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야? 지금 갈게.”엄진우는 이 순간 여동생이 가족의 동반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자금 보행 거리야. 위치 보낼게.”“알았어. 여기서 멀지 않아. 십 분 정도면 도착해.”엄진우는 휴대폰을 비행 모드로 설정했다.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자금 보행 거리는 인터넷 유명 명소로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젊은 연인들과 대학생들이 많았다.엄진우는 금세 사람들 사이에서 캐주얼한 옷차림에 마스크를 쓴 엄혜우를 찾았다.눈이 빨개진 걸 보니 많이 울었던 것이 분명했다.엄혜우는 고급 명품 가게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며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파란색 핸드백에 눈길을 빼앗겼고 무심결에 말했다.“정말 예쁜 가방이네.”과거 도나은이 예쁜 가방을 종종 집에 가져왔던 것이 그녀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매장 직원은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가방이 마음에 드시나요?”엄혜우는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냥 예쁘다고 생각한 거지... 다른 뜻은 없어요.”매장 직원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가방을 진열대에서 꺼내며 말했다.“예쁘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하는 거잖아요?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만져봐야 품질을 알 수 있어요. 이 가방은 에르메스의 최신 모델이에요. 악어가죽으로 만든 유선형 디자인에 해외에서 상도 받았답니다.”그녀는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게다가 수입 소라 진주를 박아 넣었는데 생산량이 아주 적어서 우리 강남성에서는 단 30개만 판매하고 있답니다. 촉감이 어떤지 한 번 느껴보세요.”매장 직원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엄혜우는 매장 직원의 열정적인 권유에 못 이겨 손으로 만져보았고 정말 마음에 들었다.“마음에 드시나요? 마음에 드시면 사세요! 최근 할인 행사가 있어서 3% 할인 가능해요!”매장 직원은 더 열심히 판매에 힘썼다.엄혜우는 가격표를 보았고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1,360만!세상에! 몇 년 동안 알바를 해도 이 돈을 벌지 못하겠어.그녀는 즉시 손을 떼며 말했
매장 직원은 순간 당황하여 하려던 막말을 삼켰다.“빨리 결제해.”엄진우는 무표정하게 말했다.“오빠!”엄혜우는 기뻐하며 말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네가 기분이 안 좋다니까 오빠가 빨리 올 수밖에 없지.”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매장 직원은 여전히 경멸했다.“당신이 오빠라고? 당신 여동생이 돈도 없으면서 값비싼 물건을 건드렸어요. 당신이 대신 돈 낼 수 있어요?”“카드 긁으면 알 거 아냐.”엄진우는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살게.”엄혜우는 주저하며 말했다.“오빠, 이 가방 엄청 비싸.”“걱정 마!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데 얼마나 비싸든 내가 사줄게.”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순간 포스기 숫자를 본 매장 직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고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고객님, 죄송합니다. 방금 목소리가 너무 높았죠?”그녀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아첨하는 얼굴로 말했다.“고객님, 이 가방 확실히 사실 건가요? 저희 가게에는 더 좋은 상품도 있는데 다른 것도 고려해 보시겠어요?”엄진우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냥 이걸로 할게. 포장해.”“네! 바로 포장해 드리겠습니다.”매장 직원은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가난한 오빠라면 별로 기대하지 않았을 텐데 이 사람의 카드 금액은 자금 보행 거리 전체를 열 개라도 사는 데 충분할 정도였다.이런 큰손을 만나다니 정말 의외의 기쁨이었다.엄혜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빠 진짜 돈 많아?”엄진우는 다정하게 엄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당연하지! 오빠가 이래 봬도 한 회사의 대표인데 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고객님, 가방 포장되었습니다.”매장 직원은 에르메스 가방을 정교하게 포장해 두 손으로 건넸다.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방금 손으로 이 가방 만졌지?”매장 직원은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만지지 않으면 어떻게 포장해 드리겠습니까?”“네가 손으로 만져서 내 가방이 더러워졌군. 6백만 원 배상해.”엄진우는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매장 직원은
