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윤여진의 미소를 본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차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장이화도 마찬가지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며 몸이 떨려왔다.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윤여진이 다시 경찰들을 향해 말했다.“저 여자분이 제 차를 일부러 들이받는 장면이 찍힌 영상은 저분 보험회사에 바로 보내주세요.”“네, 아가씨.”윤여진이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다는 것에 놀란 경찰들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장이화도 원래도 창백하던 얼굴이 점점 더 빛을 잃어갔다.운전자가 주관적인 판단으로 자신의 차나 다른 사람의 차를 쳤을 때는 대부분 보험사기로 간주하여 보험사에서 배상을 거절할 권한이 있었다.그 말인즉 윤여진의 벤틀리를 들이받아서 생긴 모든 파손에 대해서는 직접 배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차 문이 살짝 긁힌 걸로도 1억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었는데 이건 앞 범퍼가 아주 박살이 난 정도이니 배상금이 적어도 6억 정도는 나올 텐데 그러려면 장이화의 전 재산을 전부 털어도 간당간당한 수준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장이화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리고는 머리도 더 이상 어지럽지 않았고 몸에 힘이 풀리지도 않는지 바로 벌떡 일어나더니 윤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발 한 번만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전에 장이화가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건 보험사의 배상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의 차는 어차피 중고라 2천만 원 정도이기에 긁힌다 해도 전혀 아깝지 않았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실수를 물고 늘어지며 배상을 바라는 임유환과 어린 것들을 열 받게 하려고 저지른 짓이었는데 그 차주가 윤여진이라면 말이 달라지는 것이었다.윤여진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하필 그런 사람의 차를 박살 내버렸으니 윤여진의 명령 하나면 장이화는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을 수도 있었다.윤여진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만한 권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지금 장이화가 할 수
“안돼요 아가씨! 제발 저한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이 차가 아가씨 것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정말 반성 많이 했습니다, 진짜예요!”거금의 배상액과 앞으로 닥칠 징역에 두려워 난 장이화는 정말 허리를 구십 도로 접으며 사과를 했다.“기회는 아까 유환 오빠가 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여사님이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으셨지만요.”윤여진은 장이화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처음에는 임유환도 사과만 받고 보내려고 했는데 잘못을 한 사람이 도리어 역정을 내며 차를 몰고 도망까지 가려고 해서 임유환도 어쩔 수 없이 잡은 건데 거기서 미친 사람처럼 물고 늘어진 건 장이화였다.경찰이 오고 나서도 판결에 불복하며 보복 운전을 하여 최서우까지 다치게 할뻔한 걸 보면 이기적이고 악랄한 그 속내를 알 수 있었기에 윤여진은 지금 그녀가 하는 사과가 진심이 아니라 그냥 처벌이 두려워서 하는 사과임을 한 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장이화가 사과를 하면 할수록 윤여진은 마음이 약해지기는커녕 더 차가운 말투로 장이화를 몰아붙였다.“그렇게 가짜 사과할 필요 없어요. 받아주지도 않을 거고 받고 싶지도 않아요.”“저는 그냥 장이화 씨한테 받아야 할 배상만 제대로 받을 생각입니다.”“내 말 똑똑히 기억해요. 시간 끌면 당신만 손해에요, 우리 윤씨 집안에 당신 하나 상대할 방법은 많고 많으니까.”차야 윤씨 집안 재력으로 얼마든지 더 많이 살 수 있었지만 윤여진은 장이화가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고 싶었기에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한편 윤씨 집안 아가씨의 단호한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숨을 들이마시며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윤여진인가 싶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다들 이런 이기적인 여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통쾌해하고 있었다.“여긴 순경님들께 맡길게요. 저랑 제 친구들은 이만 가보겠습니다.”경찰에게 인사를 한 윤여진은 임유
