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 씨 지금 취했어요, 일단 가서 좀 쉬어요.”서인아는 굳어진 표정으로 정우빈을 응시했다.정우빈이 임유환과 서인아의 사이에 예민한 것도, 그 강한 소유욕 탓에 결혼하면 저를 옭아맬 것도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정우빈이 그런 말을 내뱉을 때도 서인아는 담담했다.기대가 없었으니 실망도 없는 게 당연했다.“서인아 씨는 이 와중에도 침착하네요.”서인아의 차분한 태도에 정우빈은 냉소를 흘렸다.그녀가 차분하면 할수록 서인아 마음에 정우빈은 없었다는 기정사실로 되는 것 같아 정우빈의 화는 점점 더 끓어올랐다.“그럼 우빈 씨는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예요?”심경에 그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듯 냉담한 표정으로 내뱉는 말에 정우빈은 주먹을 소리가 나도록 움켜쥐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말했다.“어떻게 해줘요?”“임유환 그놈은 매일 걱정하면서 왜 나한테만 매번 이렇게 차가운 건데! 당신 남편은 그 자식이 아니라 나라고요!”“그놈은 임씨 집안에서 버림받은 찌질이일 뿐이잖아!”“그만 해요, 정우빈 씨.”이성을 잃고 소리쳐대는 정우빈에 있던 정마저 다 떨어진 서인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만? 나한테 그런 식으로밖에 말 못 해요?”그때 제대로 화가 난 정우빈이 서인아의 팔목을 잡았다.“아!”서인아는 그 통증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면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정우빈을 올려다봤다.“정우빈 씨, 이 손 놔요!”“놓으라고?”그에 정우빈은 입꼬리를 올리며 섬뜩한 말을 내뱉었다.“서인아 씨, 당신은 이제 내 아내예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죠.”지금의 정우빈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서인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얼른 아가씨 놔주세요, 이러다가 아가씨 정말 다치세요!”그때 그 누구에게도 굽히기 싫어하는 서인아의 성격을 아는 수미가 나서서 정우빈을 말리기 시작했다.정우빈에게 잡힌 손목이 이미 파랗게 멍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서인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니 수미만 더 다급해 났다.“다친다고? 이건 서인아
“인아 씨, 나는...”서인아의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본 정우빈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제가 너무 힘을 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만족해요?”“아직도 서인아 씨는 나한테 잘못했다는 소리가 하기 싫은가 봐요?”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이는 서인아에 정우빈은 미안함 대신 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정우빈은 서인아의 남편 될 사람으로서 부도덕한 아내의 행실을 바로잡아준 것뿐이라 생각했기에 애초에 미안한 마음 따위는 없었다.정우빈의 질문에 서인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저 눈빛이 아까보다 더 차가워졌을 뿐이었다.그에 표정을 굳힌 정우빈이 더 물어보고 싶지도 않아 낮게 말했다.“시간 늦었는데 얼른 쉬어요.”“내일 여덟 시에 데리러 올게요. 얼굴은 파운데이션 좀 더 바르든지 해서 상처 가려요, 손님들이 눈치 못 채게.”“나 쪽팔리게 하지 말란 소리예요.”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문 쪽으로 향하던 정우빈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서 말했다.“아, 그리고 그 자식 내일 결혼식장에는 못 나타나게 해요. 내가 내일 그놈 얼굴을 보게 되면 정말 죽일지도 모르니까.”정우빈이 문을 열고 나갈 때까지 서인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눈에 눈물이 맺혀 시야가 흐려졌지만 서인아는 안간힘을 다해 그걸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썼고 결국 참아냈다.자신의 나약함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게 수미라 해도.하지만 수미는 그걸 보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아가씨,괜찮으세요? 정우빈 이 쓰레기 같은 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본 모습을 결혼식 전날 봐버렸는데 이 결혼을 지속하여봤자 서인아가 불행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나 괜찮으니까 내 걱정 말고 얼른 가서 쉬어.”서인아는 고개를 저으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다.“하지만...”“나 진짜 괜찮다니까. 얼른 쉬어, 내일 또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진짜 이 결혼 계속하실 거예요? 지금도 아가씨한테 손대는데 결혼하면...”“알아 나도. 근데 어쩌겠