매니저는 엄진우를 차갑게 쳐다보며 비웃었다.“겁도 없군! 이 근처 사람들에게 내가 예전에 뭘 하던 사람인지 한번 물어봐. 이 보행 거리 전체 매장의 보호비는 내가 다 받고 있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아, 알겠어. 좋게 말하면 이 거리 보호자고 나쁘게 말하면 깡패라는 거지?”이 말을 들은 엄혜우는 상황이 심각해졌음을 깨닫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오빠! 가방은 필요 없어. 우리 그냥 가자.”“하하! 그냥 가려고? 너무 늦었어! 꽤 용감하군.”구기광은 갑자기 비웃으며 말했다.“가서 600만 원 현금 가져와.”매장 직원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매니저님, 정말로 돈을 주시겠다고요?”구기광은 갑자기 한 손으로 직원의 머리를 잡고 카운터에 세게 부딪쳐 강화유리를 모두 깨뜨렸다.직원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질렀다.“매니저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문제를 일으킨 너 때문에 내가 뒤처리를 하게 생겼어. ”구기광은 역시 독한 놈이었다. 이 한 수만으로 바로 엄혜우를 놀래켜서 심장이 몇 배나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그는 피투성이가 된 지폐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여기 600만이 있어. 네가 이 돈을 가져갈 용기가 있다면 가져가 봐. 장담하는데. 넌 이 돈을 들고 이 거리를 나갈 수 없어.”그는 엄진우와 엄혜우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준다고 해도 너희가 가져갈 수 있겠어?”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그 돈을 번개같이 자기의 주머니에 넣었다.“당연히 가져가야지. 공짜로 준다는데 왜 안 받아?”엄혜우는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랐다.바보 같은 오빠야! 저 사람은 우리를 협박하고 있어. 이렇게 대놓고 돈을 가져가면 어떻게 해. 이건 창피를 주는 거 자나.구기광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웃으며 박수를 쳤다.“좋아, 좋아. 정말 용감해. 가봐! 조심해, 길에서 죽지 않도록.”엄진우는 무표정하게 엄혜우를 데리고 나갔다.엄혜우는 너무 놀라 심장이 쿵쾅거렸다.“오빠, 빨리 뛰자. 일단 이 거리를 벗어나고 보자. 저 매니저가 반드시 사람을 보
“어디 보자. 우리가 포위됐다고?”엄진우는 고개를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좀 비켜줄래? 당신들 체취가 너무 강해서 음식 먹기 힘들어.”문신을 한 거대한 남자들이 서로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잠시 후, 그들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죽기 전에 배부르게 먹고 싶다는 거지?”“저승길에 배고프지 않게 많이 먹으려나 봐.”엄혜우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엄진우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쥐새끼 같은 것들, 왜 우리가 여기 있는지 알고 있지? 구기광 형님의 돈을 가져갈 때 이미 이 결과를 예상했겠지.”엄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구기광 형님? 어느 구기광?”남자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멍청한 척해도 소용없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그 사람은 땅에 떨어지면서 머리가 터져 나갔다.사람들이 즉시 얼굴이 창백해졌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확인한 그들은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구기광 형님!”엄진우는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이게 네가 말한 구기광 형님이냐?”“왜 구기광 형님이 죽었지?”문신한 남자가 얼굴이 창백해져 말했다.엄진우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내가 죽이기로 했기 때문이야.”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은 모두 상황을 깨달은 듯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엄혜우는 놀라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오빠... 계속 옆에 있었는데 어떻게 구기광을 죽였어?”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가 겁준 거야. 아마도 구기광이 평소에 원한을 산 사람이 많아서 누군가 틈을 타서 그를 없앴겠지.”엄혜우는 문득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죄는 지은 대로 간다고 참 말이 맞는 것 같아.”엄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러나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개뿔! 이런 양아치를 죽이는 데 굳이 직접 나설 필
