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웃음을 본 조명주는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는데 조효동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왔다.“혜성테크놀로지? 양유란이요?”“양유란 여사님이 해외에서 혜성테크놀로지를 경영한 걸 조 중령님은 어떻게 아세요?”“제랑 그때 해외 유학 같이 준비한 분이 바로 양유란 여사님이세요. 그리고 이번에 돌아와서 세울 회사에도 투자를 해주신다고 한 분이시죠.”“그분 도움이 없었으면 저의 유학도 창업도 다 이렇게 순탄하진 못했을 거예요.”“유감스럽게도... 그분은 보름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셨어요.”“제가 의사인데도 그분은 구해내지 못했어요... 사신한테는 당해낼 수가 없더라고요...”그 말을 하는 조효동은 눈을 내리깐 채 슬픔에 잠긴 척했고 최서우는 또 마음 아파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럴수록 조명주는 입만 열면 거짓말인 조효동 때문에 화가 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조효동, 너 진짜 말 잘 꾸며낸다. 그렇게 잘난 척을 하고 싶어?”“뭔 놈의 상담이고 투자야! 살려낼 수가 없어? 어디서 개소리야!”참다못한 조명주는 조효동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넌 그냥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쓰레기야, 어디서 잘난 척이야!”“혜성테크놀로지 지금 주인 너 맞잖아,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봐 어디!”“그리고 국내에 세웠다는 그 의약 회사 이름은 뭔데? 어디 있냐고!”“하하, 조 중령님이 저에 대해 편견이 있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제 말을 이렇게 모조리 의심하시면 안 되죠. 제가 한 말은 다 사실입니다.”“그럼 대답해봐.”조명주의 질문에 조효동이 계속 비아냥대자 당장이라고 그 뺨을 갈겨주고 싶은 충동이 든 조명주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알겠어요, 말할게요.”겉으로는 한숨을 쉬고 있었지만 사실 조효동의 눈에서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조 중령님, 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또 저희 사이에 생긴 오해를 풀기 위해서 아까 조 중령님이 하신 첫 번째 질문에 답을 할게요.”“아까 계속 질문하신 혜성테크놀로지의 현 주인은
“말도 안 돼...”이 부관이 보내준 자료들을 훑어보던 조명주는 너무 놀라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조효동이 가지고 있던 혜성테크놀로지는 진짜 해외 자선 기업에 기부되어 있었고 드림 그룹도 정말로 건설 중이었다.건설 장소 그리고 완공 시간마저 조효동의 말과 완벽히 일치했다.회사의 법인 역시 조효동이었다.그리고 이런 조명주의 반응을 예상하였던 조효동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이 모든 건 정우빈이 도와준 일이었다.조효동의 계획을 전해 들은 정우빈은 조효동 소유로 되어있던 혜성테크놀로지를 해외 자선 기업에 양유란의 이름으로 기부해준 것이다.하지만 그 회사에 있던 2만 억의 자산은 이미 조효동의 주머니로 들어가 있어 사실상 빈 껍데기를 기부한 격이었다.그리고 드림 그룹 역시 정우빈의 도움으로 건설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정우빈이 아니었다면 그 큰 부지를 정부에서 조효동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빨리 내어주진 않았을 것이다.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거짓말에 조효동은 겸손한 듯 웃고 있었지만 우쭐대고 싶은 감정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조 중령님도 사람 시켜서 알아보셨으니 이제 제가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란 걸 믿으시겠죠?”설레발을 치며 물어오는 조효동에 조명주는 이를 악물었다.조명주는 전에 임유환이 흑제를 시켜 알아본 결과와 상반되는 자료를 당연히 믿지 않았고 분명 조효동이 무슨 수작을 부린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임유환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조명주의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잘 짜인 판인 걸 보니 임유환은 누구의 짓인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명주야, 나도 보여줄래?”“그게...”그때 부드럽게 물어오는 최서우에 조명주는 잠시 고민을 했지만 어차피 안 보여준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을 최서우를 알기에 그냥 보여주기로 했다.그리고 자료들을 확인한 최서우는 조효동이 한 말이 다 사실이었다는 생각에 눈동자가 흔들렸다.“서우야, 이제 나 믿지?”“네.”그리고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던 조효동이 웃으며 묻
