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임유환도 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온 터라 회색 가운을 걸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울리는 핸드폰에 임유환은 바로 문자를 확인해봤다.문자의 발신자는 윤여진이었다.“오빠, 지금 시간 좀 있어요?”“응, 있어. 왜 그래 여진아?”임유환이 별생각 없이 대답하자 윤여진의 문자가 바로 이어졌다.“아니... 그냥 낯선 환경이라 적응도 안 되고 해서... 오빠가 와서 나랑 얘기 좀 같이 해주면 안 돼요?”“그래. 머리만 말리고 금방 갈게.”“네!”임유환의 흔쾌한 승낙에 윤여진도 빠르게 답장을 보내고는 긴장과 설렘이 동반된 마음으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임유환은 그런 윤여진의 마음은 물론 지금 윤여진이 검은색 슬립 하나만 입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냥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 한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주려고 서둘러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그냥 얘기만 하는 거라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았던 임유환은 가운을 입은 채 바로 윤여진의 방으로 향했다.-똑똑.“여진아, 문 열어도 돼?”“네, 안 잠갔으니까 그냥 들어오면 돼요.”윤여진의 방 앞에 도착한 임유환이 노크를 두어 번 하자 안에서 쑥스러워하는 윤여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에 조금 이상했던 임유환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지만 이내 별일 아니겠지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여...”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들어온 건데 임유환의 눈 앞에 펼쳐진 건 속이 다 보일 것 같은 슬립 하나를 걸치고 침대에 엎드려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윤여진이었다.들어 올린 발은 공중에서 흔들거리고 있었고 뒷모습은 매끈한 곡선을 따라 여성스러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걸치고 있는 슬립이 시스루 타입이라 윤여진의 속살까지 비쳐 임유환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윤여진이 입은 속옷과 그 안으로 언뜻언뜻 비치는 가슴까지 모두 임유환의 정신을 아찔하게 하고 있었다.이 당황스러운 광경에 임유환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었고 심장도 세
이쯤 되면 다 앉았을 줄 알았는데 임유환이 고개를 돌렸을 때 윤여진은 아직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몸을 반쯤 일으킨 고양이 자세를 한 채로 침대에 두 손을 대고 있는 윤여진 때문에 원래도 브이넥으로 깊게 파인 슬립이 한층 더 아래로 내려가 있어 임유환 눈에는 자꾸만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보였다.눈이 부시게 흰 피부와 봉우리마냥 한껏 솟아있는 가슴을 보다 보니 임유환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이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그리고 슬립 안에 입은 것이 오늘 자신이 직접 채워주기까지 했던 검은색 레이스 속옷이라 임유환은 피가 더욱 들끓는 기분이었다.거기에 계속 시선을 두고 있다가는 정말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것 같았던 임유환은 다급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고 곁눈질로 아까부터 임유환을 주시하고 있던 윤여진은 빠르게 돌아가는 그의 눈동자에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역시 연애 수첩에 쓰인 것처럼 이 검은색 속옷과 슬립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는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임유환의 자제력도 남다른 것 같았다.자신의 몸매가 남자들을 얼마나 잘 홀리는지 윤여진도 알고 있었기에 임유환도 다른 남자들처럼 제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할 줄 알았는데 빠르게 이성을 잡는 그 모습을 보고 윤여진도 조금은 의외였다.하지만 윤여진은 그래서 임유환이 더 좋았다.임유환은 윤여진의 얼굴과 몸매만 보고 좋다고 달려드는 여느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어릴 때 윤여진이 뚱뚱하고 못생겼을 때도 임유환은 한결같이 다정했다.자신을 겉모습이 아닌 사람 자체로 좋아해 준 사람은 임유환뿐이라 윤여진은 앞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은 임유환에게만 보여줄 생각이었다.다른 남자들이 제 몸을 보고 눈을 빛내는 것만 생각하면 윤여진은 구역질부터 나왔지만 임유환에게는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런 윤여진의 마음을 모르는 임유환은 이성으로 본능을 억제하느라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뒤를 돌았는데도 이런 모습일 줄 알았더라면 아까 힘들다고 둘러대고 나갔거나 아예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오빠, 내가 이렇게 입은 게 신경 쓰여요?”