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자꾸 짖어대? 시끄러워 죽겠네, 진짜.”엄진우는 다섯 손가락을 쭉 펴더니 상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순간 상대의 얼굴은 쩍 갈라져 하얀 뼈가 희미하게 보이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꼬꾸라졌다.“엄진우! 감히 우리 조씨 가문 사람을 죽여?”감사국 여러 고층 간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미 죽였는데 이제 와서 그런 질문하는 거 너무 웃기지 않아?”싸늘한 미소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저리 멀쩡하게 마귀감옥에서 나오다니...... 설마 저 자식, 모두를 이긴 거야?”조연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마귀감옥은 십만 군대도 정복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곳이다.몇 년 전 조연설은 마귀감옥으로 순찰하러 갔었는데 죄수들의 포악한 눈빛에 놀라서 거의 도망가다시피 떠나갔다.엄진우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보긴 뭘 봐? 잘생긴 남자 처음 봤어? 빨리 안 가? 여기서 사고 더 치면 엉덩이 가만 안 둬.”조연설은 말 문이 막혀 고맙다는 말을 순간 삼켜버렸다.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가면 갔지! 흥!”그녀는 화가 나서 바로 몸을 돌렸다.저리 멀쩡하게 나올 줄 알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는 건데!엄진우는 감사국의 고위층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진실을 말해. 어떻게 그리 빠른 시간에 신사강남까지 나 체포하러 올 수 있었던 거지?”“말 안 하면 어쩔 건데?”그들은 엄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확실해?”엄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5분 뒤, 감사국 홀에는 역겨운 피비린내가 진동했다.“그만해! 그만! 얘기할게. 사실대로 말할게!”그들은 피를 토하고 피를 흘렸고 근육과 뼈가 모두 부서졌으며 얼굴도 불어 터진 면발처럼 퉁퉁 부어오른 채 자라처럼 바닥을 벌벌 기며 엄진우에게 용서를 빌었다.“진씨 가문 진천무에게서 신사강남에서 누군가 조씨 가문 사람을 죽였다고 연락 왔었어. 널 마귀감옥에 처넣으면 500억을 수고비로 준다고 했어.”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4대 가문 중 조씨 가문은 정치
“성안 소씨 가문 소찬석?”그 말에 사람들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스물세 살의 나이에 성안 천책상장 타이틀을 얻고 사법부 장관 겸 국무조정실 비서장으로 임명된 성안의 최고 지니어스 소찬석?”바꾸어 말하자면 감사국은 그에게 개미만도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뜻이다.순간 사람들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장관님,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시는 겁니까?”“난 이유가 필요 없어. 내가 죽으라면, 당신들은 죽어야 해.”소찬석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며 한 손으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걱정하지 마. 다른 조씨 가문 사람들은 죽일 생각 없어. 난 당신들만 죽일 거야. 아무튼 3분 줄게. 그 안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다면 난 조씨 가문 전체를 몰살할 생각이야.”소찬석은 더없이 차분한 말투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그 말에 조씨 가문 사람들은 절망한 듯 총을 꺼내 입에 쑤셔 넣었다.빵빵빵!그들은 소찬석을 앞에 두고 하나둘 목숨을 끊었다.소찬석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몸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정도면 만족해? 내 사랑하는 동생아?”이때 소지안이 조용히 어두운 구석에서 나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오빠, 난 그냥 겁만 주라고 했지 죽이라고는 안 했잖아!”“가장 확실한 경고가 바로 죽이는 거야.”소찬석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일은 해줬으니 너도 약속 지켜야겠지?”소지안은 입술을 깨물고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나 며칠만 더 봐줘. 그러면 오빠랑 성안으로 돌아가서 이 정략결혼 할게.”소찬석은 뒷짐을 쥐고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3일, 3일 더 줄게. 그때도 가지 않는다면 네 주변 사람 전부 죽여버릴 거야.”소지안은 순간 온몸이 차가워지더니 눈시울까지 붉어졌다.진우 씨, 나 떠나요. 알고 있어요?......“엄비룡 씨, 아들과 결혼하라고 했지 호텔로 온다는 말은 안 했잖아요! 함부로 하지 마세요!”예우림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
