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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그러면서 슬쩍 얼굴에 긴장감과 두려움을 드러냈고 예상대로 허지선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희망아, 누가 괴롭혔어? 내가 가서 혼내줄게.”

나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듯 그녀의 어깨를 힘껏 잡았다.

“괜찮으니까 더 물어보지 마.”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녀를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너였구나, 살인자. 언니한테 마지막으로 전화한 게 너잖아.”

...

언니의 휴대폰에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은 다름 아닌 허지선이었고 타임라인을 보면 대충 이렇게 추론할 수 있었다.

허지선은 아마 언니에게 모퉁이에서 만나서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주겠다고 했을 테고 그녀를 맞이한 건 서프라이즈가 아닌 충격보다 더 큰 악몽, 그리고 죽음이었다.

허지선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보니 내 추측에 확신을 더했다.

언니 앞에서 불행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밝고 씩씩한 척했던 사람은 사실 술·담배에 싸움까지 하는 망나니였고 그녀의 어중이떠중이 친구들 사이에 진성호라는 사람이 있는데 최근 그의 은행 계좌로 거액의 돈이 이체되었다.

금액은 언니가 허지선에게 줬던 것과 완전히 일치했다.

때가 되어 그놈과 언니에게서 채취한 체액을 비교해 보면 두 연놈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

이런 생각에 허지선의 손을 잡고 있던 나는 힘을 꽉 주었다.

“희망아, 아파. 내가 아픈 거 제일 싫어하는 거 알면서.”

그녀는 내 손을 떼어내며 나를 비난했다.

“아프면 꺼져. 우리 집에 빌붙지 말고.”

나는 언니처럼 사사건건 참지 못하고 배려할 줄도 몰라서 조금만 불쾌한 일이 있어도 욱하는 성격이었다.

“어떻게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 강희망, 괴롭힘 당하고 머리까지 망가진 건 아니지?”

말실수 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녀는 급히 입을 막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갔다.

“허지선, 너 혹시 뭐 알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했다가 내가 널 고소할 수도 있어. 아니면 마음속으로 내가 괴롭힘 당하길 바라는 거야? 그게 무슨 악독한 심보야.”

그녀가 더듬으며 말하기도 전에 나는 집사에게 쫓아내라고 했다.

언니는 참아줬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허지선, 내가 널 산 채로 가지고 놀 거야.

...

허지선은 오만했던 모습을 감추고 연이어 나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희망아,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 아무 말이나 한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난 네 제일 친한 친구인데 어떻게 널 괴롭히겠어?]

...

나는 단 한 줄도 답장하지 않았다.

그녀가 급하게 서두르다 빈틈을 보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토록 치명적인 걸 감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

누군가에게 언니의 사진을 찍으라고 시킨 거다.

머리에 있던 공주 왕관은 바닥에 떨어졌고 드레스는 갈기갈기 찢어진 채 수치심에 흐르는 눈물, 절망적인 눈빛, 부질없는 몸부림까지...

언니가 괴롭힘을 당하는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고 나는 고통스러움에 컴퓨터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눈물이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불쌍한 언니, 왜 떠난 후에도 이런 굴욕을 겪어야 하는 걸까.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나는 곧 게시자의 IP 주소를 찾아냈고 허지선이 사는 곳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IP주소는 내가 사는 집, 그리고 나와 불과 2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슬리퍼를 신고 아빠 방문을 두드렸는데...

문을 열어준 사람은 당시 부모님을 이혼하게 만든 내연녀 조서연이었다.

“내연... 아주머니, 우리 아빠 어디 있어요?”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호칭을 바꿔야 했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새엄마는 유난히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네 아빠는 모임 나갔으니까 자는데 방해하지 말고 가.”

...

나는 문을 힘껏 열었고 내연녀는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강희망, 이 밤에 잠도 안 자고 왜 내 방에서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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