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또 어디서 나온 미친년이야? 비켜!” 신약당 사람들은 갑자기 흠칫하더니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순간 신약당 사람들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엄진우가 천천히 걸어와 따져 물었다. “미친년이라니? 말 다 했어?” 그러자 마원지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또 뭐야?” “모르는 척 지나치려고 했는데....”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더니 단호한 표정의 예우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여자가 무의식중에 이 모자를 지키려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나서는 거야.” 아내 바보인 걸 누굴 탓하겠어. 순간 엄진우의 손끝에 수많은 은침이 나타났다. 마원지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당신도 의원이야?” “사장님, 아까 고가로 약재를 사려고 했던 손님이십니다.” 이때 프런트 직원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마원지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었어? 하하! 알고 보니 오지랖이 아주 넓은 사람이었군. 하지만 저 노친네는 이미 오장육부가 파열되어 숨만 붙어있는 상태야. 내가 직접해도 반드시 살린다는 보장이 없지. 그런데 당신 같은 애송이가 살릴 수 있겠어?” 하지만 엄진우는 마원지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노부인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들어 남자에게 말했다. “난 성모가 아니니 공짜로는 도와줄 수 없어요. 그러니까 20만 원만 줘요.” 그러자 상대는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20만 원? 20만 원이면 우리 엄마 살릴 수 있어요? 거짓말 아니죠?” 50%의 가능성만 있다고 했던 마원지도 수억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20만 원이면 가능하다고? “마음대로 생각해요. 아무튼 돈만 주면 살려줄게요.”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생각 없으면 말고요.” “할 게요! 돈 드릴게요!” 상대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보더니 꼬깃꼬깃한 지갑에서 돈을 전부 꺼내 들었고 마침 20만 원이 조금 넘어 있었다. “제가 가진 전부의 돈이에요.” 남자는 바싹 마른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비록 돈은 아까웠지
“엄마! 엄마!” 남자는 순간 안색이 굳어지더니 다급히 노부인을 흔들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입가에 살짝 경련을 일으키며 물었다. “아니, 갑자기 왜 울어요?” “우리 엄마 숨이 멎었어요. 우리 엄마 죽었어요.” 하지만 남자는 마지막 이성을 잃지 않았고 엄진우을 탓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다 제가 가난한 탓이에요.” 적어도 남자는 잘못을 남에게 미는 막무가내가 아니었다. 고작 20만 원으로 그의 어머니를 살리겠다고 한 사람에게 굳이 따질 필요는 없는 일이다.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했는데 어찌 엄진우를 탓한단 말인가? 이때 엄진우가 말했다. “아직 살아계세요. 못 믿겠으면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 한 번 들어봐요.” 남자는 멈칫하더니 울음을 그치고 얼른 노부인의 가슴에 귀를 대고 확인했다. 노부인의 심장 소리는 남자의 심장 소리만 더 힘차고 건강했다. 엄진우가 설명했다. “노부인의 몸속에 혐기성 환경을 만들어야 호흡기 안에 있는 세균이 상처로 침투하는 걸 막을 수 있어요. 이젠 침만 놔드리고 호흡을 활성화하면 곧 회복될 거예요. 그러니 눈물 뚝 그쳐요. 남자가 말이야, 왜 퍽하면 울고 그래요.” 엄진우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렇게 심각한 부상을 고작 은침 몇 대로 치료했다고? 그야말로 신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은침으로 사람을 구하다니. 이런 건 TV에서만 봤는데 현실로도 가능했구나!” “저 사람 고수가 틀림없어. 신약당 명의들도 절대 할 수 없을걸?” “정말 마음이 넓은 사람이군. 저런 대단한 의술로 고작 20만 원만 받다니. 이건 공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노부인 아들이 괜히 미안해할까 봐 일부러 형식상 받은 것 같아. 20만 원이라도 받으면 상대 자존심은 지켜줄 수 있잖아. 정말 너그럽고 대단한 의원이셔.” 남자는 엄진우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신의님! 고맙습니다! 정말
