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야, 잠깐만!”신나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는 최서우에 불길한 예감이 든 조명주는 최서우를 말려보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최서우는 한달음에 정원 입구에까지 도착했다.마침 최서우가 보기 전에 조효동을 돌려보내려고 손을 대려 했던 임유환은 갑자기 나타난 최서우에 몸이 굳어진 채 깜짝 놀라며 물었다.“서우 씨가 왜 여기 있어요?”“효동 선배 만나려고 왔죠!”기뻐하는 얼굴로 내뱉는 다정한 호칭에 순간 벙쪄버렸던 임유환은 이내 최서우의 기억이 대학교 3학년에 머물러있음을 기억해내고는 아차 싶은 심정에 이마를 짚었다.그때는 최서우와 조효동이 연애를 시작하기 전이었으니 최서우도 당연히 조효동이 저 몰래 부자 아줌마를 만나고 다니는 걸 모르고 있었다.그러니 한창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신사 선배”인 조효동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서우야, 안녕!”임유환이 당황한 틈을 타 조효동은 재빨리 최서우를 향해 손을 저었다.기억을 잃은 최서우는 처음으로 저를 서우라고 부르는 조효동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그리고 그 모습을 본 조효동은 최서우가 기억을 잃은 게 확실하고 또한 저에게 호감이 남아있는 상태임을 확신했다.“효동 선배”라는 호칭으로 자신을 부르는 걸 보니 최서우의 기억은 조효동의 바람을 발견하기 전에 머물러있는 것 같았다.하늘도 자신을 돕는 것만 같은 천운에 조효동은 속으로 환호를 질러대며 이 기회에 최서우를 제대로 꼬셔보려 했는데 그때 뒤늦게 따라 나온 조명주가 최서우를 제 쪽으로 데려가며 조효동을 향해 소리 질렀다.“조효동, 너 지금 뭐 하는 거야!”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조명주에 조효동의 인상은 자연스레 구겨졌다.조명주 때문에 일을 그르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조효동은 기회만 생긴다면 반드시 그녀를 제 아래 무릎 꿇게 만들리라 다짐하며 음흉한 눈으로 조명주의 하얀 다리를 훑어보았다.하지만 이런 속내를 드러낼 리 없는 능구렁이 같은 조효동은 다시 신사다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서우 퇴원했다는 얘기 듣고 병문
“조효동, 지금 서우 씨가 가지고 있는 호감 이용해서 또 사기 치면 나 진짜 너 죽일 수도 있어.”조효동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치가 떨렸던 임유환은 이를 악물며 조효동을 향해 경고했지만 조효동은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서우 퇴원했다는 말 듣고 병문안 온 건데 내가 무슨 사기를 쳐.”조효동은 오히려 임유환이 저에게 주먹을 휘두르길 바라고 있었다.그럼 최서우는 저를 안쓰러워하며 동정할 것이고 저를 때린 임유환의 이미지는 말 그대로 박살이 나는 것이니 그거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그런 조효동의 의도를 모를 리 없는 임유환의 눈에는 한기가 가득했다.“조효동, 이 개새끼!”그 위선적인 모습에 조명주까지 이를 악물며 말하자 최서우는 서로 적의가 가득한 듯한 그들을 보며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었다.“명주야, 너도 그렇고 유환 씨랑 효동 선배 사이에 다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아.”“오해라니!”최서우의 질문에 조명주는 차갑게 대답했다.“너 저놈이 어떤 놈인 줄 알아? 허구한 날 거짓말만 하고 네 감정 이용해서 사기까지 친 놈이라고!”“내 감정 이용해서 사기를 쳤다고?”조명주의 말에 최서우가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자 조급해 난 조효동이 다급하게 나서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같잖은 해명을 해대기 시작했다.“그런 적 없어 서우야, 그건 전부 다 오해였어!”“뭐가 오해라는 거에요?”“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미간을 찌푸리며 묻는 최서우에 조명주가 선수를 치며 대답했다.절대 조효동 같은 인간에게 최서우가 넘어가게 놓아둘 순 없었기에 조명주는 사실대로 얘기했다.“저 인간이 너 놔두고 바람피웠어!”“바람?!”최서우는 겸손하고 자상한 것 같던 선배가 바람을 피웠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래, 그러니까 저놈한테 절대 속으면 안 돼! 지금도 수작질하는 거라니까.”“효동 선배가 무슨 수작질을 해?”지금 최서우가 기억하고 있는 조효동은 그들의 진술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기에 최서우는 한 사람에 대한 전혀 다른 두 가지 묘사 때문에 머리가 울리는 것