“미안해요 선배...”최서우는 난감해하는 조효동을 보며 미안한 듯 말했다.분명히 조효동과 다시 잘해볼 마음이 있긴 한데 왜 몸이 이렇게 거부하는지 최서우 본인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걸 본 임유환과 조명주는 깜짝 놀라더니 서로 같은 걸 생각했는지 허공에서 시선이 맞물렸다.아무래도 남자 혐오증이 이렇게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기억은 잃었어도 무의식 속에 남아있던 이성에 대한 혐오와 배척이 최서우를 움직인 것이다.“괜... 괜찮아.”그에 조효동은 멋쩍게 웃으며 다급히 말을 돌렸다.“나는 네가 모자 쓰고 있는 게 너무 더워 보여서... 그러면 상처도 빨리 안 나을 것 같고 해서 모자 벗겨주려던 거야.”“걱정해줘서 고마워요.”조효동의 말에 짧게 대답하고 입술을 말아 물던 최서우는 제 관자놀이 쪽에만 비어있는 머리 때문에 못생겨진 얼굴이 생각나 축 처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근데 내가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머리카락이 좀 밀렸거든요. 그게 보기 흉해서 모자로 가리고 있었던 거에요.”“뭐가 보기 흉해, 머리가 다 밀려버렸어도 네가 제일 예뻐.”“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일부러 큰 소리로 예쁘다고 해주는 조효동에 최서우는 마음은 그새 간질간질해졌다.그에 조효동은 또 위선적인 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뭐 이런 걸로 고맙다고 해, 나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그래도 모자는 벗는 게 어때? 그러면 상처도 빨리 나을 것 같고 또 나도 네 얼굴 제대로 볼 수 있잖아.”“나도 너 오래 못 봐서 보고 싶어...”말하면서도 탄식을 뱉는 조효동에 그가 저를 정말 그리워했다고 생각한 최서우의 시선이 흔들렸다.하지만 지금 제 모습을 보여주기엔 아직 용기가 부족했던 최서우는 부드럽게 거절했다.“근데 지금 제 모습이... 정말 별로라서... 선배가 보면 실망할 것 같아요...”“그럴 리가 없잖아. 내 마음속에서는 네가 제일 예쁜 사람이야. 언제나 그건 변하지 않아.”최서우의 이쁘장한 얼굴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조효동은 다급히 그녀를 달
조효동은 최서우의 모습을 보고 잠시 벙쪄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아냐... 하나도 안 못생겼어.”말은 저렇게 했지만 조효동의 표정은 제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조효동이 좋아하는 건 관자놀이가 텅 비어버린 최서우가 아닌 완벽히 아름다운 본래의 최서우였다.하지만 머리카락은 언제고 다시 자라날 것이니 조효동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조효동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건 아주 잠시였지만 그걸 또 보아 낸 최서우는 실망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아까 방에서 임유환에게 얼굴을 보였을 때 임유환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오히려 저를 위로해줬기에 자연스레 조효동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선배, 나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요. 이만 가봐요, 병문안 와줘서 고마워요.”그래서 한껏 설레던 마음도 가라앉아버린 최서우는 다시 모자를 눌러쓰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서우야, 나 아직 말 다 못했는데...”조효동은 최서우가 정말 피곤해서 들어가겠다는 줄로 알고 서둘러 그 뒤를 쫓아가며 말했지만 그 상황을 눈여겨 보고 있던 임유환에 의해 제지당했다.“꺼져.”그에 화가 난 조효동이 임유환을 노려보았지만 임유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은 여기서 더 다가오면 죽여버리겠다는 경고를 날리고 있었기에 조효동은 순간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이미 임유환의 실력을 몸소 경험한 적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의 땅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자운별장의 규칙도 있었기에 일부러 당당한 척 소리치고는 별장을 떠났다.“넌 나중에 두고 봐.”그런 조효동에 임유환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간신히 억누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여기서 조효동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라도 한다면 최서우가 화를 낼 게 분명했기에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미친놈, 다신 오지 마!”조명주 역시 임유환과 같은 생각이었기에 화만 낼뿐 손을 대진 않았다.기억을 잃은 최서우가 충격을 받아서 회복에 불리할까 봐 최선을 다해 참고 있는 중이었다. 최서우만 아니었으면 조