집에 돌아온 엄진우는 들어서자마자 갑작스러운 한기에 몸을 떨었다.“이상하네. 집에 에어컨을 켜놨나? 왜 이렇게 춥지?”“엄진우, 돌아왔어?”예우림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예우림 말고도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있었다.설마... 깜짝 놀란 엄진우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려 보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풍만하고 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엉덩이 라인을 가진 여자였다.“조연설!”엄진우는 놀랐다.“엄진우, 며칠 전에 만난 거 아니었어? 나를 보고 이렇게 놀랄 이유가 뭐야?”조연설은 평소와는 달리 흰 스타킹과 짧은 오피스룩을 입고 있었다.그녀는 엄진우가 들어오자 커피잔을 들어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다.반면 예우림은 팔짱을 끼고 검은 스타킹과 타이트한 치마를 입고 있었다.“한 시간 전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인제야 돌아와? 차라리 돌아오지 않는 게 나았겠어.”예우림은 엄진우를 비꼬며 차갑게 말하더니 곧 조연설에게 이해심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 청장님, 집에서 남편을 꾸짖는 것이 불법은 아니겠죠?”조연설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예우림 씨도 참, 당신은 유학파 박사잖아요. 국내 법률에 대해 저보다 더 잘 알 텐데. 알면서 왜 물어봐요? 하지만 말이에요. 방관자로서 한마디 해야겠어요. 남편을 그렇게 대하다가 어느 날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 않겠어요?”예우림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엄진우가요? 그럴 용기는 없을걸요!”엄진우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뭔가 잘못됐어. 이 상황은 완전히 이상해!왜 조연설이 이 집에 있는 거지? 그리고 이 두 여자... 겉으로는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신경전이 느껴져. 뭐지, 이 일촉즉발의 위기감은!“엄진우, 나 너 찾으러 왔어.”조연설이 말했다.“지난번 그 사건 해결책을 생각해 냈어...”“지난번 무슨 사건? 전 모르는 일인데요?”예우림은 즉시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이건 예우림 씨와는 상관없이 우리 둘의 사적인 일이에요.”조연설이 단호하게 말했다.엄진우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엄진우는 아연실색했다. 왜 문을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두 여자는 완전히 물과 불이었고 방금까지는 억지로 평온하게 말하고 있었는데 그가 들어오는 순간 폭발해 버린 것이다.함께 씻으며 몸매를 비교한다고?이건 엄진우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정말 어이가 없어. 거실에서 이 황당한 상황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욕실에서는 곧 두 여자의 과장된 칭찬이 들려왔다.“흥! 실제로 보니까 더 크네요.”“당신도 나쁘지 않네요. 옷이 너무 꽉 끼어서 몸매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나 봐요.”“이렇게 말하면 우리 둘이 서로 보는 것만으로는 누가 더 좋은지 비교할 수 없다는 거네요?”“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할 수는 없으니 제3자를 찾아서 평가해야겠어요.”“엄진우, 들어와서 우리 둘 중 누구 더 몸매가 좋은지 평가해 봐!”조연설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말에 욕실 밖의 엄진우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가만히 있어도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다니! 이런 좋은 일이!그는 기뻐서 서둘러 대답했다.“응. 알겠어.”하지만 다음 순간 예우림은 차갑게 말했다.“어딜 들어와? 여자들끼리 단결해야죠. 어부지리로 저 남자를 이득 보게 해서는 안 돼요.”“맞아요. 엄진우, 한 발짝이라도 들어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두 여자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팀이 되어 그를 막았다.엄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들어가지 않을게.”그러니까 여자는 정말 신기한 생물이야.하지만 그 순간 욕실에서 두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꺅! 엄청 큰 바퀴벌레다!”“막 날아다녀!”“빨리 옷 입고 나가요.”두 사람은 안에서 갑자기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하며 말했다.“꺅! 왜 우리 둘의 옷을 변기에 떨어뜨려요. 다 젖었잖아요.”급해서 옷도 입을 수 없었다.“조연설 씨, 당신은 집행청 청장이라 싸움도 잘하잖아요. 빨리 이 바퀴벌레 잡아요. 저한테 날아올 거 같아요. 꺄아악!”