S 시.임유환과 윤서린은 밤바람을 맞으며 동네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하지만 심정은 마치 구름에 가려진 달빛마냥 그리 좋진 않았다.그렇게 걷던 둘은 호수 앞에 멈춰 섰다.대리석으로 된 난간에 몸을 기대로 수면에 얼굴을 비춰보던 임유환은 아직도 복잡한 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파티장에서 나올 때, 클라우드 별장을 떠날 때 모든 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서인아를 완전히 놓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후련하기는커녕 무거운 돌덩이가 심장을 짓누르는 듯 답답하기만 했다.그래서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했다.“혹시 서인아 씨 생각해요?”그때 귓가에 윤서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임유환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아니야. 이렇게 늦었는데 나랑 같이 산책해줘서 고마워.”임유환은 윤서린이 저를 걱정해서 이 늦은 시간까지 옆에 있어 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밤 열 시가 넘은 시간이라 공원도 한적했고 가끔 한두 쌍의 커플이 지나가는 것 말고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온 대지가 잠든 이 시각, 임유환은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우리 사이에 뭐 이런 걸로 고마워해요.”“그리고 유환 씨 지금 상태 보면 누구라도 걱정할 거예요.”웃으며 말하는 윤서린에 임유환은 고개를 들어 구름에 에워싸인 달을 보며 대답했다.“걱정 마, 나 진짜 괜찮아. 그냥 요즘 많은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마음이 좀 복잡한 것뿐이야.”임유환이 요즘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들어하는 건 윤서린도 알고 있었다. 임씨 집안 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 일, 그리고 서인아 씨까지, 많은 일들이 임유환을 괴롭히고 있었다.“유환 씨...”서인아 생각을 하니 윤서린은 또 말을 잇지 못했다.사실 좀 전에 수미가 윤서린에게 연락을 해 임유환의 위치를 물었었다. 할 말이 있다며 다급 해하는 그 모습에 윤서린도 위치를 보내주었지만 임유환이 화낼까 걱정되어 계속 말을 못 하고 있었다.“응?”윤서린의 부름에 임유환이 눈썹을 세우며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윤서린이 우물쭈
“수미 씨?”임유환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다가오는 수미를 향해 물었다.“유환 씨, 한참 찾았어요.”수미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한시라도 더 빨리 임유환을 찾으려고 빠르게 움직인 탓에 하이힐 굽까지 거의 끊어질 지경이었다.“무슨 일 있어요 수미 비서님?”수미가 저를 찾아온 건 서인아 일 때문이란 걸 눈치챈 임유환은 미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물었다.“잠깐만 나 따라와 줘요, 할 말 있어요.”수미는 옆에 같이 있던 윤서린을 보더니 시간이 많지 않았던 수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할 말 있으면 여기서 바로 해요.”임유환은 또 서인아 일로 윤서린을 피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런 수미의 부탁을 거절했다.“윤서린 씨 앞에서 말해도 괜찮겠어요?”그에 수미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네.”“그럼 말할게요.”수미는 바로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래도 윤서린 앞이라 조금 돌려 말했다.“아가씨한테 귀찮은 일이 좀 생겼어요.”“귀찮은 일이라뇨?”“정우빈 씨에 관한 일이에요.”“정우빈이요?”정우빈의 이름이 들리자 임유환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을 했다.“정우빈 일을 왜 서인아는 왜 정우빈이 아닌 나한테 수미 씨를 보내서 얘기하는 거죠?”“유환 씨는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되지 않으세요?”예상치 못했던 임유환의 차가운 태도에 수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하하, 서인아가 언제부터 내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었죠?”임유환은 냉소를 흘리며 자기 자신을 비웃는 투로 말했다.“내일 결혼식이 끝나면 둘은 정식으로 부부가 되는 거잖아요. 부부 사이의 일을 나 같은 제삼자가 끼어드는 건 아니죠.”“진심이에요?”수미는 차가운 눈으로 임유환을 올려다보며 몸을 옅게 떨었다.“진심이 아니면 뭐겠어요?”임유환은 더는 본인만의 착각으로 서인아를 돕겠다고 나서고 싶지 않아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또다시 서인아의 입에서 임유환은 애초에 서인아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결혼식장엔 오지 말아 달라는 매정한 말을 들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수미 씨?”