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요. 조연설 그년이 약속 시간에 맞춰 꼭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누군가 다급히 조연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순간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리가 조연설 그년에게 속은 건가요?” “단호한 모습이 거짓말 같지 않았어요.” “이러다 두 사람이 여길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공들여 짠 이 계획은 모두 헛수고가 될 거예요.” 감히 9대 수진 가문을 속인다고? 말도 안 돼! 바로 이때, 사람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휴대폰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동시에 울리지는 거지? “그래, 무슨 일인데?” “오늘 중요한 날인 걸 몰라서 그래? 별일 없으면 이만 끊어!” 하지만 찰나의 순간, 사람들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엄진우가 중해 빌딩을 급습했습니다. 9대 수진 가문의 경호원 중 70%는 죽고 20%는 도망갔으며 10%는 항복한 상태입니다. 9대 수진 가문의 본부도 다양한 정도의 공격을 받았고 사상자가 아주 많습니다.” “큰일 났어요! 우리가 오히려 당했어요!” 9대 가문 대표들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엄진우는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대신 이 시간을 이용해 9대 수진 사문의 정예들을 끌어내고 그들의 본거지를 털어버렸다. 그들은 자기가 사냥꾼인 줄 알았지만 결국 그들은 사냥감에 불과했다. 이건 정말 9대 수진 가문의 굴욕이자 수치이다. “빨리 돌아가서 집부터 지킵시다. 가족과 재산이 모두 거기에 있어요!”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다급히 매복한 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가려는 길목에서, 갑자기 수많은 로켓탄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3킬로미터밖에는 이보향의 장갑 부대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고 포탄이 연이어 터졌다. “마음껏 즐기세요. 명왕님이 준비한 포위망을.” 이보향은 뒷짐을 진 채 싸늘한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으악! 함정에 빠졌다!” “방어! 방어!” 9대 수진 가문은
“예강호가 도망쳤다!” 청천벽력에 사람들은 일제히 모골이 송연해지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말도 안 돼요. 예강호는 절대 혼자 도망칠 수가 없어요. 분명 누군가가 도와준 게 틀림없어요! 대체 누구야!”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중에서 그들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나지.” 이때, 엄진우가 한 구석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오늘 밤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다들 이렇게 나와계실까요? 어머, 게다가 몸에 피까지 묻히고...” 그러자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즉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엄진우! 네가 감히 나타나?” 그들은 그제야 또 한 번 엄진우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엄진우는 애초에 사형수들이 그들을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단지 주의를 돌리고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예강호가 도망친 건 상관없어. 어차피 그놈은 너라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일 뿐이니까. 이제 네가 나타났으니 예강호는 더는 필요 없어.” 운씨 가문 대표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외쳤다. “우리 운씨 가문의 운천명은 홍의회에서 너한테 죽임을 당했지. 오늘 그 원수도 갚아줄 거야.” 마씨 가문 대표도 분노하며 말했다. “우리 마씨 가문의 마정미도 너 때문에 수십 명의 쓰레기들한테 강제로 추행당했어. 그래서 이 원한을 우리 마씨 가문은 뼛속 깊이 새겨두었지.” “여러분, 정보에 따르면 이놈의 수련은 대략 두 명의 지존종사 수준이에요.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아홉 명의 지존종사가 있어요.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이놈은 쉽게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린 채 그들을 비웃었다. “오호. 떼로 덤비시겠다.” “무식한 것. 우리 9대 수진 가문은 평소에 작은 일로 다툴지언정, 큰일에서는 절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아. 힘을 합쳐 적을 물리치는 것이 우리의 신조야.” 운씨 가문 대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다른 여덟 가문 대표도 일제히 찬
엄진우는 팔짱을 깬 채 흥미진진한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최담비 덕분에 9대 수진 가문의 내부 갈등을 알게 되었지.”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평소에는 아무도 드러내지 않는 비밀들을 하나둘씩 밝혀내면 모두가 평정심을 잃기 마련이다. 9대 수진 가문의 대표는 긴말 없이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이것 또한 엄진우의 예상에 적중했다. 직접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병사가 가장 좋은 병사라고 했다. 엄진우는 여전히 몰래 숨어있는 뷔젠트를 경계하고 있기에 되도록 이들과의 정면 대결로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걸 피하고 싶었다. 엄진우가 막 떠나려는 그때, 9대 수진 가문의 대표는 다시 그를 에워쌌다. 그들은 하나같이 코피를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우리의 싸움은 잠시 접어두고 이 자식부터 처리하죠. 아니면 오늘 밤 우리는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이놈의 좋은 일만 하는 거죠.” 아홉 사람은 엄진우를 상대하려고 다시 손을 잡았다. 엄진우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당신들을 과소평가했군.” “말이 필요 없어요. 일단 힘을 합쳐서 이놈을 죽인 후 내부 문제는 다시 해결토록 합시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기세등등하게 엄진우를 에워싸려 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물결처럼 밀려왔다. “성부 차량이군요.” “성부 대부대가 온 듯합니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성총리는 우리 편인데 뭐가 무서워서 그래요? 마침 잘 왔네요. 이놈을 상대할 조력자가 생겼으니. 이제 이놈은 도망갈 기회도 없어요.” 그들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9대 수진 가문과 성부는 서로 협력하고 견제하는 관계이다. 성부는 지역의 안전을 위해 9대 수진 가문과 공공연히 혹은 비밀리에 많은 협력을 해왔다. 이때 성총리 황덕진이 깔끔한 차림새로 승합차에서 천천히 내려오더니 성큼성큼 걸어왔다. “소식을 듣고 엄진우 이놈을 잡는 데 도움을 주려고 온 건가요?”
