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의 성안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소씨 가문. 소지안은 마지못해 소씨 저택으로 돌아와 미간을 찌푸린 채 소학정을 쳐다봤다. “할아버지! 왜 또 멀리서 저 부르신 거죠? 지금 비담이 얼마나 중요한 시긴지 아시잖아요!” 불야성 프로젝트가 끝난 후, 소지안은 다시 라이브 커머스로 발전 중심을 옮겼다. 마침 나라에서도 전자상거래 라이브에 대한 지원 정책이 있었기에 비담은 빠른 속도로 매출을 올려 어느새 전체 강남성 30%의 시장을 점유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이 있듯이 소지안은 이 기회에 시장을 성 밖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설마 또 맞선 때문에 저 부르신 거라면 얘기 꺼내지도 마세요!” 소지안은 잔뜩 불쾌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소학정은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차를 내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담배를 들고 태연자약하게 입을 열었다. “지안아.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넌 정말 모르는 거니,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니? 성안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는 걸 몰라?” “소동이요? 무슨 소동이요?” 소지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홍의회라고 들어봤어?” 소학정은 소지안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그럼요, 알죠. 명문가 자제들로 구성된 신비로운 조직 아닌가요? 9대 수진 가문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미 역사가 되어버렸어.” 소학정은 왠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하룻밤 사이에 홍의회는 한 남자로 인해 멸망했어.” “남자요? 누구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있었어요?” “네가 좋아하는 남자, 몰라?” 소학정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소지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순간 소지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한 시간 전, 홍의회 경매장. “엄진우!!” 찢어진 옷에 만신창이가 된 운천명은 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이는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감정이다. 그의 앞에는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4백 여명의 홍의회 멤버들의 머리통이 산처럼 쌓였고 엄진우는 그 중앙에 선 채 그를 날
“아니다. 15%로 가.” 엄진우가 계속 말했다. “확실히 기억하게 만들어야지.” 이보향은 엄진우의 명령을 깍듯이 받아들였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9대 수진 가문에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하겠습니다.” 다음날, 성안은 천지가 흔들리는 듯한 큰 패닉에 빠져버렸다. 명문가들은 엄진우라는 남자가 혼자의 힘으로 홍의회를 멸망시켰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비록 성부는 모두에게 입을 막을 것을 명령했지만 이는 단지 민간에 제한되어 있을 뿐 상류 계층의 입은 절대 통제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9대 수진 가문은 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자제들이 죽은 것도 모자라 수조 원의 가치가 증발하다니! 그들은 당장 엄진우를 찾기에 돌입하려고 했지만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바로 북강 제일 가족, 오씨 가문의 오윤하였다. 그녀는 엄진우에게 맞서는 자는 오씨 가문의 적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9대 수진 가문은 비록 강남성에서 내놓으라 하는 명문가들이지만 북강의 오씨 가문과 비교했을 때는 미약한 존재들이었다. 결국 국면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호텔 안에서. 소파에 앉아 있는 예우림은 여전히 아름답고 단아하며 깨끗했다. 다만 눈길이 공허한 것이 예전의 날카로움과 싸늘함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엄진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했으나 전혀 효력이 생기지 않았다. “이상하다. 독소는 분명 제거되었고 외상도 거의 나았는데 왜 호전되지 않는 거지?”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스스로 깨어나길 거부하는 건가?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왜?” 엄진우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상 속의 그녀는 만년불변의 빙산녀로 뼛속부터 싸늘함을 풍기는 여자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겉만 차가울 뿐 마음은 뜨거운 여자다. 지극히 민감하고 여린 여자... 어쩌면 이번 오해로 그녀는 상처를 받고 모든 걸 포기한 채 자기를 지키기 위해 깨어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안
