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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서설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18 16:18:36
“그럼 저 여자가 언니를 어떻게 챙겼는지는 알아요? 언니를 은행 취급하고 가스라이팅 했어요. 언니 잘 챙기라고 부탁할수록 언니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걸 모르겠어요?”

육정우의 잘못으로 돌리는 게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건 안다.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 소파에 앉은 남자를 향해 눈이 충혈된 채로 말했다.

“당신이 저 여자를 불러내요. 언니가 볼 수 있는 곳으로.”

...

허지선은 예쁘게 차려입고 약속 장소에 왔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허지선,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게 재밌어?”

나는 언니의 열아홉살 성인식 때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하얀 레이스 장식이 내 고운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허지선의 얼굴이 이와 같은 색으로 변해갔다.

“희망아,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냐니까?”

그녀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 했고 나는 느긋하게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그 사진은 허지선이 나한테 준 건데 그 사진을 퍼뜨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어. 육정우가 분명 네 언니를 싫어할 거라고.”

허지선을 가리키는 확실한 증거에 그녀가 어떻게 변명할지 궁금했다.

“강희망, 함부로 행동하지 마. 날 죽이면 네 인생은 망가져.”

사람의 얼굴에서 이렇게 끔찍하고 섬뜩한 표정을 본 건 처음이었다.

나는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내며 이렇게 말했다.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내 욕망을 자극하네. 좋은 피가 칼날에 가장 좋은 영양분을 공급한다고 들었는데 일단 네 걸로 시험해 봐야겠어.”

첫 번째로 나는 그녀의 옷을 칼로 베었다.

칼날의 날카로움에 그녀는 공포에 질려 곧바로 몸을 떨었다.

“싼 티 나는 그 꼴로 어디서 친한 척을 해? 만만하게 보고 괴롭히면서 챙길 건 다 챙겼더라?”

큰 소리로 웃는 나는 겁 없는 미친년 같았다.

허지선은 내 단단한 손에 이끌려 언니의 무덤 앞으로 끌려갔다.

쿵 소리와 함께 이마가 묘비 모서리에 부딪혔고 이대로 뜨끈한 피가 콸콸 새어 나왔다.

“잘 봐, 진짜 강희망은 너 때문에 죽었어.”

나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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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 여자가 언니를 어떻게 챙겼는지는 알아요? 언니를 은행 취급하고 가스라이팅 했어요. 언니 잘 챙기라고 부탁할수록 언니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걸 모르겠어요?”육정우의 잘못으로 돌리는 게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건 안다.한참을 진정하고 나서 소파에 앉은 남자를 향해 눈이 충혈된 채로 말했다.“당신이 저 여자를 불러내요. 언니가 볼 수 있는 곳으로.”...허지선은 예쁘게 차려입고 약속 장소에 왔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허지선,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게 재밌어?”나는 언니의 열아홉살 성인식 때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하얀 레이스 장식이 내 고운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허지선의 얼굴이 이와 같은 색으로 변해갔다.“희망아,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냐니까?”그녀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 했고 나는 느긋하게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그 사진은 허지선이 나한테 준 건데 그 사진을 퍼뜨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어. 육정우가 분명 네 언니를 싫어할 거라고.”허지선을 가리키는 확실한 증거에 그녀가 어떻게 변명할지 궁금했다.“강희망, 함부로 행동하지 마. 날 죽이면 네 인생은 망가져.”사람의 얼굴에서 이렇게 끔찍하고 섬뜩한 표정을 본 건 처음이었다.나는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내며 이렇게 말했다.“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내 욕망을 자극하네. 좋은 피가 칼날에 가장 좋은 영양분을 공급한다고 들었는데 일단 네 걸로 시험해 봐야겠어.”첫 번째로 나는 그녀의 옷을 칼로 베었다.칼날의 날카로움에 그녀는 공포에 질려 곧바로 몸을 떨었다.“싼 티 나는 그 꼴로 어디서 친한 척을 해? 만만하게 보고 괴롭히면서 챙길 건 다 챙겼더라?”큰 소리로 웃는 나는 겁 없는 미친년 같았다.허지선은 내 단단한 손에 이끌려 언니의 무덤 앞으로 끌려갔다.쿵 소리와 함께 이마가 묘비 모서리에 부딪혔고 이대로 뜨끈한 피가 콸콸 새어 나왔다.“잘 봐, 진짜 강희망은 너 때문에 죽었어.”나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겨 사

