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작가는 무제한입니다!” 고다겸이 말했다. 하이라이트 매물은 결국 최고가를 기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저가가 필요 없다. “200억!” “400억!” “1600억!” “...” 아니나 다를까, 현장은 전례 없던 광란에 빠지고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은 4천억으로 치솟았다. “확실히 예쁘네요. 대체 누구한테서 넘겨받은 여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안타까워요. 백옥같은 여자가 망가지게 생겼네.” 모용준은 동정을 금치 못했다. 비록 똑같은 명문가 자제라 할지라도 그나마 모용준에게는 인성이 남아있었다. “뭐 그렇다고 엄진우 씨 눈에 들 리는 없겠죠. 히어로같은 엄진우 씨는 절대 저런 저속한 일에는 관심이 없을 테니까요.” 물론 아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용준은 엄진우의 안색이 점점 싸늘해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엄진우의 눈동자에는 한바탕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1조!” 그리고 이때,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보스다!” 사람들은 안색이 확연하게 변해버렸다. 네이비색 정장을 입은 키가 큰 남자가 뒷짐을 쥔 채 호랑이와 같은 걸음으로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꼭대기 층에 있던 홍의회의 거물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소에 거만하고 오만하게 굴지만 홍의회의 황제는 영원히 오직 한 사람일 뿐이다. 바로 강남성에서 가장 신비로운 9대 고대 무가인데 시야는 이미 무도를 넘어섰다고 하여 9대 수진 가문이라고도 불렸다. 보스는 운천명, 9대 고대 무가 중 제일로 불리는 운씨 가문의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이자 운씨 가문의 상속자이기도 하다. 그는 전설 속의 원고제패체로 수련에 천부적인 재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젊은 나이에 대종사에 입문하고 심지어 3~5년 뒤면 지존종사의 경지에도 오를 수 있다고도 한다. 일반적인 무도종사에게 3~5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다. “무릎은 왜 꿇고 그래? 나 운천명
“절차는 이미 밟았으니 저 여자는 보스의 물건이 되는 거지.” 마정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 말했고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운천명이 가격을 외친 뒤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아무리 배짱이 큰 놈이라고 해도 감히 홍의회의 보스인 운천명에게 맞서지는 못할 것이다. 고다겸도 물론 잘 알고 있었다. 홍의회에서 운천명의 말은 마치 성지와도 같다는 것을. 하여 그녀는 빠르게 진행을 이어갔다. “1조 원 한 번! 1조 원 두 번! 1조 원 세... 응?” 고다겸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옆에 우람한 검은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더니 곧장 철장으로 걸어갔다. “엄진우 씨!”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모용준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언제 저기까지 이동한 거지? 왜 난 하나도 몰랐지? 엄진우는 몸을 숙이고 한쪽 무릎을 꿇더니 손을 내밀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 사람들이 많이 괴롭혔어? 걱정마. 내가 왔으니까 곧 괜찮아 질 거야.” 엄진우는 예우림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예우림은 그저 공허한 두 눈만 크게 뜰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순간 엄진우는 심장이 마치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늘 도도하던 예우림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가? 대체 누가 이렇게 만든 거야! 억눌려 있던 분노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우리 보스의 물건에 손을 대다니! 손가락 잘리고 싶어?” 홍의회 멤버들은 경악에서 깨어나 모두 발끈하며 소리를 질렀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운천명의 눈동자에는 음흉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는 1조 원 이상을 쓴 엄진우가 더는 말썽을 피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봉관하피는 선물로 드릴게요. 돈은 필요 없으니까 물건 가지고 떠나세요. 홍의회는 그쪽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나가면 살아
