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36화

이쯤 되면 다 앉았을 줄 알았는데 임유환이 고개를 돌렸을 때 윤여진은 아직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몸을 반쯤 일으킨 고양이 자세를 한 채로 침대에 두 손을 대고 있는 윤여진 때문에 원래도 브이넥으로 깊게 파인 슬립이 한층 더 아래로 내려가 있어 임유환 눈에는 자꾸만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보였다.

눈이 부시게 흰 피부와 봉우리마냥 한껏 솟아있는 가슴을 보다 보니 임유환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이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그리고 슬립 안에 입은 것이 오늘 자신이 직접 채워주기까지 했던 검은색 레이스 속옷이라 임유환은 피가 더욱 들끓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계속 시선을 두고 있다가는 정말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것 같았던 임유환은 다급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고 곁눈질로 아까부터 임유환을 주시하고 있던 윤여진은 빠르게 돌아가는 그의 눈동자에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역시 연애 수첩에 쓰인 것처럼 이 검은색 속옷과 슬립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임유환의 자제력도 남다른 것 같았다.

자신의 몸매가 남자들을 얼마나 잘 홀리는지 윤여진도 알고 있었기에 임유환도 다른 남자들처럼 제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할 줄 알았는데 빠르게 이성을 잡는 그 모습을 보고 윤여진도 조금은 의외였다.

하지만 윤여진은 그래서 임유환이 더 좋았다.

임유환은 윤여진의 얼굴과 몸매만 보고 좋다고 달려드는 여느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어릴 때 윤여진이 뚱뚱하고 못생겼을 때도 임유환은 한결같이 다정했다.

자신을 겉모습이 아닌 사람 자체로 좋아해 준 사람은 임유환뿐이라 윤여진은 앞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은 임유환에게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다른 남자들이 제 몸을 보고 눈을 빛내는 것만 생각하면 윤여진은 구역질부터 나왔지만 임유환에게는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 윤여진의 마음을 모르는 임유환은 이성으로 본능을 억제하느라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뒤를 돌았는데도 이런 모습일 줄 알았더라면 아까 힘들다고 둘러대고 나갔거나 아예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