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내가 이렇게 입은 게 신경 쓰여요?”임유환의 말을 들은 윤여진은 임유환이 이런 모습을 보기 꺼려하는 것 같아 조금 실망한 듯 물었다.좋아하면 담요를 덮으라는 소리를 할 리가 없었기에 윤여진은 자신이 그렇게 별로인가 싶어 우울해하고 있었지만 임유환은 이상한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 윤여진에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울적해 보이는 윤여진의 눈동자를 본 임유환은 그녀가 오해했음을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아니야 여진아, 네가 오해한 거야. 나는...”그런데 해명을 하려던 임유환은 어떻게 해도 원만한 해명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입을 다물었다.“역시 유환 오빠는 이런 거 안 좋아하는 거죠...”말을 하다 마는 임유환 때문에 자신의 이런 모습은 임유환이 취향이 아니라 확신한 윤여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망할 놈의 연애 수첩을 당장 태워버리겠다고 다짐했다.“그게 아니라 내 말은...”오해가 점점 깊어지는 것 같은 상황에 임유환은 눈을 질끈 감고 자기 생각을 그대로 털어놓았다.“내 말은 우린 이제 다 컸고... 어릴 때랑은 많이 다르잖아.”“네?”알 듯 말 듯 한 임유환의 말에 윤여진은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오빠는 내가 이렇게 입고 있는 게 좋은 거예요 아니면 싫은 거예요?”“좋긴 좋은데, 아, 아니 그게 아니라...”바로 되묻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좋다는 말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버려 다급히 말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윤여진은 그 뒤의 말은 더 듣고 싶지 않은지 기뻐하며 말했다.“오빠만 좋아하면 됐어요! 이런 모습 좋아하면 앞으로 매일 이렇게 입고 오빠한테 보여줄게요.”윤여진의 해맑은 말을 들은 임유환은 당장이라도 코피를 쏟을뻔했다.윤여진이 매일 이렇게 입고 눈앞에서 돌아다닌다면 그 어떤 남자라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그리고 임유환의 말은 그와는 정반대의 뜻이었다.둘이 있을 때는 이런 복장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하려던 것인데 오해한 듯한 윤여진에 임유환은 바로 다시 설명하려 했지만 이
“그래 보여? 하하...”윤여진은 어색하게 웃는 임유환을 보며 일부러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긴장한 거 아니면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앉아요?”“그냥 금방 샤워해서 그런가 좀 덥네.”임유환은 애꿎은 샤워가운만 털어대며 일부러 열을 식히는 척하자 윤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그럼 온도 좀 낮출까요?”리모컨을 들어 온도를 낮춘 윤여진은 바로 임유환 옆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임유환은 저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옆에 바싹 붙어 앉아버린 윤여진의 행동에 한번, 그녀가 앉으면서 풍기는 은은한 바디워시 향에 한번, 그 짧은 시간 내에 두 번이나 놀라고 있었다.임유환은 멈출 수 없는 곁눈질로 윤여진을 한번 바라보았는데 그 얼굴을 보기도 전에 새하얀 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와 또다시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시선을 조금만 위로 옮겨보면 검은색 시스루에 가려진 봉긋한 엉덩이와 얇은 허리가 드러났는데 잠옷이라고 걸친 게 속살이 언뜻언뜻 보이게 만든 천 쪼가리라서 아예 벗은 것보다 더 야해 보였다.몸 곳곳이 다 살인 무기 같이 치명적이라 임유환은 점점 더 가빠지는 호흡을 간신히 가다듬으며 온 힘을 다해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만약 지금 저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게 서인아나 윤서린이었다면 당장이라고 침대에 눕혀버렸을 테지만 하필이면 윤여진이라서 임유환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임유환과 윤여진이 진짜 피를 나눈 남매는 아니라지만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자라왔고 임유환 눈에도 윤여진은 동생으로만 보였고 윤여진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다 벗은 것 같은 모습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걸 텐데 여기서 자신이 파렴치한 행동을 해버린다며 임유환은 영영 본인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윤여진도 저를 싫어하고 증오할 게 뻔하니 다시 그 얼굴을 볼 용기도 없었다.해서 임유환은 끓어오르는 본능을 참아내야만 했다.하지만 윤여진이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은은한 향기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새하얀 속살에는 정신이 아찔해 질 수밖에 없어 임유환은 이 고난과 인내의 시간