“왜요? 설마 대단한 엄씨 가문 사람이 저 같은 연약한 여자를 협박하는 거예요?”예우림은 그제야 하이힐을 신고 턱을 치켜들었다.“그래도 저 그냥 갈 건데. 감히 절 막을 수 있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문을 열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강력한 기운이 몰아치더니 예우림을 그대로 날려버렸고 순간 그녀는 통증 때문에 행동력을 상실했다.예우림은 창백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이렇게 무모하게 나오실 거예요?”상대는 성큼성큼 다가왔다.“풉! 난 엄씨 가문 사람이야. 내가 뭘 하든, 아무도 못 말려.”엄비룡은 흉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엄진우 이 새끼가 어떻게 운이 좋아서 빠져나왔는지는 몰라도, 넌 오늘 내가 반드시 잡아먹는다.”엄비룡은 워낙 예우림을 속여서 엄영우와 결혼하게 하려고 했다.그리고 엄진우를 결국 구하지 못한 척하면서 상대를 마귀감옥에서 합당하게 죽이려고 계획까지 세워뒀었다.그렇게 되면 예우림 이 아름다운 여자도 얻고 눈엣가시인 엄진우도 처리할 수 있기에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다.비록 엄진우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지만 예우림 이 여자라도 얻을 수 있으니 헛된 수고는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한 엄비룡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예우림의 옷깃을 향해 손을 뻗었다.이때 갑자기 번개가 번쩍하더니 엄비룡의 팔은 그대로 절단되었다.“으아악!!”급작스러운 상황에 엄비룡은 다급히 뒷걸음질 치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어떤 새끼야? 감히 이 엄비룡을 기습하다니! 죽여버릴 거야!”무겁고 웅장한 검은 실루엣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더니 공기 속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이런 공포의 위압에 엄비룡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혈색을 잃었고, 한 줄기 한기가 발끝부터 천천히 그의 몸 전체에 침입했다.“이 위압감은...... 내가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엄비룡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저기요. 이 엄비룡은 법과 범죄 사이를 넘나드는 대단한 인물들을 사귀기 아주 좋아하며 절대 함부로 누굴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래, 수고했다.”답장을 보낸 후, 엄진우는 드디어 한시름을 놓았다.그들을 겨냥한 진씨 가문의 음모는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하지만 엄비룡을 죽였으니 엄씨 가문에서는 아마 눈에 쌍불을 켜고 복수하려 할 것이다.“하지만 상관없어. 비바람이 몰아쳐도 난 끄떡없으니까.”엄진우는 혼자 중얼거렸다.“이 기회에 온갖 잡귀들은 한꺼번에 아작내는 거지.”30분 뒤, 예우림은 역시나 프로페셔널한 오피스룩을 차려입고 회사에 나타났다.엄진우는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부대표님, 괜찮아요?”엄진우의 멀쩡한 모습에 예우림은 순간 엄비룡에게 당할 뻔했던 일이 떠올라 화가 솟구쳤다.“괜찮아 보여? 나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고!”“안전하게 돌아왔잖아요.”엄진우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청용을 보냈는데 당연히 무사하지, 그럼.하지만 그 말에 예우림은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뻔뻔한 자식아!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맥을 움직인 줄 알기나 해? 게다가 내가 직접 호랑이 굴에까지 들어갔다고! 지안이도 성안까지 돌아가서 가문에 도움을 청했어! 그런데 넌 왜 마치 너와 상관없는 일처럼 무고한 표정이야!”예우림은 마음이 차가워졌다.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했을지도 몰라. 호텔 딜리스에서 날 구한 건 엄진우가 아니야! 신사강남에서 날 구해준 것도 지안이가 앞장섰기에 같이 온 것뿐이고, 그날 엄씨 가문에서 날 구한 것도 자기 엄마 체면 때문에 그랬을 거야!엄진우는 흠칫했다.“소 비서님이 가문에 도움을 청했다고요?”어쩐지 하루 종일 소지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게 아니면? 지안이가 없었더라면 넌 이미 시체로 발견됐을지도 몰라!”예우림은 싸늘하게 말했다.“됐어. 이 얘긴 그만하고 너 빨리 나가! 너 나랑 친해? 평사원 주제에 왜 자꾸 내 사무실을 들락거려? 다른 직원들이 보면 어쩌려고!”말을 끝낸 그녀는 바로 두 손을 뻗어 엄진우를 밖으로 밀어내더니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엄진우는 어리둥절해졌다.“저 빙산녀 화약이라도 먹은 거야
