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모습에 놀라긴 했지만 그걸 보고 나니 임유환 말에 더 믿음이 갔다.그제야 조명주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그때 윤서린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임유환을 보며 물었다.“유환 씨,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괜찮다니까. 걱정 마.”“알겠어요.”윤서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임유환이 최서우와 조명주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조 중령님, 서우 씨, 우린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또 봐요.”“네, 기회 되면 봐요. 조심해서 가요.”“두 분도 내일 조심해서 가요.”조명주, 최서우와의 작별인사를 마친 임유환은 윤서린을 데리고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서우야, 우리도 가자.”임유환의 일을 해결하고 마음이 편해진 조명주가 최서우를 향해 말했다.“명주야, 서인아 씨랑 임유환 씨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임유환의 뒷모습을 보던 최서우가 호기심에 차 물었다.임유환과 서인아 사이에 대한 궁금증은 항상 품고 있었지만 이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음...”조명주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겠어.”“근데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보니 전에 아마도 커플이었거나 썸 타는 사이였던 것 같아.”“커플?”임유환과 서인아가 사귀었던 사이었을 거라 짐작은 했었지만 그 말을 조명주를 통해 들으니 여전히 놀라웠다.서인아는 “차도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성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었기에 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이건 다 내 생각이고 사실인지는 나도 몰라.”조명주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최서우를 향해 말했다.“일단 나가자. 연경 가는 차에서 내가 알고 있는 거 자세하게 얘기해줄게.”“그래!”서인아와 임유환의 사이가 누구보다 궁금했던 최서우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저녁, 연경 서씨 집안.서인아는 방에서 홀로 내일 결혼식 때 입을 드레스를 보고 있었다.그걸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전혀 설레지 않았던 서인아는 손에 들린 옛 사진으로
“우빈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왜요, 별로 반갑지 않나 봐요?”정우빈은 놀란 서인아의 얼굴을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지금 들어온 게 내가 아니라 그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었으면 인아 씨가 좋아했겠죠?”“우빈 씨 지금 취했어요.”정우빈이 말하는 기생오라비가 임유환임을 아는 서인아는 표정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안 취했어요!”정우빈은 손을 저으며 트림을 해댔다.“취했어요. 수미야, 정씨 집안 집사한테 연락해서 도련님 모셔가라고 해.”“네, 아가씨.”서인아의 차가운 말투에 수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수미도 술 취한 정우빈이 서인아 방까지 쳐들어와 난동을 부릴까 걱정되어 한시라도 빨리 보내고 싶었다.전에는 늘 신사답게 서인아를 만날 때면 집 대문 밖에서 기다리며 문턱도 넘지 않던 정우빈이 하필 결혼식 전날 밤에 이런 모습으로 서인아 방까지 들어온 것도 의외였다.“괜찮아요!”그때 정우빈이 갑자기 수미를 향해 소리 지르자 깜짝 놀란 수미가 정우빈을 보며 말했다.“도련님 정말 취하셨어요.”“안 취했다고!”정우빈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내일이면 서인아 씨도 정식으로 이 정우빈의 아내가 될 텐데, 내가 여기 있는 게 안될 건 없잖아요?”“도련님 말씀대로 내일이 결혼식인데 아가씨 온종일 힘드셨을 텐데 조금 쉬게 해주셔야죠.”수미의 일리 있는 말에 정우빈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서인아 씨가 바쁠 일이 있었나?”정우빈은 말을 하는 와중에도 눈으로 수미의 검은색 스커트와 스타킹을 훑어댔다.“수미 씨는 그렇게 야하게 입고 뭐 하려는 거죠?”그 말을 들은 수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동안 수미는 정우빈이 조금 강압적이긴 해도 나름 예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술에 취해 이딴 말을 내뱉는 사람일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었다.“말씀 자중해주세요.”수미가 표정을 굳힌 채 하는 말에도 정우빈은 비열하게 웃었다.“자중? 이렇게 야하게 입고 나를 꼬셔대는데 내가 어떻게 자