임유환은 자신을 속이고 바람까지 피운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위해서 총알을 막아주는 게 옳은 일이었던 걸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었지만 최서우는 도무지 임유환을 원망할 수가 없었다.모든 게 의문이었고 어떠한 해답도 떠오르지 않았다.지난날의 일들을 떠올려 보려고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생각나는 게 없자 최서우는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그때 핸드폰이 울리더니 처음 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자세히 보니 조효동에게서 온 문자였다.[서우야, 나 효동 선배야.][아까 네가 너무 급하게 가버려서 못한 말이 많아.][그래도 너 금방 퇴원했으니까 많이 쉬어야 하는 건 알아.][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밥이라도 먹는 건 어때? 연경에 아주 잘하는 중식집 하나 알아놨거든. 가서 보양식도 좀 먹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아까보니까 안색도 안 좋아서 마음 아프더라.][일단은 좀 쉬어, 답장 기다릴게.]조효동의 문자를 본 최서우는 기뻐하는 게 당연했지만 자꾸만 아까의 그 실망스러운 표정이 떠올라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오히려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힌 듯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후.”깊은 한숨을 쉬며 미간을 찌푸렸다가 편 최서우는 바로 조효동의 문자에 답장하지 않고 피드부터 훑어봤다.병원에 있던 며칠 동안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았기에 이제라도 좀 봐보려고 카카오톡을 확인했는데 그때 임유환과 주고받았던 문자가 눈에 띄었다.핸드폰에는 전에 그들이 나눴던 채팅이 전부 남아있었다.그에 호기심이 동한 최서우는 스크롤을 내려 제일 위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2023년 7월 23일 처음으로 친구추가를 했다는 안내문자가 떡하니 쓰여있었다.7월 23일이면 한 달 전쯤인데 둘이 알게 된 지 한 달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최서우는 살짝 당황한 채로 첫 문자부터 읽었다.첫 문자는 최서우 본인이 보낸 것이었는데 그 내용이 조금 낯부끄러웠다.[잘생긴 환자분, 아까 왜 친구추가 거절했어요, 누나 속상해요 이
때마침 방으로 들어온 조명주와 임유환은 혼자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최서우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서우야, 너 괜찮아?”“응.”최서우는 고개를 저어 보이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서우야, 조효동 그놈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돼.”돌려 말하는 데에는 원체 소질이 없던 조명주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속사포로 내뱉었다.“그놈은 진짜 사기꾼이야. 네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서 또 네 감정을 이용하려 드는 거라고.”“그리고 유환 씨는 진짜 남자친구가 아니라 네가 부탁해서 남자친구인 척해줬던 것뿐이야.”“진짜 좋은 사람이니까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근데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좀 복잡해.”말하자면 긴 얘기였기에 조명주는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몰라했다.그때 뒤로 돈 최서우가 초조해 보이는 조명주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명주야, 유환 씨 그런 사람 아닌 거 나도 알아.”“어?”느닷없는 최서우의 말에 그녀가 화나서 아무 말이나 하는 줄 알고 조명주는 다급히 해명하기 시작했다.“서우야, 진짜 내 말 한 번만 믿어줘. 유환 씨는...”“알아, 나 화난 거 아니야.”“진짜?”“응, 진짜?”아직 의심이 가시지 않은 듯 되묻는 조명주를 향해 최서우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뭐라고?”최서우의 거듭되는 말에도 조명주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남자의 배신을 제일 싫어하는 최서우가 왜 임유환만은 이렇게 빨리 용서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그래서 조명주는 최서우가 화가 났는데도 그냥 표현하지 않는 것뿐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고 폭풍전야 같은 이 상황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더 해명하려고 입을 벌렸는데 그때 최서우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명주야, 진짜 나 걱정 안 해도 돼. 나 너 믿어. 그리고 유환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믿어.”“진짜야?”“그렇다니까.”“그리고 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또다시 되묻는 조명주에 최서우는 여전히 같은 대답을 했다.“알겠어.”그에 일단은 최서우의