험한 꼴을 많이 봐왔다고 자부했던 고다겸도 너무 놀라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꺅! 엄진우 씨,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죠?” 그러자 엄진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을 겨냥하는 건 아니에요. 내 상대는 홍의회죠. 아, 그리고 난 홍의회에 한 푼도 줄 생각이 없어. 그 소행성도 봉관하피도, 당신들이 나한테 넘기지 않는다면 내가 다 빼앗아 버릴 거야.” 엄진우가 다섯 손가락을 쩍 벌리자 철장이 그대로 열려졌다. 다행히 예우림은 기가 허약하고 기억이 몽롱한 외에 다른 외상은 없어 보였다. 엄진우는 그녀를 품에 안고 훌쩍 뛰어올라 바로 100미터 떨어진 위치로 이동했다. 엄진우의 무례한 행동에 홍의회 멤버들은 하나같이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뭐? 한 푼도 줄 생각이 없다고? 넘기지 않으면 빼앗겠다고? 오만하고 거만한 놈! “보스, 저 새끼 정체 알아냈어요. 저 새끼 엄씨 가문 소주가 아니라 고작 창해시 사대 고대 무가 엄씨 가문에서 버려진 자식일 뿐이에요.” 이때 마정미가 다급히 달려와 보고를 올렸다. “하지만 얼마 전 엄씨 가문 후손의 백일상에서 전체 엄씨 가문의 고수들을 이겼고 나중에는 창해시의 모든 고대무가가 저놈에게 굴복했다고 해요.” 노현무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명문가 도련님은 개뿔, 도처에서 사람을 무는 미친개일 뿐입니다.” 운천명의 안색에는 이미 먹구름이 가득 끼었다. “넌 죽을 거야.” 그의 손짓 하나에 모든 홍의회의 멤버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엄진우를 에워쌌다. “보스, 제발 화를 거두어주세요.” 모용준은 다급히 엄진우의 앞을 가로막고 무릎을 꿇었다. “엄진우 씨는 제가 데리고 들어왔으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차라리 절 죽여주세요.” 그러자 운천명은 흉악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목숨에 가치가 있어? 그리고 왜 내가 널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늑대를 데리고 들어왔으니 모용준도 반드시 죽인다! 하지만 이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고다겸이 불쑥 입을
늦은 밤의 성안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소씨 가문. 소지안은 마지못해 소씨 저택으로 돌아와 미간을 찌푸린 채 소학정을 쳐다봤다. “할아버지! 왜 또 멀리서 저 부르신 거죠? 지금 비담이 얼마나 중요한 시긴지 아시잖아요!” 불야성 프로젝트가 끝난 후, 소지안은 다시 라이브 커머스로 발전 중심을 옮겼다. 마침 나라에서도 전자상거래 라이브에 대한 지원 정책이 있었기에 비담은 빠른 속도로 매출을 올려 어느새 전체 강남성 30%의 시장을 점유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이 있듯이 소지안은 이 기회에 시장을 성 밖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설마 또 맞선 때문에 저 부르신 거라면 얘기 꺼내지도 마세요!” 소지안은 잔뜩 불쾌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소학정은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차를 내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담배를 들고 태연자약하게 입을 열었다. “지안아.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넌 정말 모르는 거니,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니? 성안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는 걸 몰라?” “소동이요? 무슨 소동이요?” 소지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홍의회라고 들어봤어?” 소학정은 소지안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그럼요, 알죠. 명문가 자제들로 구성된 신비로운 조직 아닌가요? 9대 수진 가문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미 역사가 되어버렸어.” 소학정은 왠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하룻밤 사이에 홍의회는 한 남자로 인해 멸망했어.” “남자요? 누구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있었어요?” “네가 좋아하는 남자, 몰라?” 소학정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소지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순간 소지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한 시간 전, 홍의회 경매장. “엄진우!!” 찢어진 옷에 만신창이가 된 운천명은 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이는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감정이다. 그의 앞에는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4백 여명의 홍의회 멤버들의 머리통이 산처럼 쌓였고 엄진우는 그 중앙에 선 채 그를 날