비록 엄진우에게도 훌륭한 점은 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와도 같은 존재였다.“그래, 신제품 발표회에서 어떤 재주를 부릴지 궁금한데? 이번 일로 당신이 명왕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결정될 거야.”예우림은 턱을 잔뜩 치켜올린 채 여왕처럼 도도하게 답장을 보냈다.“그래.”며칠 동안.엄진우는 연속 며칠 야근하며 발표회를 준비했고 드디어 발표회 전날, 모든 준비 공작을 완벽하게 끝마쳤다.“회사 생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집에 가서 엄마나 찾아야지!”엄진우는 출퇴근 기록기에 카드를 찍고 회사에서 나온 뒤 스쿠터를 타고 오션 아파트로 향했다.그런데 사거리에서 실버색 슈퍼카 한 대가 갑자기 달려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노부인을 들이받았고 노부인은 자전거와 함께 벌러덩 넘어졌는데 앞바퀴가 다 날아갔다.엄진우는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젠장! 나까지 들이받을 뻔했잖아! 요즘 사람들은 공중도덕이라는 게 없어요.”화가 난 그는 바로 스쿠터를 세우고 슈퍼카 앞에 가서 차창을 두드렸다.“이 사람아! 신호등 볼 줄 몰라? 하마터면 사람이 죽을 뻔했잖아! 그러다 당신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하지만 이때, 엄진우는 이 한정판 헤네시 베놈에서 북강의 번호판을 발견했다.이상하다. 여기에 왜 북강의 차가 있는 걸까? 게다가 이 차는 북강에도 오직 네 대밖에 없는 차야.이때 슈퍼카의 차창이 자동으로 내려가더니 청 반바지에 크롭톱을 입은 긴 다리의 여자가 엄진우의 시야에 들어왔다.갸름하고 하얀 얼굴에 커다란 두 눈을 가진 여자는 움직임 하나하나에서도 고귀함이 묻어져 나왔다.아름다운 여자는 팔짱을 끼고 엄진우를 싸늘하게 흘겨보았다.“지금 누구 저주해? 역시 지방 사람이라 그런지 교양이 아주 젬병이네.”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교양이 많지도, 그렇다고 없지도 않아. 당신 같은 사람한테 쓰기엔 아주 적절하지.”“흥, 눈썰미도 없는 서민 주제에.”아름다
“뭐야? 내가 북강에 약혼녀가 있었어? 근데 난 왜 몰랐지?”집 앞에서 청용의 전화를 받은 엄진우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이 세상을 떠날 뻔했다.청용이 조곤조곤 설명했다.“명왕님, 저도 방금 알게 된 사실입니다. 명왕님의 사부이자 전 용국 수호신께서 전에 명왕님을 대신해 북강 슈퍼 재벌가인 오씨 가문과 혼약을 맺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명왕님의 약혼녀가 바로 오정그룹의 상속녀인 오윤하 아가씨입니다. 스물한 살의 나이에 큰 권력을 손에 쥔 거물이죠.”“그만, 그만!”엄진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중요한 건, 난 그 여자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거야. 아니 이렇게 황당한 혼약이 어딨어?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 너 북강에 한 번 다녀와. 가서 이 혼약 취소해 버려.”“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미 창해시에 도착하셨답니다.”그 말에 엄진우는 머리가 텅텅 비는 것 같았다.“젠장. 용아, 너 똑바로 들어. 그 오윤하라는 여자가 절대 날 찾지 못하게 나에 대한 소식 전부 차단해.”말을 끝낸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집 문에 기대 긴 숨을 내쉬었다.“아니 영감, 왜 나한테 이런 장애물을 설치하는 거야?”예우림과 소지안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픈데 재벌 약혼녀라니. ......같은 시각.“정보가 없다고?”전화기 너머의 소리에 오윤하는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이 남자, 일부러 나 피하는 거야?”옆에 있던 부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아가씨, 명왕님의 뛰어난 솜씨로 종적을 감추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아니면 먼저 북강으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요?”“헐, 이렇게 돌아가면 내가 얼마나 쪽팔릴 거야?”오윤하는 가늘고 긴 다리를 꼬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아무리 명왕이라 불리는 대단한 남자라 할지라도 난 반드시 찾아낼 거야.”“아가씨, 내일 창해시에서 가장 큰 의약 기업인 지성그룹과 진스제약의 신제품 발표회가 있을 예정인데 아가씨에게도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이때, 또 다른 부하가 굽신거리며 말했다.“너무 오만한 것 아닙니까?