“유환 오빠, 왜 땀 흘려요?”윤여진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는 임유환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물었다.“어? 내가?”그 말에 서둘러 이마에 손을 대본 임유환은 진짜 맺혀있는 땀에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그게... 방이 아직도 좀 더운가 봐.”“그런데요 오빠, 여기 지금 25도인데. 더울 온도는 아니지 않아요?”일반적으로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방은 27도로 설정됐을 때 가장 적당했기에 25도인 온도에 3단계의 바람으로 설정되어있는 지금은 추운 게 정상이었다.윤여진은 이미 몸이 살살 떨려오고 있었기에 아직도 덥다는 임유환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샤워했잖아 방금, 그래서 그런 걸 거야.”임유환이 또다시 둘러대려고 하자 윤여진이 임유환 쪽으로 다가가며 몸을 기댔다.“나는 추운데.”거리가 또 한 번 좁혀지며 윤여진의 팔뚝이 완전히 임유환 몸에 닿아버렸다.살과 살이 맞닿는 그 기분 좋은 느낌에 윤여진은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꼈지만 반대로 임유환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어른이 된 뒤로는 이렇게 진한 스킨십은 한 적이 없는 둘이었기에 임유환은 비단결처럼 매끈한 피부에 딱 한 번 닿은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려 서둘러 팔을 떼어냈다.아까의 다짐을 지켜내려면 더 이상의 스킨십은 없어야만 했다.“오빠, 왜 자꾸 나 피해요?”임유환이 일부러 몸을 피하자 윤여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이...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이게 어때서요. 어릴 때는 매일 붙어있었잖아요.”머뭇거리며 말하는 임유환에 윤여진은 아무렇지 않아 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둘의 어릴 적을 회상했다.“우리 어릴 때, 내가 아픈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오빠가 나 학교에서 집까지 업어다 줬잖아요.”“아, 그때? 기억하지 나도.”윤여진의 말에 임유환도 둘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네가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당연히 기억하죠. 오빠랑 함께한 모든 순간은 다 나한테 소중하니까요. 하나도 빼지 않고 전부 다 기억하고
“아니야, 그냥 네가 아까 한 말 생각하고 있었어.”“그럼 오빠도 나랑 같이 있고 싶은 거예요?”다급히 해명하는 임유환에 시무룩해 있던 윤여진은 다시 밝게 웃으며 물었다.“그럼.”임유환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지만 사실 그와 윤여진이 말한 같이 있는다는 서로 전혀 다른 뜻이었다.“그럼 오빠, 오늘 밤은 나랑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임유환의 팔을 감싸 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간드러지게 말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몸이 먼저 반응할 뻔한 걸 간신히 참고는 물었다.“여기서 너랑 같이 밤을 보내자고?”“네!”윤여진이 이런 부탁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임유환이기에 제 팔에 닿아오는 말랑거리는 그 느낌도 까맣게 잊은 채 놀랐다.그런 임유환의 반응을 보던 윤여진은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다급하게 한마디 더 보탰다.“여기서 자는 건 처음이라 좀 무서워요, 워낙 낯설기도 하고...”“어...”윤여진의 부탁도 일리가 있어 보여 임유환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오빠, 그냥 남아서 나랑 같이 자면 안 돼요?”윤여진은 임유환의 팔을 좌우로 흔들며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임유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가만히 있어도 예쁜 얼굴인데 애교까지 부리니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모습이 섞여 있어 웬만한 남자라면 다 윤여진한테 넘어갈 것 같았다.인내심과 자제력 하나는 자부하면서 살아왔던 임유환도 윤여진의 애교 공세에 3초도 못 버티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 알겠어.”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긍정의 대답을 해버렸다.정말 이런 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바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저를 향해 애원의 눈빛을 보내는 윤여진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역시, 오빠는 내 말 들어줄 줄 알았어요!”결국 제 말을 들어준 임유환에 윤여진의 촉촉한 눈망울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했다.“너랑 같이 있어 줄 수는 있는데, 난 바닥에서 잘 거야.”같은 방에서 밤을 보내는 건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렸으니 임유환은 나름대로 그 안에서 최선책을 찾으려고 노력했