“네가 원하는 약재는 이미 포장해 두었으니 내가 반값만 받을게. 3천만 원만 주고 당장 꺼져.” 마원지는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며 사악하게 웃더니 그제야 엄진우의 손에서 발을 치웠다. “저런 천한 목숨은 살릴 이유가 없어. 내 말 알아들었지?” 그 말에 노부인의 아들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요?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퍽! 남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신약당의 두 경비원이 달려와 남자의 뺨을 후려갈겼고 순식간에 남자의 앞니는 몇 대나 부러져버렸다. “무도종사야!” 사람들은 너무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경비원까지 무도종사라니. 어쩐지 싸구려 약도 수천만 원씩 팔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주저하지 않고 노부인에게 진기를 주입했다. 켁켁! 이때 노부인은 사레가 들린 듯 격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호흡을 되찾았다. 얼굴이 반쯤 부은 남자는 너무 기뻐 노부인에게 달려갔다. “엄마!” “개자식!” 마원지는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구하지 말라고 했지? 대가리에 물이라도 찬 거야? 병신 새...” 마지막 한 글자를 내뱉기도 전에 굵고 힘 있는 큰 손이 그를 바닥에 제압했다. 엄진우는 마원지의 머리통을 잡고 십여 미터나 끌고 이동했는데 바닥에는 흥건한 핏줄기가 생겨났다. 이때 가까이에 있던 두 무도종사는 다급히 엄진우를 향해 돌격했다. “꺅!” 현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저 젊은이도 무도종사였어!” “맙소사! 곧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아.” “나는 말이야. 날 가르치려는 놈들이 가장 싫어.”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아까 내 손을 밟았던 족발 말이야. 오른쪽이야, 왼쪽이야?” “개새끼야! 내가 성안에서 어떤 지위인 줄 알고 깝치는 거야? 감히 날 다치게 해? 넌 끝장이야! 내가 살아있는 한 넌 성안에서 절대 도망 못 가!” 상대는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엄진우는 고개
“시끄럽다!” 말이 끝나기 바쁘게 드래곤 크루의 한 사람은 갑자기 손바닥을 들어 마원지의 머리통을 깨버렸다. 풉! 상대의 정수리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더니 마원지는 곧 호흡을 멈췄다.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마원지를 구하러 온 게 아니었어? 왜 갑자기 죽이는 거지? “엄진우 씨! 우린 엄진우 씨의 적이 아니야. 잔챙이 같은 마원지 따위가 감히 우리에게 지휘를 하다니, 죽어도 마땅하지.” 이때 한 사람은 엄진우에게 담배를 건네주고 불까지 붙여주었다. “나는 드래곤 크루의 공작새이고 이쪽은 범고래인데 특별히 엄진우 당신을 만나러 왔어.” 엄진우도 드래곤 크루에 대해 들은 적 있다. 그들은 같은 크루원들도 서로의 이름을 모른 채 전부 코드명을 사용한다고 한다. 제경 제일 흰 장갑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은 상류층 인사들의 뒷일을 처리하는 특수 기관일 뿐이다. 드래곤 크루는 용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으며 실력이 아주 강하다. 심지어 아무리 세력이 높은 기관이나 명문가라고 해도 나랏일을 하는 드래곤 크루에는 예의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범고래는 순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공작새, 말이 너무 길어. 묻겠다. 홍의회 일은 자네 혼자 벌인 일인가?” “아, 따지러 오셨군요.” 엄진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홍의회가 내 여자를 납치해서 밀어버렸어요. 문제 있어요?” 그러자 공작새는 어두운 안색으로 물었다. “밀어버렸다고? 홍의회에는 근 500명의 멤버가 있어. 모용준과 고다겸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죽였다던데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당신의 존재는 이미 성안의 여러 세력에 영향을 미쳤어. 하여 우리 드래곤 크루는 이 일을 아주 중시하고 있지.” 공작새가 진지하게 말했다. “용국을 위해, 강남성의 평화를 위해 당장 성안을 떠나. 그렇다면 신변 안전은 보장해 주겠다. 9대 수진 가문도 우리 앞에서는 섣불리 행동할 수 없을 거야.” 그 말에 엄진우는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아니 지금 나 웃기려고 하는 말이죠?” 그러자 범고래