  • 언니를 위한 복수   제7화

    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우며 엄마가 드디어 벗어난 거라고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하지만 잔혹한 운명에 유일한 언니마저 이렇게 빨리 나를 떠날 줄은 몰랐다.한때 내가 원했던 열정적이고 활기찬 삶은 사라지고 나 홀로 쓸쓸히 남겨지고 말았다....“엄마가 정신병에 걸렸다니 무슨 말이야?”옆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버지는 이쯤에서야 살짝 반응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네가 어떻게 엄마의 상태에 대해 알아? 몇 년 동안 나조차도 전혀 소식을 알 수가 없었는데.”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냈다.“나는 아빠 없이 엄마와 자란 강소원이니까요.”10년 넘게 엄마와 함께 창문도 없는 화물칸에서 비좁은 차별과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당신 딸이야.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은 죽으면 묻어줄 곳도 없는데 우리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리가.그때 아빠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언니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살며 다정하게 지내지 않았을까?함께 학창 시절을 보내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도 옆에 있어 주지 않았을까?우리 엄마도 내가 본 부잣집 사모님들처럼 매일 쇼핑하고 자신을 가꾸기 바쁜 사람이 되진 않았을까?기름과 연기가 가득한 주방에서 쌓이고 쌓인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찬바람을 맞으며 우유를 배달하지 않아도 되고...“내가 잘못했어. 내가 이 집안의 죄인이야.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내 생물학적 아버지는 지금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고 있었다.하룻밤 사이 하얗게 물든 머리는 그에 대한 내 동정을 불러오지 못했고 오히려 이런 고통은 내 지난 인생과 엄마가 나중에 겪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육정우는 나를 위해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했다.“적어도 10년형은 받게 하세요.”육정우가 한 말이었다....내연녀가 연행되기 전, 그녀는 자발적으로 나를 찾아와 모든 과정을 자백했다.법정에서 형량을 몇 년이라도 줄일 수 있기를 바라서겠지.“그

  • 언니를 위한 복수   제6화

    “상관없어요. 아주머니께서 나랑 육 대표님 사이와 인성을 의심하시니까 아예 이걸 좋은 가격에 팔아버리죠 뭐.”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펜을 가져오라고 하시더니 보지도 않고 휘갈기듯 계약서에 사인했다....육정우는 일 처리가 아주 빨랐다.재산이 굴러들어 오기도 전에 아버지를 찾아온 건 검사의 전화였고 곧 집안의 별장과 몇 대의 고급 외제 차까지 전부 은행에 담보로 잡혔다.더욱 심각한 건 아버지와 내연녀가 언제든 감옥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소위 해수욕장은 이미 육정우가 빈 껍데기 프로젝트로 바꿔놓았고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더 많은 돈을 잃게 된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치명적이지 않아 육정우는 이에 범죄 행위가 될 만한 것들을 전부 프로젝트에 가담시켰고 크게는 탈세부터 작게는 비용 절감을 위한 노동자 임금 차감, 안전 문제까지 있었다.이미 충분히 위태롭던 아버지는 오로지 운이 좋고 남에게 빌붙는 것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는데 육정우와 내가 그 작은 지푸라기마저 태워버렸다.다만 우리가 모두 예상하지 못한 건 내연녀가 이미 아버지를 구슬려 계약서에 그녀 이름도 적었다는 것이다.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빠에게 조심하라고 말했던 그 여자는 이 프로젝트로 엄청난 돈을 벌 거라는 말을 전해 듣고 과감하게 계약서에 자기 이름을 넣은 것이다.이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겹친 법적 책임과 배상금이었다.결국 남은 마지막 집까지 압수되면서 나는 마침내 빈털터리가 된 집으로 돌아왔다.“어딜 뻔뻔하게 돌아와? 너랑 육정우가 날 완전히 엿 먹였어.”아버지가 먼저 다가와 내 뺨을 때렸고 지금 그는 경찰 소환에 대해 무척 초조한 상태였다.“이럴 시간에 네 순결을 망친 사람이나 찾을 것이지 왜 우리한테 이런 짓을 해?”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한 이불 덮고 자는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모르다니.“옆에 있는 여자한테 물어보는 게 어때요? 그 일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아버지는 내연녀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

