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고? 내가 물을게. 네 롤모델이 누구야?”조문지가 큰 소리로 묻자 조연설은 힘 있게 대답했다.“그거야 당연히 용국 최연소 전신인 청용전신이지! 서른의 나이에 용국 전력 정상에 서서 세상을 뒤흔드는 사람을 누가 이길 수 있어? 엄진우가 그게 가능해? 그 자식 의술은 나도 인정해. 하지만 고작 의술일 뿐이야. 청용전신의 만분의 일이라도 실력 있었으면 난 아마 그 자식 다르게 봤을걸?”“그만!”조문지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분이 청용의 만분의 일이 아니라, 청용이 그분의 만분의 일이야. 청용뿐만 아니라 곤륜산 10대 전신도 그분 앞에서는 꼬리를 감추고 사람이 되어야 해.”조문지의 설명에 조연설은 잠시 심장이 철렁하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빠 지금 나랑 장난해? 그 전신들은 대통령님도 체면을 지켜줘야 한다고. 그런데 고작 직장인 엄진우를?”믿을 수 없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왜 시장인 아버지가 저런 서민을 지키려는 걸까?“멍청한 것, 모자란 것.”조문지는 실망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애써 연결하려고 했던 인연은 제 손으로 끊어버렸다니.“어쨌든 그분을 빨리 마귀감옥에서 꺼내야 하니까, 앞장서!”조문지는 싸늘하게 말했다.“그리고 그 사건은, 넌 수사 베테랑이 되어서 그것도 몰라? 그건 함정이잖아!”조연설은 입을 삐죽이며 결국 함께 나왔다.“알겠어. 내가 감사국에 가서 제대로 말할게. 사실 나도 엄진우가 나한테 그러는 건 보지 못했어.”같은 시각 창해시 외곽 감사부 지부.엄진우는 취조실로 끌려갔지만 취조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대신 한 남자가 걸걸하게 웃으며 말했다.“엄진우, 네 죄명은 이미 확정됐어. 증거가 확실하니까 지금 당장 마귀감옥으로 보낼 거야. 아, 내가 안쓰러워서 하는 말인데, 마귀감옥에 끌려가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아마 더 편할 거야. 감옥에 들어가면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는 게 나으니까.”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흉악하게 생긴 남자들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엄진우를 바라봤다.교도관이 떠난 후, 근육질의 남자들은 천천히 그를 둘러싸고 물었다.“야, 너 여기 왜 들어왔어?”엄진우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난 죄가 없어.”남자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하긴, 여기 들어오는 새끼들은 모두 자기가 무죄라고 억지부리긴 하지.”“너 얼굴이 꽤 쓸만하네. 우리와 함께 자극적인 운동 좀 할까?”그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엄진우를 에워쌌다.“바지 벗어! 신참 교육 제대로 해야겠다.”옆에 있던 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저 자식 큰일났네. 저 형씨들 모두 강간범들인데. 게다가 남자 여자 가리지 않아.”그런데 엄진우는 다섯 손가락을 펴더니 한 남자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아침부터 뭔 징그러운 소리야? 기분 더럽게.”펑!순간 상대의 머리통은 마치 수박이 터지듯 사분오열되었고 혈장과 뇌즙이 사방으로 튀며 그대로 쓰러졌다.사람들은 천둥에 맞은 듯 놀라 멍해졌다.“오자마자 사람을 죽인다고? 요즘 신참들 너무 대단하다.”나머지 근육 남들은 놀라서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철수 형님! 네가 감히 철수 형님을 죽였어? 교도관이 와도 넌 오늘 죽음이야!”이때, 키가 190센티미터도 넘는 우람진 남자가 살기 가득해서 엄진우에게 다가와 그를 내려다보았다.“너, 내가 철수 뒤 봐주고 있는 거 몰라? 절로 팔 하나 자르고 집에 연락해서 20억 보내라고 하던지, 아니면 일로 와서 나한테 아작나던지.”“마귀감옥 서열 9위 악마 소니야!”“저 사람 예전에 20여 명의 집행청 집행원을 상대로 싸우다가 열 명도 넘게 죽였대. 그것도 모자라 경찰차까지 빼앗고 도발했지. 결국 장갑차가 동원해서 저 사람 마귀감옥으로 끌어왔대.”죄수들은 두려움에 온몸을 떨며 수군거렸다.“저 신참 안 됐다. 들어오자마자 죽게 생겼으니.”퍽!말이 끝나기 바쁘게 악마 소니는 그 자리에서 거꾸로 날아가 몸이 다섯 동강으로 분리되었다.충격이다.“그 실력으로 서열 9위라고? 이 마귀감옥도 별거 없