“어...”단도직입적인 윤여진의 말에 임유환은 뭐라 변명이라도 해야 했지만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임유환의 생각이 불순한 건 맞지만 그게 오로지 임유환의 잘못은 아니었다.이미 성인이 된 그들은 15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윤여진은 얼굴이며 몸매며 누가 봐도 예쁜 여자로 성장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도 멀쩡할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임유환 역시 남자였으니 검은색 레이스 속옷에 슬립까지 입고 제 눈앞을 돌아다니고 있는 윤여진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슬립 아래로 보일 듯 말 듯 한 윤곽이 아까부터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임유환은 지금 온 정신력을 다 쏟아서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자신의 눈이 윤여진의 몸으로 향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었던 임유환이기에 당연히 같이 자자는 그녀의 요구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모든 남자들의 워너비인 그 몸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밤을 조용히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오빠, 이상한 생각 한 거 맞죠?”한편 윤여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임유환을 보며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장난스레 물었다.“어...”임유환은 이젠 정말 자신이 무슨 생각인지도 잘 모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정말 윤여진을 두고 이상한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그는 윤여진이 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그녀의 몸만 보면 저절로 뜨거워지는 가슴이 대신해서 부정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여진아, 사실... 나는...”다그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해명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진심이 전달될지 몰라 말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임유환에게 윤여진은 여전히 15년 전 꼬맹이였고 임유환 또한 그때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그는 윤여진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오해하는 것도 원치 않았고 또 윤여진도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대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여전히 그때처럼 윤여진이 힘들 때 그녀에게 힘이 돼주는 든든한 오빠가 되고 싶었는데 이 마음을 전하기에 말 한마디
가슴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지만 임유환은 애써 윤여진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장난치지 말라니까.”윤여진이 여전히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한 임유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서둘러 말을 돌렸다.“아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하다고 했잖아, 그거 알려줄게.”“그 얘긴 나중에 하고, 오빠 아직 내 말에 대답 안 했잖아요.”“어... 그 얘기 먼저 하자, 불 끄면 졸려서 못 할 것 같아.”임유환은 기대에 찬 윤여진의 얼굴이 보였지만 어떻게든 이 숨 막히는 상황부터 끝내보고자 평소답지 않게 우겨댔다.그리고 사실 윤여진이 한 말이 장난인지 아닌지 제대로 분간도 가지 않아 아까부터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장난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장난이 아니라면 아주 어색해질 것 같았다.“오빠, 왜 아까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는 것 같죠?”그때 임유환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을 보며 윤여진이 부드럽게 물어왔다.“그... 그래?”“긴장한 거예요 설마?”임유환에게 질문을 하며 코앞까지 다가온 윤여진 때문에 둘의 거리는 3㎝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정말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닿을 것같이 가까운 거리라서 임유환은 윤여진이 내뱉는 호흡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뜨거운 숨결과 함께 풍기는 향기에 임유환은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여진아, 이제 진짜 그만해.”사람 둘은 족히 앉을 정도로 떨어져서야 임유환은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장난 아니라니까요.”임유환이 저에게서 멀어지자 윤여진은 살짝 실망한 듯 보였지만 이내 연애 수첩 제1항을 떠올린 그녀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그래서 윤여진은 긴장한 듯 굳어있는 임유환을 보며 익살스레 웃어 보였다.“유환 오빠, 누가 그러는데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이상하게 긴장을 한대요.”“오빠 설마 나 좋아하는 거예요?”윤여진이 이 질문을 할 때 임유환은 이게 장난이든 진심이든 간에 서둘러 이 화제가 지속되는 것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둘이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상해지는 방 안의