“아니다. 15%로 가.” 엄진우가 계속 말했다. “확실히 기억하게 만들어야지.” 이보향은 엄진우의 명령을 깍듯이 받아들였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9대 수진 가문에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하겠습니다.” 다음날, 성안은 천지가 흔들리는 듯한 큰 패닉에 빠져버렸다. 명문가들은 엄진우라는 남자가 혼자의 힘으로 홍의회를 멸망시켰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비록 성부는 모두에게 입을 막을 것을 명령했지만 이는 단지 민간에 제한되어 있을 뿐 상류 계층의 입은 절대 통제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9대 수진 가문은 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자제들이 죽은 것도 모자라 수조 원의 가치가 증발하다니! 그들은 당장 엄진우를 찾기에 돌입하려고 했지만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바로 북강 제일 가족, 오씨 가문의 오윤하였다. 그녀는 엄진우에게 맞서는 자는 오씨 가문의 적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9대 수진 가문은 비록 강남성에서 내놓으라 하는 명문가들이지만 북강의 오씨 가문과 비교했을 때는 미약한 존재들이었다. 결국 국면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호텔 안에서. 소파에 앉아 있는 예우림은 여전히 아름답고 단아하며 깨끗했다. 다만 눈길이 공허한 것이 예전의 날카로움과 싸늘함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엄진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했으나 전혀 효력이 생기지 않았다. “이상하다. 독소는 분명 제거되었고 외상도 거의 나았는데 왜 호전되지 않는 거지?”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스스로 깨어나길 거부하는 건가?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왜?” 엄진우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상 속의 그녀는 만년불변의 빙산녀로 뼛속부터 싸늘함을 풍기는 여자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겉만 차가울 뿐 마음은 뜨거운 여자다. 지극히 민감하고 여린 여자... 어쩌면 이번 오해로 그녀는 상처를 받고 모든 걸 포기한 채 자기를 지키기 위해 깨어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안
“진우 씨, 나 할 말 있어서 찾아온 거니 이러지 마.” 소지안은 제대로 당황했다. 백주대낮에 이렇게 박력이 터지다니. 이러다 누가 들어오면 어떡하려고. “저녁에 하면 안 될까? 내가 직접...” 소지안은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목마른 짐승처럼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천천히 소지안의 방어선은 결국 무너지고 몸에는 엄진우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았다. 그제야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듯 옷을 입고 통창 앞에 앉아 조용히 밖을 내다보았다. 소지안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짐승 같은 놈.” 역시 남자는 섹스를 할 때만 모든 위장을 벗어버린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림이가 많이 아파. 마음에 병인데 나도 고칠 수 없을 것 같아.” 방금 소지안과 뜨거운 시간을 보낸 건 단순히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었다. 소지안은 바지를 입으며 물었다. “전에 있던 오해 때문에 그런 거야? 세상에, 그 일로 그렇게까지 모순이 생긴 거야?”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이런 무기력함을 느낀 건 엄진우도 처음이다. 소지안은 맨발로 엄진우에게 다가가 그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진우 씨, 너무 걱정하지 마. 적어도 우림이 일단 데려왔잖아. 이젠 우리가 천천히 우림이를 깨어나게 하는 수밖에 없어. 우림이는 반드시 깨날 거야.” 엄진우는 몸을 돌려 소지안을 꼭 끌어안고 말했다. “그러길 바랄 뿐이야. 나 너무 지친다. 힘들어...” 창해시에서 성안으로 오기까지, 이 모든 것은 예우림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예우림은 산송장이 되어버렸다. 지칠 대로 지친 엄진우는 소지안의 품에 안겨 펑펑 울고 싶었다. 그런데 이때 오윤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인데?”“어디죠?” “볼 일 좀 있어서 밖에 나왔어.” “밖이요. 두 여자와 함께 호텔에 있는데 밖이라고요? 한 번에 두 여자를 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오윤하의 싸늘한 말에 엄진우는 순간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별거 아니야. 미친 여자한테서 걸려 온 전화니 신경 쓸 것 없어.” 엄진우는 손을 가로저었다. 