“뭐라고? 내가 지금 잘못 들었어?”갈치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주머니에서 두 손을 빼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한 번 더 씨불여볼래?”엄진우에게 자기 밑으로 오라고 한 건 그에 대한 최고의 예의였는데 감히 호의를 거절하다니!“몰살이 화났다!”주변에 있던 죄수들은 깜짝 놀라 혼비백산하며 뒤로 다급히 물러섰다.공포의 살기는 곧 사람들을 얼어붙게 했다.마귀감옥의 서열 3위로서 그의 살인 수단과 수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변태적이다.“왜? 백기 못 들겠어? 그렇다면 노래라도 한 곡 뽑아볼래?”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스윽!순간 갈치의 손은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엄진우의 몸을 향해 돌진했다.“그렇다면 죽어! 네 가족도 전부 찾아내서 몰살할 거야. 죽기 전에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한 곡 뽑게 해야지.”갈치는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손이 엄진우의 오른쪽 어깨에 닿는 순간, 그가 예상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오히려 자기 손에서 부드득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섯 손가락이 전부 뒤로 접혀졌다.“어째서!”상대는 믿을 수 없었다.엄진우는 천천히 상대의 손을 치우더니 오른발에 힘을 장전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힘껏 휘두르려고 했다.그러자 깜짝 놀란 갈치가 안색이 창백해져서 말했다.“잠깐! 내가 무릎 꿇을게. 내가 노래 부를게.”그러더니 털썩 꿇어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이 장면에 교도관들과 기타 죄수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제야 엄진우는 동작을 멈추더니 상대의 얼굴을 밟으며 말했다.“언녕 그럴 것이지. 굳이 날 움직이게 만들어? 내 신발 핥아, 그러면 봐줄게. 들었지?”“네!”갈치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엎드려 혀를 내밀고 엄진우의 구두를 핥기 시작했다.“서열 3위가 이렇게...... 찌질해?”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주도권을 쥔 엄진우는 턱을 치켜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지금 이 감옥은 내가 대장이다.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 나와!”그가 기꺼이 여기에 잡혀 온 건 배후의 인물을 밝
하지만 잠깐 사이에 그 소리는 바로 사라지고 고요함이 맴돌았다.이것은 죽음의 적막이다.죄수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 눈치를 보았다.“벌써 끝났어?”“신참이 교도소장과 마왕을 만나기도 전에 악마의 근육인에게 갈기갈기 찢겼나 보군.”“그러게 누가 그리 건방지게 굴래? 갈치를 이겼으면 만족해야지 굳이 그 세 강자에게 도전하다니.“쌤통이다. 아주 잘됐네.”하지만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진우는 두 구의 시체를 질질 끌고 당당하게 나왔다.그건 분명! 악마의 근육인과 마왕이다.순간 장내는 뜨겁게 들끓기 시작했다.“그럴 리가! 두 분이 어떻게! 천하무적의 존재가, 군부대까지 출동해야 겨우 진압할 수 있는 존재를!”“죽었어?”그들은 싸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마왕과 악마의 근육인은 온몸의 뼈가 다 부서졌고 심지어 마왕은 사지가 다 뜯기고 머리통이 고작 3분의 1 정도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허리도 펴지 못하는 깡마른 남자가 졸졸 따라와 강아지처럼 아첨했다.“엄진우 님. 제 자리를 원하신다면 당장 내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마귀감옥을 집처럼 생각해 주세요. 언제든지 오시고 가셔도 좋습니다.”“설마 교도소장?”사람들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할 말을 잃었다.감옥 최강의 인물이 엄진우의 뒤를 따르며 아첨하다니?“아까 누가 나 욕하는 거 같던데?”엄진우는 그들을 차갑게 노려보며 물었다.“방금 나 욕했지?”쿵!순간 죄수들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다급히 무릎을 꿇고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억울합니다, 대장님!”“우리의 충심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누가 감히 대장님을 욕한다면 우리가 먼저 죽일 겁니다!”아까만 해도 그를 비웃던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는데 마치 아버지를 대하듯 엄진우에게 공손하게 대했다.수백 명의 교도관들도 고분고분 무릎을 꿇고 활짝 웃었다.“대장님! 여기 들어오시는 그 순간부터 왕이 될 상을 알아봤습니다! 교도소장보다 대장님이 훨씬 우리를 통솔할 자격이 있으니 앞으로 대장님을 마귀감옥의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우림의 신분으로 엄씨 가문에 출입도 불가능했다.이건 분명한 문전박대다.엄씨 가문 경비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엄진우? 