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 내가 어쩌다가 너 같은 멍청이를 아들로 둔 건지!”하 대표는 버럭 화를 내며 하영철의 귀뺨을 때렸다.하영철은 의아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따졌다.“아버지! 어떻게 아들한테 이럴 수 있어요?”하영철은 억울했다.“맞을만한 짓을 했으니까 때린 거지. 너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미쳐버리겠어!”하 대표는 한지훈을 가리키며 말을 계속했다.“한씨 가문은 우리의 은인이야. 귀빈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그런데 넌 은인의 부인에게 찍쩝거리기나 하고 말이야!”그 말을 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지훈은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우연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하 대표가 계속해서 말했다.“우리가 강중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가득 떠안았을 때 병원 갈 형편도 안 되는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신 분들이 지훈이 부모님이셔!”“그분들이 없었으면 난 진작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 이런 불효자식, 당장 지훈이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지 못할까!”너무 갑작스러운 반전이라서 하영철은 물론이고 강우연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착잡했다.“지금… 나한테 무릎 꿇고 저 녀석한테 사과하라고 하셨어요?”하영철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하 대표는 바로 손을 뻗어 아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꿇으라면 꿇는 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그 동안 네가 회사에서 갑질하고 회사 돈을 횡령한 게 한두 푼이야?”“말 안 들을 거면 당장 직위 내려놓고 회사에서 꺼져!”그 말을 들은 하영철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한지훈과 강우연에게 사과했다.어차피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한지훈은 딱히 하영철을 곤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 대표가 먼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사무실을 빌리려는 거지? 마침 잘됐다. 내 명의로 된 부동산이 몇 개 있거든. 빈 건물도 많으니까 둘러보고 결정해.”하 대표는 아주 열정적으로 그들을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면적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하 대표는 입
그런데 면적이 800평이나 하고 게다가 15층 건물에 인테리어까지 완벽하게 되어 있는 건물을 고작 월세 2백에 넘긴다니!거의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상사의 말을 들은 비서도 얼굴이 급변했다.이 건물은 만영그룹이 본사를 옮기려고 준비하면서 이미 점 찍어둔 건물이었다.그룹 내부에서 사용하려고 이미 내정된 건물을 강우연에게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월세를 준다니 대체 한씨 가문에게 어떤 은혜를 입었기에 상사가 이러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정말 2백에 주실 건가요?”강우연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내가 2백이라면 2백인 거지. 걱정 마. 우리 회사 가진 건물 많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다니 첫해는 싸게 주지. 일년에 2천만 원만 줘. 나중에 잘되면 그때 가서 다시 가격을 올리든 마음대로 하라고.”하 대표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말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강우연은 하영철이 아버지의 반만 닮았어도 한지훈에게 맞을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며 속으로 감탄했다.“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고 내일 사람을 보낼 테니까 건물에 한번 가봐. 계약 마무리하면 바로 사람을 구인하면 되겠네.”하 대표가 호쾌하게 말했다.“지훈아, 이따가 시간 있어? 같이 술 한잔 하고 싶은데 어때?”“대표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당연히 가야죠.”하 대표의 열정적인 초대에 한지훈도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아저씨라고 부르면 돼.”“네, 아저씨. 혹시 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한지훈이 물었다.“딱히 중요한 일이 있는 건 아니고. 네가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니 따뜻한 밥이라도 사주려고 그래.”하 대표는 자상한 웃어른처럼 한지훈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강우연이 웃으며 말했다.“편하게 먹고 와요. 너무 늦게 오지는 말고요. 다른 여자한테 눈길도 주지 말고요.”강우연은 한지훈이 자신에게 그의 가문에 대해 별로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에
