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에게 완전히 화가 난 두 사람은 본색을 드러내기로 했다. 범고래는 마치 탱크처럼 엄진우를 향해 강한 기세로 돌진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단 한 손으로 순식간에 탱크의 기어를 눌러 상대방을 꼼짝달싹 못 하게 제어했다. 그러자 공작새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범고래, 장난하지 말고 당장 죽여. 그래야 빨리 돌아가서 보고 올릴 거 아니야!” “나... 몸을 못 움직이겠어. 이 자식 만만하지 않아!” 범고래는 제자리에 그대로 굳어진 채 안색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조금도 밀어붙일 수 없었다. 공작새는 흠칫했다. “아니, 그럴 리가?” 드래곤 크루의 전투력은 강남 상위 20위 안에 드는 무도종사와 맞먹는다. 심지어 그것도 가장 평범한 크루원의 실력이다. 그들같은 고급 전사들은 몸에 상처 하나 나지 않고 강남성의 모든 고수를 압살할 수 있다. 공작새가 물었다. “내가 도와줘? 하지만 공로는 나한테 절반 넘겨야 할 거야.” 그러자 상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필요 없어! 고작 애송이일 뿐이야! 허읍!” 범고래는 온몸의 진기를 단숨에 강제로 폭발시켰다. 순간 공포의 기압이 엄진우의 몸을 누르기 시작했다. “힘으로 안 된다면 진기로 널 죽일 거야!”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압 자기장은 10배의 중력에 해당한다. 보통 사람은 이런 경우 과도한 압력으로 인해 오장육부가 출혈을 일으키고 뼈까지 뒤틀리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도 모자라 기지개를 켜며 하품까지 했다. “이럴 수가!” 범고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게 다예요?” “그게... 그럴 리가!” 상대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괜찮아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그쪽은 단지 부족할 뿐이지 별거 아니에요...”엄진우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많이 약하네요.” 그러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상대의 어깨를 툭 쳤다.
범고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명령에 따라 엄진우를 제거하러 온 것인데 갑자기 크루 가입 제안을 한다고? 심지어 복지까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다니,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지? 하지만 공작새는 여전히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그 어떤 세력도 우리 드래곤 크루에 명령을 내릴 수 없어. 그만큼 권력이 막대하고 신분이 높다는...” 엄진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네요. 당신 아주 재밌어요.” 엄진우는 상대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이길 자신이 없으니 이런 달콤한 제안을 하는 것이다. 한참 뒤 엄진우는 정색해서 대답했다. “난 드래곤 크루엔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들의 체면은 세워줄 수 있죠. 나한테 성안을 떠나라고 했죠? 좋아요! 나도 성안에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기껏해야 한 달이니 한 달이 지나면 성안을 떠날게요.” “지금 우리 드래곤 크루에 한 달만이라도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건가?” 범고래는 강력한 고통을 참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부탁이 아니라 통보예요.” 엄진우의 바싹 마른 얼굴에는 경멸감으로 가득 찼다. “받아들이든지 싸우든지 알아서 선택하세요.” 범고래는 감히 대꾸하지 못했다. 공작새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 “이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렇다면 상급에 보고하세요.” 말을 끝낸 엄진우는 바로 뒤돌아섰다. “기억해요. 이번에는 내가 자비를 베푼 거예요. 만약 계속 이딴 식으로 나온다면 난 당신들의 성안 사무실을 밀어버리는 수도 있어요. 내가 홍의회를 없애버린 것처럼 말이에요.” 엄진우의 말에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은 채 서로 눈치를 보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 말을 끝으로 엄진우는 성큼성큼 신약당을 빠져나갔다. 이때 노부인의 아들이 노부인과 함께 달려와 엄진우에게 인사를 전했다. “신의님, 드디어 나오셨네요. 정말 고마웠어요. 신의님이 아니라면 우리 엄마는 황천길에 오르셨을 거예요.” “별말씀을요.” 엄진우는