“진우 씨, 나 할 말 있어서 찾아온 거니 이러지 마.” 소지안은 제대로 당황했다. 백주대낮에 이렇게 박력이 터지다니. 이러다 누가 들어오면 어떡하려고. “저녁에 하면 안 될까? 내가 직접...” 소지안은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목마른 짐승처럼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천천히 소지안의 방어선은 결국 무너지고 몸에는 엄진우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았다. 그제야 엄진우는 만족스러운 듯 옷을 입고 통창 앞에 앉아 조용히 밖을 내다보았다. 소지안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짐승 같은 놈.” 역시 남자는 섹스를 할 때만 모든 위장을 벗어버린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림이가 많이 아파. 마음에 병인데 나도 고칠 수 없을 것 같아.” 방금 소지안과 뜨거운 시간을 보낸 건 단순히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었다. 소지안은 바지를 입으며 물었다. “전에 있던 오해 때문에 그런 거야? 세상에, 그 일로 그렇게까지 모순이 생긴 거야?”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이런 무기력함을 느낀 건 엄진우도 처음이다. 소지안은 맨발로 엄진우에게 다가가 그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진우 씨, 너무 걱정하지 마. 적어도 우림이 일단 데려왔잖아. 이젠 우리가 천천히 우림이를 깨어나게 하는 수밖에 없어. 우림이는 반드시 깨날 거야.” 엄진우는 몸을 돌려 소지안을 꼭 끌어안고 말했다. “그러길 바랄 뿐이야. 나 너무 지친다. 힘들어...” 창해시에서 성안으로 오기까지, 이 모든 것은 예우림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예우림은 산송장이 되어버렸다. 지칠 대로 지친 엄진우는 소지안의 품에 안겨 펑펑 울고 싶었다. 그런데 이때 오윤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인데?”“어디죠?” “볼 일 좀 있어서 밖에 나왔어.” “밖이요. 두 여자와 함께 호텔에 있는데 밖이라고요? 한 번에 두 여자를 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오윤하의 싸늘한 말에 엄진우는 순간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별거 아니야. 미친 여자한테서 걸려 온 전화니 신경 쓸 것 없어.” 엄진우는 손을 가로저었다. 오윤하는 워낙 성질이 더러운 여자라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괜히 놀랄 것 없었다. 게다가 그는 9대 수진 가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우림이 병세야.” 엄진우는 곰곰이 생각하고 말했다. “지금은 실성 상태라 회혼단만이 효과가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이 단약을 만드는 약재 12가지 중 8가지는 강남성에서 구할 수 없어. 예를 들면 회혼초는 북강에만 있는 약재이고 화혈삼은 남양의 특산이지...” “그건 모르죠.” 소지안이 말했다. “신약당에 있을 수도 있어. 신약당은 성안에서 가장 큰 약국으로 전 세계의 귀중한 약재가 아주 많아. 그리고 그 뒤에는 9대 수진 가문과 성부가 있지.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터무니없을 정도로 가격이 비싸거든. 진료비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야.” 하지만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약재만 있다면 얼마든 상관없어. 주소 알려줘. 내가 우림이 데리고 직접 찾아갈 거야.” 이보향이나 다른 사람을 보내기엔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어떤 약재는 엄지우만이 진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지안은 바로 엄진우에게 주소를 알려주었고 엄진우는 예우림을 차에 태웠다. 신약당으로 떠나려는데 갑자기 엄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오빠! 나 지금 성안이야! 방금 차에서 내렸어.” 전화기 저편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우야, 너 왜 집에 안 있고 성안으로 온 거야?” 엄진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러자 엄혜우는 발랄하게 말했다. “에잇, 너무하네. 잊은 거야? 나 학교 성안이고 방학은 끝났어. 그러니 당연히 성안으로 돌아와야지!” 엄진우는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엄혜우의 몸에는 아직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있기에 창해시를 떠나면 그는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혜우야, 너 어디야? 내가 지금 데리러 갈게.” 엄진우는 걱정되는 마음
