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내가 지금 잘못 들었어?”갈치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주머니에서 두 손을 빼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한 번 더 씨불여볼래?”엄진우에게 자기 밑으로 오라고 한 건 그에 대한 최고의 예의였는데 감히 호의를 거절하다니!“몰살이 화났다!”주변에 있던 죄수들은 깜짝 놀라 혼비백산하며 뒤로 다급히 물러섰다.공포의 살기는 곧 사람들을 얼어붙게 했다.마귀감옥의 서열 3위로서 그의 살인 수단과 수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변태적이다.“왜? 백기 못 들겠어? 그렇다면 노래라도 한 곡 뽑아볼래?”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스윽!순간 갈치의 손은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엄진우의 몸을 향해 돌진했다.“그렇다면 죽어! 네 가족도 전부 찾아내서 몰살할 거야. 죽기 전에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한 곡 뽑게 해야지.”갈치는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손이 엄진우의 오른쪽 어깨에 닿는 순간, 그가 예상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오히려 자기 손에서 부드득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섯 손가락이 전부 뒤로 접혀졌다.“어째서!”상대는 믿을 수 없었다.엄진우는 천천히 상대의 손을 치우더니 오른발에 힘을 장전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힘껏 휘두르려고 했다.그러자 깜짝 놀란 갈치가 안색이 창백해져서 말했다.“잠깐! 내가 무릎 꿇을게. 내가 노래 부를게.”그러더니 털썩 꿇어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이 장면에 교도관들과 기타 죄수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제야 엄진우는 동작을 멈추더니 상대의 얼굴을 밟으며 말했다.“언녕 그럴 것이지. 굳이 날 움직이게 만들어? 내 신발 핥아, 그러면 봐줄게. 들었지?”“네!”갈치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엎드려 혀를 내밀고 엄진우의 구두를 핥기 시작했다.“서열 3위가 이렇게...... 찌질해?”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주도권을 쥔 엄진우는 턱을 치켜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지금 이 감옥은 내가 대장이다.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 나와!”그가 기꺼이 여기에 잡혀 온 건 배후의 인물을 밝
하지만 잠깐 사이에 그 소리는 바로 사라지고 고요함이 맴돌았다.이것은 죽음의 적막이다.죄수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 눈치를 보았다.“벌써 끝났어?”“신참이 교도소장과 마왕을 만나기도 전에 악마의 근육인에게 갈기갈기 찢겼나 보군.”“그러게 누가 그리 건방지게 굴래? 갈치를 이겼으면 만족해야지 굳이 그 세 강자에게 도전하다니.“쌤통이다. 아주 잘됐네.”하지만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진우는 두 구의 시체를 질질 끌고 당당하게 나왔다.그건 분명! 악마의 근육인과 마왕이다.순간 장내는 뜨겁게 들끓기 시작했다.“그럴 리가! 두 분이 어떻게! 천하무적의 존재가, 군부대까지 출동해야 겨우 진압할 수 있는 존재를!”“죽었어?”그들은 싸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마왕과 악마의 근육인은 온몸의 뼈가 다 부서졌고 심지어 마왕은 사지가 다 뜯기고 머리통이 고작 3분의 1 정도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허리도 펴지 못하는 깡마른 남자가 졸졸 따라와 강아지처럼 아첨했다.“엄진우 님. 제 자리를 원하신다면 당장 내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마귀감옥을 집처럼 생각해 주세요. 언제든지 오시고 가셔도 좋습니다.”“설마 교도소장?”사람들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할 말을 잃었다.감옥 최강의 인물이 엄진우의 뒤를 따르며 아첨하다니?“아까 누가 나 욕하는 거 같던데?”엄진우는 그들을 차갑게 노려보며 물었다.“방금 나 욕했지?”쿵!순간 죄수들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다급히 무릎을 꿇고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억울합니다, 대장님!”“우리의 충심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누가 감히 대장님을 욕한다면 우리가 먼저 죽일 겁니다!”아까만 해도 그를 비웃던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는데 마치 아버지를 대하듯 엄진우에게 공손하게 대했다.수백 명의 교도관들도 고분고분 무릎을 꿇고 활짝 웃었다.“대장님! 여기 들어오시는 그 순간부터 왕이 될 상을 알아봤습니다! 