  • 언니를 위한 복수   제5화

    “미친.”담당자는 저도 모르게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이분 수법이 세계적인 원탑이자 베일에 가려진 위시와 너무 비슷한데요.”나는 멋쩍게 웃었다. 육정우의 칼날 같은 눈빛이 담당자를 도륙 낼 것 같았다.“당신 도대체 누구야? 내가 아는 강희망은 문과생인데.”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았다.“강희망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 안개꽃인 건 알아요?”육정우는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정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붉은 장미예요. 그러니까 나는 강희망이 아니에요. 나는 강희망 동생 강소원이고 영어 이름이 위시에요.”나는 육정우의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간 듯한 기운이 확연히 느껴졌다.그는 미친 듯이 내 어깨를 잡아당겼다.“그럼 언니는, 희망이는 어디 있어? 어디 있냐고!”“죽었어요. 19살이 되던 날.”두 볼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언니의 죽음을 누구에게 공개적으로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아직 내 마음을 전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떠나는 게 어디 있어...”차갑고 도도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육 대표님이 지금 이 순간 어린아이처럼 땅바닥에 웅크린 채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울고 있었다.운명은 사람을 갖고 논다.오늘 그는 오랫동안 사랑한 여인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드러냈는데 안타깝게도 눈앞에 있는 사람은 떠나간 그녀가 아니었다.나는 힘겨운 발걸음으로 육상그룹 본사 사옥을 빠져나왔고 흩날리는 눈이 내게 펑펑 쏟아졌다.언니가 떠난 날보다는 확실히 눈이 덜 내리는데 왜 내 마음은 여전히 꽁꽁 얼어버린 듯 괴로울까......꽃밭에 갔을 때 언니의 묘비 앞에 지친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았다.얼굴을 보지 않고도 상대방의 정체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꽃밭 주인은 육정우가 5일 내내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고 했다.아무리 강철 같은 몸이라도 이대로 가다간 한계에 다다르고 말 것이다.“육정우 씨, 집에 가요.”나는 손에 든