오윤하는 워낙 성질이 더러운 여자라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괜히 놀랄 것 없었다. 게다가 그는 9대 수진 가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우림이 병세야.” 엄진우는 곰곰이 생각하고 말했다. “지금은 실성 상태라 회혼단만이 효과가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이 단약을 만드는 약재 12가지 중 8가지는 강남성에서 구할 수 없어. 예를 들면 회혼초는 북강에만 있는 약재이고 화혈삼은 남양의 특산이지...” “그건 모르죠.” 소지안이 말했다. “신약당에 있을 수도 있어. 신약당은 성안에서 가장 큰 약국으로 전 세계의 귀중한 약재가 아주 많아. 그리고 그 뒤에는 9대 수진 가문과 성부가 있지.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터무니없을 정도로 가격이 비싸거든. 진료비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야.” 하지만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약재만 있다면 얼마든 상관없어. 주소 알려줘. 내가 우림이 데리고 직접 찾아갈 거야.” 이보향이나 다른 사람을 보내기엔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어떤 약재는 엄지우만이 진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지안은 바로 엄진우에게 주소를 알려주었고 엄진우는 예우림을 차에 태웠다. 신약당으로 떠나려는데 갑자기 엄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오빠! 나 지금 성안이야! 방금 차에서 내렸어.” 전화기 저편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우야, 너 왜 집에 안 있고 성안으로 온 거야?” 엄진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러자 엄혜우는 발랄하게 말했다. “에잇, 너무하네. 잊은 거야? 나 학교 성안이고 방학은 끝났어. 그러니 당연히 성안으로 돌아와야지!” 엄진우는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엄혜우의 몸에는 아직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있기에 창해시를 떠나면 그는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혜우야, 너 어디야? 내가 지금 데리러 갈게.” 엄진우는 걱정되는 마음
“교통사고야?” 남자의 울부짖음에 진찰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일제히 남자를 둘러싸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한 소박한 셔츠를 입은 남자가 거의 죽어가는 백발의 노부인을 품에 안고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제발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우리 엄마 이러다 죽어요.” “쯧쯧. 심하게 다쳤네. 저 정도면 오장육부가 다 터졌을 텐데.” “안쓰럽군. 엄마의 생명이 위협을 받지 않는다면 어떤 성인이 이런 장소에서 무너지겠냐고. 다 생활에 떠밀려 이렇게 된 거지.” “그래도 다행히 바로 신약당에 찾아왔으니 살릴 수도 있어.” “하지만 여기 비용이...”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고 있는 그때, 노란 가운 차림에 찻주전자를 들고 구레나루가 진하게 자란 남자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걸어왔다. “시끄럽긴 짝이 없군! 제가 왔습니다!” “어머, 신약당의 사장 마 선생님이시네. 신약당에서 의술이 가장 뛰어나신 분이라 상류층 사람들도 많이 진찰했다고 하더라고.” 사람들은 저도 몰래 흥분하기 시작했다. 마원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고가에 약재를 사겠다는 손님이 나타났다는 말에 기분이 아주 좋았었는데 이런 재수 없는 일이 생기다니. 만약 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상대가 죽어버린다면 신약당의 명예는 그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노부인의 호흡을 살피고 맥을 짚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비록 내장 파열이 심하지만 완전히 파열된 건 아니군. 생명력이 아주 대단하신 노부인이네. 당장 수술을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살 가망은 50%입니다.”노부인의 아들이 다급히 말했다. “마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제발 우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저도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원지는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말했다. “우선 프런트에서 진찰비로 2천만 원 지불하시죠.” 남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 2천만 원이요?” “나 마원지는 신약당 최고의 의원입니다. 그러니 진찰비 2천만 원은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