“조 중령님, 서우 씨, 제가 아까 여러분들 놀라게 한 건 아니죠?”백화점 밖으로 나온 윤여진이 아직도 넋이 반쯤 나가 있는 듯한 조명주와 최서우를 보며 혹여나 자신을 오해하게 될까 봐 조심스레 물었다.그들 앞에서는 한 번도 센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윤여진은 그렇다고 숨길 생각도 없었다.아침의 그 모습도 윤여진이고 아까 차갑던 모습도 마찬가지로 윤여진 본인이었기 때문이다.윤여진은 그저 서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태도가 바뀌는 것뿐이었다, 모두가 그러하듯.“그럴 리가요 여진 씨! 장이화 같은 여자한테는 그렇게 하는 게 맞죠.”조명주와 최서우도 장이화가 멀쩡한 차를 들이받고 저혈당을 이유로 막무가내로 나오자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는데 윤여진이 나서서 일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니 아주 통쾌해하고 있었다.다만 넋이 나간 건 그저 처음 본 윤여진의 기백에 놀라서였다.“아까 여진 씨 행동 너무너무 멋졌어요!”“진짜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최서우도 한마디 거들며 눈썹을 꿈틀거리자 윤여진은 부끄러운 듯 입술을 말아 물었다.그러더니 예쁜 두 눈을 깜빡이며 임유환을 향해 아까의 그 차가운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물었다.“유환 오빠도 그렇게 생각해요?”사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윤여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임유환의 생각뿐이었다.임유환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윤여진은 가장 궁금했다.“나?”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하던 임유환도 이내 웃으며 말했다.“나도 엄청 잘했다고 생각해! 단호하고 기세도 있고 멋있었어.”“그럼 오빠는 단호한 내가 좋아요 아니면 다정한 내가 좋아요?”“난 다 좋아.”단호한 건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성격이고 다정함이란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내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기에 임유환은 윤여진의 두 가지 모습을 다 좋아했다.“그럼 됐어요.”물론 그냥 오빠가 동생에 대한 순수한 좋아하는 마음일 뿐이었지만 윤여진은 다른 쪽으로 생각한 건지 얼굴에 웃음이 흘러넘치고 있었
한편 임유환도 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온 터라 회색 가운을 걸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울리는 핸드폰에 임유환은 바로 문자를 확인해봤다.문자의 발신자는 윤여진이었다.“오빠, 지금 시간 좀 있어요?”“응, 있어. 왜 그래 여진아?”임유환이 별생각 없이 대답하자 윤여진의 문자가 바로 이어졌다.“아니... 그냥 낯선 환경이라 적응도 안 되고 해서... 오빠가 와서 나랑 얘기 좀 같이 해주면 안 돼요?”“그래. 머리만 말리고 금방 갈게.”“네!”임유환의 흔쾌한 승낙에 윤여진도 빠르게 답장을 보내고는 긴장과 설렘이 동반된 마음으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임유환은 그런 윤여진의 마음은 물론 지금 윤여진이 검은색 슬립 하나만 입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냥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 한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주려고 서둘러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그냥 얘기만 하는 거라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았던 임유환은 가운을 입은 채 바로 윤여진의 방으로 향했다.-똑똑.“여진아, 문 열어도 돼?”“네, 안 잠갔으니까 그냥 들어오면 돼요.”윤여진의 방 앞에 도착한 임유환이 노크를 두어 번 하자 안에서 쑥스러워하는 윤여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에 조금 이상했던 임유환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지만 이내 별일 아니겠지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여...”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들어온 건데 임유환의 눈 앞에 펼쳐진 건 속이 다 보일 것 같은 슬립 하나를 걸치고 침대에 엎드려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윤여진이었다.들어 올린 발은 공중에서 흔들거리고 있었고 뒷모습은 매끈한 곡선을 따라 여성스러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걸치고 있는 슬립이 시스루 타입이라 윤여진의 속살까지 비쳐 임유환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윤여진이 입은 속옷과 그 안으로 언뜻언뜻 비치는 가슴까지 모두 임유환의 정신을 아찔하게 하고 있었다.이 당황스러운 광경에 임유환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었고 심장도 세
