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게 흘러 그로부터 5일 뒤 점심이 되었다.P 시 클라우드 별장에서는 조재용이 준비한 파티가 한창이었다.만 평이 넘는 별장 주위에는 구름이 감싸고 있어 더 화려해 보였다.별장 앞에는 수많은 슈퍼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삼엄한 경비가 별장 안으로 들어오는 거물급 인사들을 반겨주었다.다들 자신들의 도시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기에 이 기회를 빌려 연경의 서씨 집안과 정씨 집안에 잘 보이려고 두 사람의 결혼 선물들을 두 손 가득 들고 들어왔다.벌겋게 격앙된 얼굴을 하고 들어서는 사람들 뒤로 차에서 내린 임유환과 윤서린도 보였다.구름이 에워싸고 있는 화려함의 극치에 달한 클라우드 별장을 처음 본 윤서린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와, 별장이 엄청 크네요!”“조재용 팔자 좋아 보이네, 이렇게 즐기면서 살 줄도 알고.”임유환도 웃으며 윤서린을 안으로 이끌었다.“우리도 들어가자, 서린아.”“그래요.”윤서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임유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별장은 내부도 어마어마하게 컸는데 가짜 산들과 초록색 식물들이 주위에 가득했다.임유환과 윤서린은 십분 남짓 걸어서야 로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로비도 물론 눈이 부시게 화려한 장식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레드카펫이 입구부터 무대까지 쭉 깔려있었다.로비 입구에는 사치스러운 음식들이 가득했는데 한 병에 몇천만 원씩 하는 고급 와인부터 연식이 좀 된 모태주까지 여러 가지 술들도 손님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서린아, 뭐 먹을래?”“별로 생각 없어요.”차려진 진수성찬을 본 임유환이 웃으며 물었지만 서인아와 정우빈이 온다는 생각에 입맛은 싹 사라지고 걱정만 남은 윤서린은 고개를 저었다.“아직도 내가 걱정돼?”“네.”그런 윤서린의 마음을 알아챈 임유환이 묻자 윤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임유환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조명주가 온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걱정 말라니까, 오늘 조 중령님과 그 친구도 같이 온대.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조 중령님이 오신다고요?”“그래.”“
“네, 안녕하세요.”최서우의 인사에 윤서린도 웃으며 화답했지만 속으로는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임유환이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계속 잘생긴 환자분이라 부르고 또 먼저 연락처를 물어왔기에 원래도 좋은 감정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으니 괜히 임유환을 흔들어놓을까 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그 둘 사이에 낀 임유환은 표정에서부터 불편함이 드러났다.그래도 다행히 상황을 모르는 조명주가 그 어색함을 깨고 임유환에게 말을 걸었다.“정우빈이 또 찾아요?”임유환은 구세주같이 때마침 질문을 던져오는 조명주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네.”“아 진짜, 나도 이렇게 속 좁은 놈은 처음 보네요.”임유환이 일부러 더 숙연한 표정을 짓자 이를 악물며 화내던 조명주는 못 마땅 눈으로 임유환을 보며 말했다.“유환 씨도 그래요, 그런 사람인 걸 알면 피했어야지 왜 이런 수법에 또 당해요?”“걱정 마세요 조 중령님. 이 정도로는 나 어떻게 못 해요.”“오늘 파티에서 유환 씨 저격할 거라는 거 알고 있었잖아요, 근데 여길 왜 온 거예요?”눈을 접으며 웃는 임유환을 향해 조명주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정우빈한테 확인할 게 있어서요.”“뭔데요?”정우빈 얘기를 하는 순간 바로 차가워진 임유환의 표정의 본 조명주가 물었다.최서우도 임유환에 귀찮아질 거라는 얘기만 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잘 몰라서 조명주는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참이었다.아마도 꽤 심각한 일인 것 같았다.“어머니에 관련된...”그래서 임유환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듣기 싫은 목소리가 그 말을 막았다.“어이구, 이게 누구야, 임유환 도련님이잖아? 너 오란다고 진짜 왔냐? 하여간 겁이 없다니까.”검은 정장을 입고 온 조효동의 조롱이었다.“조효동, 너는 왜 또 왔어!”조명주는 자꾸만 나타나는 조효동에 눈썹을 치켜뜨고 소리쳤다.최서우 역시 조효동을 보자마자 표정이 서늘해졌기에 조효동을 만난 적 없는 윤서린도 자연스레 그에게 반감이 들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조효동이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그를 향한 임유환의 차갑고 깊은 시선을 바라보며 그는 임유환이 정말 손을 쓸 수도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마치 다섯 날 전의 일처럼 말이다.