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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미친.”

담당자는 저도 모르게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이분 수법이 세계적인 원탑이자 베일에 가려진 위시와 너무 비슷한데요.”

나는 멋쩍게 웃었다.

육정우의 칼날 같은 눈빛이 담당자를 도륙 낼 것 같았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내가 아는 강희망은 문과생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강희망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 안개꽃인 건 알아요?”

육정우는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정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붉은 장미예요. 그러니까 나는 강희망이 아니에요. 나는 강희망 동생 강소원이고 영어 이름이 위시에요.”

나는 육정우의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간 듯한 기운이 확연히 느껴졌다.

그는 미친 듯이 내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럼 언니는, 희망이는 어디 있어? 어디 있냐고!”

“죽었어요. 19살이 되던 날.”

두 볼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언니의 죽음을 누구에게 공개적으로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아직 내 마음을 전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떠나는 게 어디 있어...”

차갑고 도도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육 대표님이 지금 이 순간 어린아이처럼 땅바닥에 웅크린 채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울고 있었다.

운명은 사람을 갖고 논다.

오늘 그는 오랫동안 사랑한 여인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드러냈는데 안타깝게도 눈앞에 있는 사람은 떠나간 그녀가 아니었다.

나는 힘겨운 발걸음으로 육상그룹 본사 사옥을 빠져나왔고 흩날리는 눈이 내게 펑펑 쏟아졌다.

언니가 떠난 날보다는 확실히 눈이 덜 내리는데 왜 내 마음은 여전히 꽁꽁 얼어버린 듯 괴로울까...

...

꽃밭에 갔을 때 언니의 묘비 앞에 지친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굴을 보지 않고도 상대방의 정체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꽃밭 주인은 육정우가 5일 내내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고 했다.

아무리 강철 같은 몸이라도 이대로 가다간 한계에 다다르고 말 것이다.

“육정우 씨, 집에 가요.”

나는 손에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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