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유환 씨가 진짜 블랙 골드카드 주인인 거에요?”소원 레스토랑으로 향하며 최서우가 임유환을 향해 물었다.S 시 대리인인 것도 모자라 블랙 골드카드의 주인이라니, 임유환의 신분이 최서우가 생각했던 그 이상인 것 같다.블랙 골드카드 소유자는 온 대하에 다섯이 넘지 않았다.연경 서씨 집안의 서인아, 정씨 집안의 정우빈도 갖지 못한 걸 임유환이 가지고 있으니 놀랄 만도 했다.블랙 골드카드는 절대적인 재력과 권력의 상징이었다.“동창들과는 사이가 별로 안 좋은가 봐요?”임유환은 대답하기가 꺼려졌는지 일부러 말을 돌렸다. “내가 한 질문에 답부터 먼저 해줘요.”너무 궁금했던 최서우는 집요하게 물었다.“그건 내 미래의 아내한테만 알려줄 거에요.”임유환은 웃으며 의도적으로 대답을 피했다.“아내요?”최서우도 물론 말하기 싫다는 임유환의 뜻을 알아들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애교를 부리며 물었다.“그럼 오늘 하루는 내가 아내 할 테니까 알려주면 안 돼요?”최서우가 이렇게 대담한 발언을 할 줄 미처 몰랐던 임유환이 놀란 눈을 하다가 이내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되죠. 진짜 아내 한테만 알려주는 거예요.”“에이, 유환 씨. 그냥 나한테만 알려줘요. 다른 사람한텐 진짜 말 안 할게요!”계속해서 애교를 부리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한숨을 쉬었다.얘기 안 해주면 최서우 성격에 온종일 귀찮게 할 게 뻔해서 임유환은 아무 이유나 지어내기 시작했다.“이거 내 거 아니에요. 그냥 다른 사람 거 잠깐 빌린 거예요.”“다른 사람 거라고요?”카드가 임유환 본인의 것이 아니란 말에 잠시 놀라던 최서우가 다시 물었다.“누구요?”“흑제요.”“흑제 어르신이요?”카드의 주인이 흑제라면 이상할 건 없었지만 흑제와 임유환이 서로 카드까지 빌려줄 정도로 가까웠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블랙 골드카드를 준다는 건 절대적인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최서우는 더 커진 눈으로 물었다. “유환 씨랑 흑제 어르신은 무슨 사이에요? 어떻게 블랙 골드카드까지 빌려
임유환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잘했던가.능숙하게 저를 다독이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입술을 말아 물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유환 씨.”그에 따뜻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던 임유환이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아 근데 전에 동창회 같이 가주면 비밀 하나 알려준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게 뭔데요?”“아...”임유환이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할 줄은 몰랐던 최서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건... 동창회 다 끝나면 알려줄게요.”“설마 또 나 속인 거예요?”“아니에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임유환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못 미덥다는 듯 말하자 최서우가 발끈하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니에요?”“내가 유환 씨를 왜 속여요? 진짜 비밀 있다고요!”그래도 표정에서 의심이 가시지 않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눈을 크게 뜨며 불안한 제 마음이 들키지 않게 큰 소리로 말했다.그에 임유환도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거 무슨 표정이에요? 나 진짜 거짓말한 거 아니라고요!”“도착했어요.”임유환이 도착했다면 차에서 내리자 최서우도 입을 다물고 따라 내렸다.그렇게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008호 룸에 들어갔다.그 안에는 서른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큰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았는데 다들 상석에 앉은 서희동을 추켜세우느라 바빠 보였다.“서 사장님, 오랜만에 봤더니 언제 사장이 다 됐어! 부동산 사업은 잘되지?”“하하, 뭐 그럭저럭 괜찮아. 매년 오륙십 억은 버니까.”서희동은 손을 저으며 겸손한 척했지만 온몸에 걸친 명품 정장, 에르메스 가방, 그리고 롤렉스 시계까지 어느 것 하나 제 성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없었다. “오륙십 억이라고? 역시 사장님은 달라!”“역시 서희동이야! 고등학교 때부터 얘가 머리는 좋았잖아. 난 네가 성공할 줄 알았다.”다들 아부를 떨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시기와 질투가 가득했다.공부 머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이 부동산이 마침 잘되는 시기에 사업을 시작해 사장이 된 거라고, 저도 시대만 잘 만나면 잘됐을 거라는 생각을 하