“우빈 씨 지금 취했어요, 일단 가서 좀 쉬어요.”서인아는 굳어진 표정으로 정우빈을 응시했다.정우빈이 임유환과 서인아의 사이에 예민한 것도, 그 강한 소유욕 탓에 결혼하면 저를 옭아맬 것도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정우빈이 그런 말을 내뱉을 때도 서인아는 담담했다.기대가 없었으니 실망도 없는 게 당연했다.“서인아 씨는 이 와중에도 침착하네요.”서인아의 차분한 태도에 정우빈은 냉소를 흘렸다.그녀가 차분하면 할수록 서인아 마음에 정우빈은 없었다는 기정사실로 되는 것 같아 정우빈의 화는 점점 더 끓어올랐다.“그럼 우빈 씨는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예요?”심경에 그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듯 냉담한 표정으로 내뱉는 말에 정우빈은 주먹을 소리가 나도록 움켜쥐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말했다.“어떻게 해줘요?”“임유환 그놈은 매일 걱정하면서 왜 나한테만 매번 이렇게 차가운 건데! 당신 남편은 그 자식이 아니라 나라고요!”“그놈은 임씨 집안에서 버림받은 찌질이일 뿐이잖아!”“그만 해요, 정우빈 씨.”이성을 잃고 소리쳐대는 정우빈에 있던 정마저 다 떨어진 서인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만? 나한테 그런 식으로밖에 말 못 해요?”그때 제대로 화가 난 정우빈이 서인아의 팔목을 잡았다.“아!”서인아는 그 통증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면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정우빈을 올려다봤다.“정우빈 씨, 이 손 놔요!”“놓으라고?”그에 정우빈은 입꼬리를 올리며 섬뜩한 말을 내뱉었다.“서인아 씨, 당신은 이제 내 아내예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죠.”지금의 정우빈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서인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얼른 아가씨 놔주세요, 이러다가 아가씨 정말 다치세요!”그때 그 누구에게도 굽히기 싫어하는 서인아의 성격을 아는 수미가 나서서 정우빈을 말리기 시작했다.정우빈에게 잡힌 손목이 이미 파랗게 멍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서인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니 수미만 더 다급해 났다.“다친다고? 이건 서인아
“인아 씨, 나는...”서인아의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본 정우빈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제가 너무 힘을 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만족해요?”“아직도 서인아 씨는 나한테 잘못했다는 소리가 하기 싫은가 봐요?”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이는 서인아에 정우빈은 미안함 대신 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정우빈은 서인아의 남편 될 사람으로서 부도덕한 아내의 행실을 바로잡아준 것뿐이라 생각했기에 애초에 미안한 마음 따위는 없었다.정우빈의 질문에 서인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저 눈빛이 아까보다 더 차가워졌을 뿐이었다.그에 표정을 굳힌 정우빈이 더 물어보고 싶지도 않아 낮게 말했다.“시간 늦었는데 얼른 쉬어요.”“내일 여덟 시에 데리러 올게요. 얼굴은 파운데이션 좀 더 바르든지 해서 상처 가려요, 손님들이 눈치 못 채게.”“나 쪽팔리게 하지 말란 소리예요.”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문 쪽으로 향하던 정우빈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서 말했다.“아, 그리고 그 자식 내일 결혼식장에는 못 나타나게 해요. 내가 내일 그놈 얼굴을 보게 되면 정말 죽일지도 모르니까.”정우빈이 문을 열고 나갈 때까지 서인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눈에 눈물이 맺혀 시야가 흐려졌지만 서인아는 안간힘을 다해 그걸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썼고 결국 참아냈다.자신의 나약함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게 수미라 해도.하지만 수미는 그걸 보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아가씨,괜찮으세요? 정우빈 이 쓰레기 같은 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본 모습을 결혼식 전날 봐버렸는데 이 결혼을 지속하여봤자 서인아가 불행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나 괜찮으니까 내 걱정 말고 얼른 가서 쉬어.”서인아는 고개를 저으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다.“하지만...”“나 진짜 괜찮다니까. 얼른 쉬어, 내일 또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진짜 이 결혼 계속하실 거예요? 지금도 아가씨한테 손대는데 결혼하면...”“알아 나도. 근데 어쩌겠
