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엄진우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예정현의 승계는 원래 그가 주도한 일이었다.예흥성은 너무나 잔꾀를 부리기 좋아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그런 잔꾀를 부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총명한 사람은 그렇게 급히 수단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예우림이 놀라며 말했다.“이렇게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도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지? 혹시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그럴 리가. 예흥성 그 늙은 여우가 워낙 음흉하고 교활해서 이렇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엄진우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부인했다.“그 새 주인 예정현은 당신과 접촉했어?”“방금 예정현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에 대한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지지를 해준다고 했어.”예우림은 눈빛이 빛났다.“보아하니 예흥성보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자기가 세운 꼭두각시가 예우림에게 잘해주지 않을 리가 없었다.사실 창해시 예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은 엄진우에게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예우림의 강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예우림이 여전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걸 보니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 그래? 더 좋은 동맹을 얻게 되었는데 기쁘지 않아? 오늘은 요리하지 말고 밖에 나가 먹자. 축하하는 의미로.”그러나 예우림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엄진우, 방금 당신과 조연설의 대화를 다 들었어.”“그때 당신은 나 때문에 홍의회를 쓸어버리고 9대 수진 가문과 적이 되었어. 이제 그들이 복수를 하려는 거야?”엄진우는 순간 멍해졌다. 조연설의 방문은 당연히 예우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엿듣는 것도 당연했고 결국 숨길 수 없었다.“예 대표, 너무 자책하지 마. 당신의 사건은 단지 도화선일 뿐이야. 나와 9대 수진 가문 사이의 갈등은 그 정도뿐만 아니야...”“그러면 왜 조연설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녀는 화가 나면서도 두려웠다. 그러더니 눈가가 저도 모르게 촉촉해졌다.“안 돼. 내가 살아있는 한 엄진우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혼자서 어떻게 9대 수진 가문과 싸울 수 있겠어.”상대는 성안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 9대 수진 가문이다.각 가문의 뒤에는 강남성에서 순위권에 드는 무도종사들이 있다고 들었다.매 세대 강남성 무도랭킹 20위 안에 드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9대 수진 가문에 있다.더구나 은거하고 있는 무도 괴물들은 강남성 무도 순위를 훨씬 능가하는 강자들이다.“하지만 지금 성안에서 누가 9대 수진 가문을 막을 수 있을까?”예우림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드래곤 크루? 안 돼. 엄진우는 이미 드래곤 크루를 완전히 적으로 만들었어.성부도 안 될 거야. 가진 인맥만으로 9대 수진 가문과 맞서게 할 수 없어.“사실 한 사람이 더 있었어.”문득 예우림은 깨달음을 얻은 듯 머리를 치며 말했다.“북강 공주 오윤하!”하지만 오윤하는 그녀의 라이벌인데...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강한 예우림이 그 교만하고 성격이 더러운 오윤하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고민 후 그녀는 결심을 하고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어쨌든 지금 엄진우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해. 그에 비하면 체면 같은 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아.”오윤하는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져서 예우림 같은 평범한 사업가가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하지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강남성의 갑부 금복생이다.예우림은 적극적으로 전화를 걸어 부탁했고 금복생은 자기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어렵게 오윤하와 연락이 닿았다.......성안 시 중심에 위치한 어느 한 별장에서 오윤하는 화려한 수영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우아하게 수영장 옆 파라솔 아래에 누워 있었다.그리고 예우림은 그녀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오윤하는 집사가 건네준 고급 과자를 받아 한 입 물어뜯고는 옆의 개한테 던져줬다.집사는 즉시 눈치채고 말했다.“아가씨, 혹시 새로 온 미
“단 이 일이 나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면요.” 오윤하는 교활하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순간 예우림은 심장이 철렁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이득을 원하죠?” “간단해요. 엄진우 옆에서 떨어져요. 가능하다면 영원히 사라지는 게 좋겠네요.” 오윤하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뭐라고요?” 예우림은 마치 천둥에 맞은 듯 몸을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예상을 벗어난 요구지만 일리 있는 요구였다. “엄진우는 내 남자예요. 난 그 사람이 완전히 내 남자가 되길 바랄 뿐이죠.” 오윤하는 턱을 괴고 말했다. “예우림 씨는 나한테 너무 큰 위협이죠. 이번에 도움을 줬다고 하더라도 그 멍청한 남자는 나한테 고마워하지 않아요. 예우림 씨가 떠나지 않는 한.” 예우림은 깊은 고민에 빠진 채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엄진우를 구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엄진우를 떠나면 확실히 구해줄 수 있어요?” 예우림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물론이죠. 겨우 9대 수진 가문 따위, 난 안중에도 두지 않아요. 