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조연설이 지내는 곳. 조연설은 새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오늘 밤은 아주 중요해. 그러니 절대 겁먹지 말자. 9대 수진 가문 사람들에게 얕보이지 말아야 해.” 협상도 기세가 중요한 법이다. 마음을 가다듬은 뒤, 휴대폰을 꺼내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만 들려왔다.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야. 분명 오늘 밤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왜 이 중요한 순간에 연락이 안 되는 거지?” 9대 수진 가문은 벌써 도착해 있고 그들은 엄진우와 조연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가야겠어.” 문을 나서는 순간, 그제야 그녀는 자기가 포위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조연설 씨, 안녕하세요.” 독고준은 신사답게 인사를 건넸다. 검은 정장을 입은 부하들은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층층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 “강남 지하 황제 독고준? 지금 뭐 하는 짓이죠?” “조연설 씨, 오늘 밤은 어디도 가지 마시고 집에 조용히 계시는 게 좋겠네요.” 독고준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러자 조연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날 감금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설마 누구한테 매수당하고 엄진우를 배신한 건가요?” 그러자 독고준은 놀라운 말을 꺼냈다. “죄송하지만, 엄진우 님의 명령입니다.” 조연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독고준을 바라봤다. “왜죠?” ... 같은 시각, 달빛이 비추는 외곽의 고급 레스토랑. 강남 최고의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부유하고 강력한 기세로 레스토랑 직원들을 숨 막히게 했다. 하여 직원들은 음식을 올리자마자 바로 숨을 곳을 찾아 몸을 숨겼다. 아홉 명의 대표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사람은 다 준비했겠죠?” “하하! 해보면 알겠죠.” 그중 한 사람이 손뼉을 치자 레스토랑 밖에 미리 매복했던 삼천 명의 죽음의 병사들이 일제히 일어섰는
“그러니까요. 조연설 그년이 약속 시간에 맞춰 꼭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누군가 다급히 조연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순간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리가 조연설 그년에게 속은 건가요?” “단호한 모습이 거짓말 같지 않았어요.” “이러다 두 사람이 여길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공들여 짠 이 계획은 모두 헛수고가 될 거예요.” 감히 9대 수진 가문을 속인다고? 말도 안 돼! 바로 이때, 사람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휴대폰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동시에 울리지는 거지? “그래, 무슨 일인데?” “오늘 중요한 날인 걸 몰라서 그래? 별일 없으면 이만 끊어!” 하지만 찰나의 순간, 사람들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엄진우가 중해 빌딩을 급습했습니다. 9대 수진 가문의 경호원 중 70%는 죽고 20%는 도망갔으며 10%는 항복한 상태입니다. 9대 수진 가문의 본부도 다양한 정도의 공격을 받았고 사상자가 아주 많습니다.” “큰일 났어요! 우리가 오히려 당했어요!” 9대 가문 대표들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엄진우는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대신 이 시간을 이용해 9대 수진 사문의 정예들을 끌어내고 그들의 본거지를 털어버렸다. 그들은 자기가 사냥꾼인 줄 알았지만 결국 그들은 사냥감에 불과했다. 이건 정말 9대 수진 가문의 굴욕이자 수치이다. “빨리 돌아가서 집부터 지킵시다. 가족과 재산이 모두 거기에 있어요!”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다급히 매복한 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가려는 길목에서, 갑자기 수많은 로켓탄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3킬로미터밖에는 이보향의 장갑 부대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고 포탄이 연이어 터졌다. “마음껏 즐기세요. 명왕님이 준비한 포위망을.” 이보향은 뒷짐을 진 채 싸늘한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으악! 함정에 빠졌다!” “방어! 방어!” 9대 수진 가문은
“예강호가 도망쳤다!” 청천벽력에 사람들은 일제히 모골이 송연해지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말도 안 돼요. 예강호는 절대 혼자 도망칠 수가 없어요. 분명 누군가가 도와준 게 틀림없어요! 대체 누구야!”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중에서 그들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나지.” 이때, 엄진우가 한 구석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오늘 밤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다들 이렇게 나와계실까요? 어머, 게다가 몸에 피까지 묻히고...” 그러자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즉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엄진우! 네가 감히 나타나?” 그들은 그제야 또 한 번 엄진우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엄진우는 애초에 사형수들이 그들을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단지 주의를 돌리고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예강호가 도망친 건 상관없어. 어차피 그놈은 너라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일 뿐이니까. 이제 네가 나타났으니 예강호는 더는 필요 없어.” 운씨 가문 대표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외쳤다. “우리 운씨 가문의 운천명은 홍의회에서 너한테 죽임을 당했지. 오늘 그 원수도 갚아줄 거야.” 마씨 가문 대표도 분노하며 말했다. “우리 마씨 가문의 마정미도 너 때문에 수십 명의 쓰레기들한테 강제로 추행당했어. 그래서 이 원한을 우리 마씨 가문은 뼛속 깊이 새겨두었지.” “여러분, 정보에 따르면 이놈의 수련은 대략 두 명의 지존종사 수준이에요.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아홉 명의 지존종사가 있어요.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이놈은 쉽게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린 채 그들을 비웃었다. “오호. 떼로 덤비시겠다.” “무식한 것. 우리 9대 수진 가문은 평소에 작은 일로 다툴지언정, 큰일에서는 절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아. 힘을 합쳐 적을 물리치는 것이 우리의 신조야.” 운씨 가문 대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다른 여덟 가문 대표도 일제히 찬