정상으로 돌아온 예우림이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이런 무정한 말을 하다니. 엄진우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유가 뭐야...” 엄진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 넌 나쁜 자식이야.” 엄진우는 마음이 아팠다. “예우림, 왜 이렇게 억지야. 당신이 성안에 잡혀 왔다는 소식에 난 당신을 구하려고 창해시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어. 그리고 예정아가 날 모함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그날 난 예정하한테 그런 짓 한 적 없어!” 그러자 예우림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날 구해? 내가 홍의회에 오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알아? 일주일이야! 일주일이나 걸렸다고. 이 일주일 동안 내가 미친 척하지 않았더라면 난 이미 운천명에 의해 더럽혀졌을 거야. 그때 당신은 어디 있었어? 실컷 놀다가 그제야 나라는 여자를 떠올린 거 아니야? 하긴 당신한테 난 아직도 이용 가치가 있는 여자잖아. 비담 컴퍼니는 내가 지원해야 돌아갈 수 있으니까!” 엄진우를 마주하기 싫어서 그녀는 계속 미친 척 해왔던 것이다. 엄진우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처음에 난 몰랐어... 난...” 엄진우는 자기가 오윤하에게 구조되어 크루즈에서 며칠이나 누워있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다 더 많은 오해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말 못 해?” 예우림이 빈정거렸다. “시베리아나 태평양으로 출장이라도 간 거야? 아니면 다른 여자의 침대에서 즐겼던 거야?” 엄진우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더는 가식 떨지 마. 걱정하지 마, 어쨌든 당신은 날 구했으니 난 지성그룹 대표로서 계속 당신 사업을 지지하고 비담 컴퍼니를 지지할 거야. 하지만 그 이상은 도와줄 수 없어. 당신도 더는 날 여자로 생각하지 마. 똑똑히 기억해. 애초부터 당신은 고작 내 방패막이였을 뿐이야.” 그 말에 엄진우도 화가 치솟아 올랐다. “그럼 나와의 지난날들은 모두 가짜라는 거야? 진심이 아니라는 거야?” “당신 말대로 다 지난 날이야.” 예우림은 싸늘하고 무뚝뚝하게 말했다.“그
“아니야... 괜찮아...” 예우림은 입굴을 살짝 깨물고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러자 엄진우의 손은 조금씩 그녀의 몸을 휘젓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아랫배를 타고 내려갔다. “하-” 예우림은 저도 몰래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소름이 돋았다. “대표님, 정말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구급차라도 불러드릴까요?” 유 부장은 잔뜩 걱정되어 물었다. “괜찮다고 했잖아!” 예우림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뒤로 돌려 엄진우를 노려봤다. “절대 용서 안 해!” 엄진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탐욕스럽게 그녀의 온몸에 입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날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끝까지 이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더는 신사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의 몸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고 호흡마저 가빠지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예우림을 안아 올려 소파에 기대게 했고 예우림은 가느다란 손으로 엄진우의 팔을 꽉 잡고 말했다. “방으로 가. 여기서 하는 건 불편해.” 그러자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애원해 봐.” 그러자 예우림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꿈 깨!” “정말이지?” 엄진우는 예우림의 두 가슴을 움켜쥔 채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했고 예우림의 신음은 점점 더 커져갔다. “하,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그제야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방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이 미친 듯이 서로를 탐닉했고 하마터면 침대가 무너질 뻔했다. 한 시간 뒤, 피곤한 듯 엄진우의 어깨에 기대있던 예우림이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나쁜 자식, 넌 너무 나빠.” 그녀는 화풀이라도 하는 듯 자그마한 주먹으로 엄진우의 가슴을 두드렸다. “왜 그렇게 늦게 왔어? 그동안 내가 어떤 날을 보냈는지 알기나 해? 하마터면, 정말 하마터면 다른 남자들에게 짓밟힐 뻔했다고!” 엄진우는 눈물을 흘리는 예우림을 품에 꼭
