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기색이 서인아의 눈가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비록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지만 예리한 임유환은 곧바로 그 감정을 읽어냈다.그 순간, 그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떠올랐다.서인아는 그렇게까지 그를 보고 싶지 않단 말인가.임유환이 그녀와 정우빈이 함께 하는 자리에 나타난 것을 보며 혹여나 구설수에 오르지는 않을까, 그녀의 서 씨 집안 아가씨의 명성을 욕되게 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임유환과 정우빈의 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는 조재용은 정우빈과 서인아가 무대 중앙에 오르는 것을 보고 아첨하는 표정을 하고 두 사람 앞에 와서 입을 열었다.“도련님, 아가씨, 제가 연 이 소박한 연회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회에 참석한 분들 모두 저와 마찬가지로, 내일 두 분의 결혼식에 미리 축하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참석한 분들입니다. 두 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조재용은 본격적으로 연회의 시작을 알리려 했다.그리고 무대 아래의 모든 손님들도 하나같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언제든지 무대에 뛰어들어 정우빈과 서인아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그들 앞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연회 일은 잠시 미뤄두지.”조재용이 입을 열려 하던 그때,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정우빈이 손을 들어 조재용을 제지했다.이윽고 그는 무대 아래에 서 있는 임유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연회 시작 전 연회장에 찾아온 누군가와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예? 누구입니까?”조재용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무대 아래의 손님들도 정우빈의 말에 의아해했다.유독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몇몇 사람만이 갑자기 긴장해 하며 온몸이 팽팽하게 굳어버렸다.한편, 조명주는 불편한 표정으로 정우빈을 쳐다보았다.속 좁은 녀석 같으니라고.그리고 윤서린과 최서우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걱정스러운 듯 임유환을 쳐다보았다.가만히 서 있던 서인아도 덩달아 가슴이 떨렸다.바보.
장내는 쥐 죽은 듯 적막하기만 했다.모두가 정우빈의 강압적인 기세에 눌린 것이다.정우빈은 그를 향한 무대 아래 사람들의 경외심을 느끼며 득의양양하게 입꼬리를 추켜올렸다.오늘 그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임유환을 모질게 밟아버릴 것이다.그리고 서인아에게 그녀가 전에 선택했던 남자는 한낱 겁쟁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결국, 정우빈이야말로 진정한 강자일 것이다.그러나 정우빈의 기세등등함에도 임유환은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사과? 도련님께서는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닙니까?”헉!장내의 모든 사람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감히 정우빈 도련님 앞에서 이렇게 불경스러운 말을 하다니!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들은 정우빈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래. 나한테 그런 말을 내뱉을 용기가 있다는 건 가상하군.”정우빈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의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하지만 누가 봐도 그 미소 속에는 소름 돋는 살의가 감춰져 있었다.그 말에 서인아의 안색도 덩달아 어두워졌다.윤서린과 최서우는 심장이 모두 반 박자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이놈은 대체 왜 허구한 날 잘난 체 만 하는 것인지.”은니를 꽉 악물고 있는 조명주의 안색도 상당히 험악해졌다.눈앞의 상황을 지켜보면 임유환의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많은 사람의 긴장된 시선 속, 임유환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그는 마치 눈앞의 이 연경의 부잣집 아들 정도는 언제나 지워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듯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정우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이런 눈빛은 정우빈을 매우 화나게 하고 불쾌하게 만들었다.“임유환, 난 지금 네 눈빛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어. 정말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건데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나에게 사과하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그렇지 않으면 뭐요?”임유환이 그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렸다.“그렇지 않으면? 오늘 넌 필연코 죽을 운명일 거야.”정우빈이 낮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대답했다.임유환