엄진우는 팔짱을 깬 채 흥미진진한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최담비 덕분에 9대 수진 가문의 내부 갈등을 알게 되었지.”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평소에는 아무도 드러내지 않는 비밀들을 하나둘씩 밝혀내면 모두가 평정심을 잃기 마련이다. 9대 수진 가문의 대표는 긴말 없이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이것 또한 엄진우의 예상에 적중했다. 직접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병사가 가장 좋은 병사라고 했다. 엄진우는 여전히 몰래 숨어있는 뷔젠트를 경계하고 있기에 되도록 이들과의 정면 대결로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걸 피하고 싶었다. 엄진우가 막 떠나려는 그때, 9대 수진 가문의 대표는 다시 그를 에워쌌다. 그들은 하나같이 코피를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우리의 싸움은 잠시 접어두고 이 자식부터 처리하죠. 아니면 오늘 밤 우리는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이놈의 좋은 일만 하는 거죠.” 아홉 사람은 엄진우를 상대하려고 다시 손을 잡았다. 엄진우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당신들을 과소평가했군.” “말이 필요 없어요. 일단 힘을 합쳐서 이놈을 죽인 후 내부 문제는 다시 해결토록 합시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기세등등하게 엄진우를 에워싸려 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물결처럼 밀려왔다. “성부 차량이군요.” “성부 대부대가 온 듯합니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성총리는 우리 편인데 뭐가 무서워서 그래요? 마침 잘 왔네요. 이놈을 상대할 조력자가 생겼으니. 이제 이놈은 도망갈 기회도 없어요.” 그들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9대 수진 가문과 성부는 서로 협력하고 견제하는 관계이다. 성부는 지역의 안전을 위해 9대 수진 가문과 공공연히 혹은 비밀리에 많은 협력을 해왔다. 이때 성총리 황덕진이 깔끔한 차림새로 승합차에서 천천히 내려오더니 성큼성큼 걸어왔다. “소식을 듣고 엄진우 이놈을 잡는 데 도움을 주려고 온 건가요?”
양쪽 세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는데 피비린내 나는 정도는 아까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한쪽에서 구경하고 있던 엄진우는 오히려 아직도 재미가 덜하다고 생각해 소리 없이 돌멩이 세 개를 주워들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니까 좀 더 미쳐보라고. 그래야 성안의 죽은 물을 살릴 수 있지.” 그는 팔을 세게 휘둘러 돌멩이를 던졌고 그것들은 순식간에 별똥별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퍽! 순간 세 대표의 머리는 그 자리에서 터져버려 비참한 몰골이 되었다. “기습인 건가? 황덕진 이놈이 우릴 죽이려 드는군!” 기타 몇몇 대표들은 이를 보고 분노가 치솟았다. “다들 진지하게 싸우세요! 반드시 죽여야 해요!” 마침내 대규모 전쟁이 터졌다. 혼란 속에서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독고준이 이미 부하를 시켜 예강호를 안정시켰다. 예강호는 족쇄를 풀고 음식과 물을 보충해 어느 정도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형님, 고생시켜서 미안해요.” 엄진우가 슬픈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비록 죽다 살아났지만 예강호의 호탕한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는 힘차게 엄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농담도 참. 살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바로 진우 너 같이 의리 있는 영웅을 만난 거야. 난 친구가 많지만 정작 일이 생기니 나서주는 친구가 하나도 없더군. 하지만 진우 동생은 9대 수진 가문과 드래곤 크루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날 구하러 와줬지. 이 은혜는 내가 평생 기억할 거야.” 예강호는 진심을 담에 엄진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엄진우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성부는 완전히 변할 거예요. 그리고 9대 수진 가문 역시 크게 다치겠죠. 형님, 혹시 계획이라도 있으세요?” 그러자 예강호는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드래곤 크루의 시천민은 반드시 죽여야 해. 놈은 내 오랜 부하들을 모두 죽였어. 그놈만 아니었다면 내가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거야.” 엄진우는
강남성 명의상 최고 관원이 거리에서 9대 수진 가문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건 말 그대로 도발이다.이로써 세속 세력과 무도 세력 간의 협력이 종지부를 짓게 되었다. 성부는 바로 수배령을 내렸고 제경에서도 개입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하여 9대 수진 가문은 한동안 자아분열에 빠져 갈등에 휘말렸다. 그리고 오늘, 9대 수진 가문의 본부인 중해 빌딩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드래곤 크루 리더 시천민.제일 꼭대기 층은 시체가 널브러져 피바다가 되었다. “단독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당신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시천민은 혼자서 중해 빌딩의 모든 경비를 죽이고 꼭대기 층까지 뚫고 들어왔다. 꼭대기 층 경비는 모두 내력종사 이상이지만 시천민은 그들을 쉽게 처리한 채 9대 가문 가주들 앞에 당당히 섰다. 