윤여진의 말에 임유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검사할 거예요 오빠?”그때 귀를 간질거리는 윤여진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부끄러워하면서도 도발적인 말을 뱉어내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심장이 쿵쾅거렸다.“여진아, 나는...”오해를 풀어보려고 고개를 돌려 윤여진을 보던 임유환은 몸을 앞으로 숙인 탓에 훤히 드러난 검은색 슬립 아래의 몸매에 다시 말을 삼켜낼 수밖에 없었다.임유환을 포함한 모든 남자들은 시각 동물인지라 완벽한 몸매와 유독 눈에 띄는 풍만한 가슴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반응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감정도 이내 임유환의 이성에 묻혀버렸다.“후...”임유환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여진아, 진짜 이제 그만해. 진짜 실수한다니까.”“오빠는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나긋나긋하게 말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결 때문에 점점 본능이 들끓고 있었던 임유환은 이대로 있었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것만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런데 그 순간 윤여진이 임유환의 손을 덥석 잡아 오자 우유 크림처럼 부드러운 그 느낌에 임유환은 일어서려던 다리마저 굳어버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유환 오빠, 나 장난하는 거 아니라니까요.”윤여진은 여전히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하며 잡고 있던 임유환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그 모습에 임유환은 순간 머리가 하얘졌고 이 손을 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하고 있었다.그런데 마침 타이밍 좋게 울린 전화벨 소리에 둘 다 화들짝 놀랐고 임유환도 또 한 번 울리는 벨 소리에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윤여진도 겁먹은 고양이마냥 손을 빼내며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나... 전화 좀 받을게.”임유환이 어색하게 말하자 윤여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네.”아까의 대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부끄럼 타는 고양이 같은 모습을 보며 웃음을 흘리던 임유환이 전화를 받았다.흑제에게서 온 전화라 조금 긴장한 채로 받았는데 역시나 전에 지시했던 일
“마음의 준비요?”의미심장한 흑제의 말에 임유환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영상인데 그래요?”“혼자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암호 걸어서 이메일 보내놨어요.”임유환이 영상을 보면 어떤 반응일지 알기에 흑제는 말을 내뱉기가 어려웠다.“알겠어요.”임유환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빠르게 흑제가 보내온 이메일을 확인했다.이메일의 정체는 5분쯤 되는 영상이었는데 영상의 장소는 어두운 밀실같이 보였다.밀실 안에는 똑같은 옷차림을 한 남자가 다섯이나 있었는데 그들은 전부 눈 하나만 내놓고 있었다.임유환은 그들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핸드폰 화면으로만 들여다보고 있음에도 무시무시한 그들의 기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남자들의 발밑에는 거의 죽어가는 젊은 여자 하나가 누워있었다.남루한 옷차림의 여자는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고 몸에는 채찍에 맞느라 생긴 생채기들이 한가득이었다.생채기 주위의 살들은 진작에 터져나갔고 팔은 안에 있는 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했다.그리고 몸에 난 상처는 그뿐만이 아니라 담배로 인해 생긴 작은 화상 자국들도 빼곡했다.옛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새로 난 상처들은 이미 옷과 붙어버려 여자의 처참한 상태를 더욱 잘 보여주고 있었다.영상을 보고 있던 임유환도 서서히 여자가 불쌍해졌다.다섯 남자들은 대체 누구길래 여자한테 이토록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그리고 여자는 또 누구인지 임유환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영상 하단에 떠 있는 시간을 보니 아직 5분 1밖에 진행되지 않은 영상에 임유환은 계속해서 화면을 들여다봤다.화면은 빠르게 전환됐고 여전히 같은 복장을 한 남자 다섯 명과 아까와 다를 게 없는 밀실이 나타났지만 아까 그 일로부터 며칠은 지난 듯 보였다.영상 속의 남자는 찬물을 들어 쓰러져있는 여자의 몸 위로 뿌렸고 여자는 갑자기 느껴지는 한기에 고통 속에서 소스라치며 눈을 떴다.“비밀 열쇠 어딨는지 말해.”검은 복면을 쓴 남자 하나가 입을 열자 나머지 네 명도 여자를 차갑게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