도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무신종, 이제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돼.
한지훈이 다시 몸을 날려 장도령을 향해 달려들자, 장도령은 점점 뒤로 물러나며 버텨내지 못하는 듯했다. 이 광경에 노 씨 어르신이 앞서 했던 말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죽을 운명의 사람이 무슨 큰 파란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들 모두가 해야 할 일은 한지훈이 장도령을 쓰러뜨린 후,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는 일이었다.이를 통해 자신들의 죄를 덜어내고, 자신의 가문이나 종문이 학살당하는 것을 면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한지훈이 장도령과 불과 다섯 걸음걸이로 다가섰을 때, 갑자기 장도령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의 몸 주위로 핏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장씨 가문의 진정한 저력을 보여주마!”그 붉은빛을 보자 모두 놀라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고, 그제야 비로소 노 씨 어르신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장도령을 중심으로 무수한 붉은 광선이 번개처럼 퍼져나가며, 뜨겁게 불타는 열기와 함께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이 광경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고, 그 붉은 광선은 명백히 장도령 본인의 기운이 아니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태양 아래, 붉은 광선이 장도령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좋지 않군!”한지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장도령은 진법을 통해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불러내려 하고 있었고, 그는 이 주변 수백 미터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다!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도령의 진법이 완성되기 전에 파괴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일대의 모든 생명체가 끔찍한 재앙을 맞게 될 것이었다!이를 깨달은 한지훈은 손에 쥔 적색 드래곤 장총을 강하게 휘둘렀고, 장총에서 흘러나오는 끝없는 별의 기운이 붉은 광선을 향해 곧장 뻗어갔다! “쾅!”굉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여러 사람들의 옷이 순식간에 타버리며 잿더미로 변했다. 한지훈도 열기에 밀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장도령의 얼굴은 오히려 잔혹한 미소가
바로 이때, 장도령은 갑자기 포효하는 동시에 손에 든 칠성 상문검을 휘두르며 한지훈에게로 던졌다. “한지훈, 너 확실히 만만치 않긴 하지만 절대 나를 죽일 수는 없어! 난 장도령이야! 내가 바로 천왕계의 진정한 천왕이라고!”장도령은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크게 노호를 질렀다. 그가 방금 던진 검은, 어떠한 위세도 어떠한 검 그림자도 없는 단지 평평한 검 한 자루였지만, 이 검에는 초연한 힘이 있었다. 심지어 장도령 또한 예상치 못한 그 힘이 믿기지가 않았다. 삼절진을 동원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나 기괴한 수를 둘 수 있다니. 그렇다, 이건 바로 자신의 힘이었다. “이제야 느끼게 됐나 보네!”한지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말했다. 깜짝 놀란 장도령의 눈빛을 읽어낸 한지훈은, 그제야 장도령도 "인정승천"이라는 네 글자를 체득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그는 진정한 인정승천이 무엇인지는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다. 쾅! 바로 그때, 한지훈의 손에 있는 적색 장총과 장도령의 칠성 상문검이 다시 한곳에 부딪히게 되면서 갑자기 눈부신 흰빛이 폭발하게 됐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급히 눈을 감았다. 그 빛은 너무 눈부신 나머지 정오의 햇빛보다도 환했다. “푸!”이내 흰빛이 흩어질 무렵, 장도령의 몸은 다시 거꾸로 날아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큰 피를 뿜어냈다. 쨍그랑! 뒤이어 칠성 상문검이 그대로 땅에 떨어지게 됐고 장도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찢어진 자신의 상처를 보고는 발버둥 치며 땅에서 일어났다. 오늘 한지훈은 정말로 그에게 많은 유감을 남겼다. 이제 갓 무도에 진입한 어린 청년이 감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게다가 실력만으로도 쉽게 날려버리고, 심지어 피까지 토하게 만들다니? 그는 더 이상 한지훈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어때? 이제 알겠지? 너희 장 씨 집안 진법은 사실 너희 장 씨 집안사람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방금 그 일격을 통해 한지훈은 내심 또 무언가
“쨍그랑!”한지훈의 손은 더 이상 총을 잡을 힘조차 없어 결국 적색 장총을 그대로 땅에 떨어뜨렸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 아직도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이 삼절진에 대한 이해를 잘못했다고 장담할 수 있어?”장도령은 얼굴을 들고 크게 웃어댔다. 지금의 한지훈은 그와 맞붙기는커녕, 손에 무기를 들기조차 어려웠다. 백발의 노인이 된 이상, 장도령이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는 한편, 한지훈이 천천히 다리를 들어 앞으로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디자 하늘에서는 별이 이동하고 붉은빛의 뜨거운 태양이 점차 서산에서 가라앉는 게 보였다. 곧이어 온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갑자기 나타나고 밝은 달까지 떠올랐다. “결코 너의 진법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이 좌지우지되지는 않아. 그건 단지 일종의 시각상의 환각일 뿐이지. 장 씨 집안 진법의 유일하게 특별한 점은 바로 사람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암시를 줄 수 있다는 거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하지만 이 세상에서 진짜는 영원히 가짜가 될 수 없고, 가짜는 영원히 진짜가 될 수 없어!”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내 그는 다시 적색 장총을 들었다. 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장도령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이럴 리가 없어!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도 이럴 리가 없어...”과거 장 씨 집안 조상은 삼절진 중의 하나인 지절진으로, 삼성 지급 천신계의 강자를 죽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조상 또한 당시 천신계의 고수였다. 그랬기에 장도령은 줄곧 장 씨 집안의 삼절진에 대해 신심이 컸다. 게다가 한지훈은 자신과 동급이었기에 그가 결코 장 씨 집안의 진법을 깨뜨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만물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보다시피 안타깝게도 이 나뭇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무종 제자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아직 기껏해야 20대의 젊은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손이며 얼굴이며 주름이 가득 해진 걸까? 심지어 그의 스승은 심하게 노화한 나머지 눈꺼풀조차 뜰 수 없었고, 겨우 힘겹게 그를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장도령은 여전히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오만하게 서있었다. 비록 그의 얼굴에는 한지훈으로부터 맞은 멍이 남아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시간의 흐름이야말로 진정한 살인 무기야. 난 사실 데뷔한 이래 한 번도 이렇게 기묘한 진법을 동원한 적이 없었어. 네가 처음이야!”“어차피 곧 죽을 운명이니, 네가 모르는 비밀 하나 알려줄게!”“용국 천왕계 강자들이 왜 이렇게 적은 지 그 이유를 알아?”장도령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역사적으로 용국은 천년 동안 천왕계는 말할 것도 없고, 천신계 강자들도 끊임없이 배출해 냈다. 심지어 고대 시절, 용국 천신계 강자는 오늘날의 땅강아지와도 같을 정도로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용국 무종은 약해져만 갔다. 현대에 와서는 천왕계의 강자들은 더욱 드물었다. 그렇기에 국왕 또한 당시 한지훈이 천왕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우 기뻐한 것이다. “설마 너희 장 씨 집안이 용국의 국운을 좌지우지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이내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하! 장 씨 집안이 그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아. 자고로 용국의 무기는 그 자체가 진법으로 구성된 것이고 검경 역시 일종의 진법이야!”“하지만 진법과 무기를 동시에 배운 후에야 그 문턱을 순조롭게 넘을 수 있지. 만약 무기만 배우고 진법을 모른다면 무기는 그저 장식품만 될 뿐이야!” “아무런 위력도 없어!”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어쩐지 최근 몇 년 동안, 무술 대가들이 권투 선수들에게 패했다는 소문이 자주 나더라니.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