S 시.임유환과 윤서린은 밤바람을 맞으며 동네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하지만 심정은 마치 구름에 가려진 달빛마냥 그리 좋진 않았다.그렇게 걷던 둘은 호수 앞에 멈춰 섰다.대리석으로 된 난간에 몸을 기대로 수면에 얼굴을 비춰보던 임유환은 아직도 복잡한 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파티장에서 나올 때, 클라우드 별장을 떠날 때 모든 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서인아를 완전히 놓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후련하기는커녕 무거운 돌덩이가 심장을 짓누르는 듯 답답하기만 했다.그래서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했다.“혹시 서인아 씨 생각해요?”그때 귓가에 윤서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임유환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아니야. 이렇게 늦었는데 나랑 같이 산책해줘서 고마워.”임유환은 윤서린이 저를 걱정해서 이 늦은 시간까지 옆에 있어 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밤 열 시가 넘은 시간이라 공원도 한적했고 가끔 한두 쌍의 커플이 지나가는 것 말고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온 대지가 잠든 이 시각, 임유환은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우리 사이에 뭐 이런 걸로 고마워해요.”“그리고 유환 씨 지금 상태 보면 누구라도 걱정할 거예요.”웃으며 말하는 윤서린에 임유환은 고개를 들어 구름에 에워싸인 달을 보며 대답했다.“걱정 마, 나 진짜 괜찮아. 그냥 요즘 많은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마음이 좀 복잡한 것뿐이야.”임유환이 요즘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들어하는 건 윤서린도 알고 있었다. 임씨 집안 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 일, 그리고 서인아 씨까지, 많은 일들이 임유환을 괴롭히고 있었다.“유환 씨...”서인아 생각을 하니 윤서린은 또 말을 잇지 못했다.사실 좀 전에 수미가 윤서린에게 연락을 해 임유환의 위치를 물었었다. 할 말이 있다며 다급 해하는 그 모습에 윤서린도 위치를 보내주었지만 임유환이 화낼까 걱정되어 계속 말을 못 하고 있었다.“응?”윤서린의 부름에 임유환이 눈썹을 세우며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윤서린이 우물쭈
“수미 씨?”임유환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다가오는 수미를 향해 물었다.“유환 씨, 한참 찾았어요.”수미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한시라도 더 빨리 임유환을 찾으려고 빠르게 움직인 탓에 하이힐 굽까지 거의 끊어질 지경이었다.“무슨 일 있어요 수미 비서님?”수미가 저를 찾아온 건 서인아 일 때문이란 걸 눈치챈 임유환은 미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물었다.“잠깐만 나 따라와 줘요, 할 말 있어요.”수미는 옆에 같이 있던 윤서린을 보더니 시간이 많지 않았던 수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할 말 있으면 여기서 바로 해요.”임유환은 또 서인아 일로 윤서린을 피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런 수미의 부탁을 거절했다.“윤서린 씨 앞에서 말해도 괜찮겠어요?”그에 수미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네.”“그럼 말할게요.”수미는 바로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래도 윤서린 앞이라 조금 돌려 말했다.“아가씨한테 귀찮은 일이 좀 생겼어요.”“귀찮은 일이라뇨?”“정우빈 씨에 관한 일이에요.”“정우빈이요?”정우빈의 이름이 들리자 임유환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을 했다.“정우빈 일을 왜 서인아는 왜 정우빈이 아닌 나한테 수미 씨를 보내서 얘기하는 거죠?”“유환 씨는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되지 않으세요?”예상치 못했던 임유환의 차가운 태도에 수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하하, 서인아가 언제부터 내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었죠?”임유환은 냉소를 흘리며 자기 자신을 비웃는 투로 말했다.“내일 결혼식이 끝나면 둘은 정식으로 부부가 되는 거잖아요. 부부 사이의 일을 나 같은 제삼자가 끼어드는 건 아니죠.”“진심이에요?”수미는 차가운 눈으로 임유환을 올려다보며 몸을 옅게 떨었다.“진심이 아니면 뭐겠어요?”임유환은 더는 본인만의 착각으로 서인아를 돕겠다고 나서고 싶지 않아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또다시 서인아의 입에서 임유환은 애초에 서인아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결혼식장엔 오지 말아 달라는 매정한 말을 들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수미 씨?”임유환은 수미의 붉어진 눈이 신경 쓰여 물었다.