교도소장보다 대장님이 훨씬 우리를 통솔할 자격이 있으니 앞으로 대장님을 마귀감옥의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우림의 신분으로 엄씨 가문에 출입도 불가능했다.이건 분명한 문전박대다.엄씨 가문 경비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엄진우? 그 대역무도한 반역자가 엄씨 가문 사람들을 몇이나 죽였는데! 구하긴 뭘 구해! 꿈도 야무져.”그 말에 예우림은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엄진우가 엄씨 가문 사람도 죽였어?맙소사, 창해시 4대 가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건드렸네.“평사원 주제에 왜 이렇게 사고뭉치야. 부족한 능력으로 왜 자꾸 무리하는 거지? 이번엔 아무도 못 돕게 생겼네.”예우림은 화가 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그녀가 잔뜩 실망해서 떠나려는 그때,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우림, 네가 엄씨 저택에 웬일이야. 엄진우 그 자식 때문에 왔어?”머리를 돌려보니 싸늘한 표정의 엄비룡이 보였다.“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상관이 왜 없어. 내가 만약 엄진우를 구할 수 있다면 나랑 같이 갈래?”엄비룡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예우림은 잠시 멈칫하더니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엄진우 구할 생각 정말 있으세요?”엄진우가 엄영우를 고자로 만들었으니 엄비룡은 아마 엄진우를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을 것이다.“난 그 자식 죽이고 싶어. 하지만 그것보다 난 널 더욱 중요시하게 생각해.”엄비룡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빙빙 돌리는 성격이 아니라 확실하게 말할게. 내 아들과 결혼해. 그러면 엄진우 내가 구해줄게. 우리 엄씨 가문을 제외하면 그 자식 마귀감옥에서 구해줄 사람 아무도 없어.”순간 예우림은 온몸이 굳어져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엄영우 그 변태와 결혼하라고? 날 어떻게 괴롭힐지 누가 알고.엄비룡은 거만하게 웃으며 그녀를 다그쳤다.“빨리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마귀감옥은 시시각각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지옥 같은 곳이지. 시간 끌면 끌수록 엄진우가 살아남을 확률은 더욱 희박해져.”예우림의 예쁜 얼굴은 금세 파랗게 질리더니 작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그렇겠다고 해야 할까?......마귀감옥.“그러니까, 이 모든 게 조씨 가문이 부추
“당시 눈앞의 허상에 속아 그런 진술을 하게 된 겁니다.”조연설은 비록 난처했지만 조곤조곤 이치에 따라 말했다.“처음에는 엄진우가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신사강남의 CCTV를 확인하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전 진씨 가문의 진천무에게 머리를 가격당하고 기절한 겁니다. 그리고 진천무가 저를 방으로 옮긴 후 마침 엄진우가 절 구하러 왔는데 제가 당시 제정신이 아니다 보니 오해하게 되었습니다.”조연설은 워낙 은혜와 원한은 칼과 같이 가르는 성격이다.엄진우가 자기를 구하려고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더없이 후회했다.하여 최선을 다해 엄진우를 구하겠다고 다짐했다.“오해는 개뿔. 그래, 그게 진천무라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 조씨 가문의 조정우를 죽인 건 어떻게 설명할래?”조씨 가문의 고위 간부 몇 명은 팔짱을 낀 채 따져 물었다.“조정우는 우리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손자야. 그런데 양아치 손에 죽어버렸으니, 우리 어르신이 얼마나 분통한지 네가 알기나 해? 어르신은 엄진우의 심장을 도려내 조정우의 제사상에 올리라고 하셨어.”“조연설, 그런데도 엄진우를 위해 변호하고 싶어? 우리 조씨 가문과 등지고 싶은 거야? 너도 조씨라는 거 잊었어?”그 말에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렸다.“조정우는 죽을 짓을 했습니다! 엄진우는 단지 예우림에게 약을 먹인 자를 의롭게 죽인 것뿐입니다!”“무엄하다! 한 마디만 더한다면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감사국 여자 고위 간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바로 조정우의 어머니다.“아니요! 말할 겁니다.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 공적인 도구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당신들 같은 탐관오리들의 정체를 밝힐 거란 말입니다!”조연설은 당장에 반박했다.“조정우는 죽어 마땅합니다! 엄진우를 당장 풀어주지 않는다면 제가 집행청 사람들과 직접 감옥으로 쳐들어가겠습니다.”그녀가 긴 다리를 내딛으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채더니 벽으로 내동댕이쳤다.“닥쳐! 네가 뭔데? 조씨 가문의 반역자 주제에!”