임유환의 말을 들은 윤여진은 임유환이 이런 모습을 보기 꺼려하는 것 같아 조금 실망한 듯 물었다.좋아하면 담요를 덮으라는 소리를 할 리가 없었기에 윤여진은 자신이 그렇게 별로인가 싶어 우울해하고 있었지만 임유환은 이상한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 윤여진에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울적해 보이는 윤여진의 눈동자를 본 임유환은 그녀가 오해했음을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아니야 여진아, 네가 오해한 거야. 나는...”그런데 해명을 하려던 임유환은 어떻게 해도 원만한 해명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입을 다물었다.“역시 유환 오빠는 이런 거 안 좋아하는 거죠...”말을 하다 마는 임유환 때문에 자신의 이런 모습은 임유환이 취향이 아니라 확신한 윤여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망할 놈의 연애 수첩을 당장 태워버리겠다고 다짐했다.“그게 아니라 내 말은...”오해가 점점 깊어지는 것 같은 상황에 임유환은 눈을 질끈 감고 자기 생각을 그대로 털어놓았다.“내 말은 우린 이제 다 컸고... 어릴 때랑은 많이 다르잖아.”“네?”알 듯 말 듯 한 임유환의 말에 윤여진은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오빠는 내가 이렇게 입고 있는 게 좋은 거예요 아니면 싫은 거예요?”“좋긴 좋은데, 아, 아니 그게 아니라...”바로 되묻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좋다는 말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버려 다급히 말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윤여진은 그 뒤의 말은 더 듣고 싶지 않은지 기뻐하며 말했다.“오빠만 좋아하면 됐어요! 이런 모습 좋아하면 앞으로 매일 이렇게 입고 오빠한테 보여줄게요.”윤여진의 해맑은 말을 들은 임유환은 당장이라도 코피를 쏟을뻔했다.윤여진이 매일 이렇게 입고 눈앞에서 돌아다닌다면 그 어떤 남자라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그리고 임유환의 말은 그와는 정반대의 뜻이었다.둘이 있을 때는 이런 복장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하려던 것인데 오해한 듯한 윤여진에 임유환은 바로 다시 설명하려 했지만 이
“그래 보여? 하하...”윤여진은 어색하게 웃는 임유환을 보며 일부러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긴장한 거 아니면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앉아요?”“그냥 금방 샤워해서 그런가 좀 덥네.”임유환은 애꿎은 샤워가운만 털어대며 일부러 열을 식히는 척하자 윤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그럼 온도 좀 낮출까요?”리모컨을 들어 온도를 낮춘 윤여진은 바로 임유환 옆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임유환은 저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옆에 바싹 붙어 앉아버린 윤여진의 행동에 한번, 그녀가 앉으면서 풍기는 은은한 바디워시 향에 한번, 그 짧은 시간 내에 두 번이나 놀라고 있었다.임유환은 멈출 수 없는 곁눈질로 윤여진을 한번 바라보았는데 그 얼굴을 보기도 전에 새하얀 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와 또다시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시선을 조금만 위로 옮겨보면 검은색 시스루에 가려진 봉긋한 엉덩이와 얇은 허리가 드러났는데 잠옷이라고 걸친 게 속살이 언뜻언뜻 보이게 만든 천 쪼가리라서 아예 벗은 것보다 더 야해 보였다.몸 곳곳이 다 살인 무기 같이 치명적이라 임유환은 점점 더 가빠지는 호흡을 간신히 가다듬으며 온 힘을 다해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만약 지금 저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게 서인아나 윤서린이었다면 당장이라고 침대에 눕혀버렸을 테지만 하필이면 윤여진이라서 임유환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임유환과 윤여진이 진짜 피를 나눈 남매는 아니라지만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자라왔고 임유환 눈에도 윤여진은 동생으로만 보였고 윤여진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다 벗은 것 같은 모습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걸 텐데 여기서 자신이 파렴치한 행동을 해버린다며 임유환은 영영 본인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윤여진도 저를 싫어하고 증오할 게 뻔하니 다시 그 얼굴을 볼 용기도 없었다.해서 임유환은 끓어오르는 본능을 참아내야만 했다.하지만 윤여진이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은은한 향기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새하얀 속살에는 정신이 아찔해 질 수밖에 없어 임유환은 이 고난과 인내의 시간
