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한지훈의 물음에 서경희가 울며 말했다.“어제 네 장인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놈들이 조금 전에 병원에 와서 장인을 데려갔어. 빨리 방법 좀 생각해 봐!”한지훈은 놈들이 시퍼런 대낮에 장인을 납치했다는 소식에 놀랍기도 하고 대체 누구에게 밉보였기에 놈들이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아했다.“일단 울지 마시고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그는 어쩔 수 없이 우는 장모를 달랬다.“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데 놈들이 찾아오더니 갑자기 발길질을 막 하는 거야. 그러다가 결국 끌려갔어.”“난 그때 병원에 없었는데 의사한테 들은 거야. 쪽지를 남기고 갔는데 사람을 찾아가려면 4천만 원을 들고 찾아오래.”서경희가 울며 말했다.평소에 항상 능력 없다고 무시하던 남편이지만 최근 강학주가 보여준 달라진 모습에 서서히 정이 붙기 시작했던 서경희였다.같이 살면서 싸움이 끊이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누가 뭐래도 그들은 수십 년을 함께한 부부였다.그런데 남편이 납치를 당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한지훈은 3일 안에 돈을 준비해서 오라는 쪽지를 읽고 담담히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돈을 보고 달려든 놈들이니 장인어른한테 너무 심한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쪽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감히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다니!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한지훈은 서경희를 집으로 돌려보낸 뒤에 온병림에게 조사를 부탁했다.소식을 들은 온병림도 크게 놀란 모습이었다.아무리 조폭들이라고 해도 대낮에 병원까지 와서 사람을 납치한 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경찰에게 조사를 맡기는 게 원칙이지만 한지훈이 도움을 요청했으니 군부가 나서야 할 차례였다.전문가들이 모여서 놈들의 핸드폰을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그들은 놈들이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찾았습니다. 근교에 있는 창고에 있네요. 지금 바로 위치 보내드리죠.”위치를 확인한 전문가는 바로 한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경찰에 연락할 거냐는
물론 고객들의 피드백은 사실이었다. 며칠 사이 장사가 안 돼서 냉장고에 냉동했던 고기를 그대로 손님상에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그렇게 되면 고기에서 냄새가 나고 육질이 신선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강한 향신료로 향을 가리는 방식을 택했다.처음에 먹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며칠 지속되자 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다는 손님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그렇게 되면서 가게에 대량의 신고가 들어왔고 점점 단골들도 잃게 되었다.하지만 서이재는 이 모든 것을 강학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강학주가 사람을 시켜 이상한 소문을 퍼뜨렸다고 생각했다.그것에 분노한 서이재는 시골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을 불러 강학주를 혼내줄 대책을 상의했다.그들은 원래 배운 게 없고 거친 사람들이었기에 가게로 가서 소란을 부리기로 한 것이다.서이재는 겁이 많고 나약한 강학주의 성격을 파악하고 의료비로 4천만 원이라는 거금까지 요구했다.그러다가 혹시라도 강학주가 돈을 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아예 병원에 가서 사람을 납치한 것이었다.그리고 쪽지를 남겨 서경희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협박했다.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강학주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말했잖아요. 난 당신들 가게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강학주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오군 사람들은 다 비겁하고 이기적인 족속들이야. 내가 모를 줄 알았어?”서이재는 강학주가 한 일이라고 단정지은 듯했다.게다가 이미 납치까지 한 마당에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야. 이따가 당신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빨리 돈을 준비하라고 해. 그러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서이재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강학주의 얼굴을 꼬집고 비틀었다.“알았어요. 