“쯧쯧! 질투야? 여자들이란, 가지지 못하면 꼭 망가뜨리려고 하지. 그러면 안 돼!” 엄진우가 일부러 그녀를 놀리자 예우림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너 같은 왕자병이랑은 말 안 해! 나 오늘 창해로 돌아갈 건데, 당신도 같이 갈래? 일등석 하나 더 남긴 했더라고.” 엄진우가 말했다. “난 며칠 있다가 갈 거야. 맞다. 예정아가 이번에 이런 짓을 벌인 건, 예씨 가문의 사주를 받은 걸지도 몰라.” 예우림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알고 있었어. 예정아 때문에 취한 그날, 예정아는 분명 할아버지가 시킨 일이라고 자백했어. 이번에 창해로 돌아가면 피바람이 불게 될 거야.” 예우림도 결코 만만한 여자가 아니다. 그녀의 수단으로도 예씨 가문은 충분히 화를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복수도 도를 지켜야 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거 잊지 마.” 엄진우는 노파심에 그녀에게 귀띔해 주었다. 예흥찬 그 늙어빠진 똥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영감이다. “걱정하지 마. 나한테 생각이 다 있어.” 문을 나서려던 예우림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다시 돌아와 물었다. “맞다. 성안에 남으려는 거, 혹시 9대 수진 가문을 상대하려고 그러는 거야?” 엄진우는 멈칫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내가 미친 척만 했겠어? 당신 옆에서 중요한 정보도 많이 들었어.” 예우림은 뜨거운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 “성안은 우리가 사는 작은 창해와는 달라. 여러 세력이 얽히고설켜 있어. 불장난하다가 불에 탈 수도 있다고. 어쩌면 당신은 그날 드래곤 크루 사람들의 말대로 빨리 성안을 떠나는 게 좋았을지도 몰라...” “다 알고 있었네.” 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만약 나 혼자서도 9대 수진 가문에 버금가는 거대한 세력을 가졌다면 믿을래?” 엄진우는 일부러 ‘버금간다’는 겸손한 표현을 사용했다. 사실 북강에서 9대 수진 가문은 그의 신발 끈을 묶어줄 자격도 없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예우림은 고개를 돌려 콧
엄진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보았다. 연예인답게 예쁘긴 했다. 그런데 스크린에서 본 연예인들과 다 똑같게 생긴 것이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최담비는 미소를 지은 채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반가워요, 엄진우 씨. 전 강남 출신 여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최담비라고 해요. 3년 전 미스아시아 선발대회 강남성 선으로도 당선되었었어요.”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지? 대체 무슨 선물을 들고 왔으며 왜 직접 온 거지?” 엄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선물은.... 당연히 저죠.” 코트 단추를 홱 풀자 안에는 크롭탑만 입고 있었는데 완벽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앞쪽의 희고 말랑한 큰 가슴은 혈액 순환이 더 빨라지게 만들었다. 그 어떤 성숙한 남자에게도 이건 저항하기 어려운 무기이다. 최담비는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간드러진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 “전... 9대 수진 가문의 여러 어르신의 명령을 받고 찾아왔어요. 그리고 이건 그들이 엄진우 씨에게 드리는 선물이죠.” 그제야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린 엄진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하하! 홍의회 일로 찾아온 거네.” “오해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복수 때문에 온 건 아니에요. 엄진우 씨의 여자를 납치했으니 죽어도 마땅하죠. 9대 수진 가문은 의논 끝에 화해를 선택했고 절 선물로 보냈어요.” 최담비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끈적한 눈빛을 보냈다. “엄진우 씨, 저한테 오전 시간만 주세요. 반드시 즐겁게 해드릴게요. 천국이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드리죠.” 말을 끝낸 그녀는 바로 몸을 낮추고 엄진우의 벨트를 풀려고 했는데 가늘고 긴 손가락은 남자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최담비는 그 어떤 남자도 매료시킬 자신이 있었다. 오랜 시간 연예계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보았을 때, 그 어떤 고상한 남자라도 바지만 벗으면 결국 다 똑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엄진우는 무덤덤하게 한 마디를 날렸다. “근데 당신은 너무 늙었어. 곧 서른이지? 몸 다 처진