“서우 왔어?”최서우를 본 서희동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반겼다.수수한 옷차림에 진하지도 않은 화장이었지만 핑크빛이 도는 하얗고 매끈한 피부에 검은 웨이브 머리는 최서우 특유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주고 있어 그녀의 모습을 본 다른 여자들의 입도 저절로 다물어졌다.그 아우라는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서희동?”졸부처럼 차려입은 서희동이 저를 향해 인사하자 최서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응, 나 희동이야. 오랫동안 못 봤는데 아직 나 기억하네.”여신이 한눈에 알아봐 줘 신난 서희동이 앞으로 달려나가 의자를 빼주며 말했다. “서우야, 여기 앉아.”하지만 조하람은 제 유혹에 거의 넘어오던 서희동을 채간 최서우를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고마워.”감사 인사를 한 최서우는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유환 씨도 앉아요.”“그래요.”그제야 최서우에게만 집중돼있던 시선이 임유환에게로 옮겨졌다.최서우는 그 옛날 모습 그대로 여신이었지만 옆에 앉은 남자는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였다.키만 컸지 옷 입은 걸 보면 돈은 별로 없어 보였다.요즘은 남자 얼굴이 아니라 돈을 봐야 하는 건데...“서우야, 옆에는 네 남자친구야?”“응.”둘이 앉자마자 물어오는 서희동에 최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때 단톡에서 최서우가 연애한다는 소문이 돌 때도 믿지 않았는데 그게 사실일 줄이야.사업에 성공해서 동창회에 나와 고등학교 때 여신에게 인정받고 정식으로 고백하려 했는데 그걸 먼저 채간 임유환을 서희동은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봤다.하지만 보는 눈이 많은지라 서희동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임유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축하해요, 서우랑 다 만나고.”“서우 그때 우리 반 여신이었어요. 전교 퀸카였고요. 서우 좋아하는 남자들이 전교에 쫙 깔렸었는데, 물론 우리도 포함이고요.”서희동의 말은 축하였지만 그 눈엔 시기가 가득했다.모든 남자들이 제 여자친구에게 다른 남자가 엉겨 붙는 건 볼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그 남자가 더
서희동이 내뱉은 한마디에 룸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다들 서희동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질문을 한 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임유환은 그저 묵묵히 서희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최서우가 오히려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 걱정해줘서 그런 건 알겠는데 우리 만난 지 얼마 안 됐어. 유환 씨도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 근데 내가 좋아하는 건 내 돈으로 직접 살 수 있어.”최서우는 상대방이 저를 좋아하는 마음을 돈으로 저울질하지 않았다. 그의 책임감과 인내심이 최서우에게는 더 중요했다.그리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본인 돈으로 사면 되는 이렇게 일부러 시시비비를 가리며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서희동이 최서우는 못마땅했다.“그래? 얼마 안 만났어?”서희동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지만 최서우가 임유환을 두둔하는 모습에 속에서는 질투가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그리고 그런 서희동을 보고 있던 조하람이 기회다 싶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희동아, 누군 참 고마운 걸 모르는 것 같아.”“너는 좋은 뜻으로 남자 잘 보라고 해준 말인데 서우는 본인들 사이 이간질한다고 생각했나 봐. 뭐 얼마나 잘난 남자라고 네가 이간질까지 하겠어?”“요즘 말로만 사랑한다 하고 한 푼도 안 쓰려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역시 내 맘 알아주는 하람이 뿐이라니까.”조하람의 말에 서희동의 표정이 한순간에 밝아졌다.