임유환은 수미의 붉어진 눈이 신경 쓰여 물었다.“걱정이라는 걸 할 줄 아는 사람이었네요?”수미는 처량한 웃음을 흘려보냈다.“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부질없어 보이는 데 아가씨는 오죽하겠어요.”“아가씨가 그동안 얼마나 유환 씨를 생각해왔는지 알긴 해요? 또 얼마나 많은 걸 겪고 참아왔는데!”“아가씨가 사실은 유환 씨를 아주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겠죠?”“서인아가 나를요?”임유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네.”그 질문에 수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아가씨가 유환 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해했잖아요.”“내가 오늘 알려줄게요.”“보름 전 아가씨가 S 시에 임유환 씨를 보러 왔을 때 집안 어르신들 전부 다 반대했었어요. 그렇게 자신의 안위 따위는 생각도 안 하고 임유환 씨 하나 보고 온 거라고요.”“임유환 씨도 알 거예요. 누군가의 암살대상이 되어버린 아가씨가 연경을 떠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임유환 씨 전처가 임유환 씨 배신했다는 거 알고는 일부러 임유환 씨 기 살려주려고 파티까지 열어서 임유환 씨를 대리인으로 지정한 거예요. 집안 어르신들한테도, 정우빈 씨한테도 안 알리고 몰래요.”“그리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정우빈 도련님이 S 시로 왔죠.”“아가씨는 도련님이 유환 씨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걱정돼서 일부러 모진 말을 하신 거고요.”“그 말을 하는 아가씨 마음은 편했겠어요?”“그 뒤에 유환 씨가 강씨 집안의 협박을 받을 때도 서씨 집안 경호팀 부팀장 김우현 씨를 직접 보내서 임유환 씨를 지키라고 했었어요.”“그런데 김우현 씨가 질투심 때문에 아가씨 지시를 어기고 몰래 정우빈 도련님한테 보고했었죠.”“그래서 아가씨가 바로 김우현 씨를 처벌하고 집안 어르신들 반대도 무릅쓰고 서씨 집안에서 내쫓았어요.”“임유환 씨는 이 일들 알고 있었어요?”“뭐라고요?”임유환은 벙찐 얼굴을 한 채 세차게 떨리는 눈동자로 수미를 마주하고 있었다.수미는 놀란 듯한
“정우빈.”난간을 움켜쥐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임유환이었지만 그 짤막한 문장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유환 씨, 괜찮아요?”윤서린은 감정 기복이 심해 보이는 임유환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아까 임유환과 수미의 얘기를 듣고서야 윤서린도 그동안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미안해, 서린아.”윤서린의 목소리를 들은 임유환은 갑자기 침착해지며 걱정 가득한 윤서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또 자기 일로 걱정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함이 가득했다.그리고 이번에는 약속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서인아가 자신을 위해 그동안 묵묵히 참아왔으니 내일의 결혼식엔 가야 할 것 같았다.“우리 사이에는 그런 말 안 해도 된다니까요, 유환 씨도 잘못도 아니잖아요.”“하지만... 어쨌든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윤서린이 다 이해한다고 했지만 임유환은 미안함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그리고 내일 결혼식도...”임유환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서인아의 결혼식에 가야겠다는 말을 윤서린 앞에서 하기에는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다.“내일 서인아 씨 결혼식에 간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죠?”“응.”윤서린이 난처해하는 임유환 대신 말을 꺼내자 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는 더 미안해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정말 자신은 윤서린에게 좋은 남자친구가 아닌 것 같았다.“알겠어요. 나라도 유환 씨 같은 결정 내렸을 거예요.”임유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윤서린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서린아, 나는...”윤서린 또한 저를 위해 많은 걸 참고 견딘다는 걸 아는 임유환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됐어요, 그만 생각하고 내일 결혼식에 참석해요.”임유환을 보는 윤서린의 눈빛이 아까보다 더 다정해져 있었다.“근데 하나만 약속해줘요.”“뭔데?”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임유환 역시 윤서린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해요.”“그래, 약속할게.”진지한 윤서린에 임유환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했다.“그거면 됐어요. 늦었는데 얼른