그들은 단지 강남에서만 설쳐댈 수 있을 뿐, 북강에서는 악취 나는 벌레 취급도 못 받아요.” 오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그녀는 속으로 많이 놀랐다. 예우림이 여태 엄진우의 진짜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니. 그렇지 않았다면 직접 찾아왔을 리가 없었다.풉, 보아하니 엄진우 마음속에서 예우림의 지위도 별로 높지 않은 것 같군. 예우림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좋아요. 그렇게 할 게요.” 오윤하는 살짝 놀라웠다. “이렇게 쉽게 찬성한다고요? 흥정은 안 하고요?” “필요 없어요. 엄진우만 살릴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어요.” 예우림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평온하게 말했다. “다만... 내가 떠난다고 해서 오윤하 씨가 그 남자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해요? 그 남자에게는 여자가 나 하나뿐이 아니에요.” 예우림의 도발적인 말에 오윤하는 안색이 일그러졌다. “그건 예우림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나
예우림은 태연하게 말했다. “좋아요. 오윤하 씨의 술, 고맙게 받죠. 하지만 머리에 끼얹는 건 별로니 그냥 마셔도 괜찮겠죠?” 말을 마친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상대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아 뚜껑을 열었다. 오윤하는 순간 당황했다. “30년 된 술을 단숨에 마시겠다고요?” 이렇게 독한 술을... 술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마시지는 않을 텐데. 만약 이걸 다 마시면 구급차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자 예우림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왜요? 내가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엄진우가 당신을 원망할까 봐 두려운가요?” 그러자 오윤하는 순간 화를 내며 말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 줄게요.” 오윤하는 고개를 돌려 부하직원에게 명령했다. “내 주치의한테 연락해서 팀원들 전부 데리고 오라고 해. 마시다가 쓰러지면 응급조치해서라도 끝까지 다 마시게 해!” 오윤하의 눈에는 전에 없던 분노가 치솟았다. “죽고 싶어요? 그렇다면 내가 친히 도와주도록 하죠.” 예우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먼저 쓰러지는지 두고 보죠.” 예우림은 바로 고개를 들어 올리고 술병을 입에 댔다. 이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그녀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았다. 꿀꺽꿀꺽! 엄진우는 술병을 빼앗아 단숨에 마셔버렸다. “엄진우!” 두 여자는 동시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 온 거지? “술 좋네. 북강에서 공수해 온 30년 된 술이라, 정말 그리운 맛이군.” 엄진우는 2초 만에 한 병을 다 마셔버리고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이런 좋은 일은 나한테 알려줘야지. 술도 마시고 여자들의 싸움도 구경하고, 얼마나 재밌어.” 예우림과 오윤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예우림이 물었다. “여긴 왜 왔어?” “금 회장님이 바보야? 오윤하를 찾는 이런 큰일을 나한테 말 안 했겠어?” 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난 당신이 오윤하를 찾을 줄 생각도 못 했어. 그런데 오윤하,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오
늦은 밤, 조연설이 지내는 곳. 조연설은 새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오늘 밤은 아주 중요해. 그러니 절대 겁먹지 말자. 9대 수진 가문 사람들에게 얕보이지 말아야 해.” 협상도 기세가 중요한 법이다. 마음을 가다듬은 뒤, 휴대폰을 꺼내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만 들려왔다.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야. 분명 오늘 밤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왜 이 중요한 순간에 연락이 안 되는 거지?” 9대 수진 가문은 벌써 도착해 있고 그들은 엄진우와 조연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가야겠어.” 문을 나서는 순간, 그제야 그녀는 자기가 포위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조연설 씨, 안녕하세요.” 독고준은 신사답게 인사를 건넸다. 검은 정장을 입은 부하들은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층층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 “강남 지하 황제 독고준? 지금 뭐 하는 짓이죠?” “조연설 씨, 오늘 밤은 어디도 가지 마시고 집에 조용히 계시는 게 좋겠네요.” 독고준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러자 조연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날 감금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설마 누구한테 매수당하고 엄진우를 배신한 건가요?” 그러자 독고준은 놀라운 말을 꺼냈다. “죄송하지만, 엄진우 님의 명령입니다.” 조연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독고준을 바라봤다. “왜죠?” ... 같은 시각, 달빛이 비추는 외곽의 고급 레스토랑. 강남 최고의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부유하고 강력한 기세로 레스토랑 직원들을 숨 막히게 했다. 하여 직원들은 음식을 올리자마자 바로 숨을 곳을 찾아 몸을 숨겼다. 아홉 명의 대표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사람은 다 준비했겠죠?” “하하! 해보면 알겠죠.” 그중 한 사람이 손뼉을 치자 레스토랑 밖에 미리 매복했던 삼천 명의 죽음의 병사들이 일제히 일어섰는