일단… 물 한잔만 마시면 안 될까요? 배도 고프고 목이 너무 아파요.”강학주가 거친 숨을 쉬며 말했다.“납치당한 주제에 원하는 게 왜 이렇게 많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한지훈을 알아본 강학주가 감동에 차서 소리쳤다.“우리 사위, 드디어 왔구나!”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토하는 강학주를 힐끗 보고는 서이재 일행을 노려보았다.그리고는 팔소매를 걷고 천천히 강학주에게 다가갔다.다른 일행은 다가오는 한지훈을 보고 전혀 겁먹지 않고 무기를 꺼내들었다.“네가 이 인간 사위야? 처가에서 놀고 먹는다는 데릴사위? 부끄럽지도 않아?”“우리 같은 사람들은 너 같은 인간들이 제일 싫어. 능력도 없는 게 무슨 남자야? 너 같은 놈들은 평생 혼자 살아야 해!”“설마 나중에 아들 낳으면 마누라 성을 따를 건가? 얼굴만 반반하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네 마누라 꽤 예쁘다던데, 강학주! 저 놈 내치고 내가 당신 사위하는 게 어때?”그들은 전혀 한지훈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대로 떠들어댔다.“너희가 원하는 거 내가 가져왔어.”한지훈은 굳은 표정을 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원하는 것을 가져왔다는 소리에 서이재 일행이 눈을 반짝 빛냈다.“아, 심부름하러 온 거였구나?”한지훈은 서이재의 앞으로 가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심부름이 아니라 너희 목숨을 취하러 왔는데?”말을 마친 그가 들고 있던 종이박스를 뒤집자 누런 지폐가 사방으로 날렸다.“뭐야, 이게? 제사 지낼 때 쓰는 지폐잖아?”“재수 없게! 이놈을 그냥!”“너랑 네 장인, 오늘 살아서 이 창고를 못 나갈 줄 알아!”서이재 일행은 발끈하며 무기를 집어들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한지훈과 가장 가까이 있던 서이재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그대로 한지훈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한지훈은 가볍게 방망이를 잡고는 다른 손으로 상대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상대는 무지막지한 그의 힘에 못 이겨 방망이를 떨어뜨리고 말았다.한지훈은 그가 떨군 방망이를 집어들고 그대로 서이재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그 모습을 본 서이재는 힘껏 바둥거렸지만 한지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한지훈이 휘두른 방망이는 그대로 서이재의 머리에 맞았다.쾅아찔한
“어떡하지? 우리 이대로 죽는 거야?”“저 녀석 오기 전에 이미 경찰에 신고했을 것 같은데 지금 나가도 아마 밖에 경찰들이 깔렸을 거야.”“끝장이야. 바로 감옥으로 직행하는 건가?”그들은 절망한 얼굴로 문앞에서 고개를 떨구었다.강학주의 납치는 계획했던 것이 아닌 잠깐의 충동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이번에 한탕 크게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한지훈은 강학주에게로 다가가서 묶고 있던 밧줄을 풀고 상태를 살폈다.“장인어른, 괜찮으시죠?”강학주는 분에 차서 놈들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난 괜찮아. 이 정도로 죽지는 않아. 하지만 저놈들을 그냥 돌려보내면 안 돼! 정말 나쁜 인간들이야!”“걱정 마세요. 저도 그냥 보낼 생각은 없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일행을 노려보며 답했다.그들은 여전히 문 앞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이제 뭘 해야 하지?”“저놈은 인간도 아니야. 우리 인원이 열 명이 넘는데 벌써 다섯이 쓰러졌어. 우리끼리 뭘 할 수 있겠어?”“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바에야 끝까지 싸울 수밖에. 그거 기억해? 이 창고를 지을 때 우리가 여기 보관한 물건들이 있잖아.”누군가가 기억이 떠오른 듯, 놀라며 말했다.“설마 그걸 사람한테 쓰겠다고? 그러다가 형사들에게 꼬리라도 잡히면 우린 끝장이야!”“지금 그런 걸 고민할 때야? 저 둘을 해치우고 도망쳤다가 산에서 몇 년 보내면 저절로 묻히게 되어 있어.”누군가가 말했다.“맞아. 그 방법밖에는 없어. 만약에 들키면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도 몰라.”5인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각자 흩어져서 달렸다.창고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가득 쌓여 있어서 한지훈도 그들을 바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는 몰라도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그는 방망이를 들고 일행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다가갔다.철컥!갑자기 뭔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총탄을 장전하는 소리였다.게다가 소리로 보아 한자루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 순간 한지훈은 날렵하게 바닥에 엎드렸다. 