그 대역무도한 반역자가 엄씨 가문 사람들을 몇이나 죽였는데! 구하긴 뭘 구해! 꿈도 야무져.”그 말에 예우림은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엄진우가 엄씨 가문 사람도 죽였어?맙소사, 창해시 4대 가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건드렸네.“평사원 주제에 왜 이렇게 사고뭉치야. 부족한 능력으로 왜 자꾸 무리하는 거지? 이번엔 아무도 못 돕게 생겼네.”예우림은 화가 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그녀가 잔뜩 실망해서 떠나려는 그때,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우림, 네가 엄씨 저택에 웬일이야. 엄진우 그 자식 때문에 왔어?”머리를 돌려보니 싸늘한 표정의 엄비룡이 보였다.“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상관이 왜 없어. 내가 만약 엄진우를 구할 수 있다면 나랑 같이 갈래?”엄비룡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예우림은 잠시 멈칫하더니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엄진우 구할 생각 정말 있으세요?”엄진우가 엄영우를 고자로 만들었으니 엄비룡은 아마 엄진우를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을 것이다.“난 그 자식 죽이고 싶어. 하지만 그것보다 난 널 더욱 중요시하게 생각해.”엄비룡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빙빙 돌리는 성격이 아니라 확실하게 말할게. 내 아들과 결혼해. 그러면 엄진우 내가 구해줄게. 우리 엄씨 가문을 제외하면 그 자식 마귀감옥에서 구해줄 사람 아무도 없어.”순간 예우림은 온몸이 굳어져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엄영우 그 변태와 결혼하라고? 날 어떻게 괴롭힐지 누가 알고.엄비룡은 거만하게 웃으며 그녀를 다그쳤다.“빨리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마귀감옥은 시시각각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지옥 같은 곳이지. 시간 끌면 끌수록 엄진우가 살아남을 확률은 더욱 희박해져.”예우림의 예쁜 얼굴은 금세 파랗게 질리더니 작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그렇겠다고 해야 할까?......마귀감옥.“그러니까, 이 모든 게 조씨 가문이 부추
“당시 눈앞의 허상에 속아 그런 진술을 하게 된 겁니다.”조연설은 비록 난처했지만 조곤조곤 이치에 따라 말했다.“처음에는 엄진우가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신사강남의 CCTV를 확인하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전 진씨 가문의 진천무에게 머리를 가격당하고 기절한 겁니다. 그리고 진천무가 저를 방으로 옮긴 후 마침 엄진우가 절 구하러 왔는데 제가 당시 제정신이 아니다 보니 오해하게 되었습니다.”조연설은 워낙 은혜와 원한은 칼과 같이 가르는 성격이다.엄진우가 자기를 구하려고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더없이 후회했다.하여 최선을 다해 엄진우를 구하겠다고 다짐했다.“오해는 개뿔. 그래, 그게 진천무라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 조씨 가문의 조정우를 죽인 건 어떻게 설명할래?”조씨 가문의 고위 간부 몇 명은 팔짱을 낀 채 따져 물었다.“조정우는 우리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손자야. 그런데 양아치 손에 죽어버렸으니, 우리 어르신이 얼마나 분통한지 네가 알기나 해? 어르신은 엄진우의 심장을 도려내 조정우의 제사상에 올리라고 하셨어.”“조연설, 그런데도 엄진우를 위해 변호하고 싶어? 우리 조씨 가문과 등지고 싶은 거야? 너도 조씨라는 거 잊었어?”그 말에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렸다.“조정우는 죽을 짓을 했습니다! 엄진우는 단지 예우림에게 약을 먹인 자를 의롭게 죽인 것뿐입니다!”“무엄하다! 한 마디만 더한다면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감사국 여자 고위 간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바로 조정우의 어머니다.“아니요! 말할 겁니다.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 공적인 도구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당신들 같은 탐관오리들의 정체를 밝힐 거란 말입니다!”조연설은 당장에 반박했다.“조정우는 죽어 마땅합니다! 엄진우를 당장 풀어주지 않는다면 제가 집행청 사람들과 직접 감옥으로 쳐들어가겠습니다.”그녀가 긴 다리를 내딛으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채더니 벽으로 내동댕이쳤다.“닥쳐! 네가 뭔데? 조씨 가문의 반역자 주제에!”