“그러니까요. 조연설 그년이 약속 시간에 맞춰 꼭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누군가 다급히 조연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순간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리가 조연설 그년에게 속은 건가요?” “단호한 모습이 거짓말 같지 않았어요.” “이러다 두 사람이 여길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공들여 짠 이 계획은 모두 헛수고가 될 거예요.” 감히 9대 수진 가문을 속인다고? 말도 안 돼! 바로 이때, 사람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휴대폰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동시에 울리지는 거지? “그래, 무슨 일인데?” “오늘 중요한 날인 걸 몰라서 그래? 별일 없으면 이만 끊어!” 하지만 찰나의 순간, 사람들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엄진우가 중해 빌딩을 급습했습니다. 9대 수진 가문의 경호원 중 70%는 죽고 20%는 도망갔으며 10%는 항복한 상태입니다. 9대 수진 가문의 본부도 다양한 정도의 공격을 받았고 사상자가 아주 많습니다.” “큰일 났어요! 우리가 오히려 당했어요!” 9대 가문 대표들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엄진우는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대신 이 시간을 이용해 9대 수진 사문의 정예들을 끌어내고 그들의 본거지를 털어버렸다. 그들은 자기가 사냥꾼인 줄 알았지만 결국 그들은 사냥감에 불과했다. 이건 정말 9대 수진 가문의 굴욕이자 수치이다. “빨리 돌아가서 집부터 지킵시다. 가족과 재산이 모두 거기에 있어요!”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다급히 매복한 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가려는 길목에서, 갑자기 수많은 로켓탄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3킬로미터밖에는 이보향의 장갑 부대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고 포탄이 연이어 터졌다. “마음껏 즐기세요. 명왕님이 준비한 포위망을.” 이보향은 뒷짐을 진 채 싸늘한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으악! 함정에 빠졌다!” “방어! 방어!” 9대 수진 가문은
“예강호가 도망쳤다!” 청천벽력에 사람들은 일제히 모골이 송연해지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말도 안 돼요. 예강호는 절대 혼자 도망칠 수가 없어요. 분명 누군가가 도와준 게 틀림없어요! 대체 누구야!”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중에서 그들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나지.” 이때, 엄진우가 한 구석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오늘 밤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다들 이렇게 나와계실까요? 어머, 게다가 몸에 피까지 묻히고...” 그러자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즉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엄진우! 네가 감히 나타나?” 그들은 그제야 또 한 번 엄진우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엄진우는 애초에 사형수들이 그들을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단지 주의를 돌리고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예강호가 도망친 건 상관없어. 어차피 그놈은 너라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일 뿐이니까. 이제 네가 나타났으니 예강호는 더는 필요 없어.” 운씨 가문 대표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외쳤다. “우리 운씨 가문의 운천명은 홍의회에서 너한테 죽임을 당했지. 오늘 그 원수도 갚아줄 거야.” 마씨 가문 대표도 분노하며 말했다. “우리 마씨 가문의 마정미도 너 때문에 수십 명의 쓰레기들한테 강제로 추행당했어. 그래서 이 원한을 우리 마씨 가문은 뼛속 깊이 새겨두었지.” “여러분, 정보에 따르면 이놈의 수련은 대략 두 명의 지존종사 수준이에요.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아홉 명의 지존종사가 있어요.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이놈은 쉽게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린 채 그들을 비웃었다. “오호. 떼로 덤비시겠다.” “무식한 것. 우리 9대 수진 가문은 평소에 작은 일로 다툴지언정, 큰일에서는 절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아. 힘을 합쳐 적을 물리치는 것이 우리의 신조야.” 운씨 가문 대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다른 여덟 가문 대표도 일제히 찬
엄진우는 팔짱을 깬 채 흥미진진한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최담비 덕분에 9대 수진 가문의 내부 갈등을 알게 되었지.”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평소에는 아무도 드러내지 않는 비밀들을 하나둘씩 밝혀내면 모두가 평정심을 잃기 마련이다. 9대 수진 가문의 대표는 긴말 없이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이것 또한 엄진우의 예상에 적중했다. 직접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병사가 가장 좋은 병사라고 했다. 엄진우는 여전히 몰래 숨어있는 뷔젠트를 경계하고 있기에 되도록 이들과의 정면 대결로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걸 피하고 싶었다. 엄진우가 막 떠나려는 그때, 9대 수진 가문의 대표는 다시 그를 에워쌌다. 그들은 하나같이 코피를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우리의 싸움은 잠시 접어두고 이 자식부터 처리하죠. 아니면 오늘 밤 우리는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이놈의 좋은 일만 하는 거죠.” 아홉 사람은 엄진우를 상대하려고 다시 손을 잡았다. 엄진우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당신들을 과소평가했군.” “말이 필요 없어요. 일단 힘을 합쳐서 이놈을 죽인 후 내부 문제는 다시 해결토록 합시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기세등등하게 엄진우를 에워싸려 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물결처럼 밀려왔다. “성부 차량이군요.” “성부 대부대가 온 듯합니다.” 9대 수진 가문 대표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성총리는 우리 편인데 뭐가 무서워서 그래요? 마침 잘 왔네요. 이놈을 상대할 조력자가 생겼으니. 이제 이놈은 도망갈 기회도 없어요.” 그들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9대 수진 가문과 성부는 서로 협력하고 견제하는 관계이다. 성부는 지역의 안전을 위해 9대 수진 가문과 공공연히 혹은 비밀리에 많은 협력을 해왔다. 이때 성총리 황덕진이 깔끔한 차림새로 승합차에서 천천히 내려오더니 성큼성큼 걸어왔다. “소식을 듣고 엄진우 이놈을 잡는 데 도움을 주려고 온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