“서우야, 내가 다 설명할 테니까 내 말 좀 들어봐.”조효동은 최서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그날 일은 다 오해야. 너도 날 오해했고 네 친구인 조 중령님도 날 오해한 거야.”“내가 사실대로 다 말할게.”“너도 알잖아, 우리 집 사정이 어떤지.”“나 어릴 때 집에 돈이 없어서 우리 아버지 제대로 치료도 못 받으시고 나랑 엄마 두고 먼저 떠나신 거.”“그래서 외국에 나가서 의학 좀 제대로 배워서 우리 집 같은 집안의 환자들도 치료해주는 게 내 꿈이었잖아.”“그것 때문에 대학 내내 아껴먹고 아껴 쓰면서 돈 벌었잖아.”“그건 나도 다 아는 거잖아요. 그게 선배 바람이랑 무슨 상관이에요?”조효동의 꿈과 포부는 최서우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끈질긴 모습에 최서우도 조효동을 롤모델로 삼고 지지해왔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바람을 피웠다는 건 엄연한 배신이었기에 최서우는 여전히 차가운 눈을 하고 물었다.“서우야, 난 바람을 핀 적이 없어.”그리고 이런 최서우의 반응을 예상했던 조효동은 계속해서 연기를 했다.“그날 나는 그냥 귀빈을 대접했던 것뿐이야. 해외 유학이랑 유학 다녀와서 차릴 병원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만난 거야.”“너도 알잖아, 병원이라는 게 내 실력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란 거. 투자자도 많이 필요하고 동업자도 있어야 하는 거잖아.”“그리고 그 귀빈님이 바로 투자자 중 한 분이셨어.”“해외 유명 기술회사의 이사장님이신데 자산이 2만 억이래, 그날은 나랑 투자 얘기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직접 오신 거야.”“그 말 다 진짜예요?”“당연하지 서우야, 하늘이 보고 땅이 봤는데 내가 널 왜 속이겠어.”아직 의심이 풀리지 않았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 최서우를 향해 조효동이 제 가슴을 쳐 보이며 장담했다.“그리고 그 여자 50도 넘었는데 내가 왜 그런 여자를 만나겠어, 그것도 서우 너 몰래.”“내 인성은 의심할 수 있지만 내 눈은 의심하지마.”“내가 사랑하는 여잔 너뿐이야 서우야.”“난 그때도 얼른 성
“명주야, 지금 내 남자친구가 임유환 씨라고 한 거야 방금?”하지만 최서우는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그래!”터무니없는 거짓말인 걸 알지만 조효동이 최서우를 또 흔들어 놓는 걸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조명주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진짜?”하지만 최서우는 그 말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근데 왜 전에는 안 알려줬어?”“네가 기억을 잃은 걸 아니까 괜히 마음이 복잡해질까 봐 그런 거지.”조명주는 급한 대로 아무렇게나 둘러대기 시작했다.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말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최서우를 속이는 건 아니었다.전에도 최서우는 임유환을 가짜 남자친구로 내세워서 조효동을 쫓아버린 적이 있기에 임유환, 최서우, 조명주를 제외한 다른 이는 임유환이 가짜 남자친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역시나 조명주의 말을 들은 조효동은 표정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다시 자상하게 웃으며 최서우를 바라보았다.“하하, 서우야, 명주 씨가 지금 장난치는 거야. 임유환은 네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보통 친구야.”조효동의 말에 최서우는 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명주가 왜 그런 장난을 쳐요?”“그건... 전에 있었던 오해 때문에 네가 다시 상처받을까 봐 그러는 걸 거야.”“명주 씨 마음 나도 충분히 이해해, 제일 친한 친구로서 친구가 또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거지.”“하지만 그건 전부 다 오해였어.”“다 내 탓이야, 미안해 정말.”“내가 그때 너한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숨기지만 않았어도, 해명만 바로 했어도 우리 사이에 오해가 쌓여 헤어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우리 사이라고요?”어리둥절한 최서우가 조효동을 보며 물었다.“우리가 무슨 사이였는데요?”“당연히 사랑하는 사이였지, 커플.”“커플이요?”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조효동에 최서우는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면서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그냥 호감 있는 선배라고만 알고 있었지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조효동과 사귀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그래. 미안해 서우