“근데 왜 자꾸 짖어대? 시끄러워 죽겠네, 진짜.”엄진우는 다섯 손가락을 쭉 펴더니 상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순간 상대의 얼굴은 쩍 갈라져 하얀 뼈가 희미하게 보이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꼬꾸라졌다.“엄진우! 감히 우리 조씨 가문 사람을 죽여?”감사국 여러 고층 간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미 죽였는데 이제 와서 그런 질문하는 거 너무 웃기지 않아?”싸늘한 미소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저리 멀쩡하게 마귀감옥에서 나오다니...... 설마 저 자식, 모두를 이긴 거야?”조연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마귀감옥은 십만 군대도 정복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곳이다.몇 년 전 조연설은 마귀감옥으로 순찰하러 갔었는데 죄수들의 포악한 눈빛에 놀라서 거의 도망가다시피 떠나갔다.엄진우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보긴 뭘 봐? 잘생긴 남자 처음 봤어? 빨리 안 가? 여기서 사고 더 치면 엉덩이 가만 안 둬.”조연설은 말 문이 막혀 고맙다는 말을 순간 삼켜버렸다.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가면 갔지! 흥!”그녀는 화가 나서 바로 몸을 돌렸다.저리 멀쩡하게 나올 줄 알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는 건데!엄진우는 감사국의 고위층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진실을 말해. 어떻게 그리 빠른 시간에 신사강남까지 나 체포하러 올 수 있었던 거지?”“말 안 하면 어쩔 건데?”그들은 엄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확실해?”엄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5분 뒤, 감사국 홀에는 역겨운 피비린내가 진동했다.“그만해! 그만! 얘기할게. 사실대로 말할게!”그들은 피를 토하고 피를 흘렸고 근육과 뼈가 모두 부서졌으며 얼굴도 불어 터진 면발처럼 퉁퉁 부어오른 채 자라처럼 바닥을 벌벌 기며 엄진우에게 용서를 빌었다.“진씨 가문 진천무에게서 신사강남에서 누군가 조씨 가문 사람을 죽였다고 연락 왔었어. 널 마귀감옥에 처넣으면 500억을 수고비로 준다고 했어.”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4대 가문 중 조씨 가문은 정치
“성안 소씨 가문 소찬석?”그 말에 사람들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스물세 살의 나이에 성안 천책상장 타이틀을 얻고 사법부 장관 겸 국무조정실 비서장으로 임명된 성안의 최고 지니어스 소찬석?”바꾸어 말하자면 감사국은 그에게 개미만도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뜻이다.순간 사람들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장관님,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시는 겁니까?”“난 이유가 필요 없어. 내가 죽으라면, 당신들은 죽어야 해.”소찬석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며 한 손으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걱정하지 마. 다른 조씨 가문 사람들은 죽일 생각 없어. 난 당신들만 죽일 거야. 아무튼 3분 줄게. 그 안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다면 난 조씨 가문 전체를 몰살할 생각이야.”소찬석은 더없이 차분한 말투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그 말에 조씨 가문 사람들은 절망한 듯 총을 꺼내 입에 쑤셔 넣었다.빵빵빵!그들은 소찬석을 앞에 두고 하나둘 목숨을 끊었다.소찬석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몸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정도면 만족해? 내 사랑하는 동생아?”이때 소지안이 조용히 어두운 구석에서 나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오빠, 난 그냥 겁만 주라고 했지 죽이라고는 안 했잖아!”“가장 확실한 경고가 바로 죽이는 거야.”소찬석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일은 해줬으니 너도 약속 지켜야겠지?”소지안은 입술을 깨물고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나 며칠만 더 봐줘. 그러면 오빠랑 성안으로 돌아가서 이 정략결혼 할게.”소찬석은 뒷짐을 쥐고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3일, 3일 더 줄게. 그때도 가지 않는다면 네 주변 사람 전부 죽여버릴 거야.”소지안은 순간 온몸이 차가워지더니 눈시울까지 붉어졌다.진우 씨, 나 떠나요. 알고 있어요?......“엄비룡 씨, 아들과 결혼하라고 했지 호텔로 온다는 말은 안 했잖아요! 함부로 하지 마세요!”예우림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