총탄은 그의 머리를 스치고 뒤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박혔다.그와 동시에 한지훈은 몸을 비틀어 습격한 상대의 머리를 겨누고 총을 쏘았다.총탄이 박힌 컨테이너 박스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산짐승 시체가 안에 들어 있었다.이들 중에 대부분 사람들은 평소에 산에서 사냥을 하던 사람들이었다.그래서 창고 안에 엽총이 있었던 것이다.“무기 버리고 항복해. 아직 늦지 않았어.”한지훈이 그들에게 말했다.눈을 감고 기운을 느끼자 근처에 두 명이 숨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나머지 한 명은 어디로 갔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상대는 긴장했는지 호흡이 거칠었다. 자세히 들으면 그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한지훈은 전방에 있는 상자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털썩 하며 상자 뒤에서 사내 한 명이 쓰러졌다.상자 뒤에 숨어 있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습격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쉽게 위치를 들켜버린 것이다.높은 곳에 올라간 사내 한 명이 한지훈의 머리를 겨냥하고 총을 쏘았다.탕!총탄이 총구를 벗어난 순간, 한지훈은 반사적으로 바닥에 엎드리며 소리가 들린 방향을 파악했다.상대는 위치가 들킨 것을 확인하자 총을 들고 옆으로 뛰었다.한지훈은 제대로 겨누지도 않고 총을 들어 도망치는 사내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 그렇게 쉽게 네 명을 제압한 뒤에 등 뒤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그를 향해 달려온 것이 아닌 창고 더 깊숙한 곳으로 도망치는 소리였다. 한지훈이 고개를 돌린 순간, 상대는 강학주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움직이지 마! 앞으로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네 장인 머리를 터뜨릴 거야!”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내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동료들이 하나씩 한지훈의 손에 목숨을 잃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기에 그의 눈에 한지훈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그는 한지훈과 싸울 용기가 없었다. 그냥 살아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사위, 나 좀 살려
한지훈은 뚜벅뚜벅 사내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사내는 바로 방향을 틀어 한지훈에게로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그 순간 한지훈의 손에서 오릉 군가시가 날아가서 사내의 이마에 박혔다.사내는 그대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핏방울이 강학주의 몸으로 떨어지자 겁에 질린 강학주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피… 피….”강학주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적에게 절대 여지를 주지 않는 단호하고 살벌한 모습은 마치 사신을 떠오르게 했다.이게 바로 북양왕인가?너무도 무시무시한 존재였다.그는 자신이 전에 했던 멍청한 행동들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대문이 열렸다.신속히 안으로 진입한 형사들은 컨테이너 박스들 사이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고 충격 받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단순 납치 사건인 줄 알고 왔는데 안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줄은 예상 밖이었다.서이재는 이번 납치사건을 제외하고도 총기 불법 소지 혐의까지 적용되었다.동시에 형사들은 일행 중 다섯 명이 한지훈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반면 한지훈은 옷에 핏자국 한점 없이 멀쩡한 상태였다. 한지훈 본인이 인정하지 않았다면 아마 형사들마저도 그가 이런 상황에서 혼자 적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창고로 들어온 서경희는 얼굴에 피멍이 가득한 강학주를 보고 울며 달려갔다.“세상에나… 그 인간들이 대체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어쩌다가 얼굴이 이렇게 됐어?”비록 예전에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끈끈한 부부였다.강학주가 담담히 말했다.“지훈이가 제때 와줘서 살았어. 그렇지 않았으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한지훈은 형사들과 간단한 조사를 받고 있었다.조사가 끝난 뒤, 그는 강학주 부부와 함께 창고를 떠났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학주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위, 전에는 우리가 잘못했어. 내 사과하지. 앞으로 과거는 있고 우리 잘해보자고.”한지훈