조효동은 자신이 임유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당장 체면을 구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일부러 더욱 비아냥거리며 그를 비웃었다.“이 자식이, 허세는 잘 부리네? 하긴, 네가 허세를 부리지만 않았다면 애초에 서인아 씨도 너에게 속지 않았을 것이고 널 이 S시의 대표자로 뽑지도 않았을 거야.”“그래서 넌 결국 입만 놀릴 줄 아는 거야?”임유환은 싸늘한 얼굴로 그의 말에 맞받아쳤다. “너 뭐 하자는 거야?”조효동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언성을 높였다.“그게 두려워?”임유환이 살며시 눈썹을 찌푸렸다.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조효동의 눈빛 속에는 냉소가 어려 있었다.“두렵다고? 난 단지 네가 너무 곱게 죽을까 봐 두려울 뿐이야. 정우빈에게 전해달라는 그 말은 이미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대신 전해드렸어. 네 용기에 감탄하시더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봐.”“그래?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임유환의 눈빛은 여전히 담담할 뿐이다.“너 진짜!”화가 치밀어 오른 조효동의 관자놀이가 울퉁불퉁 튀어 올랐다.한낱 불량배일 뿐인데 잘난 체하기는.몇 마디 더 하려던 그때, 옆에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최서우가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조효동, 입 다물어! 며칠 전 유환 씨가 준 교훈을 잊었어?”지난날의 교훈을 끄집어내자 조효동의 입가가 갑자기 씰룩거렸다.임유환의 곁에 있는 윤서린을 바라보다가 또 그 옆의 최서우를 바라보는 조효동의 눈빛이 음산하고 흉악하게 번쩍였다.“최서우, 저 사람은 널 마음속에 담아둔 적도 없는데 벌써 발 벗고 나서서 저 사람을 대신해서 변호해주는 거야? 너 정말 세심하고 다정한 여자였구나?”“그게 무슨 말이야?”최서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쩍였다.“허허, 난 그냥 진짜 여자친구도 아
“조효동, 너 이 나쁜 새끼.”최서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했다.윤서린에게 정말 그런 말을 하다니... 최서우는 조효동이 이렇게 비열하고 파렴치한 사람일 줄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윤서린을 바라보며 해명을 늘어놓았다.“서린 씨, 저 사람 헛소리 하는 거예요. 듣지 마세요. 저와 유환 씨는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조명주도 덩달아 임유환과 최서우를 위해 해명하기 시작했다.“그래요. 저 거지 같은 놈이 하는 헛소리는 듣지 말아요. 유환 씨는 서린 씨 몰래 바람을 피운 적이 없어요. 제가 대신 증언해 줄 수 있어요.”하지만 윤서린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아무런 반응도 없는 윤서린에 두 여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임유환도 옆에 있던 윤서린의 마음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의 마음도 덩달아 가라앉았다.조효동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이 나쁜 놈, 윤서린까지 끌어들이다니.“헤헤.”조효동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겼다.그러나 조효동의 주시하에 윤서린은 의외로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폭발하지는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눈빛은 마치 호수처럼 유난히 고요했다.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조효동을 바라보았다.“말은 고맙지만 다 알고 있었습니다.”“다 안다고요?”순간 당황한 조효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뿐만 아니라 최서우, 조명주, 그리고 임유환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눈빛이 흔들렸다.이 일은 임유환이 단 한 번도 윤서린에게 말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즉, 윤서린은 지금까지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맞아요.”그녀의 반응은 여전히 담담할 뿐이었다.“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조효동은 도무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일부러 그러는 거죠? 당신은 지금 분명히 매우 화가 나 있을 거예요. 그렇잖아요?”“화가 나 있다고요? 제가 왜요? 이 일은 유환 씨가 전에 저에게 말한 적이 있거든요.