“유환 씨, 명주야, 왜 날 그렇게 보고 있어?”임유환과 조명주의 의아한 눈빛을 동시에 받은 최서우는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서우야, 너 설마 기억 난 거야?”그때 조명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지만 최서우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뭘 기억했다는 거야?”“전에 있었던 일들 말이야!”“아니야.”아니라며 고개를 젓는 최서우에 조명주는 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그럼 왜 갑자기 달라진 거야? 조효동이 만나자는 것도 거절하고.”“서우야, 너 설마 충격받은 건 아니지?”“아니야, 내가 그 정도로 나약하진 않아.”자신을 걱정하는 조명주를 보며 최서우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냥 조효동보다는 너랑 유환 씨한테 더 믿음이 가서 그런 것뿐이야.”임유환과의 채팅 기록을 다 보고 난 최서우는 기억을 잃긴 했지만 문자만으로도 자신이 그때 임유환에게 품었던 호감이 어느 정도인지, 또 임유환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곤경에 처한 자신을 몇 번이나 도와준 사람이었기에 최서우는 임유환은 저를 속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말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했던 임유환에 비해 조효동은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많았기에 임유환과의 채팅 기록을 보지 않았다 해도 최서우는 오늘 저녁 조효동의 데이트 신청에는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정말 잘됐다!”그리고 최서우의 진심 어린 말을 들은 조명주는 그렇게 기쁜지 펄쩍 뛰기까지 했다.이제는 최서우가 조효동한테 속아 넘어갈까 봐 노심초사하진 않아도 될 것 같았다.“나 믿어줘서 고마워요.”기억을 잃은 뒤로 자신에게 계속 경계심을 품고 있던 최서우가 그런 경계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자신을 믿어줬다는 생각에 임유환도 조금 울컥해 하며 말했다.“내가 오히려 두 사람한테 고마워해야죠.”최서우도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나 계속 잘 보살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항상 내 걱정해줘서 그것도 너무 고마웠어요.”“아니에요, 어차피 다 나 때문에...”말
주방에서는 임유환이 여러 가지의 약재들을 뚝배기에 넣고 강한 불에 끓인 다음 약한 불로 바꿔서 뜸을 들이고 있었다.한쪽에 서서 그걸 지켜보던 조명주는 못 하는 게 없어 보이는 임유환을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유환 씨, 한의학도 그 비밀스러운 스승님 따라서 배운 거예요?”“네.”호기심에 가득 차 묻는 조명주를 향해 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이 대단하시네요!”무술뿐만 아니라 의술에까지 능한 어르신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진 조명주가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그렇죠.”스승님의 얘기를 꺼내자 임유환은 또 그리움에 잠긴 듯했다.스승님을 못 본지도 오래됐는데 계속 돌파하시겠다던 경지는 뛰어넘으신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아 맞다, 유환 씨 어머니 얘기 아직 다 안 해줬어요.”그때 조명주는 임유환 어머니 얘기를 하다가 조효동이 찾아오는 탓에 얘기가 끊겨버린 걸 생각해내고는 다시 물었다.어머니를 언급하자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진 임유환이 입을 열었다.“어머니는... 15년 전에 저를 떠나셨어요.”“아주머니가 유환 씨를 떠나셨다고요?”임유환의 어머니가 임유환을 떠났다는 줄로만 알고 의아해하던 조명주는 슬퍼 보이는 임유환의 표정을 보고 이내 세상을 떠났다는 뜻임을 알아차렸다.“아, 미안해요...”그리고 그 말을 좀 더 빨리 눈치채지 못한 제가 한심스러워지며 임유환에게 미안해지는 조명주였다.“괜찮아요.”하지만 임유환은 그런 조명주를 달래듯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친구가 이렇게 많이 생긴 걸 엄마가 봤으면 아주 좋아했을 거예요.”“그러게요, 보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임유환에게 이런 슬픈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던 조명주가 안쓰러운 듯 말했다.조명주는 어머니를 잃고 다른 사람에게 모함을 당하고 아버지한테 쫓겨나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나쁜 길로 빠지며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성장한 임유환의 마음은 얼마나 단단할까 싶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유환 씨가 그동안 겪었던 일 말해줄 수 있어요?”눈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