그 모습을 보는 최서우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래도 동창이라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했다.“걱정 고마워. 그런데 유환 씨 그런 사람 아니야. 나한테 엄청 잘해줘. 그리고 또 특별한 사람이고.”“하하, 그래? 우린 아직 특별한 거 모르겠는데.”조하람은 최서우를 이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끼며 말했다.학교 다닐 때도 외모와 성적에서 항상 꿇렸는데 어른이 돼서까지 최서우에게 밀릴 수는 없었다.그리고 인플루언서로 살면서 쌓은 경험이 있어 최서우 남자친구의 옷차림만 봐도 구가 정말 가난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누가 가짜 인플루언서고 짝퉁 에르메스라고 하는 거예요 지금?!”임유환의 말 한마디에 조하람은 발 밟힌 고양이 마냥 소리를 질러댔다.“나 한 달에만 몇천만 원 벌어요, 근데 내가 짝퉁을 왜 사요?”“당신 옷차림이나 좀 보고 말해요. 어디서 거지 같은 옷들을 입고 와서 감히 날 평가해!”“아무것도 없는 게 어디서 있는 척이야!”조하람이 발끈하자 지켜보던 여자들이 하나같이 임유환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애초에 최서우를 싫어하기도 했고 서희동과 조하람이 돈을 잘 버니 이건 그들에게 잘 보일 기회였다. “서우야, 네 남자친구 대체 뭐 하는 사람이니? 본인은 옷을 저렇게 입고 무슨 얼굴로 하람이한테 뭐라 하는 거야? 뭘 짝퉁 에르메스야?”“네 남자친구는 에르메스 본 적은 있대? 그게 얼마나 비싼 건지 아나 몰라.”“그러니까, 하람이가 한 달에만 몇천만 원을 버는데 뭐가 아쉬워서 짝퉁을 들겠어! 아까 조하람 말에 자존심 상해서 체면 살리려고 아무 말이나 하는 거 아니야?”“하람이 거 진짜 맞아. 우리 사장님도 똑같은 거 들어서 내가 매일 보는 데 저게 가짜일 리 없어!”“서우야, 얼른 남자친구한테 사과하라고 해. 쪽팔린 것도 정도껏 해야지.”여자들이 저를 지지하지 입꼬리가 올라간 조하람이 임유환을 바라보자 이번에는 최서우가 발끈하며 말했다. “왜 유환 씨가 사과를 해? 조하람이 먼저 뭣대로 말한 건데!”“하람이는 맞는 말 했잖아.”“그러니까, 찌질이한테 찌질이라고, 가난하다고 한 게 뭐 잘못됐어?”여자들이 대신 말해주자 조하람은 제 거짓말이 들통나진 않을 것 같아 아까보다 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에르메스 가방은 다 핸드메이드라 애초에 구분하기 어려운 데다 조하람이 들고 온건 S급이라 에르메스를 많이 사본 사람이 아니고는 정말 구분할 수가 없었다.“너희들...”친구들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나 말을 잇지 못하는 최서우를 향해 임유환이 말했다.“서우 씨, 그만 해요. 저런 사람들과 똑같아지진 말아요 우리. 믿고 싶은 대로 믿으라고 하죠 뭐
“지혜야, 이 사람 본 적 있어?”둘의 대화를 듣던 친구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어디 보기만 했어, 아까 은행에서 잘난 척하더라고, 자기는 2천억을 꺼내러 왔다고!”서지혜는 팔짱을 끼며 비아냥거렸다.“2천억?”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잠시 놀라더니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 내가 다 부끄럽네.”“그러니까, 그래서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알아?”“어떻게 됐는데?”서지혜의 조롱 섞인 웃음에 다들 호기심에 차 물었다.“다른 사람 카드 사칭한 거 걸려서 은행 전무한테 잡혔어!”제 앞에서 계급 차이를 운운하던 임유환을 제대로 망신 주려고 서지혜는 일부러 오바하며 말했다.감히 누구한테 계급이 어쩌고저쩌고야.“진짜? 아, 너무 웃겨!”“허세 대박이네.”서지혜의 말에 자리에 있던 동창들이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이런 방법으로 아까의 수모를 갚아주기 위해서였다.“지혜야, 너희가 늦게 와서 좋은 구경을 놓쳤어!”“뭔데?”여자들의 말에 서지혜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아까 저 사람이 또 헤세 부리면서 우리 하람이한테 가짜 인플루언서라고 하는 거야, 막 가방도 짝퉁 에르메스라고 하고. 그래서 우리가 뭘 보고 그렇게 말하냐고 했더니 뭐라는 줄 알아?”“뭐라고 했는데?”“자기 집엔 한정판 에르메스가 너무 많아서 딱 보면 안대! 너무 웃기지 않아?”“역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니까!”“너희들 말 다 했어?!”서지혜와 애들의 웃음에 최서우는 참다못해 테이블을 '탁' 치며 몸을 일으켰다.“임유환 씨는 그렇게 헛소리할 사람이 아니야. 카드도 사칭 아니거든. 은행 전무님이 직접 사과까지 하셨어!”“어이, 최 퀸카, 네가 말하면서도 웃기지 않니?”최서우의 말에도 서지혜는 삐딱한 태도를 유지한 채 말했다.“허세 떠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너처럼 허세 쩌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2천억이 뭐 2천만 원인 줄 알아? 그리고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2천만 원은 있겠어?”최서우에게 드러내던 여자들의 적의가 이젠 무시로 변해버렸다