장내는 적막했다.모두의 시선이 이 두 번의 뺨을 내리치는 소리에 사로잡혔다.그들은 임유환과 조효동의 낯선 두 얼굴을 보면서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그리고 윤서린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이번에는 그녀도 임유환이 손을 쓰는 것을 막지 않았다.이런 사람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니까.“잘 때렸어요.”조명주와 최서우가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연신 손뼉을 쳤다.“이 자식이, 감히 나한테 손을 대?”이윽고 조효동이 땅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그는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험상궂은 눈빛으로 임유환을 노려보았다.“그래, 때렸다. 어쩔래?”임유환이 담담하게 답했다.“너 이 자식!”반면, 조효동의 마음은 분노로 부글부글 들끓었다.현재 그들은 연회의 현장에 있다.그런데 이렇게 많은 손님들 앞에서 망신을 주다니.“너 딱 기다려. 지금 당장 조재용 어르신을 불러 어르신께서 직접 와서 널 혼내도록 할 거야.”조효동이 이를 악물고 희미하게 붉어진 두 눈을 부릅떴다.그는 지금 정우빈의 사람이다.조재용이라면 정우빈의 체면은 반드시 세워줄 것이다.“꺼져.”임유환이 담담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조효동은 입가를 움찔거리더니 이내 험상궂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좋아. 배짱 하나는 가상하네. 너 여기 서서 딱 기다려.”말을 마치고 조효동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무대 뒤로 향했다.“유환 씨, 이따가 별일 없겠죠?”윤서린은 흉악한 눈빛을 한 채 으름장을 놓으며 떠나는 조효동을 보며 걱정스럽게 다가가 물었다.그녀는 임유환이 조재용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조효동의 뒤에는 정우빈이 받쳐주고 있다.그리고 이 성대한 연회는 마침 조재용이 정우빈과 서인아를 위해 주최한 것이다.그러니 조재용이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걱정 마. 조재용은 감히 날 어떻게 할 수 없어. 게다가 우리에게는 조 중령님이 있잖아.”임유환은 윤서린에게 안도의 눈빛을 건네며 조명주를 끌어냈다.“맞아요. 서린 씨, 제가 있으니
“서린아, 사실 이번 일은 일부러 숨기려고 한 건 아니야. 그저...”말을 꺼낸 임유환은 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분명 최서우와 거리를 두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윤서린이 그가 최서우의 남자친구로 사칭한 것을 알게 되면 혹여나 화를 낼까 두려웠다.“괜찮아요. 천천히 말해보세요. 듣고 있어요.”임유환의 난처함을 알아차렸지만 윤서린의 말투는 매우 온화했다.그녀는 줄곧 임유환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그녀를 두고 바람을 피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한편, 윤서린의 부드러운 눈빛을 바라보자 임유환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조바심도 많이 약해진 듯했다.“응.”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잠깐 생각을 정리한 뒤, 임유환은 곧 이번 일의 원인과 결과를 전부 윤서린에게 설명해주었다.여기에는 최서우가 대학 시절 조효동에게 사기를 당한 것과 조효동의 온갖 찌질한 행동들이 포함되었다.“그렇게 괘씸한 놈일 줄이야.”윤서린은 그의 얘기를 전부 들은 후, 분노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까 유환 씨가 그놈 뺨을 두 대 더 쳐주도록 해야 했던 건데.”이런 쓰레기는 아예 고자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 건데.“서린아, 고마워.”임유환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윤서린의 지지와 이해에 매우 감사했다.“저한테 감사해서 뭐해요? 당신도 최 의사가 조효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돕기 위해 한 것인데. 진작 저에게 말하지 그랬어요.”윤서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나무랐다.만약 임유환이 정말 이 일 때문에 최서우를 돕고 남자친구를 사칭한 거라면 그녀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반대로 그녀도 덩달아 발 벗고 나서 도왔을 것이다.“네가 화낼까 봐 그랬지. 전에 너와 약속한 게 있잖아.”“그래도 결국 했잖아요.”“저... 그건...”임유환은 머리가 지끈지끈해나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뭐하러 굳이 이 말을 붙여서는... 이게 다 못난