“서인아 씨 대신 복수를 하신다고요?”짤막한 문장에서 폭풍전야와 같은 오싹함을 느낀 흑제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예, 주인님!”“그래.”흑제의 대답을 듣고 난 임유환이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머릿속에는 지금까지의 서인아와의 그 많던 만남이 펼쳐졌다.공항에서 부터 해수욕장, 파티장까지 그리고 끝내 다가온 이별 뒤의 재회까지, 서인아와의 많고 많았던 만남이 다 그녀가 죽을 만큼 고생해서 이뤄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렇다면 7년 전 그 새벽녘에 서인아에게서 전해 들은 모진 말들 또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었다.그날의 서인아는 분명 임유환보다도 더 힘들고 아팠을 것이다.그래서 임유환을 7년 내내 찾아다닌 것이다.왜 바보같이 혼자 그 모든 걸 감당하려 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임유환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이내 다시 손을 풀었다.지금까지 모든 순간을 임유환 바라보며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었던 여자를 원망할 자격이 임유환에게는 없었다.바보는 서인아가 아닌 임유환 자신이었다. 임유환이 혼자 서인아를 오해하며 그녀에게서 멀어졌던 것이다.“후...”깊은 한숨을 내쉬는 임유환의 눈은 결의에 찬 듯 보였다.임유환은 더 이상은 서인아 혼자 그 큰 짐을 짊어지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그래서 직접 서인아 앞에 놓인 걸림돌들을 치워주기로 했다.잠이 오지 않는 밤을 보내는 건 임유환뿐이 아니었다.윤서린, 조명주, 수미, 그리고 서인아에게도 긴 밤이었다.침대에 누운 윤서린은 아까부터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물론 임유환의 약속도 받아냈고 또 흑제 어르신이 도와줄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우빈의 세력을 생각하면 임유환의 안위가 걱정되는 건 어찌할 수가 없었다.한편 호텔에 있던 조명주는 갑자기 가빠지는 호흡에 창문 앞으로 다가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문득 임유환 생각이 났다.‘설마 내일 오진 않겠지?’같은 시각, 수미는 침대에 누워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이 돌아가는
연경에서 최호화라고 불리는 킹더베이 호텔은 오늘 정우빈과 서인아의 결혼식을 위해 정씨 집안에서 전체대관을 한 곳이었다.오후 다섯 시쯤 되자 그 많던 객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다들 6시 정각에 열릴 연경 최고 명문가 정씨 집안의 도련님 정우빈과 서씨 집안 아가씨 서인아의 결혼식을 고대하고 있었다.둘의 결혼은 앞으로 십 년은 서씨 집안이 연경을 쥐고 흔들 것임을 뜻하고 있었다.하객석 첫 줄에는 내노라하는 유명인사들이 자리했는데 서씨 집안과 정씨 집안 주요권력자들 외에도 작전지역 대장, 원수급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연경 작전지역 총사령 역시 첫 줄에 자리했다.그 밖에 시장, 시장 비서, 그리고 연경 제일 갑부라는 칭호를 가진 사람들은 다 세 번째 줄에 앉아있었다. 두 번째 줄에 앉기에는 그들도 자격 미달이었다.조명주와 최서우도 수미와 같이 세 번째 줄에 앉아있었다.최서우는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라인업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을 하나만 예로 들어도 S 시 유권자 따위는 손쉽게 눌러 버릴 것 같았다.이게 바로 정씨 집안과 서씨 집안의 영향력인가 싶어 최서우는 마음속으로 연신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조명주는 자리에 앉자마자 주위부터 둘러보았고 익숙한 인영이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임유환이 오지 않은 줄 알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그렇게 모두의 기다림 속에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시계의 초침이 분침과 겹칠 때, 6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사람들의 마음도 그와 함께 설레기 시작했다.6시에 맞춰 불이 꺼진 홀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더니 주례를 맡은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 여사님, 회장님, 그리고 많은 대장, 원수님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정우빈 신랑님과 서인아 신부님의 결혼식에 참석해주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다음 순서로 신랑 정우빈 님의 등장이 있겠습니다, 모두들 큰 박수로 맞아주십시오!”우레와 같은 박수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