“왜요? 설마 대단한 엄씨 가문 사람이 저 같은 연약한 여자를 협박하는 거예요?”예우림은 그제야 하이힐을 신고 턱을 치켜들었다.“그래도 저 그냥 갈 건데. 감히 절 막을 수 있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문을 열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강력한 기운이 몰아치더니 예우림을 그대로 날려버렸고 순간 그녀는 통증 때문에 행동력을 상실했다.예우림은 창백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이렇게 무모하게 나오실 거예요?”상대는 성큼성큼 다가왔다.“풉! 난 엄씨 가문 사람이야. 내가 뭘 하든, 아무도 못 말려.”엄비룡은 흉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엄진우 이 새끼가 어떻게 운이 좋아서 빠져나왔는지는 몰라도, 넌 오늘 내가 반드시 잡아먹는다.”엄비룡은 워낙 예우림을 속여서 엄영우와 결혼하게 하려고 했다.그리고 엄진우를 결국 구하지 못한 척하면서 상대를 마귀감옥에서 합당하게 죽이려고 계획까지 세워뒀었다.그렇게 되면 예우림 이 아름다운 여자도 얻고 눈엣가시인 엄진우도 처리할 수 있기에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다.비록 엄진우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지만 예우림 이 여자라도 얻을 수 있으니 헛된 수고는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한 엄비룡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예우림의 옷깃을 향해 손을 뻗었다.이때 갑자기 번개가 번쩍하더니 엄비룡의 팔은 그대로 절단되었다.“으아악!!”급작스러운 상황에 엄비룡은 다급히 뒷걸음질 치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어떤 새끼야? 감히 이 엄비룡을 기습하다니! 죽여버릴 거야!”무겁고 웅장한 검은 실루엣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더니 공기 속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이런 공포의 위압에 엄비룡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혈색을 잃었고, 한 줄기 한기가 발끝부터 천천히 그의 몸 전체에 침입했다.“이 위압감은...... 내가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엄비룡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저기요. 이 엄비룡은 법과 범죄 사이를 넘나드는 대단한 인물들을 사귀기 아주 좋아하며 절대 함부로 누굴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래, 수고했다.”답장을 보낸 후, 엄진우는 드디어 한시름을 놓았다.그들을 겨냥한 진씨 가문의 음모는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하지만 엄비룡을 죽였으니 엄씨 가문에서는 아마 눈에 쌍불을 켜고 복수하려 할 것이다.“하지만 상관없어. 비바람이 몰아쳐도 난 끄떡없으니까.”엄진우는 혼자 중얼거렸다.“이 기회에 온갖 잡귀들은 한꺼번에 아작내는 거지.”30분 뒤, 예우림은 역시나 프로페셔널한 오피스룩을 차려입고 회사에 나타났다.엄진우는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부대표님, 괜찮아요?”엄진우의 멀쩡한 모습에 예우림은 순간 엄비룡에게 당할 뻔했던 일이 떠올라 화가 솟구쳤다.“괜찮아 보여? 나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고!”“안전하게 돌아왔잖아요.”엄진우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청용을 보냈는데 당연히 무사하지, 그럼.하지만 그 말에 예우림은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뻔뻔한 자식아!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맥을 움직인 줄 알기나 해? 게다가 내가 직접 호랑이 굴에까지 들어갔다고! 지안이도 성안까지 돌아가서 가문에 도움을 청했어! 그런데 넌 왜 마치 너와 상관없는 일처럼 무고한 표정이야!”예우림은 마음이 차가워졌다.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했을지도 몰라. 호텔 딜리스에서 날 구한 건 엄진우가 아니야! 신사강남에서 날 구해준 것도 지안이가 앞장섰기에 같이 온 것뿐이고, 그날 엄씨 가문에서 날 구한 것도 자기 엄마 체면 때문에 그랬을 거야!엄진우는 흠칫했다.“소 비서님이 가문에 도움을 청했다고요?”어쩐지 하루 종일 소지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게 아니면? 지안이가 없었더라면 넌 이미 시체로 발견됐을지도 몰라!”예우림은 싸늘하게 말했다.“됐어. 이 얘긴 그만하고 너 빨리 나가! 너 나랑 친해? 평사원 주제에 왜 자꾸 내 사무실을 들락거려? 다른 직원들이 보면 어쩌려고!”말을 끝낸 그녀는 바로 두 손을 뻗어 엄진우를 밖으로 밀어내더니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엄진우는 어리둥절해졌다.“저 빙산녀 화약이라도 먹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