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화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단지 제 추측을 확인하고 싶어서.”

나는 침대 위에 내게서 화면이 보이지 않는 노트북을 바라보았고 화면에서 나오는 하얀 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 시선을 따라가던 그녀는 허리가 삐끗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숨에 컴퓨터 앞으로 가서 탁 덮었다.

“뭘 확인해, 여기 뭐 볼 게 있다고?”

나는 장난스럽게 그녀의 흔들리는 눈을 마주하며 중얼거렸다.

“아뇨, 그냥 아빠가 없을 때 딴짓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개는 똥을 못 끊잖아요.”

“망할 년이 무슨 뜻이야? 내가 바람이라도 핀다는 거야? 네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줄까?”

원래는 욕만 하고 나가려 했는데 그녀가 내 인내심을 건드렸고 나는 그녀의 잠옷 옷깃을 잡은 채 손을 들어 뺨 두 대를 때렸다.

“강희망이 더러워?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그런 식으로 얘기해? 네까짓 게 뭔데, 망할 여편네. 더러운 걸로 따지면 남의 남자 꼬시는 여우 같은 당신 눈알을 누가 이겨.”

언니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나는 욕을 거의 하지 않았다. 언니의 말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건 그 사람들 일이야. 우리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

그래서 언니는 계속 양보하면서 당했다. 그러다가 결국 이런 엄청난 수모를 겪게 됐지.

하지만 언니, 보고 있어? 동생이 복수해 주고 있어.

때론 일방적으로 참는 걸로는 해결이 안 되더라고.

가끔 주먹맛도 봐야 정신을 차리지.

...

나는 인터넷에서 언니에 관한 사진을 모두 삭제했지만 유능한 친아버지는 결국 알게 되었다.

이게 다 불쌍한 척 가식 떠는 허지선과 내연녀가 짜고 친 행동이라는 걸 알았다.

아버지가 나를 부끄럽게 여기고 육씨 가문과의 혼사가 취소되길 바라겠지.

언니는 어린 나이에 육씨 가문의 도련님인 육정우와 정략결혼을 맺었고 나와 언니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의 사업을 위한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될 운명이었다.

어머니가 애초에 내가 어릴 때 죽었다고 고집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내 존재를 알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데 지금 이 사진들이 해성 상류층에 유포되고 있었고 육씨 집안 같은 대가문에서 어떻게 아직 시집도 안 간 며느리에게 이런 오점이 생긴 걸 허락하겠나.

“내가 너를 육씨 가문에 무사히 시집보내려고 그토록 오랜 세월 돈 들여서 키운 걸 몰라? 그런데 순결을 잃고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육정우가 널 어떻게 받아들여!”

나는 침묵했다. 내연녀의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으니까.

마침내 나는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하나, 딸을 정략결혼 도구로 쓰면서 내가 원하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 있으세요? 둘, 강 선생님.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그런 썩어빠진 사상을 꺼내세요? 여자의 순결이 아랫도리에 있나요? 난 피해자예요. 나한테 뭐라고 할 시간에 날 해친 사람 잡을 생각은 안 하셨어요?”

“그만해, 강희망!”

그는 화를 내며 내 말을 가로막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대들었어? 범인을 잡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걸로도 모자라? 왜 네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해?”

자식의 목을 조르는 아빠가 있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그는 나를 독방에 가뒀고 나는 언니가 살던 방에서 한 달 내내 머물렀다.

화장대 서랍에서 우연히 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어린 소녀의 예쁜 손 글씨에는 나와 몰래 수다를 떨었던 즐거움, 허지선과 함께 보낸 추억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는 지나칠 수가 없는 이름도 있었다.

육정우.

알고 보니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사업을 위한 정략결혼이면 애초에 감정이라곤 없겠지만 언니는 일찍부터 그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파티에서 그를 잠깐 보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언니는 오랫동안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언니는 없고 언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내가 육정우를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하나.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