“신제품 발표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제품 아닌가요? 그렇게 화려하게 꾸며서 뭐해요?”엄진우는 아주 침착하고 차분하게 말했다.비록 유청아도 연예인을 모델로 섭외하고 거금을 들여 의학계의 거물을 초대해 레드카펫까지 깔자는 제안을 했지만 엄진우에게 전부 거절당했다.돈은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하며 낭비하면 안 된다.하지만 예우림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너 바보야? 맞아, 제품이 가장 중요하지. 하지만 화려한 분위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전할 수 있다는 거 몰라서 그래? 게다가 오늘 생방송이야. 전체 창해시 시민들이 우리 발표회를 다 볼 거라고! 넌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초라한 발표회를 보여주고 싶어?”엄진우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는 말투로 차분하게 대답했다.“상관없어요. 이기면 되죠.”예우림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실망하여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이겨? 자신감은 자만과 오만이 아니야. 적을 깔보는 병사는 반드시 패배한다.진스제약이 이렇게 떠들썩하게 발표회를 준비한 건 분명히 대단한 뭔가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진우는 그거도 모르고 저리 잘난 척하다니.역시 내가 저 남자를 높이 보는 게 아니었어. 저 남자와 명왕님을 어떻게 비교해? 발끝도 따라갈 수 없어!하지만 소지안은 낙관적인 표정으로 말했다.“우림아,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어. 진우 씨가 개발한 아이스 스킨 파우더 말이야, 효과가 아주 놀라울 정도야. 이 신제품 하나로도 진스제약의 모든 제품을 따라잡을 수 있어.”“다 따라잡는다고? 판단이 너무 섣부른 거 아닌가?”이때, 건방지고 경박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진천무가 진스제약 임원들에게 둘러싸여 거만하게 걸어와 실실 웃었다.“진 회장이야! 진 회장이 왔어!”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진천무를 발견하고 우르르 몰려가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진 회장님, 이번 신제품 가격대가 어떻게 될까요?”“일부 언론 집계에 따르면 진스제약 신제품의 예약 물량이 이미 3개월까지 꽉 찼다고
진천무도 그저 한번 시도해 보자는 생각으로 초대장을 보냈을 뿐인데 북강의 자랑인 오윤하가 정말 이곳에 나타났다니.창해시와 같은 지방 도시의 명문가는 북강 명문가에 비하면 그저 개미만도 못한 존재이다.진천무는 잔뜩 흥분해서 손을 내밀며 말했다.“오윤하 씨, 처음 뵙겠습니다. 절 소개할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전 창해시 4대 고대 무가, 진씨 가문의 소주이자 진스제약의 회장, 진천무입니다.”하지만 오윤하는 진천무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곧장 옆으로 피하며 말했다.“그 더러운 손은 치우고, 시야가 가장 좋은 자리로 배치해.”이런 적나라한 무시에 진천무는 마치 뺨이라도 한 대 맞은 듯 안색이 어두워졌고 진씨 가문 사람들 얼굴에도 금세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하지만 오윤하의 뒤에 있는 경호원들을 보았을 때, 가장 레벨이 낮은 상대가 바로 내력종사이고 그 위로는 대종사, 심지어 그보다 더 강한 레벨의 강자들도 존재했다.그들은 순간 혼비백산하여 저도 몰래 고개를 푹 숙였다.진천무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럼요, 오윤하 씨. 와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그 어떤 요구라도 기꺼이 들어드리겠습니다.”“그래, 그렇다면 살아있는 남방참다랑어회 준비해.”오윤하가 한 마디 덧붙였다.“네! 당장 준비하겠습니다.”곧 남방참다랑어회가 가지런하게 배치되었는데 그 가치가 아주 대단했다.이때 진천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남방참다랑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용 생선으로 한 마리당 가격이 최저 수만 달러인데 최상급 참다랑어는 한 마리에 무려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자랑합니다. 역시 북강의 슈퍼 명문가 상속자답게 품위가 있으십니다.”하지만 그 말에 오윤하의 부하들과 경호원들은 갑자기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뜨렸다.오윤하도 경멸에 찬 미소를 짓더니 남방참다랑어회를 집어 품에 안긴 페르시아고양이의 입에 넣어주며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저까짓 걸 내가 어떻게 먹어? 당연히 내 고양이한테 주는 거지. 이런 손바닥만 한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