엄진우에게 완전히 화가 난 두 사람은 본색을 드러내기로 했다. 범고래는 마치 탱크처럼 엄진우를 향해 강한 기세로 돌진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단 한 손으로 순식간에 탱크의 기어를 눌러 상대방을 꼼짝달싹 못 하게 제어했다. 그러자 공작새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범고래, 장난하지 말고 당장 죽여. 그래야 빨리 돌아가서 보고 올릴 거 아니야!” “나... 몸을 못 움직이겠어. 이 자식 만만하지 않아!” 범고래는 제자리에 그대로 굳어진 채 안색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조금도 밀어붙일 수 없었다. 공작새는 흠칫했다. “아니, 그럴 리가?” 드래곤 크루의 전투력은 강남 상위 20위 안에 드는 무도종사와 맞먹는다. 심지어 그것도 가장 평범한 크루원의 실력이다. 그들같은 고급 전사들은 몸에 상처 하나 나지 않고 강남성의 모든 고수를 압살할 수 있다. 공작새가 물었다. “내가 도와줘? 하지만 공로는 나한테 절반 넘겨야 할 거야.” 그러자 상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필요 없어! 고작 애송이일 뿐이야! 허읍!” 범고래는 온몸의 진기를 단숨에 강제로 폭발시켰다. 순간 공포의 기압이 엄진우의 몸을 누르기 시작했다. “힘으로 안 된다면 진기로 널 죽일 거야!”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압 자기장은 10배의 중력에 해당한다. 보통 사람은 이런 경우 과도한 압력으로 인해 오장육부가 출혈을 일으키고 뼈까지 뒤틀리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도 모자라 기지개를 켜며 하품까지 했다. “이럴 수가!” 범고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게 다예요?” “그게... 그럴 리가!” 상대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괜찮아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그쪽은 단지 부족할 뿐이지 별거 아니에요...”엄진우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많이 약하네요.” 그러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상대의 어깨를 툭 쳤다.
범고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명령에 따라 엄진우를 제거하러 온 것인데 갑자기 크루 가입 제안을 한다고? 심지어 복지까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다니,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지? 하지만 공작새는 여전히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그 어떤 세력도 우리 드래곤 크루에 명령을 내릴 수 없어. 그만큼 권력이 막대하고 신분이 높다는...” 엄진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네요. 당신 아주 재밌어요.” 엄진우는 상대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이길 자신이 없으니 이런 달콤한 제안을 하는 것이다. 한참 뒤 엄진우는 정색해서 대답했다. “난 드래곤 크루엔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들의 체면은 세워줄 수 있죠. 나한테 성안을 떠나라고 했죠? 좋아요! 나도 성안에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기껏해야 한 달이니 한 달이 지나면 성안을 떠날게요.” “지금 우리 드래곤 크루에 한 달만이라도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건가?” 범고래는 강력한 고통을 참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부탁이 아니라 통보예요.” 엄진우의 바싹 마른 얼굴에는 경멸감으로 가득 찼다. “받아들이든지 싸우든지 알아서 선택하세요.” 범고래는 감히 대꾸하지 못했다. 공작새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 “이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렇다면 상급에 보고하세요.” 말을 끝낸 엄진우는 바로 뒤돌아섰다. “기억해요. 이번에는 내가 자비를 베푼 거예요. 만약 계속 이딴 식으로 나온다면 난 당신들의 성안 사무실을 밀어버리는 수도 있어요. 내가 홍의회를 없애버린 것처럼 말이에요.” 엄진우의 말에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은 채 서로 눈치를 보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 말을 끝으로 엄진우는 성큼성큼 신약당을 빠져나갔다. 이때 노부인의 아들이 노부인과 함께 달려와 엄진우에게 인사를 전했다. “신의님, 드디어 나오셨네요. 정말 고마웠어요. 신의님이 아니라면 우리 엄마는 황천길에 오르셨을 거예요.” “별말씀을요.” 엄진우는