양쪽 세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는데 피비린내 나는 정도는 아까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한쪽에서 구경하고 있던 엄진우는 오히려 아직도 재미가 덜하다고 생각해 소리 없이 돌멩이 세 개를 주워들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니까 좀 더 미쳐보라고. 그래야 성안의 죽은 물을 살릴 수 있지.” 그는 팔을 세게 휘둘러 돌멩이를 던졌고 그것들은 순식간에 별똥별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퍽! 순간 세 대표의 머리는 그 자리에서 터져버려 비참한 몰골이 되었다. “기습인 건가? 황덕진 이놈이 우릴 죽이려 드는군!” 기타 몇몇 대표들은 이를 보고 분노가 치솟았다. “다들 진지하게 싸우세요! 반드시 죽여야 해요!” 마침내 대규모 전쟁이 터졌다. 혼란 속에서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독고준이 이미 부하를 시켜 예강호를 안정시켰다. 예강호는 족쇄를 풀고 음식과 물을 보충해 어느 정도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형님, 고생시켜서 미안해요.” 엄진우가 슬픈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비록 죽다 살아났지만 예강호의 호탕한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는 힘차게 엄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농담도 참. 살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바로 진우 너 같이 의리 있는 영웅을 만난 거야. 난 친구가 많지만 정작 일이 생기니 나서주는 친구가 하나도 없더군. 하지만 진우 동생은 9대 수진 가문과 드래곤 크루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날 구하러 와줬지. 이 은혜는 내가 평생 기억할 거야.” 예강호는 진심을 담에 엄진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엄진우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성부는 완전히 변할 거예요. 그리고 9대 수진 가문 역시 크게 다치겠죠. 형님, 혹시 계획이라도 있으세요?” 그러자 예강호는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드래곤 크루의 시천민은 반드시 죽여야 해. 놈은 내 오랜 부하들을 모두 죽였어. 그놈만 아니었다면 내가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거야.” 엄진우는
강남성 명의상 최고 관원이 거리에서 9대 수진 가문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건 말 그대로 도발이다.이로써 세속 세력과 무도 세력 간의 협력이 종지부를 짓게 되었다. 성부는 바로 수배령을 내렸고 제경에서도 개입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하여 9대 수진 가문은 한동안 자아분열에 빠져 갈등에 휘말렸다. 그리고 오늘, 9대 수진 가문의 본부인 중해 빌딩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드래곤 크루 리더 시천민.제일 꼭대기 층은 시체가 널브러져 피바다가 되었다. “단독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당신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시천민은 혼자서 중해 빌딩의 모든 경비를 죽이고 꼭대기 층까지 뚫고 들어왔다. 꼭대기 층 경비는 모두 내력종사 이상이지만 시천민은 그들을 쉽게 처리한 채 9대 가문 가주들 앞에 당당히 섰다. 구대 가문 가주들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 “시천민, 당신이 드래곤 크루의 리더라고 해서 우리까지 함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9대 수진 가문은 강남성에서 이미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가문이야. 왕조가 바뀌어도 당신은 우리를 건드릴 수 없어. 당신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천민에게 맞서려던 마씨 가문 가주는 시천민으로 인해 몸통 절반이 날아가 버렸고 상반신이 그대로 터져 피와 살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사람들은 놀라서 사색이 되었다. “사람이 죽었어!” 천하의 마씨 가문 가주가, 지존종사 레벨의 강자가... 시천민의 작은 공격 한 번에 목숨을 잃다니. 대체 이 사람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난 왜 나한테 알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냐고 물으러 온 거야. 똑바로 대답해.” 시천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잊지 마. 난 전신도 죽일 수 있는 사람이야. 당신들 9대 수진 가문의 체면이 나한테 소용이 있다고 생각해?” 남은 사람들은 즉시 제자리에 얼어붙은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자 시천민은 의자에 앉아 그들을 비웃었다. “모든 걸 혼자 가로채려고 내 명령에 따르지 않은 거지? 하지만 당신들
순간 시천민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당신 뷔젠트 사람이네.” 시천민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은 번개처럼 주먹을 휘둘러 맞붙기 시작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전체 층의 바닥이 무너지고 천장이 뚫리며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서로 응시했고 삿갓을 쓴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미션 완료.” 시천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부드득. 순간 시천민은 온몸의 뼈가 부스러지더니 그대로 자빠져 버렸다. 풉! 시천민은 피를 토하더니 이내 팔다리가 먼저 부러지더니 점차 상반신이 허리에서 끊어지며 피를 뿜어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의식으로 삿갓을 쓴 남자를 바라보며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이것이 바로 제경 상층에서 소문이 자자한 해외 최대의 마피아 조직, 뷔젠트이다. 상대의 한 방도 막아내지 못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강남 최강자를 처리했으니 강남을 파괴하는 건 시간 문제겠네.” 삿갓을 쓴 남자는 시천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혼자 웃으며 말했다. “강남이 무너지면 용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 중심지를 잃게 될 거고 나라의 힘은 크게 줄어들겠지. 