“조효동, 이 미친 새끼야!”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은 처음 보는 조명주는 부아가 치밀어 올라 얼굴까지 빨개졌고 한쪽에 서 있던 임유환도 마찬가지로 시린 눈을 하고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조 중령님, 제 말이 다 사실이잖아요. 저는 사실만 말했는데 왜 제가 미친놈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거죠?”조효동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 조명주를 보며 읍소했다.“서우 남자친구는 저에요. 임유환 저놈은 서우가 급하게 찾아서 제 앞에 내세운 가짜 남자친구고요.”“조 중령님이 저한테 풀지 못한 오해가 있다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저는 서우한테 진짜 진심이에요. 이번에 여기 다시 돌아온 것도 다 서우 때문이라고요.”“그리고 저는...”“그 입안 다물어?!”더 이상 조효동의 개소리를 들어줄 수 없었는지 조명주가 험한 말을 하며 그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올렸다.말로 해서 알아듣지 못하는 놈에게 본때를 보여줄 심산이었다.“조 중령님...”그런 조명주의 행동에 놀란 조효동은 뒷걸음질 치며 최서우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최서우는 지금 충분히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제가 기억하고 있는 조효동은 좋은 사람이었기에 나서서 조명주를 말리기 시작했다.“명주야 잠깐만 진정해봐, 정말 둘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걸 수도 있잖아.”“뭐라고 하는지나 마저 들어보자.”“서우야, 지금 저놈이 너 속이고 있는 거라니까? 저놈은 거짓말쟁이야!”조명주는 이를 악물며 이글이글하는 눈으로 말했지만 그래도 최서우가 나서서 막으니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최서우가 저딴 놈에게 마음을 줘버린 건 사실이니까.하지만 조명주는 절대 조효동이 또다시 최서우를 손에 넣게 하진 않을 것이다.옆에 서서 지켜보면서 조효동이 하는 거짓말마다 적나라하게 까발릴 생각이었다.“고마워, 명주야.”조명주를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한 최서우가 복잡한 심경으로 조효동을 보며 말했다.“선배, 마저 말해요.”“나 믿어줘서 고마워 서우야.”그런 최서우의 행동에 조효동은 아주 기뻐하며 자신의 “진심”을 꺼내 보이며 말하기
한차례의 읍소를 마친 조효동의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지금 이 순간 만큼은 조효동 본인마저 자신의 연기에 깜빡 속아 넘어가 자신이 정말 그런 포부를 가지고 있었고 정말 그렇게 일편단심인 사람이었다고 믿고 있었다.“정말 대단한 연설이야!”그때 한쪽에서 듣고 있던 임유환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진짜 온 마음을 다한 예술적인 공연이었어. 넌 연기를 해야 했어, 시청자로서 내가 다 아쉽네.”“왜, 이제 내가 가진 것들이 탐나? 나랑 서우 사이에 남아있는 감정이 부러워?”조효동은 임유환 말에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임유환을 무시하듯 말했다.그런 자신의 기세를 보면 최서우가 제 말을 더 믿어줄 것 같아서였다.“명주야, 도대체 누구 말이 진짜야?”여러 가지 진술들이 겹치는 바람에 진실을 가리지 못해 머리가 복잡해진 최서우는 조명주를 보며 물었다.조명주는 절대 저를 속일 리가 없는데 또 조효동의 입에서 나온 오해라는 말은 믿고 싶었다.어찌 됐든 지금의 최서우는 조효동이 절대 자신을 배신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당연히 내 말이지!”최서우의 질문에 조효동과 조명주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그에 조효동이 이를 악물며 먼저 소리를 질렀다.“서우야, 나한테는 증거가 있어!”“증거요?”“그래!”조효동은 자신만만해 하며 최서우와 대학 때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최서우가 기억을 잃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만반의 준비를 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았다.최서우는 역시나 그 사진을 건네받고는 더 혼란스러워진 상황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였다.그리고 이내 그 얼굴에 쑥스러움이 비쳤다.사진 속에 그들은 함께 운동장을 거닐고 있었는데 노을이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 위로 비치고 있어 아주 아름다워 보였다.사진을 보니 조효동과 자신이 정말 사귄 게 맞긴 한 것 같았다.“이젠 내 말을 좀 믿겠어?”조효동은 부끄러워하는 최서우의 얼굴을 보며 이 정도면 됐겠다 싶은 마음에 물었다.“네...”