정상으로 돌아온 예우림이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이런 무정한 말을 하다니. 엄진우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유가 뭐야...” 엄진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 넌 나쁜 자식이야.” 엄진우는 마음이 아팠다. “예우림, 왜 이렇게 억지야. 당신이 성안에 잡혀 왔다는 소식에 난 당신을 구하려고 창해시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어. 그리고 예정아가 날 모함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그날 난 예정하한테 그런 짓 한 적 없어!” 그러자 예우림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날 구해? 내가 홍의회에 오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알아? 일주일이야! 일주일이나 걸렸다고. 이 일주일 동안 내가 미친 척하지 않았더라면 난 이미 운천명에 의해 더럽혀졌을 거야. 그때 당신은 어디 있었어? 실컷 놀다가 그제야 나라는 여자를 떠올린 거 아니야? 하긴 당신한테 난 아직도 이용 가치가 있는 여자잖아. 비담 컴퍼니는 내가 지원해야 돌아갈 수 있으니까!” 엄진우를 마주하기 싫어서 그녀는 계속 미친 척 해왔던 것이다. 엄진우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처음에 난 몰랐어... 난...” 엄진우는 자기가 오윤하에게 구조되어 크루즈에서 며칠이나 누워있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다 더 많은 오해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말 못 해?” 예우림이 빈정거렸다. “시베리아나 태평양으로 출장이라도 간 거야? 아니면 다른 여자의 침대에서 즐겼던 거야?” 엄진우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더는 가식 떨지 마. 걱정하지 마, 어쨌든 당신은 날 구했으니 난 지성그룹 대표로서 계속 당신 사업을 지지하고 비담 컴퍼니를 지지할 거야. 하지만 그 이상은 도와줄 수 없어. 당신도 더는 날 여자로 생각하지 마. 똑똑히 기억해. 애초부터 당신은 고작 내 방패막이였을 뿐이야.” 그 말에 엄진우도 화가 치솟아 올랐다. “그럼 나와의 지난날들은 모두 가짜라는 거야? 진심이 아니라는 거야?” “당신 말대로 다 지난 날이야.” 예우림은 싸늘하고 무뚝뚝하게 말했다.“그
“아니야... 괜찮아...” 예우림은 입굴을 살짝 깨물고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러자 엄진우의 손은 조금씩 그녀의 몸을 휘젓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아랫배를 타고 내려갔다. “하-” 예우림은 저도 몰래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소름이 돋았다. “대표님, 정말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구급차라도 불러드릴까요?” 유 부장은 잔뜩 걱정되어 물었다. “괜찮다고 했잖아!” 예우림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뒤로 돌려 엄진우를 노려봤다. “절대 용서 안 해!” 엄진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탐욕스럽게 그녀의 온몸에 입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날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끝까지 이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더는 신사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의 몸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고 호흡마저 가빠지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예우림을 안아 올려 소파에 기대게 했고 예우림은 가느다란 손으로 엄진우의 팔을 꽉 잡고 말했다. “방으로 가. 여기서 하는 건 불편해.” 그러자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애원해 봐.” 그러자 예우림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꿈 깨!” “정말이지?” 엄진우는 예우림의 두 가슴을 움켜쥔 채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했고 예우림의 신음은 점점 더 커져갔다. “하,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그제야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방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이 미친 듯이 서로를 탐닉했고 하마터면 침대가 무너질 뻔했다. 한 시간 뒤, 피곤한 듯 엄진우의 어깨에 기대있던 예우림이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나쁜 자식, 넌 너무 나빠.” 그녀는 화풀이라도 하는 듯 자그마한 주먹으로 엄진우의 가슴을 두드렸다. “왜 그렇게 늦게 왔어? 그동안 내가 어떤 날을 보냈는지 알기나 해? 하마터면, 정말 하마터면 다른 남자들에게 짓밟힐 뻔했다고!” 엄진우는 눈물을 흘리는 예우림을 품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