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러면서 슬쩍 얼굴에 긴장감과 두려움을 드러냈고 예상대로 허지선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희망아, 누가 괴롭혔어? 내가 가서 혼내줄게.”나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듯 그녀의 어깨를 힘껏 잡았다.“괜찮으니까 더 물어보지 마.”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녀를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너였구나, 살인자. 언니한테 마지막으로 전화한 게 너잖아.”...언니의 휴대폰에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은 다름 아닌 허지선이었고 타임라인을 보면 대충 이렇게 추론할 수 있었다.허지선은 아마 언니에게 모퉁이에서 만나서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주겠다고 했을 테고 그녀를 맞이한 건 서프라이즈가 아닌 충격보다 더 큰 악몽, 그리고 죽음이었다.허지선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보니 내 추측에 확신을 더했다.언니 앞에서 불행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밝고 씩씩한 척했던 사람은 사실 술·담배에 싸움까지 하는 망나니였고 그녀의 어중이떠중이 친구들 사이에 진성호라는 사람이 있는데 최근 그의 은행 계좌로 거액의 돈이 이체되었다.금액은 언니가 허지선에게 줬던 것과 완전히 일치했다.때가 되어 그놈과 언니에게서 채취한 체액을 비교해 보면 두 연놈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이런 생각에 허지선의 손을 잡고 있던 나는 힘을 꽉 주었다.“희망아, 아파. 내가 아픈 거 제일 싫어하는 거 알면서.”그녀는 내 손을 떼어내며 나를 비난했다.“아프면 꺼져. 우리 집에 빌붙지 말고.”나는 언니처럼 사사건건 참지 못하고 배려할 줄도 몰라서 조금만 불쾌한 일이 있어도 욱하는 성격이었다.“어떻게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 강희망, 괴롭힘 당하고 머리까지 망가진 건 아니지?”말실수 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녀는 급히 입을 막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갔다.“허지선, 너 혹시 뭐 알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했다가 내가 널 고소할 수도 있어. 아니면 마음속으로 내가 괴롭힘 당하길 바라는 거야? 그게 무슨 악독한 심보야.”그녀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