현장에는 다시 한번 적막이 흘렀다. 아까보다 더 조용해졌다. 모두가 섬뜩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정우빈의 앞에서 자살이랑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을 몰랐다.조명주는 임유환 때문에 화가 났다.임유환이 어째서 정우빈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만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이러니 상황이 더 나빠졌다. 그녀는 정우빈을 바라보았다.아니나 다를까 정우빈의 어두운 표정이 보였다.쿵!정우빈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광란의 기운이 몸속에서 터져 나와 발밑의 레드 카펫을 순식간에 박살 냈다. 갑자기 떠들썩해졌다.수많은 눈이 공포에 질려 정우빈을 보고 있었다.이것이 대하의 최연소 장군인 정우빈의 실력인가 하고 생각하며역시 대단하다고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무존 중기!”조명주도 놀랐다.임유환은 결사적인 수단을 쓰려는 게 분명했다. 서인아도 눈치챘다.초조함이 끓는 물처럼 끓어오르는 순간이었다.그리고는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 일어났다. 임유환과 정우빈이 만나서 충돌이 일어났다. 하지만 임유환은 정우빈의 상대가 아니다. “인마, 너의 용기에는 리스팩.”정우빈은 매섭게 숨을 내쉬며 무대 아래의 임유환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말로 나를 자극하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야. 오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깨닫게 해주지.”말을 마치고 그는 한 걸음 걸어 나왔다.쫙. 순간, 발바닥에 닿은 레드 카펫이 그의 숨결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방금 발밑에 있는 것이 레드 카펫이 아니라 임유환의 팔이었으면 하는 생각에 다들 가슴이 뜨끔했다. 조효동의 얼굴에 고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이미 정우빈이 이 나쁜 녀석을 혼내주는 장면을 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임유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정우빈을 보았다.웅혼한 진기가 그의 까만 눈동자에 비추었다. 하지만 한 치의 마음의 파도도 일으키지 못했다.이 모습이 정우빈의 눈에 들어가자 그의 얼굴에는 더욱 흉악한 미소가 번졌다.“이놈아, 벌써 겁에 질렸어? 하지만 지금 후
“정우빈, 너!”조명주는 이를 악물었다.예쁜 얼굴에 갑자기 파래졌다.그녀는 정우빈이 그녀의 체면조차도 봐주지 않고 이렇게 단호하게 나올 줄 몰랐다. “조 중령님, 빨리 비켜주세요. 주먹과 발에는 눈이 없어요. 이따가 실수로 중령님이 다치게 되면 어떡해요.”정우빈은 흐린 표정으로 말했다.조명주는 정우빈을 외면한 채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 “임유환 씨, 당신은 서린이랑 서우랑 먼저 가요. 여기는 제가 막고 있을게요. 정우빈은 감히 저를 어쩌지 못해요.”그녀의 말투는 좀 다급해 보였다.그녀의 현재 실력으로는 그녀도 자기가 정우빈을 얼마나 오래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조 중령님, 감사합니다.”임유환은 이렇게 의리 있는 조명주를 보고 감동했다.“이 와중에 고맙다니요. 저는 그냥 정우빈이 꼴불견일 뿐이에요. 어서 가세요.”조명주가 다급하게 말했다.“가고 싶어?”정우빈은 상황을 보고 입가에 음산한 웃음을 자아냈다.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임유환을 그냥 떠나보낸다면 그의 체면은 구겨질 것이다. 말을 마치고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쾅!놀라운 기운이 그의 몸에서 솟구쳐 나왔는데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압박감을 느껴 한동안 숨을 쉬기 어려웠다. 그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정우빈을 보았다.기운이 솟구쳐 나오는 정우빈을 마주한 조명주의 표정도 굳어졌다.그녀와 정우빈 사이에는 무려 두 등급의 차이가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재능이 정우빈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그녀와 정우빈은 두 살 차이가 있다.만약 같은 나이였더라면 그녀의 실력은 정우빈에게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무왕 후기의 실력으로 정우빈을 잠시라도 막으려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정우빈을 그녀를 정말 다치게 하지 못한다. 임유환이 그녀가 정우빈을 막고 있을 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모를 뿐이다. “임유환 씨, 멍하니 서서 뭐해요. 빨리 가세요.”조명주는 정우빈이 바짝 다가서고 있는데 임유환이 갈