“교통사고야?” 남자의 울부짖음에 진찰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일제히 남자를 둘러싸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한 소박한 셔츠를 입은 남자가 거의 죽어가는 백발의 노부인을 품에 안고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제발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우리 엄마 이러다 죽어요.” “쯧쯧. 심하게 다쳤네. 저 정도면 오장육부가 다 터졌을 텐데.” “안쓰럽군. 엄마의 생명이 위협을 받지 않는다면 어떤 성인이 이런 장소에서 무너지겠냐고. 다 생활에 떠밀려 이렇게 된 거지.” “그래도 다행히 바로 신약당에 찾아왔으니 살릴 수도 있어.” “하지만 여기 비용이...”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고 있는 그때, 노란 가운 차림에 찻주전자를 들고 구레나루가 진하게 자란 남자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걸어왔다. “시끄럽긴 짝이 없군! 제가 왔습니다!” “어머, 신약당의 사장 마 선생님이시네. 신약당에서 의술이 가장 뛰어나신 분이라 상류층 사람들도 많이 진찰했다고 하더라고.” 사람들은 저도 몰래 흥분하기 시작했다. 마원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고가에 약재를 사겠다는 손님이 나타났다는 말에 기분이 아주 좋았었는데 이런 재수 없는 일이 생기다니. 만약 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상대가 죽어버린다면 신약당의 명예는 그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노부인의 호흡을 살피고 맥을 짚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비록 내장 파열이 심하지만 완전히 파열된 건 아니군. 생명력이 아주 대단하신 노부인이네. 당장 수술을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살 가망은 50%입니다.”노부인의 아들이 다급히 말했다. “마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제발 우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저도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원지는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말했다. “우선 프런트에서 진찰비로 2천만 원 지불하시죠.” 남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 2천만 원이요?” “나 마원지는 신약당 최고의 의원입니다. 그러니 진찰비 2천만 원은 절
“이건 또 어디서 나온 미친년이야? 비켜!” 신약당 사람들은 갑자기 흠칫하더니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순간 신약당 사람들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엄진우가 천천히 걸어와 따져 물었다. “미친년이라니? 말 다 했어?” 그러자 마원지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또 뭐야?” “모르는 척 지나치려고 했는데....”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더니 단호한 표정의 예우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여자가 무의식중에 이 모자를 지키려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나서는 거야.” 아내 바보인 걸 누굴 탓하겠어. 순간 엄진우의 손끝에 수많은 은침이 나타났다. 마원지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당신도 의원이야?” “사장님, 아까 고가로 약재를 사려고 했던 손님이십니다.” 이때 프런트 직원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마원지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었어? 하하! 알고 보니 오지랖이 아주 넓은 사람이었군. 하지만 저 노친네는 이미 오장육부가 파열되어 숨만 붙어있는 상태야. 내가 직접해도 반드시 살린다는 보장이 없지. 그런데 당신 같은 애송이가 살릴 수 있겠어?” 하지만 엄진우는 마원지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노부인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들어 남자에게 말했다. “난 성모가 아니니 공짜로는 도와줄 수 없어요. 그러니까 20만 원만 줘요.” 그러자 상대는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20만 원? 20만 원이면 우리 엄마 살릴 수 있어요? 거짓말 아니죠?” 50%의 가능성만 있다고 했던 마원지도 수억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20만 원이면 가능하다고? “마음대로 생각해요. 아무튼 돈만 주면 살려줄게요.”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생각 없으면 말고요.” “할 게요! 돈 드릴게요!” 상대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보더니 꼬깃꼬깃한 지갑에서 돈을 전부 꺼내 들었고 마침 20만 원이 조금 넘어 있었다. “제가 가진 전부의 돈이에요.” 남자는 바싹 마른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비록 돈은 아까웠지