하 대표와 작별한 뒤, 한지훈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그는 신룡전에 연락을 취하여 과거 한씨 가문 사건과 4대 가문이 얽힌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지시했다.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다 보면 어쩌면 놓친 게 있을지도 모른다.이어지는 며칠 간, 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회사에서 일을 도왔다.그들은 새 회사의 이름을 우연제약이라고 명명했다.처음에 강우연은 창피하다며 극구 반대했으나 결국 한지훈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뒤, 서경희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한지훈, 지금 어디야? 당장 집으로 돌아와!”수화기 너머로 서경희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인데요?”한지훈이 물었다.“무슨 일이긴! 우연이 아버지가 맞았어. 이 일 그대로 내버려 둘 거야?”대체 무슨 일인 걸까?한지훈은 의아한 마음을 품고 자세히 상황을 물었다.그들이 강중에서 새 회사를 창립한다는 사실을 알고 강학주도 한지훈이 준 돈으로 강중에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모양이었다.강학주는 요식업을 할 생각으로 번화가 근처에 가게를 내고 고깃집을 차렸다.위치가 좋아서 그런지 장사는 꽤 괜찮았다.강학주는 회사를 관리한 경험이 있었기에 고깃집 운영도 손쉽게 익혔다.그런데 장사가 너무 잘돼서 경쟁 업체들의 앙심을 산 건지 어제 누군가가 갑자기 가게로 들어오더니 막무가내로 가게를 부수며 여기서 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다고 진상을 부렸다.그러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다쳤는데 강학주는 나서서 일을 해결하려다가 양아치에게 맞은 모양이었다.그들은 강학주에게 4천만 원의 의료비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고 돈을 주지 않으면 3일 뒤에 또 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깃집 이미지가 달린 일이었기에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어서 한지훈을 찾은 것이었다.“한지훈, 너 싸움 잘하잖아? 당장 그 진상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서경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요 며칠 사이에 치고 오르는 매출을 보며 싱글벙글 했는데 가게 오픈한지 며칠도 안 돼서 이런 변을 당했으니 화가 나지
“장모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한지훈의 물음에 서경희가 울며 말했다.“어제 네 장인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놈들이 조금 전에 병원에 와서 장인을 데려갔어. 빨리 방법 좀 생각해 봐!”한지훈은 놈들이 시퍼런 대낮에 장인을 납치했다는 소식에 놀랍기도 하고 대체 누구에게 밉보였기에 놈들이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아했다.“일단 울지 마시고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그는 어쩔 수 없이 우는 장모를 달랬다.“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데 놈들이 찾아오더니 갑자기 발길질을 막 하는 거야. 그러다가 결국 끌려갔어.”“난 그때 병원에 없었는데 의사한테 들은 거야. 쪽지를 남기고 갔는데 사람을 찾아가려면 4천만 원을 들고 찾아오래.”서경희가 울며 말했다.평소에 항상 능력 없다고 무시하던 남편이지만 최근 강학주가 보여준 달라진 모습에 서서히 정이 붙기 시작했던 서경희였다.같이 살면서 싸움이 끊이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누가 뭐래도 그들은 수십 년을 함께한 부부였다.그런데 남편이 납치를 당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한지훈은 3일 안에 돈을 준비해서 오라는 쪽지를 읽고 담담히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돈을 보고 달려든 놈들이니 장인어른한테 너무 심한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쪽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감히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다니!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한지훈은 서경희를 집으로 돌려보낸 뒤에 온병림에게 조사를 부탁했다.소식을 들은 온병림도 크게 놀란 모습이었다.아무리 조폭들이라고 해도 대낮에 병원까지 와서 사람을 납치한 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경찰에게 조사를 맡기는 게 원칙이지만 한지훈이 도움을 요청했으니 군부가 나서야 할 차례였다.전문가들이 모여서 놈들의 핸드폰을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그들은 놈들이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찾았습니다. 근교에 있는 창고에 있네요. 지금 바로 위치 보내드리죠.”위치를 확인한 전문가는 바로 한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경찰에 연락할 거냐는