다음 날, 식탁에 마주앉은 강우연이 한지훈에게 말했다.“지훈 씨, 하령이가 강중으로 오고 싶대요. 나한테서 회사 경영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나? 아직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박사 시험을 강중에 있는 대학으로 선택했나 봐요. 혹시 학교 좀 지훈 씨가 추천해 줄 수 있어요?”입을 오물거리며 머뭇거리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물론이지. 이따가 사람 시켜서 알아볼게.”“고마워요, 여보.”말을 마친 강우연은 생긋 웃으며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난 먼저 출근할게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현관까지 강우연을 배웅했다.잠시 후, 잠에서 깬 서경희와 강학주 부부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한지훈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에 가게로 나갔다.강신은 강중에 온 뒤로 거의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서경희의 말을 들어보면 강중의 재벌2세들과 놀기 바쁘다는데 대체 뭘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고운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한지훈은 핸드폰을 꺼내 오하령에게로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오하령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부, 무슨 일이에요? 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나 네 형부야. 앞으로 말 가려서 해. 네 언니한테서 들었는데 강중에 있는 대학으로 오고 싶다며? 학과는 정했어?”“형부는 너무 정이 없어요.”오하령이 불만스럽게 말했다.한지훈은 굳은 표정으로 대꾸했다.“할 말 없으면 이만 끊을게.”그러자 오하령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알았어요. 장난은 이쯤 할게요. 원래는 강중 인하대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거기 교육 환경이나 강사진이 별로라고 하더라고요. 강중대학에 가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사실 오하령이 강중대학을 선택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엘리트 대학으로 소문난 강중대학에는 꽤 많은 재벌2세들이 다니고 있었다.오하령은 그들과 접촉하면서 인맥을 넓히고 싶었다.“이따가 나랑 같이 학교로 가보
학교에 도착해서 대충 건물을 둘러본 뒤에 한지훈은 곧장 교무실로 향했다.교사 한 명이 나와서 한지훈을 맞아주었다.“한 선생, 교장님은 지금 회의 중이셔서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교사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리죠 뭐.”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았지만 살짝 기분이 나빴다.이미 오전에 방문하겠다고 예약까지 잡았는데 시간을 비워두지 않은 교장의 행동이 좀 서운하기도 했다.어쩌면 교장이 한지훈을 무시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일 수도 있었다.오하령도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그렇게 두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교사가 한지훈에게 다가와서 말했다.“교장님 회의 끝나셨다고 하니까 저랑 같이 올라가시죠.”말을 마친 교사는 앞에서 한지훈을 안내했다.교장실에 도착하자 흰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 한 명이 보였다.오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알아보고 왔기에 한지훈은 담담히 인사를 건넸다.“김 교장님, 안녕하세요.”“한 선생, 얘기는 들었어요. 이 학생이 추천하고 싶다는 학생인가 보죠? 보내준 소개서는 읽어봤어요.”교장은 부드럽게 웃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그럼 교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한지훈이 물었다.“솔직히 개학 시즌도 아니고 우리도 마음대로 학생을 받지는 않아서요. 물론 예외는 있지만 이 학생의 소개서를 봤는데 한주대학에서 학교를 다녔더라고요?”“성적은 커트라인을 넘기긴 했지만 우리 학교 등록금이 워낙 만만치 않아요.”김 교장은 의미심장한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등록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입학만 동의해 주시면 제가 등록금을 부담하겠습니다.”한지훈이 말했다.“사실 우리 학교에 입학하면 나가는 지출이 많아요. 등록금도 비싸지만 MT나 다른 활동들도 돈이 들어가요. 이 학생 소개서를 봤는데 부유한 집안 학생 같지는 않아서요.”“든든한 자금력이 없으면 아마 졸업까지 버티기 힘들 거예요.”김 교장은 한지훈의 옷차림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였다.자금력이 받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