“근데 왜 자꾸 짖어대? 시끄러워 죽겠네, 진짜.”엄진우는 다섯 손가락을 쭉 펴더니 상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순간 상대의 얼굴은 쩍 갈라져 하얀 뼈가 희미하게 보이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꼬꾸라졌다.“엄진우! 감히 우리 조씨 가문 사람을 죽여?”감사국 여러 고층 간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미 죽였는데 이제 와서 그런 질문하는 거 너무 웃기지 않아?”싸늘한 미소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저리 멀쩡하게 마귀감옥에서 나오다니...... 설마 저 자식, 모두를 이긴 거야?”조연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마귀감옥은 십만 군대도 정복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곳이다.몇 년 전 조연설은 마귀감옥으로 순찰하러 갔었는데 죄수들의 포악한 눈빛에 놀라서 거의 도망가다시피 떠나갔다.엄진우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보긴 뭘 봐? 잘생긴 남자 처음 봤어? 빨리 안 가? 여기서 사고 더 치면 엉덩이 가만 안 둬.”조연설은 말 문이 막혀 고맙다는 말을 순간 삼켜버렸다.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가면 갔지! 흥!”그녀는 화가 나서 바로 몸을 돌렸다.저리 멀쩡하게 나올 줄 알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는 건데!엄진우는 감사국의 고위층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진실을 말해. 어떻게 그리 빠른 시간에 신사강남까지 나 체포하러 올 수 있었던 거지?”“말 안 하면 어쩔 건데?”그들은 엄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확실해?”엄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5분 뒤, 감사국 홀에는 역겨운 피비린내가 진동했다.“그만해! 그만! 얘기할게. 사실대로 말할게!”그들은 피를 토하고 피를 흘렸고 근육과 뼈가 모두 부서졌으며 얼굴도 불어 터진 면발처럼 퉁퉁 부어오른 채 자라처럼 바닥을 벌벌 기며 엄진우에게 용서를 빌었다.“진씨 가문 진천무에게서 신사강남에서 누군가 조씨 가문 사람을 죽였다고 연락 왔었어. 널 마귀감옥에 처넣으면 500억을 수고비로 준다고 했어.”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4대 가문 중 조씨 가문은 정치
“성안 소씨 가문 소찬석?”그 말에 사람들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스물세 살의 나이에 성안 천책상장 타이틀을 얻고 사법부 장관 겸 국무조정실 비서장으로 임명된 성안의 최고 지니어스 소찬석?”바꾸어 말하자면 감사국은 그에게 개미만도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뜻이다.순간 사람들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장관님,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시는 겁니까?”“난 이유가 필요 없어. 내가 죽으라면, 당신들은 죽어야 해.”소찬석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며 한 손으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걱정하지 마. 다른 조씨 가문 사람들은 죽일 생각 없어. 난 당신들만 죽일 거야. 아무튼 3분 줄게. 그 안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다면 난 조씨 가문 전체를 몰살할 생각이야.”소찬석은 더없이 차분한 말투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그 말에 조씨 가문 사람들은 절망한 듯 총을 꺼내 입에 쑤셔 넣었다.빵빵빵!그들은 소찬석을 앞에 두고 하나둘 목숨을 끊었다.소찬석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몸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정도면 만족해? 내 사랑하는 동생아?”이때 소지안이 조용히 어두운 구석에서 나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오빠, 난 그냥 겁만 주라고 했지 죽이라고는 안 했잖아!”“가장 확실한 경고가 바로 죽이는 거야.”소찬석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일은 해줬으니 너도 약속 지켜야겠지?”소지안은 입술을 깨물고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나 며칠만 더 봐줘. 그러면 오빠랑 성안으로 돌아가서 이 정략결혼 할게.”소찬석은 뒷짐을 쥐고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3일, 3일 더 줄게. 그때도 가지 않는다면 네 주변 사람 전부 죽여버릴 거야.”소지안은 순간 온몸이 차가워지더니 눈시울까지 붉어졌다.진우 씨, 나 떠나요. 알고 있어요?......“엄비룡 씨, 아들과 결혼하라고 했지 호텔로 온다는 말은 안 했잖아요! 함부로 하지 마세요!”예우림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