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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위한 복수
언니를 위한 복수
Author: 서설

제1화

내 이름은 강소원, 쌍둥이 언니는 강희망이다.

소원과 희망대로 원하는 걸 다 이루라는 부모님의 큰 기대가 담긴 이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그 기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바람을 피운 거다.

엄마는 화가 나서 나를 데려갔고 내가 해외에서 일찍 죽었다고 말했다.

반면에 쌍둥이 언니는 아빠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못된 계모가 있는 집에서 선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컸다.

모든 건 한순간에 박살 났다.

19년 만에 언니와의 재회가 영원한 이별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언니는 우리가 19살 성인이 되던 날 죽었고 그날 19살이었던 나 강소원도 죽었다.

...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내에 돌아온 날이었다.

언니가 알려준 장소에 도착해 몰래 언니를 찾아갔다.

언니가 제일 좋아하던 안개꽃을 들고 언니와 함께 열아홉살 성인식을 보내는 건 우리가 수없이 꿈꿔왔던 장면이었다.

감격에 겨워 부둥켜안거나 눈물을 줄줄 흘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

나를 맞이한 것은 차가운 시신이었고 옷은 전부 찢긴 채 영하로 떨어진 해성의 밤 피부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은 창백하기만 했다.

그녀의 눈은 공포와 두려움에 감지도 못한 채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번잡함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호텔의 어두운 구석에서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던 언니를 영원히 잃었다.

가해자는 언니를 괴롭힌 그놈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소란을 떨지 않았고 진짜 범인을 잡아서 그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을 언니 영혼의 제물로 바칠 것이다.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언니는 선천성 심장마비로 인한 호흡 부전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일차적으로 판단한 사망 시점은 괴롭힘을 당한 이후였다.

이에 따라 범인의 형량은 한층 무거워질 게 분명했다.

나는 비통한 심정으로 안개꽃이 가득한 꽃밭에 언니를 묻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 사람들은 언니가 성인식 때 사라진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나는 얼굴에 점을 찍고 언니가 가장 좋아하던 부드러운 모습으로 화장하고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

“희망아, 며칠 동안 어디 갔었어? 내가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알아?”

언니가 되고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언니 단짝 허지선이었다.

언니가 매번 나와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던 사람이었다.

“소원아, 그거 알아? 지선이 참 불쌍해. 아빠는 술 마시고 사람을 떄리는데 애는 여전히 밝아. 생일 때 선물 두둑하게 챙겨줄 생각이야.”

“지선이는 내가 말주변이 너무 없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앞으로는 최대한 말하지 말아야겠어.”

“소원아, 지선이가 성인식은 그냥 넘어가는 거 아니래. 나 대신 괜찮은 호텔 알아봐 준다고...”

허지선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나는 불안한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나중에 마음속에서 거듭 경고음이 울리자 결국 나는 언니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생각엔 언니를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아. 왜 다 그 사람 말만 들어?”

“그냥 성의만 보여주면 돼. 그렇게 도와주다가 그 사람이 부자 되겠어.”

...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뱀 같은 얼굴을 한 내 앞의 여자는 매번 언니가 고분고분 말을 듣도록 유도했다.

“어디 안 갔어. 그냥 좀 안 좋은 일을 겪어서 바람이나 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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