  • 언니를 위한 복수   제4화

    아버지는 그래도 나와 육정우를 만나게 했다.결혼을 되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명분을 구걸하기 위해서였다.육정우가 곁에 두는 애인이라도 좋다는 거다.육씨 가문과 조금이라도 얽히게 된다면 약간의 관계라도 좋다는 뜻이었다.어쨌든 내 스캔들 때문에 육씨 가문이 혼인을 파기할 거라고 다들 확신하고 있었으니까.재계에서 여우 같은 놈들은 육씨 가문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 아버지에게 자금을 대주지 않았고 돈만 아니었다면 아버지는 나를 내보내지 않았을 거다.육정우는 잘생기고 귀티가 났다. 하는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만 봐도 있는 집에서 잘 배운 사람이었다.“오랜만이네요, 육정우 씨.”내가 먼저 침묵을 깨자 맞은편 사람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이렇게 말했다.“희망아, 예전에는 오빠라고 부르더니 왜 갑자기 모르는 사람처럼 굴어?”나는 놀라서 사레에 들렸다.그를 부르는 언니의 호칭이 다소... 오글거렸다.“상황이 조금 달라졌잖아요. 게다가 오늘은 파혼하려고 온 거고.”나는 씁쓸한 침을 삼키며 말했다.“알아요. 육씨 가문에서는 내가 직접 말하길 기다리고 있겠죠.”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진짜 언니라고 해도 사실 결혼하기도 전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며느리를 받아줄 만큼 너그러운 시댁은 없을 테니까.더군다나 지금 앉아 있는 사람은 그와 처음 만나는 강소원이었다....그런데 뭐랄까, 육정우의 이어지는 말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희망아,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 때문에 그러는 거면 난 상관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여자의 순결은 그 여자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아니잖아. 게다가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나쁜 거지.”나는 멈칫했다.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남들과 달랐다.“전에 있던 일은 내가 이미 사람 보내서 알아봤어. 호텔 카메라가 깨끗하게 지워져서 좀 까다롭긴 해도 시간만 주면 내가 제대로 알아낼게.”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날 좋아했어요?”언니를 좋아했나요? 두 사람은 같

  • 언니를 위한 복수   제3화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단지 제 추측을 확인하고 싶어서.”나는 침대 위에 내게서 화면이 보이지 않는 노트북을 바라보았고 화면에서 나오는 하얀 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내 시선을 따라가던 그녀는 허리가 삐끗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숨에 컴퓨터 앞으로 가서 탁 덮었다.“뭘 확인해, 여기 뭐 볼 게 있다고?”나는 장난스럽게 그녀의 흔들리는 눈을 마주하며 중얼거렸다.“아뇨, 그냥 아빠가 없을 때 딴짓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개는 똥을 못 끊잖아요.”“망할 년이 무슨 뜻이야? 내가 바람이라도 핀다는 거야? 네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줄까?”원래는 욕만 하고 나가려 했는데 그녀가 내 인내심을 건드렸고 나는 그녀의 잠옷 옷깃을 잡은 채 손을 들어 뺨 두 대를 때렸다.“강희망이 더러워?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그런 식으로 얘기해? 네까짓 게 뭔데, 망할 여편네. 더러운 걸로 따지면 남의 남자 꼬시는 여우 같은 당신 눈알을 누가 이겨.”언니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나는 욕을 거의 하지 않았다. 언니의 말 때문이었다.“다른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건 그 사람들 일이야. 우리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그래서 언니는 계속 양보하면서 당했다. 그러다가 결국 이런 엄청난 수모를 겪게 됐지.하지만 언니, 보고 있어? 동생이 복수해 주고 있어.때론 일방적으로 참는 걸로는 해결이 안 되더라고. 가끔 주먹맛도 봐야 정신을 차리지....나는 인터넷에서 언니에 관한 사진을 모두 삭제했지만 유능한 친아버지는 결국 알게 되었다.이게 다 불쌍한 척 가식 떠는 허지선과 내연녀가 짜고 친 행동이라는 걸 알았다.아버지가 나를 부끄럽게 여기고 육씨 가문과의 혼사가 취소되길 바라겠지.언니는 어린 나이에 육씨 가문의 도련님인 육정우와 정략결혼을 맺었고 나와 언니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의 사업을 위한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될 운명이었다.어머니가 애초에 내가 어릴 때 죽었다고 고집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아버지가 내 존재를