물론 고객들의 피드백은 사실이었다. 며칠 사이 장사가 안 돼서 냉장고에 냉동했던 고기를 그대로 손님상에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그렇게 되면 고기에서 냄새가 나고 육질이 신선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강한 향신료로 향을 가리는 방식을 택했다.처음에 먹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며칠 지속되자 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다는 손님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그렇게 되면서 가게에 대량의 신고가 들어왔고 점점 단골들도 잃게 되었다.하지만 서이재는 이 모든 것을 강학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강학주가 사람을 시켜 이상한 소문을 퍼뜨렸다고 생각했다.그것에 분노한 서이재는 시골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을 불러 강학주를 혼내줄 대책을 상의했다.그들은 원래 배운 게 없고 거친 사람들이었기에 가게로 가서 소란을 부리기로 한 것이다.서이재는 겁이 많고 나약한 강학주의 성격을 파악하고 의료비로 4천만 원이라는 거금까지 요구했다.그러다가 혹시라도 강학주가 돈을 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아예 병원에 가서 사람을 납치한 것이었다.그리고 쪽지를 남겨 서경희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협박했다.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강학주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말했잖아요. 난 당신들 가게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강학주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오군 사람들은 다 비겁하고 이기적인 족속들이야. 내가 모를 줄 알았어?”서이재는 강학주가 한 일이라고 단정지은 듯했다.게다가 이미 납치까지 한 마당에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야. 이따가 당신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빨리 돈을 준비하라고 해. 그러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서이재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강학주의 얼굴을 꼬집고 비틀었다.“알았어요. 일단… 물 한잔만 마시면 안 될까요? 배도 고프고 목이 너무 아파요.”강학주가 거친 숨을 쉬며 말했다.“납치당한 주제에 원하는 게 왜 이렇게 많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한지훈을 알아본 강학주가 감동에 차서 소리쳤다.“우리 사위, 드디어 왔구나!”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토하는 강학주를 힐끗 보고는 서이재 일행을 노려보았다.그리고는 팔소매를 걷고 천천히 강학주에게 다가갔다.다른 일행은 다가오는 한지훈을 보고 전혀 겁먹지 않고 무기를 꺼내들었다.“네가 이 인간 사위야? 처가에서 놀고 먹는다는 데릴사위? 부끄럽지도 않아?”“우리 같은 사람들은 너 같은 인간들이 제일 싫어. 능력도 없는 게 무슨 남자야? 너 같은 놈들은 평생 혼자 살아야 해!”“설마 나중에 아들 낳으면 마누라 성을 따를 건가? 얼굴만 반반하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네 마누라 꽤 예쁘다던데, 강학주! 저 놈 내치고 내가 당신 사위하는 게 어때?”그들은 전혀 한지훈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대로 떠들어댔다.“너희가 원하는 거 내가 가져왔어.”한지훈은 굳은 표정을 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원하는 것을 가져왔다는 소리에 서이재 일행이 눈을 반짝 빛냈다.“아, 심부름하러 온 거였구나?”한지훈은 서이재의 앞으로 가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심부름이 아니라 너희 목숨을 취하러 왔는데?”말을 마친 그가 들고 있던 종이박스를 뒤집자 누런 지폐가 사방으로 날렸다.“뭐야, 이게? 제사 지낼 때 쓰는 지폐잖아?”“재수 없게! 이놈을 그냥!”“너랑 네 장인, 오늘 살아서 이 창고를 못 나갈 줄 알아!”서이재 일행은 발끈하며 무기를 집어들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한지훈과 가장 가까이 있던 서이재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그대로 한지훈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한지훈은 가볍게 방망이를 잡고는 다른 손으로 상대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상대는 무지막지한 그의 힘에 못 이겨 방망이를 떨어뜨리고 말았다.한지훈은 그가 떨군 방망이를 집어들고 그대로 서이재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그 모습을 본 서이재는 힘껏 바둥거렸지만 한지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한지훈이 휘두른 방망이는 그대로 서이재의 머리에 맞았다.쾅아찔한