이런 일엔 유독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최서우는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그런 최서우를 제일 잘 알고 있는 게 조효동이었기에 그는 이런 방법으로 최서우가 임유환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마저 빼앗으려 한 것이다.“선배, 이 사진은 언제 찍은 거예요?”임유환과 윤서린이 손을 꼭 잡고 찍은 사진에 최서우는 고개를 들어 조효동을 보며 물었다.“바로 며칠 전에 찍은 거야.”조효동은 임유환을 까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대답했다.“알겠어요.”한숨을 내쉰 최서우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임유환을 바라봤다.임유환 역시 제 몸에 닿은 최서우의 심문하는 듯한 시선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임유환도 조효동이 윤서린과 제가 함께 찍은 사진까지 공수해 올 줄 몰랐었다.사실 최서우는 윤서린과 임유환 사이를 다 알면서 부탁을 한 거지만 지금의 최서우는 기억을 잃어버렸기에 임유환은 해명하기가 무척 까다로울 것 같았다.“유환 씨랑 윤서린이라는 이분, 사귀는 사이에요?”“네...”하지만 임유환은 조효동처럼 최서우를 속이기는 싫었기에 눈을 감고 사실대로 말했다.“나랑 만나기 전에 사귄 거예요 아니면 나랑 만나고 나서 사귄 거에요?”“서우 씨랑 만나기 전에요.”두 번째 질문에도 사실대로 대답한 임유환에 최서우가 옅은 미소를 띠고는 말했다.“알겠어요,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마워요.”최서우의 웃음에는 슬픔도 분노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최서우 본인조차도 지금 이게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연인 사이에서 한 거짓말과 배신이라면 치를 떠는 그녀였는데 임유환 입에서 전해 들은 진실에는 아무런 화도 나지 않았다.임유환은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차분해 보이는 최서우에 오히려 걱정스레 물었다.“서우 씨, 이건 다 오해에요. 나랑 명주 씨는 서우 씨를 속인 게 아니에요. 내가 다 설명할게요.”“네.”임유환의 변명에 최서우는 담담히 대답하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서우야, 유환 씨는...”“됐어 명주야, 이 얘긴 그만하자.”조명주가 나서서 임유환을 대신해 해명하려 했지만 최서우가 그녀의 말을
그리고 그 웃음을 본 조명주는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는데 조효동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왔다.“혜성테크놀로지? 양유란이요?”“양유란 여사님이 해외에서 혜성테크놀로지를 경영한 걸 조 중령님은 어떻게 아세요?”“제랑 그때 해외 유학 같이 준비한 분이 바로 양유란 여사님이세요. 그리고 이번에 돌아와서 세울 회사에도 투자를 해주신다고 한 분이시죠.”“그분 도움이 없었으면 저의 유학도 창업도 다 이렇게 순탄하진 못했을 거예요.”“유감스럽게도... 그분은 보름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셨어요.”“제가 의사인데도 그분은 구해내지 못했어요... 사신한테는 당해낼 수가 없더라고요...”그 말을 하는 조효동은 눈을 내리깐 채 슬픔에 잠긴 척했고 최서우는 또 마음 아파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럴수록 조명주는 입만 열면 거짓말인 조효동 때문에 화가 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조효동, 너 진짜 말 잘 꾸며낸다. 그렇게 잘난 척을 하고 싶어?”“뭔 놈의 상담이고 투자야! 살려낼 수가 없어? 어디서 개소리야!”참다못한 조명주는 조효동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넌 그냥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쓰레기야, 어디서 잘난 척이야!”“혜성테크놀로지 지금 주인 너 맞잖아,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봐 어디!”“그리고 국내에 세웠다는 그 의약 회사 이름은 뭔데? 어디 있냐고!”“하하, 조 중령님이 저에 대해 편견이 있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제 말을 이렇게 모조리 의심하시면 안 되죠. 제가 한 말은 다 사실입니다.”“그럼 대답해봐.”조명주의 질문에 조효동이 계속 비아냥대자 당장이라고 그 뺨을 갈겨주고 싶은 충동이 든 조명주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알겠어요, 말할게요.”겉으로는 한숨을 쉬고 있었지만 사실 조효동의 눈에서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조 중령님, 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또 저희 사이에 생긴 오해를 풀기 위해서 아까 조 중령님이 하신 첫 번째 질문에 답을 할게요.”“아까 계속 질문하신 혜성테크놀로지의 현 주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