“유환 오빠, 왜 땀 흘려요?”윤여진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는 임유환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물었다.“어? 내가?”그 말에 서둘러 이마에 손을 대본 임유환은 진짜 맺혀있는 땀에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그게... 방이 아직도 좀 더운가 봐.”“그런데요 오빠, 여기 지금 25도인데. 더울 온도는 아니지 않아요?”일반적으로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방은 27도로 설정됐을 때 가장 적당했기에 25도인 온도에 3단계의 바람으로 설정되어있는 지금은 추운 게 정상이었다.윤여진은 이미 몸이 살살 떨려오고 있었기에 아직도 덥다는 임유환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샤워했잖아 방금, 그래서 그런 걸 거야.”임유환이 또다시 둘러대려고 하자 윤여진이 임유환 쪽으로 다가가며 몸을 기댔다.“나는 추운데.”거리가 또 한 번 좁혀지며 윤여진의 팔뚝이 완전히 임유환 몸에 닿아버렸다.살과 살이 맞닿는 그 기분 좋은 느낌에 윤여진은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꼈지만 반대로 임유환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어른이 된 뒤로는 이렇게 진한 스킨십은 한 적이 없는 둘이었기에 임유환은 비단결처럼 매끈한 피부에 딱 한 번 닿은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려 서둘러 팔을 떼어냈다.아까의 다짐을 지켜내려면 더 이상의 스킨십은 없어야만 했다.“오빠, 왜 자꾸 나 피해요?”임유환이 일부러 몸을 피하자 윤여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이...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이게 어때서요. 어릴 때는 매일 붙어있었잖아요.”머뭇거리며 말하는 임유환에 윤여진은 아무렇지 않아 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둘의 어릴 적을 회상했다.“우리 어릴 때, 내가 아픈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오빠가 나 학교에서 집까지 업어다 줬잖아요.”“아, 그때? 기억하지 나도.”윤여진의 말에 임유환도 둘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네가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당연히 기억하죠. 오빠랑 함께한 모든 순간은 다 나한테 소중하니까요. 하나도 빼지 않고 전부 다 기억하고
“아니야, 그냥 네가 아까 한 말 생각하고 있었어.”“그럼 오빠도 나랑 같이 있고 싶은 거예요?”다급히 해명하는 임유환에 시무룩해 있던 윤여진은 다시 밝게 웃으며 물었다.“그럼.”임유환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지만 사실 그와 윤여진이 말한 같이 있는다는 서로 전혀 다른 뜻이었다.“그럼 오빠, 오늘 밤은 나랑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임유환의 팔을 감싸 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간드러지게 말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몸이 먼저 반응할 뻔한 걸 간신히 참고는 물었다.“여기서 너랑 같이 밤을 보내자고?”“네!”윤여진이 이런 부탁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임유환이기에 제 팔에 닿아오는 말랑거리는 그 느낌도 까맣게 잊은 채 놀랐다.그런 임유환의 반응을 보던 윤여진은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다급하게 한마디 더 보탰다.“여기서 자는 건 처음이라 좀 무서워요, 워낙 낯설기도 하고...”“어...”윤여진의 부탁도 일리가 있어 보여 임유환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오빠, 그냥 남아서 나랑 같이 자면 안 돼요?”윤여진은 임유환의 팔을 좌우로 흔들며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임유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가만히 있어도 예쁜 얼굴인데 애교까지 부리니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모습이 섞여 있어 웬만한 남자라면 다 윤여진한테 넘어갈 것 같았다.인내심과 자제력 하나는 자부하면서 살아왔던 임유환도 윤여진의 애교 공세에 3초도 못 버티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 알겠어.”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긍정의 대답을 해버렸다.정말 이런 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바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저를 향해 애원의 눈빛을 보내는 윤여진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역시, 오빠는 내 말 들어줄 줄 알았어요!”결국 제 말을 들어준 임유환에 윤여진의 촉촉한 눈망울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했다.“너랑 같이 있어 줄 수는 있는데, 난 바닥에서 잘 거야.”같은 방에서 밤을 보내는 건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렸으니 임유환은 나름대로 그 안에서 최선책을 찾으려고 노력했