예우림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조연설도 말이 잘 나오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최상의 몸매가 또 한 번 엄진우의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마치 두 개의 공개 전시된 예술품처럼 엄진우는 감상하는 눈빛으로 보았다.“두 사람 엉덩이에 다 점이 있네.”그는 말하면서 손을 자연스럽게 올렸다.“긴장하지 마. 부끄러워하지도 마.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이미 다 봤어. 하지만 이렇게 비교하면서 보는 건 처음이네. 예 대표, 여기서 양심적인 말을 해야겠어. 당신의 엉덩이는 확실히 조연설 씨보다 못해. 조 청장, 당신도 내가 일방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거야. 당신의 몸매는 예 대표처럼 그렇게 입체적이지 못하고 풍만하지 않아. 이렇게 보면 두 사람에겐 각자 장단점이 있어서 우열을 가릴 수가 없네. 두 사람에게 각각 90점씩 줄게.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싶으면 나한테 미인계를 써야 할 걸...”찰싹! 찰싹! 예우림과 조연설이 동시에 엄진우의 얼굴을 때렸다.“변태!”“쓰레기!”“꺼져!”두 사람은 화가 나서 수건을 집어 들고 빠르게 욕실에 나갔다. 엄진우는 얼굴을 감싸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길이 전혀 강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웠기 때문이었다.쩝! 이게 바로 츤데렌가? 아니면 그가 한 칭찬을 묵인한 건가?약 5분 후, 옷을 새로 갈아입은 조연설이 혼자서 엄진우의 방으로 들어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예우림 씨와 말다툼하느라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을 거의 잊을 뻔했어.”엄진우가 비웃으며 말했다.“날 탓하지 마. 이 일은 조금도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들어와서 몇 마디도 안 했는데 두 사람이 욕실로 가서 몸매 비교했잖아.”조연설은 그를 훑어보며 화를 냈다.“그거 다 당신 때문이잖아. 엄진우, 내가 이번에 온 이유는 사실 아주 중요한 일을 말해주기 위해서야. 어쩌면 성안 각종 세력의 표적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엄진우는 놀라서 눈을 가늘게 떴다.“요즘 사라진 게 이 일을 위해 뛰어다녔던 거야?”“결국 나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조연설은 여전히 내심 미안해하며 상세
“음...”엄진우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예정현의 승계는 원래 그가 주도한 일이었다.예흥성은 너무나 잔꾀를 부리기 좋아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그런 잔꾀를 부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총명한 사람은 그렇게 급히 수단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예우림이 놀라며 말했다.“이렇게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도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지? 혹시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그럴 리가. 예흥성 그 늙은 여우가 워낙 음흉하고 교활해서 이렇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엄진우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부인했다.“그 새 주인 예정현은 당신과 접촉했어?”“방금 예정현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에 대한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지지를 해준다고 했어.”예우림은 눈빛이 빛났다.“보아하니 예흥성보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자기가 세운 꼭두각시가 예우림에게 잘해주지 않을 리가 없었다.사실 창해시 예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은 엄진우에게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예우림의 강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예우림이 여전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걸 보니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 그래? 더 좋은 동맹을 얻게 되었는데 기쁘지 않아? 오늘은 요리하지 말고 밖에 나가 먹자. 축하하는 의미로.”그러나 예우림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엄진우, 방금 당신과 조연설의 대화를 다 들었어.”“그때 당신은 나 때문에 홍의회를 쓸어버리고 9대 수진 가문과 적이 되었어. 이제 그들이 복수를 하려는 거야?”엄진우는 순간 멍해졌다. 조연설의 방문은 당연히 예우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엿듣는 것도 당연했고 결국 숨길 수 없었다.“예 대표, 너무 자책하지 마. 당신의 사건은 단지 도화선일 뿐이야. 나와 9대 수진 가문 사이의 갈등은 그 정도뿐만 아니야...”“그러면 왜 조연설의 제안을 받아들여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