임유환은 서희동의 그런 속내를 보아내지 못한 듯 대답했다.“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작은 사업해요.”“사업이요? 나랑 같은 일 하네.”서희동은 신이 나서 제 자랑을 떠벌리기 시작했다.“요즘 또 내 부동산 사업이 좀 잘되고 있거든요. 혹시 뭐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도 돼요. 내가 좀 도와줄게요.”서희동 눈에는 임유환이 그저 작은 장사나 하는 걸로 보였기에 저와는 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 이때다 싶어 최서우에게 저를 어필하려고 제 자랑을 조금 보탠 것이다.“마음만 받을게요 서 사장님.”“네?”그런데 임유환이 제 호의를 거절하자 서희동이 벙찐 듯 되물었다.그러다 그 이유를 알겠는지 고개를 저으며 타이르듯 말했다.“남자가 체면은 챙겨야겠지만 또 계속 체면만 챙기려고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잖아요? 그쪽도 서우가 힘들게 살긴 바라지 않죠?”“걱정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임유환이 단칼에 서희동을 거절하게 서희동은 임유환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여 발끈하며 말했다. “우리 서 사장이 너무 잘해줬지?”그때 임유환을 싫어하던 여자들이 나서며 소리쳤다.“그러니까, 능력도 없으면서 허세만 가득해서는!”“서 사장이 도와주는 건 당신한테 기회를 주는 거예요! 그걸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지고 싶어 하는지 알아요? 고마운 줄도 모르고!”“그렇게 갖고 싶으면 그 기회 당신 줄게요.”“뭐라고요?!”임유환이 고개를 들며 여자를 향해 말하자 여자는 목이 메어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그리고 그 광경을 보던 다른 남자들도 임유환이 너무 체면을 차린다고 고개를 저어댔다.정말 최서우가 저런 사람을 만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됐어 됐어, 다들 그만해. 다들 원하는 게 다르잖아. 그냥 혼자 작게 사업하고 싶다는 데 나도 더 안 말려.”그때 서희동이 또 착한 척을 하자 여자들은 뭣 모르고 그를 칭찬해댔다.“봐, 우리 서 사장님은 이렇게 관대하셔! 이게 사장이라는 거야!”그에 임유환이 미간을 찌푸리자 여자들은 또 소리
“저기... 음식이 잘못 올라온 것 같은데요. 저는 라페르를 시킨 적이 없어요.”“아, 그러니까... 한 병은 부족할 것 같은데...”서희동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은 주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동창회에 돈을 쓰긴 싫어 그냥 다 기본적인 음식들로 주문해 가격이 2백만 원을 넘지 않았다. 돈은 적게 쓰고 허세를 부리려는 심보였다.그런데 갑자기 킹크랩에 보스턴 랍스타 그리고 라페르까지, 가격이 4천만 원을 넘어가니 돈이 아까워 나서 물어본 것이다.자리에 있는 최서우가 아니었다면, 체면 때문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다.직원이 그런 서희동의 마음을 눈치챈 듯 예의 바르게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이건 저희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서비스라고요?”“네.”서희동이 눈을 크게 뜨며 묻자 직원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저한테 주는 거예요?”“그건 사장님께서 따로 말씀이 없으셔서 잘 모르겠습니다. 좀 있다 직접 술을 따라드리러 오신다고 하셨어요.”직원의 말에 서희동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당연히 우리 서 사장한테 주는 거겠지. 여기 너 말고 이거 받을 사람이 누가 있어!”그때 한 친구가 아부를 떨기 시작하자 다들 질세라 한마디씩 보태고 있었다.“역시 서 사장은 대단하다니까!”“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어쩜 그리 겸손해!”“하하, 그래?”친구들의 아부를 즐기던 서희동이 문득 의아해졌다.소원 레스토랑은 이곳에서 꽤 유명한 3성급 레스토랑이라 사장이 2백억 정도의 자산가일 텐데 왜 갑자기 저에게 이런 서비스를 주는지 이상했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가게에서만 적어도 몇천만 원은 쓴 것 같아 단골손님을 붙잡으려고 주는 건가 보다 하는 결론을 내렸다.직원 말로는 사장이 직접 와서 술을 올린다고 했는데 이 자리에서 저를 빼면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혹시 최서우 남자친구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저 몰골을 보니 그럴 리는 없어 보였다.“희동아, 너 대단하다.”그때