“걱정이라는 걸 할 줄 아는 사람이었네요?”수미는 처량한 웃음을 흘려보냈다.“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부질없어 보이는 데 아가씨는 오죽하겠어요.”“아가씨가 그동안 얼마나 유환 씨를 생각해왔는지 알긴 해요? 또 얼마나 많은 걸 겪고 참아왔는데!”“아가씨가 사실은 유환 씨를 아주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겠죠?”“서인아가 나를요?”임유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네.”그 질문에 수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아가씨가 유환 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해했잖아요.”“내가 오늘 알려줄게요.”“보름 전 아가씨가 S 시에 임유환 씨를 보러 왔을 때 집안 어르신들 전부 다 반대했었어요. 그렇게 자신의 안위 따위는 생각도 안 하고 임유환 씨 하나 보고 온 거라고요.”“임유환 씨도 알 거예요. 누군가의 암살대상이 되어버린 아가씨가 연경을 떠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임유환 씨 전처가 임유환 씨 배신했다는 거 알고는 일부러 임유환 씨 기 살려주려고 파티까지 열어서 임유환 씨를 대리인으로 지정한 거예요. 집안 어르신들한테도, 정우빈 씨한테도 안 알리고 몰래요.”“그리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정우빈 도련님이 S 시로 왔죠.”“아가씨는 도련님이 유환 씨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걱정돼서 일부러 모진 말을 하신 거고요.”“그 말을 하는 아가씨 마음은 편했겠어요?”“그 뒤에 유환 씨가 강씨 집안의 협박을 받을 때도 서씨 집안 경호팀 부팀장 김우현 씨를 직접 보내서 임유환 씨를 지키라고 했었어요.”“그런데 김우현 씨가 질투심 때문에 아가씨 지시를 어기고 몰래 정우빈 도련님한테 보고했었죠.”“그래서 아가씨가 바로 김우현 씨를 처벌하고 집안 어르신들 반대도 무릅쓰고 서씨 집안에서 내쫓았어요.”“임유환 씨는 이 일들 알고 있었어요?”“뭐라고요?”임유환은 벙찐 얼굴을 한 채 세차게 떨리는 눈동자로 수미를 마주하고 있었다.수미는 놀란 듯한
“정우빈.”난간을 움켜쥐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임유환이었지만 그 짤막한 문장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유환 씨, 괜찮아요?”윤서린은 감정 기복이 심해 보이는 임유환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아까 임유환과 수미의 얘기를 듣고서야 윤서린도 그동안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미안해, 서린아.”윤서린의 목소리를 들은 임유환은 갑자기 침착해지며 걱정 가득한 윤서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또 자기 일로 걱정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함이 가득했다.그리고 이번에는 약속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서인아가 자신을 위해 그동안 묵묵히 참아왔으니 내일의 결혼식엔 가야 할 것 같았다.“우리 사이에는 그런 말 안 해도 된다니까요, 유환 씨도 잘못도 아니잖아요.”“하지만... 어쨌든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윤서린이 다 이해한다고 했지만 임유환은 미안함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그리고 내일 결혼식도...”임유환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서인아의 결혼식에 가야겠다는 말을 윤서린 앞에서 하기에는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다.“내일 서인아 씨 결혼식에 간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죠?”“응.”윤서린이 난처해하는 임유환 대신 말을 꺼내자 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는 더 미안해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정말 자신은 윤서린에게 좋은 남자친구가 아닌 것 같았다.“알겠어요. 나라도 유환 씨 같은 결정 내렸을 거예요.”임유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윤서린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서린아, 나는...”윤서린 또한 저를 위해 많은 걸 참고 견딘다는 걸 아는 임유환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됐어요, 그만 생각하고 내일 결혼식에 참석해요.”임유환을 보는 윤서린의 눈빛이 아까보다 더 다정해져 있었다.“근데 하나만 약속해줘요.”“뭔데?”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임유환 역시 윤서린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해요.”“그래, 약속할게.”진지한 윤서린에 임유환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했다.“그거면 됐어요. 늦었는데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