“엄마! 엄마!” 남자는 순간 안색이 굳어지더니 다급히 노부인을 흔들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입가에 살짝 경련을 일으키며 물었다. “아니, 갑자기 왜 울어요?” “우리 엄마 숨이 멎었어요. 우리 엄마 죽었어요.” 하지만 남자는 마지막 이성을 잃지 않았고 엄진우을 탓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다 제가 가난한 탓이에요.” 적어도 남자는 잘못을 남에게 미는 막무가내가 아니었다. 고작 20만 원으로 그의 어머니를 살리겠다고 한 사람에게 굳이 따질 필요는 없는 일이다.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했는데 어찌 엄진우를 탓한단 말인가? 이때 엄진우가 말했다. “아직 살아계세요. 못 믿겠으면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 한 번 들어봐요.” 남자는 멈칫하더니 울음을 그치고 얼른 노부인의 가슴에 귀를 대고 확인했다. 노부인의 심장 소리는 남자의 심장 소리만 더 힘차고 건강했다. 엄진우가 설명했다. “노부인의 몸속에 혐기성 환경을 만들어야 호흡기 안에 있는 세균이 상처로 침투하는 걸 막을 수 있어요. 이젠 침만 놔드리고 호흡을 활성화하면 곧 회복될 거예요. 그러니 눈물 뚝 그쳐요. 남자가 말이야, 왜 퍽하면 울고 그래요.” 엄진우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렇게 심각한 부상을 고작 은침 몇 대로 치료했다고? 그야말로 신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은침으로 사람을 구하다니. 이런 건 TV에서만 봤는데 현실로도 가능했구나!” “저 사람 고수가 틀림없어. 신약당 명의들도 절대 할 수 없을걸?” “정말 마음이 넓은 사람이군. 저런 대단한 의술로 고작 20만 원만 받다니. 이건 공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노부인 아들이 괜히 미안해할까 봐 일부러 형식상 받은 것 같아. 20만 원이라도 받으면 상대 자존심은 지켜줄 수 있잖아. 정말 너그럽고 대단한 의원이셔.” 남자는 엄진우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신의님! 고맙습니다! 정말
“네가 원하는 약재는 이미 포장해 두었으니 내가 반값만 받을게. 3천만 원만 주고 당장 꺼져.” 마원지는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며 사악하게 웃더니 그제야 엄진우의 손에서 발을 치웠다. “저런 천한 목숨은 살릴 이유가 없어. 내 말 알아들었지?” 그 말에 노부인의 아들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요?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퍽! 남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신약당의 두 경비원이 달려와 남자의 뺨을 후려갈겼고 순식간에 남자의 앞니는 몇 대나 부러져버렸다. “무도종사야!” 사람들은 너무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경비원까지 무도종사라니. 어쩐지 싸구려 약도 수천만 원씩 팔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주저하지 않고 노부인에게 진기를 주입했다. 켁켁! 이때 노부인은 사레가 들린 듯 격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호흡을 되찾았다. 얼굴이 반쯤 부은 남자는 너무 기뻐 노부인에게 달려갔다. “엄마!” “개자식!” 마원지는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구하지 말라고 했지? 대가리에 물이라도 찬 거야? 병신 새...” 마지막 한 글자를 내뱉기도 전에 굵고 힘 있는 큰 손이 그를 바닥에 제압했다. 엄진우는 마원지의 머리통을 잡고 십여 미터나 끌고 이동했는데 바닥에는 흥건한 핏줄기가 생겨났다. 이때 가까이에 있던 두 무도종사는 다급히 엄진우를 향해 돌격했다. “꺅!” 현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저 젊은이도 무도종사였어!” “맙소사! 곧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아.” “나는 말이야. 날 가르치려는 놈들이 가장 싫어.”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아까 내 손을 밟았던 족발 말이야. 오른쪽이야, 왼쪽이야?” “개새끼야! 내가 성안에서 어떤 지위인 줄 알고 깝치는 거야? 감히 날 다치게 해? 넌 끝장이야! 내가 살아있는 한 넌 성안에서 절대 도망 못 가!” 상대는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엄진우는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