구대 가문 가주들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 “시천민, 당신이 드래곤 크루의 리더라고 해서 우리까지 함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9대 수진 가문은 강남성에서 이미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가문이야. 왕조가 바뀌어도 당신은 우리를 건드릴 수 없어. 당신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천민에게 맞서려던 마씨 가문 가주는 시천민으로 인해 몸통 절반이 날아가 버렸고 상반신이 그대로 터져 피와 살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사람들은 놀라서 사색이 되었다. “사람이 죽었어!” 천하의 마씨 가문 가주가, 지존종사 레벨의 강자가... 시천민의 작은 공격 한 번에 목숨을 잃다니. 대체 이 사람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난 왜 나한테 알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냐고 물으러 온 거야. 똑바로 대답해.” 시천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잊지 마. 난 전신도 죽일 수 있는 사람이야. 당신들 9대 수진 가문의 체면이 나한테 소용이 있다고 생각해?” 남은 사람들은 즉시 제자리에 얼어붙은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자 시천민은 의자에 앉아 그들을 비웃었다. “모든 걸 혼자 가로채려고 내 명령에 따르지 않은 거지? 하지만 당신들
순간 시천민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당신 뷔젠트 사람이네.” 시천민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은 번개처럼 주먹을 휘둘러 맞붙기 시작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전체 층의 바닥이 무너지고 천장이 뚫리며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서로 응시했고 삿갓을 쓴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미션 완료.” 시천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부드득. 순간 시천민은 온몸의 뼈가 부스러지더니 그대로 자빠져 버렸다. 풉! 시천민은 피를 토하더니 이내 팔다리가 먼저 부러지더니 점차 상반신이 허리에서 끊어지며 피를 뿜어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의식으로 삿갓을 쓴 남자를 바라보며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이것이 바로 제경 상층에서 소문이 자자한 해외 최대의 마피아 조직, 뷔젠트이다. 상대의 한 방도 막아내지 못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강남 최강자를 처리했으니 강남을 파괴하는 건 시간 문제겠네.” 삿갓을 쓴 남자는 시천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혼자 웃으며 말했다. “강남이 무너지면 용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 중심지를 잃게 될 거고 나라의 힘은 크게 줄어들겠지. 하... 강남 최강자가 고작 이 정도 실력이라니. 이번 미션은 너무 쉬웠어. 보너스 쉽게 얻게 생겼네.” 그는 뒤돌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몇 초는 더 살 수 있을 거야. 인간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즐겨. 그럼 난 이만 간다...” 말을 마친 그는 바로 뒤돌아섰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시천민의 말은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하! 미안하지만 강남 최강자는 내가 아니야.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지. 뷔젠트는 바보 조직인가?” 그러자 상대는 싸늘한 표정으로 뒤돌아서서 물었다. “그게 누구지?” 시천민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기다려. 그 재앙 같은 남자가 직접 당신들을 파괴하러 찾아갈 거야.” “그래서 그게 누군데!” 상대는 화가 나서 시천민의 목을
이건 그냥 묵인인가? 엄진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좋아.” 그러더니 바로 침대에 누워 팔다리를 쭉 펼쳤다. 잠시 후. 깔끔한 포니테일에 핑크색 간호사 옷을 입은 조연설은 엄진우의 몸에 다리를 올리더니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의 몸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어디부터 치료할까요, 환자분?” 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 “비뇨기 문제로 찾아왔는데, 직접 봐주실래요?” 그러자 조연설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엄진우 당신 너무 야한 거 아니야? 내가 만졌으면 좋겠어?” 그러자 엄진우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게 만지는 건가? 치료하는 거지. 환자의 병을 봐주는데 뭐가 문제야.” “당신 같은 변태는 처음 봐.” 조연설은 경멸스럽다는 표정으로 중지를 치켜세웠지만 이내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그녀의 손가락은 천천히 엄진우의 배를 간지럽히다 소중한 그곳까지 이동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예우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엄진우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예우림이야. 잠깐만 멈춰줘.” 엄진우의 말에 조연설도 행동을 멈췄다. “그래, 예 대표.” 엄진우는 억지로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별 문제 없어. 9대 수진 가문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으니 당분간은 우릴 상대할 시간이 없을 거야.” “어디냐고? 아, 나 지금 밖에서 형님 상처 치료해 주고 있어. 뭐라고? 전화 바꾸라고? 켁켁, 형님이 그동안 9대 수진 가문에 너무 시달려서 성대가 다 망가졌더라고.” 엄진우는 이 상황에 예우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올 것은 생각도 못 했다. 하여 급한 마음에 거짓말을 꾸며냈다. 만약 지금 조연설과 함께 있는 것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엄진우는 끝장이다. 하지만 예우림이 그걸 쉽게 믿을 리가 없었다. 이때 가까이 있는 조연설이 갑자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엄진우의 아랫배를 꽉 눌렀고 깜짝 놀란 엄진우는 눈알이 곧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다급히 조연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흥!” 그러자 조연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