최담비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지금 뭐 하자는 거죠?” 그녀를 가질 생각이 없으면 왜 옷을 벗으라고 한 거지? 옷도 다 벗었는데 이대로 나가라고? 엄진우는 그녀를 서커스단의 광대로 생각하고 놀려먹은 건가? “가슴이 처졌잖아!” 엄진우는 그녀의 몸을 훑어보며 진심으로 말했다. “우림이와 지안 씨와 비하면 너무 질 떨어져. 아예 비교가 안 돼. 그런데 내 손길을 바란다고? 쯧쯧, 난 도무지 안 되겠어.” “지금 저 갖고 놀았어요?” 최담비는 화가 나서 몸을 떨며 물었다. “지금 누굴 거절했는지 알기나 해요? 당신은 방까지 찾아온 연예인을 지금 거절했어요! 주제도 모르는 촌놈 주제에! 기회도 몰라보고!” 그러자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내가 하반신으로 생각하는 당신의 스폰서들과 같은 줄 알아?” 그러더니 이내 여자의 외투에서 소형 카메라를 하나 꺼냈다. 순간 최담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당신 몸에 적어도 7~8개는 있다는 거 나 알고 있어.”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아서 고백할래, 아니면 밖에 있는 사람들한테 널 맡길까?”이보향은 이미 검은 옷의 호위병들을 거느리고 굳건히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누군가의 입을 열게 하는 건, 쟤들이 전문이야. 쟤들한테 이런 싼 티 나는 미인계는 통하지 않아.” 엄진우는 시계를 가리키며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 10초 줄게. 10, 9, 8...” “9대 수진 가문이 돈을 주고 시켰어요.” 최담비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말했다. “뭘 하려는 수작이지?” 이보향이 싸늘하게 묻자 최담비는 잠시 말문이 막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말하면 난 죽어요. 9대 수진 가문은 이미 주변에 사람을 심어 날 감시하고 있어요.”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사람을 심었다고? 설마 아침에 치운 그 쥐새끼들을 그러는 건가?” 최담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엄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이보향은 바로 사람을 시켜 시체 몇 구를 들어왔
“5천만 원?”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5천만 원이라도 엄진우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다. 만약 5억이라면 더 충성을 다 할 것이고 50억이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 “500억.” 엄진우가 말했다. 최담비는 흠칫하더니 바로 엄진우의 발밑에 납작 엎드려 감격에 겨워 말했다. “엄진우 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최담비 목숨을 바쳐서라도 엄진우 님에게 충성하겠습니다.” 연예계에 있으며 그녀가 가장 잘 배운 것이 바로 줄을 제대로 서는 것이다. 눈앞의 이 남자는 성안을 뒤흔들 가능성이 아주 높으며 배포도 상당하다. 엄진우는 그녀의 턱을 부여잡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 시작하지.” “네!” 최담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일으켜 미션을 수행하러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엄진우는 그녀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 “어딜 가?” “엄진우 님이 일 시작하라고 하셔서요...” 최담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한 일은 다른 일이야.” 엄진우는 최담비의 벗은 몸을 천천히 훑어보며 말했다. “좀 늙긴 했지만 외모는 나쁘지 않네.” 최담비는 바로 눈치챘다. 그녀는 난감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아까는 저 싫다고 하셨잖아요.” “아까는 당신이 악의적으로 찾아왔기 때문에 싫었던 거야. 하지만 이젠 내 사람이 됐으니 나한테 대한 충성은 점검해 봐야지 않겠어?” 엄진우는 두 다리를 벌리고 명령했다. “꿇어.” 그러자 최담비는 바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개처럼 엉덩이를 흔들며 엄진우에게 다가갔다. 팬들의 눈에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신, 일반인들의 눈에는 순수한 여자, 부모님 눈에는 착한 딸이겠지만 이 순간 그녀는 고작 남자의 노리개일 뿐이다. 이게 바로 가장 리얼한 연예계이고 연예인이다. 거사를 끝낸 후, 엄진우는 바지를 입으며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부 전하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네. 미쳐서 놀고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