이쯤 되면 다 앉았을 줄 알았는데 임유환이 고개를 돌렸을 때 윤여진은 아직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몸을 반쯤 일으킨 고양이 자세를 한 채로 침대에 두 손을 대고 있는 윤여진 때문에 원래도 브이넥으로 깊게 파인 슬립이 한층 더 아래로 내려가 있어 임유환 눈에는 자꾸만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보였다.눈이 부시게 흰 피부와 봉우리마냥 한껏 솟아있는 가슴을 보다 보니 임유환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이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그리고 슬립 안에 입은 것이 오늘 자신이 직접 채워주기까지 했던 검은색 레이스 속옷이라 임유환은 피가 더욱 들끓는 기분이었다.거기에 계속 시선을 두고 있다가는 정말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것 같았던 임유환은 다급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고 곁눈질로 아까부터 임유환을 주시하고 있던 윤여진은 빠르게 돌아가는 그의 눈동자에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역시 연애 수첩에 쓰인 것처럼 이 검은색 속옷과 슬립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는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임유환의 자제력도 남다른 것 같았다.자신의 몸매가 남자들을 얼마나 잘 홀리는지 윤여진도 알고 있었기에 임유환도 다른 남자들처럼 제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할 줄 알았는데 빠르게 이성을 잡는 그 모습을 보고 윤여진도 조금은 의외였다.하지만 윤여진은 그래서 임유환이 더 좋았다.임유환은 윤여진의 얼굴과 몸매만 보고 좋다고 달려드는 여느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어릴 때 윤여진이 뚱뚱하고 못생겼을 때도 임유환은 한결같이 다정했다.자신을 겉모습이 아닌 사람 자체로 좋아해 준 사람은 임유환뿐이라 윤여진은 앞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은 임유환에게만 보여줄 생각이었다.다른 남자들이 제 몸을 보고 눈을 빛내는 것만 생각하면 윤여진은 구역질부터 나왔지만 임유환에게는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런 윤여진의 마음을 모르는 임유환은 이성으로 본능을 억제하느라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뒤를 돌았는데도 이런 모습일 줄 알았더라면 아까 힘들다고 둘러대고 나갔거나 아예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오빠, 내가 이렇게 입은 게 신경 쓰여요?”임유환의 말을 들은 윤여진은 임유환이 이런 모습을 보기 꺼려하는 것 같아 조금 실망한 듯 물었다.좋아하면 담요를 덮으라는 소리를 할 리가 없었기에 윤여진은 자신이 그렇게 별로인가 싶어 우울해하고 있었지만 임유환은 이상한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 윤여진에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울적해 보이는 윤여진의 눈동자를 본 임유환은 그녀가 오해했음을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아니야 여진아, 네가 오해한 거야. 나는...”그런데 해명을 하려던 임유환은 어떻게 해도 원만한 해명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입을 다물었다.“역시 유환 오빠는 이런 거 안 좋아하는 거죠...”말을 하다 마는 임유환 때문에 자신의 이런 모습은 임유환이 취향이 아니라 확신한 윤여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망할 놈의 연애 수첩을 당장 태워버리겠다고 다짐했다.“그게 아니라 내 말은...”오해가 점점 깊어지는 것 같은 상황에 임유환은 눈을 질끈 감고 자기 생각을 그대로 털어놓았다.“내 말은 우린 이제 다 컸고... 어릴 때랑은 많이 다르잖아.”“네?”알 듯 말 듯 한 임유환의 말에 윤여진은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오빠는 내가 이렇게 입고 있는 게 좋은 거예요 아니면 싫은 거예요?”“좋긴 좋은데, 아, 아니 그게 아니라...”바로 되묻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좋다는 말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버려 다급히 말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윤여진은 그 뒤의 말은 더 듣고 싶지 않은지 기뻐하며 말했다.“오빠만 좋아하면 됐어요! 이런 모습 좋아하면 앞으로 매일 이렇게 입고 오빠한테 보여줄게요.”윤여진의 해맑은 말을 들은 임유환은 당장이라도 코피를 쏟을뻔했다.윤여진이 매일 이렇게 입고 눈앞에서 돌아다닌다면 그 어떤 남자라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그리고 임유환의 말은 그와는 정반대의 뜻이었다.둘이 있을 때는 이런 복장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하려던 것인데 오해한 듯한 윤여진에 임유환은 바로 다시 설명하려 했지만 이