  • 언니를 위한 복수   제2화

    나는 그러면서 슬쩍 얼굴에 긴장감과 두려움을 드러냈고 예상대로 허지선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희망아, 누가 괴롭혔어? 내가 가서 혼내줄게.”나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듯 그녀의 어깨를 힘껏 잡았다.“괜찮으니까 더 물어보지 마.”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녀를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너였구나, 살인자. 언니한테 마지막으로 전화한 게 너잖아.”...언니의 휴대폰에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은 다름 아닌 허지선이었고 타임라인을 보면 대충 이렇게 추론할 수 있었다.허지선은 아마 언니에게 모퉁이에서 만나서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주겠다고 했을 테고 그녀를 맞이한 건 서프라이즈가 아닌 충격보다 더 큰 악몽, 그리고 죽음이었다.허지선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보니 내 추측에 확신을 더했다.언니 앞에서 불행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밝고 씩씩한 척했던 사람은 사실 술·담배에 싸움까지 하는 망나니였고 그녀의 어중이떠중이 친구들 사이에 진성호라는 사람이 있는데 최근 그의 은행 계좌로 거액의 돈이 이체되었다.금액은 언니가 허지선에게 줬던 것과 완전히 일치했다.때가 되어 그놈과 언니에게서 채취한 체액을 비교해 보면 두 연놈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이런 생각에 허지선의 손을 잡고 있던 나는 힘을 꽉 주었다.“희망아, 아파. 내가 아픈 거 제일 싫어하는 거 알면서.”그녀는 내 손을 떼어내며 나를 비난했다.“아프면 꺼져. 우리 집에 빌붙지 말고.”나는 언니처럼 사사건건 참지 못하고 배려할 줄도 몰라서 조금만 불쾌한 일이 있어도 욱하는 성격이었다.“어떻게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 강희망, 괴롭힘 당하고 머리까지 망가진 건 아니지?”말실수 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녀는 급히 입을 막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갔다.“허지선, 너 혹시 뭐 알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했다가 내가 널 고소할 수도 있어. 아니면 마음속으로 내가 괴롭힘 당하길 바라는 거야? 그게 무슨 악독한 심보야.”그녀가

  • 언니를 위한 복수   제1화

    내 이름은 강소원, 쌍둥이 언니는 강희망이다.소원과 희망대로 원하는 걸 다 이루라는 부모님의 큰 기대가 담긴 이름이었다.하지만 우리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그 기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바람을 피운 거다.엄마는 화가 나서 나를 데려갔고 내가 해외에서 일찍 죽었다고 말했다.반면에 쌍둥이 언니는 아빠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못된 계모가 있는 집에서 선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컸다.모든 건 한순간에 박살 났다.19년 만에 언니와의 재회가 영원한 이별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언니는 우리가 19살 성인이 되던 날 죽었고 그날 19살이었던 나 강소원도 죽었다....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내에 돌아온 날이었다.언니가 알려준 장소에 도착해 몰래 언니를 찾아갔다.언니가 제일 좋아하던 안개꽃을 들고 언니와 함께 열아홉살 성인식을 보내는 건 우리가 수없이 꿈꿔왔던 장면이었다.감격에 겨워 부둥켜안거나 눈물을 줄줄 흘릴 수도 있었다.하지만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나를 맞이한 것은 차가운 시신이었고 옷은 전부 찢긴 채 영하로 떨어진 해성의 밤 피부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은 창백하기만 했다.그녀의 눈은 공포와 두려움에 감지도 못한 채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다.번잡함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호텔의 어두운 구석에서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던 언니를 영원히 잃었다.가해자는 언니를 괴롭힌 그놈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소란을 떨지 않았고 진짜 범인을 잡아서 그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을 언니 영혼의 제물로 바칠 것이다.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언니는 선천성 심장마비로 인한 호흡 부전으로 사망했다.그리고 일차적으로 판단한 사망 시점은 괴롭힘을 당한 이후였다.이에 따라 범인의 형량은 한층 무거워질 게 분명했다.나는 비통한 심정으로 안개꽃이 가득한 꽃밭에 언니를 묻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주변 사람들은 언니가 성인식 때 사라진 줄로만 알았다.나중에 나는 얼굴에 점을 찍고 언니가 가장 좋아하던 부드러운 모습으로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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