“어...”단도직입적인 윤여진의 말에 임유환은 뭐라 변명이라도 해야 했지만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임유환의 생각이 불순한 건 맞지만 그게 오로지 임유환의 잘못은 아니었다.이미 성인이 된 그들은 15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윤여진은 얼굴이며 몸매며 누가 봐도 예쁜 여자로 성장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도 멀쩡할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임유환 역시 남자였으니 검은색 레이스 속옷에 슬립까지 입고 제 눈앞을 돌아다니고 있는 윤여진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슬립 아래로 보일 듯 말 듯 한 윤곽이 아까부터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임유환은 지금 온 정신력을 다 쏟아서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자신의 눈이 윤여진의 몸으로 향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었던 임유환이기에 당연히 같이 자자는 그녀의 요구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모든 남자들의 워너비인 그 몸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밤을 조용히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오빠, 이상한 생각 한 거 맞죠?”한편 윤여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임유환을 보며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장난스레 물었다.“어...”임유환은 이젠 정말 자신이 무슨 생각인지도 잘 모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정말 윤여진을 두고 이상한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그는 윤여진이 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그녀의 몸만 보면 저절로 뜨거워지는 가슴이 대신해서 부정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여진아, 사실... 나는...”다그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해명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진심이 전달될지 몰라 말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임유환에게 윤여진은 여전히 15년 전 꼬맹이였고 임유환 또한 그때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그는 윤여진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오해하는 것도 원치 않았고 또 윤여진도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대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여전히 그때처럼 윤여진이 힘들 때 그녀에게 힘이 돼주는 든든한 오빠가 되고 싶었는데 이 마음을 전하기에 말 한마디
가슴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지만 임유환은 애써 윤여진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장난치지 말라니까.”윤여진이 여전히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한 임유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서둘러 말을 돌렸다.“아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하다고 했잖아, 그거 알려줄게.”“그 얘긴 나중에 하고, 오빠 아직 내 말에 대답 안 했잖아요.”“어... 그 얘기 먼저 하자, 불 끄면 졸려서 못 할 것 같아.”임유환은 기대에 찬 윤여진의 얼굴이 보였지만 어떻게든 이 숨 막히는 상황부터 끝내보고자 평소답지 않게 우겨댔다.그리고 사실 윤여진이 한 말이 장난인지 아닌지 제대로 분간도 가지 않아 아까부터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장난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장난이 아니라면 아주 어색해질 것 같았다.“오빠, 왜 아까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는 것 같죠?”그때 임유환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을 보며 윤여진이 부드럽게 물어왔다.“그... 그래?”“긴장한 거예요 설마?”임유환에게 질문을 하며 코앞까지 다가온 윤여진 때문에 둘의 거리는 3㎝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정말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닿을 것같이 가까운 거리라서 임유환은 윤여진이 내뱉는 호흡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뜨거운 숨결과 함께 풍기는 향기에 임유환은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여진아, 이제 진짜 그만해.”사람 둘은 족히 앉을 정도로 떨어져서야 임유환은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장난 아니라니까요.”임유환이 저에게서 멀어지자 윤여진은 살짝 실망한 듯 보였지만 이내 연애 수첩 제1항을 떠올린 그녀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그래서 윤여진은 긴장한 듯 굳어있는 임유환을 보며 익살스레 웃어 보였다.“유환 오빠, 누가 그러는데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이상하게 긴장을 한대요.”“오빠 설마 나 좋아하는 거예요?”윤여진이 이 질문을 할 때 임유환은 이게 장난이든 진심이든 간에 서둘러 이 화제가 지속되는 것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둘이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상해지는 방 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