“그래 보여? 하하...”윤여진은 어색하게 웃는 임유환을 보며 일부러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긴장한 거 아니면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앉아요?”“그냥 금방 샤워해서 그런가 좀 덥네.”임유환은 애꿎은 샤워가운만 털어대며 일부러 열을 식히는 척하자 윤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그럼 온도 좀 낮출까요?”리모컨을 들어 온도를 낮춘 윤여진은 바로 임유환 옆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임유환은 저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옆에 바싹 붙어 앉아버린 윤여진의 행동에 한번, 그녀가 앉으면서 풍기는 은은한 바디워시 향에 한번, 그 짧은 시간 내에 두 번이나 놀라고 있었다.임유환은 멈출 수 없는 곁눈질로 윤여진을 한번 바라보았는데 그 얼굴을 보기도 전에 새하얀 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와 또다시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시선을 조금만 위로 옮겨보면 검은색 시스루에 가려진 봉긋한 엉덩이와 얇은 허리가 드러났는데 잠옷이라고 걸친 게 속살이 언뜻언뜻 보이게 만든 천 쪼가리라서 아예 벗은 것보다 더 야해 보였다.몸 곳곳이 다 살인 무기 같이 치명적이라 임유환은 점점 더 가빠지는 호흡을 간신히 가다듬으며 온 힘을 다해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만약 지금 저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게 서인아나 윤서린이었다면 당장이라고 침대에 눕혀버렸을 테지만 하필이면 윤여진이라서 임유환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임유환과 윤여진이 진짜 피를 나눈 남매는 아니라지만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자라왔고 임유환 눈에도 윤여진은 동생으로만 보였고 윤여진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다 벗은 것 같은 모습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걸 텐데 여기서 자신이 파렴치한 행동을 해버린다며 임유환은 영영 본인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윤여진도 저를 싫어하고 증오할 게 뻔하니 다시 그 얼굴을 볼 용기도 없었다.해서 임유환은 끓어오르는 본능을 참아내야만 했다.하지만 윤여진이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은은한 향기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새하얀 속살에는 정신이 아찔해 질 수밖에 없어 임유환은 이 고난과 인내의 시간
“유환 오빠, 왜 땀 흘려요?”윤여진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는 임유환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물었다.“어? 내가?”그 말에 서둘러 이마에 손을 대본 임유환은 진짜 맺혀있는 땀에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그게... 방이 아직도 좀 더운가 봐.”“그런데요 오빠, 여기 지금 25도인데. 더울 온도는 아니지 않아요?”일반적으로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방은 27도로 설정됐을 때 가장 적당했기에 25도인 온도에 3단계의 바람으로 설정되어있는 지금은 추운 게 정상이었다.윤여진은 이미 몸이 살살 떨려오고 있었기에 아직도 덥다는 임유환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샤워했잖아 방금, 그래서 그런 걸 거야.”임유환이 또다시 둘러대려고 하자 윤여진이 임유환 쪽으로 다가가며 몸을 기댔다.“나는 추운데.”거리가 또 한 번 좁혀지며 윤여진의 팔뚝이 완전히 임유환 몸에 닿아버렸다.살과 살이 맞닿는 그 기분 좋은 느낌에 윤여진은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꼈지만 반대로 임유환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어른이 된 뒤로는 이렇게 진한 스킨십은 한 적이 없는 둘이었기에 임유환은 비단결처럼 매끈한 피부에 딱 한 번 닿은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려 서둘러 팔을 떼어냈다.아까의 다짐을 지켜내려면 더 이상의 스킨십은 없어야만 했다.“오빠, 왜 자꾸 나 피해요?”임유환이 일부러 몸을 피하자 윤여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이...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이게 어때서요. 어릴 때는 매일 붙어있었잖아요.”머뭇거리며 말하는 임유환에 윤여진은 아무렇지 않아 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둘의 어릴 적을 회상했다.“우리 어릴 때, 내가 아픈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오빠가 나 학교에서 집까지 업어다 줬잖아요.”“아, 그때? 기억하지 나도.”윤여진의 말에 임유환도 둘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네가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당연히 기억하죠. 오빠랑 함께한 모든 순간은 다 나한테 소중하니까요. 하나도 빼지 않고 전부 다 기억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