“임유환 씨, 미쳤어요? 빨리 가세요.”조명주는 눈동자가 매섭게 흔들렸다.그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임유환을 보고 있자니 초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임유환을 위해 떠날 시간을 벌고 있는데 그가 왜 안 가고 달려들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인마, 이건 네가 직접 온 거야!”상황을 본 정우빈의 눈에 갑자기 흉악함이 역력했다.그는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권풍이 포탄처럼 임유환을 향해 갔다. 이 정도 거리와 이 정도 속도라면 임유환은 피하지도, 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임유환 씨, 비켜요.”조명주는 가슴이 덜컹했다.앞으로 나가 임유환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윤서린과 최서우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하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임유환을 향해 달려가 주먹을 막아주려 했다.서인아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얼굴에 가득 찬 냉랭함은 임유환이 치명적인 위협에 직면할 때 짙은 걱정으로 변했다.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정우빈을 향해 소리쳤다. “우빈 씨, 그만 해요!”소리가 홀에 울려 퍼졌다.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임유환도 놀랐다.그는 서인아가 자신을 위해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우빈의 권풍이 잠시 머뭇거렸다.서인아는 역시 아직 그 녀석을 잊지 못한 것을 알았다. 정우빈이 한눈을 파는 사이 윤서린과 최서우는 이미 임유환 앞으로 달려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서인아 역시 초조한 표정으로 정우빈에게 다가갔다.모든 하객이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무대 아래 하객들의 놀란 표정과 세 여자에게 동시에 보호받는 임유환을 본 정우빈의 마음속에서 짙은 질투가 끓어 올랐다.왜 모든 여자가 다 임유환을 감싸는지 몰랐다. 자기가 도대체 어떤 점이 그보다 못한지도 몰랐다. “우빈 도련님, 오늘은 도련님과 인아 아가씨의 결혼식 전날입니다. 노여움을 푸세요.”조재용이 서둘러 나와서 수습했다.“왜, 너까지 나한테 맞서는 거야?”정우빈의 안색이 이상할 정도로 어두웠다.“아닙니다...
“네 어머니?”정우빈이 멍해졌다.그리고 눈에서 짙은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여자에게 기대어 목숨을 건진 주제에. 네가 나더러 이 질문에 대답하라는 지역이 있어? ”“그래요?”임유환은 눈빛이 차가워졌고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임유환, 그만해. 도대체 언제까지 떼를 쓸 거야?”“내가 말했지? 내 마음속에는 이미 네가 없다고. 다시는 내 삶을 방해하지 말라고!”그러자 서인아는 더는 참지 못하고 임유환을 향해 소리쳤다.그녀가 목이 쉴 것 같이 크게 소리치는 목소리는 너무나 차가워 임유환의 몸이 눈에 보이게 진저리를 떨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서인아의 그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은 여전히 예쁘고 아름다웠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더는 어떤 온도도 느낄 수 없었다.“내가 생떼를 쓴다고. 네 마음속에서 난 이런 사람이었어?”임유환은 웃었다. 그녀와 같이 차갑게 웃었다.7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기가 서인아의 마음속에서 이런 이미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맞아.”서인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녀는 임유환이 이곳을 빨리 떠나기만을 바랐다.“하…”이 순간 임유환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걷잡을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말할 수 없는 심한 고통이 마음속 깊이 번졌는데 그는 숨쉬기도 좀 힘들었다.그러나 십여 일 전 밤에 서인아가 그에게 했던 말들을 생각하면 그는 또 마음을 풀 수밖에 없었다.서인아의 마음속에서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후.그는 가슴 깊이 숨을 내쉬었다.임유환의 말투도 차가워졌다.“서인아, 오늘 내가 여기 온 것은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그 전에 그의 마음속에는 아마 서인아의 대한 마지막 기대가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아마 이 연회에서 서인아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했고 그녀의 설명 한마디, 혹은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의 기대감은 방금 서인아가 했던 심한 말들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자기와 상관없다는 임유환의 냉담함에