하... 강남 최강자가 고작 이 정도 실력이라니. 이번 미션은 너무 쉬웠어. 보너스 쉽게 얻게 생겼네.” 그는 뒤돌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몇 초는 더 살 수 있을 거야. 인간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즐겨. 그럼 난 이만 간다...” 말을 마친 그는 바로 뒤돌아섰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시천민의 말은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하! 미안하지만 강남 최강자는 내가 아니야.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지. 뷔젠트는 바보 조직인가?” 그러자 상대는 싸늘한 표정으로 뒤돌아서서 물었다. “그게 누구지?” 시천민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기다려. 그 재앙 같은 남자가 직접 당신들을 파괴하러 찾아갈 거야.” “그래서 그게 누군데!” 상대는 화가 나서 시천민의 목을
이건 그냥 묵인인가? 엄진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좋아.” 그러더니 바로 침대에 누워 팔다리를 쭉 펼쳤다. 잠시 후. 깔끔한 포니테일에 핑크색 간호사 옷을 입은 조연설은 엄진우의 몸에 다리를 올리더니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의 몸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어디부터 치료할까요, 환자분?” 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 “비뇨기 문제로 찾아왔는데, 직접 봐주실래요?” 그러자 조연설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엄진우 당신 너무 야한 거 아니야? 내가 만졌으면 좋겠어?” 그러자 엄진우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게 만지는 건가? 치료하는 거지. 환자의 병을 봐주는데 뭐가 문제야.” “당신 같은 변태는 처음 봐.” 조연설은 경멸스럽다는 표정으로 중지를 치켜세웠지만 이내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그녀의 손가락은 천천히 엄진우의 배를 간지럽히다 소중한 그곳까지 이동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예우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엄진우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예우림이야. 잠깐만 멈춰줘.” 엄진우의 말에 조연설도 행동을 멈췄다. “그래, 예 대표.” 엄진우는 억지로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별 문제 없어. 9대 수진 가문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으니 당분간은 우릴 상대할 시간이 없을 거야.” “어디냐고? 아, 나 지금 밖에서 형님 상처 치료해 주고 있어. 뭐라고? 전화 바꾸라고? 켁켁, 형님이 그동안 9대 수진 가문에 너무 시달려서 성대가 다 망가졌더라고.” 엄진우는 이 상황에 예우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올 것은 생각도 못 했다. 하여 급한 마음에 거짓말을 꾸며냈다. 만약 지금 조연설과 함께 있는 것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엄진우는 끝장이다. 하지만 예우림이 그걸 쉽게 믿을 리가 없었다. 이때 가까이 있는 조연설이 갑자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엄진우의 아랫배를 꽉 눌렀고 깜짝 놀란 엄진우는 눈알이 곧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다급히 조연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흥!” 그러자 조연
“지금 사과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 엄진우 입가의 웃음은 점점 커졌다. “꺄악! 엄진우!” 반 시간 후, 조연설은 거의 기어가듯이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었고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으며 말했다. “내가 좀 심했나? 미안해, 조연설. 다음엔 부드럽게 해 줄게.” “다음? 다음은 없어! 당장 꺼져! 나쁜 자식!” 조연설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더니 욕실 문을 닫아버렸다. 엄진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그럼 푹 쉬어. 난 회사로 나갈 거야.” 요즘 그는 큰일 때문에 회사 업무는 전부 소지안에게 떠맡겼다. 생각해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회사 대표는 분명 그인데 부대표에게 전부 떠넘기다니,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다. 게다가 성안 지사가 점점 완성됨에 따라 업무도 점점 더 바빠지고 새로운 얼굴도 점점 더 많아졌다.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회사 확장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고? 그는 곧장 소지안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소지안은 거의 키보드가 부서질 정도로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엄진우가 문을 두드리자 소지안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침엔 바빠서 아무도 못 만난다고 했잖아. 이런 일은 그냥 홍보팀에 맡겨!” 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포함돼?” 그러자 소지안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우 씨? 회사엔 어쩐 일이야? 단씨 가문과의 일은 잘 해결했어?” “그까짓 일은 진작 해결했지.” 엄진우는 팔짱을 낀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점점 대표다운 느낌이 나네. 지안 씨한테서 예우림의 그림자가 보여.” 일에 몰두하는 소지안의 옆모습은 정말 천하무적이었다. 심지어 침대에서보다 더 예뻤다. 소지안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누굴 놀려? 이 회사 대체 누구 거야? 왜 부대표인 내가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이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는데! 게다가 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