조명주가 임유환을 바라보며 물었다.“임유환 씨, 방금 정우빈을 찾아왔다고 하셨는데 혹시 무슨 일 때문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아까는 조효동이 말을 끊는 바람에 제대로 묻지 못했다.“우리 어머니 때문에 찾아왔습니다.”임유환이 답했다.“어머니요?”조명주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녀 역시 임 씨 집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임유환은 임 씨 집안의 버리는 카드로써 그의 어머니는 십여 년 전에 사고로 죽지 않았던가?혹시 그 사고가 정우빈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네.”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정우빈과 관련된 일인가요?”조명주가 계속하여 그를 추궁했다.“정확히 정 씨 집안 전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네요.”임유환의 말투가 점차 가라앉았다.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마음은 편치 않았음이 분명했다.“무슨 이유 때문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임유환의 기분 변화를 느끼며 조명주의 마음 역시 저도 모르게 떨려 났다.설마 그의 어머니는 사고로 돌아가신 것이 아니란 말인가?“죄송합니다.”임유환이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멋쩍게 웃었다.그는 이 일을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일을 해결할 것이다.“당신 절대 무리하면 안 돼요.”조명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임유환과 함께 지낸 지도 이제 꽤 되었기에 그녀는 그가 지금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 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든 간에 정 씨 집안과 대립하는 것은 분명히 매우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임유환은 모른다. 정 씨 집안이 얼마나 방대한지.“걱정하지 마세요, 조 중령님. 저도 다 계획이 있습니다.”임유환은 빙긋 웃으며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제가 배가 좀 고파서 그러는데 우선 먹을 것 좀 찾아봅시다.”말을 마친 후 그는 시선을 돌려 저 멀리 뷔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고급스러운 쌀과자를 바라보았다.“서린아, 네가 제일 좋아하는 쌀과자 아냐? 먹어볼래?”임유환이 가볍게 웃으며 옆에 있는 윤서린을 바라보았다.“유환
뭐라고?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입을 딱 벌리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그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조재용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조효동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방금 잘못 들은 건가?조명주와 최서우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임유환을 쳐다보았다.많은 사람의 의아한 시선 아래, 임유환은 경직되었던 표정을 조금 풀며 입을 열었다.“이건 여자친구가 좋아해서.”“아, 윤서린 씨가 좋아하시는군요.”말을 하며 조재용이 문득 윤서린을 바라보았다.“서린 씨, 좋아하시면 사양 말고 마음껏 드세요. 부족하면 제가 사람을 시켜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지난번 연회에서 그는 윤서린을 본 적이 있다.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대마왕의 여자친구가 아니었다.하여 멋대로 사랑을 상징하는 크리스털 조각상을 대마왕과 윤서린에게 선물하여 하마터면 큰 화를 입을 뻔했었다.“천만에요, 어르신.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윤서린이 예의를 갖추며 조심스럽게 사양했다.“하하, 그럼 됐습니다.”조재용은 낭랑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임유환을 쳐다보았고 이내 마음 한구석이 찔리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대... 아니 임 선생님, 지난번 크리스털 조각상 일은...”“지난번의 일이라면 실수였지만 결과는 좋았으니 내가 신세를 진 셈이지.”임유환은 자연스레 조재용이 가리키는 바를 이해했다.크리스털 조각상 일이라면 당시는 조재용의 잘못이 맞았지만 결국에는 그들에게 도움이 된 셈이다.“천만의 말씀입니다.”조재용은 몸 둘 바를 모르며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뛸 듯이 기뻐했다.지금까지 그는 줄곧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서 나날을 보냈었고 언젠가 대마왕이 이 일로 그를 찾아 그를 죽여버릴까 봐 두려웠다.하여 이번에는 목숨을 건졌을 뿐만 아니라 대마왕이 그에게 신세를 졌다고 말을 했으니 일거양득 아니겠는가.한편, 이 광경은 모든 손님의 눈에 띄며 더욱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이 임유환이라는 녀석은 도대체 조재용과 무슨 관계인 걸까?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P시에서 손에 꼽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