분위기가 무거웠다. 삐걱!주먹을 불끈 쥔 정우빈의 사나운 기운이 다시금 그의 몸에서 보였다.임유환은 눈빛이 차가웠는데 정우빈과 마찬가지로 손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이것을 본 서인아의 눈에 비친 초조함은 물밀 듯이 넘쳤다.“임유환, 대체 뭘 하려는 거야?”그녀는 임유환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하지만 눈가는 은근히 붉어졌다.서인아의 붉어진 눈시울을 본 임유환은 심장이 덜컹했다.“나는 단지 15년 전 우리 어머니의 일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야.”“우빈 씨, 아는 데까지 이 사람한테 말해줘요. 저는 더는 이 사람이 우리의 연회를 방해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정 씨 집안과 서 씨 집안의 체면을 구기고 싶지도 않아요.”서인아는 정우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비수로 되어 임유환의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아서 그는 숨이 막힐 듯한 아픔을 느꼈다.그녀는 결국 자기의 체면을 구길까 봐 두려워 사람들에게 그들의 과거를 알리고 싶지 않는다고 임유환은 생각했다. “인마, 너도 방금 인아 씨 말을 들었지?”정우빈의 얼굴에는 승리의 냉소가 번졌다.그는 임유환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오늘은 인아 씨를 봐서 너를 한 번 봐주지.”“네 어머니에 대해 나는 아는 게 없어. 나에게 묻는 것보다 너희 모자를 버린 너의 친아버지에게 물어보라는 것이 나을 거야.”“모른다고요?”임유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정우빈의 눈빛을 보아하니, 그는 정말 이 일을 모르는 것 같았다.“허허,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아?”정우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야말로 나와 서인아의 결혼식에 항상 오고 싶어 하지 않았어? 그럼 내일 밤에 기회를 줄게. 청첩장은 이미 준비해 놨어. 나 정우빈은 언제든지 너를 환영해. 네가 감히 올지 안 올지는 너에게 달렸어.”말을 마친 정우빈은 슈트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청첩장을 꺼내 임유환에게 던졌다.청첩장은 임유환의 가슴을 타고 떨어졌다.임유환은 무관심한 표정
임유환은 그 자리에 정우빈과 서인아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유환 씨, 괜찮아요?”윤서린은 걱정스러운 듯 임유환을 바라보았다.“난 괜찮아.”임유환은 윤서린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미안. 걱정했지?”“알기는 하네요?”이 말을 한 사람은 조명주였다.그녀는 지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임유환 씨가 방금 한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요?”“조 중령님, 그만두죠. 유환 씨도 자기 어머니를 위한 것이잖아요.”윤서린이 사려 깊게 말했다. “봐봐요. 서린 씨가 얼마나 사려가 깊은지.”조명주는 임유환을 노려보더니 이내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됐네요. 당신도 기분이 상할 데로 상했을 테니깐요. 하지만 다시는 이러면 안 돼요.”“알겠어요. 조 중령님.”임유환은 조명주가 자기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눈에도 온화한 빛이 떠올랐다.“당신은 센 척 하는 게 습관 돼서 그래요. 이 버릇을 좀 고쳤으면 좋을 텐데.”조명주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방금 긴급한 순간에 임유환이 자기 앞을 가로막는 행동을 생각하니 그녀도 심쿵했다. 그래도 이 녀석은 나설 때 나설 줄 아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참, 내일 결혼식에는 안 갈 거죠?”조명주는 빠르게 무엇이 생각났다.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서인아의 자극법이라는 것을 알죠?”“걱정하지 마세요. 안 갈 거예요.”임유환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의 평온한 눈빛에서는 그의 마음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럼 됐어요.”조명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윤서린도 임유환을 쳐다보았다.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있던 청첩장을 주워 임유환에게 건네주었다.“서린아, 뭐 하는 거야?”임유환은 의아해했다.“가든 말든 일단 가져가세요.”윤서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서린아...”임유환은 가슴이 흔들렸다.그는 윤서린의 마음을 안다.“서린 씨, 이놈한테 청첩장을 왜 준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