“어떡하지? 우리 이대로 죽는 거야?”“저 녀석 오기 전에 이미 경찰에 신고했을 것 같은데 지금 나가도 아마 밖에 경찰들이 깔렸을 거야.”“끝장이야. 바로 감옥으로 직행하는 건가?”그들은 절망한 얼굴로 문앞에서 고개를 떨구었다.강학주의 납치는 계획했던 것이 아닌 잠깐의 충동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이번에 한탕 크게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한지훈은 강학주에게로 다가가서 묶고 있던 밧줄을 풀고 상태를 살폈다.“장인어른, 괜찮으시죠?”강학주는 분에 차서 놈들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난 괜찮아. 이 정도로 죽지는 않아. 하지만 저놈들을 그냥 돌려보내면 안 돼! 정말 나쁜 인간들이야!”“걱정 마세요. 저도 그냥 보낼 생각은 없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일행을 노려보며 답했다.그들은 여전히 문 앞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이제 뭘 해야 하지?”“저놈은 인간도 아니야. 우리 인원이 열 명이 넘는데 벌써 다섯이 쓰러졌어. 우리끼리 뭘 할 수 있겠어?”“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바에야 끝까지 싸울 수밖에. 그거 기억해? 이 창고를 지을 때 우리가 여기 보관한 물건들이 있잖아.”누군가가 기억이 떠오른 듯, 놀라며 말했다.“설마 그걸 사람한테 쓰겠다고? 그러다가 형사들에게 꼬리라도 잡히면 우린 끝장이야!”“지금 그런 걸 고민할 때야? 저 둘을 해치우고 도망쳤다가 산에서 몇 년 보내면 저절로 묻히게 되어 있어.”누군가가 말했다.“맞아. 그 방법밖에는 없어. 만약에 들키면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도 몰라.”5인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각자 흩어져서 달렸다.창고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가득 쌓여 있어서 한지훈도 그들을 바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는 몰라도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그는 방망이를 들고 일행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다가갔다.철컥!갑자기 뭔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총탄을 장전하는 소리였다.게다가 소리로 보아 한자루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 순간 한지훈은 날렵하게 바닥에 엎드렸다. 총탄은 그의 머리를 스치고 뒤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박혔다.그와 동시에 한지훈은 몸을 비틀어 습격한 상대의 머리를 겨누고 총을 쏘았다.총탄이 박힌 컨테이너 박스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산짐승 시체가 안에 들어 있었다.이들 중에 대부분 사람들은 평소에 산에서 사냥을 하던 사람들이었다.그래서 창고 안에 엽총이 있었던 것이다.“무기 버리고 항복해. 아직 늦지 않았어.”한지훈이 그들에게 말했다.눈을 감고 기운을 느끼자 근처에 두 명이 숨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나머지 한 명은 어디로 갔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상대는 긴장했는지 호흡이 거칠었다. 자세히 들으면 그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한지훈은 전방에 있는 상자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털썩 하며 상자 뒤에서 사내 한 명이 쓰러졌다.상자 뒤에 숨어 있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습격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쉽게 위치를 들켜버린 것이다.높은 곳에 올라간 사내 한 명이 한지훈의 머리를 겨냥하고 총을 쏘았다.탕!총탄이 총구를 벗어난 순간, 한지훈은 반사적으로 바닥에 엎드리며 소리가 들린 방향을 파악했다.상대는 위치가 들킨 것을 확인하자 총을 들고 옆으로 뛰었다.한지훈은 제대로 겨누지도 않고 총을 들어 도망치는 사내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 그렇게 쉽게 네 명을 제압한 뒤에 등 뒤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그를 향해 달려온 것이 아닌 창고 더 깊숙한 곳으로 도망치는 소리였다. 한지훈이 고개를 돌린 순간, 상대는 강학주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움직이지 마! 앞으로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네 장인 머리를 터뜨릴 거야!”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내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동료들이 하나씩 한지훈의 손에 목숨을 잃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기에 그의 눈에 한지훈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그는 한지훈과 싸울 용기가 없었다. 그냥 살아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사위, 나 좀 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